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검색해보세요

레이블이 방생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방생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8년 3월 14일 수요일

2017년 결산 -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와 '구조'

2017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교육동물 계류장과 냉동창고가 신축되고, '함께 살아가는 야생동물' 소책자가 발간되고, 많은 자원활동가 분들과 견학, 방문객들 여러 강의 활동 등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일들과 더불어 구조센터에서는 기본적으로 조난당한 야생동물의 구조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2017년도에는 어떤 동물이 어떤 이유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오게 되었을까요?

2017년도 총 1,063마리의 야생동물이 구조되어 전년 대비 9.9%가 증가한 숫자였습니다. 야생동물들이 사고를 더 많이 당했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야생동물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시민들이 더 늘어 전에는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경우에도 저희에게 연락을 더 주신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2013년 특수하게 밀렵으로 동시 접수된 259마리의 뱀을 제외한 일반적 구조는 688마리로 
2012년부터 구조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1,063마리 중 126마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50마리는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이었으며, 분류군으로는 조류가 786마리로 73.9%, 포유류는 274마리로 25.8%, 그 외 자라 등의 파충류 3마리가 구조 되었습니다.

구조동물 분류군별 비율

가장 많은 조난 원인은 미아(어미를 잃었다고 오인한 것 포함)로 전체 28.6%를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는 전선/건물 충돌(18.4%), 차량 충돌(17.5%) 인가침입(6.9%)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놀라운 점은 1063마리 중 862마리가 사람에 의해서 사람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들로 인해 조난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862마리는 2017년도 전체의 81.1%를 차지하는 숫자로 거의 대부분이라고 바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하는지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조류는 총 77종 786개체가 구조되었으며, 주요 조난 원인으로는 미아(오인 포함) 전선/건물 충돌, 인가침입, 차량충돌로 나타났습니다. 미아는 263마리로 33.5%, 전선/건물과의 충돌은 196마리 24.9%로 두 가지 원인이 무려 58.4%를 차지합니다. 두 가지 원인에 대한 예방책만 마련하더라도 조류의 조난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이죠.

조류 구조원인별 건수

전체 조류 분류군 비율에서는 오리과가 20.1%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올빼미과(13.4%), 비둘기과(11.2%), 매과(10.4%) 등의 순이었습니다. 조류의 종별로는 흰뺨검둥오리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멧비둘기, 황조롱이, 수리부엉이 등입니다. 기타에 들어간 조류는 물까치, 새호리기, 중대백로, 직박구리, 어치, 물총새, 쇠백로, 올빼미, 큰소쩍새, 검은등뻐꾸기, 큰덤불해오라기, 황로, 매, 쇠기러기, 쏙독새, 오색딱다구리, 중백로, 청딱다구리, 칡부엉이, 큰부리까마귀, 큰오색딱다구리, 큰회색머리아비, 가마우지, 검은댕기해오라기, 귀제비, 꼬마물떼새, 꾀꼬리, 대백로, 멧도요, 물닭, 붉은머리오목눈이, 붉은배새매, 뿔논병아리, 쇠딱다구리, 알락할미새, 조롱이, 파랑새, 해오라기, 곤줄박이, 노랑턱멧새, 논병아리, 덤불해오라기, 메추라기, 멧새, 바다쇠오리, 방울새, 붉은왜가리, 삑삑도요, 상모솔새, 아비, 청둥오리, 큰기러기, 황새, 후투티, 흑꼬로도요, 흰꼬리수리, 힝둥새입니다.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그렇지만 흰뺨검둥오리는 여름 번식기에 미아로 구조되는 경우(5월~7월)가 대부분인데도 1년 구조 건수가 가장 많습니다.

조류 구조 비율
흰뺨검둥오리는 보통 하천 주변의 야산이나 초지에 알을 낳는데, 하천정비 공사 등의 이유로 번식에 적절한 장소가 사라지면서 도심지의 건물 옥상에 조성된 초지에 번식을 하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경우 옥상에서 탈출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간신히 탈출하더라도 각종 위험요소(사람, 도로, 개, 고양이, 하수구, 집수정 등)가 사방에 도사립니다. 도심지에서 이동 중 개나 고양이에게 공격을 받을 수도 있고, 도로를 건너다 로드킬을 당하거나 도로를 무사히 건너더라도 하수구나 집수정에 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러한 경우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띠어서 구조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흰뺨검둥오리의 구조가 조류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흰뺨검둥오리 월별 구조 건수                                  흰뺨검둥오리 월별 구조 비율

포유류는 13종 274개체가 구조 되었으며 우리나라의 야생동물 포유류 중 상대적으로 개체수가 많고 인가나 도로에서 쉽게 발견되는 고라니(73.7%)와 너구리(15.3%)가 구조 동물의 89%나 되었습니다.

포유류 구조 동물 비율

고라니 조난 원인은 주로 차량충돌입니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 대비 도로의 밀도가 굉장히 높고 저지대에 주로 서식하는 고라니의 특성상 도로를 만나는 빈도가 높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전체 구조원인의 60.9%를 차지합니다. 이 %는 살아서 구조센터에 구조된 고라니만 포함된 수치이기 때문에 길에서 죽어간 고라니까지 포함한다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미아(납치) 문제는 여전히 많이 발생하여 두 번째 빈도가 높은 원인으로 기록 되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농수로 고립, 포식자 공격, 그물에 얽힘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2017년도에 개에 의한 공격, 포식자 공격 사례가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전체 구조건 수에 비해 낮은 수치이지만 증가 추세로 반려견의 산책, 유기되어 야생화된 들개에 대해 우리 모두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고라니 사고 원인 비율

너구리의 주요 조난원인은 기생충 중감염입니다. 개선충이라는 기생충인데 이 개선충은 몸 전체에 털이 빠지고 피부가 갈라지며, 탈수, 극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기생충입니다. 극심한 가려움증으로 먹이활동이 제한되고 그로인해 체중감소, 탈수, 면역력 감소 등 악순환이 되어 폐사까지 이를 수 있는 무서운 기생충입니다. 한 식구가 같은 굴 생활을 하는 너구리의 특성상 한 마리만 감염되더라도 가족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높고,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는 생태도 너구리간 전염의 가능성을 높여서 너구리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보입니다.

너구리 사고 원인 비율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야생동물의 번식기인 5~7월에는 야생동물따라 구조센터도 바빠지는데요. 월별 구조 동물 비율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3개월의 구조 수가 전체 구조 수의 54.7%를 차지 할 정도로 번식기의 구조센터는 눈코뜰새 없이 바쁜 시기입니다.

   월별 구조 동물 건수                                                월별 구조 동물 비율

2016년과 2017년도 월별 구조 건수를 비교해보면 2017년도도 2016년도와 마찬가지로 번식기 구조가 집중된 형태를 보였습니다. 전체적인 추세는 비슷하지만 번식기 집중도가 2016년도에 비해 더욱 심화 되었습니다.
월별 그래프를 보면 번식기를 제외하고 철새들이 오는 시기(12월)에 구조 수가 늘었다가 철새들이 떠난 시기(3월, 10월)에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전년 대비 월별 구조 건수

그러면 가장 바쁜 번식기에 구조원인은 어떻게 될까요? 전체 구조원인에서도 보셨듯이 미아로 구조되는 개체가 가장 많은데요. 번식기 구조원인은 압도적으로 미아가 많았습니다. 50%에 육박한 46.8%입니다. 절반 이상이 번식기인 5~7월에 구조가 되고 그 절반이 미아로 구조되는 것이죠. 이 미아 중에는 정말 어미를 잃은 경우도 있지만 사람이 어미를 잃은 것으로 오인하여 구조하는 경우, 자신의 집, 회사, 창고에서 발견하여 이소까지 두지 못해 구조센터로 오는 경우,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서 떨어져 미아가 된 경우 등 많은 원인이 있는데요. 우리가 조금만 야생동물을 배려한다면 구조센터에 오지 않고 어미의 품에서 자라나 온전히 자연의 품으로 갈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짧게는 1달에서 길게는 2달만 아기새들의 울음소리를 노랫소리라 여기고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간다면 생명을 살리는 일에 모두 동참할 수 있습니다.

5~7월 구조 원인 분석, 미아가 압도적으로 많다.

지역별 구조 건수는 어떨까요? 가장 많이 구조가 된 지역은 아산시입니다. 다음으로는 천안시, 예산군, 서산시, 홍성군 순입니다. 야생동물의 구조는 사람이 발견하고 신고를 하기 때문에 인구가 많은 천안시, 아산시에서 구조가 많이 된 것으로 보이고, 인구가 더 많은 천안시보다 아산시에서 구조가 많은 이유는 아산시 내 민간단체의 적극적 협조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구조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3순위인 예산군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소재한 곳으로 구조센터의 존재가 많이 알려져서 인지 구조 수가 많았습니다.

지역별 구조 수

구조된 1,063마리의 야생동물 중 454마리(42.7%)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실제적으로 구조센터에서 치료를 할 수 없는 상태인 폐사체와 DOA(dead on arrival, 구조 혹은 이송하는 과정에서 폐사한 경우. 접수 후 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이나 24시간 이내 폐사한 경우를 포함)를 제외한 실질 방생율은 54%입니다. 구조된 야생동물의 절반정도만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야생동물을 구조, 치료하는 것보다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세부적으로 알아보면 치료 가능성이 없거나, 치료를 하더라도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해 안락사 되는 야생동물이 186, 치료 중에 죽은 야생동물이 176마리, 통계 기준일에 센터에 머물고 있는 계류, 다른 기관으로 이첩한 경우,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구조센터 내부에서 야생동물이 처한 위협들을 방문객들이게 알리는 교육동물이 24마리, DOA가 170마리, 폐사체가 53마리입니다.

작년대비 구조 결과 분석.  폐사율, 안락사 줄고 방생율은 증가하였다.
작년대비 실질 구조 결과 분석

지난 6년 구조결과를 분석해 보면 2013년도 밀렵에 의한 단체 구조인 뱀(259마리) 같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2012년부터 매년 구조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방생율도 2016년 소폭 하락한 것을 제외하면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매년 사고를 당하는 야생동물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야생동물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 신고가 늘어나 충남 지역 어딘가 홀로 죽어가는 야생동물이 줄어들고 있다고 믿고 싶네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바쁘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물러가고 완연한 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야생동물에게도 따뜻하기만한 봄날이 오길 바라봅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안병덕 재활관리사

2017년 4월 30일 일요일

시작부터 험난한 올빼미의 삶

햇살이 따뜻한 봄날을 지나 어느덧,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이 아닐까 싶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봄날과 다르게 야생동물의 봄날은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습니다. 야생동물들은 먹이가 풍부한 계절에 새끼들을 키우기 위해 이미 번식을 시작하여 한창 새끼들을 키우는 시기인데요. 번식의 기쁨도 잠시 야생동물들에게는 많은 위협 요소가 있습니다. 가로수 정비 사업으로 둥지가 통째로 파괴되는 경우도 있고, 산 전체가 개발되어 숲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에 의한 피해 외에도 자연적 사고에 의해서 사고를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 말씀드릴 이야기는 자연적 사고로 어린 올빼미가 둥지에서 추락한 경우입니다.

봄바람이 많이 불던 목요일 오후 충남 보령시 어느 마을에서 새끼 부엉이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갔습니다. 현장에 나가보니 떨어진 새끼 부엉이는 올빼미였고, 올빼미를 발견한 주변에는 약 10m 높이의 나무가 있었습니다. 나무에는 까치둥지가 있었고, 까치둥지에 올빼미가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올빼미 둥지로 추정되는 까치집


단순히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동물을 발견했을 때 둥지에 올려주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일까요? 정답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우선 새끼 동물의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새끼동물이 둥지에서 떨어지면서 다친 곳은 없는지, 떨어진지 오래되어 기력이 없는지 등 동물의 상태를 살펴보고 다친 곳이 있거나 기력이 없다면 구조센터로 데려와 치료 과정을 거쳐야합니다(날개가 쳐지지는 않는지 기립은 되는지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또 주변에 어미가 있는지 확인해야합니다. 새끼 동물이 둥지에 올려주었는데 어미가 오지 않는다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끼동물이 추락한 후 이동을 해서 발견 장소 주변의 둥지가 새끼동물의 진짜 둥지가 아닐 수도 있고요.

하......... 높다


저희도 우선 올빼미의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어 보였고, 기력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어미로 보이는 올빼미도 관찰을 했고요. 하지만 문제는 나무가 너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미리 사다리를 챙겨 가긴 했지만 길이가 턱없이 부족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주변에서 발견한 어미로 보이는 올빼미


저희 힘만으로 해결책이 없어 다른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119안전신고센터에 사다리차 협조를 요청했는데 그날 주변 산에 불이나 어려우니 내일 연락 줄 수 있겠냐는 말을 듣고 일단 구조센터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구조센터로 복귀 후 올빼미의 상태를 정밀하게 다시 살폈습니다. 다행히 건강상 이상은 없었습니다.

아직 솜털이 뽀송뽀송한 어린 올빼미, 졸린 가 봅니다.


둥지에서 떨어져 먹이를 먹지 못한지 오랜 시간 지난 상태이기 때문에 먹이를 주어야 했습니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줄때에는 주의해야하는데요 특히 어린 동물들은 사람에게 각인(오리가 사람을 엄마로 알고 따라다니는 것 같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사람이 먹이 주더라도 사람이 주는 것이 아닌 올빼미가 먹이를 주는 것으로 생각하도록 해야 합니다. 동영상에 나오는 도구를 이용 할 수도 있겠지만 저런 도구가 없을 때는 올빼미 가면이나 마스크 같은 것으로 얼굴을 최대한 가리고 주의에서 소리를 내지 않도록 하고 접촉을 최소한으로 해야 합니다. 손에 각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주의 해야 합니다.


 
먹이를 어느 정도 먹고 졸린가 봅니다. 잘 자고 내일은 집에 돌아가자!!



다음 날입니다. 보령시청에서 감사하게도 사다리차를 협조 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약속 시간을 잡고 시간에 맞춰 현장에 다시 갔습니다.

사다리차가 참 늠름하네요


올빼미가 다시 둥지로 올라가는 영상입니다. 안전상 문제로 보령시청 관계자 분께서 직접 둥지로 옮겨 주셨습니다. 영상에서는 올빼미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네요.


나뭇가지 사이로 솜털이 보이시나요?

  
무사히 둥지로 돌아간 올빼미 사진입니다. 또 떨어지지 말고 건강히 자라서 밤 하늘을 날아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안병덕

2016년 7월 29일 금요일

덫에 걸려 구조되었던 너구리, 하나가 아닌 다섯이 되어 자연으로!

눈이 내리던 지난 2월의 마지막 날, 목소리가 앳된 초등학생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한껏 상기된 목소리의 소년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어떤 동물이 덫에 걸려있다고 전해왔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 덫이? 설마 그냥 어떤 구조물에 걸린 거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현장에 나가보았습니다. 그리고 경악을 금치 못할 상황과 마주했습니다.

정말로 아파트 단지 내 위치해있는 공원 산책로 바로 옆에 야생동물인 너구리가 덫에 걸려있었습니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죠.

덫(창애)에 앞 다리가 걸린 채 시름하던 너구리의 모습.
덫에 걸리면 빠져나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합니다.


너구리가 덫에 걸려있다는 사실도 경악스러웠지만, 더욱 끔찍했던 건 이곳이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해있다는 것 입니다. 주변에는 여러 아파트 단지와 학교, 관공서, 큰 규모의 유치원도 자리해있었습니다. 심지어 바로 옆에는 아이들이 뛰어 놀아야 할 놀이터도 위치해있었죠. 만약 어린아이가 산책로 근처의 풀밭에서 놀다가 이 덫에 걸리기라도 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누가 왜 이런 덫을, 어디에 얼마나 더 설치했는지 파악할 수 없어 그 위험성은 계속해서 존재하는 상황이었죠. 특히나 아파트단지의 공원과 같은 불특정 다수가 자유로이 이용하는 장소였기에 그 위험성은 더욱 높을 수밖에요. 

덫이 설치되어있는 위치는 어린이들도 충분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바로 옆에는 놀이터가, 불과 200m 근처에는 큰 규모의 유치원이 위치해있습니다.


덫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포획 틀이나 올무 등도 있지요. 하지만 우리가 가장 흔하게 떠올리는 덫이 바로 '창애' 입니다. 창애는 동물이 덫의 일부분을 밟으면 잠금장치가 풀리면서 날카로운 이빨을 지닌 부분이 콱! 하고 맞물려 동물의 신체를 물게 되는 구조를 지닌 덫입니다. 이 덫에 동물이 걸리게 되면 피부와 근육의 손상, 골절은 기본이고 심할 경우 신경이 손상되거나 절단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어린아이의 발목이 이 덫에 걸렸다면 어찌되었을까요? 골절 등의 크나큰 상처가 생기는 것은 불 보듯 뻔 한 결과입니다.
특히나 이러한 덫은 누구나 쉽게 구매해 설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악용의 소지 또한 높은 상황입니다. 사람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는 창애가 '쥐덫' 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판매되고 있으니까요.

추운 겨울, 굶주림에 지친 너구리가 사람의 거주지 주변까지 와 먹이를 찾아 헤매고 있었고,
북어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고 덫 근처에 다가왔을 겁니다. 그리고 덫에 걸리고 말았죠.


보통 동물이 이러한 덫에 걸렸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 더 큰 상처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발버둥 치면 칠수록 상처는 깊어지고, 치료는 어려워지죠. 또 빼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빨이 부러지거나 빠지는 2차적인 상처를 갖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상처부위에 감염까지 발생해 돌이킬 수 없을 정도에 치닫기도 하죠.

덫(창애)에 걸려 다리가 절단된 너구리의 모습


하지만 무척이나 다행스럽게도 이 너구리는 상당히 온전한 상태였습니다. 발가락의 일부만이 덫에 걸려있었고, 크게 발버둥치거나 물어뜯지 않아 상처도 심하지 않았습니다. 보통의 너구리는 덫에 걸리면 빠져나가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쓰다가 더 큰 상처를 얻곤 하는데 이 너구리는 그렇지 않은 것이 꽤나 의아했습니다. 구조 이후 방사선 사진을 찍어보니 좌측 발가락에 약간의 폐쇄골절이 있었고 피부 괴사가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허나 이 역시도 기존에 덫에 걸린 다른 개체들과 비교한다면 천만다행인 수준이었죠. 

덫에 걸렸던 부위의 검사와 치료를 진행하는 모습
좌측 발가락뼈에 골절이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왜 아파트 단지에 이토록 무시무시한 덫을 설치해놓았을까요? 
이런 곳에서 야생동물을 밀렵하고자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마 최근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유기동물이나 길고양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거나, 혐오하는 마음에 상해를 입힐 목적으로 설치되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 같습니다. 
최근 뉴스만 봐도 독극물을 넣은 먹이를 이용해 길 위의 생명을 죽이거나 길고양이에게 화살을 쏘기도 하고,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일명 '캣맘'이 폭행을 당하는 등의 '동물혐오'에 따른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가 덫이 설치되어있던 장소입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이곳에 설치된 덫은 그 누구에게나 크나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위험이 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길 위의 다른 생명들이 불편하고 혐오스럽다하더라도, 어찌 이런 방법까지 선택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덫에 걸린 동물이 겪을 고통은 전혀 생각지 않았을 테죠. 그렇다면 동물도 동물이지만, 만약 이 지역주민이나 어린이가 이 덫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는지도 생각지 못했던 걸까요? 아니면 아무렴 어때하고 개의치 않았던 걸까요?

만약 후자라면, 우리는 지금 너무도 끔찍한 생각을 지닌 누군가와 같은 시간, 장소를 공유하며 살아가는 셈입니다. 동물을 싫어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 그들에게 주어진 자유는 아닐 텐데 말이죠.

두려움에 사로잡힌 구조 당시의 너구리


아무리 덫에 걸린 것 치곤 상처가 심하지 않다고 해도 골절이 존재했기에 치료하는 과정은 꽤 긴 시간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렇게 너구리는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머물게 되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너구리는 이미 뱃속에 새 생명까지 품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치료를 받는 동안 점점 몸은 불어만 갔습니다. 분만 전까지 치료가 완벽하게 끝난다면 좋으련만,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의 시기는 속절없이 다가왔습니다.

갓 태어난 새끼 너구리의 모습입니다. 


결국 너구리는 이 곳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소중한 4마리의 새 생명을 출산했습니다. 이곳이 아닌, 그들의 삶에 있어 가장 적합한 야생에서 새끼를 낳아 기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미 너구리는 새끼를 낳자마자 여느 어미처럼 품어주고 보듬어주느라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아무리 어미 너구리가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다 하더라도 눈도 채 뜨지 못한 새끼너구리들과 함께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어쩌면 서로에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때문에 새끼 너구리들이 조금 더 자라 자연에 적응하기 수월해질 때 쯤 돌려보내주기로 하였죠.

어느 정도 자란 네 마리의 새끼 너구리입니다. 그래도 아직 많이 어린 상태죠.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어미 너구리는 최선을 다해 새끼들을 길러냈고, 덕분에 새끼 너구리들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눈도 못뜨고 꼬물거리던 녀석들이 이제는 장난도 치고 사람을 보면 경계를 하는 늠름한 모습도 보여주었지요.
더불어 어미의 다리도 말끔히 나아졌습니다. 다행히 뼈도 잘 붙고 상처도 잘 아물었어요.

이 말인 즉, 너구리들이 자연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겠죠!!

다리의 상처가 다 아물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스러웠을까요?!


방생에 앞서 숨겨진 먹이를 스스로 잘 찾아먹는가를 평가하기 위해 먹이를 땅에 묻어주었습니다. 과연 스스로 잘 찾아 먹었을까요?  아주 훌륭하게 잘 찾아먹더군요!

열심히 땅을 파 먹이를 찾아 먹는 새끼 너구리


야행성인 너구리의 성공적인 방생을 위해 날이 어두워진 후 방생을 진행했습니다. 




어미가 구조센터에 들어온 지 약 5개월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계절도 변하고, 오가는 동물들도 많이 변해갔어요. 그 시간동안 가장 변한 것이 있다면 역시 이 너구리일 것 입니다. 혼자였던 삶이 다섯으로 늘어났으니까요. 그만큼 삶의 무게도 늘어났겠지만 지금까지 여러 난관을 잘 거쳐 왔기에 앞으로도 서로 의지하면서 잘 이겨낼 수 있겠죠!!

물론, 그들이 앞으로도 잘 지낼 수 있으려면 우리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나에게 다소 불편하다고 해서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생명경시가 지금과 같이 완연하다면 그들의 삶은 결코 나아질 수 없겠죠.

나와 다른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 이타심, 공존을 위한 배려와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또 다시 사람이라는 덫에 걸려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우리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또 다시 사람이라는 
덫에 걸려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6년 6월 21일 화요일

새끼 황조롱이 둥지 복귀 대작전!!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새끼 동물들의 삶은 불안정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직 나약한 그들에게 세상은 온통 처음이라는 두려움 그 자체니까요. 둥지에서 벗어나 처음 날갯짓을 하거나 하늘에 몸을 던지는 것 역시 꼭 필요하고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아직은 서투른 그들에게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지금과 같은 시기에 구조센터에는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새끼 동물들의 신고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특히 조류의 경우 둥지에서 떨어지거나 둥지를 벗어나 이제 막 세상의 품으로 향하는 '이소'의 과정에서 미숙함으로 다소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갓 이소한 황조롱이 새끼의 모습. 앉아있는 장소의 선택이나
 움직임이 꽤나 어색한 모습입니다. 이 모든 것이 '처음' 이기 때문이겠지요?


보통 누군가에게 발견되지 못한다면 서서히 도태되거나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겠지요. 이러한 과정은 사람의 어떠한 행위나 간섭에 의해 발생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 꽤나 자연스러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런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발견한 이상 그냥 모른 척 지나가자니 윤리적인 갈등에 직면하게 되죠. 그런 경우 대부분의 분들이 감사하게도 관심을 가지고 상황을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해주시고 있습니다.

오늘 신고 받은 황조롱이 역시 이와 같은 경우였습니다. 아직은 이소하기에 약간 이른 감이 있었는지 둥지에서 떨어지고 말았지요. 신고자는 주변에 머무는 여러 위험으로부터 황조롱이의 안전을 확보한 후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해왔습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약 10여m 높이의 나무 꼭대기에 까치의 둥지 내에 번식한 황조롱이 가족이 위치해있었습니다. 신고자가 발견한 황조롱이는 이 둥지에서 떨어진 것이 확실한 상황이었습니다.

오늘의 미션은 둥지에서 떨어진 황조롱이를 저~ 위에 올려주는 것!! 입니다.


둥지에서 이탈한 조류의 경우 다시 본래의 둥지로 올려주는 것이 가장 우선으로 고려되는 사항입니다. 허나 그럴 수 없는 경우도 분명 존재하겠지요. 과연 어떤 경우가 그러할까요?

첫 번째, 떨어지는 과정에서 신체 일부에 상처를 입었다던가 활동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입니다. 대게 이런 경우, 다리나 날개 등이 비대칭의 모습을 보이거나 움직임이 비정상적이며 혈흔 등이 관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둥지에서 추락하는 과정에서 다리가 부러진 황조롱이
이런 경우 비대칭의 모습을 보이거나 움직임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두 번째, 떨어질 당시 큰 문제는 없었지만 시간이 오래 경과되어 기아 탈진 등으로 쇠약해진  경우입니다. 눈을 계속해서 감거나 힘없이 서있고, 공격성/경계 반응이 약해지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이러한 경우 정도에 따라 둥지에 올려주기보다는 충분한 영양공급을 통해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것을 우선 고려해야 될지도 모릅니다.

둥지에서 떨어진 후 꽤 시간이 흘러 기아/탈진 상태에 놓인 황조롱이 입니다.
정도가 심할 경우 수액, 먹이급여 등을 통한 영양공급이 우선 이루어져야 합니다.


세 번째, 서툴기는 하지만 신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고 기력이 좋아 정상적으로 이소하는 과정이라 판단되는 경우입니다. 주변에서 어미까지 관찰된다면 더더욱 문제가 없겠지요. 이러한 경우 굳이 둥지까지 올려주지 않아도 포식자의 접근을 피할 수 있는 구조물이나 나무 위에 올려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조치가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둥지에 새끼를 올려주는 과정에서 사람이 다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하고 최대한 안전대책을 강구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합니다.

둥지에서 떨어진 오늘의 주인공 입니다. 이 친구야 조심 좀 하지...!!!


이번 개체는 딱히 문제도 없었고 다시 둥지로 올려준다면 약간 더 시간이 지난 후 정상적으로 이소의 과정을 거칠 수 있는 개체로 판단되었습니다. 때문에 다시 둥지로 올려주기로 결정되었죠. 허나 둥지의 높이가 사다리를 이용해 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나무에 돋아난 가지의 두께가 얇아 밟고 올라서기도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을 거듭하던 중 나무 옆에 위치한 건물에 올라가보기로 했습니다. 옥상을 올라가보니 둥지가 거의 5~6m 떨어진 수평한 위치에 놓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에서 올라가기 보다는 이 곳에서 도구를 이용해 둥지까지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지요.

나무 꼭대기 부근에 위치한 둥지가 보이시나요?
황조롱이는 이렇게 까치의 둥지를 이용해 번식을 하곤 합니다.


긴 막대기에 새를 담아 둥지 까지 뻗어주면 스스로 둥지로 돌아갈 것이라는 계획 하에 막대기의 길이를 늘이는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재료가 충분치 않아 애를 먹었지만 가까스로 둥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막대기가 완성되었습니다.

건물 옥상에서 뻗어 황조롱이의 둥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막대기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있을 위험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두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친 후 황조롱이 둥지 복귀 미션이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황조롱이는 무탈하게 둥지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위기에 직면했지만, 다행히 그 상황을 외면하기 보다는 자신과 다른 생명의 안전에 대해 걱정해주고 구조센터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하셨던 감사한 분들을 만났기 때문이죠!!!

하지만, 새끼 황조롱이에게 처한 삶의 위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일 것 입니다. 그래도 오늘의 위기를 계단삼아 천천히 오르고 또 오르면 언젠가 저 하늘 위에서 멋진 정지비행을 선보이는 야생의 주인공이 되어가겠지요? 그렇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언젠가 야생의 주인공이 될 녀석의 미래를 응원해주세요 :D !!!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5년 9월 3일 목요일

2년 터줏대감 저어새, 인고의 시간을 겪어 자연의 품으로

서산에 위치한 야생동물치료센터에는 꽤나 오래 전부터 머물고 있는 터줏대감이 있습니다. 주걱 모양의 특이한 부리를 지니고 있는 만큼이나 이름도 특이한 '저어새'가 그 주인공 입니다. 2013년 6월에 아주 어린 새끼 저어새의 모습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으니 벌써 2년이 훌쩍 지났네요. 이 정도면 터줏대감으로 불릴만하죠?

저어새는 전 세계적으로 동아시아에만 서식하며, 2015년 실시한 국제 동시 센서스 결과 전 세계에 단 3,272개체만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는 이야기죠. 그 때문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급, IUCN 적색목록에 위기(EN) 등급으로 등재되어 국내·외에서 보호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이한 모양의 부리, 부리 모양만큼이나 독특한 
먹이활동 모습을 보이는 세계적 멸종위기 종 '저어새'


그 덕분에 저어새의 개체수가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저어새를 위협하는 많은 요인을 줄여나가지 않는다면, 보호의 노력을 결국 노력으로만 끝나게 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저어새를 위협하는 요인으로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서식지의 훼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저어새의 대부분은 서해안의 무인도에서 집단으로 번식하고, 주변의 갯벌이나 습지에서 먹이활동을 합니다. 허나 갯벌매립, 간척사업 등의 무분별한 개발이 저어새의 번식지와 먹이터, 휴식 공간 등을 훼손하는 결과를 불러오고 있으며, 서식지 주변의 환경변화로 인해 둥지를 지을 재료가 부족해 번식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로는 하천과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꼽아볼 수 있습니다. 무심코 버려지는 쓰레기가 하천과 바다로 흘러들어간다면 저어새 뿐 아니라 많은 야생동물에게 큰 위협이 됩니다. 낚싯줄과 낚싯바늘과 같은 날카로운 쓰레기를 삼키거나, 이것이 몸에 걸리게 되면 치명적인 장애를 갖게 되거나 생명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나 저어새는 주걱모양의 부리를 얕은 물에 담그고 이리저리 저어가며 먹이활동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바닥에 떨어져있는 쓰레기가 부리에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낚시 쓰레기가 저어새에게 미치는 영향을 사례와 함께 소개해 저어새가 처한 
위기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보고서 '저어새를 낚시쓰레기로부터 구해 주세요'
(출처 : 한국물새네트워크 & 동아시아공동체 오션) 


2년이란 시간동안 저희의 곁에서 보호받던 터줏대감 저어새는 어떤 특정 위협요인에 의해 구조된 사례는 아닙니다. 이 친구는 2013년 여름, 인천에 위치한 바위섬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미가 가져다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겠지만 약 한 달이 되었을 때, 어떠한 자연적 사고로 인해 꽁지깃 부분의 기름샘이 감염되었고 그 결과, 꽁지깃이 모두 탈락하는 결과가 발생했습니다.

위 : 기름샘에 발생한 상처. 이 상처의 영향으로 모든 꽁지깃이 빠지게 됨을 확인
아래 : 구조센터 초기접수 당시 상태확인을 위해 기립 상태를 관찰 중인 모습 


꽁지깃이 다시 자랄 수 있음을 기대하며 장기계류에 돌입했습니다. 계절이 지나고, 해가 바뀌면서 짧았던 부리가 길어지고 날개깃 끝 부분의 검은 무늬가 점차 사라져갔습니다. 처음 접수되었을 땐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새끼 저어새였는데 어느새 어린티를 말끔하게 벗어내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변해갔습니다.

처음 접수 당시의 모습과 약 2년의 시간이 흐른 뒤의 모습을 비교
짧았던 부리가 길어지고, 몸집이 커졌습니다. 사진엔 없지만
날개 깃 끝 부분의 검은 무늬도 이젠 거의 사라졌지요.
2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이 저어새의 모습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이렇게 멋진 청소년 저어새가 되었지만,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꽁지깃만큼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깃이 모두 빠져버렸던 처음과 달리 다시 몇 개의 깃이 자라긴 했지만 완전히 정상적인 꽁지깃의 모습을 되찾지는 못했습니다.
조류에게 특정 부위 일부라도 깃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비행 능력을 결정짓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저어새는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며 비행능력을 검증받아야 했습니다. 반 이상의 꽁지깃이 없고, 한정된 공간이라는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저어새의 방생 가능성을 판단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섭식, 비행, 사회성, 자극에 대한 반응, 건강상태 등 복합적인 면을 평가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방생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설 만큼 좋은 모습을 수차례 보여주었고, 결국 방생이 확정될 수 있었습니다.

위 : 방생에 앞서 깃 등의 신체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모습
가운데 : 2년 경과 후 3개의 꽁지깃이 새로 자라난 모습
아래 : 인식표(금속가락지)를 부착하는 모습


저어새를 방생하기 위해 선택한 장소는 어느 강의 하구입니다. 너른 갯벌을 지니고 있어 저어새의 먹이자원이 풍부하기에 매년 번식을 끝낸 많은 개체의 저어새가 도래해 이동 전까지 머무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동물을 방생할 때에는 최대한 그 동물에게 적합한 서식지를 찾아 보내주어 야생으로의 적응을 돕고, 자연스럽게 무리로 합류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등 많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현장에 도착해 주변을 살펴보니 크고, 작은 저어새 무리가 눈에 띄었으며, 그 수는 약 100여 개체에 이르렀습니다. 야생조류 100여 개체가 적은 수로 느껴질 수 있으나 전 세계에 3,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저어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꽤나 많은 개체군이 모여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저어새가 저 무리에 합류해 함께, 진정한 야생동물로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방생이 진행되었습니다.

방생장소인 강 하구 갯벌에서 먹이활동과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저어새 무리


어두컴컴한 이송상자에서 나온 저어새는 의아하다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습니다. 2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좁은 계류장에서 자연으로 돌아갈 이 순간을 기다려왔을 저어새이지만, 이 순간과 주변 환경이 낯설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두리번거리기도 잠시, 계속해서 바람을 느끼고 주변 환경을 익히며 자신이 정말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송상자에서 나와 자연으로 돌아간 기쁨의 순간을 온 몸으로 만끽하고 있는 저어새


그렇게 몇 분 동안 저어새는 우두커니 저희의 앞에 서 있다가 갑작스럽게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습니다. 바람에 몸을 맡긴 저어새는 드넓은 갯벌 위를 선회하며 여유로운 비행을 선보였습니다. 흡사 하늘과 바람을 느끼기 위해서 비행을 하는 것 같이 말이죠. 그동안 저 바람이 얼마나 간절하고 그리웠을까요?

힘차게 날아오른 저어새가 멋진 비행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야생에서도 훌륭히 살아갈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이 더욱 커지는 순간입니다.


그렇게 한참을 날아다니던 저어새는 다시 근처 갯벌에 내려앉았습니다. 곧이어 저어새는 우리에게 이제 걱정하지 말라는 듯 갯벌을 이리저리 걸어다니기도 하고, 수풀에 숨어보기도 하며 자연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안심이 되었지만, 딱 한가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아직 남아있었습니다.

갯벌을 이리저리 오가며  자연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저어새


'2년이나 보호받은 저어새가 혹여 무리에 합류하는 것을 어려워하지는 않을까?' 라는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갯벌을 노닐 던 저어새가 갑작스럽게 다른 저어새 무리가 있는 곳으로 이동을 했고, 아주 자연스럽게 합류했습니다. 합류가 무척이나 자연스러워 어느 저어새가 우리가 보낸 저어새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었을 정도로 말이죠. (다리가 물에 잠겨 인식표가 보이지 않는 관계로 인식표를 통한 구분은 불가)

그렇게 2년이라는 긴 시간의 구조센터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계류장 내에서 기다란 식물줄기를 입에 덥석 물로 계류장을 활보하던 저어새의 모습을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내년 혹은 내후년엔 서해안의 어느 무인도에서 사진과 마찬가지로 나뭇가지를 물고 새끼를 기르기 위해 둥지를 짓는 저어새가 되어 다시 우리에게 나타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계류장 내에서 기다란 식물줄기를 입에 덥석 물로 계류장을 활보하던 저어새의 모습


전 세계에 3,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심각한 멸종위기 동물인 '저어새'... 이런 친구를 치료해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은 정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생명을 지닌 모든 동물이 그러하지만, 특히나 지금 당장의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은 그 의미가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 예산을 투자해 멸종위기 종의 복원도 진행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게 뿌듯한 마음으로 저어새를 보내주고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크고 작은 개발의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쓰러져있는 나무, 높게 쌓여진 흙더미, 철근과 콘크리트 지주가 뉘어져있는 모습.... 해마다 구조센터에는 이런저런 사연을 지닌 동물들이 구조되어 들어옵니다. 벌목을 하는 과정에 둥지에서 떨어지고, 자동차에 치이고, 유리창에 부딪히고, 낚싯바늘을 삼켜 목에 걸린 이 친구들이 겪었던 사고를 근본적으로 파헤쳐본다면, 그동안의 우리가 지녀왔던 개발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을지 모릅니다.
다친 야생동물 한 마리, 한 마리 정성을 쏟아 돌본 후 자연으로 돌려보냈는데, 이렇게 무분별한 개발 앞에 수백, 수천, 수만 마리가 또 다시 위험에 빠지게 되는 상황을 보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무기력함에 사로잡힙니다.

다친 야생동물을 치료하고, 종 복원을 통해 그 수를 늘려서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한들, 지금과 같이 그들을 위협하는 요인을 줄여주지 못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한쪽에서는 사라져가는 산양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렇게 노력을 기울여 보호하려는 산양이 살아가야 할 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노력은 노력으로만 끝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저어새와 야생동물은 서서히, 우리의 욕심이라는 검은 파도에 휩쓸려 사라지겠죠.

멸종위기 동물... 지켜주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이번 저어새 방생은 한국물새네트워크,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님의 도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저어새의 간략한 정보를 담고 있는 '인포그래픽 - 저어새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