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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30일 일요일

시작부터 험난한 올빼미의 삶

햇살이 따뜻한 봄날을 지나 어느덧,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이 아닐까 싶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봄날과 다르게 야생동물의 봄날은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습니다. 야생동물들은 먹이가 풍부한 계절에 새끼들을 키우기 위해 이미 번식을 시작하여 한창 새끼들을 키우는 시기인데요. 번식의 기쁨도 잠시 야생동물들에게는 많은 위협 요소가 있습니다. 가로수 정비 사업으로 둥지가 통째로 파괴되는 경우도 있고, 산 전체가 개발되어 숲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에 의한 피해 외에도 자연적 사고에 의해서 사고를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 말씀드릴 이야기는 자연적 사고로 어린 올빼미가 둥지에서 추락한 경우입니다.

봄바람이 많이 불던 목요일 오후 충남 보령시 어느 마을에서 새끼 부엉이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갔습니다. 현장에 나가보니 떨어진 새끼 부엉이는 올빼미였고, 올빼미를 발견한 주변에는 약 10m 높이의 나무가 있었습니다. 나무에는 까치둥지가 있었고, 까치둥지에 올빼미가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올빼미 둥지로 추정되는 까치집


단순히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동물을 발견했을 때 둥지에 올려주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일까요? 정답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우선 새끼 동물의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새끼동물이 둥지에서 떨어지면서 다친 곳은 없는지, 떨어진지 오래되어 기력이 없는지 등 동물의 상태를 살펴보고 다친 곳이 있거나 기력이 없다면 구조센터로 데려와 치료 과정을 거쳐야합니다(날개가 쳐지지는 않는지 기립은 되는지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또 주변에 어미가 있는지 확인해야합니다. 새끼 동물이 둥지에 올려주었는데 어미가 오지 않는다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끼동물이 추락한 후 이동을 해서 발견 장소 주변의 둥지가 새끼동물의 진짜 둥지가 아닐 수도 있고요.

하......... 높다


저희도 우선 올빼미의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어 보였고, 기력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어미로 보이는 올빼미도 관찰을 했고요. 하지만 문제는 나무가 너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미리 사다리를 챙겨 가긴 했지만 길이가 턱없이 부족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주변에서 발견한 어미로 보이는 올빼미


저희 힘만으로 해결책이 없어 다른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119안전신고센터에 사다리차 협조를 요청했는데 그날 주변 산에 불이나 어려우니 내일 연락 줄 수 있겠냐는 말을 듣고 일단 구조센터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구조센터로 복귀 후 올빼미의 상태를 정밀하게 다시 살폈습니다. 다행히 건강상 이상은 없었습니다.

아직 솜털이 뽀송뽀송한 어린 올빼미, 졸린 가 봅니다.


둥지에서 떨어져 먹이를 먹지 못한지 오랜 시간 지난 상태이기 때문에 먹이를 주어야 했습니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줄때에는 주의해야하는데요 특히 어린 동물들은 사람에게 각인(오리가 사람을 엄마로 알고 따라다니는 것 같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사람이 먹이 주더라도 사람이 주는 것이 아닌 올빼미가 먹이를 주는 것으로 생각하도록 해야 합니다. 동영상에 나오는 도구를 이용 할 수도 있겠지만 저런 도구가 없을 때는 올빼미 가면이나 마스크 같은 것으로 얼굴을 최대한 가리고 주의에서 소리를 내지 않도록 하고 접촉을 최소한으로 해야 합니다. 손에 각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주의 해야 합니다.


 
먹이를 어느 정도 먹고 졸린가 봅니다. 잘 자고 내일은 집에 돌아가자!!



다음 날입니다. 보령시청에서 감사하게도 사다리차를 협조 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약속 시간을 잡고 시간에 맞춰 현장에 다시 갔습니다.

사다리차가 참 늠름하네요


올빼미가 다시 둥지로 올라가는 영상입니다. 안전상 문제로 보령시청 관계자 분께서 직접 둥지로 옮겨 주셨습니다. 영상에서는 올빼미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네요.


나뭇가지 사이로 솜털이 보이시나요?

  
무사히 둥지로 돌아간 올빼미 사진입니다. 또 떨어지지 말고 건강히 자라서 밤 하늘을 날아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안병덕

2017년 4월 19일 수요일

동물을 향한 악의 없는 악행




위의 새들은 건물에 충돌해 구조됐지만 하루를 채 버티지 못했다. 충돌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은 블로그에서 이미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조류의 충돌사고..)(맘 편히 자유롭게..)
올해도 마찬가지로 1월부터 현재까지 충돌사고로 구조된 조류가 가장 많다.


괭이갈매기의 충돌사고

한 달 전, 괭이갈매기 한 마리가 건물에 충돌해 구조됐다. 하지만 일반적인 건물충돌과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갈매기를 보면 약속이나 한 듯이 과자를 집은 손을 하늘로 뻗어 올린다.  예능 방송이나 드라마에서도 즐겁게, 아름답게 보여지는 장면이다. 이 괭이갈매기 또한 여느 갈매기들처럼 과자를 먹기 위해 날아왔지만 다른 갈매기들과는 다르게 건물 기둥에 충돌했다.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으나 구조된 괭이갈매기의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구조 당시의 괭이갈매기

충돌로 인해 뇌에 가해진 충격과 후유증 때문인지 큰 외상이 없음에도 기립은 물론 정상적인 자세로 앉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머리가 다리 사이에 끼어있던 괴상하고 안쓰러운 모습을 볼 때마다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수의사와 재활사의 보살핌을 받은지 보름쯤, 괭이갈매기는 정상적인 자세로 앉을 수 있었다.



현재는 불안하게나마 기립이 가능한 상태지만 여전히 먹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한 걸음도 제대로 뗄 수 없다. 이대로 아무런 운동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른다면 근골격계에 또 다른 이상이 발생할 것이라 판단돼 선택한 것이 수중재활운동.
물밖에선 기립조차 온전치 못해 언제나 부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물속에선 부력으로 인해 기립은 물론 가벼운 운동까지 가능할테니 이를 통해 근육량이 심하게 감소하는 것을 방지하고 균형감각기능의 회복 등을 기대하며 재활을 시작했다.


처음엔 얕은 물에서 안정적인 기립을 확인했고 현재는 더 넓고 깊은 물에서 가벼운 운동을 진행하는 상황이다. 여전히 예후가 좋지 못하지만 조금이라도 호전되길 바라며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출처 : EBS 하나뿐인 지구, KBS, NEWS1

동물원에선 먹이를 던져주고, 생태체험이란 이름으로 만지고 쓰다듬고, 한 눈에 반해 이색동물을 구매하고, 바닷가에선 갈매기에게 과자를 집어주는, 사람들의 동물을 향한 많은 행동들이 그들에게 고통을 주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호기심과 재미 어쩌면 교감 혹은 사랑까지 담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출처 : EBS 하나뿐인 지구, 동물자유연대

하지만 당신이 던진 먹이를 먹은 악어와 미어캣이 질병으로 쓰러지고, 아이들의 손길이 닿은 수많은 동물들이 스트레스로 죽어가고, 당신의 이색동물 한 마리는 수백 마리의 죽음 위에 있으며, 무심코 집어준 과자가 괭이갈매기를 힘겨운 병원신세로 몰아넣었다.
동물을 사랑하고 싶다면 먹이를 주고 눈을 맞추며 쓰다듬는 일방적인 사랑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 악의 없는 당신의 행동에 많은 동물들이 차갑게 스러져 갔을 것이다.
만약 반복한다면 여전히 당신의 행동엔 악의가 없는 것일까.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연구원 이준석

2017년 4월 14일 금요일

2017년 03월 야생동물 구조(치료)결과 분석


1. 종별 개체수 분석
2017년 3월에는 총 43마리의 야생동물이 구조되었습니다. 포유류 3종 13개체 (30%), 조류 15종 30개체 (70%)가 접수되었습니다. 가장 많이 구조되어 들어온 동물은 고라니(포유류, 8마리)와 멧비둘기(조류, 9마리)였습니다.


2. 구조 원인 분석
3월에 구조되어 들어온 원인은 다양하였으나 차량이나 전선/건물과의 충돌 원인이 각각 10건과 9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3. 구조 지역 현황
3월에는 천안시가 9건으로 가장 많은 구조신고가 들어온 지역입니다.


4. 구조 및 치료 결과


3월 한 달간 구조되어 치료를 받은 43개체 중 13마리(30%)가 자연으로 돌아갔으며, 7마리(16%)는 현재 치료 및 재활 중에 있습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진료수의사 이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