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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9일 금요일

덫에 걸려 구조되었던 너구리, 하나가 아닌 다섯이 되어 자연으로!

눈이 내리던 지난 2월의 마지막 날, 목소리가 앳된 초등학생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한껏 상기된 목소리의 소년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어떤 동물이 덫에 걸려있다고 전해왔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 덫이? 설마 그냥 어떤 구조물에 걸린 거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현장에 나가보았습니다. 그리고 경악을 금치 못할 상황과 마주했습니다.

정말로 아파트 단지 내 위치해있는 공원 산책로 바로 옆에 야생동물인 너구리가 덫에 걸려있었습니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죠.

덫(창애)에 앞 다리가 걸린 채 시름하던 너구리의 모습.
덫에 걸리면 빠져나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합니다.


너구리가 덫에 걸려있다는 사실도 경악스러웠지만, 더욱 끔찍했던 건 이곳이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해있다는 것 입니다. 주변에는 여러 아파트 단지와 학교, 관공서, 큰 규모의 유치원도 자리해있었습니다. 심지어 바로 옆에는 아이들이 뛰어 놀아야 할 놀이터도 위치해있었죠. 만약 어린아이가 산책로 근처의 풀밭에서 놀다가 이 덫에 걸리기라도 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누가 왜 이런 덫을, 어디에 얼마나 더 설치했는지 파악할 수 없어 그 위험성은 계속해서 존재하는 상황이었죠. 특히나 아파트단지의 공원과 같은 불특정 다수가 자유로이 이용하는 장소였기에 그 위험성은 더욱 높을 수밖에요. 

덫이 설치되어있는 위치는 어린이들도 충분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바로 옆에는 놀이터가, 불과 200m 근처에는 큰 규모의 유치원이 위치해있습니다.


덫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포획 틀이나 올무 등도 있지요. 하지만 우리가 가장 흔하게 떠올리는 덫이 바로 '창애' 입니다. 창애는 동물이 덫의 일부분을 밟으면 잠금장치가 풀리면서 날카로운 이빨을 지닌 부분이 콱! 하고 맞물려 동물의 신체를 물게 되는 구조를 지닌 덫입니다. 이 덫에 동물이 걸리게 되면 피부와 근육의 손상, 골절은 기본이고 심할 경우 신경이 손상되거나 절단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어린아이의 발목이 이 덫에 걸렸다면 어찌되었을까요? 골절 등의 크나큰 상처가 생기는 것은 불 보듯 뻔 한 결과입니다.
특히나 이러한 덫은 누구나 쉽게 구매해 설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악용의 소지 또한 높은 상황입니다. 사람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는 창애가 '쥐덫' 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판매되고 있으니까요.

추운 겨울, 굶주림에 지친 너구리가 사람의 거주지 주변까지 와 먹이를 찾아 헤매고 있었고,
북어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고 덫 근처에 다가왔을 겁니다. 그리고 덫에 걸리고 말았죠.


보통 동물이 이러한 덫에 걸렸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 더 큰 상처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발버둥 치면 칠수록 상처는 깊어지고, 치료는 어려워지죠. 또 빼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빨이 부러지거나 빠지는 2차적인 상처를 갖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상처부위에 감염까지 발생해 돌이킬 수 없을 정도에 치닫기도 하죠.

덫(창애)에 걸려 다리가 절단된 너구리의 모습


하지만 무척이나 다행스럽게도 이 너구리는 상당히 온전한 상태였습니다. 발가락의 일부만이 덫에 걸려있었고, 크게 발버둥치거나 물어뜯지 않아 상처도 심하지 않았습니다. 보통의 너구리는 덫에 걸리면 빠져나가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쓰다가 더 큰 상처를 얻곤 하는데 이 너구리는 그렇지 않은 것이 꽤나 의아했습니다. 구조 이후 방사선 사진을 찍어보니 좌측 발가락에 약간의 폐쇄골절이 있었고 피부 괴사가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허나 이 역시도 기존에 덫에 걸린 다른 개체들과 비교한다면 천만다행인 수준이었죠. 

덫에 걸렸던 부위의 검사와 치료를 진행하는 모습
좌측 발가락뼈에 골절이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왜 아파트 단지에 이토록 무시무시한 덫을 설치해놓았을까요? 
이런 곳에서 야생동물을 밀렵하고자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마 최근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유기동물이나 길고양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거나, 혐오하는 마음에 상해를 입힐 목적으로 설치되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 같습니다. 
최근 뉴스만 봐도 독극물을 넣은 먹이를 이용해 길 위의 생명을 죽이거나 길고양이에게 화살을 쏘기도 하고,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일명 '캣맘'이 폭행을 당하는 등의 '동물혐오'에 따른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가 덫이 설치되어있던 장소입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이곳에 설치된 덫은 그 누구에게나 크나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위험이 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길 위의 다른 생명들이 불편하고 혐오스럽다하더라도, 어찌 이런 방법까지 선택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덫에 걸린 동물이 겪을 고통은 전혀 생각지 않았을 테죠. 그렇다면 동물도 동물이지만, 만약 이 지역주민이나 어린이가 이 덫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는지도 생각지 못했던 걸까요? 아니면 아무렴 어때하고 개의치 않았던 걸까요?

만약 후자라면, 우리는 지금 너무도 끔찍한 생각을 지닌 누군가와 같은 시간, 장소를 공유하며 살아가는 셈입니다. 동물을 싫어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 그들에게 주어진 자유는 아닐 텐데 말이죠.

두려움에 사로잡힌 구조 당시의 너구리


아무리 덫에 걸린 것 치곤 상처가 심하지 않다고 해도 골절이 존재했기에 치료하는 과정은 꽤 긴 시간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렇게 너구리는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머물게 되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너구리는 이미 뱃속에 새 생명까지 품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치료를 받는 동안 점점 몸은 불어만 갔습니다. 분만 전까지 치료가 완벽하게 끝난다면 좋으련만,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의 시기는 속절없이 다가왔습니다.

갓 태어난 새끼 너구리의 모습입니다. 


결국 너구리는 이 곳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소중한 4마리의 새 생명을 출산했습니다. 이곳이 아닌, 그들의 삶에 있어 가장 적합한 야생에서 새끼를 낳아 기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미 너구리는 새끼를 낳자마자 여느 어미처럼 품어주고 보듬어주느라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아무리 어미 너구리가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다 하더라도 눈도 채 뜨지 못한 새끼너구리들과 함께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어쩌면 서로에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때문에 새끼 너구리들이 조금 더 자라 자연에 적응하기 수월해질 때 쯤 돌려보내주기로 하였죠.

어느 정도 자란 네 마리의 새끼 너구리입니다. 그래도 아직 많이 어린 상태죠.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어미 너구리는 최선을 다해 새끼들을 길러냈고, 덕분에 새끼 너구리들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눈도 못뜨고 꼬물거리던 녀석들이 이제는 장난도 치고 사람을 보면 경계를 하는 늠름한 모습도 보여주었지요.
더불어 어미의 다리도 말끔히 나아졌습니다. 다행히 뼈도 잘 붙고 상처도 잘 아물었어요.

이 말인 즉, 너구리들이 자연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겠죠!!

다리의 상처가 다 아물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스러웠을까요?!


방생에 앞서 숨겨진 먹이를 스스로 잘 찾아먹는가를 평가하기 위해 먹이를 땅에 묻어주었습니다. 과연 스스로 잘 찾아 먹었을까요?  아주 훌륭하게 잘 찾아먹더군요!

열심히 땅을 파 먹이를 찾아 먹는 새끼 너구리


야행성인 너구리의 성공적인 방생을 위해 날이 어두워진 후 방생을 진행했습니다. 




어미가 구조센터에 들어온 지 약 5개월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계절도 변하고, 오가는 동물들도 많이 변해갔어요. 그 시간동안 가장 변한 것이 있다면 역시 이 너구리일 것 입니다. 혼자였던 삶이 다섯으로 늘어났으니까요. 그만큼 삶의 무게도 늘어났겠지만 지금까지 여러 난관을 잘 거쳐 왔기에 앞으로도 서로 의지하면서 잘 이겨낼 수 있겠죠!!

물론, 그들이 앞으로도 잘 지낼 수 있으려면 우리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나에게 다소 불편하다고 해서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생명경시가 지금과 같이 완연하다면 그들의 삶은 결코 나아질 수 없겠죠.

나와 다른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 이타심, 공존을 위한 배려와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또 다시 사람이라는 덫에 걸려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우리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또 다시 사람이라는 
덫에 걸려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6년 6월 21일 화요일

새끼 황조롱이 둥지 복귀 대작전!!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새끼 동물들의 삶은 불안정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직 나약한 그들에게 세상은 온통 처음이라는 두려움 그 자체니까요. 둥지에서 벗어나 처음 날갯짓을 하거나 하늘에 몸을 던지는 것 역시 꼭 필요하고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아직은 서투른 그들에게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지금과 같은 시기에 구조센터에는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새끼 동물들의 신고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특히 조류의 경우 둥지에서 떨어지거나 둥지를 벗어나 이제 막 세상의 품으로 향하는 '이소'의 과정에서 미숙함으로 다소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갓 이소한 황조롱이 새끼의 모습. 앉아있는 장소의 선택이나
 움직임이 꽤나 어색한 모습입니다. 이 모든 것이 '처음' 이기 때문이겠지요?


보통 누군가에게 발견되지 못한다면 서서히 도태되거나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겠지요. 이러한 과정은 사람의 어떠한 행위나 간섭에 의해 발생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 꽤나 자연스러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런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발견한 이상 그냥 모른 척 지나가자니 윤리적인 갈등에 직면하게 되죠. 그런 경우 대부분의 분들이 감사하게도 관심을 가지고 상황을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해주시고 있습니다.

오늘 신고 받은 황조롱이 역시 이와 같은 경우였습니다. 아직은 이소하기에 약간 이른 감이 있었는지 둥지에서 떨어지고 말았지요. 신고자는 주변에 머무는 여러 위험으로부터 황조롱이의 안전을 확보한 후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해왔습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약 10여m 높이의 나무 꼭대기에 까치의 둥지 내에 번식한 황조롱이 가족이 위치해있었습니다. 신고자가 발견한 황조롱이는 이 둥지에서 떨어진 것이 확실한 상황이었습니다.

오늘의 미션은 둥지에서 떨어진 황조롱이를 저~ 위에 올려주는 것!! 입니다.


둥지에서 이탈한 조류의 경우 다시 본래의 둥지로 올려주는 것이 가장 우선으로 고려되는 사항입니다. 허나 그럴 수 없는 경우도 분명 존재하겠지요. 과연 어떤 경우가 그러할까요?

첫 번째, 떨어지는 과정에서 신체 일부에 상처를 입었다던가 활동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입니다. 대게 이런 경우, 다리나 날개 등이 비대칭의 모습을 보이거나 움직임이 비정상적이며 혈흔 등이 관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둥지에서 추락하는 과정에서 다리가 부러진 황조롱이
이런 경우 비대칭의 모습을 보이거나 움직임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두 번째, 떨어질 당시 큰 문제는 없었지만 시간이 오래 경과되어 기아 탈진 등으로 쇠약해진  경우입니다. 눈을 계속해서 감거나 힘없이 서있고, 공격성/경계 반응이 약해지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이러한 경우 정도에 따라 둥지에 올려주기보다는 충분한 영양공급을 통해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것을 우선 고려해야 될지도 모릅니다.

둥지에서 떨어진 후 꽤 시간이 흘러 기아/탈진 상태에 놓인 황조롱이 입니다.
정도가 심할 경우 수액, 먹이급여 등을 통한 영양공급이 우선 이루어져야 합니다.


세 번째, 서툴기는 하지만 신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고 기력이 좋아 정상적으로 이소하는 과정이라 판단되는 경우입니다. 주변에서 어미까지 관찰된다면 더더욱 문제가 없겠지요. 이러한 경우 굳이 둥지까지 올려주지 않아도 포식자의 접근을 피할 수 있는 구조물이나 나무 위에 올려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조치가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둥지에 새끼를 올려주는 과정에서 사람이 다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하고 최대한 안전대책을 강구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합니다.

둥지에서 떨어진 오늘의 주인공 입니다. 이 친구야 조심 좀 하지...!!!


이번 개체는 딱히 문제도 없었고 다시 둥지로 올려준다면 약간 더 시간이 지난 후 정상적으로 이소의 과정을 거칠 수 있는 개체로 판단되었습니다. 때문에 다시 둥지로 올려주기로 결정되었죠. 허나 둥지의 높이가 사다리를 이용해 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나무에 돋아난 가지의 두께가 얇아 밟고 올라서기도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을 거듭하던 중 나무 옆에 위치한 건물에 올라가보기로 했습니다. 옥상을 올라가보니 둥지가 거의 5~6m 떨어진 수평한 위치에 놓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에서 올라가기 보다는 이 곳에서 도구를 이용해 둥지까지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지요.

나무 꼭대기 부근에 위치한 둥지가 보이시나요?
황조롱이는 이렇게 까치의 둥지를 이용해 번식을 하곤 합니다.


긴 막대기에 새를 담아 둥지 까지 뻗어주면 스스로 둥지로 돌아갈 것이라는 계획 하에 막대기의 길이를 늘이는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재료가 충분치 않아 애를 먹었지만 가까스로 둥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막대기가 완성되었습니다.

건물 옥상에서 뻗어 황조롱이의 둥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막대기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있을 위험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두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친 후 황조롱이 둥지 복귀 미션이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황조롱이는 무탈하게 둥지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위기에 직면했지만, 다행히 그 상황을 외면하기 보다는 자신과 다른 생명의 안전에 대해 걱정해주고 구조센터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하셨던 감사한 분들을 만났기 때문이죠!!!

하지만, 새끼 황조롱이에게 처한 삶의 위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일 것 입니다. 그래도 오늘의 위기를 계단삼아 천천히 오르고 또 오르면 언젠가 저 하늘 위에서 멋진 정지비행을 선보이는 야생의 주인공이 되어가겠지요? 그렇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언젠가 야생의 주인공이 될 녀석의 미래를 응원해주세요 :D !!!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5년 5월 10일 일요일

우리 집에 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르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집에 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르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고 누군가 물어온다면 어떠한 대답을 들려줘야 할까요?

만약 둥지가 굉장히 아슬아슬한 위치에 있어 바로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자칫 둥지 안의 새끼가 다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던가, 둥지를 당장에 치우지 않으면 생활하는데 아주 큰 불편함이 따르는 경우가 아니라면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2주, 아무리 길어도 딱 3주 만 그냥 가만히 두고 기다려주세요.

황조롱이가 아파트 베란다에 놓인 화분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집에 새가 둥지를 튼다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닙니다. 물론 제비와 같이 천적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소 덜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의 곁에 둥지를 트는 습성을 가진 종을 제외한다면 말이죠. 허나 제비가 아닌 다른 새들도 사람의 집에 둥지를 트는 경우가 종종 목격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도심 속 아파트나 높은 고층건물에도 말이죠.

사람이 있는 곳엔 자신과 새끼를 위협하는 천적의 접근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제비는
사람의 왕래가 잦은 재래시장 처마나 간판 밑에 둥지를 트는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보통 새들의 경우 각 종의 특징에 따라 둥지선택의 장소가 달라집니다. 물론 모든 새들이 둥지를 짓는 장소를 선택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새끼를 안전하게 기를 수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만약 아파트 화단이나 배란다와 같은 공간이 안전하고 적합하다고 판단된다면 둥지를 트는 것 역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입니다.

종종 도심 속 건물이나 아파트에서 새끼를 길러내는 맹금류 '황조롱이'


TV나 인터넷을 통해 종종 아파트 베란다에 둥지를 튼 새의 이야기를 접하신 적이 있을 겁니다. 보통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천연기념물 323-8호 '황조롱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도 매년 여름 아파트에 둥지를 튼 새를 구조해달라는, 조치를 취해달라는 연락을 종종 받았었는데 대부분은 마찬가지로 '황조롱이' 였습니다.

황조롱이의 경우 보통 탁 트인 평원을 마주하고 있는 암벽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길러냅니다. 만약 탁 트인 평원을 마주한 아파트가 있다면 황조롱이에게 이 아파트는 암벽과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 입니다. 때문에 꽤나 적합한 번식장소가 될 수 있는 셈 이지요.

물론 이렇게 도심 속 건물이나 아파트 베란다 등에 둥지를 트는 경우가 황조롱이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런 경우가 가장 흔히 목격되는 황조롱이는 보통 3월 말에서 4월 말 사이에 산란을 합니다. 알은 5월 중에 부화를 하게 되고 약 3주, 아무리 길어봐야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이 지나면 모두 둥지를 떠나갑니다.

베란다에 위치한 에어컨 실외기 위에 자리 잡은 황조롱이 가족.


장소와 환경 자체는 이들에게 꽤나 적합했겠습니다만, 이들은 미처 '사람' 까지 고려하지 못했었나 봅니다.

보통 새끼를 길러내는 새들을 목격하게 되면 반응이 여러 가지로 나뉩니다.
자신의 집에 새가 둥지를 튼 사실을 신기해하고 기뻐하며, 될 수 있는 한 도움을 주려고까지 노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에 무섭다, 더럽다, 시끄럽다 등의 이유로 못마땅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심지어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전화를 걸어와 자기 집 베란다에서 새가 새끼를 기르고 있는데 더럽고 시끄러우니 당장 베란다에서 끄집어내라며 난리를 쳤던 적도 있습니다.
육추 중인 새끼 새의 위치를 함부로 옮기는 것은 새끼 새들의 생존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에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길 권고했지만 집주인을 완고하게 거절을 하였고, 어쩔 수 없이 임시로 인공둥지인 Hack table을 만들어 아파트 옥상에 설치를 한 후 새끼를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길어봐야 3주면 떠날 친구들인데, 결국 베란다에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지켜보았더니 다행히도 어미가 포기하지 않고 새끼를 돌보러 나타났습니다.


또 한 번은 어느 학교에서 구조신고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교실 내부에 딱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르고 있는데 시끄럽고 더러워서 둥지를 떼어냈으니 데려가 달라는 연락이었습니다. 사실 말이 좋아 구조였지 쫓아낸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어미 딱새는 새끼를 도저히 기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영어와 수학은 중요하지만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은 경시하는 학교에서 과연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학교 교실에 둥지를 틀었다는 이유로 쫓겨난 딱새 가족.
학교에서는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쳐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비가 둥지를 많이 트는 재래시장을 둘러보면 너무나 쉽게 안타까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둥지를 떼어낸 흔적, 지어진 둥지를 사용할 수 없게끔 둥지 내부에 이물을 넣어놓은 모습 등을 말이죠.

보통 제비의 변이 바닥으로 떨어져 더렵혀진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둥지를 없애거나 둥지 내부에 이물을 넣어놓은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조금의 불쾌함과 불편을 방지하기 위해 번식 자체를 못하게 방해하는 방법까지 선택해야 했는지 속이 상합니다. 하물며 변으로 인한 오염이 문제라면 둥지 아래에 임시로 배변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배변판 하나만 달아놓아도 해결될 일인데 말이죠.

제비는 진흙과 지푸라기 등을 수백, 수천 번 물어 날라야 겨우 집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생명을 품어내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정녕 우리에겐 불편함, 번거로움, 더러움 인가요?

제비의 변이 바닥으로 떨어져 더럽혀진다는 이유로 제비의
번식을 방해하기 위해 둥지 안에 이물을 넣어 놓은 모습.
제비는 진흙과 지푸라기 등을 수백, 수천 번 물어 날라야 겨우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생명을 품어내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정녕 우리에겐 불편함, 번거로움, 더러움 인가요?


물론, 자신의 집에 새가 둥지를 튼 사실을 신기해하고 기뻐하며, 될 수 있는 한 도움을 주려고까지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선박에 둥지를 튼 제비를 위해 새끼가 다 자라 떠날 때까지의 한 달간 경제적 손실을 무릅쓰고 어업을 하지 않았던 어민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 생명존중의 귀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공사 중인 아파트 베란다에서 발견 된 수리부엉이 새끼의 모습. 
아파트 관계자들은 감사하게도 수리부엉이가 무사히 이소할 때까지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었습니다.
자신의 아파트 실외기 위에 둥지를 튼 황조롱이가 행여 뙤약볕에 더워하지는 않을까
우산으로 그늘을 만들어주고, 사냥에 실패하는 경우가 반복될 경우 먹이까지 챙겨주시는 집주인분.


자, 그렇다면 우리 집에 새가 둥지를 틀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새끼가 모두 이소할 때까지 자극을 최소화 해줌과 동시에 신경 쓰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 입니다. 딱 2~3주 정도만 불편함을 감수하고 모른 척 해주시면 된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둥지의 위치가 계속해서 자극을 줄 수밖에 없는 곳에 있다거나, 새 생명의 탄생 과정을 관찰하고자 싶으실 때가 그런 경우입니다.
그런 때에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1. 과하지 않은 하지만 주기적인 관찰이 필요
  - 새끼가 높은 곳에 위치한 둥지에서 떨어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정상적인 육추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선택한 둥지장소가 너무 비좁거나 조금은 부적합한 환경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주기적으로 관찰을 한다면 이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사고가 났더라도 빠른 대처가 가능해집니다. 허나 역시 너무 자주, 가까이서 관찰을 하게 되면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2. 아직 알을 품고 있는 상황이라면 불필요한 자극은 최소화
  - 어미가 알을 품고 있는 포란 시기에는 굉장히 예민해집니다. 사람의 과도한 자극이나 접근으로 인해 둥지와 알을 포기하고 떠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불필요한 자극을 최소화해야 하며, 일단 알에서 새끼가 부화한다면 새끼를 지켜내려는 모성애가 더 강해지기 때문에 포기할 확률이 적어지므로 꼭 관찰하고 싶다면 되도록 포란이 끝난 후 부터 진행하는 것이 옳습니다.

3. 육추 과정에 있어 과도한 관여는 금물 
  - 어떠한 분들은 우리 집 베란다에 황조롱이가 둥지를 틀었다며 기쁜 마음에 돼지고기며, 소고기며 이것저것 준비해서 제자식 돌보는 마음으로 먹이를 먹여주기도 합니다. 야생동물을 위하는 그 마음은 참으로 감사하지만 이 역시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먹이를 주는 과정에서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고 이는 후에 자연에서 살아감에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허나 불의의 사고로 어미 중 한마리가 돌아오지 않는다던가, 짓궃은 날씨가 계속되어 먹이사냥을 못하는 경우 부분적으로 먹이주기에 관여해 도움을 줄 수는 있겠습니다.
황조롱이와 같은 맹금류의 경우 영양성분과 시중에서 구하기 쉬워야 함을 고려해봤을 때 닭 날개를 으깬 후 적당한 크기로 잘라 급여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새가 둥지를 짓고 알을 낳아 부화시킨 후 새끼를 길러내기까지 약 2달 정도가 소요됩니다. 그 중 둥지를 짓고 알을 낳아 품는 한 달은 사실 불편할 것도 없습니다. 아주 조용하고 흔적도 많이 남기지 않기 때문이죠.
문제는 새끼가 부화하고 나서 입니다. 먹이를 한번이라도 더 받아먹기 위해 소리내어 울고, 성장을 위해 종일 먹이를 먹기 때문에 배변활동도 많이, 자주합니다. 때문에 새끼가 태어나 이소할 때까지 약 한 달은 꽤나 불편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허나 시끄럽고 내 집의 일부가 더러워진다 하더라도 새 생명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불편함을 감내할 용의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불편한 한 달은 야생동물에겐 평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 달입니다.

시끄럽고 내 집의 일부가 더러워진다 하더라도 새 생명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불편함을 감내할 용의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5년 4월 19일 일요일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교육동물 – ② 너구리 ‘클라라&데이비드’ 上

서산 버드랜드 내에 위치한 야생동물 치료센터에는 여러 교육동물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사고를 겪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되었지만 대중에 대한 교육, 즉 야생동물 보호의 중요성과 야생동물을 위협하는 요인을 알리고 동물의 전반적인 특징 등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감에 있어 더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주고 있습니다.
버드랜드 내에서 운영이 되고 있어 그 이름과 취지에 걸맞게 교육동물의 대부분은 조류입니다. 허나 유일한 포유류로써,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바로 너구리 '클라라&데이비드' 입니다. 오늘은 이 두 친구를 소개시켜 드릴까 합니다.
(上편에서는 클라라가, 下편에서는 데이비드가 다뤄지게 됩니다 :D)

좌 : 클라라 / 우 : 데이비드
서로 다른 곳에서, 각기 다른 사연으로 이곳에 함께하게 되었지만,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각별한 '부부' 사이가 되었습니다


우선 너구리 '클라라'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마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와 치료센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이 친구의 이름을 한번쯤을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이 됩니다. 마스코트와도 같은 존재이지요.
클라라는 2013년 7월 처음 저희의 곁으로 왔습니다. 당시 태어난 지 약 2~3개월 정도로 추정되는 작디작은 새끼 너구리였죠. '클라라'가 13-632 너구리로 접수되었던 당시엔, 새끼 너구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굉장히 많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13-632 너구리 역시 여러 새끼 너구리 중 한 마리 쯤으로 여겨질 수도 있었습니다만, 이 친구만큼은 굉장히 특별했습니다. 좋지 않은 의미에서 말이죠.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다른 새끼 너구리들보다 훨씬 더 왜소하고 연약했던 당시의 '클라라'


클라라는 5월 중순, 동네 야산에서 산책을 즐기던 어느 일반인에 의해 구조가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희에게 오기까지의 약 2개월간 그 일반인의 집에서 보호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클라라를 보호하였던 분은 너구리 및 야생동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부족했던 일반인이었습니다. 때문에 영양적으로 불균형한 먹이 급여를 했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이는 클라라의 발육상태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클라라는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다른 너구리들보다 훨씬 더 왜소했습니다. 심지어 다리도 휘어있었죠.
또 보호하는 기간 동안 소홀했던 관리로 인해 다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겪었고 이로 인해 좌측 전완골과 우측 대퇴골에 골절이 발생 했습니다. 헌데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클라라는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사람의 손길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졸졸 쫓아다니기까지 했으니 말이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전혀 없는 '강아지'와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일반인께서 사랑을 듬뿍 담아 이 클라라를 돌보았을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클라라는 사람의 품에 안겨 사랑을 받으며, 사람을 어미처럼 여겼을 것 입니다.

클라라에게 향했던 사람의 사랑과, 그 사랑을 신뢰했던 야생동물 사이의 2개월은, 짧지만 한 생명의 평생이 결정지어질 만큼이나 강렬했습니다.

흡사 강아지와 같았던 너구리 클라라, 왜 클라라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었을까요?


야생동물이 사람에게 '각인'이 되거나 따르게 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런 친구들은 야생동물이지만 야생에서 살아가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사람에게 가까워진 동물은 사람 거주지 주변에 머무를 수밖에 없고, 이는 수많은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됩니다. 거주지 주변의 도로 위에서 차량 충돌 사고를 당해 싸늘하게 식어갈 수 있고, 사람에 의해  포획되거나 개, 고양이에게 물려 희생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닙니다. 야생에서 자신의 동종의 접근을 배척하는 등 사회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번식, 무리로의 합류 실패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저희도 새끼동물을 돌볼 땐 긍정적인 자극을 줄여 야생동물에게 사람이 익숙해지는 것을 막고자 최대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새끼 동물을 관리할 때에는 최대한 사람에 의한 자극을 줄여야 하고,
먹이 급여를 하거나 접근이 필요하다면 가면을 쓰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클라라를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보았습니다. 최대한 사람의 접촉을 줄이며 보살피고 이중각인이라도 기대하며 다른 너구리들과 합사도 시켜보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오히려 다른 너구리들에게 공격당하기 일쑤였죠. 결국 이 너구리는 다시 사람의 품에 안길 수밖에 없었고 그때부터 '클라라'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닙니다.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더군다나 가정집에서 기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클라라를 처음 구조하여 보호하셨던 그 일반인 분께서는 클라라를 지켜주고자 하는 마음에 사랑을 듬뿍 담아 돌보았지만, 결국 그 애틋한 마음이 클라라의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평생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좁은 공간에서나마 사람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갈 수 밖에 없게 된 것 입니다. 클라라의 야생 복귀를 막은건 다름아닌 사랑이었습니다. 
잘못된 사랑이 덫이 된 셈이죠.

야생동물은 우리가 사랑을 가지고 보호의 노력을 기울여줘야 하는 존재가 맞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의 방향이 잘못된 곳을 향한다면 그 결과를 실로 비참할 수 있습니다


가슴 아픈 사연을 안고 있지만 클라라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교육동물로 활약하며, 많은 대중에게 부적절한 구조 및 사육으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야생동물의 삶을 대표로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클라라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산책 시간입니다. 날씨가 굉장히 궂은 날이 아니라면 매일 1~2회, 최소 30분 이상 답답한 계류장 밖으로 나와 산책을 즐깁니다. 산책을 할 때에는 이곳저곳의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니다가 몸을 비비거나 소변을 묻히는 등 자신의 영역표시를 하기도 하지요. 겁이 많아 산책을 하다가도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살짝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산책을 할 수 없는 날에는 계류장 내에서 자신을 돌봐주는 재활사와 뒤엉켜 놉니다.


산책을 하거나 자신을 돌봐주는 재활사와 뒤엉켜 노는 것을 좋아하는 클라라




2013년 10월에는 너구리 '데이비드'와 부부의 연을 맞기도 했습니다. 다음 편에서 다루겠지만 데이비드는 클라라와 같은 해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겪어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각기 다른 삶을 살다가 피치 못할 사고로 인해 이곳에 오게 되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힘이 되어주며 지내고 있습니다.

언제나 함께인 너구리 부부 '클라라&데이비드'


비록 클라라가 나름 잘 지내고 있고,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보호받고 있다 하더라도 필자는 클라라가 그렇게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야생에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즐겁게 살아가지 않았을까요?

어떤 사고에 의해 신체 일부가 훼손당해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동물들도 안타깝지만, 신체적으로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단지 사람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클라라는 어찌보면 더더욱 안타깝습니다.

다시는 클라라와 같은 친구들이 생겨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클라라가 이곳에서 교육동물로써 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마 클라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클라라의 눈동자에 비치는 철망이 보이시나요?
저 눈동자에 자연이 비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5년 3월 22일 일요일

새끼 동물을 발견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새해가 시작 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따지자면 3개월이 거의 다 지나갔네요. 얼마 지나지 않으면 4월이니까요. 햇볕도 따뜻해지고, 오고가는 사람들의 가벼워진 옷 차림 만큼이나 싱그러운 봄이 찾아왔지만, 구조센터 직원들의 마음은 그리 가볍지 만은 않습니다. 다가올 안타까움에 직면하기 전 충분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곧 있으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로 새끼동물 구조를 요청하는 연락이 많아 질 것 입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수리부엉이를 시작으로 삵, 너구리, 고라니, 황조롱이 등 다양하고 수많은 새끼동물이 구조센터를 가득 채우게 될 겁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러했으니까요. 

일반적으로 야생동물에게 있어 최적의 번식기는 먹이 자원이 풍부한 봄부터 초여름이라 할 수 있지만, 
수리부엉이는 그보다 이른 1~3월 사이에 산란을 하고 2~4월 초순 사이에 부화하여 새끼가 태어납니다. 
때문에 매년 구조센터에 가장 먼저 구조되는 새끼동물은 항상 이 친구의 몫 입니다


새끼동물의 구조원인은 꽤나 단순합니다. 기타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겪는 여러 가지 원인에 비하면 말이죠. 대부분 어미를 잃은 채 덩그러니 있는 것이 걱정되어 데려왔다는 것 입니다. 이러한 케이스에 해당하는 개체들을 저희는 '미아' 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새끼동물이 정말 어미를 잃고 미아가 된 걸까요? 

새끼동물 구조요청이 들어왔을 때 저희는 가장 먼저 새끼동물이 어떤 상태인지, 주변에 어미가 보이는지, 새끼 새일 경우 둥지가 있는지 등의 여부를 발견자에게 묻습니다. 하지만 저희와 닿기 전 이미 관할 시청이나 동물병원 등으로 직접 인계하시거나 발견 당시의 상황을 확실히 살펴주시지 않고 직접 구조하셔서 당시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구조가 아닌 '납치 (Kid napping)'가 진행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죠.

내가 구조한게 아니라, 납치를 했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물론 '납치'라는 단어가 무척이나 자극적인 단어 선택 일 수 있고 대부분의 새끼동물 구조가 납치의 경우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이러한 부적절한 구조로 인해 새끼동물을 애타게 찾아 헤맬 부모동물을 떠올린다면 그리 과한 표현은 아닐 거라 생각됩니다.

야생동물을 구조했을 때 이것이 납치와 같은 결과를 낳게 되는 경우는 분명합니다. 순간의 섣부른 판단에 의해 구조하지 말아야 할 동물을 구조하게 되는 것 이지요. 만약 새끼동물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상태가 나쁘지 않고, 주변에 어미로 보이는 동물이 머물고 있거나 근처에 둥지와 같은 은신처가 있었더라면 구조해야 할 상황이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새끼동물을 구조한다는 것은 어미동물의 입장에서는 자식을 납치당하는 것과 같은 경우이겠지요.

좋은 마음에 행했던 구조가 자칫 새끼동물을 납치한 결과는 낳는다니 참 아이러니 합니다. 물론, 모든 새끼동물의 구조가 납치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미를 잃는 경우도 생기고, 새끼가 위험에 빠지거나 도태되는 과정에서 우연치 않게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구조하여 성심성의껏 돌봐야 합니다.

때문에 내가 발견한 새끼동물이 구조를 필요로 하는 상황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우선 당장에 새끼동물을 위협하는 요인이나 없거나 주변 환경이 위험한 곳이 아니라면(개나 고양이 등 포식자 혹은 불필요한 사람의 접근, 새끼동물 발견 장소가 도로 근처라 언제든지 새끼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 등) 최대한 멀리서 새끼동물을 꽤 오랜 시간 관찰해주셔야 합니다. 그러면서 어미가 돌아오는지를 판단 하셔야겠죠. 위의 상황을 모두 만족하고 어미까지 있다면 이 새끼동물은 절대 구조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대로 두시고 기쁜 마음으로 떠나시면 되는 거죠. 반면에 위에 해당사항 중 한 가지라도 부적절하다면 구조를 고민해 봄이 옳습니다. 이때는 저희와 같은 관련 기관에 빠른 연락을 주셔서 도움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어미동물은 먹이를 구하러 종종 새끼동물을 두고 자리를 비웁니다. 사람은 이러한 경우에
어미가 없다 판단하고 새끼를 구조합니다. 다시 돌아온 어미동물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상황에 따라선 직접적인 구조보다는 적절한 조치만을 취해주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직 이소시기에 이르지 못한 새끼새가 둥지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겪었다면, 새끼동물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다시 둥지 위로 올려주는 것 입니다. 가능하다면 본래의 둥지에 올려줘야겠지만 둥지가 너무 높은 위치에 있거나 올려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아쉬운 대로 대체둥지 등을 만들어 주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대체둥지를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구니나 박스 등에 나뭇잎, 솔잎 등을 넣어서 적당한 높이에 달아주기만 해도 그 역할을 어느 정도는 기대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둥지에 다시 올려주기 전 상태를 잘 살피고 필요하다면 간단한 처치 등을 해줘야 합니다. 떨어지는 충격에 의해 다치거나 했을 수 있으니까요.

쥐 뼈가 목에 걸려 구조된 새끼 황조롱이 입니다. 뼈를 제거해준 후 본래 
둥지로 다시 돌려보내 어미의 보살핌을 받도록 해주었습니다. 그게 최선이니까요 


자, 납치의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도 잘 살폈고, 간단한 처치만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살펴봤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도 분명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꼭 구조를 해야만 합니다. 구조가 끝났다고 그렇다고 모든 고민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 역시도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고려해야 할 점도 많죠.

과거에 있었던 새끼수달 구조 건에 대한 사례가 이해를 돕는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많은 분들이 아시듯 수달은 물과 아주 친숙한 동물입니다. 다만 이 물이 수달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아시는 분은 얼마나 되실까요? 
새끼수달 한마리가 물에 흠뻑 젖은 채 저체온증을 앓다가 폐사했던 경우가 있습니다. 새끼수달은 성체와 달리 방수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그러한 사실을 몰랐던 구조자는 수달이 좋아할 것이란 생각에 큰 물통에 물을 받아 수달을 보호하고 있는 곳에 넣어주셨고 그 물통이 쏟아지면서 물에 젖게 된 수달은 저체온증에 빠져 결국 폐사하였습니다. 전문지식이 없는 상태에서의 야생동물구조는 위의 사례처럼 자칫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새끼수달에게 물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입니다.

이러한 위험이 새끼수달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새끼동물의 종에 따라, 어린 정도와 상태에 따라 조치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꼭 받으셔야 합니다.

방수능력이 없어 물에 흠뻑 젖은 새끼 수달, 보호하셨던 분의 배려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결국 한 마리의 새끼 수달이 명을 달리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구조 새끼동물을 돌보는 동한 선뜻 먹이를 주고 애완동물처럼 품에 안은 채 지극 정성으로 보호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이는 새끼동물에게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로 인해 새끼동물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거나 각인이 되어 버리면 훗날 이 동물이 야생으로 돌아가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새끼동물을 구조하여 돌볼 때에는 최대한 사람의 접촉을 줄이고, 사람에 의한 긍정적인 자극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흔히 말하는 정을 나누지 말아야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구조된 붉은배새매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고 있습니다. 먹이를 먹이는 등 새끼와 접촉 시
그 시간을 최소화하고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의식이 생기지 않게끔 주의해야 합니다 


이처럼 까다로운 새끼동물의 구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제 감이 오시나요? 글로만 보니 어렵기만 하고 잘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동물을 발견한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 쉽게 아실 수 있겠죠 :D ?




물론, 새끼동물은 생존율이 낮습니다. 어미보다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도 떨어지고 천적도 많으며 자연의 섭리에 따라 도태되어지고 하지요. 그런 친구들이 저희에게 와 다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은 그 어느것보다 의미있습니다. 이렇게 부득이한 사고로 인해 구조되어 보호받아야 할 동물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구조가 진행되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구조였는지 납치였는지, 구조를 해야 한다면 적절히 했는지, 적당한 처치와 옳바른 보호를 했는지 그 누구도 쉽게 판단할 수 없겠지만 야생동물을 지켜주고자 좋은 마음에 행동한 일이 이처럼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걸 꼭 기억해 주셔야 합니다.

저 맑은 눈동자에 비치는 철조망이 보이시나요? 어쩌면... 이 친구가 있을 곳은 이곳이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