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검색해보세요

2012년 6월 20일 수요일

기낭이 파열된 황조롱이 유조

황조롱이는 도시형 맹금류라고 알려질만큼 우리 주변에 널리 서식하는 종입니다. 공중에서 정지비행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명한 새죠. 천연기념물로 보호를 받고는 있지만 그 서식분포나 수는 맹금류에서 최고 수준일 겁이다. 가장 많은 맹금류? 먹는 것도 작은 메뚜기에서부터 등줄쥐, 꺼병이, 작은 새나 비둘기까지 다양하니 먹이의 선택도 나름 뛰어난 셈이죠.
보통 암컷의 체중은 210-240그램 정도이고 수컷은 훨씬 작아서 170-190그램 정도입니다. 20-70그램 정도의 수준 자이밖에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실지 몰라도 30그램만 해도 수컷에게는 거의 15%의 체중에 해당합니다.

황조롱이는 자외선 영역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죠? 그래서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쥐 오줌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쥐오줌은 자외선을 반사시켜 내거든요.

번식으로 말하자면 황조롱이는 3월 말에서 4월 말 사이에 산란을 하고 5월부터 부화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경우는 좀 느린 셈이죠.

둥지는 독특한 곳은 선택하지 않습니다. 그냥 아파트의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칸에 둥지를 틀고, 가급적 높은 곳을 선호하긴 합니다. 보통은 10층 이상 건물을 선택하죠. 물론 까치의 묵은 둥지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스스로 둥지를 가꾸어 만들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도시에는 황조롱이들이 많이 보이고, 또 시골에서도 높은 곳을 찾기 때문에 가장 높은 아파트에서 자주 보이는 것입니다. 좋은 서식지이죠.

황조롱이가 번식하는 번식하는 곳을 좀 볼까요?

2011년도 예산군의 한 아파트 주인이 베란다에서 끄집어 내라는 통에 인공둥지인 Hack table을 만들어서 옥상에 올려두었습니다. 어찌보면 몰지각하죠.

어미와 아비가 모여서 앉아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맹금류의 경우 수컷은 암컷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이유는... 덩치가 크니깐요.

암컷이 날아가고 있습니다. 꽁지깃을 자세히 보시면 가로무늬가 보입니다.
수컷황조롱이는 머리가 회색을 띱니다. 마찬가지로 꽁지깃도 이런 색이 나오는 반면 암컷은 꽁지깃에 줄무늬가 들어가죠.

길면 3주면 둥지를 떠날 녀석들입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주변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하여 어미들이 찾아오는지 확인합니다. 어미가 찾아오지 않아 굶어죽으면 안되니깐요. 만일을 대비해서 1-2일치의 먹이를 미리 놔두기도 합니다.

어미가 성공적으로 찾아왔고, 앞쪽에 꺼병이를 잡아다 먹이로 두었습니다.


지금 설명드릴 것은 기낭이 파열된 황조롱이 유조입니다. 아마 경기낭 부위가 파열되어 피하기종으로 나타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보통은 외부 충격에 의해 기낭이 파열되어 나타납니다. 호흡이 좀 곤란하지요.

충남 논산 강경의 한 아파트에서, 시민이 돌봐주시고 있던 황조롱이 가족이었습니다. 그냥 옥상의 화분에 둥지를 틀어둔 것을 발견하시고 우산도 씌워주시고, 멀리서 지켜보셨답니다. 4월 10일 경에 날아와서 알을 낳고 모두 6마리가 태어났는데 이 녀석들이 수시로 바로 아래층으로 떨어지곤 했다는군요.

그런데 어제 황조롱이 막내의 목이 이상한 것을 보시고 저희 센터에 연락이 왔습니다. 모바일로 사진이 오긴 왔는데, 멀어서 정확한 판단은 안 섰지만 의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구조를 결정했습니다. 다만 저희가 현장을 나갔을 때 동물을 못 잡는 경우가 많아 가이드라인에는 동물이 확보된 상황으로 현장출동을 제한하고 있어서, 신고자분께 황조롱이를 잡아달라고 부탁드렸지요. 결과적으로 2층 아래에서 떨어져 발견되었답니다.

모두 6마리였고 아파트 옥상의 화분에 번식한 독특한 녀석입니다.

나머지 네마리는 그나마 상당히 건강한 상태입니다.

그나마 건강한 녀석들입니다.

아래층으로 떨어져 구조된 기낭파열 황조롱이입니다.


현장에 저희 재활관리사가 도착을 해보니 황조롱이는 모두 6마리인데 한마리는 피하기종, 다른 한마리는 잘 걷지 못하는 상태라고 협의를 해와서 두마리를 철수시키자고 하였지요.


센터에서 확인한 결과 기낭파열에 의한 피하기종이 생긴 황조롱이 유조입니다. 태어난지는 한달 정도? 다른 개체들에 비해 제일 막내인 셈입니다.

앙가슴부위가 많이 부풀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호흡이 곤란한 상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피하기종을 빨리 제거해주는 게 맞습니다. 다만 앞쪽은 모이주머니(소낭)가 있으므로 되도록 측면이나 목 뒤에서 바람을 빼는 게 맞습니다. 또 오른쪽에는 경정맥이 크게 발달하므로 좌측이 보다 안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류는 포유류와는 달리 기낭을 가지고 호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몸에 여러개의 풍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죠. 이 경우에는 소독을 잘 한 후에 굵은 주사바늘을 삽입하여 기종을 제거하면 곧 회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하기종을 18gage 주사바늘을 이용하여 모두 제거한 상태입니다. 호흡이 안정적으로 돌아왔지요.

하지만 그 후에도 1-2차례 정도 관찰하여 잔류 기종을 마저 빼내는 게 중요합니다. 우측 목 부위에 피딱지가 붙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떨어질 때의 충격으로 인해 발생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부리에 묻은 피는 아마도 먹잇감의 피 아닌가 생각합니다.

나머지 한마리는 체중이 거의 50그램 더 나갔지만 좌측 발목부위가 어설퍼 보입니다. 성장시기라서 골절이 이루어져도 수술을 하기가 까다로운 상태이지요. 잘 회복하길 바라겠습니다.

2012년 6월 18일 월요일

예산유치원에서의 견학 방문


지난 6월 14일, 예산유치원에서 견학차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방문을 하였습니다. 만 3세에서 만 5세 아이들 약 56여명이 방문하신다는 연락에 많이 긴장했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이 너무 얌전하고 질서도 잘 지켜서 순조롭게 진행을 할 수 있었어요. 게다가 같이 오신 선생님들께서 협조를 너무 잘해수셔서 대단히 감사했답니다. 선생님들도 야생동물에 관심이 많으셨던 모양입니다.

작년에도 이렇게 견학을 왔다고 하는데요. 올해는 더 많이 배우고 갔는지 모르겠네요. 저희 센터의 김문정선생님께서 열심히 설명을 해주셨답니다. 유난히 더웠지만 더위도 못느끼고 금새 시간이 지나간 것 같았습니다. 더운데 집중 잘해주고 질서 잘 지켜준 아이들한테도 고맙다고 예뻤다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센터에 도착한 예산유치원생들에게 센터 견학에 앞서 간단한 설명을 해주시는 김문정 선생님! 아이들도 줄 잘서고 기다리고 있지요.


센터에 들어선 아이들은 한 줄로 잘 서서 선생님들의 설명을 듣습니다. 아이들도 궁금한게 많았는지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더군요.


저희 센터 복도에는 이렇게 보기 슆게 야생동물의 구조부터 진료 및 치료, 재활과 방생 등의 과정을 판넬로 만들어놨죠.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직접 읽어보시고 가르쳐주시는 모습입니다.


요즘 너구리 새끼들이 이동장에 계류하고 있어서 밤부터 아침 까지는 복도에 이동장을 두고 있는데요. 마침 아이들이 오전에 와서 너구리 새끼들을 보고는 냄새가 난다며 코를 붙잡더군요. 그래도  매일 치우고 닦고 있습니다.. !!


 본격적으로 진료실과 입원실이 있는 곳으로 들어섭니다.


이 곳은 입원실입니다. 입원하고 있는 개체가 많아 들어가 보지는 않고 문 밖에서만 볼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바깥으로 나갑니다. 바깥에서는 훈련조류들을 직접 볼 수 있어요!


훈련조류를 바로 볼 수 있는 장소에서 질서 있게 네 줄로 앉습니다.


김문정선생님께서 훈련조류를 보여주기 위해 직접 나서셨습니다. 이 앞에는 벌매라는 훈련조류가 보이는 군요.


햇볕이 내리쬐는데도 다행히 아이들이 집중을 잘 하고 있습니다. .


문정선생님과 닌자라는 황조롱이 입니다. 의젓한 닌자가 한 몫 합니다.


닌자(황조롱이)와 어린이들입니다.


 이 날 아이들 뿐만아니라 선생님들도 적극적으로 질문을 많이 해주셨는데요. 다들 더운데 수고 많으셨구요. 저희도 설명하면서 이 일을 한다는 데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이 커서도 꼭 이 곳에서 보고 느낀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2012년 6월 10일 일요일

닭장, 삵 그리고 덫과 농부

닭장을 반복하여 침입하다가 농장주가 설치에 덫에 걸린 삵입니다. 여름 체중 4kg이면 상당히 큰 삵이지요. 우측 안구도 상당히 손상이 심해 어쩌면 안구 적출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불행히도 좌측 뒷다리는 절단을 해야 할 듯 합니다. 


문제는 절단한 후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부분 이러한 장애동물은 동물원에서는 받아주질 않고, 우리도 시설의 부족으로 사육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닭은 반복적으로 잃은 농장주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어찌해야 할지요...

덫에 뒷다리가 치어 심각한 중상을 입은 삵입니다. 우측 안구의 손상도 보실 수 있습니다.





삵은 다루기 위험한 동물이므로 안전한 방법을 통해 다루어야 합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는 안전하게 흡입마취를 유도할 수 있는 induction chamber를 고안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동물이나 사람에게 모두 안전한 방법이지요.

마취가 유도된 후에는 마스크로 마취를 유지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관내 튜브를 삽관하기도 합니다.
방사선 촬영 결과 머리나 가슴쪽의 문제는 없는 듯 합니다.


하지만 왼쪽 뒷다리의 정강이 뼈는 완전히 골절되어 버렸습니다.

이 큰 고통을 어찌 말할 수 있을까요?

덫에 잡히는 과정에서 다친 듯한 좌측 안구입니다. 회복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상처난 좌측 후지를 감염이 퍼져 나가지 않도록 처치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좌측 후지 전체를 제거해야 할 것입니다.

우측 안구는 너무 심한 상처를 입어 매우 부어올라있습니다. 추가적인 각막의 손상을 막기 위해 임시로 안검봉합술을 실시해두었습니다.

삵은 현재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받고 있는 동물입니다. 이 동물에게 해를 가할 경우 적법한 과정을 거쳐 처벌받게 됩니다. 

우리가 인수받은 동물의 경우 포획 당사자가 직접 연락을 취한 상황인데, 이를 행정기관에 통보하여 적법절차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요? 밀렵은 밀렵이로되 자기재산방어권도 고려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센터에 포획틀이 있어 이를 대여해드리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과연 실고에서 몇명이나 정성들여 여기까지 찾아와서 생포틀을 대여하고, 설치하고, 포획하여 연락해주는 분들이 계실가요?

안타깝지만 저희도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2012년 6월 8일 금요일

2012년 5월 구조(치료) 결과

지난 5월에는 총 93개체가 구조/접수되어 4월대비 두배 이상 급증하였습니다.

일평균 구조 개체는 3개체이지만, 시기상 어린개체들이 특히 많이 구조되어 센터 직원 모두가 새벽 늦게까지 일하는 날이 다반사였지요...

5월에 구조된 동물의 사진 모음.
번식기에 들어선 만큼 다양한 종의 어린 동물들이 구조되었다.



현재 센터에서 돌보고 있는 올해 태어난 어린 개체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고라니 1 / 꿩 8 / 너구리 13 / 방울새 1 / 삵 4 / 수리부엉이 4 / 올빼미 1 / 황조롱이 8

총 40마리의 어린 동물들이 센터 직원들의 정성어린 보살핌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어린 동물들의 경우 야생에서 어미가 돌보는 만큼 건강하게 키우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사람과 자주 접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얼마만큼 야생성을 유지하느냐가 성장 후 방생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들 어린녀석들의 성장 결과는 추후에 다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5월에는 여전히 고라니들의 교통사고로 인한 구조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살모사, 바늘꼬리칼새와 같은 흔하지 않은 야생동물이 구조되어 치료 후 방생이 되었습니다.

특이한 경우로는 흑두루미 유조 폐사체가 입수되었는데, 태안의 한 농경지에서 주민이 잘 날지 못한채 있던 상태를 며칠 관찰하였다가 폐사하여 저희 센터가 인계를 받았습니다.
아마도 이동 시기에 무리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쳐져서 그 곳에 머물었던 것으로 추정되네요..

2012년 6월 7일까지의 치료 건수/결과 및 방생율.
지난 달보다 방생율은 다소 떨어진 32%정도이나 어린 개체들로 인해 계류중인 상태의 동물들이 많다...


5월 구조 동물들의 세부 정보.
총 93개체가 구조되어 치료중 8개체가 폐사하였고 14개체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다...

너구리 11-681 : 80일간의 여행

너구리 11-681은 작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때 예산군에서 구조된 개체입니다. 당시 2.54kg으로 매우 야윈 상태에서 발견되었었죠. 개홍역에나 걸렸을까 노심초사 했지만 다행히 건강 상의 특별한 문제는 없었습니다.

겨울철인지라 가뜩이나 체중이 떨어지는 개체를 내보낼 수 없어 봄이나 되면 내보내자며 겨울 내내 센터에서 데리고 있었지요. 물론 하루가 다르게 건강은 회복하였지만 봄이 멀긴 멀었습니다.

긴긴 겨울이 지나가고 새 순이 살짝 올라오던 지난 3월 7일 야생으로 내보내기로 하였습니다. 다만 우리도 못미더운 감이 있어 GPS 추적 장치를 부착하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발견 장소에 다시 돌아가야 하지만 도로에 가까운 면이 있어 더 교통량이 적인 곳을 골라 방생하였습니다.

밤에 방생을 하니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가는 681번 입니다.

저기 멀리 보이시나요? 아직 논은 겨울입니다.

충남 예산군 신양면 연리에 방생하였죠.

이 화면은 센터의 모든 데이터를 기록 보존하는 Record keeping program입니다. 발전하여서 이제는 GPS 파일을 올려서 살펴볼 수 있게 되었죠. 우리가 풀어준 곳에서 한동안 방황을 하더니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풀어준 곳으로 올라 왔다가 다시 내려가더니 고속도로 휴게소의 남측사면숲에 자리를 잡습니다.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북편과 남편을 오가는 모습이 매우 안타까웠지요. 워낙 도로교통사고가 다발하는 고속도로이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수시로 고속도록의 북편과 남편에서 좌표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다만 고속도로의 동남쪽은 교량구간이 있었고 복서편은 지하 암거통로가 있어 그리로 이동한 듯 싶었습니다. 

그러던 5월 20일 갑자기 새벽 4시 좌표와 8시 좌표가 무려 10km의 간격을 두고 나타난 것입니다. 바로 4시 좌표가 하필 도로상에서 나타난 것이죠.

그후 며칠간 동일 장소에서 좌표가 계속하여 뜨는 것이 확인되었고, 불행한 결과를 예상했습니다. 이동한 장소로 판단된 지역을 찾아갔더니 그곳은 과수원에 둘러싸인 농가였지요. 

농가 주변에서 3일간 좌표가 나타난 것으로 미루어 어찌되었건 동물이 이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일이 정리된 후, 밤에 해당 농가를 방문하여 사정에 대해 설명하고 주변을 수색했지만 확인할 수는 없었지요. 다만 농가에 집을 짓고 있는데 아무래도 현장 작업자분들께 의문이 들어 다음날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현장을 방문하여 인수 받은 추적장치입니다.
상황을 점검해보니 새벽 12시에서 4시 사이에 도로를 횡단하던 너구리가 차에 치어 죽었고, 7시 경 이 부분을 지나던 아저씨들이 이를 발견하고 주워서 작업 장소까지 가지고 와서 추적 장치만 떼어낸 상황이었죠.

너구리 11-681이 남긴 유일한 유품입니다.
너구리 11-681는 2011년 5월 중순경 충남 예산군 삽교면 인근에서 출생하여 어미에게서 독립 후 2011년 12월 25일 용동리에서 매우 체중이 줄어든 상태로 발견이 되었지요. 2012년 3월 7일 다시 야생으로 돌아갔다가 약 70여 일 후 차에 치어 죽은 상태로 지구의 역사에서 사라지게 되는 스토리를 안고 있습니다.

비단 너구리 11-681만 그럴까요?

지난 3일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구조된 6마리의 고라니들 중 새끼 한마리를 제외한 5마리 모두가 교통사고로 인해 척추와 다리가 부러져 안락사되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동물들이 차가운 길바닥에서 그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도로를 열심히 이용하는 우리들도 난감합니다.

그 총체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그것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2012년 6월 4일 월요일

자연도태 :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구조센터에 있게 되면 수많은 동물이 입원하고 죽거나 힘든 과정을 거쳐 야생으로 돌아갑니다. 어쩌면 죽기보다 힘든 과정들인 셈이지요.

최근 센터에는 새끼동물들의 봇물이 터진 셈인데 특히 황조롱이 새끼들이 많습니다. 더불어 너구리와 싸우던 어미가 갸륵하여 주민이 들고온 꿩알들도 부화를 하였지요.

들어온 황조롱이들은 거의 대부분 이소과정에서 잠시 지치거나하여 사람들에게 붙들린 녀석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 hacking 이라는 과정을 통해 야생으로 다시 돌려보내도록 합니다.

http://cnwarc.blogspot.kr/2012/06/hack-box.html 사람에게 먹이를 의존하는 습성을 줄이고 차츰 야생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버는 셈입니다. 풀어준 후에도 당분간은 먹이를 일부 제공하여 일종의 보험에 들 수 있게 해주죠. 먹이 사냥을 못하면 다시 와서 먹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하지만 모든 개체가 이렇게 건강하게 들어오지는 못합니다.

힘들게 부화한 10개의 알 중에서 제일 마지막 개체의 발가락이 굽어져 있습니다. 이대로 방치하면 제대로 걷지 못해 다리가 휘고 죽게 되죠. 임시방편으로 발가락을 펼 수 있지만, 도대체 자연계가 이러한 유전자를 선호하련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부화 중인 알을 이리저리 옮기는 과정에서 부화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이렇게 되었을 수도 있죠. 살리는 게 맞을까요?

Crooked toe라고도 합니다. 발생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라고도 하죠.

일반적으로 이러한 테이핑 방법을 통해 교정하기도 하며 2-3일 이내에 본 자리를 찾습니다.
 



또한 오늘 들어온 개체들은 아산 둔포에서 구조된 개체들인데, 깃 상태로 보아서는 체중이 거의 210-220그램 정도 나가야 하는 개체들임에도 불구하고 각각 164, 114g이 나갔습니다. 앞선 녀석은 그나마 어미가 돌본 개체라 하겠지만 뒷 녀석은 자연 도태의 과정에 있는 녀석입니다.
굶어서 들어온 164g짜리 개체. 가슴근육은 말랐지만 그나마 체중이 나가서 먹이를 잔뜩 먹었습니다. 낮에 돌아다니는 주행성 맹금류의 특징 상 앙가슴의 모이주머니가 먹은 먹이로 인해 잔뜩 부풀려져 있습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는 어린 황조롱이. 114g이라면 제 아들이 16kg 나가는데 8kg 밖에 안 나가는 상태라고 가늠하시면 되겠습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어서 혈액검사는 언감생심입니다.

수혈을 위해서 채혈하는 과정입니다.

수혈바늘 장착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증을 줄이고자 실시하는 국소마취입니다.

수혈을 받는 황조롱이 새끼가 안쓰럽습니다. 잘 이겨낼지요?

재빨리 건강한 개체에게서 혈액을 채취하여 골수강 내로 투여를 해봅니다. 조류는 보통 첫회에 한해서 안전하게 수혈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다 꺼내든 셈이죠.

다 큰 황조롱이의 피가 힘들어하는 어린 개체에게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개체들은 분명 자연의 섭리대로 두면 낙오해야만 하는 개체들입니다만, 야생동물치료센터에서는 그 경계선을 긋는 것에 항상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비록 결과가 좋지 않더라 하더라도 끝까지 가보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