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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30일 화요일

위기의 청소동물, 이건 먹지 말았어야 했는데!

매년 겨울철이면 최상위포식자에 속하는 독수리나 흰꼬리수리와 같은 대형 맹금류가 여지없이 구조되어 들어옵니다. 녀석들은 덩치도 크고, 하늘에서 바람을 타고 유유히 비행하는 습성을 지녔기에 누군가의 눈에 띄기 쉽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하나같이 법정보호종에 속해 당장에 보호를 필요로 하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쏘아대는 총에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적 테두리를 한참이나 벗어난 야만적 행태지요.
녀석들을 위협하는 것은 밀렵만이 아닙니다. 안개가 끼거나 흐린 날에는 교각이나, 전깃줄, 풍력발전소의 날개와 같은 인공구조물에 부딪히곤 합니다. 워낙 덩치가 크다보니 즉각적인 회피 비행이 어려워 갑작스레 눈앞에 나타난 구조물을 미처 피하지 못하곤 합니다. 

독수리나 흰꼬리수리 같은 대형 맹금류는 종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죽은 동물의 사체도 곧 잘 찾아먹는 청소동물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사체를 먹는 동물의 습성을 부정적인 모습으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편견일 뿐, 생태계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왜 우리 사람들이 먹는 고기 역시 대부분은 죽은 동물의 사체에서 비롯되는걸요. 이상할 것 하나 없죠. 

대표적인 청소동물 '독수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소동물이 생태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사체가 오래 방치되면 부패하기 마련입니다. 이는 질병의 확산, 해충의 집단발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지요. 그런데 독수리와 같은 청소동물이 나타나 사체를 소비한다면, 이런 문제를 예방하고, 질병의 확산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만약 이런 동물의 개체수가 급감해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든다면, 우리는 보다 많은 질병에 노출되는 삶을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겁니다. 
이런 청소동물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 중 하나가 '썩은 고기'를 좋아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청소동물에게 죽은 사체를 찾아 먹을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습니다. 녀석들에겐 꽤나 간절한 기회지요. 또, 얼마 전 폐사한 신선한 먹이만을 찾아 헤맬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만약 신선한 먹이만을 선호하는 성향을 지닌 청소동물이라면 다른 개체와의 경쟁에서 쉽게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조금 시간이 지나 부패가 시작되었을지라도 그 먹이를 포기할 수 없는 거죠. 그렇다보니 부패한 먹이원을 섭취해 식중독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독수리, 까치, 큰부리까마귀가 모여 고라니 사체를 섭식하는 모습 


이처럼 사체를 먹는 청소동물에게는 '먹이원이 되는 폐사체가 과연 어떤 이유로 폐사했는가'가 녀석들의 생사를 결정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사항이 됩니다. 만약 농약을 먹어 죽은 동물을 먹는다면 녀석들 역시 마찬가지로 농약중독이 발생합니다. 또, 누군가가 쏜 납탄에 맞고 죽은 동물을 먹는다면 납중독으로 이어집니다. 농약중독과 납중독이 가지는 여러 차이가 있긴 하지만, 소량만 섭취해도 문제가 발생하며, 쉽게 분해되지 않고 축적된다는 특징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지역에 서식하는 더 많은 동물이 같은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치명적인 공통점을 지녔습니다. 절대 경계를 늦출 수 없는 문제겠지요.

누군가 고의적으로 농약을 묻힌 볍씨를 논에 뿌려두었고, 이를 먹은 가창오리 수십 마리가 폐사했다. 이후, 이 가창오리를 먹은 십여 마리의 독수리가 농약중독으로 조난되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축산물의 야외폐기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 이러한 청소동물들이 먹이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녀석들을 보호하기 위해 민간단체와 관공서에서 부분적으로나마 먹이를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죠. 하지만 제공되는 먹이에 도축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이 포함되어져 있거나, 가축농장에서 나온 폐사체 등도 활용되고 있어 잠재적인 질병감염의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정육을 제공하기에는 가격이 비싼 문제가 존재합니다. 

농가에서 기르다가 폐사해 버려진 닭을 먹는 어린 흰꼬리수리


최근에는 사고로 인해 폐사한 야생동물, 특히 고라니를 먹이로 제공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폐사한 야생동물이 다른 야생동물에게 섭식되어 에너지원이 된다는 것 자체에는 의미가 있지만, 주로 제공되는 고라니의 경우 수렵의 과정에서 사용된 납탄이 몸에 박혀있을 가능성이 있고, 이를 독수리나 흰꼬리수리가 먹게 된다면 심각한 납중독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고라니 등의 야생동물을 먹이로 제공하기 이전에는 방사선 촬영을 통해 몸에 납탄이 있는지의 여부를 우선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죠? 

차량충돌에 의해 폐사한 고라니를 흰꼬리수리가 발라먹은 모습.
사냥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어린 대형 맹금류에게 도로 위의 사체는 위험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먹이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2차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존재한다.

차량에 충돌해 구조된 고라니의 근육 속에 납탄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고라니가 청소동물의 먹이로 제공된다면, 납중독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너무 많은 개체의 대형 맹금류를 한 장소로 모이게 만들면 예기치 못한 질병의 확산이나 오염원과의 접촉으로 대규모 피해가 야기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독수리들이 대규모로 도래하는 지역에서 여러 마리가 같은 위험에 노출되어 단체로 조난에 처하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먹이를 안줄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먹이 제공을 중단한다면, 녀석들은 심각한 굶주림에 처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아주 다양한 곳에 나눠 제공하는 것 역시 물리적인 어려움이 있겠지요. 앞으로도 이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당사자들 간의 지속적인 협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 봄이 찾아오면 이 덩치 큰 친구들은 그들의 번식지인 몽골, 러시아 등으로 북상하게 됩니다. 그때까지 아무쪼록 잘 먹고, 잘 쉬다가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꼭, 내년에 새끼를 데리고 우리나라를 찾아와 다시금 만날 수 있기를, 푸른 하늘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녀석들과 오래오래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바람을 타고 유유히 하늘로 날아오르는 독수리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6년 10월 23일 일요일

야생동물과의 공존, 그 어려운 딜레마에 대하여

삵이 덫에 걸렸다. 그것도 ‘창애’라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덫에 말이다.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에 해당해 보호받아야 하는 삵이 왜 이런 덫에 걸리게 되었을까?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고양잇과 야생동물 '삵'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사람이 덫이나 총을 이용해 야생동물을 포획하는 경우는 대게 이러하다. 동물의 털이나 가죽을 얻기 위해, 근거 없는 보신문화로 야생동물을 섭취하기 위해, 연구/전시/사육의 목적이 있을 경우, 사냥을 취미로 삼고 즐거움을 얻기 위해, 동물을 혐오하기 때문에가 그 이유일 수 있겠다. 그리고 하나 더, 동물이 사람에게 경제적으로 피해를 끼치거나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삵이 덫에 걸린 곳은 어느 양계 농가였다. 요 며칠 녀석이 양계장에 침입해 닭을 물어갔다. 물어간 한, 두 마리 닭이 피해의 전부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일반적으로 양계농가는 닭을 좁은 공간에서 집단으로 밀집사육 한다. 삵이나 수리부엉이 같은 포식자가 닭을 노리고 양계장에 들어오면 놀란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폐사하거나 포식자를 피해 무리지어 다니다가 넘어져 밟히거나 서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폐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경우가 발생하면 닭을 사육하는 농장 주인에게는 꽤나 큰 경제적 피해를 끼칠 수도 있는 것이다.

침입자로 인해 폐사한 양계장의 닭

크고, 작은 피해가 반복되자 농장 주인은 침입하는 녀석을 잡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덫을 구매해 양계장에 드나드는 길목에 설치해두었고, 삵은 이 덫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걸리게 된 것이다. 자신과 닭에게 피해를 주는 삵을 잡는데 성공했다는 성취감을 느끼기도 전에 막상 덫에 걸려 몸부림치는 녀석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구조센터에 구조를 요청하게 되었다.
현장에서 만난 삵의 몰골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덫에 걸린 뒷다리는 잘려나가기 직전이었고 상처부위엔 파리가 들끓으며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다. 덫에 걸린 뒤 풀어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다치게 되었는지 오른쪽 눈이 심하게 부어있기도 했다. 덫을 제거하고 녀석을 구조하기 위해 다가갔지만 녀석은 무척이나 예민해진 상태였다. 사람에 의해 덫에 걸렸으니 사람이 그리도 두려운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상황이었다.

덫에 걸린 삵의 모습. 다리가 거의 절단되기 직전임을 확인할 수 있다.





녀석을 포획하는 모습을 내내 지켜보던 정작 덫을 설치했던 양계장 주인분의 표정에는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가득했다. 마치 자신이 덫을 설치한 걸 후회라도 하는 듯 말이다. 그럴 수밖에,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고통 받는 생명체를 지켜보는 것이 어찌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양계장 주인의 선택을 쉽사리 비난하는 건 문제가 있다. 우리는 양계장 주인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어야한다. 애지중지 기른 닭들이 예기치 못하게 죽어나갈 때의 심정이 오죽 화나고 안타까웠을까? 특히나 그에겐 생계를 유지하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과 방법이 잘못되었다.

검사와 치료를 위해 마취 중인 삵의 모습

 
서로를 가해질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없었을까?
 
포식자가 양계장에 침입하는 것이 확인된 시점에서 가장 우선 시 해야 하는 것은 침입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양계장을 보수하거나 외벽을 설치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점이다. 침입하는 동물을 포획해 처리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시간이 지나 또 다른 동물이 양계장에 나타나리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 아니겠는가. 나아가 만약 포획을 시도한다면, 덫의 선택에 조금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했다. 창애는 동물이 덫의 일부분을 밟으면 잠금장치가 풀리면서 날카로운 이빨을 지닌 부분이 콱! 하고 맞물려 동물의 신체를 물게 되는 구조를 지녔다. 이 덫에 동물이 걸리게 되면 피부와 근육의 손상, 골절은 기본이고 심할 경우 신경이 손상되거나 절단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결국 다리는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덫의 종류는 다양하다. 창애나 올무처럼 신체 일부에 심각한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덫이 있는 반면, 포획 틀과 같이 조금은 더 안전하게 잡을 수 있는 덫도 있다. 만약 이러한 덫을 사용했으면 어땠을까? 안전하게 포획해서 양계장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고 삵에게 살기 적합한 환경을 찾아 풀어주어 서로가 받는 피해를 해소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일반적으로 '덫'하면 가장 먼저 떠오는 것이 바로 이 '창애'일 것이다

결국 삵은 다리를 절단해야했다. 덫이 너무 깊게 파고들어 이미 회복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구조센터에 머물면서 야생에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오랫동안 평가받아야 했다. 그렇게 약 3개월이 흘러 삵은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비록 다리를 잃었지만, 녀석이 쌓던 삶의 역사는 계속해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물론, 양계장에서 굉장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말이다.

동물이 사용할 수 없는 신체를 지니고 있는 것은 큰 위험부담이 될 수 있다.
추가적인 감염의 위험과 장애를 극복하는 보정기구 등의 사용이 제한적이기 때문 


야생동물이 왜 사람에게 접근하는 것일까?
 
사실 이런 경우가 양계장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유해 야생동물로 알려진 고라니나 멧돼지, 까치와 같은 동물들이 밭에 내려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고라니나 멧돼지의 경우 이동을 하는 도중에 저도 모르게 도심이나 민가에 진입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후에 갑작스럽게 맞닥뜨리는 수많은 사람과 무섭게 내달리는 자동차, 소음, 불빛에 의해 놀라 극도의 흥분상태가 된다. 흥분하니 난폭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고, 덩달아 사람들도 놀라거나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난폭함은 사실 그들에겐 살고 싶다는 표현이자 절박한 저항의 수단이다.
그 때문일까? 이런 유해 야생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피해만 끼치고, 난폭하기 까지 한 동물이라고. 때문에 무분별하게 잡아 없애고, 어떠한 가학적 처치를 가해도 상관없는 존재쯤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로 그렇게 해도 아무렴 상관없는 그런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밀렵으로 올무에 걸려있는 멧돼지를 구조하기 위해 마취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출처 : 김영준)


그렇다고 직접 피해를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자금과 노동력을 들여 정성껏 재배하고 키워낸 농작물이 하룻밤 사이에 망가지는 것을 보는 농민들의 마음도 야생동물의 생존권 만큼이나 중요하게 헤아려야한다. 동물의 접근을 적절히 예방하고 차단함과 동시에 서로에게 경제적, 감정적, 생명의 소모만을 불러일으키는 갈등을 줄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물들이 꺼려하는 초음파를 발생시키거나 포식자의 소리, 배설물을 농장 부근에 뿌려두는 방법, 전기 목책, 폭음탄 등 이미 시행되고 있는 예방의 방법도 다양하다. 물론 필요하다면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직접 포획하는 방법도 사용해야 하겠지만, 사전에 피해의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예방의 노력을 우선적으로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정성껏 기른 농작물이 야생동물에 의해 망가지는 것을 보는 농민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결을 위한 노력을 피해 당사자들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농작물의 생산자와 야생동물의 갈등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농작물을 소비하는 우리와도 뗄 수 없는 문제이다. 피해를 겪는 농장에 대한 예방책 지원, 피해 정도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이에 걸맞은 투명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먹을 농작물의 가격이 다소 상승할 수밖에 없다면, 이를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해심도 갖춰야한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 인간의 거주지 확대와 농토 확보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면서 자연 생태계가 속수무책으로 훼손되어왔다. 서식지가 줄어들고 먹을 것을 찾기 어려워진 동물들에게 양계장이나 농작물을 재배하는 곳은 그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자. 그들이 우리에게 피해를 주고 싶어서 혹은 그들이 행한 것이 우리에게 피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서 하는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 사람들이 산에 올라 임산물을 채취하고 도토리를 주워오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야생동물이 사람들의 거주지 부근으로 내려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 인식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다.
단지 그들은 그들의 삶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삶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해주길 바란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 본문에서 다룬  삵의 이야기는 2012년에 발생한 사례입니다.

2016년 7월 29일 금요일

덫에 걸려 구조되었던 너구리, 하나가 아닌 다섯이 되어 자연으로!

눈이 내리던 지난 2월의 마지막 날, 목소리가 앳된 초등학생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한껏 상기된 목소리의 소년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어떤 동물이 덫에 걸려있다고 전해왔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 덫이? 설마 그냥 어떤 구조물에 걸린 거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현장에 나가보았습니다. 그리고 경악을 금치 못할 상황과 마주했습니다.

정말로 아파트 단지 내 위치해있는 공원 산책로 바로 옆에 야생동물인 너구리가 덫에 걸려있었습니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죠.

덫(창애)에 앞 다리가 걸린 채 시름하던 너구리의 모습.
덫에 걸리면 빠져나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합니다.


너구리가 덫에 걸려있다는 사실도 경악스러웠지만, 더욱 끔찍했던 건 이곳이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해있다는 것 입니다. 주변에는 여러 아파트 단지와 학교, 관공서, 큰 규모의 유치원도 자리해있었습니다. 심지어 바로 옆에는 아이들이 뛰어 놀아야 할 놀이터도 위치해있었죠. 만약 어린아이가 산책로 근처의 풀밭에서 놀다가 이 덫에 걸리기라도 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누가 왜 이런 덫을, 어디에 얼마나 더 설치했는지 파악할 수 없어 그 위험성은 계속해서 존재하는 상황이었죠. 특히나 아파트단지의 공원과 같은 불특정 다수가 자유로이 이용하는 장소였기에 그 위험성은 더욱 높을 수밖에요. 

덫이 설치되어있는 위치는 어린이들도 충분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바로 옆에는 놀이터가, 불과 200m 근처에는 큰 규모의 유치원이 위치해있습니다.


덫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포획 틀이나 올무 등도 있지요. 하지만 우리가 가장 흔하게 떠올리는 덫이 바로 '창애' 입니다. 창애는 동물이 덫의 일부분을 밟으면 잠금장치가 풀리면서 날카로운 이빨을 지닌 부분이 콱! 하고 맞물려 동물의 신체를 물게 되는 구조를 지닌 덫입니다. 이 덫에 동물이 걸리게 되면 피부와 근육의 손상, 골절은 기본이고 심할 경우 신경이 손상되거나 절단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어린아이의 발목이 이 덫에 걸렸다면 어찌되었을까요? 골절 등의 크나큰 상처가 생기는 것은 불 보듯 뻔 한 결과입니다.
특히나 이러한 덫은 누구나 쉽게 구매해 설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악용의 소지 또한 높은 상황입니다. 사람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는 창애가 '쥐덫' 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판매되고 있으니까요.

추운 겨울, 굶주림에 지친 너구리가 사람의 거주지 주변까지 와 먹이를 찾아 헤매고 있었고,
북어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고 덫 근처에 다가왔을 겁니다. 그리고 덫에 걸리고 말았죠.


보통 동물이 이러한 덫에 걸렸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 더 큰 상처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발버둥 치면 칠수록 상처는 깊어지고, 치료는 어려워지죠. 또 빼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빨이 부러지거나 빠지는 2차적인 상처를 갖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상처부위에 감염까지 발생해 돌이킬 수 없을 정도에 치닫기도 하죠.

덫(창애)에 걸려 다리가 절단된 너구리의 모습


하지만 무척이나 다행스럽게도 이 너구리는 상당히 온전한 상태였습니다. 발가락의 일부만이 덫에 걸려있었고, 크게 발버둥치거나 물어뜯지 않아 상처도 심하지 않았습니다. 보통의 너구리는 덫에 걸리면 빠져나가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쓰다가 더 큰 상처를 얻곤 하는데 이 너구리는 그렇지 않은 것이 꽤나 의아했습니다. 구조 이후 방사선 사진을 찍어보니 좌측 발가락에 약간의 폐쇄골절이 있었고 피부 괴사가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허나 이 역시도 기존에 덫에 걸린 다른 개체들과 비교한다면 천만다행인 수준이었죠. 

덫에 걸렸던 부위의 검사와 치료를 진행하는 모습
좌측 발가락뼈에 골절이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왜 아파트 단지에 이토록 무시무시한 덫을 설치해놓았을까요? 
이런 곳에서 야생동물을 밀렵하고자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마 최근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유기동물이나 길고양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거나, 혐오하는 마음에 상해를 입힐 목적으로 설치되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 같습니다. 
최근 뉴스만 봐도 독극물을 넣은 먹이를 이용해 길 위의 생명을 죽이거나 길고양이에게 화살을 쏘기도 하고,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일명 '캣맘'이 폭행을 당하는 등의 '동물혐오'에 따른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가 덫이 설치되어있던 장소입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이곳에 설치된 덫은 그 누구에게나 크나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위험이 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길 위의 다른 생명들이 불편하고 혐오스럽다하더라도, 어찌 이런 방법까지 선택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덫에 걸린 동물이 겪을 고통은 전혀 생각지 않았을 테죠. 그렇다면 동물도 동물이지만, 만약 이 지역주민이나 어린이가 이 덫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는지도 생각지 못했던 걸까요? 아니면 아무렴 어때하고 개의치 않았던 걸까요?

만약 후자라면, 우리는 지금 너무도 끔찍한 생각을 지닌 누군가와 같은 시간, 장소를 공유하며 살아가는 셈입니다. 동물을 싫어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 그들에게 주어진 자유는 아닐 텐데 말이죠.

두려움에 사로잡힌 구조 당시의 너구리


아무리 덫에 걸린 것 치곤 상처가 심하지 않다고 해도 골절이 존재했기에 치료하는 과정은 꽤 긴 시간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렇게 너구리는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머물게 되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너구리는 이미 뱃속에 새 생명까지 품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치료를 받는 동안 점점 몸은 불어만 갔습니다. 분만 전까지 치료가 완벽하게 끝난다면 좋으련만,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의 시기는 속절없이 다가왔습니다.

갓 태어난 새끼 너구리의 모습입니다. 


결국 너구리는 이 곳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소중한 4마리의 새 생명을 출산했습니다. 이곳이 아닌, 그들의 삶에 있어 가장 적합한 야생에서 새끼를 낳아 기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미 너구리는 새끼를 낳자마자 여느 어미처럼 품어주고 보듬어주느라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아무리 어미 너구리가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다 하더라도 눈도 채 뜨지 못한 새끼너구리들과 함께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어쩌면 서로에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때문에 새끼 너구리들이 조금 더 자라 자연에 적응하기 수월해질 때 쯤 돌려보내주기로 하였죠.

어느 정도 자란 네 마리의 새끼 너구리입니다. 그래도 아직 많이 어린 상태죠.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어미 너구리는 최선을 다해 새끼들을 길러냈고, 덕분에 새끼 너구리들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눈도 못뜨고 꼬물거리던 녀석들이 이제는 장난도 치고 사람을 보면 경계를 하는 늠름한 모습도 보여주었지요.
더불어 어미의 다리도 말끔히 나아졌습니다. 다행히 뼈도 잘 붙고 상처도 잘 아물었어요.

이 말인 즉, 너구리들이 자연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겠죠!!

다리의 상처가 다 아물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스러웠을까요?!


방생에 앞서 숨겨진 먹이를 스스로 잘 찾아먹는가를 평가하기 위해 먹이를 땅에 묻어주었습니다. 과연 스스로 잘 찾아 먹었을까요?  아주 훌륭하게 잘 찾아먹더군요!

열심히 땅을 파 먹이를 찾아 먹는 새끼 너구리


야행성인 너구리의 성공적인 방생을 위해 날이 어두워진 후 방생을 진행했습니다. 




어미가 구조센터에 들어온 지 약 5개월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계절도 변하고, 오가는 동물들도 많이 변해갔어요. 그 시간동안 가장 변한 것이 있다면 역시 이 너구리일 것 입니다. 혼자였던 삶이 다섯으로 늘어났으니까요. 그만큼 삶의 무게도 늘어났겠지만 지금까지 여러 난관을 잘 거쳐 왔기에 앞으로도 서로 의지하면서 잘 이겨낼 수 있겠죠!!

물론, 그들이 앞으로도 잘 지낼 수 있으려면 우리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나에게 다소 불편하다고 해서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생명경시가 지금과 같이 완연하다면 그들의 삶은 결코 나아질 수 없겠죠.

나와 다른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 이타심, 공존을 위한 배려와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또 다시 사람이라는 덫에 걸려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우리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또 다시 사람이라는 
덫에 걸려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