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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19일 월요일

Vetronic SAV-03 인공호흡장치의 확보

이번엔 멀리 영국에서 Vetronic SAV-03 Ventilator를 새로 확보했습니다.

SAV-03을 이용한 인공호흡하는 황조롱이 "때보"


그동안 유지하던 강제호흡환기장치(인공호흡기)의 경우 소동물을 대상으로 하여, 사실 3kg 미만이 대부분인 동물들에게 적용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사실 적용하지 못했지요).

그래서 소형동물(체중 100여 그램)에게 적용 가능한 강제환기장치를 조사하였고 영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절차와 서류작업이 나름 복잡하였지만 마침내 수입완료되었고 황조롱이에게 IPPV 장치를 적용해보았습니다. 

안정적인 마취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만 trigger setting은 좀 더 조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해당동물들에 적합한 공기압력과 호흡빈도에 대한 적용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조금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듯 보입니다.

동물들의 진료에 있어 좀 더 안정된 마취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2013년 8월 16일 금요일

괭이갈매기와 낚시바늘

낚시바늘은 특히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조류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입니다. 낚시꾼들은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물건이긴 합니다만, 그 소모된 물품은 회수되지 못하고 자연계를 떠돌며 수많은 생명을 위협합니다.

우리에게 발견되는 개체들은 대체 전체에서 몇 퍼센트나 될까요? 아마도 다수는 그냥 야생에서 소리소문없이 굶주려 죽어갈 것입니다.

이번에는 충남 서산 삼길포에서 구조된 어린 괭이갈매기가 낚시바늘에 걸렸습니다. 한동안 먹이활동이 불가능하여 거의 기아상태에서 구조가 되었죠.

괭이갈매기의 영명은 Black-tailed sea gull, 학명은 Larus crassirostris입니다. 이 학명에서 종명 crassirostris은 다음의 단어로 구분됩니다. crassus는 무겁거나 크다는 뜻이며, rostris는 부리가 있는 이라는 형용사죠. 즉 두툼한 부리를 가진 갈매기라는 뜻입니다.

이곳은 지난번 포스트에서도 알려드린 바와 같이 괭이갈매기 성조가 낚시바늘에 걸려, 위 절개술까지 실시한 끝에 간신히 야생으로 다시 돌려보낸 개체가 구조된 장소입니다.

http://cnwarc.blogspot.kr/2012/05/blog-post_11.html



이번에 발견된 어린 괭이갈매기의 부리 옆에는 쌍바늘 채비였던 것을 알 수 있게 플라스틱 부품이 걸려 있었죠. 물론 바늘은 안으로 들어간 상태였죠.

식도에 걸린 바늘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온 몸의 근육은 완전히 말라붙었습니다.

낚시바늘이 기도 바로 윗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위치는 수술하기 그나마 편안한 곳이죠. 머리에 쓴 것은 후드라고 하여 새들을 보정할 때 사용하는 것입니다. 소화기관 안에 음식물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방사선 촬영결과 몸 안쪽으로 들어가기 바로 직전의 부위에 낚시바늘이 걸려 있엇습니다. 체중은 발견당시 290 그램으로 상당한 기아상태에 빠진 개체였죠. 더군다나 성장을 해야 하는 어린 새인지라 먹이활동 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너무 컷습니다. 또 발가락에는 이미 물갈퀴와 발가락 1개의 혈행장애로 인한 괴사가 진행되고 있었서 어디쯤에서 멈출지 예견하기 어려운 상태였었죠.

응급수술 전에 수액을 통해 몸의 회복을 기대했지만, 그렇다고 수술을 마냥 늦출 수는 없어 응급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아주 어린 괭이갈매기입니다. 입 밖에는 쌍바늘 채비가 걸려있고 바늘 하나는 식도에 걸려 있습니다.

짧은 호흡마취와 수술을 기대하고 접근한 것인지라, 수술을 상당히 빨리 진행되었고



식도를 절개하자 예상 위치에서 낚시바늘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낚시바늘에는 미늘이 있어서 그대로 당기게 되면 근육이나 연부조직이 찢어질 수 있어서 되도록 바늘 끝으로 빠져나오게끔 유도해야 합니다.

수술창을 봉합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상처를 빠르게 봉합해서 마취 시간은 그리 길게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제거해 낸 낚시바늘. 어느 정도의 크기인가요?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고 있는 괭이갈매기. 대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태어난지 이제 2개월 남짓 된 녀석인데...

성공적으로 낚시바늘과 낚시줄은 제거되었습니다만 체력이 너무 떨어져 있는 관계로 이틀 후 치료실 안에서 폐사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낚시바늘에 걸려 구조된 소쩍새. 아마 민물낚시를 하다가 나뭇가지에 낚시바늘이 걸리자 이를 끊어버렸을터인데, 이곳을 지나던 소쩍새가 걸린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적 멀종위기종 저어새의 목에 걸린 낚시바늘입니다. 낚시바늘의 문제는 비단 삼켜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걸려 있어도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낚시바늘이 날개와 식도에 동시에 걸려버린 괭이갈매기입니다.

주낙을 통째로 삼킨 왜가리 유조입니다. 바늘 하나는 아예 바로 심장의 머리부위에 위치하고 있군요.


낚시를 하라 혹은 하지 마라 말하기는 어려운 문제이지만, 납추에 의한 납중독 문제, 낚시줄에 의해 다리와 부리가 감겨 죽는 새들, 또 이렇게 낚시바늘에 의해 죽는 새들과 거북이, 자라 등을 생각해본다면 분명 낚시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도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책임을 내세우기 전 한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2013년 8월 8일 목요일

차량충돌에 의해 척추손상 된 날짐승들. 스파이더 포디움

이번에는 척추손상된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꾸며봅니다. 

야생동물구조센터에는 이러한 중추신경 손상과 같은 중상을 입은 동물들의 발길이 빈번한 편입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차량충돌이죠. 이밖에 유리창 충돌이나 총상 등에 의해 척추가 부러지곤 합니다. 특히 고라니와 같은 경우에는 성체가 실려왔다 하면 95% 이상 척추손상과 관련된 부상입니다.

고라니의 경우 척추가 부러진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동물의 고통을 고려하여 최대한 신속하게 안락사를 진행합니다.


물론 조류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나 골격이 상대적으로 약한 조류의 경우 충돌이 일어나면 날개, 다리가 다치지만 척추의 손상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러한 중상의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진단을 통해 안락사 판정이 다반사입니다. 치료가 극히 어렵거니와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절대적 치료시간이 지난 후 저희 센터를 방문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라면 적정시간 내에 와서 치료를 받지만, 야생동물의 경우에는 거의 오랜 시간 방치되다가 신고되거나, 때에 따라 발견자가 2-3일씩 집에 데리고 있으며 돌보느라 치료시간을 놓치는 것이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한 이유로 척추손상은 대개 안락사로 이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센터에는 두 마리의 척수신경손상 동물이 있습니다. 바로 그 주인공은 13-686 큰부리까마귀와 13-698 황로입니다.

이들의 치료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할까 합니다.

13-686 큰부리까마귀는 올해 태어난 어린 새로 아마 차량에 치인 것 같습니다. 인근 암자에 2일 정도 있다가 우리측으로 넘어온 것이니, 쉽게 말해 골든타임을 놓친 사례입니다. 원칙 상으로는 안락사 판정이 나기 쉬운 케이스입니다만, 태어난지 2개월도 안된 어린 새라는 점과 아주 작은 희망이지만 회복의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우리와 함께 하기로 했었죠.  

척추 손상으로 구조된 어린 큰부리까마귀입니다.

척추의 손상은 방사선 진단과 더불어 피하에 존재할 수 있는 멍, 좌상 등을 통해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조류 척추의 손상은 이러한 복배상 촬영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측방상에서는 보다 명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R자 아래의 척추 일부가 주변에 비해 하얗게 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압박골절이 일어난 셈이지요. 

까마귀류는 입 안에 있는 검은색 반점을 통해 연령을 대충 추정하기도 합니다. 이 녀석은 어린 녀석입니다. 나이를 먹게 되면 혀여 색이 변하면서 입 안의 색이 전체적으로 검게 변해갑니다. 1년 정도 지난 개체는 혀만 검게 변합니다. 


봉독과 스테로이드 제제 등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며 치료한 결과 조금씩 차도가 생겼고 척추의 변위가 심하지 않은 점들으로 고려하여 치료를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깃 손상의 방지와 추가적인 오염의 문제, 욕창의 방지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처럼 말을 잘 듣는 애들이 아닌지라 필사적으로 그물침대나 고정 포대에서 도망나오려고 애쓰는 통에 치료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어쨌건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동물을 보정하기 위해서 충남센터에서는 고정포대나 그물침대를 고안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치료도구는 철저하게 그 동물에 맞게 맞춰 사용해야만 추가적인 문제를 예방할 수 있고 성공적인 치료를 기도할 수 있습니다.

먼저 큰부리까마귀에게는 고정포대를 사용하기로 했죠.

맹금류 후드는 경우에 따라 다양한 동물들의 보정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고정포대로 감싸 보정한 큰부리까마귀

고안해 둔 다단계 조절가능 고정장치입니다. 경우에 따라 이러한 물품을 직접 제작해보기도 합니다.

스토키넷을 이용해 운동장치도 마련해보았습니다. 아래 동영상을 보시죠...



조금씩의 차도가 생겨 이제 좀 더 다른 방식의 치료를 계획하고 있으며, 한동안 머물던 보정포대(sling cast)에서 빠져나와 걸음마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좀 더 나은 장치를 고민하게 되었고 검색도중 스파이더 포디움이라는 스마트폰 거치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영국에서 먼저 만든 제품인데 중국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저렴한 제품이 있어 제품개발비를 소모하는 셈치고 이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스파이더 포디움이라는 거치대입니다. 크기는 대형과 소형이 있는데 이 제품은 왕거미발거치대로 알려져 있죠. 대형이며 대형태블릿을 거치할 수 있는 크기랍니다.

이 제품이 도착한 즉시 큰부리까마귀에게 장착을 시켜보았고 결과는 우선 대만족의 상황입니다.

스스로 걸어다닐 수 있도록 도르레와 줄을 보정장치에 연결해두었습니다. 움직임을 강화하고자 한 셈입니다. 뭐, 아직 잘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아래 동영상을 보시면 조금씩 움직이는 녀석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황로입니다. 충남 예산에서 2013년 7월 20일 구조된 개체로서 차량충돌에 의한 척추골절과 척수손상이 추정된 개체입니다. 척추손상이 발생하면 그 이하로 운동기능이 제한되어 마비와 운동장애가 발생하게 됩니다.

구조상자에 실린 황로. 발가락에 힘이 전혀 없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진단적 방사선 검사를 실시하였으며

측방상 촬영 결과 최후흉추쪽에서 골절이 발생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황로는 머리가 노랗다고 하여 황로이며, 영어는 cattle egret이라고 합니다. 소가 지나가며 튀어나오는 곤충을 먹으려고 소를 따라다닌 모습을 보고 붙인 이름이죠.

몇 해전 고안해둔 해먹(그물침대)입니다. 재료는 공구박스, 써지넷(의료용 그물), 종이테이프, 집게, 수건 정도입니다. 이 공간에 새를 올려두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배설물에 의한 깃 오염을 막을 수 있습니다. 

탈출을 방지하고자 위에도 수건으로 덮어 집게로 찝어둡니다. 눈 앞으로 먹이.. 어찌 보면 호강인 셈입니다.

어느 정도 회복하여 알루미늄 포대(sam splint)로 고안해 만든 보정장치로 황로를 기립시켜두고 있습니다.

높낮이를 쉽게 조절하기 위해 코브라튜브가 달린 간이 조명대에 묶어 두었죠. 혹시 이러한 코브라튜브만 구하는 것을 아시는 분은 연락 부탁드립니다.

큰부리까마귀와 마찬가지로 스파이더 포디움이 도착한 즉시 장착을 해 보았습니다. 훨씬 사용하기 편합니다.

위에서 본 모양입니다. 스파이더 포디움 회사에서 저희를 칭찬해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아래 영상은 스파이더 포디움을 장착한 황로가 먹이를 먹는 동영상입니다.

이 개체들의 건강한 회복을 모두 기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013년 8월 2일 금요일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인턴쉽 보고서-3(정지훈-제천간디학교)

이 글은 2013년 3월부터 6월 초까지 인턴 과정의 일환으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지내며 많은 도움을 주었던 제천간디학교 정지훈 학생이 작성한 '인턴쉽보고서'를 재편집한 내용임을 밝힙니다.



2. 센터 이외 다른 곳을 경험해보다.
 
- 울산, 부산, 순천센터 -

처음으로 내가 영준쌤을 따라서 출장을 갔었다. Intowild 프로그램을 남부지방 쪽 센터들에게 소개와 더불어 독수리들의 납중독 체크와 샘플 채취를 위해 울산, 부산, 순천센터를 방문하였다. 처음간 곳은 울산야생동물센터였다. 그곳에 첫 느낌이 굉장히 깔끔하지만 바쁨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들 의욕과 열정은 넘쳐났지만 그 에너지를 발산할 환경과 시스템이 주어지지 않아서 굉장히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울산광역시만을 중심으로 하다보니 규모도 작았고 동물들의 개채수도 적어서 직원분들과 많은 얘기는 나눴지만 센터에서 보고 배울 점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았다. 이곳에서는 수술한 독수리를 진료보고 죽어가는 고라니를 안락사하여 부검을 하였다. 

독수리 진료 모습

울산 야생동물구조센터 사무실


부산야생동물치료센터는 국내 센터에서 제일 규모가 컸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와 붙어있어서 환경도 좋고 규모도 굉장히 크고 지원도 잘 받는다. 때문에 센터의 시설은 단연최고였고 교육목적으로도 센터가 굉장히 잘 꾸며져 있었다. 센터라기보다는 낙동강 공원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환경이 좋고 깔끔했다. 하지만 잘 차려진 밥상에 비해 센터가 바쁘게 돌아가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환경은 좋았지만 그 환경이 너무 아깝게 남아도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울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동물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직원들의 열정이 많이 아쉬웠다. 

독수리 피 검사
부산 야생동물구조센터 입구



순천(전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내가 충남센터를 알아보기 전에 제일 먼저 전화를 드렸던 곳이다. 그렇기에 더욱 기대가 컸었다. 전남 전체를 보는 센터치고는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전남에는 충남에 없는 새가 꽤 있어서 새로운 느낌이었지만 역시 충남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모습을 보다가 이곳들을 보니 적응이 되지 않았고 옳다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전남 야생동물구조센터
전남 센터 입구

다양한 타 센터 사람들을 만나면서 듣고 배운것들은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야생동물센터에 대한 나의 환상이 조금은 바뀐 느낌이었다. 당연히 충남처럼 다 바쁘고 정신없을 줄 알았는데 너무나 느슨하고 여유로워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만약 내가 전남센터를 갔으면 내 인턴이 어떻게 바뀌었을지도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었다. 하지만 센터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야생동물에 대한 열정은 넘치지만 그 환경을 만들지 못하고 의견이 계속 엇갈리기에 이처럼 운영이 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누군가 이끌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도 같다.



-one health-

서울대학교에서 열리는 One health 포럼에 다녀왔다.
인간과 동물 환경은 하나! 라는 주제로 이번에는 질병과 신종 질병에 관련해서 강연을 열었다. 나는 영준쌤이 가실 때 쫓아가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처음 강연은 캐나다에 IAN 임상병리학 교수님이 영어로....하셔서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고 2번째로는 우리나라 광견병과 그에 따른 예방책과 너구리 광견병 관리체계에 대하여 강연을 열었다. 이 날 나에게는 너무 어렵고 전문적인 주제들과 토론 내용이어서 내가 이 곳에서 얻거나 배운 것은 없었다. 특히 영어로 강연을 열었던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한데 그걸 알아듣지 못해서 별다른 소득 없이 센터로 돌아와야만 했었다. 그치만 국제적으로 이런 자리를 주기적으로 열고 서로 소통하고 고민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던 나는 우리나라도 어느 정도 야생동물에 관해 자리를 잡아간다는 것을 세삼 느꼈다.

포럼 현장
포럼 참석자들 모습



-한국 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

철원센터의 정식 명칭은 한국 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이다. 쌤을 따라서 철원센터에 자원봉사를 하러 갔었다. 예전부터 얘기도 제일 많이 들었고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곳이어서 엄청기대를 하고 갔다. 처음 도착해 센터를 본 인상은 굉장히 좋았다. 그 곳은 사무국장님과 아내분 2분이서 일하고 계셨는데 굉장히 깔끔하고 정돈이 잘 되어있었다. 나는 가서 횟대를로 교체하고 독수리 우리에 깃을 제거하였다. 그때가 마침 철원 서포터즈라는 철원을 지원해주시는 분들이 오셔서 처음 뵙는 분들과 얘기를 나누고 내가 몰랐던 부분들을 여쭤보면서 워낙 전문가들이시다 보니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 그 분들을 보면서 동물을 좋아한다고해서 단지 수의사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고 언제나 내가 선택할 것은 정말 많다는 것을 알았다.

철원 천연기념물(동물) 치료소에서 봉사자들과 함께


- 어린이 날 행사-

5월 5일 센터 근처 공설 운동장에서 어린이 날 행사가 열린다고 하였다. 그래서 5월 4일부터 센터를 홍보할 것들과 간단히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만들었다. 주로 센터에 있는 야생동물들이 들어갈 수 있는 놀이들을 준비하였고 주로 동물 가면 만들기와 색칠 공부 홍보물 등을 나누어드렸다.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하여 며칠 전부터 준비를 해 일이 끝나면 밤에 틈틈이 만들었고 결과는 굉장히 만족하였다. 사람들도 많이 관심을 가졌을뿐더러 훈련개체 새 2마리를 데리고 나가서 사람들이 더욱 우리 부스에 집중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준비해간 프로그램과 종이가 모두 동 날 때까지 진행이 되었다. 이 날은 예산고등학교에서 자원 봉사자분들도 오셔서 같이 도와서 행사를 진행하였고 충분히 우리 센터를 홍보하는 것과 더불어 사람들에게 야생동물에 대한 인지도와 기본적인 상식들도 많이 알린 것 같고 좋은 시간이었다.


어린이날 프로그램 운영
어린이날 행사(예산군)



3. 그곳에서 나의 생활과 사람들
 
나는 숙식을 다른 곳에서 하지 않고 센터 내 사무실에 있는 당직실에서 먹고 살았다. 
나는 김희종 선생님과 같이 당직실에서 같이 지냈으며 가끔 영준쌤도 와서 주무셨다. 밥은 주로 직원분들과 다 같이 먹었고 아침밥은 보통 피곤해서 먹지 않았고 점심은 처음 2주는 내 돈으로 직접 먹었지만 그 뒤로는 내가 너무 잘 먹는다고 센터에서 지원해주셨다. 저녁은 일이 워낙에 늦게 끝나고 밥시간을 제 시간에 맞출 수가 없어서 직원분들과 같이 먹었는데 간혹 저녁 밥값을 내주시기도 했다. 그리고 쌤들이 다 일찍 들어가실 때는 혼자서 고독하게 밥을 해먹었다. 

나는 출퇴근이 아니라 센터 안에 살다보니까 밤늦게도 다른 일들에 참여할 수 있었고 새끼들이 들어올 때는 내가 새벽에 일어나 밥을 주었다. 근무는 보통 5일을 했으며 간혹 집에 가야될 때는 금요일에 일찍 가기도 하고 반대로 집에 가고 싶지 않을 때는 주말에도 근무를 하였다. 

금요일 오전에는 야생동물학 수업을 들었고 그 이외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나의 무빙에 좋았던 점이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사건 사고가 계속하여 벌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기때문에 훨씬 피곤하지만 피곤함이 일 없는 무료함보다는 훨씬 나에게 좋았다.

기본적인 하루 일과는 아침 9시에 출근해 훈련개체들을 밖으로 빼 햇빛에 노출 시키고 전날 준 먹이그릇을 전부 빼면서 동물들에게 어떤 이상은 없는지 체크를 한다. 그리고 청소와 밖에 일을 하면서 하다보면 쌤들이 부르시거나 진료를 도와달라고 하신다. 그럼 그때부터는 한 가지 일에 매이지 않고 사방에 일을 다 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고 다시 밥을 내보내고 보통 진료를 다 보고 훈련개체들 먹이를 주면 하루 일과가 끝난다. 새끼 동물들이 있을 때는 일이 끝나도 밥을 먹여야하기 때문에 기다려야 하지만 보통은 이렇게 하루 일과가 끝나고 간혹 구조가 5시 넘어서 들어올 경우에는 구조를 해오기도 한다. 매주 수요일에는 전체 동물들의 무게를 재고 대신 금식을 한다. 먹이 준비를 위해 야채를 다지거나 물고기를 분류하고 주변에 풀을 베어내어 신선한 풀을 지급했고 병아리 같은 경우에는 다 떨어질 경우에는 폐기처리되는 1일령 병아리 10,000마리를 구입해 안락사 후 냉동시켜 그때그때 먹이로 공급을 한다.
 
이게 내가 센터에서 했던 기본적인 일들이었고 전반적으로 청소와 허드렛일을 주로 하였지만 처음에는 시키는 일 위주로 하였고 2달째가 되면서는 스스로 내가 일을 찾고 내가 의견을 내거나 제시하기도 하였다. 문제점들이 보이면 여쭤보고 먼저 치우고 고치려 노력하고 특히 청소와 위생, 청결 문제에 대해서 많이 일을 한 것 같았다. 원래 그러한 성격도 있기는 했지만 쌤들이 인력도 부족하고 바쁘시다보니까 청소 등을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내가 그 지점에 대해서는 정말 열심히 한 것 같다. 교육 홍보 쪽으로도 많이 도와드렸고 위에서 말했듯이 자원 봉사자들 같은 경우에는 쌤들이 바쁘시기에 내가 일들을 시키고 많이 가르쳐준 것 같다. 그리고 손님이 오시거나 견학을 오면 옆에서 사진을 찍고 일을 도와드리면서 보조를 많이 한 것 같다.

수술 같은 일들은 내가 직접하지는 못하고 사진을 찍거나 옆에서 간단히 도와드렸고 가끔 새의 심박수를 재기도 하였다. 내가 꿈이 수의사이다보니 수술이 잡혀있으면 최대한 일들을 빨리 끝내고 수술을 보려고 많이 노력했고 실제로 피도 뽑아보고 옆에 붙어있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Ⅲ. 모든 것을 끝마치고..
 

처음 그 곳을 가기 전에 나는 무척이나 떨렸다. 여태껏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러 가는 나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내가 처음한 일들은 청소 등 잡다한 일들이었다. 살아있는 동물들을 다루는 일이다보니 바로 내가 새들과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지루하고 내가 할 일이 없어서 많이 실망하기도 했었지만 시간이 지나서 내가 발전하고 일이나 센터에 대한 지식 등 많은 면이 느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뿌듯하고 그럴수록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다.

나의 무빙에 좋았던 점이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사건 사고가 계속하여 벌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훨씬 피곤하지만 피곤함이 일 없는 무료함보다는 훨씬 나에게 좋았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출장은 나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가서 배우는 것도 좋았지만 내가 궁금해하고 관심있는 분야에 새로운 전문가들을 만나 같이 얘기를 나누고 아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는 것은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이고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업을 들으면서 형들과 같이 새벽 3~4시까지 같이 공부하고 시험을 보기도 하고 일이 끝나면 밤마다 책을 읽거나 센터에 있는 새들에 관해서 공부를 하거나.... 이러한 점들이 배움의 즐거움과 지식에 습득을 통해 내가 그 지식을 이용하고 내 자신이 발전하고 변화하는 모습이 인턴쉽하는 동안 또렷하게 보였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내가 인턴을 하면서 우리학교의 철학, 대안적인 삶 등 이러한 부분에 관해서는 별로 생각을 해보지 못했고 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런 것을 느낄 환경이나 시간이 없었고 센터에서 하는 일은 대안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 당연히 해야 될 문제인데 아직 제대로 못해주고 있는 것들이다.

나는 집에서 개들을 키우면서 유기견 보호소를 보고 매일 봉사다니면서 세상에는 개가 전부이고 유기견들만이 불쌍하다 느끼면서 18년이라는 짧은 세월을 그렇게 고정되고 제한된 시선 속에서 생각하고 바라보기만 하였다. 그래서 나에게 이 인턴은 새로운 계기와 함께 다시끔 나를 되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나아가 내 꿈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수의사가 되어 당연히 동물병원이나 뜻이 있다면 동물 보호소 같은 곳에서 일하겠지만 이 곳을 통해 내가 동물을 좋아함으로 인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고 수의사라고하여 가축이나 소동물이 아닌 그 외에 이렇게 넓고 아름다운 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아직도 고민하고 있고 내가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에 있으면서 나에게 와 닿고 이렇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6년 동안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내가 졸업하고 나서 무엇을 할 것인가?의 대해서 나는 정말 많이 생각하는 편이다.

이 곳 인턴은 나에게 해답이 되어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을 바르게 고쳐주었다. 일단 해보아야한다는 것을...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영어를 공부해야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읽고 싶은 자료와 책들이 넘쳐났지만 수의학 관련된 책은 90%이상은 전부 영어로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느낀 것은 내가 원하고 이루고 싶은 꿈을 이번 인턴을 통해 한번 더 다지고 생각했지만 내가 내 꿈을 위해 노력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단지 조금 행동과 내 주변에 환경으로 과시만 했을 뿐, 결코 나를 가꾸고 더욱 노력할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고 그런 모습들이 인턴쉽에서 보고 배우면서 많이 느껴졌었다. 앞으로 내가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남에게 보이려는 나의 모습이 아니라 내가 필요하고 내가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 갈 것이다.

올빼미 비행 훈련(테스트) 후 기념 촬영.
사진 맨 오른쪽 올빼미를 들고 있는 사람이 나, 가운데 박용현 재활관리사님




3개월간 센터의 많은 도움을 주었던 정지훈 학생에게 감사드립니다.
-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인턴쉽 보고서-2(정지훈-제천간디학교)

이 글은 2013년 3월부터 6월 초까지 인턴 과정의 일환으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지내며 많은 도움을 주었던 제천간디학교 정지훈 학생이 작성한 '인턴쉽보고서'를 재편집한 내용임을 밝힙니다.


Ⅱ. 충남센터에서 나의 삶
 
1. 내가 하였던 일들..
 
-훈련 및 재활-
처음 내가 가서 배운 것은 새들을 손에 올리는 handling을 배웠다.


벌매를 handling하는 모습
소쩍새를 handling하는 모습
            
충남센터는 방생이 불가능한 영구장애 새들 중 특정 개체들을 훈련시켜서 센터에서 데리고 있는다. 그래서 교육, 홍보 등 센터에 이로운 영향을 주는데 크나큰 도움이 된다. 현재 센터에서는 6마리의 훈련개체가 있고 장기간 훈련한 개체들은 자유비행도 가능할 정도로 센터에서 아끼고 잘 관리해주고 있다. 나는 센터에서 까마귀와 황조롱이(밤탱이)를 훈련시켰었는데 황조롱이는 자원 봉사자가 놓쳐서 날아가버렸고 까마귀 같은 경우에는 마지막 1달 정도 내가 훈련을 시켰다.

훈련조류 '마귀'(까마귀)
황조롱이를 훈련시키는 중~


훈련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내가 주로한 것은 handling과 산책, 간단한 비행훈련 등이었다.
또 훈련개체들은 매일 무게를 체크해주고 그에 따른 먹이양을 변화시켜준다. 자신이 훈련시키는 새는 그만큼 관심과 애정이 더 가고 내가 매일 키우고 보살피던 개들과는 달리 새는 훨씬 민감하기 때문에 더욱 그 새에 특성이나 행동에 대해서도 더 공부하고 많은 것을 배웠었다.

그리고 치료를 받고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야할 새들은 비행 테스트를 통해 비행이 정상적으로 가능해야만 방생이 가능하다. 근처 운동장이나 넓은 들에 가서 새를 제스에 채워 낚싯대에 연결해 비행훈련을 시킨다. 높이, 시간, 체력 등을 테스트해 정상적인 비행이 가능해 수의사의 OK사인이 떨어져야지만 방생을 할 수 있다. 방생을 하기까지는 정말 엄청난 노력과 관리가 필요하고 그걸 위해서 재활관리사 쌤들은 언제나 고민하고 얘기한다.
 

-먹이-

 그리고 센터는 보통 하루에 한번(경우에 따라 수시) 먹이가 나간다. 먹이는 주로 병아리와 메추리가 기본적인 먹이로 공급이 되고 초식동물이나 물새들은 야채, 또는 물고기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보통 오전에 먹이준비를 하는데 홀수,짝수 날로 나누어 병아리와 메추리를 교대로 준다. 

새들은 각 개체마다 먹는 양을 일일이 다 체크를 하고 그때그때 잔량을 확인해서 먹이를 나눠준다. 일주일 중 하루는 야외장에 있는 새들도 전부 무게를 잼으로써 규칙적으로 새들에 건강상태를 관리를 하고 먹이량을 조절한다. 

처음에는 내가 잘 모르기 때문에 먹이준비는 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센터에 익숙해지면서 쌤들이 바쁘시면 내가 먹이준비를 나가곤 했다. 그러면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약을 줘야하는 새들은 약을 넣어주거나 강제로 약을 먹이기도 한다. 또 먹이를 먹지 않는 새들은 굶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강제로 먹이를 식도로 집어 넣어준다. 약은 수의사 선생님들이 지어주시고 각 개체마다 어떤 약이 들어가는지 전부 기록, 관리한다. 그리고 강제급여는 새를 직접 잡은 다음에 먹여야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이 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말똥가리 강제급여하기 전 보정 모습



솔부엉이 강제급여
             

또 강제로 입에 넣어주면서 먹이나 약이 기도로 넘어가게 될 경우에는 숨이 막히거나 역류하여 죽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주의해야한다.




-진료보조 및 부검-

센터에서는 매일 새들을 진료 본다. 특히 실내장에 있는 새들은 몸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몸이 호전되기 전까지 수의사선생님이 계속하여 진료를 보시고 약을 처방하거나 응급처치를 하신다. 

내가 한 일은 새를 잡아서 진료를 보시는 동안 잡고 있는 역할이다. 새를 진료보기 전 새의 무게를 측정해 기록을 하고 진료실에 데려와 진료를 본다. 새의 발톱과 부리는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잡고 있는 나, 진료를 보시는 수의사 선생님이 다치실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하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일이다.

X-RAY촬영을 할 때나 마취를 할 때도 옆에서 계속하여 도와드리고 지켜보았다. 원래 수의사가 꿈인 나로써는 이런 기회들이 굉장히 재미있고 배울 점이 많았다. 특히 센터의 특성상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동물들이 다양하게 다쳐서 들어오기 때문에 일반 동물병원과는 달리 훨씬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쌤들이 바쁘실때는 간단한 소독이나 안연고를 발라주는 등 기본적인 것들은 내가 직접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역시 아무리 많이 보아도 직접해보는 것과는 천지차이였다.

그리고 이곳에 있으면서 부검을 굉장히 많이 해보았다. 처음에는 내가 부검이 하고 싶기도 하고 궁금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새들은 생식기가 외관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외형적으로 암수가 뚜렷한 새가 아니면 암수를 구별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폐사한 개체 중에서도 간혹 암수 구별을 위해 복강을 열어 생식샘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가 해보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다. 부검을 하면서 암수에 구별을 할뿐만 아니라 새의 구조 등을 정확히 알 수 있고 소화기관이나 각 장기들에 위치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해오라기 부검(해부)
호랑지빠귀 부검(해부)
  

하지만 부검을 할 때 지식탐구에 의한 욕망인지 흥미를 느낄때 한편으로는 겁이 나기도 하였다. 동물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거의 매일 보면서 생명에 대한 생각이 짧아지는 것은 아닌지 계속하여 나에게 다시 묻고 고민을 하였다.

새 이외에도 고라니도 부검을 많이 하였다. 고라니는 샘플 채취를 위해 죽은 폐사체들의 정소,난소, 소장을 채취해 약물에 담가두는데 많은 것을 배웠고 반추동물이다보니 장기에 구조가 다른 동물들과는 다르게 생겼다.

고라니는 특히나 제일 많이 들어오는 동물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그만큼 죽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생명윤리에 대해서 나는 인턴이 끝날때까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너무 이른 시기에 너무 많은 것이 변화하고 죽어가는 것을 본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된다. 


-구조 및 방생-

제일 중요한 일 중 하나인 구조는 충남지역의 한해서 구조를 나간다. 신고자가 센터에 전화로 구조 신고를 하면 신고접수를 받고 구조를 나갈 수 있는 직원분이 구조를 나가신다.
구조전담 용현쌤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 센터일이 바쁘다보니 그때그때 되시는 분들이 나가게 된다. 거리가 너무 멀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서 버스를 통해 이쪽으로 새를 보내주거나 직접 가지고 오시기도 하며 많을 때는 하루에 8건도 들어온다.

새 같은 경우에는 보통 다쳐서 신고자 분이 박스 같은 곳에 넣어두어 데리고 오면 되지만 때에 따라서는 직접 포획을 하거나 물에 들어가서 구조해오기도 한다. 고라니 같은 경우에는 예민해 특히나 조심해서 구조를 해야되고 너구리같은 경우에는 개선충에 감염 되었을 경우 각별히 주의를 해야된다.

하지만 개, 고양이와 같이 애완동물이나 가축 등은 센터에 들어올 수가 없어서 구조 접수를 받지 않고 고속도로 위의 폐사체 같은 경우에는 간혹 수거를 하러 가지만 대부분 도로공사 측에서 처리한다. 간혹 충남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동물을 직접 데리고 오시는 경우도 있는 편이다. 

구조는 처음에 한 5번 정도만 같이 나가보고 주로 방생을 많이 나갔다. 구조는 생각외로 가서 할게 별로 없다. 구조가 되는 동물들은 새끼거나 대부분 부상을 당해서 사람이 쉽게 제압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은 안전한 곳에 넣어둔 후 인수인계를 받으면 되는 식이다.

한번은 황조롱리 5마리가 미아가 되었다고 신고가 들어와 갔는데 주변에 어미가 있어서 새 집을 만들어 근처 나무 위에 보금자리를 달아 새끼들을 넣어두고 어미들이 새끼들에게 다시 돌아오게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왜냐하면 새끼들이 구조되어 들어오는 경우 중 주변에 어미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아인 줄 알고 새끼를 데리고 와 신고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납치일뿐더러 센터에도 많은 부담을 준다.

황조롱이 인공둥지 설치



둥지를 잃어버린 새끼들을 위해 인공둥지를 만들어주는 모습



방생은 일은 간단하지만 준비단계가 조금 있다. 먼저 그 동물이 처음 구조된 장소에 풀어주는 것이 1차적이고 2번째로 그 동물이 살기 좋은 서식지를 일일이 찾아가 풀어주어야한다. 산림에 사는 새들은 근처에 울창한 산을 찾아서 풀어주어야하고 야행성이냐, 주행성이냐에 따라서 방생하는 시간도 달라진다. 

실제로 포인트를 잡고 방생을 하러 갔지만 지도와는 달리 개발이 되고 있거나 주변에 인가가 많을 경우에는 다른 곳으로 위치를 다시 잡아서 방생을 시켜줘야한다. 텃새의 경우에는 그냥   개체가 살기 좋은 서식지에 방생하면 되지만 철새 같은 경우에는 시기를 놓치면 그 새의 무리가 다시 한국에 올때까지 센터에서 데리고 있다가 다음 해에 방생을 한다. 나는 밤에도 센터에 있기 때문에 방생은 거의 한번도 빠지지 않고 같이 나갈 수 있었다. 그냥 잘 있다가 가는 새가 있는가하면 내가 1달동안 먹이주고 약 넣어주고 정이 들어 떠나보내기 아쉬운 새들도 있는데 그 녀석들이 하늘을 박차고 날아갈때가 나도 그렇고 쌤들도 제일 기분 좋고 센터일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하셨다.

한번은 고라니를 방생하러 나갔는데 포인트로 잡았던 지점이 개발공사 중이여서 방생할 곳을 찾아 밤 12시까지 돌아다녔던 적도 있다.



-새끼동물들 관리-


센터가 바빠지는 이유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새끼동물들 때문이다. 새끼동물들은 스스로 먹이를 먹기 전까지는 직접 먹이를 줘야하고 매 시간마다 체중관리와 몸 상태를 체크해야한다. 주로 5월 말부터 6월 말까지가 새끼들이 엄청나게 센터로 들어오는 시기인데 이때가 가장 바쁘고 센터가 복잡할 때이다.

새끼들은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굉장히 주의해야하고 먹이도 이유식 등을 준비해서 줘야한다. 내가 있는 동안은 담비, 멧비둘기, 황조롱이, 고라니, 너구리등 많은 새끼들이 있었고 그 중에서도 멧비둘기와 너구리 새끼들을 많이 돌보았다. 

멧비둘기 같은 경우에는 3마리가 들어왔는데 2마리는 방생을 하였고 한 마리는 아직 계류장에 있었다. 내가 처음 대해보는 새끼여서 더욱 열심히 키웠는데 먹이도 이유식을 직접 만들어 강급을 해주다가 컨디션과 몸 상태를 보고 야외장으 로 이동을 시켰다. 내가 비둘기들을 잘 키워서 센터분들이 비둘기 아빠라고 별명을 지어주시기도 하였다.

2마리의 멧비둘기를 직접 새끼때부터 키워 방생까지 하였다

너구리들은 5월 말에 들어왔는데 6남매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밥도 안 먹고 고집을 피우고..하지만 강제로라도 먹이지 않으면 죽기 때문에 3시간마다 분유를 주었다. 새벽에도 교대로 일어나 밥을 주고 나는 센터에서 머물기 때문에 매일 3시까지 밥을 주고 무시무시한 나날이었다.

한 번도 그런 경험을 해보지 못한 나는 처음에 그저 너구리들이 귀엽기만 했는데 며칠이 지나고 이제는 무서울 정도로 지쳤었다. 다행히 너구리들은 별 탈 없이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고 자기들이 스스로 먹이를 먹을 정도까지 되었다.
 
고라니는 내가 있는 마지막 주에 들어왔다. 고라니 새끼는 3마리가 들어왔는데 정말 조그맣고 귀엽다고 했는데 성격은 정말 포악하기 그지없었다. 그 조그마한 몸으로 먹기 싫다고 발버둥치는 고라니는 맹수와 맘먹는 힘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고라니들은 너구리와 달리 잘먹어도 갑자기 이유없이 죽는 경우가 많아서 키우기가 힘들다고 하셨다.

너구리같은 경우에는 센터에 있는 암컷 너구리가 보모 역할을 해주어 잘 크지만 고라니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혼자서 살아남아야하고 워낙에 예민하다보니까 키우기도 더 힘들다. 하지만 새끼부터 키워서 방생을 하면 그 느낌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새끼 너구리 인공 포육 중
또 따른 새끼 너구리

★먹이 먹이는 방법★

1.먼저 배변을 유도한다 → 2. 무게를 잰다 → 3. 우유를 먹인다 → 4. 무게가 일정 수준 오를때까지 참고 또 참고 계속 먹인다 → 5. 무게량을 체크하고 다시 재운다.

개별 관리를 위해 케이블 타이 색으로 구분
새끼 고라니 인공 포육 중에..






-그 외에 일들-

위에 일들은 센터에서 중점적으로 하는 일들이고 내가 그 외에 한 일들은 주로 시설관리와 골격차트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먼저 시설관리는 선임수의관인 영준쌤은 주로 밖에 시설 보수나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하시는데 내가 목공을 배웠다고 하니까 굉장히 좋아하셨다. 그래서 센터에서 뭐를 만들거나 공구를 써야될때면 언제나 나를 불러서 같이 하셨다. 워낙에 다양한 공구들도 많고 밖에 할 일이 많아서 나를 불러서 같이 일하고 가르쳐 주시는 일이 굉장히 많았다.

거기서 이런 동물 관련 일 이외에도 토목? 이런 공구들 다루는 것과 시설설비 등 다양한 일들을 시키셔서 많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힘쓰는 일이 많다보니 형들과 같이 이런 일들을 하면서 다른데서는 배우지 못할 것들을 많이 배웠다. 수도설비, 학교에서는 써보지 못했던 공구들, 예초기...쌤들이 바쁘시다보니까 내가 일을 하다가 밖에 문제가 생기거나 보수해야할 것들은 내가 직접 고치는 정도까지 익숙해졌었다. 다만 조심성이 없어서 조금 잔소리를 많이 듣기는 했지만 언제나 물어보고 호기심을 가졌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목공으로는 새 집과 너구리 집을 만들었고 그 외에도 워낙 목공을 좋아하시다보니 수납장 등 다양한 것들을 같이 만들었다.

직접 만든 새끼 너구리들이 숨어서 쉴 수 있는 피신처

훈련 조류를 위한 간이 이동식 새장


그리고 센터에 있는 새들의 골격차트를 작성하는 일을 하였다. 센터에서 진료를 본 모든 동물은 intowild라는 프로그램에 기록이 된다. 하지만 골절이 있었다고 기록만 되어있고 그 기록들을 수정하여 그림차트에 등록을 시켜야 한다.

하지만 나는 형들과는 달리 한번도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동물의 뼈 구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서 영준쌤이 하고 싶으면 직접 찾아서 공부하라고하여 직접 인터넷을 통해 뼈 사진을 찾아서 번역해 공부를 하였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점점 공부를 할수록 재미있고 내가 발전하는게 보이니까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기본적인 뼈의 이름을 다 외울 정도가 되었고 골격차트도 12, 13년도는 완성을 시켰다. 어떻게 보면 내가 거기선 한 과제라고 볼 수도 있을 정도로 엄청 공부를 하였다.

골절된 부분을 알기 위한 방사선 사진
새 뼈의 구조


마지막으로 자원봉사자들이 센터에 오면 일하는 것을 도와드리고 센터를 소개해드렸다.
영준쌤이 말하시길 자원봉사자가 자원봉사자를 가르치고 도와주는게 센터의 이상적인 바람 중 하나라고 하셨다. 

나는 거기서 상주하다보니 당연히 다른 사람들보다 일 배우는 속도나 모든 면에서 빨랐고 그 덕분에 다른 봉사자분들이 오시면 쌤들이 바쁘시니까 내가 직접 모시고 센터를 소개해드리고 이것저것 일을 드리고 도와드렸다. 쌤들도 할 일이 적어지시고 나는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줘야되니까 더욱 많이 배울려하고 노력을 하였다.

특히 주말에는 자원봉사자가 많이 오면 미리 할 일을 기억해 두었다가 일을 나누어드리고 질문에 왠만한 것들은 내가 다 대답해드리고 굉장히 뿌듯한 일이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배우는 것은 쉬워도 내가 사람에게 일을 시키고 가르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일을 하면서 또 한번 성장을 하였었다.


곧 3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