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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4일 수요일

2017년 결산 -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와 '구조'

2017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교육동물 계류장과 냉동창고가 신축되고, '함께 살아가는 야생동물' 소책자가 발간되고, 많은 자원활동가 분들과 견학, 방문객들 여러 강의 활동 등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일들과 더불어 구조센터에서는 기본적으로 조난당한 야생동물의 구조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2017년도에는 어떤 동물이 어떤 이유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오게 되었을까요?

2017년도 총 1,063마리의 야생동물이 구조되어 전년 대비 9.9%가 증가한 숫자였습니다. 야생동물들이 사고를 더 많이 당했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야생동물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시민들이 더 늘어 전에는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경우에도 저희에게 연락을 더 주신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2013년 특수하게 밀렵으로 동시 접수된 259마리의 뱀을 제외한 일반적 구조는 688마리로 
2012년부터 구조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1,063마리 중 126마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50마리는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이었으며, 분류군으로는 조류가 786마리로 73.9%, 포유류는 274마리로 25.8%, 그 외 자라 등의 파충류 3마리가 구조 되었습니다.

구조동물 분류군별 비율

가장 많은 조난 원인은 미아(어미를 잃었다고 오인한 것 포함)로 전체 28.6%를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는 전선/건물 충돌(18.4%), 차량 충돌(17.5%) 인가침입(6.9%)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놀라운 점은 1063마리 중 862마리가 사람에 의해서 사람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들로 인해 조난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862마리는 2017년도 전체의 81.1%를 차지하는 숫자로 거의 대부분이라고 바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하는지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조류는 총 77종 786개체가 구조되었으며, 주요 조난 원인으로는 미아(오인 포함) 전선/건물 충돌, 인가침입, 차량충돌로 나타났습니다. 미아는 263마리로 33.5%, 전선/건물과의 충돌은 196마리 24.9%로 두 가지 원인이 무려 58.4%를 차지합니다. 두 가지 원인에 대한 예방책만 마련하더라도 조류의 조난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이죠.

조류 구조원인별 건수

전체 조류 분류군 비율에서는 오리과가 20.1%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올빼미과(13.4%), 비둘기과(11.2%), 매과(10.4%) 등의 순이었습니다. 조류의 종별로는 흰뺨검둥오리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멧비둘기, 황조롱이, 수리부엉이 등입니다. 기타에 들어간 조류는 물까치, 새호리기, 중대백로, 직박구리, 어치, 물총새, 쇠백로, 올빼미, 큰소쩍새, 검은등뻐꾸기, 큰덤불해오라기, 황로, 매, 쇠기러기, 쏙독새, 오색딱다구리, 중백로, 청딱다구리, 칡부엉이, 큰부리까마귀, 큰오색딱다구리, 큰회색머리아비, 가마우지, 검은댕기해오라기, 귀제비, 꼬마물떼새, 꾀꼬리, 대백로, 멧도요, 물닭, 붉은머리오목눈이, 붉은배새매, 뿔논병아리, 쇠딱다구리, 알락할미새, 조롱이, 파랑새, 해오라기, 곤줄박이, 노랑턱멧새, 논병아리, 덤불해오라기, 메추라기, 멧새, 바다쇠오리, 방울새, 붉은왜가리, 삑삑도요, 상모솔새, 아비, 청둥오리, 큰기러기, 황새, 후투티, 흑꼬로도요, 흰꼬리수리, 힝둥새입니다.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그렇지만 흰뺨검둥오리는 여름 번식기에 미아로 구조되는 경우(5월~7월)가 대부분인데도 1년 구조 건수가 가장 많습니다.

조류 구조 비율
흰뺨검둥오리는 보통 하천 주변의 야산이나 초지에 알을 낳는데, 하천정비 공사 등의 이유로 번식에 적절한 장소가 사라지면서 도심지의 건물 옥상에 조성된 초지에 번식을 하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경우 옥상에서 탈출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간신히 탈출하더라도 각종 위험요소(사람, 도로, 개, 고양이, 하수구, 집수정 등)가 사방에 도사립니다. 도심지에서 이동 중 개나 고양이에게 공격을 받을 수도 있고, 도로를 건너다 로드킬을 당하거나 도로를 무사히 건너더라도 하수구나 집수정에 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러한 경우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띠어서 구조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흰뺨검둥오리의 구조가 조류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흰뺨검둥오리 월별 구조 건수                                  흰뺨검둥오리 월별 구조 비율

포유류는 13종 274개체가 구조 되었으며 우리나라의 야생동물 포유류 중 상대적으로 개체수가 많고 인가나 도로에서 쉽게 발견되는 고라니(73.7%)와 너구리(15.3%)가 구조 동물의 89%나 되었습니다.

포유류 구조 동물 비율

고라니 조난 원인은 주로 차량충돌입니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 대비 도로의 밀도가 굉장히 높고 저지대에 주로 서식하는 고라니의 특성상 도로를 만나는 빈도가 높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전체 구조원인의 60.9%를 차지합니다. 이 %는 살아서 구조센터에 구조된 고라니만 포함된 수치이기 때문에 길에서 죽어간 고라니까지 포함한다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미아(납치) 문제는 여전히 많이 발생하여 두 번째 빈도가 높은 원인으로 기록 되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농수로 고립, 포식자 공격, 그물에 얽힘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2017년도에 개에 의한 공격, 포식자 공격 사례가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전체 구조건 수에 비해 낮은 수치이지만 증가 추세로 반려견의 산책, 유기되어 야생화된 들개에 대해 우리 모두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고라니 사고 원인 비율

너구리의 주요 조난원인은 기생충 중감염입니다. 개선충이라는 기생충인데 이 개선충은 몸 전체에 털이 빠지고 피부가 갈라지며, 탈수, 극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기생충입니다. 극심한 가려움증으로 먹이활동이 제한되고 그로인해 체중감소, 탈수, 면역력 감소 등 악순환이 되어 폐사까지 이를 수 있는 무서운 기생충입니다. 한 식구가 같은 굴 생활을 하는 너구리의 특성상 한 마리만 감염되더라도 가족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높고,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는 생태도 너구리간 전염의 가능성을 높여서 너구리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보입니다.

너구리 사고 원인 비율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야생동물의 번식기인 5~7월에는 야생동물따라 구조센터도 바빠지는데요. 월별 구조 동물 비율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3개월의 구조 수가 전체 구조 수의 54.7%를 차지 할 정도로 번식기의 구조센터는 눈코뜰새 없이 바쁜 시기입니다.

   월별 구조 동물 건수                                                월별 구조 동물 비율

2016년과 2017년도 월별 구조 건수를 비교해보면 2017년도도 2016년도와 마찬가지로 번식기 구조가 집중된 형태를 보였습니다. 전체적인 추세는 비슷하지만 번식기 집중도가 2016년도에 비해 더욱 심화 되었습니다.
월별 그래프를 보면 번식기를 제외하고 철새들이 오는 시기(12월)에 구조 수가 늘었다가 철새들이 떠난 시기(3월, 10월)에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전년 대비 월별 구조 건수

그러면 가장 바쁜 번식기에 구조원인은 어떻게 될까요? 전체 구조원인에서도 보셨듯이 미아로 구조되는 개체가 가장 많은데요. 번식기 구조원인은 압도적으로 미아가 많았습니다. 50%에 육박한 46.8%입니다. 절반 이상이 번식기인 5~7월에 구조가 되고 그 절반이 미아로 구조되는 것이죠. 이 미아 중에는 정말 어미를 잃은 경우도 있지만 사람이 어미를 잃은 것으로 오인하여 구조하는 경우, 자신의 집, 회사, 창고에서 발견하여 이소까지 두지 못해 구조센터로 오는 경우,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서 떨어져 미아가 된 경우 등 많은 원인이 있는데요. 우리가 조금만 야생동물을 배려한다면 구조센터에 오지 않고 어미의 품에서 자라나 온전히 자연의 품으로 갈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짧게는 1달에서 길게는 2달만 아기새들의 울음소리를 노랫소리라 여기고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간다면 생명을 살리는 일에 모두 동참할 수 있습니다.

5~7월 구조 원인 분석, 미아가 압도적으로 많다.

지역별 구조 건수는 어떨까요? 가장 많이 구조가 된 지역은 아산시입니다. 다음으로는 천안시, 예산군, 서산시, 홍성군 순입니다. 야생동물의 구조는 사람이 발견하고 신고를 하기 때문에 인구가 많은 천안시, 아산시에서 구조가 많이 된 것으로 보이고, 인구가 더 많은 천안시보다 아산시에서 구조가 많은 이유는 아산시 내 민간단체의 적극적 협조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구조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3순위인 예산군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소재한 곳으로 구조센터의 존재가 많이 알려져서 인지 구조 수가 많았습니다.

지역별 구조 수

구조된 1,063마리의 야생동물 중 454마리(42.7%)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실제적으로 구조센터에서 치료를 할 수 없는 상태인 폐사체와 DOA(dead on arrival, 구조 혹은 이송하는 과정에서 폐사한 경우. 접수 후 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이나 24시간 이내 폐사한 경우를 포함)를 제외한 실질 방생율은 54%입니다. 구조된 야생동물의 절반정도만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야생동물을 구조, 치료하는 것보다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세부적으로 알아보면 치료 가능성이 없거나, 치료를 하더라도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해 안락사 되는 야생동물이 186, 치료 중에 죽은 야생동물이 176마리, 통계 기준일에 센터에 머물고 있는 계류, 다른 기관으로 이첩한 경우,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구조센터 내부에서 야생동물이 처한 위협들을 방문객들이게 알리는 교육동물이 24마리, DOA가 170마리, 폐사체가 53마리입니다.

작년대비 구조 결과 분석.  폐사율, 안락사 줄고 방생율은 증가하였다.
작년대비 실질 구조 결과 분석

지난 6년 구조결과를 분석해 보면 2013년도 밀렵에 의한 단체 구조인 뱀(259마리) 같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2012년부터 매년 구조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방생율도 2016년 소폭 하락한 것을 제외하면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매년 사고를 당하는 야생동물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야생동물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 신고가 늘어나 충남 지역 어딘가 홀로 죽어가는 야생동물이 줄어들고 있다고 믿고 싶네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바쁘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물러가고 완연한 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야생동물에게도 따뜻하기만한 봄날이 오길 바라봅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안병덕 재활관리사

2016년 6월 21일 화요일

새끼 황조롱이 둥지 복귀 대작전!!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새끼 동물들의 삶은 불안정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직 나약한 그들에게 세상은 온통 처음이라는 두려움 그 자체니까요. 둥지에서 벗어나 처음 날갯짓을 하거나 하늘에 몸을 던지는 것 역시 꼭 필요하고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아직은 서투른 그들에게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지금과 같은 시기에 구조센터에는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새끼 동물들의 신고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특히 조류의 경우 둥지에서 떨어지거나 둥지를 벗어나 이제 막 세상의 품으로 향하는 '이소'의 과정에서 미숙함으로 다소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갓 이소한 황조롱이 새끼의 모습. 앉아있는 장소의 선택이나
 움직임이 꽤나 어색한 모습입니다. 이 모든 것이 '처음' 이기 때문이겠지요?


보통 누군가에게 발견되지 못한다면 서서히 도태되거나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겠지요. 이러한 과정은 사람의 어떠한 행위나 간섭에 의해 발생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 꽤나 자연스러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런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발견한 이상 그냥 모른 척 지나가자니 윤리적인 갈등에 직면하게 되죠. 그런 경우 대부분의 분들이 감사하게도 관심을 가지고 상황을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해주시고 있습니다.

오늘 신고 받은 황조롱이 역시 이와 같은 경우였습니다. 아직은 이소하기에 약간 이른 감이 있었는지 둥지에서 떨어지고 말았지요. 신고자는 주변에 머무는 여러 위험으로부터 황조롱이의 안전을 확보한 후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해왔습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약 10여m 높이의 나무 꼭대기에 까치의 둥지 내에 번식한 황조롱이 가족이 위치해있었습니다. 신고자가 발견한 황조롱이는 이 둥지에서 떨어진 것이 확실한 상황이었습니다.

오늘의 미션은 둥지에서 떨어진 황조롱이를 저~ 위에 올려주는 것!! 입니다.


둥지에서 이탈한 조류의 경우 다시 본래의 둥지로 올려주는 것이 가장 우선으로 고려되는 사항입니다. 허나 그럴 수 없는 경우도 분명 존재하겠지요. 과연 어떤 경우가 그러할까요?

첫 번째, 떨어지는 과정에서 신체 일부에 상처를 입었다던가 활동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입니다. 대게 이런 경우, 다리나 날개 등이 비대칭의 모습을 보이거나 움직임이 비정상적이며 혈흔 등이 관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둥지에서 추락하는 과정에서 다리가 부러진 황조롱이
이런 경우 비대칭의 모습을 보이거나 움직임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두 번째, 떨어질 당시 큰 문제는 없었지만 시간이 오래 경과되어 기아 탈진 등으로 쇠약해진  경우입니다. 눈을 계속해서 감거나 힘없이 서있고, 공격성/경계 반응이 약해지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이러한 경우 정도에 따라 둥지에 올려주기보다는 충분한 영양공급을 통해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것을 우선 고려해야 될지도 모릅니다.

둥지에서 떨어진 후 꽤 시간이 흘러 기아/탈진 상태에 놓인 황조롱이 입니다.
정도가 심할 경우 수액, 먹이급여 등을 통한 영양공급이 우선 이루어져야 합니다.


세 번째, 서툴기는 하지만 신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고 기력이 좋아 정상적으로 이소하는 과정이라 판단되는 경우입니다. 주변에서 어미까지 관찰된다면 더더욱 문제가 없겠지요. 이러한 경우 굳이 둥지까지 올려주지 않아도 포식자의 접근을 피할 수 있는 구조물이나 나무 위에 올려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조치가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둥지에 새끼를 올려주는 과정에서 사람이 다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하고 최대한 안전대책을 강구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합니다.

둥지에서 떨어진 오늘의 주인공 입니다. 이 친구야 조심 좀 하지...!!!


이번 개체는 딱히 문제도 없었고 다시 둥지로 올려준다면 약간 더 시간이 지난 후 정상적으로 이소의 과정을 거칠 수 있는 개체로 판단되었습니다. 때문에 다시 둥지로 올려주기로 결정되었죠. 허나 둥지의 높이가 사다리를 이용해 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나무에 돋아난 가지의 두께가 얇아 밟고 올라서기도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을 거듭하던 중 나무 옆에 위치한 건물에 올라가보기로 했습니다. 옥상을 올라가보니 둥지가 거의 5~6m 떨어진 수평한 위치에 놓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에서 올라가기 보다는 이 곳에서 도구를 이용해 둥지까지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지요.

나무 꼭대기 부근에 위치한 둥지가 보이시나요?
황조롱이는 이렇게 까치의 둥지를 이용해 번식을 하곤 합니다.


긴 막대기에 새를 담아 둥지 까지 뻗어주면 스스로 둥지로 돌아갈 것이라는 계획 하에 막대기의 길이를 늘이는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재료가 충분치 않아 애를 먹었지만 가까스로 둥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막대기가 완성되었습니다.

건물 옥상에서 뻗어 황조롱이의 둥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막대기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있을 위험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두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친 후 황조롱이 둥지 복귀 미션이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황조롱이는 무탈하게 둥지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위기에 직면했지만, 다행히 그 상황을 외면하기 보다는 자신과 다른 생명의 안전에 대해 걱정해주고 구조센터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하셨던 감사한 분들을 만났기 때문이죠!!!

하지만, 새끼 황조롱이에게 처한 삶의 위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일 것 입니다. 그래도 오늘의 위기를 계단삼아 천천히 오르고 또 오르면 언젠가 저 하늘 위에서 멋진 정지비행을 선보이는 야생의 주인공이 되어가겠지요? 그렇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언젠가 야생의 주인공이 될 녀석의 미래를 응원해주세요 :D !!!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5년 6월 13일 토요일

2번의 방생, 3번의 구조. 다가올 겨울 다시 피어나는 '큰고니의 꿈'

큰고니를 아시나요?

큰고니는 우리나라 전역의 호수나 강가에서 월동하는 겨울철새 입니다. 약 10월경 우리나라에 찾아와 2월 말, 3월 초가 되면 번식을 위해 북상합니다. 보통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큰고니는 몽골 동부에서 번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새끼가 태어나면 겨울이 지날 때까지 어미와 함께 가족군을 형성해 지내거나, 지난해 태어난 어린 개체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합니다.

부리 기부가 노랗고 털이 전체적으로 새하얀 어미(성체)와
부리 기부가 희고, 털이 때가 묻은 것처럼 회색빛을 띄는 새끼(미성숙 개체)
그해 태어난 새끼들은 대체로 어미와 함께 가족군을 형성해 겨울을 보냅니다.


2014년 2월 1일, 충남 아산에서 큰고니 1개체가 구조되었습니다. 13년에 태어나 처음 우리나라에 도래한 어린 개체였습니다. 꽤나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지 굉장히 수척한 상태였습니다.
보통 큰고니가 구조되는 이유는 밀렵에 의한 총상(워낙 덩치가 크고, 하얗기 때문에 눈에 잘 띄어 밀렵꾼에게 발각될 가능성이 높음), 납중독(밀렵에 사용된 납탄이 몸의 내부에 박히거나 먹이활동 중 바닥에 떨어져있는 납추를 먹음), 크고 높은 다리나, 대형 송전탑 등의 높은 구조물과 충돌하는 경우입니다. 특히나 이러한 원인에 의한 사고는 죽음과도 직결되기에 굉장히 위험합니다.

검사를 위해 호흡마취를 진행하는 모습


다행히도 이 큰고니는 위와 같은 치명적인 사고에 의한 구조는 아니었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검진 결과 날개에 약간의 찰과상이 있고, 간과 비장의 종대가 있었으나 큰 이상은 없었습니다. 아마도 어떠한 이유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고, 아직 어린개체 이다보니 혼자서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추측해볼 수 있겠습니다.

14-034라는 개체번호를 부여받은 이 큰고니는 몇 일 동안 극진한 보호를 받은 결과, 활력을 되찾게 되었고, 2월 20일 처음 발견했던 장소에서 방생을 했습니다.
약 20여일이 지난 3월 중순 또 다시 큰고니 구조가 접수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충남 보령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난 큰고니는 뭔가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요, 보령에서 구조된 이 큰고니는 다리에 금속가락지를 부착한, 2월 20일 아산에서 방생했던 14-034 큰고니가 60km 떨어진 보령에서 다시 발견이 된 것 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14-059라는 개체번호를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2월 20일 방생되었던 그 친구가 3월 13일 다시 구조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확인시켜준
금속가락지는 이처럼 재포획 여부를 확인하거나, 방생 후 모니터링을 위해 부착합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총에 맞거나 납중독으로 인한 구조는 아니었습니다. 다행이긴 하지만 지난번보다 극심한 기아를 겪고 있었고, 탈수도 굉장히 심했습니다. 강제급여와 동시에 수액을 공급해줘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허나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지금이 3월 중순이라는 점입니다.

 위 : 수액을 공급받는 큰고니의 모습 / 아래 : 튜브를 삽입해 소화와 흡수가 용이한 유동식을 급여하는 모습


3월이면 대부분의 큰고니들이 번식을 위해 북상해야 하는 시기 입니다. 그런데 3월 중순에 구조가 되었고,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기에 이 큰고니가 올해 번식지로 돌아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때문에 다음 겨울이 올 때까지 오랜 기간 이곳에 머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결국 큰고니는 회복이 된 시점부터 서산에 위치한 야생동물치료센터에서 계류를 시작했습니다.

왼쪽에 있는 흰뺨검둥오리+원앙은 14년 여름에 태어난 
어린 개체들이었고, 모두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렇다면 큰고니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큰고니도 자연으로 돌아갔을까요...?


14-059 큰고니는 1년이라는 시간을 견디고 견뎌냈습니다. 봄을 지내고, 여름을 견디고, 가을을 떠나보내니 비로소 큰고니가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겨울이 다가왔습니다. 이번에 방생을 위해 선택한 곳은 충남 서산이었습니다. 서산에는 국내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 '천수만 평야'가 있고, 이 천수만을 가로질러 흐르는 '간월호'가 있어 매년 겨울, 많은 수의 큰고니가 머물고 있습니다. 그만큼 환경 자체는 큰고니에게 적합한 곳입니다.

천수만 '간월호'에 모여 있는 야생 큰고니 무리의 모습





방생에 앞서 이전에 두 번이나 구조되었던 이력이 있는 만큼 신중을 가하기 위해 GPS 위치추적기를 부착했습니다. 특정 시간마다 큰고니가 머물고 있는 지점의 좌표가 수신이 되어 머물고 있는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한다면 큰고니가 머물고 있는 현장으로 직접 가서 어떻게 지내는지 모니터링 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다시 재구조를 할 수도 있겠지요?

큰고니는 서산 '석지제' 에서 방생이 되었으며, 이틀이 지나선 천수만 간월호 부근으로 이동했습니다. 그 후 약 10일 동안 간월호 부근에서 계속 머물렀으며, 3월 5일 별안간 서산 '잠홍저수지'로 이동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좌 : 방생 직후인 2월 23일 부터 3월 4일까지 큰고니가 머물렀던 좌표의 모음
우 : 3월 5일 이후 잠홍저수지로 이동한 후 큰고니가 머물렀던 좌표의 모음


잠홍저수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급하게 현장으로 가보았습니다. 꽤 너른 저수지였고, 큰고니가 즐겨먹는 수초와 수초의 뿌리가 저수지 곳곳에 산재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큰고니가 북상하기 전 잠깐 머무는 곳으로 크게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잠홍저수지는 이러한 장점이 모두 빛바랠 만큼 큰 단점이 존재했습니다.

굉장히 유명한, 많은 사람이 찾는 '낚시터'라는 점이었습니다.

수초와 수생식물의 뿌리를 즐겨먹는 큰고니, 그러한 큰고니에게 알맞은 환경을 갖춘 잠홍저수지의 모습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는 사람과 그 주변에 유유히 떠있는 큰고니의 모습입니다.
누군가에겐 편안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춰질지 모르겠습니다.
허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는 굉장히 위태로운 모습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낚시는 누군가에게 있어선 소중한 취미생활이지만, 야생동물에겐 꽤나 큰 위협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낚시를 하다가 바닥에 떨어진 납추를 야생동물이 먹게 되어 납중독에 걸리기도 하고, 끊어진 낚싯줄이나 바늘을 삼키거나 몸에 걸리기도 합니다.
(낚시가 야생동물에게 어떤 피해를 끼치는지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당신의 취미생활, 우리의 취미생활 그리고 고통 받는 야생동물 ③ - 낚시



때문에 잠홍저수지는 큰고니에게 절대로 안전한 환경이 아니었고, 이를 걱정스럽게 여겨 거의 매일같이 현장에 나가 큰고니의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큰고니의 위태로운 하루하루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약 10일쯤 지났을 때 운동성이 현저히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원인을 찾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가간 결과, 역시나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큰고니의 부리 주변에 낚싯줄이 뒤엉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낚싯줄이 어떻게 엉켜있는지, 혹여 낚싯바늘이 목에 걸려있지는 않은지 검사가 필요했습니다. 때문에 최대한 빨리 큰고니를 재포획 해야만 했습니다. 운동성이 많이 떨어진 탓에 그리 어렵지 않게 포획할 수 있었고 다행히 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부리 주변에 엉킨 낚싯줄을 풀어내기 전 검사를 진행하는 모습


검사 결과 낚싯바늘이 걸려있지는 않았습니다. 허나 낚싯줄이 혀에 엉켜 조여오고 있었고, 목 깊숙이 들어간 상태로 혀에 걸려버려서 식도가 막혀 먹이를 먹지 못해 수척한 상태였습니다. 

낚시를 하다 보면 수초나 바닥의 돌에 낚싯바늘이나 낚싯줄이 쉽게 걸리게 됩니다. 걸린 낚싯줄을 빼낼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끊어지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이렇게 끊어져 버린 낚싯줄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죠. 강가나 해안가에 버려지는 쓰레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너무나 위험한 쓰레기로 말이죠...낚싯줄은 굉장히 날카롭기 때문에 야생동물의 신체 일부가 낚싯줄에 엉키게 되면 야생동물은 여간해선 풀어낼 수 없습니다. 오히려 풀어내려 할수록 점점 조여와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만약 추적기를 달아 모니터링을 하지 않았다면 이 큰고니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혀가 잘려져 나가고 식도가 꽉 막힌 채 굶주림에 지쳐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어갔을지 모릅니다. 

아니, 그렇게 죽어갔을 것이 분명합니다.

좌 : 큰고니에게서 낚싯줄을 제거하는 모습 // 우 : 제거한 낚싯줄과 이물이 뒤엉켜 있는 모습


잠홍저수지에는 안내문이 적힌 구조물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본 저수지의 보호 및 안전관리를 위해 다음 행위를 금합니다"
2. 낚시 또는 어망, 유해물질 등으로 물고기를 잡는 행위
3. 쓰레기 버리기, 수질오염 행위

허나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고, 그들의 남기고간 흔적은 쓰레기가 되어 이곳저곳을 더럽히고 있었습니다. 10여 일간 이곳에 나가 큰고니를 지켜보면서 관찰해보니 그 누구도 쓰레기를 치우지 않았고, 낚시 행위를 적발하거나 금지시키는 모습 역시 볼 수 없었습니다. 관리감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죠.

"본 저수지의 보호 및 안전관리를 위해 다음 행위를 금합니다"
낚시행위를 금지한다는 안내문 바로 옆에 자리 잡고 낚시를 즐기는 모습


결국 큰고니는 또 다시 구조센터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1년여 간을 고생하고, 참아가면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채 한 달을 살지 못하고 다시 돌아온 셈 입니다. 그것도 벌써 3번째 구조입니다. 태어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은 이 생명이 짧은 기간 동안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끝내 번식지로 돌아가지 못하고 좁은 계류장에 머물고 있는 큰고니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미안한 마음과 함께 가슴 한켠에 묵직한 돌덩이가 내려앉은 것만 같은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낚시를 한다는 것은 분명히 야생동물의 삶을 위협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낚시를 하는 모든 사람들을 비난할 순 없습니다. 자신의 책임을 다하며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당신이 무심코 드리워놓았던 낚싯줄이 야생동물의 목을 조일 수 있다는 걸, 나의 취미가 야생동물을 이토록 위협할 수 있다는 걸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책임을 다 해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취미생활이 생명의 불씨를 꺼뜨린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입니다. 

인고의 시간을 겪어 드디어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는데, 나가자마자 줄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그 줄은 누군가가 무심코 잘라버렸던 낚싯줄이었습니다. 그래도 큰고니는 악착같이 버텨냈고, 다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다가올 겨울을 기다리며 인고의 시간을 겪고 있습니다. 큰고니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을 때 넘어지지 않으려면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기억해주세요!!!

다가오는 겨울에는 꼭, 자연으로 돌아가 이렇게 힘찬 비행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땐 넘어지지 말고 계속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5년 3월 22일 일요일

새끼 동물을 발견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새해가 시작 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따지자면 3개월이 거의 다 지나갔네요. 얼마 지나지 않으면 4월이니까요. 햇볕도 따뜻해지고, 오고가는 사람들의 가벼워진 옷 차림 만큼이나 싱그러운 봄이 찾아왔지만, 구조센터 직원들의 마음은 그리 가볍지 만은 않습니다. 다가올 안타까움에 직면하기 전 충분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곧 있으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로 새끼동물 구조를 요청하는 연락이 많아 질 것 입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수리부엉이를 시작으로 삵, 너구리, 고라니, 황조롱이 등 다양하고 수많은 새끼동물이 구조센터를 가득 채우게 될 겁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러했으니까요. 

일반적으로 야생동물에게 있어 최적의 번식기는 먹이 자원이 풍부한 봄부터 초여름이라 할 수 있지만, 
수리부엉이는 그보다 이른 1~3월 사이에 산란을 하고 2~4월 초순 사이에 부화하여 새끼가 태어납니다. 
때문에 매년 구조센터에 가장 먼저 구조되는 새끼동물은 항상 이 친구의 몫 입니다


새끼동물의 구조원인은 꽤나 단순합니다. 기타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겪는 여러 가지 원인에 비하면 말이죠. 대부분 어미를 잃은 채 덩그러니 있는 것이 걱정되어 데려왔다는 것 입니다. 이러한 케이스에 해당하는 개체들을 저희는 '미아' 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새끼동물이 정말 어미를 잃고 미아가 된 걸까요? 

새끼동물 구조요청이 들어왔을 때 저희는 가장 먼저 새끼동물이 어떤 상태인지, 주변에 어미가 보이는지, 새끼 새일 경우 둥지가 있는지 등의 여부를 발견자에게 묻습니다. 하지만 저희와 닿기 전 이미 관할 시청이나 동물병원 등으로 직접 인계하시거나 발견 당시의 상황을 확실히 살펴주시지 않고 직접 구조하셔서 당시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구조가 아닌 '납치 (Kid napping)'가 진행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죠.

내가 구조한게 아니라, 납치를 했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물론 '납치'라는 단어가 무척이나 자극적인 단어 선택 일 수 있고 대부분의 새끼동물 구조가 납치의 경우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이러한 부적절한 구조로 인해 새끼동물을 애타게 찾아 헤맬 부모동물을 떠올린다면 그리 과한 표현은 아닐 거라 생각됩니다.

야생동물을 구조했을 때 이것이 납치와 같은 결과를 낳게 되는 경우는 분명합니다. 순간의 섣부른 판단에 의해 구조하지 말아야 할 동물을 구조하게 되는 것 이지요. 만약 새끼동물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상태가 나쁘지 않고, 주변에 어미로 보이는 동물이 머물고 있거나 근처에 둥지와 같은 은신처가 있었더라면 구조해야 할 상황이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새끼동물을 구조한다는 것은 어미동물의 입장에서는 자식을 납치당하는 것과 같은 경우이겠지요.

좋은 마음에 행했던 구조가 자칫 새끼동물을 납치한 결과는 낳는다니 참 아이러니 합니다. 물론, 모든 새끼동물의 구조가 납치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미를 잃는 경우도 생기고, 새끼가 위험에 빠지거나 도태되는 과정에서 우연치 않게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구조하여 성심성의껏 돌봐야 합니다.

때문에 내가 발견한 새끼동물이 구조를 필요로 하는 상황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우선 당장에 새끼동물을 위협하는 요인이나 없거나 주변 환경이 위험한 곳이 아니라면(개나 고양이 등 포식자 혹은 불필요한 사람의 접근, 새끼동물 발견 장소가 도로 근처라 언제든지 새끼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 등) 최대한 멀리서 새끼동물을 꽤 오랜 시간 관찰해주셔야 합니다. 그러면서 어미가 돌아오는지를 판단 하셔야겠죠. 위의 상황을 모두 만족하고 어미까지 있다면 이 새끼동물은 절대 구조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대로 두시고 기쁜 마음으로 떠나시면 되는 거죠. 반면에 위에 해당사항 중 한 가지라도 부적절하다면 구조를 고민해 봄이 옳습니다. 이때는 저희와 같은 관련 기관에 빠른 연락을 주셔서 도움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어미동물은 먹이를 구하러 종종 새끼동물을 두고 자리를 비웁니다. 사람은 이러한 경우에
어미가 없다 판단하고 새끼를 구조합니다. 다시 돌아온 어미동물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상황에 따라선 직접적인 구조보다는 적절한 조치만을 취해주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직 이소시기에 이르지 못한 새끼새가 둥지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겪었다면, 새끼동물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다시 둥지 위로 올려주는 것 입니다. 가능하다면 본래의 둥지에 올려줘야겠지만 둥지가 너무 높은 위치에 있거나 올려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아쉬운 대로 대체둥지 등을 만들어 주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대체둥지를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구니나 박스 등에 나뭇잎, 솔잎 등을 넣어서 적당한 높이에 달아주기만 해도 그 역할을 어느 정도는 기대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둥지에 다시 올려주기 전 상태를 잘 살피고 필요하다면 간단한 처치 등을 해줘야 합니다. 떨어지는 충격에 의해 다치거나 했을 수 있으니까요.

쥐 뼈가 목에 걸려 구조된 새끼 황조롱이 입니다. 뼈를 제거해준 후 본래 
둥지로 다시 돌려보내 어미의 보살핌을 받도록 해주었습니다. 그게 최선이니까요 


자, 납치의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도 잘 살폈고, 간단한 처치만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살펴봤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도 분명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꼭 구조를 해야만 합니다. 구조가 끝났다고 그렇다고 모든 고민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 역시도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고려해야 할 점도 많죠.

과거에 있었던 새끼수달 구조 건에 대한 사례가 이해를 돕는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많은 분들이 아시듯 수달은 물과 아주 친숙한 동물입니다. 다만 이 물이 수달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아시는 분은 얼마나 되실까요? 
새끼수달 한마리가 물에 흠뻑 젖은 채 저체온증을 앓다가 폐사했던 경우가 있습니다. 새끼수달은 성체와 달리 방수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그러한 사실을 몰랐던 구조자는 수달이 좋아할 것이란 생각에 큰 물통에 물을 받아 수달을 보호하고 있는 곳에 넣어주셨고 그 물통이 쏟아지면서 물에 젖게 된 수달은 저체온증에 빠져 결국 폐사하였습니다. 전문지식이 없는 상태에서의 야생동물구조는 위의 사례처럼 자칫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새끼수달에게 물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입니다.

이러한 위험이 새끼수달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새끼동물의 종에 따라, 어린 정도와 상태에 따라 조치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꼭 받으셔야 합니다.

방수능력이 없어 물에 흠뻑 젖은 새끼 수달, 보호하셨던 분의 배려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결국 한 마리의 새끼 수달이 명을 달리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구조 새끼동물을 돌보는 동한 선뜻 먹이를 주고 애완동물처럼 품에 안은 채 지극 정성으로 보호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이는 새끼동물에게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로 인해 새끼동물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거나 각인이 되어 버리면 훗날 이 동물이 야생으로 돌아가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새끼동물을 구조하여 돌볼 때에는 최대한 사람의 접촉을 줄이고, 사람에 의한 긍정적인 자극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흔히 말하는 정을 나누지 말아야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구조된 붉은배새매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고 있습니다. 먹이를 먹이는 등 새끼와 접촉 시
그 시간을 최소화하고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의식이 생기지 않게끔 주의해야 합니다 


이처럼 까다로운 새끼동물의 구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제 감이 오시나요? 글로만 보니 어렵기만 하고 잘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동물을 발견한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 쉽게 아실 수 있겠죠 :D ?




물론, 새끼동물은 생존율이 낮습니다. 어미보다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도 떨어지고 천적도 많으며 자연의 섭리에 따라 도태되어지고 하지요. 그런 친구들이 저희에게 와 다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은 그 어느것보다 의미있습니다. 이렇게 부득이한 사고로 인해 구조되어 보호받아야 할 동물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구조가 진행되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구조였는지 납치였는지, 구조를 해야 한다면 적절히 했는지, 적당한 처치와 옳바른 보호를 했는지 그 누구도 쉽게 판단할 수 없겠지만 야생동물을 지켜주고자 좋은 마음에 행동한 일이 이처럼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걸 꼭 기억해 주셔야 합니다.

저 맑은 눈동자에 비치는 철조망이 보이시나요? 어쩌면... 이 친구가 있을 곳은 이곳이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4년 11월 12일 수요일

유해조수는 구조 하지 않는다??

동물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특히 저희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보시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그런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물관련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여쭤보면 TV동물농장이라고 대답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을 것입니다.
소재가 떨어진 것인지 요즘들어 부쩍 야생동물관련 방송이 늘어가나고 있습니다.
2014년 11월 9일(일)에 "빠져나올 수 없는 수로 안의 고라니 형제, 구출 작전!"이라는 제목으로 농수로에 빠진 고라니형제에 대한 이야기가 전국에 방송됐습니다.

우리나라의 농수로들은 빠지게 되면 사람도 쉽게 빠져 나올 수 없을 정도의 높이가 대부분인데요. 이 곳에 야생동물이 빠진다면 누군가에게 구조 되지 않는 한 탈출은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희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2011년도부터 현재까지 구조된 고라니
총 641마리 중 
차량충돌 334마리 전체의 52.1%
미아(납치) 148마리 전체의 23.1%
농수로 추락 49마리 7.6%
기타원인(총상, 덫, 올가미, 인가침입, 펜스에 얽힘 등) 110마리 17.2%로
농수로에 빠지는 고라니의 수가 적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2011년~현재 고라니 구조원인 분석

방송 중에는 동물농장 PD로 보이는 사람이 농수로에 빠진 고라니 구조 신고를 하는데, 각 단체에서 "고라니는 유해조수로 죽인다." "유해 야생동물이어서 구조를 안 한다." "유해 야생동물 같은 경우는 구조를 해도 안락사를 시킨다."라는 황당무계한 대답이 방송됐습니다.

(사진 출처: YouTube)

우선 유해조수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유해조수라 함은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명이나 가축,가금, 항공기, 건조물, 농업,임업,수산업 등에 피해를 주는 조수로서 환경부 장관이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지정, 고시하는 새나 짐승을 말합니다.

흔히 많은 분들이 고라니, 멧돼지, 까치, 청솔모 등을 유해조수라 알고 계신데, 유해조수는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무조건 잡아 죽일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허가 받지 않은 야생동물을 포획, 수입, 반입한 경우는 불법으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야생생물법)에 의거 하여 처벌 됩니다.

그렇다면 유해조수 구제라는 말은 어떻게 나왔을까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유해조수는 환경부 장관이 도지사와 같은 행정기관 장과 협의하여 고시하는데 수렵을 하기 위해서는 수렵 면허를 받아야 하고, 수렵조수의 종류, 포획의수량, 포획가능 구역, 포획기간, 엽구포획방법제한된 내에서만 수렵이 가능하며 포획한 조수의 종류, 수량 등을 신고하여야 합니다.

이렇게 제한된 곳에서만 행하여 지는 것이 유해조수 구제인데 어떻게 저런 무책임한 말을 할 수 있고, 그 말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방송에 내보낼 수 있을까요? 방송을 보는 일반인들은 "유해조수는 구조하지 않는구나 구조해도 안락사 시키는 구나"라고 생각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을까요? 
공중파 방송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한낱 한 회분 방송 분량이 아닌 야생동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정착을 위해 신중하게 방송을 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고라니는 유해조수지만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니며 고라니뿐만 아니라 모든 유해조수, 야생동물은 구조를 해야하고 치료 받아 다시 자연으로 돌아 가야 합니다.


유조로 구조 되어 무사히 방생된 12-152 까치(까깍이)

저희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생명 하나 하나 차별하지 않고, 구조, 치료 할 것이며 구조, 치료하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고 야생동물 보호에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TV방송보다 영향력은 없지만 작은 돌맹이 하나가 호수를 물들이듯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께서도 같이 작은 돌맹이가 되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