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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28일 토요일

고라니가 멸종위기 야생동물 이라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 저 멀리 갈대숲에 무언가의 기척이 느껴진다. 괜스레 오싹한 느낌이 들었지만 누구일까 궁금한 마음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날카롭고 긴 송곳니가 눈에 들어온다. 역시 녀석은 무시무시한 존재일까? 그런데 그 순간! 녀석이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는 게 아닌가. 두려웠던 마음도 잠시, 마주한 녀석의 눈망울은 참으로 맑고, 선함 그 자체였다
이처럼 주로 밤에 활동하며, 긴 송곳니를 지니고 있는 동물을 밤에 갑작스럽게 마주한다면 제 아무리 사람이라도 깜짝 놀랄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보다 몇 배는 더 화들짝 놀라 줄행랑을 칠 것이 분명할 만큼 겁이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게 녀석이다.

녀석의 이름은 고라니이다.

바로 이 녀석이 '고라니' 이다.
(출처 : 이준석)


고라니는 한반도에서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포유동물 중 하나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사슴과 동물 중에는 개체수도 가장 많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슴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만한 뿔 대신 송곳니를 지니고 있다. 이런 특징 때문일까? 우리나라에서 고라니를 모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고라니를 아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 고라니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실제로 고라니가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고라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위기의 정도에 따라 지정하는 적색목록에 취약(VU, Vulnerable) 수준에 등재되어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나마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포유동물인데, 세계적으로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셈이다현재 고라니가 살고 있는 나라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과거 전시나 사육의 목적으로 유럽으로 건너갔다가 야생화 되어 영국이나 프랑스 등지에서 살아가는 일부 개체군이 있긴 하지만고라니가 토착종으로 서식하는 나라는 오직 우리 한반도와 중국두 지역뿐이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제공하는 멸종위기 동물의 서식 분포를 담은 위성지도.
자세히 보면, 한반도와 중국에만 주황색의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IUCN) 


중국 양쯔강 남부의 일부 지역에 서식하는 고라니는 개체군이 그리 많지 않아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고, 일부에서는 복원사업까지 진행 중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실제로 전 세계에서 고라니의 서식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 한반도이다. 만약 한반도에서 고라니가 사라진다면, 고라니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멸종위기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멸종위기 수준이 높아 적색목록에 까지 등재되어 보호를 필요로 하는 고라니지만,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고라니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우리에게 고라니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이기 이전에 유해 야생동물혹은 유해조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인가에 나타나 애써 가꿔놓은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남는다. 왜 우리는 고라니가 유해 야생동물이기 이전에 우리나라의 토착종이고,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으며, 만약 우리나라에서 고라니가 사라진다면 정말 절멸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은 알 수 없었을까?

고라니는 사람에 의한 포획, 차량과의 충돌, 콘크리트 농수로 추락,
질병감염 등에 의해 개체수가 조절되고 있다. 


이에 대한 답은 아마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 일 것이다. 고라니의 처지를 돌아보기에 앞서, 고라니로 인해 피해를 겪은 사람들의 마음을 우선 헤아려야 한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 때문에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대부분 고라니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해 보도하기 시작했고, 이를 접한 사람들은 자연스레 고라니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농작물이나 축내는 성가신 녀석’, ‘너무 많아 마구 잡아내도 상관없는 녀석’, ‘어차피 잡아낼 거, 구조의 손길을 내미는 것도 사치인 녀석정도로 여겨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고라니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이 부정적이다.
정작 고라니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고라니를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주를 이룬다.
(출처 : MBC)

 
고라니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도 헤아려야겠지만, 고라니에 대한 일방적인 편견, 부정적 시선, 왜곡된 정보가 난립하고, 이 과정에서 고라니에 대한 가학적 처치가 만연하게 이루어지거나 무분별하게 포획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에 고라니가 많다고는 하지만 정작 얼마나 많은지, 조절해야 한다면 그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할 수 있는 연구결과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나 세계적으로 희귀한 유전자원은 개체수가 많더라도 유전자 다양성이 감소할 수 있음을 고려해 인위적인 조절에 신중해야 한다.
단순히 눈에 많이 보인다고해서 괜찮을 거라는 믿음은 버려야한다. 과거에 우리와 부대끼며 살아왔던 동물들이 왜 지금은 볼 수 없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우리의 편견, 시선, 왜곡이 그 원인이었을 수 있다

단순히 눈에 많이 보인다고해서 괜찮을 거라는 믿음은 버려야한다과거에 우리와 부대끼며 살아왔던 동물들이 왜 지금은 볼 수 없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답을 알 수 있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인간의 거주지 확대와 농토 확보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면서 자연 생태계가 속수무책으로 훼손되어왔다서식지가 줄어들고 먹을 것을 찾기 어려워진 동물들에게 농작물을 재배하는 곳은 그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자그들이 우리에게 피해를 주고 싶어서 혹은 그들이 행한 것이 우리에게 피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서 하는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사람들이 산에 올라 임산물을 채취하고 도토리를 주워오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야생동물이 사람들의 거주지 부근으로 내려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 인식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다단지 그들은 그들의 삶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만약 동의한다면, 이쯤에서 다시 기억하자고라니는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콘크리트 농수로에 빠져 서서히 굶어가는 녀석을 보며농작물이나 축내는 나쁜놈을 뭐하러 구조하냐는 말이 얼마나 가시 돋친 말인지를.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7년 1월 26일 목요일

괭이갈매기 목욕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는 장기계류하고 있는 괭이갈매기가 있어요
겨울이 오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자 물놀이와 목욕을 하라고 넣어준 수조가 얼어버렸는데도 실내에 들어오는 것보다는 햇빛을 보고, 사람 기척이 없는 야외에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야외계류장에 계류하도록 했어요
아무래도 물새이다 보니 물이 없는 것이 문제가 되서 발바닥이 건조하고 갈라져 실내로 이동시켜 수조를 넣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수조로 바로 들어가 목욕을 하네요. 진작에 옮겨 줄 걸 그랬습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안병덕

2017년 1월 20일 금요일

뼈의 말에 귀 기울이다


한 생명이 생을 다해 한 줌 흙이 되고 남는 것은 뼛조각뿐이다.
이걸 보면 뼈는 한 생명의 마지막 흔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흔적엔 그 생명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법의학에서 뼈는 굉장히 중요한 증거다. 한 사람의 생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뼈는 연령, 성별은 물론 지병, 직업, 가정환경에서 생활패턴까지 보여주기도 한다. 저명한 법인류학자이자 골격 전문가인 'Clyde Collins Snow'는 이렇게 말했다.
'뼈는 당신에게 말을 할 수 있다. 난해하게 들릴지 모르나 결코 거짓말하지 않는다.'
이번 글에선 뼈의 말을 들어 주인을 찾아보려 한다. 그 뼈가 독수리가 게워낸 토사물일지라도..

1월 13일 서산에서 독수리 한 마리가 구조됐다. 17-019 독수리의 방사선 사진에선 요골(radius), 척골(ulna)에서 골절과 탈구가 발견됐고 소낭과 소화기관에 한 가득 차있는 먹이도 볼 수 있었다.

골절된 요골(위)과 탈구된 척골(아래)

소낭에 무언가 가득 차있고(왼쪽) 소화 중인 새의 날개뼈(오른쪽)를 볼 수 있다.

마취하는 과정에서 동물이 구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소낭에 가득 찬 먹이를 꺼내야 했다. 소낭에 자극을 줬더니 삼킨 먹이들을 게워냈고 마취가 끝난 뒤 한 차례 더 게워냈다. 처음 신고 당시 중독이 의심되는 상태였기 때문에 토사물을 관찰했다. 

지난 1월 4일 중독으로 인해 구조된 '매'의 펠렛을 관찰한 결과 참새 크기의 조류의 골격과 볍씨가 나왔다. 이런 경우, 농약이 뿌려진 볍시를 먹고 폐사한 소형 조류를 매가 먹어 2차 중독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진흙더미 같던 토사물을 세척하니 낙엽, 나뭇가지와 수많은 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과연 뼈의 주인은?

(왼쪽)훼손된 경추(목뼈), 경추의 크기를 측정해 뼈의 주인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오른쪽)큰기러기의 방사선 사진

(왼쪽)훼손된 대퇴골(넙다리뼈), 원으로 표시한 부분이 대퇴골의 머리로 고관절(엉덩관절)을 이루는 부분이다.

(오른쪽)가마우지의 고관절

(왼쪽)훼손된 흉추측 늑골(갈비뼈)

(오른쪽)조류의 늑골은 흉추(등뼈)에 붙은 흉추측 늑골(청록색)과 흉골(가슴뼈)에 붙은 흉골측 늑골(주황색)로 이뤄져 있다.

훼손된 흉골(가슴뼈), 위에서 관찰한 뼈들은 대부분의 새가 비슷한 형태를 지니고 있어 주인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이 뼈는 다르다. 길게 발달한 흉골을 보자마자 물새류 중 몇 종이 떠올랐다.

(왼쪽)수리부엉이의 방사선 사진, (오른쪽)큰회색머리아비의 방사선 사진
물새류 중 아비류, 논병아리류, 오리류, 기러기류, 고니류는 일반적인 새에 비해 흉골이 길게 발달했다.
뼈 주인의 후보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혀(파란색 원)와 설골(사각형), 기관(주황색 원)의 모습이다. 조류는 혀 내부에도 뼈를 가지고 있다.
사진에서 혀의 모양은 결정적인 단서다. 혀의 가장자리에 돌기가 나있는 형태는 오리, 기러기, 고니가 포함된 오리과 조류의 혀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독수리가 큰 먹이를 잘 삼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날개뼈를 통째로 삼킬 줄은 몰랐다.

위의 뼈는 오른쪽 날개뼈로 척골(자뼈), 요골(노뼈), 완전골(손등뼈), 지골(손가락뼈)을 볼 수 있다.
날개뼈의 길이를 측정해 주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척골 : 159.1mm, 요골 : 150.2mm, 완전골 : 95.0mm
 오리과 중 개체수가 많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많이 구조되는 4종을 후보로 정했다.
그 중, 평균 길이가 비슷한 '큰기러기'가 가장 유력한 후보다.
이제 남은 내용물을 관찰해 '큰기러기'가 뼈의 주인인지 확인해 볼 것이다.

깃의 형태나 크기로 보아 날개나 꼬리깃이 아닌 몸통깃으로 보인다.
깃의 색은 변색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갈색에 가깝다는 것은 알 수 있다.
'큰기러기'의 깃 또한 전체적으로 갈색의 깃을 가진다.

위의 뼛조각들은 두개골을 이루는 뼈들이다.
큰기러기 두개골, (왼쪽)방형골(quadrate), (오른쪽)익상돌기(pterygoid)
뼛조각의 크기를 큰기러기 두개골과 비교한 결과 아주 작은 차이 밖에 나지 않았기에 뼈의 주인은 '큰기러기'인 것으로 판단했다. '큰기러기'의 경우 오리과 중 크기면에서 혼동할 만한 종이 없다. 뼈의 주인이 '큰기러기'라고 확신할 순 없지만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면에서 큰기러기와 흡사한 큰부리큰기러기를 제외한 얘기다.)
큰기러기 입장에선 기가 차겠다. 축하해줄 일도 아니지만..
아무튼 뼈의 주인, 큰기러기

독수리는 토사물의 냄새로 보나, 활력성으로 보나 중독된 개체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AI 비상사태인 요즘 외상이나 특별한 증상 없이 구조되는 조류는 구조센터를 잔뜩 긴장하게 만든다. 겉잡을 수 없는 AI로 인해 농가도 야생동물도 힘겨운 나날이다. 
이 시간이 어서 지나가길 바랄 뿐이고 조금이라도 추가 피해가 없길 또 바랄 뿐이다.

17-019 독수리도 17-009 매도 잘 견뎌내고 있다.
AI 문제야 그저 바랄 뿐이지만 이 녀석들이 돌아가는 건 우리의 몫이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연구원 이준석

2017년 1월 9일 월요일

깊은 잠에서 깨어난 박쥐

오늘의 주인공은 비행이 가능하도록 진화한 매력적인 포유류 박쥐다.

얼마 전 박쥐 두 마리가 충남 야생동물 구조센터로 구조됐다. 다행히 두 마리 모두 별 외상없이 건물 내부에서 발견됐는데 문제는 겨울잠을 자고 있어야 할 녀석들이 깨어나 기력이 쇠약해진 상태로 구조된 것이다.  이 녀석들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매장의 간판 아래서 발견된 안주애기박쥐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우선 박쥐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면 박쥐는 비행이 가능하도록 진화한 포유류로 야간에 시각과 초음파를 이용해 사냥을 한다. 앞발가락 사이에 발달한 비막 덕에 비행이 가능하다. 앞발의 생김새는 다른 포유류와 많이 다르지만 골격의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박쥐는 잠자리에 따라 동굴성, 산림성, 가옥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현재 알려진 바로는 23종이 한국에 서식하고 있고 대부분 동굴성 박쥐라고 한다. 박쥐 얘기가 나오면 내심 기대하는 것이 흡혈박쥐인데 아쉽게도 혹은 다행히도 한국엔 서식하지 않는다.

센터에 구조된 두 종은 안주애기박쥐와 집박쥐다.
(학명에 대한 언급이 있으므로 http://cnwarc.blogspot.kr/2017/01/blog-post.html 이 글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안주애기박쥐


안주애기박쥐는 한국에 서식하는 박쥐 중 큰 편에 속하며 영명으로 Frosted Bat이라고도 불리는데 등의 털색이 서리가 내려앉은 듯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학명은 Vespertiliio sinensis, 속명인 Vespertilio의 어원을 살펴보자면 라틴어로 vesper는 저녁을 의미하고 여기에서 파생된 Vespertilio는 박쥐를 뜻한다. 안주애기박쥐는 주로 나무 구멍 등을 잠자리로 이용하는 산림성 박쥐다.

집박쥐


집박쥐는 안주애기박쥐와 반대로 가장 작은 박쥐 중 하나로 학명은 Pipistrellus abramus, 속명인 Pipistrellus는 이탈리아어 pipistrello에서 유래된 것인데 안주애기박쥐의 속명과 마찬가지로 박쥐를 뜻한다. 집박쥐는 하룻밤에 약 3,000마리 이상의 곤충을 잡아먹는 이로운 동물로 주로 건물의 옥상이나 첨탑, 처마 등을 잠자리로 이용하는 가옥성 박쥐다.

대부분의 박쥐는 곤충을 사냥하는데 날이 추워지면서 점점 사냥이 힘들어진다. 그래서 박쥐는 무사히 겨울을 나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겨울잠을 선택했다. 겨울잠에 들기 전 체중의 20~30%를 지방에 저장하고 겨울잠에 들어가면 심박수, 호흡수 등을 최대한 낮추는데 평상시 심박수가 600bpm(Beats Per Minute, 분당 심박수)이고 비행시 1,300bpm인 것을 10bpm까지 낮춘다. 이런 능력 덕분에 산소와 에너지의 소비량을 줄일 수 있고 지방에 저장한 에너지에 의존하며 봄까지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어떠한 원인에 의해 겨울잠에서 깨어나게 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겨울을 버티기 위해 조금씩 소모해야할 에너지를 예상치 못한 방해로 깨어남과 동시에 계획보다 훨씬 더 소모하게 된다. 다시 동면에 들기 위해 먹이를 섭취해 에너지를 모아야 하는데 한 겨울 추위에 먹이를 쉽사리 구할 수가 없다. 그래서 점차 기력이 쇠약해지는데 구조된 두 녀석들은 그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렇게 구조한 박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활동기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주며 먹이를 충분히 먹이는 것이 중요하다.



박쥐가 겨울잠에 들기 위한 충분한 에너지를 비축했다면, 건강이나 비행의 상태를 확인 후 야외 기온이 섭씨 3~4도 이상이 되는 날 방생하게 된다.

안주애기박쥐의 비행 테스트


집박쥐의 비행 테스트


방생을 할 땐, 항상 선택에 대한 결과와 다양한 변수에 대해 수없이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린다. 방생 후엔 우리의 선택이 옳은 선택이었길 바랄 뿐이다.

집박쥐 방생


야생에서 많은 종들이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듯이 박쥐 또한 개체수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 개발로 인한 서식지의 감소가 주된 원인인데 생존전략이라곤 안전한 은신처를 찾는 것뿐인 박쥐에겐 서식지 파괴가 유난히 치명적이다.
동굴성 박쥐의 서식지인 동굴엔 사람의 편의를 위한 밝은 조명과 사다리 등의 안전장치가 들어섰다. 우리는 겨울잠을 방해받는 것은 박쥐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고 있다. 동굴에서 큰 소리를 내거나 플래시 등을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가옥성 박쥐의 서식지인 천장, 처마 등은 아파트, 빌라가 들어서며 사라져가고 고목의 구멍, 우거진 산림에서 서식하는 산림성 박쥐의 서식지는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박쥐는 서양의 영향과 그들의 생태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져서 그런지 다른 동물에 비해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이 매력적인 동물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과 행동이 너무 늦지 않길 바란다.

비교적 보호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붉은박쥐, 작년 여름 구조, 방생한 개체이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연구원 이준석

2017년 1기 자원활동가 오리엔테이션

새해 첫 주말!
센터에 있는 동물들을 도와주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바로 자원활동가분들이죠ㅎ

신규 자원활동가 분들과의 만남을 위해 첫 모임을 가졌습니다.

야생동물 보호에 도움이 되고 싶으셔서 참여하신 이미희님.

야생동물과 환경에 관심있으신 한화정님.

이 외 동물들에게 힘이 되고자 한 걸음 와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유리창 충돌 사고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


센터 구역별 설명과 주의사항
그리고 장기 계류 동물에 대한 이야기

이전부터 자원활동을 한 김민정님께서 교육조류 관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어색어색 하지만 아주 잘 설명해주셨어요ㅎ


시니어자원활동가 김리현님.
동물 핸들링은 물론 동물 집중관리가 가능하십니다ㅎ
충돌로 인한 후유증으로 먹이를 먹지 못하는 올빼미에게 먹이를 급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고등학생인 신동엽님과 양희진님.
양희진님은 기존에 활동하고 있는 신동엽님을 따라 이번에 함께 참여하게 됐습니다.
활동 사진이 뒷모습이라 아쉽군요ㅎ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자원활동가 분들이라면 기본 숙지 사항이죠ㅎ
바로 고압세척기 사용법입니다~ 강할 것 같지만 아주 세심하게 다뤄줘야 합니다. 까다롭죠...
시니어자원활동가 김리현님께서 사용법과 주의사항을 설명해주시고 있습니다


모두들 반가웠어요~
이번에도 화이팅입니다~!



작성자
김문정 재활관리사

2017년 1월 5일 목요일

야생동물의 이름과 학명, 그 안에 비추는 녀석들의 삶

하나의 동물이라도 그들을 부르는 이름은 꽤나 다양하다. 각각의 나라에서 부르는 국명이 대표적이지만, 영어권의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영명도 있고, 또 과거에 불려왔지만 현재는 부르지 않는 고명(옛 이름)도 있다. 심지어 어떤 동물은 이런 이름이 여럿인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에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저지대의 강변이나 경작지, 산림, 초원 등 먹잇감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누룩뱀은 국내에서만 하더라도 금화사, 석화사, 밀뱀산구렁이 등 참으로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다. 이처럼 하나의 나라 안에서도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혹은 동물의 이름을 각각 달리 부르는 것은 사실 굉장히 흔한 경우이다.

금화사, 석화사, 밀뱀, 산구렁이 등 국내에서만 하더라도 참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누룩뱀. 



그런데 이처럼, 국명이든 국외명이든 여러 가지 이름이 동시에 불리면 종종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한다. 예를들어, 우리나라의 까치를 다른 나라에 가면 까치라 부를 수 없다. 아니, 부를 수야 있겠지만 외국인은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영어권의 나라라면 그나마 널리 쓰이는 영명을 통해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는 이 역시도 한계가 있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상황이다. 각 나라마나 고유의 언어와 문화가 있고, 그들의 역사에 맞게끔 이름을 부르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여기엔 불편함이 뒤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야생동물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물은 살아있기 때문에 움직일 수도 있고, 여러 나라에 널리 분포해있기도 한다. 우리에게나 국경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지, 녀석들이 그것을 이해하고 살아갈리 만무하다. 국경을 잣대로 녀석들을 구분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이 아닌 우리의 기준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까치가 다른 나라에서는 까치가 아니지만 결국, 둘은 같은 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일종의 약속이 필요했다. 어떠한 동물의 이름을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인정하여 사용하는, 바로 학명이다.

수리부엉이의 분포를 나타내는 지도이다. 이는 수리부엉이가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것도 아니고, 국경을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도 아님을 나타내고 있다물론, 거리가 멀리 떨어져있는 곳에 서식하는 개체들 사이에는 생태적, 유전적 차이(아종 등)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긴 하다.
(사진 출처 : IUCN)


학명은 기본적으로 종(Species)을 표기하는 방법으로, 라틴어를 이용해 속(Genus)명과 종(Species)명을 조합한 이명법을 따르고 있다. 이는 국제적으로 약속된 종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동물을 분류해 종의 위치를 나타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매의 학명은 Falco peregrinus , 황조롱이는 Falco tinnunculus . 이 둘은 속명인 Falco가 같은 것으로 보아, 분류학적으로 같은 속에 포함된 다른 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좌측 : 매 / 우측 : 황조롱이
Falco라는 속명을 미루어보아, 둘은 같은 속에 속하는 다른 종임을 알 수 있다.



학명이 가지는 의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학명은 처음 동물을 발견해 학계에 보고한 사람이 정하게 되는데, 속명이야 분류학적 위치에 따라 정한다 하더라도 종명은 명명자가 짓기 나름이다. 때문에 발견자의 이름이나 지역명을 라틴어화 해서 부르기도 하는데, 보통은 그 동물이 지닌 특징을 종명에 담아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흰꼬리수리의 영명은 하얀색 꼬리를 지닌 바다수리라는 뜻의 ‘White-tailed Sea Eagle’이다. 그렇다면 학명은 어떠할까? Haliaeetus albicilla. 이게 녀석이 학명이다. hali는 바다 또는 소금, aeetus는 수리라는 뜻이다. , albi는 하얗다, cilla는 꼬리를 뜻한다. 그러니까 녀석의 학명을 풀어 써보면 결국, 하얀색 꼬리를 지닌 바다수리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국명도, 영명도, 학명도 녀석의 가장 두드러지는 외형적 특징인 하얀 꼬리를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녀석의 국명, 영명, 학명은 모두 외형적 특징인 하얀 꼬리를 가르킨다.


물론, 모든 동물의 학명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학명을 알아본다면 그 동물의 분류학적 위치나 외형, 생태적 특징을 이해하는데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야생동물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제는 그들 이름의 어원이나 학명을 들여다보자. 아는 만큼 관심도 높아지고, 지켜주고자 하는 마음도 강해질지 모르니까.

, 참고로 까치의 학명은 Pica pica, 수리부엉이의 학명은 Bubo bubo 이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