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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9일 금요일

덫에 걸려 구조되었던 너구리, 하나가 아닌 다섯이 되어 자연으로!

눈이 내리던 지난 2월의 마지막 날, 목소리가 앳된 초등학생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한껏 상기된 목소리의 소년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어떤 동물이 덫에 걸려있다고 전해왔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 덫이? 설마 그냥 어떤 구조물에 걸린 거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현장에 나가보았습니다. 그리고 경악을 금치 못할 상황과 마주했습니다.

정말로 아파트 단지 내 위치해있는 공원 산책로 바로 옆에 야생동물인 너구리가 덫에 걸려있었습니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죠.

덫(창애)에 앞 다리가 걸린 채 시름하던 너구리의 모습.
덫에 걸리면 빠져나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합니다.


너구리가 덫에 걸려있다는 사실도 경악스러웠지만, 더욱 끔찍했던 건 이곳이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해있다는 것 입니다. 주변에는 여러 아파트 단지와 학교, 관공서, 큰 규모의 유치원도 자리해있었습니다. 심지어 바로 옆에는 아이들이 뛰어 놀아야 할 놀이터도 위치해있었죠. 만약 어린아이가 산책로 근처의 풀밭에서 놀다가 이 덫에 걸리기라도 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누가 왜 이런 덫을, 어디에 얼마나 더 설치했는지 파악할 수 없어 그 위험성은 계속해서 존재하는 상황이었죠. 특히나 아파트단지의 공원과 같은 불특정 다수가 자유로이 이용하는 장소였기에 그 위험성은 더욱 높을 수밖에요. 

덫이 설치되어있는 위치는 어린이들도 충분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바로 옆에는 놀이터가, 불과 200m 근처에는 큰 규모의 유치원이 위치해있습니다.


덫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포획 틀이나 올무 등도 있지요. 하지만 우리가 가장 흔하게 떠올리는 덫이 바로 '창애' 입니다. 창애는 동물이 덫의 일부분을 밟으면 잠금장치가 풀리면서 날카로운 이빨을 지닌 부분이 콱! 하고 맞물려 동물의 신체를 물게 되는 구조를 지닌 덫입니다. 이 덫에 동물이 걸리게 되면 피부와 근육의 손상, 골절은 기본이고 심할 경우 신경이 손상되거나 절단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어린아이의 발목이 이 덫에 걸렸다면 어찌되었을까요? 골절 등의 크나큰 상처가 생기는 것은 불 보듯 뻔 한 결과입니다.
특히나 이러한 덫은 누구나 쉽게 구매해 설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악용의 소지 또한 높은 상황입니다. 사람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는 창애가 '쥐덫' 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판매되고 있으니까요.

추운 겨울, 굶주림에 지친 너구리가 사람의 거주지 주변까지 와 먹이를 찾아 헤매고 있었고,
북어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고 덫 근처에 다가왔을 겁니다. 그리고 덫에 걸리고 말았죠.


보통 동물이 이러한 덫에 걸렸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 더 큰 상처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발버둥 치면 칠수록 상처는 깊어지고, 치료는 어려워지죠. 또 빼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빨이 부러지거나 빠지는 2차적인 상처를 갖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상처부위에 감염까지 발생해 돌이킬 수 없을 정도에 치닫기도 하죠.

덫(창애)에 걸려 다리가 절단된 너구리의 모습


하지만 무척이나 다행스럽게도 이 너구리는 상당히 온전한 상태였습니다. 발가락의 일부만이 덫에 걸려있었고, 크게 발버둥치거나 물어뜯지 않아 상처도 심하지 않았습니다. 보통의 너구리는 덫에 걸리면 빠져나가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쓰다가 더 큰 상처를 얻곤 하는데 이 너구리는 그렇지 않은 것이 꽤나 의아했습니다. 구조 이후 방사선 사진을 찍어보니 좌측 발가락에 약간의 폐쇄골절이 있었고 피부 괴사가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허나 이 역시도 기존에 덫에 걸린 다른 개체들과 비교한다면 천만다행인 수준이었죠. 

덫에 걸렸던 부위의 검사와 치료를 진행하는 모습
좌측 발가락뼈에 골절이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왜 아파트 단지에 이토록 무시무시한 덫을 설치해놓았을까요? 
이런 곳에서 야생동물을 밀렵하고자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마 최근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유기동물이나 길고양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거나, 혐오하는 마음에 상해를 입힐 목적으로 설치되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 같습니다. 
최근 뉴스만 봐도 독극물을 넣은 먹이를 이용해 길 위의 생명을 죽이거나 길고양이에게 화살을 쏘기도 하고,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일명 '캣맘'이 폭행을 당하는 등의 '동물혐오'에 따른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가 덫이 설치되어있던 장소입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이곳에 설치된 덫은 그 누구에게나 크나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위험이 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길 위의 다른 생명들이 불편하고 혐오스럽다하더라도, 어찌 이런 방법까지 선택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덫에 걸린 동물이 겪을 고통은 전혀 생각지 않았을 테죠. 그렇다면 동물도 동물이지만, 만약 이 지역주민이나 어린이가 이 덫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는지도 생각지 못했던 걸까요? 아니면 아무렴 어때하고 개의치 않았던 걸까요?

만약 후자라면, 우리는 지금 너무도 끔찍한 생각을 지닌 누군가와 같은 시간, 장소를 공유하며 살아가는 셈입니다. 동물을 싫어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 그들에게 주어진 자유는 아닐 텐데 말이죠.

두려움에 사로잡힌 구조 당시의 너구리


아무리 덫에 걸린 것 치곤 상처가 심하지 않다고 해도 골절이 존재했기에 치료하는 과정은 꽤 긴 시간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렇게 너구리는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머물게 되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너구리는 이미 뱃속에 새 생명까지 품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치료를 받는 동안 점점 몸은 불어만 갔습니다. 분만 전까지 치료가 완벽하게 끝난다면 좋으련만,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의 시기는 속절없이 다가왔습니다.

갓 태어난 새끼 너구리의 모습입니다. 


결국 너구리는 이 곳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소중한 4마리의 새 생명을 출산했습니다. 이곳이 아닌, 그들의 삶에 있어 가장 적합한 야생에서 새끼를 낳아 기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미 너구리는 새끼를 낳자마자 여느 어미처럼 품어주고 보듬어주느라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아무리 어미 너구리가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다 하더라도 눈도 채 뜨지 못한 새끼너구리들과 함께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어쩌면 서로에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때문에 새끼 너구리들이 조금 더 자라 자연에 적응하기 수월해질 때 쯤 돌려보내주기로 하였죠.

어느 정도 자란 네 마리의 새끼 너구리입니다. 그래도 아직 많이 어린 상태죠.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어미 너구리는 최선을 다해 새끼들을 길러냈고, 덕분에 새끼 너구리들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눈도 못뜨고 꼬물거리던 녀석들이 이제는 장난도 치고 사람을 보면 경계를 하는 늠름한 모습도 보여주었지요.
더불어 어미의 다리도 말끔히 나아졌습니다. 다행히 뼈도 잘 붙고 상처도 잘 아물었어요.

이 말인 즉, 너구리들이 자연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겠죠!!

다리의 상처가 다 아물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스러웠을까요?!


방생에 앞서 숨겨진 먹이를 스스로 잘 찾아먹는가를 평가하기 위해 먹이를 땅에 묻어주었습니다. 과연 스스로 잘 찾아 먹었을까요?  아주 훌륭하게 잘 찾아먹더군요!

열심히 땅을 파 먹이를 찾아 먹는 새끼 너구리


야행성인 너구리의 성공적인 방생을 위해 날이 어두워진 후 방생을 진행했습니다. 




어미가 구조센터에 들어온 지 약 5개월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계절도 변하고, 오가는 동물들도 많이 변해갔어요. 그 시간동안 가장 변한 것이 있다면 역시 이 너구리일 것 입니다. 혼자였던 삶이 다섯으로 늘어났으니까요. 그만큼 삶의 무게도 늘어났겠지만 지금까지 여러 난관을 잘 거쳐 왔기에 앞으로도 서로 의지하면서 잘 이겨낼 수 있겠죠!!

물론, 그들이 앞으로도 잘 지낼 수 있으려면 우리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나에게 다소 불편하다고 해서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생명경시가 지금과 같이 완연하다면 그들의 삶은 결코 나아질 수 없겠죠.

나와 다른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 이타심, 공존을 위한 배려와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또 다시 사람이라는 덫에 걸려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우리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또 다시 사람이라는 
덫에 걸려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5년 9월 3일 목요일

2년 터줏대감 저어새, 인고의 시간을 겪어 자연의 품으로

서산에 위치한 야생동물치료센터에는 꽤나 오래 전부터 머물고 있는 터줏대감이 있습니다. 주걱 모양의 특이한 부리를 지니고 있는 만큼이나 이름도 특이한 '저어새'가 그 주인공 입니다. 2013년 6월에 아주 어린 새끼 저어새의 모습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으니 벌써 2년이 훌쩍 지났네요. 이 정도면 터줏대감으로 불릴만하죠?

저어새는 전 세계적으로 동아시아에만 서식하며, 2015년 실시한 국제 동시 센서스 결과 전 세계에 단 3,272개체만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는 이야기죠. 그 때문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급, IUCN 적색목록에 위기(EN) 등급으로 등재되어 국내·외에서 보호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이한 모양의 부리, 부리 모양만큼이나 독특한 
먹이활동 모습을 보이는 세계적 멸종위기 종 '저어새'


그 덕분에 저어새의 개체수가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저어새를 위협하는 많은 요인을 줄여나가지 않는다면, 보호의 노력을 결국 노력으로만 끝나게 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저어새를 위협하는 요인으로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서식지의 훼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저어새의 대부분은 서해안의 무인도에서 집단으로 번식하고, 주변의 갯벌이나 습지에서 먹이활동을 합니다. 허나 갯벌매립, 간척사업 등의 무분별한 개발이 저어새의 번식지와 먹이터, 휴식 공간 등을 훼손하는 결과를 불러오고 있으며, 서식지 주변의 환경변화로 인해 둥지를 지을 재료가 부족해 번식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로는 하천과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꼽아볼 수 있습니다. 무심코 버려지는 쓰레기가 하천과 바다로 흘러들어간다면 저어새 뿐 아니라 많은 야생동물에게 큰 위협이 됩니다. 낚싯줄과 낚싯바늘과 같은 날카로운 쓰레기를 삼키거나, 이것이 몸에 걸리게 되면 치명적인 장애를 갖게 되거나 생명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나 저어새는 주걱모양의 부리를 얕은 물에 담그고 이리저리 저어가며 먹이활동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바닥에 떨어져있는 쓰레기가 부리에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낚시 쓰레기가 저어새에게 미치는 영향을 사례와 함께 소개해 저어새가 처한 
위기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보고서 '저어새를 낚시쓰레기로부터 구해 주세요'
(출처 : 한국물새네트워크 & 동아시아공동체 오션) 


2년이란 시간동안 저희의 곁에서 보호받던 터줏대감 저어새는 어떤 특정 위협요인에 의해 구조된 사례는 아닙니다. 이 친구는 2013년 여름, 인천에 위치한 바위섬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미가 가져다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겠지만 약 한 달이 되었을 때, 어떠한 자연적 사고로 인해 꽁지깃 부분의 기름샘이 감염되었고 그 결과, 꽁지깃이 모두 탈락하는 결과가 발생했습니다.

위 : 기름샘에 발생한 상처. 이 상처의 영향으로 모든 꽁지깃이 빠지게 됨을 확인
아래 : 구조센터 초기접수 당시 상태확인을 위해 기립 상태를 관찰 중인 모습 


꽁지깃이 다시 자랄 수 있음을 기대하며 장기계류에 돌입했습니다. 계절이 지나고, 해가 바뀌면서 짧았던 부리가 길어지고 날개깃 끝 부분의 검은 무늬가 점차 사라져갔습니다. 처음 접수되었을 땐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새끼 저어새였는데 어느새 어린티를 말끔하게 벗어내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변해갔습니다.

처음 접수 당시의 모습과 약 2년의 시간이 흐른 뒤의 모습을 비교
짧았던 부리가 길어지고, 몸집이 커졌습니다. 사진엔 없지만
날개 깃 끝 부분의 검은 무늬도 이젠 거의 사라졌지요.
2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이 저어새의 모습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이렇게 멋진 청소년 저어새가 되었지만,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꽁지깃만큼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깃이 모두 빠져버렸던 처음과 달리 다시 몇 개의 깃이 자라긴 했지만 완전히 정상적인 꽁지깃의 모습을 되찾지는 못했습니다.
조류에게 특정 부위 일부라도 깃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비행 능력을 결정짓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저어새는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며 비행능력을 검증받아야 했습니다. 반 이상의 꽁지깃이 없고, 한정된 공간이라는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저어새의 방생 가능성을 판단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섭식, 비행, 사회성, 자극에 대한 반응, 건강상태 등 복합적인 면을 평가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방생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설 만큼 좋은 모습을 수차례 보여주었고, 결국 방생이 확정될 수 있었습니다.

위 : 방생에 앞서 깃 등의 신체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모습
가운데 : 2년 경과 후 3개의 꽁지깃이 새로 자라난 모습
아래 : 인식표(금속가락지)를 부착하는 모습


저어새를 방생하기 위해 선택한 장소는 어느 강의 하구입니다. 너른 갯벌을 지니고 있어 저어새의 먹이자원이 풍부하기에 매년 번식을 끝낸 많은 개체의 저어새가 도래해 이동 전까지 머무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동물을 방생할 때에는 최대한 그 동물에게 적합한 서식지를 찾아 보내주어 야생으로의 적응을 돕고, 자연스럽게 무리로 합류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등 많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현장에 도착해 주변을 살펴보니 크고, 작은 저어새 무리가 눈에 띄었으며, 그 수는 약 100여 개체에 이르렀습니다. 야생조류 100여 개체가 적은 수로 느껴질 수 있으나 전 세계에 3,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저어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꽤나 많은 개체군이 모여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저어새가 저 무리에 합류해 함께, 진정한 야생동물로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방생이 진행되었습니다.

방생장소인 강 하구 갯벌에서 먹이활동과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저어새 무리


어두컴컴한 이송상자에서 나온 저어새는 의아하다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습니다. 2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좁은 계류장에서 자연으로 돌아갈 이 순간을 기다려왔을 저어새이지만, 이 순간과 주변 환경이 낯설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두리번거리기도 잠시, 계속해서 바람을 느끼고 주변 환경을 익히며 자신이 정말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송상자에서 나와 자연으로 돌아간 기쁨의 순간을 온 몸으로 만끽하고 있는 저어새


그렇게 몇 분 동안 저어새는 우두커니 저희의 앞에 서 있다가 갑작스럽게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습니다. 바람에 몸을 맡긴 저어새는 드넓은 갯벌 위를 선회하며 여유로운 비행을 선보였습니다. 흡사 하늘과 바람을 느끼기 위해서 비행을 하는 것 같이 말이죠. 그동안 저 바람이 얼마나 간절하고 그리웠을까요?

힘차게 날아오른 저어새가 멋진 비행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야생에서도 훌륭히 살아갈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이 더욱 커지는 순간입니다.


그렇게 한참을 날아다니던 저어새는 다시 근처 갯벌에 내려앉았습니다. 곧이어 저어새는 우리에게 이제 걱정하지 말라는 듯 갯벌을 이리저리 걸어다니기도 하고, 수풀에 숨어보기도 하며 자연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안심이 되었지만, 딱 한가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아직 남아있었습니다.

갯벌을 이리저리 오가며  자연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저어새


'2년이나 보호받은 저어새가 혹여 무리에 합류하는 것을 어려워하지는 않을까?' 라는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갯벌을 노닐 던 저어새가 갑작스럽게 다른 저어새 무리가 있는 곳으로 이동을 했고, 아주 자연스럽게 합류했습니다. 합류가 무척이나 자연스러워 어느 저어새가 우리가 보낸 저어새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었을 정도로 말이죠. (다리가 물에 잠겨 인식표가 보이지 않는 관계로 인식표를 통한 구분은 불가)

그렇게 2년이라는 긴 시간의 구조센터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계류장 내에서 기다란 식물줄기를 입에 덥석 물로 계류장을 활보하던 저어새의 모습을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내년 혹은 내후년엔 서해안의 어느 무인도에서 사진과 마찬가지로 나뭇가지를 물고 새끼를 기르기 위해 둥지를 짓는 저어새가 되어 다시 우리에게 나타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계류장 내에서 기다란 식물줄기를 입에 덥석 물로 계류장을 활보하던 저어새의 모습


전 세계에 3,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심각한 멸종위기 동물인 '저어새'... 이런 친구를 치료해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은 정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생명을 지닌 모든 동물이 그러하지만, 특히나 지금 당장의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은 그 의미가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 예산을 투자해 멸종위기 종의 복원도 진행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게 뿌듯한 마음으로 저어새를 보내주고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크고 작은 개발의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쓰러져있는 나무, 높게 쌓여진 흙더미, 철근과 콘크리트 지주가 뉘어져있는 모습.... 해마다 구조센터에는 이런저런 사연을 지닌 동물들이 구조되어 들어옵니다. 벌목을 하는 과정에 둥지에서 떨어지고, 자동차에 치이고, 유리창에 부딪히고, 낚싯바늘을 삼켜 목에 걸린 이 친구들이 겪었던 사고를 근본적으로 파헤쳐본다면, 그동안의 우리가 지녀왔던 개발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을지 모릅니다.
다친 야생동물 한 마리, 한 마리 정성을 쏟아 돌본 후 자연으로 돌려보냈는데, 이렇게 무분별한 개발 앞에 수백, 수천, 수만 마리가 또 다시 위험에 빠지게 되는 상황을 보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무기력함에 사로잡힙니다.

다친 야생동물을 치료하고, 종 복원을 통해 그 수를 늘려서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한들, 지금과 같이 그들을 위협하는 요인을 줄여주지 못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한쪽에서는 사라져가는 산양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렇게 노력을 기울여 보호하려는 산양이 살아가야 할 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노력은 노력으로만 끝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저어새와 야생동물은 서서히, 우리의 욕심이라는 검은 파도에 휩쓸려 사라지겠죠.

멸종위기 동물... 지켜주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이번 저어새 방생은 한국물새네트워크,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님의 도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저어새의 간략한 정보를 담고 있는 '인포그래픽 - 저어새편'

2015년 6월 13일 토요일

2번의 방생, 3번의 구조. 다가올 겨울 다시 피어나는 '큰고니의 꿈'

큰고니를 아시나요?

큰고니는 우리나라 전역의 호수나 강가에서 월동하는 겨울철새 입니다. 약 10월경 우리나라에 찾아와 2월 말, 3월 초가 되면 번식을 위해 북상합니다. 보통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큰고니는 몽골 동부에서 번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새끼가 태어나면 겨울이 지날 때까지 어미와 함께 가족군을 형성해 지내거나, 지난해 태어난 어린 개체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합니다.

부리 기부가 노랗고 털이 전체적으로 새하얀 어미(성체)와
부리 기부가 희고, 털이 때가 묻은 것처럼 회색빛을 띄는 새끼(미성숙 개체)
그해 태어난 새끼들은 대체로 어미와 함께 가족군을 형성해 겨울을 보냅니다.


2014년 2월 1일, 충남 아산에서 큰고니 1개체가 구조되었습니다. 13년에 태어나 처음 우리나라에 도래한 어린 개체였습니다. 꽤나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지 굉장히 수척한 상태였습니다.
보통 큰고니가 구조되는 이유는 밀렵에 의한 총상(워낙 덩치가 크고, 하얗기 때문에 눈에 잘 띄어 밀렵꾼에게 발각될 가능성이 높음), 납중독(밀렵에 사용된 납탄이 몸의 내부에 박히거나 먹이활동 중 바닥에 떨어져있는 납추를 먹음), 크고 높은 다리나, 대형 송전탑 등의 높은 구조물과 충돌하는 경우입니다. 특히나 이러한 원인에 의한 사고는 죽음과도 직결되기에 굉장히 위험합니다.

검사를 위해 호흡마취를 진행하는 모습


다행히도 이 큰고니는 위와 같은 치명적인 사고에 의한 구조는 아니었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검진 결과 날개에 약간의 찰과상이 있고, 간과 비장의 종대가 있었으나 큰 이상은 없었습니다. 아마도 어떠한 이유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고, 아직 어린개체 이다보니 혼자서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추측해볼 수 있겠습니다.

14-034라는 개체번호를 부여받은 이 큰고니는 몇 일 동안 극진한 보호를 받은 결과, 활력을 되찾게 되었고, 2월 20일 처음 발견했던 장소에서 방생을 했습니다.
약 20여일이 지난 3월 중순 또 다시 큰고니 구조가 접수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충남 보령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난 큰고니는 뭔가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요, 보령에서 구조된 이 큰고니는 다리에 금속가락지를 부착한, 2월 20일 아산에서 방생했던 14-034 큰고니가 60km 떨어진 보령에서 다시 발견이 된 것 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14-059라는 개체번호를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2월 20일 방생되었던 그 친구가 3월 13일 다시 구조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확인시켜준
금속가락지는 이처럼 재포획 여부를 확인하거나, 방생 후 모니터링을 위해 부착합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총에 맞거나 납중독으로 인한 구조는 아니었습니다. 다행이긴 하지만 지난번보다 극심한 기아를 겪고 있었고, 탈수도 굉장히 심했습니다. 강제급여와 동시에 수액을 공급해줘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허나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지금이 3월 중순이라는 점입니다.

 위 : 수액을 공급받는 큰고니의 모습 / 아래 : 튜브를 삽입해 소화와 흡수가 용이한 유동식을 급여하는 모습


3월이면 대부분의 큰고니들이 번식을 위해 북상해야 하는 시기 입니다. 그런데 3월 중순에 구조가 되었고,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기에 이 큰고니가 올해 번식지로 돌아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때문에 다음 겨울이 올 때까지 오랜 기간 이곳에 머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결국 큰고니는 회복이 된 시점부터 서산에 위치한 야생동물치료센터에서 계류를 시작했습니다.

왼쪽에 있는 흰뺨검둥오리+원앙은 14년 여름에 태어난 
어린 개체들이었고, 모두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렇다면 큰고니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큰고니도 자연으로 돌아갔을까요...?


14-059 큰고니는 1년이라는 시간을 견디고 견뎌냈습니다. 봄을 지내고, 여름을 견디고, 가을을 떠나보내니 비로소 큰고니가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겨울이 다가왔습니다. 이번에 방생을 위해 선택한 곳은 충남 서산이었습니다. 서산에는 국내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 '천수만 평야'가 있고, 이 천수만을 가로질러 흐르는 '간월호'가 있어 매년 겨울, 많은 수의 큰고니가 머물고 있습니다. 그만큼 환경 자체는 큰고니에게 적합한 곳입니다.

천수만 '간월호'에 모여 있는 야생 큰고니 무리의 모습





방생에 앞서 이전에 두 번이나 구조되었던 이력이 있는 만큼 신중을 가하기 위해 GPS 위치추적기를 부착했습니다. 특정 시간마다 큰고니가 머물고 있는 지점의 좌표가 수신이 되어 머물고 있는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한다면 큰고니가 머물고 있는 현장으로 직접 가서 어떻게 지내는지 모니터링 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다시 재구조를 할 수도 있겠지요?

큰고니는 서산 '석지제' 에서 방생이 되었으며, 이틀이 지나선 천수만 간월호 부근으로 이동했습니다. 그 후 약 10일 동안 간월호 부근에서 계속 머물렀으며, 3월 5일 별안간 서산 '잠홍저수지'로 이동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좌 : 방생 직후인 2월 23일 부터 3월 4일까지 큰고니가 머물렀던 좌표의 모음
우 : 3월 5일 이후 잠홍저수지로 이동한 후 큰고니가 머물렀던 좌표의 모음


잠홍저수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급하게 현장으로 가보았습니다. 꽤 너른 저수지였고, 큰고니가 즐겨먹는 수초와 수초의 뿌리가 저수지 곳곳에 산재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큰고니가 북상하기 전 잠깐 머무는 곳으로 크게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잠홍저수지는 이러한 장점이 모두 빛바랠 만큼 큰 단점이 존재했습니다.

굉장히 유명한, 많은 사람이 찾는 '낚시터'라는 점이었습니다.

수초와 수생식물의 뿌리를 즐겨먹는 큰고니, 그러한 큰고니에게 알맞은 환경을 갖춘 잠홍저수지의 모습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는 사람과 그 주변에 유유히 떠있는 큰고니의 모습입니다.
누군가에겐 편안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춰질지 모르겠습니다.
허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는 굉장히 위태로운 모습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낚시는 누군가에게 있어선 소중한 취미생활이지만, 야생동물에겐 꽤나 큰 위협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낚시를 하다가 바닥에 떨어진 납추를 야생동물이 먹게 되어 납중독에 걸리기도 하고, 끊어진 낚싯줄이나 바늘을 삼키거나 몸에 걸리기도 합니다.
(낚시가 야생동물에게 어떤 피해를 끼치는지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당신의 취미생활, 우리의 취미생활 그리고 고통 받는 야생동물 ③ - 낚시



때문에 잠홍저수지는 큰고니에게 절대로 안전한 환경이 아니었고, 이를 걱정스럽게 여겨 거의 매일같이 현장에 나가 큰고니의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큰고니의 위태로운 하루하루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약 10일쯤 지났을 때 운동성이 현저히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원인을 찾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가간 결과, 역시나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큰고니의 부리 주변에 낚싯줄이 뒤엉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낚싯줄이 어떻게 엉켜있는지, 혹여 낚싯바늘이 목에 걸려있지는 않은지 검사가 필요했습니다. 때문에 최대한 빨리 큰고니를 재포획 해야만 했습니다. 운동성이 많이 떨어진 탓에 그리 어렵지 않게 포획할 수 있었고 다행히 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부리 주변에 엉킨 낚싯줄을 풀어내기 전 검사를 진행하는 모습


검사 결과 낚싯바늘이 걸려있지는 않았습니다. 허나 낚싯줄이 혀에 엉켜 조여오고 있었고, 목 깊숙이 들어간 상태로 혀에 걸려버려서 식도가 막혀 먹이를 먹지 못해 수척한 상태였습니다. 

낚시를 하다 보면 수초나 바닥의 돌에 낚싯바늘이나 낚싯줄이 쉽게 걸리게 됩니다. 걸린 낚싯줄을 빼낼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끊어지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이렇게 끊어져 버린 낚싯줄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죠. 강가나 해안가에 버려지는 쓰레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너무나 위험한 쓰레기로 말이죠...낚싯줄은 굉장히 날카롭기 때문에 야생동물의 신체 일부가 낚싯줄에 엉키게 되면 야생동물은 여간해선 풀어낼 수 없습니다. 오히려 풀어내려 할수록 점점 조여와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만약 추적기를 달아 모니터링을 하지 않았다면 이 큰고니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혀가 잘려져 나가고 식도가 꽉 막힌 채 굶주림에 지쳐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어갔을지 모릅니다. 

아니, 그렇게 죽어갔을 것이 분명합니다.

좌 : 큰고니에게서 낚싯줄을 제거하는 모습 // 우 : 제거한 낚싯줄과 이물이 뒤엉켜 있는 모습


잠홍저수지에는 안내문이 적힌 구조물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본 저수지의 보호 및 안전관리를 위해 다음 행위를 금합니다"
2. 낚시 또는 어망, 유해물질 등으로 물고기를 잡는 행위
3. 쓰레기 버리기, 수질오염 행위

허나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고, 그들의 남기고간 흔적은 쓰레기가 되어 이곳저곳을 더럽히고 있었습니다. 10여 일간 이곳에 나가 큰고니를 지켜보면서 관찰해보니 그 누구도 쓰레기를 치우지 않았고, 낚시 행위를 적발하거나 금지시키는 모습 역시 볼 수 없었습니다. 관리감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죠.

"본 저수지의 보호 및 안전관리를 위해 다음 행위를 금합니다"
낚시행위를 금지한다는 안내문 바로 옆에 자리 잡고 낚시를 즐기는 모습


결국 큰고니는 또 다시 구조센터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1년여 간을 고생하고, 참아가면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채 한 달을 살지 못하고 다시 돌아온 셈 입니다. 그것도 벌써 3번째 구조입니다. 태어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은 이 생명이 짧은 기간 동안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끝내 번식지로 돌아가지 못하고 좁은 계류장에 머물고 있는 큰고니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미안한 마음과 함께 가슴 한켠에 묵직한 돌덩이가 내려앉은 것만 같은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낚시를 한다는 것은 분명히 야생동물의 삶을 위협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낚시를 하는 모든 사람들을 비난할 순 없습니다. 자신의 책임을 다하며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당신이 무심코 드리워놓았던 낚싯줄이 야생동물의 목을 조일 수 있다는 걸, 나의 취미가 야생동물을 이토록 위협할 수 있다는 걸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책임을 다 해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취미생활이 생명의 불씨를 꺼뜨린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입니다. 

인고의 시간을 겪어 드디어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는데, 나가자마자 줄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그 줄은 누군가가 무심코 잘라버렸던 낚싯줄이었습니다. 그래도 큰고니는 악착같이 버텨냈고, 다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다가올 겨울을 기다리며 인고의 시간을 겪고 있습니다. 큰고니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을 때 넘어지지 않으려면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기억해주세요!!!

다가오는 겨울에는 꼭, 자연으로 돌아가 이렇게 힘찬 비행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땐 넘어지지 말고 계속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5년 3월 7일 토요일

13-400 참매 '홍도' , 그가 나타나다.

2015년 2월!! 저희에게 무척이나 뜻 깊고,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과연 어떤 소식이었을까요 :D ??

지금으로부터 약 2년을 거슬러 올라간 2013년 4월, 어린 참매 한 개체가 접수되었습니다. 당시 이 참매는 굉장히 특이한 이력을 지니고 있었는데요!!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홍도' 에서 조류조사를 진행하던 국립공원 철새연구센터 직원이 기아 상태에 놓인 이 참매를 처음 발견해 구조하였고, 치료가 끝난 후에는 바로 옆에 위치한 '흑산도'에서 방생을 했었습니다. 
허나, 방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참매는 다시 발견되었고, 이번에는 안타깝게도 지난번과 같은 단순한 기아상태가 아닌 어떠한 사고를 당했음이 분명한 상황이었습니다. 때문에 다시 재구조가 되었습니다.

결국 부상의 심각성에 따라 흑산도에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까지 치료를 위해 이송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에게 개체번호 13-400 참매, '홍도' 가 오게 되었죠.

처음 충남센터에 이송되어 진료를 위해 보정되고 있는 참매 '홍도' 의 모습입니다
어렸을때의 모습인데요! 풋풋하지요? 이 글을 읽으시면서 '홍도' 가 점차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갔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신다면 아마 재미있는 요소가 될 것 같습니다.


당시의 '홍도'는 얼굴의 눈썹선이 위치하는 부분에 창상이 있었고, 꽁지깃의 마모가 꽤나 심한 수준이었습니다. 허나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죠. 방사선 사진을 촬영한 결과 단순한 어깨 탈골이 아닌 견갑골, 오훼골 골절로 인해 우측 어깨가 거의 무너져 내린 상황이었습니다. 아마도 어딘가에 강하게 부딪히는 사고를 겪었을 겁니다. 
'홍도'는 사실상 치료도 굉장히 까다로운 상황이었고, 치료가 잘 된다 하더라도 영구장애를 지니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으며, 다행히 장애가 남지 않는다 하더라도 깃털의 마모가 너무 심해 깃갈이를 하기 전까진 자연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우측 견갑, 오훼골 골절을 확인하실 수있습니다


결국 13-400 참매는 영구장애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집중치료를 받았고, 어느 정도의 치료가 끝난 후에는 재활훈련을 위해 훈련조류로 선정되어 훈련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13-400 참매는 '홍도'라는 이름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해당 참매를 '홍도'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실 구조된 야생동물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경우에 따라 다소 옳지 못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이름을 지어주고, 부른다는 것은 관리 중인 야생동물을 애완동물처럼 여기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는 해당 동물이 꼭 지녀야할 야생성을 떨어뜨리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결과를 낳게 되기도 하지요. 때문에 구조센터에서는 영구장애 판정을 받았거나, 훈련을 받는 개체가 아닌 이상 절대로 이름을 지어 부르지 않습니다.

고통스러웠을 치료의 과정을 이겨내고, 묵묵히 재활훈련의 과정을 버텨주었던 '홍도'는 처음에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보란 듯이 건강을 되찾아 갔습니다. 
약 반년이 지났을 무렵 부터는 본격적인 깃갈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원활한 깃갈이를 돕기 위해 훈련 역시도 중단되었죠. 이때부터 '홍도'는 깃갈이를 진행함과 동시에 다시 야생성을 회복하는 기간을 보냈습니다.

좌 : 재활훈련 당시의 '홍도' (샤워 후 깃 건조 중) / 우 : 깃갈이를 거의 끝낸 후 방생 직전의 '홍도'
사진이 작아 잘 구별이 어려우실 수 있으나 자세히 보신다면 우측의 깃이 훨씬 더 마모가
적고(둥글고) 깨끗하며, 부러지거나 탈락한 곳도 없음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고 별다른 차이를 못 느끼실 수도 있겠다 싶어 사진 하나를 더 준비했습니다!! 아래의 사진에는 13년 4월 접수 당시의 모습부터, 방생 후 발견되었던 모습까지 순차적으로 담겨있습니다. 마모가 심했던 깃도 모두 새로이 깃갈이를 마쳤고, 약 10개월의 시간이 흐르며 유조의 모습에서 얼추 어른스러워진 티가 나기 까지 어떻게 변해갔는지 비교해보실 수 있습니다.

13년 4월 접수 당시 '홍도'의 모습부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달라져 갔는지 비교해보실까요?


그렇게 오랜 시간을 버텨내며 건강을 되찾은 '홍도'는 10개월이 지난 후 14년 1월 15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마룡리에서 방생되었습니다. 본래 방생 시에는 구조되었던 지점의 일정한 범위 내에서 방생을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야 야생동물의 적응을 돕고 방생 성공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허나 '홍도'를 원칙에 맞게 방생하기 위해선 흑산도까지 이동을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고, 무엇보다 당시 어린 개체인 상황에 약 10개월 이라는 오랜 계류의 기간을 거쳤기에 굳이 기존 서식지에 의존하기 보다는 아닌 참매 서식장소로 적합한 곳을 선정하는 것이 더 성공적일 수 있을 거라는 판단 하에 방생을 진행했던 것 입니다.




그렇게 저희는 '홍도'의 안녕을 빌며 10개월간의 쌓아올렸던 연에 마침표를 찍는가 했습니다. 그리고 11일이 지난 14년 1월 26일, 야외에 잠시 놓아둔 먹이인 병아리를 도둑맞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 범인은 다름 아닌 참매!!! 워낙 많은 양의 병아리를 한꺼번에 들고 날아가다 보니 얼마못가 작은 언덕위에 내려앉았습니다. 황당한 마음을 가라앉힌 채 관찰한 결과 이 친구는 얼마 전 방생한 '홍도' 였습니다. 


갑자기 나타나서 계류동물들을 위한 먹이를 낚아채간 이 녀석!! '홍도' 였구나...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금속 링이 부착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링 통해 방생 후 모니터링을 하거나 차후 재포획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직 '홍도'와 저희의 연이 끝나지 않았던 걸까요?  1월 15일 방생이 된 '홍도'가 11일이 지난 후에 처음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발견 된 것입니다. 11일 동안 큰 탈 없이 살아있다는 건 생존에 필요한 먹이활동을 했다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허나  센터 주변에서 계속 모습이 보인다는 것은 아직 환경에 완벽히 적응을 못해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내지 못했거나  먹이사냥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Soft-Release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Soft-Release란 방생 후 그 지역 환경에 완전히 적응할 때까지 혹은 생존에 필요한 여러가지를 터득할 때까지 서식지 주변에 먹이를 공급해주거나 은신처를 제공해 줌으로써 점차적으로 완전한 자연의 일부로써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때까지 도와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홍도'는 계속해서 센터 주변에 나타났고, 저희가 주는 먹이를 가져갔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방생 후 처음 발견되었던 날 부터 그해 4월까지 약 3개월 동안 Soft-Release 를 진행했습니다. 처음 1개월이 지나면서 부터는 먹이를 놓아주는 빈도를 점차 줄여나갔고, 그와 동시에  '홍도'의 모습도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2월에는 문 열고 나가면 어김없이 주변 나무에 앉아 우릴 지켜보았던 녀석이 3월이 되자 무인카메라에 포착되는 모습이 아니고서는 거의 볼 수 없었으니 말이죠. 그렇게 '홍도'는 점점 저희에게서 멀어져 진정한 자연의 일부가 되어갔습니다. 4월에 접어들면서 Soft-Release도 완전히 종료하였고, 이후로 '홍도'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이젠 정말 연이 끝났구나!!! 라고 생각했었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말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홍도'를 잊고 지내던 15년 2월, 흑산도에 위치한 국립공원 철새연구센터 관계자에게 갑작스럽게 연락이 왔습니다. 흑산도에서 참매 1개체를 발견했고, 관찰결과 다리에 금속가락지를 부착하고 있었으며, 가락지에 새겨진 식별번호는 다름아닌 '홍도' 의 것이다. 라는 연락을 말이죠.
14년 4월의 방생된 '홍도'가 10개월이 지난 시점에 방생장소에서 약 235km 떨어진 흑산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서산에서 방생된 '홍도'가 흑산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직선거리로 약 235km 정도가 되는군요


철새연구센터 측에서 제공해준 사진에 담긴 당시 '홍도'는 무척이나 늠름하게 자기보다 덩치가 큰 재갈매기(추정)를 사냥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잘 지내고 있다는 모습만 보여줘도 고마울텐데, 자신의 사냥실력을 뽐내주니 고마움과 동시에 어찌나 대견하던지...!!

방생 후에도 나타나 먹이 달라고 기웃거리던 녀석이 어느새 정말 멋진 참매가 되어 나타났습니다. 비록 사진이었지만 잘 지내고 있는, 한층 멋있어진 '홍도'를 보니 그간 홍도와 함께했던 날들이 스쳐지나가며 뭉클함이 느껴졌습니다. 참매 '홍도'와 우리의 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었네요 :D

'홍도'야 우리의 연은 끝나지 않았네, 다음에 또 볼 수 있는 거지? 그때까지 잘 지내고 있으렴 :D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