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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23일 월요일

봄날, 누룩뱀의 햇볕 바라기


따스한 봄 햇살이 좋아서 어디론가 나가 놀고만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묵혀두었던 가벼운 옷을 꺼내 입고 꽃놀이 갈 생각에 마음이 들뜬 분들도 많으실텐데요.
충남야생동물센터에는 그 누구보다도 더 봄을 기다렸을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바로 15-016 누룩뱀입니다.
근 두 달간 잠들었던 이 친구에게 이번 봄이 얼마나 간절했을지 상상해봅니다. 

 15-016 누룩뱀


15-016 누룩뱀은 지난 1월 13일 예산의 한 식당 안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보통 뱀을 본 사람들이 그렇듯 소스라치게 놀랐고, 신고를 받은 예산 119구조대가 포획해 충남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이송했습니다. 다행히 별다른 건강상의 이상은 없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뱀이 동면에 들었을 시기라 그대로 방생을 해야 할지, 센터에서 깨어 있는 상태로 관리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건강상 문제는 없었습니다.
왼편에 119구조대가 이 친구를 잡아두었던 빨간 양파망이 보입니다.


그래서 강제동면을 시도했습니다. 스티로폼 상자에 작은 숨구멍을 여럿 뚫고 잘게 찢은 신문지를 충분히 깐 후 누룩뱀을 넣은 후 잘 봉했습니다. 그리고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혹시라도 뱀이 잠에서 깰까 봐 중간에 열어볼 수가 없었지요. 먹이도 주지 않고 청소도 해줄 필요가 없었지만, 누룩뱀의 안부는 언제나 센터 식구들의 관심사였습니다. 혹 삐쩍 말라 비틀어진 채로 세상에 나오는 것은 아닐지...  

기대와 우려 속에 누룩뱀이 강제동면에 들어갔습니다.
냉장고 불빛이 왠지 스산해 보이는군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날, 3월 20일.

갑자기 더워진 날씨 가운데 상자를 열었습니다. “워~!” 상자를 열어보던 김문정 재활사가 탄성을 터뜨립니다. 어느새 깨어난 누룩뱀이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방사선 사진을 찍어보고 무게를 측정해 봤지만, 역시 별다른 이상은 없었습니다. 즉시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기로 했지요.

근 두달만에 세상으로 나온 누룩뱀의 햇볕 바라기

누룩뱀은 풀어준 지 얼마 되지 않아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한 떨기나무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가만히 봄 햇볕을 쬡니다. 이 친구의 삶에 다시는 냉장고 더부살이가 없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해마다 봄 햇살을 즐기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연구원 정병길

2015년 3월 22일 일요일

새끼 동물을 발견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새해가 시작 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따지자면 3개월이 거의 다 지나갔네요. 얼마 지나지 않으면 4월이니까요. 햇볕도 따뜻해지고, 오고가는 사람들의 가벼워진 옷 차림 만큼이나 싱그러운 봄이 찾아왔지만, 구조센터 직원들의 마음은 그리 가볍지 만은 않습니다. 다가올 안타까움에 직면하기 전 충분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곧 있으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로 새끼동물 구조를 요청하는 연락이 많아 질 것 입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수리부엉이를 시작으로 삵, 너구리, 고라니, 황조롱이 등 다양하고 수많은 새끼동물이 구조센터를 가득 채우게 될 겁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러했으니까요. 

일반적으로 야생동물에게 있어 최적의 번식기는 먹이 자원이 풍부한 봄부터 초여름이라 할 수 있지만, 
수리부엉이는 그보다 이른 1~3월 사이에 산란을 하고 2~4월 초순 사이에 부화하여 새끼가 태어납니다. 
때문에 매년 구조센터에 가장 먼저 구조되는 새끼동물은 항상 이 친구의 몫 입니다


새끼동물의 구조원인은 꽤나 단순합니다. 기타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겪는 여러 가지 원인에 비하면 말이죠. 대부분 어미를 잃은 채 덩그러니 있는 것이 걱정되어 데려왔다는 것 입니다. 이러한 케이스에 해당하는 개체들을 저희는 '미아' 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새끼동물이 정말 어미를 잃고 미아가 된 걸까요? 

새끼동물 구조요청이 들어왔을 때 저희는 가장 먼저 새끼동물이 어떤 상태인지, 주변에 어미가 보이는지, 새끼 새일 경우 둥지가 있는지 등의 여부를 발견자에게 묻습니다. 하지만 저희와 닿기 전 이미 관할 시청이나 동물병원 등으로 직접 인계하시거나 발견 당시의 상황을 확실히 살펴주시지 않고 직접 구조하셔서 당시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구조가 아닌 '납치 (Kid napping)'가 진행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죠.

내가 구조한게 아니라, 납치를 했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물론 '납치'라는 단어가 무척이나 자극적인 단어 선택 일 수 있고 대부분의 새끼동물 구조가 납치의 경우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이러한 부적절한 구조로 인해 새끼동물을 애타게 찾아 헤맬 부모동물을 떠올린다면 그리 과한 표현은 아닐 거라 생각됩니다.

야생동물을 구조했을 때 이것이 납치와 같은 결과를 낳게 되는 경우는 분명합니다. 순간의 섣부른 판단에 의해 구조하지 말아야 할 동물을 구조하게 되는 것 이지요. 만약 새끼동물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상태가 나쁘지 않고, 주변에 어미로 보이는 동물이 머물고 있거나 근처에 둥지와 같은 은신처가 있었더라면 구조해야 할 상황이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새끼동물을 구조한다는 것은 어미동물의 입장에서는 자식을 납치당하는 것과 같은 경우이겠지요.

좋은 마음에 행했던 구조가 자칫 새끼동물을 납치한 결과는 낳는다니 참 아이러니 합니다. 물론, 모든 새끼동물의 구조가 납치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미를 잃는 경우도 생기고, 새끼가 위험에 빠지거나 도태되는 과정에서 우연치 않게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구조하여 성심성의껏 돌봐야 합니다.

때문에 내가 발견한 새끼동물이 구조를 필요로 하는 상황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우선 당장에 새끼동물을 위협하는 요인이나 없거나 주변 환경이 위험한 곳이 아니라면(개나 고양이 등 포식자 혹은 불필요한 사람의 접근, 새끼동물 발견 장소가 도로 근처라 언제든지 새끼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 등) 최대한 멀리서 새끼동물을 꽤 오랜 시간 관찰해주셔야 합니다. 그러면서 어미가 돌아오는지를 판단 하셔야겠죠. 위의 상황을 모두 만족하고 어미까지 있다면 이 새끼동물은 절대 구조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대로 두시고 기쁜 마음으로 떠나시면 되는 거죠. 반면에 위에 해당사항 중 한 가지라도 부적절하다면 구조를 고민해 봄이 옳습니다. 이때는 저희와 같은 관련 기관에 빠른 연락을 주셔서 도움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어미동물은 먹이를 구하러 종종 새끼동물을 두고 자리를 비웁니다. 사람은 이러한 경우에
어미가 없다 판단하고 새끼를 구조합니다. 다시 돌아온 어미동물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상황에 따라선 직접적인 구조보다는 적절한 조치만을 취해주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직 이소시기에 이르지 못한 새끼새가 둥지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겪었다면, 새끼동물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다시 둥지 위로 올려주는 것 입니다. 가능하다면 본래의 둥지에 올려줘야겠지만 둥지가 너무 높은 위치에 있거나 올려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아쉬운 대로 대체둥지 등을 만들어 주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대체둥지를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구니나 박스 등에 나뭇잎, 솔잎 등을 넣어서 적당한 높이에 달아주기만 해도 그 역할을 어느 정도는 기대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둥지에 다시 올려주기 전 상태를 잘 살피고 필요하다면 간단한 처치 등을 해줘야 합니다. 떨어지는 충격에 의해 다치거나 했을 수 있으니까요.

쥐 뼈가 목에 걸려 구조된 새끼 황조롱이 입니다. 뼈를 제거해준 후 본래 
둥지로 다시 돌려보내 어미의 보살핌을 받도록 해주었습니다. 그게 최선이니까요 


자, 납치의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도 잘 살폈고, 간단한 처치만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살펴봤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도 분명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꼭 구조를 해야만 합니다. 구조가 끝났다고 그렇다고 모든 고민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 역시도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고려해야 할 점도 많죠.

과거에 있었던 새끼수달 구조 건에 대한 사례가 이해를 돕는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많은 분들이 아시듯 수달은 물과 아주 친숙한 동물입니다. 다만 이 물이 수달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아시는 분은 얼마나 되실까요? 
새끼수달 한마리가 물에 흠뻑 젖은 채 저체온증을 앓다가 폐사했던 경우가 있습니다. 새끼수달은 성체와 달리 방수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그러한 사실을 몰랐던 구조자는 수달이 좋아할 것이란 생각에 큰 물통에 물을 받아 수달을 보호하고 있는 곳에 넣어주셨고 그 물통이 쏟아지면서 물에 젖게 된 수달은 저체온증에 빠져 결국 폐사하였습니다. 전문지식이 없는 상태에서의 야생동물구조는 위의 사례처럼 자칫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새끼수달에게 물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입니다.

이러한 위험이 새끼수달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새끼동물의 종에 따라, 어린 정도와 상태에 따라 조치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꼭 받으셔야 합니다.

방수능력이 없어 물에 흠뻑 젖은 새끼 수달, 보호하셨던 분의 배려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결국 한 마리의 새끼 수달이 명을 달리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구조 새끼동물을 돌보는 동한 선뜻 먹이를 주고 애완동물처럼 품에 안은 채 지극 정성으로 보호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이는 새끼동물에게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로 인해 새끼동물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거나 각인이 되어 버리면 훗날 이 동물이 야생으로 돌아가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새끼동물을 구조하여 돌볼 때에는 최대한 사람의 접촉을 줄이고, 사람에 의한 긍정적인 자극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흔히 말하는 정을 나누지 말아야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구조된 붉은배새매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고 있습니다. 먹이를 먹이는 등 새끼와 접촉 시
그 시간을 최소화하고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의식이 생기지 않게끔 주의해야 합니다 


이처럼 까다로운 새끼동물의 구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제 감이 오시나요? 글로만 보니 어렵기만 하고 잘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동물을 발견한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 쉽게 아실 수 있겠죠 :D ?




물론, 새끼동물은 생존율이 낮습니다. 어미보다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도 떨어지고 천적도 많으며 자연의 섭리에 따라 도태되어지고 하지요. 그런 친구들이 저희에게 와 다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은 그 어느것보다 의미있습니다. 이렇게 부득이한 사고로 인해 구조되어 보호받아야 할 동물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구조가 진행되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구조였는지 납치였는지, 구조를 해야 한다면 적절히 했는지, 적당한 처치와 옳바른 보호를 했는지 그 누구도 쉽게 판단할 수 없겠지만 야생동물을 지켜주고자 좋은 마음에 행동한 일이 이처럼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걸 꼭 기억해 주셔야 합니다.

저 맑은 눈동자에 비치는 철조망이 보이시나요? 어쩌면... 이 친구가 있을 곳은 이곳이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5년 3월 12일 목요일

맘 편히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저희 센터 소식을 보신 분이라면 아마 충돌로 야생동물들이 구조되는 이야기를 많이 접하셨을 겁니다. 실제 작년 한해만 해도 여러 구조원인 중 미아를 제외하고는 충돌원인(전선/건물과의 충돌 23.08% +차량과의 충돌 18.49% = 41.57%)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선 및 건물과의 충돌은 대부분이 조류에게 발생하고 차량과의 충돌은 조류, 포유류 모두 포함해서 발생합니다.
 



날아다니는 새들이 왜 부딪히는 걸까요?


진짜 숲일까요?
출처 : wordsandphotographs.com

건물 유리에 비친 구름 모습입니다.
출처 : mn.audubon.org

 바로 유리창에 반사된 모습이 새들에게 착각을 일으켜서입니다.
 사람은 건물 밖의 풍경을 볼 수 있도록 투명하고 실내를 외부환경과 단절시켜 안락함을 제공해주는 유리창의 기능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들은 이 자연스럽지 못한 인공구조물을 이해하긴 어렵기 때문에 유리창이 비춰진 하늘과 숲이 진짜 인줄 알고 부딪히는 것이죠.
무척이나 강하게 충돌 한 듯합니다.
출처 : www.flap.org
 이외에도 도로에 차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면 돌풍이 발생하여 주변에 있던 새가 빨려 들어가면서 충돌이 발생하기도 하고 시야확보가 잘 되지 않는 흐린 날씨이거나 안개가 낀다면 전선을 보지 못한 새들이 부딪히거나 엉켜버리기도 합니다. 심지어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풍력발전기는 때론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충돌은 어떤 특정 종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닌 불특정다수의 새들에게 일어납니다. 그나마 덩치가 큰 동물이면 사람에게 발견되어 구조할 수 있지만 작은 동물이면 발견하기 쉽지 않아 안타깝게도 구조의 손길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다행히 구조할 수 있었던 한 친구를 소개할까 합니다.

충돌로 인해 날개가 다친 말똥가리


 작년 말 충남 계룡시의 어느 도로 변에서 날지 못하고 퍼덕이는 말똥가리 한 마리를 지나가던 행인이 발견하고 구조신고를 해주셨습니다. 센터로 온 말똥가리는 곧 진료를 보았고 진단 결과 왼쪽 날개 완전골의 오래된 개방 골절에 몸이 매우 마른 상태였습니다. 다친 날개 부위로 강한 충격을 받아 골절이 발생하여 날 수 없게 되면서 먹이활동을 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되었지요. 발견된 장소의 환경 요소를 보아 차량이나 주변 인공물과 충돌하여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접수 당시 말똥가리 모습
새는 깃으로 몸이 덮혀 있기 때문에 깃만 봐서는 새가 마른지는알 수 없습니다.
직접 근육상태를 육안확인 또는 촉진하고 체중을 확인해야 합니다. 
왼쪽 날개의 다친 모습
피가 흥건합니다.

 골절은 폐쇄 또는 개방, 단순 또는 복합 골절과 같은 골절유형, 골절이 발생한 부위, 경과된 시간 등에 따라 예후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골절이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고 그 부위가 단순히 금이 가고 개방이 되지 않았다면 회복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예후를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똥가리는 모든 것이 반대인 상황이었습니다. 특히나 골절부위가 완전골 이었는데 이 뼈는 새가 비행할 때 가장 많은 힘을 받는 곳 중에 하나로 근육보다는 인대와 골격으로 이뤄져있고 다른 부위에 비해 혈관발달이 잘 되지 않은 곳입니다. 다시 말해 이 부위가 다치게 된다면 부종과 함께 혈행 장애에 따른 괴사가 잘 일어나 회복이 쉽지 않은 곳입니다.

말똥가리 방사선 사진
 좌측 완전골 골절이 보입니다. 

 예후가 매우 좋지 않았지만...이대로 포기하기에는 너무 가여운 친구였습니다! 이 친구는 먼 시베리아 동부, 몽골, 아무르, 만주 등지에서 지내다가 추운 겨울을 좀 더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우리나라에 왔을 겁니다. 나이가 좀 있는 것으로 봐서는(말똥가리의 홍채는 어릴 때는 밝은 갈색이다가 나이가 들수록 진한 암갈색으로 변합니다) 치열한 자연 속에서 생존을 위한 그리고 말똥가리다운 삶의 기술을 터득하며 살아왔을 거구요. 그러던 중 변을 당한 겁니다.
 
자! 그럼 치료를 시작해볼까요!!

말똥가리 회복기 


2014년 12년 09일~2014년 12월14일
▪ 최대한 안정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ICU 안에서 회복기간을 갖습니다. 골절이 발생하면 최대한 움직이지 않도록 하여 잘 붙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와이어로 골절부를 고정하고 날개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포대를 감지요. 그리고 ICU는 일어설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랍니다. 갑갑하겠지만 회복하려면 참아야합니다. 또한 그 동안 먹이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먹이 급여가 중요합니다. 스스로 먹지 않는군요..직접 먹여야겠습니다.
 
2014년 12월 15일
▪ ICU에서 실내장으로 이동하기
 활력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굳이 ICU에 있을 필요가 없으니 실내장으로 옮깁니다. 여전히 먹지 않는 군요.
 
2014년 12월 22일
▪ 골절부 상태 확인!
 아직 골절부가 미약하게 움직입니다.
 
2014년 12월 26일
▪ 포대법 변경
 조류에게 특별히 하는 포대법이 있습니다. 8자포대라고 하는 건대요. 이게 짧은 기간 사용할 때는 유용하지만 오랫동안 포대를 한다면 매우 위험한 포대법입니다. 새의 날개 구조 중 날개막인대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 포대를 걸치기 때문에 장기 포대 시 이 날개막의 탄력을 잃어 굳어 버리게 되고 결국 날개를 제대로 못 펼쳐지게 만들어 날지 못하게 만들어버리죠. 그러면 안 되니깐 골절부 부분적으로만 포대 해주었습니다.
 
8자 포대
출처 : www.justanswer.com
2015년 1월 2일
▪ 골절부 상태 확인
 완전유합은 안되었군요.
 아직도 스스로 먹이를 먹지 않습니다. 고집이 아주 똥고집입니다. 계속 직접 먹이를 먹여줍니다.
 
2015년 1월 19일~2015년 1월 27일
▪ 물리치료 합시다!
 골절부위에 가골로 덮여지고 있는 상태로 확인되었습니다. 그 동안 뼈가 잘 붙어야 하기 때문에 강하게 운동을 제한했었는데요. 가골이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운동을 하지 않게 되면 근육이 위축되고 관절부의 운동이 제한되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좀 더 확실히 뼈는 붙이기 위해 제한된 공간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 땐 수동적 물리치료가 필요할 때입니다. 이때 한 방법은 Active assisted range-of-motion(AAROM)을 했는데요. 이 방법은 새의 다리를 잡고 부드럽게 올렸다가 내리면서 새가 날개를 펼쳐 움직일 수 있도록 합니다. 이는 근육강화, 연부조직의 신축성, 관절의 가동범위 및 혈액순환을 촉진시킵니다. 이를 매일 하루 2번씩 해주었지요. 
 끝까지 먹이는 먹지 않습니다. 하하하하 계속 직접 먹여줍니다.
 
2015년 1월 28일
▪ 야외장으로 가자!
 드디어 야외적응 단계로 갑니다. 이때부터는 자유로이 비행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에 두어 운동에 더욱더 박차를 가합니다. 야외장으로 간 말똥가리는! 아직은 비행이 서툽니다. 바닥을 달려가네요. 하지만 높이 있는 횃대에 올라가는 모습이 확인 되었으니 좀 더 지켜보기로 합니다. 먹이는 스스로 먹었을까요? 하하하하 계속 직접 먹여주었습니다.
 
2015년 2월 10일
▪ 비행테스트
 그 동안 야외장에서 어느 정도 비행하는 모습이 확인 되었습니다. 좀 더 정확한 판단을 위해 야외 운동장으로 나가 비행테스트를 해보았지요. 간만에 밖에 나오니 얼떨떨한가봅니다ㅎ '이봐..좀 날아봅시다ㅋㅋㅋ' 
 약간 기울어서 날기는 하지만 돌풍에 대응하거나 바람을 타는 모습이 확인 되었습니다. 


 
2015년 2월 12일~2015년 3월 4일
▪ Aviary training
 완전한 대칭 비행은 아니지만 말똥가리에게는 아주 정교한 비행 기술을 요하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무리 없을 거라 판단됩니다. 심지어 야생에서 다른 동물이 사냥한 먹이는 낚아채는 약은(ㅋ) 영리한 동물이니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할 거라 봅니다. 대신 말똥가리에겐 다시 먼 여행을 앞 둔 시기이기 때문에 지구력을 키울 필요성은 있을 것 같습니다. 계류장에서 매일 왕복운동을 하지요. 아...넓은 계류장이 없어 많이 아쉽습니다...
다시 돌아갈 그 날을 위해!!


 
2015년 2월 14일
▪ 먹이를 먹다!!ㅠㅠ
 그간 먹이 종류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봅니다. 마우스는 먹는 군요ㅠㅠ 가기 전까지 마음 껏 먹으라고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마우스 수량이 부족하여 많이는 못 줄 것 같습니다ㅠㅠ 말똥가리들은 초봄이 되면 다시 윗쪽 지역으로(시베리아, 아무르 등) 이동합니다. 그 곳이 번식지역이기도하고 한국에서 여름은 이 동물이 지내기에는 너무 덥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 맞추어 방생을 해야하는 시점이라 체중을 올리고 운동도 해야 하니.... 다시 직접 먹이를 먹여줍니다.....



2015년 3월 5일
▪ 드디어 방생!!!
 힘차게 날아 올라가 인근 나무 위에 앉아 주변을 둘러봅니다. 




3개월을 함께하며 정도 들고 걱정도 되고 했지만 저렇게 시원스레 날아가 주니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무사히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ㅎ
 바이바이~


한 동물을 치료하기 위해선 이렇듯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친 야생동물들이 모두 치료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예초에 예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충돌 예방 방법은 아래 글(클릭클릭~)을 참고해 주세요^ㅂ^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문정

2015년 3월 9일 월요일

2014년도에 했던 일(총정리)-제1편

2015년도 어느덧 3월에 접어 들어 따뜻한 봄햇살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를 내리쬐고 있습니다.

지금껏 해왔듯이 아니, 더 노력하고 발전하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되기 위해 작년 한해동안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했었던 일을 정리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첫번째로, '야생동물 구조결과 및 분석' 편을 공개합니다.




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과 2급으로 지정하여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생물을 보호하고 있는데, 우리 센터에서 구조한 야생동물 중 약 15%에 해당하는 108마리가 이러한 멸종위기 종이었습니다.
또한 문화재청에서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천연기념물'로 동물을 지정하여 보전 및 보호하고 있는데, 구조된 야생동물 중 30%가 넘는 232마리가 천연기념물이었습니다.

멸종위기에 처한 종은 말그대로 자연적, 인위적 위협 요인으로 그 개체수가 감소되어 있는 종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멸종위기 종을 구조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은 해당 종의 개체수를 보강해주어 자연상태에서 번식활동이 가능한 개체수를 늘려 그 종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도우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구조된 동물이 비멸종위기종에 해당한다고하여 멸종위기종과 차별대우 혹은 관리를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모든 야생동물은 생태계 구성원으로서 저마다 역할을 가지고 있기에 그리고 똑같은 생명이기에, 우리 센터는 사람이 정해놓은 법적인 지위를 막론하고 모든 야생동물에 대하여 구조와 치료, 보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구조된 야생동물 741마리 중 조류가 66종 473개체, 포유류가 12종 258개체, 파충류가 4종 10개체였습니다. 비율로 보면 조류 64%, 포유류 35%로 조류가 더 많이 구조되었습니다.
조류의 경우, 구조 개체수가 많았던 상위 10종으로는 황조롱이(58), 수리부엉이(46), 멧비둘기(39), 원앙(34), 흰뺨검둥오리(29), 소쩍새(26), 솔부엉이(22), 까치(14), 괭이갈매기(13), 꿩(13) 순이었습니다.
포유류는 고라니가 151마리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 다음 너구리(84), 삵(7), 족제비(4) 순이었습니다.
워낙 다양한 종이 구조되다보니 센터내 입원장이나 계류장은 특정 종만을 위해 유지되고 있는 공간이 없습니다. 즉, 그때그때 구조된 동물 종 특성에 맞는 적절한 입원/계류장 환경을 만들어 야생성을 가진 동물이 스트레스를 최대한 덜 받고 추가적인 부상 없이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죠.(과거 블로그에 작성된 글 참고)


이런 노력의 결실이었을까요?
2014년에 구조된 741마리 중 35%에 해당하는 262마리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단순 수치로 보면 아직 갈길이 먼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100%는 어렵더라도 100%를 목표로 구조된 야생동물 모두가 건강을 회복해 다시 그들이 사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3년도와 비교해봤을 때 2014년도에 구조된 동물의 방생율은 증가하고 폐사율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조 현장에 나갔을 때 이미 폐사되었거나 이송 또는 초기 검사 과정에서 죽은 개체수를 제외한, 실질적 구조 개체수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서(실질 결과 분석) 방생율은 2013년도보다 6% 증가하였고, 폐사율은 4.7%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조-치료-재활' 이 삼박자가 2013년도보다 2014년도에 더 잘 맞아 떨어졌다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서산 버드랜드 야생동물치료재활센터'의 물새장.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치료를 마친 물새류와 소형 맹금류를 위한 재활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야외 계류장이나 물새장이 부족한 현실에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관리용역 사업을 받아 운영중인 '서산 버드랜드 야생동물치료재활센터'를 활용하여 더 알맞은 계류 환경을 제공한 결과로 보여집니다.



잘 아시다시피,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충청남도 전체에 발생한 야생동물의 조난시 구조 및 접수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특별한 상황이나 사정에 따라 타 지역에서 발견되거나 구조된 동물도 드물지 않게 들어오고 있죠.
2013년도와 2014년도에 본 센터로 구조된 야생동물의 지역을 살펴보면 아래 그래프와 같습니다.




2014년도에 구조된 동물이 가장 많은 지역은 아산시였으며 그 다음으로 예산군, 천안시, 서산시, 홍성군, 당진시였습니다. 물론 충남도내 시/군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종과 개체수 차이가 존재 하겠지만, 결국 동물을 구조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발견을 해야 하기에 구조 지역의 유동인구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충남 예산군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우리 센터로 바로 신고되지 않고 해당 지자체로 신고자가 연락할 경우 최종적으로 우리 센터까지 이송이 모두 되는 것은 아니기에 구조 건수가 적은 지역이라고 하여 조난당한 야생동물의 수가 적다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2013년도에는 예산군에서 가장 많은 야생동물이 구조되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유동인구가 많고 구조 후 센터로 이송이 원활한 지리적 접근성이 좋은 예산, 아산, 천안 지역에서 총 구조된 동물의 약 50%가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야생동물이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려서 센터에서 접수할 때 기록하는 필수 정보 중 하나는 바로 발견 지역입니다. 이러한 발견지역에 대한 정보는 추후에 다양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2014년도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로 접수된 동물의 발견 위치 지도.(노란색: 조류, 보라색: 포유류, 초록색: 파충류)야생동물의 발견 장소 정보는 다양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종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지도를 만드는데에도 활용될 수 있는데요. 아래 그림은 2014년 한 해동안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접수된 수리부엉이의 발견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입니다. 이런 자료들을 수년간 축적한 뒤 생태지도 작성이나 서식지 유형 등을 분석하면 해당 종의 생태학적 자료 뿐만아니라 다양한 보호 대책을 세우는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2014년도에 충남지역에서 구조된 수리부엉이 위치 정보.
특정 종의 위치 정보를 지속 축적하여 생태지도를 만들면 해당 종의 보호 대책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된다.



1년 중 야생동물구조센터가 가장 바쁘고 힘든 시기는 단연 늦봄~초가을까지입니다. 많은 야생동물들은 주로 봄에 새끼를 낳는데, 건강하게 자라는 새끼들이 있는 반면 자연적, 인위적 사고로 인해 많은 새끼들이 어미를 잃고 이 시기에 야생동물구조센터로 구조되고 있죠.
아래 그림은 2013, 2014년도 야생동물 구조 마리수를 월별로 분석한 그래프입니다.
매년 5~7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많은 야생동물이 구조되고 있다.


전체 구조 동물의 약 50%가 5~7월 사이에 접수되고 있고, 특히 어린 새끼들이 다수를 차지하여 직원들의 정성과 노력, 시간이 다른 시기보다 몇배 더 필요한 때이죠. 사실 어린 동물들을 건강하게 잘 키우는 것만이 다가 아닙니다. 야생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야생으로 돌아갔을 때 스스로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재활과 적응 훈련을 하는 일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죠.
새끼 고라니들 인공 포유.
매 급여시마다 개체별로 체중과 분유 섭취량을 기록한다.


분변이나 개체 상태에 따라 개별 관리하기 위한 간이 계류장.
핸드폰 거치대를 이용해 젖병을 고정시켜 스스로 먹을 수 있도록 시도했던 모습.


분유를 떼고 자연에서 먹을 수 있는 풀과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 제공.

새끼 황조롱이의 각인을 예방하기 위한 가면 활용.



지금까지 2014년도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했던일 그 첫번째 이야기로,
총 구조 동물 수와 비율 그리고 구조된 동물의 결과, 구조(발견) 지역, 월별 구조 개체수를 분석하여 말씀드렸습니다. 1편에 이어 조만간 2014년도에 했던 일(교육, 자원활동, 홍보, 연구 사업 등)을 하나씩 정리해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선임 수의사 김희종

2015년 3월 7일 토요일

13-400 참매 '홍도' , 그가 나타나다.

2015년 2월!! 저희에게 무척이나 뜻 깊고,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과연 어떤 소식이었을까요 :D ??

지금으로부터 약 2년을 거슬러 올라간 2013년 4월, 어린 참매 한 개체가 접수되었습니다. 당시 이 참매는 굉장히 특이한 이력을 지니고 있었는데요!!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홍도' 에서 조류조사를 진행하던 국립공원 철새연구센터 직원이 기아 상태에 놓인 이 참매를 처음 발견해 구조하였고, 치료가 끝난 후에는 바로 옆에 위치한 '흑산도'에서 방생을 했었습니다. 
허나, 방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참매는 다시 발견되었고, 이번에는 안타깝게도 지난번과 같은 단순한 기아상태가 아닌 어떠한 사고를 당했음이 분명한 상황이었습니다. 때문에 다시 재구조가 되었습니다.

결국 부상의 심각성에 따라 흑산도에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까지 치료를 위해 이송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에게 개체번호 13-400 참매, '홍도' 가 오게 되었죠.

처음 충남센터에 이송되어 진료를 위해 보정되고 있는 참매 '홍도' 의 모습입니다
어렸을때의 모습인데요! 풋풋하지요? 이 글을 읽으시면서 '홍도' 가 점차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갔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신다면 아마 재미있는 요소가 될 것 같습니다.


당시의 '홍도'는 얼굴의 눈썹선이 위치하는 부분에 창상이 있었고, 꽁지깃의 마모가 꽤나 심한 수준이었습니다. 허나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죠. 방사선 사진을 촬영한 결과 단순한 어깨 탈골이 아닌 견갑골, 오훼골 골절로 인해 우측 어깨가 거의 무너져 내린 상황이었습니다. 아마도 어딘가에 강하게 부딪히는 사고를 겪었을 겁니다. 
'홍도'는 사실상 치료도 굉장히 까다로운 상황이었고, 치료가 잘 된다 하더라도 영구장애를 지니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으며, 다행히 장애가 남지 않는다 하더라도 깃털의 마모가 너무 심해 깃갈이를 하기 전까진 자연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우측 견갑, 오훼골 골절을 확인하실 수있습니다


결국 13-400 참매는 영구장애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집중치료를 받았고, 어느 정도의 치료가 끝난 후에는 재활훈련을 위해 훈련조류로 선정되어 훈련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13-400 참매는 '홍도'라는 이름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해당 참매를 '홍도'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실 구조된 야생동물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경우에 따라 다소 옳지 못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이름을 지어주고, 부른다는 것은 관리 중인 야생동물을 애완동물처럼 여기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는 해당 동물이 꼭 지녀야할 야생성을 떨어뜨리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결과를 낳게 되기도 하지요. 때문에 구조센터에서는 영구장애 판정을 받았거나, 훈련을 받는 개체가 아닌 이상 절대로 이름을 지어 부르지 않습니다.

고통스러웠을 치료의 과정을 이겨내고, 묵묵히 재활훈련의 과정을 버텨주었던 '홍도'는 처음에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보란 듯이 건강을 되찾아 갔습니다. 
약 반년이 지났을 무렵 부터는 본격적인 깃갈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원활한 깃갈이를 돕기 위해 훈련 역시도 중단되었죠. 이때부터 '홍도'는 깃갈이를 진행함과 동시에 다시 야생성을 회복하는 기간을 보냈습니다.

좌 : 재활훈련 당시의 '홍도' (샤워 후 깃 건조 중) / 우 : 깃갈이를 거의 끝낸 후 방생 직전의 '홍도'
사진이 작아 잘 구별이 어려우실 수 있으나 자세히 보신다면 우측의 깃이 훨씬 더 마모가
적고(둥글고) 깨끗하며, 부러지거나 탈락한 곳도 없음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고 별다른 차이를 못 느끼실 수도 있겠다 싶어 사진 하나를 더 준비했습니다!! 아래의 사진에는 13년 4월 접수 당시의 모습부터, 방생 후 발견되었던 모습까지 순차적으로 담겨있습니다. 마모가 심했던 깃도 모두 새로이 깃갈이를 마쳤고, 약 10개월의 시간이 흐르며 유조의 모습에서 얼추 어른스러워진 티가 나기 까지 어떻게 변해갔는지 비교해보실 수 있습니다.

13년 4월 접수 당시 '홍도'의 모습부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달라져 갔는지 비교해보실까요?


그렇게 오랜 시간을 버텨내며 건강을 되찾은 '홍도'는 10개월이 지난 후 14년 1월 15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마룡리에서 방생되었습니다. 본래 방생 시에는 구조되었던 지점의 일정한 범위 내에서 방생을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야 야생동물의 적응을 돕고 방생 성공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허나 '홍도'를 원칙에 맞게 방생하기 위해선 흑산도까지 이동을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고, 무엇보다 당시 어린 개체인 상황에 약 10개월 이라는 오랜 계류의 기간을 거쳤기에 굳이 기존 서식지에 의존하기 보다는 아닌 참매 서식장소로 적합한 곳을 선정하는 것이 더 성공적일 수 있을 거라는 판단 하에 방생을 진행했던 것 입니다.




그렇게 저희는 '홍도'의 안녕을 빌며 10개월간의 쌓아올렸던 연에 마침표를 찍는가 했습니다. 그리고 11일이 지난 14년 1월 26일, 야외에 잠시 놓아둔 먹이인 병아리를 도둑맞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 범인은 다름 아닌 참매!!! 워낙 많은 양의 병아리를 한꺼번에 들고 날아가다 보니 얼마못가 작은 언덕위에 내려앉았습니다. 황당한 마음을 가라앉힌 채 관찰한 결과 이 친구는 얼마 전 방생한 '홍도' 였습니다. 


갑자기 나타나서 계류동물들을 위한 먹이를 낚아채간 이 녀석!! '홍도' 였구나...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금속 링이 부착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링 통해 방생 후 모니터링을 하거나 차후 재포획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직 '홍도'와 저희의 연이 끝나지 않았던 걸까요?  1월 15일 방생이 된 '홍도'가 11일이 지난 후에 처음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발견 된 것입니다. 11일 동안 큰 탈 없이 살아있다는 건 생존에 필요한 먹이활동을 했다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허나  센터 주변에서 계속 모습이 보인다는 것은 아직 환경에 완벽히 적응을 못해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내지 못했거나  먹이사냥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Soft-Release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Soft-Release란 방생 후 그 지역 환경에 완전히 적응할 때까지 혹은 생존에 필요한 여러가지를 터득할 때까지 서식지 주변에 먹이를 공급해주거나 은신처를 제공해 줌으로써 점차적으로 완전한 자연의 일부로써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때까지 도와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홍도'는 계속해서 센터 주변에 나타났고, 저희가 주는 먹이를 가져갔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방생 후 처음 발견되었던 날 부터 그해 4월까지 약 3개월 동안 Soft-Release 를 진행했습니다. 처음 1개월이 지나면서 부터는 먹이를 놓아주는 빈도를 점차 줄여나갔고, 그와 동시에  '홍도'의 모습도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2월에는 문 열고 나가면 어김없이 주변 나무에 앉아 우릴 지켜보았던 녀석이 3월이 되자 무인카메라에 포착되는 모습이 아니고서는 거의 볼 수 없었으니 말이죠. 그렇게 '홍도'는 점점 저희에게서 멀어져 진정한 자연의 일부가 되어갔습니다. 4월에 접어들면서 Soft-Release도 완전히 종료하였고, 이후로 '홍도'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이젠 정말 연이 끝났구나!!! 라고 생각했었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말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홍도'를 잊고 지내던 15년 2월, 흑산도에 위치한 국립공원 철새연구센터 관계자에게 갑작스럽게 연락이 왔습니다. 흑산도에서 참매 1개체를 발견했고, 관찰결과 다리에 금속가락지를 부착하고 있었으며, 가락지에 새겨진 식별번호는 다름아닌 '홍도' 의 것이다. 라는 연락을 말이죠.
14년 4월의 방생된 '홍도'가 10개월이 지난 시점에 방생장소에서 약 235km 떨어진 흑산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서산에서 방생된 '홍도'가 흑산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직선거리로 약 235km 정도가 되는군요


철새연구센터 측에서 제공해준 사진에 담긴 당시 '홍도'는 무척이나 늠름하게 자기보다 덩치가 큰 재갈매기(추정)를 사냥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잘 지내고 있다는 모습만 보여줘도 고마울텐데, 자신의 사냥실력을 뽐내주니 고마움과 동시에 어찌나 대견하던지...!!

방생 후에도 나타나 먹이 달라고 기웃거리던 녀석이 어느새 정말 멋진 참매가 되어 나타났습니다. 비록 사진이었지만 잘 지내고 있는, 한층 멋있어진 '홍도'를 보니 그간 홍도와 함께했던 날들이 스쳐지나가며 뭉클함이 느껴졌습니다. 참매 '홍도'와 우리의 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었네요 :D

'홍도'야 우리의 연은 끝나지 않았네, 다음에 또 볼 수 있는 거지? 그때까지 잘 지내고 있으렴 :D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5년 3월 6일 금요일

야생동물을 위한 노력!! - 물새편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는 여러 종류의 야생동물들이 구조됩니다. 크게는 조류, 포유류, 파충류로 나뉘는데요.

2010년 개소 이후 충남센터에 구조된 야생동물은 총 151종 3,335개체(2015년 3월 5일 기준)로 조류-124종 1,697개체, 포유류-18종 1,138개체, 파충류-9종 500개체가 구조 되었습니다.

그 중 오늘은 물새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구조된 물새는 총 47종 461개체로 전체대비 27.2%를 차지하는데요. 바다나 강, 습지 등에서 생활하는 물새들은 구조센터에 계류하면서 아스퍼질러스 감염이나 범블풋 등의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

 2015년 2월 23일 뿔논병아리가 태안군에서 구조되었습니다.

구조 당시 뿔논병아리 모습

 태안군 남면의 어느 가정집 마당에 갑자기 새가 떨어져 신고를 했고, 즉각 출동, 구조하여 검사를 실시한 결과 양쪽 완관절 부분 약간의 찰과상이 관찰되고 방사선 사진상 우측 하퇴골 골절 확인되었습니다.

구조 당시 방사선 사진


 당시 수의사 선생님들께서 많은 고민 끝에 수술을 하지 않으시기로 결정하고 운동을 제한 하여 자연적으로 회복되기를 지켜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뿔논병아리는 물에서 생활하는 새인데 자연이 아닌 계류장을 습하게 유지하면 저체온증으로 위험 할 수 있고 건조하게 유지하면 발에 이상이 생기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2014년 3월 14일 구조한 큰회색머리아비에게 인공수조 계류장를 적용한 적은 있었지만,

14-060 큰회색머리아비에게 적용한 인공 수조

 넓은 장으로 옮겨서 수조를 넣어주면 운동 제한을 할 수 없어 골절부위 회복이 안 될 것이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입원장 안에 혼자서 들락낙락할 수 있는 수조를 만들어 주자!!" 였습니다. 물통을 그냥 넣어 주면 높이 때문에 들어 가지 못할 것을 감안해 아래와 같은 수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수조가 들어갈 구멍을 남기고 지대를 높였습니다.

평평하게 합판을 넣어주구요.

그 위에 잔디와 수건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수조를 넣은 모습입니다.

뿔논병아리가 들어가 있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인공수조를 만들어 자연과 유사하게 스스로 물 안, 밖을 드나들 수 있도록하여 물새에게 있을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충남센터에서는 이 방법 이외에도 여러 방법을 적용했는데요

저어새 습성을 고려한 먹이 급여

새끼 원앙들 환경 조성

입원실에서 야외 계류장으로 나가 좋아하는(?) 한국재갈매기


왕복을 용의하게 하기 위한 인공다리 제작


 14-060 큰회색머리아비는 동영상처럼 관리를 하여 발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배쪽이 쓸려서 털이 빠지더니 상처가 나서 아래사진처럼 배쪽에 도넛모양의 지지대를 붙여주고, 새로운 계류장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수조가 없지만 사람이 주기적으로 물을 뿌려주는 식으로 관리를 하였습니다.

14-060 큰회색머리아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는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구조센터에 계류하는 야생동물들에게 조금이나마 이로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
 치료만큼 계류환경이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욱 노력할 것이며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리고 야생동물에게 적용 가능한 좋은 생각이 있으시면 저희에게 말씀해주시면 즉각 반영토록 하겠습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안병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