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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8일 수요일

2018년 2월 야생동물 구조/치료 결과

1. 종별 개체 수


이번 2월에는 조류 17종 38개체와 포유류 5종 15개체로 총 53마리의 야생동물이 구조되었으며, 조류에서는 독수리가 8마리, 포유류에서는 고라니가 11마리로 가장 많았습니다. 독수리가 이렇게 많이 들어오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일인데, 무슨 일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블로그나 페이스북에서 이미 접하신 분들도 있으실겁니다.




2. 구조 원인


독수리, 가창오리, 말똥가리 등 여러 종류의 조류가 농약에 집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그 때문에 이번 달에는 중독 케이스가 가장 많았습니다. 독수리나 말똥가리 등 맹금류는 농약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기 보다는 2차적으로 중독됩니다. 사람이 고의로 볍씨에 농약을 섞어 논에 뿌린 것을 기러기나 오리류 등이 먹고 죽으면, 그 죽은 사체를 독수리가 먹으면서 2차적으로 중독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농약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요즘 사용하는 유기인계, 카바메이트계 중독의 경우 과도한 침흘림, 기립불능, 빠른 호흡, 발가락을 펴지 못하고 꼭 쥐고 있는 것이 흔하게 관찰됩니다. 증상을 관찰하고 구조 당시의 정황 상 중독이 의심되면 농약 성분의 추가 흡수를 막기 위해 소낭에 차 있는 음식물을 제거한 후, 해독제를 투여합니다. 그 후 손실된 체액을 보충하고 농약 성분을 체외로 배출하는데 도움을 주는 보조요법으로 수액을 공급하며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식으로 치료가 진행됩니다.




3. 구조 지역

 
이번 달에는 당진, 아산, 예산 순으로 많은 구조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또 신고해주신 분이 인천에서 직접 구조하여 인계한 개체도 1마리 있었습니다.




4. 구조 결과


구조되어 치료받은 개체 53마리 중 7마리가 자연으로 돌아갔으며, 10마리는 치료 및 재활과정 중에 있습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진료수의사 이문희

2018년 3월 27일 화요일

2018년 1월 야생동물 구조/치료 결과

1. 종별 개체 수


1월에는 조류 17종 26개체, 파충류 1종 1개체, 포유류 3종 22개체로 총 49마리의 야생동물이 구조되었으며, 이 중에서는 고라니가 16마리로 가장 많았습니다.
고라니의 경우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에 충돌 후 구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중상으로 들어와 센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손쓰기에 늦은 경우, 또 살아있다 하더라도 방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안락사하는 경우, 방생 수준으로 회복이 힘든 경우가 많아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이번 달에는 새끼 때부터 사람에게서 1년 넘게 길러진 수달이 구조되기도 하고, 불법포획 후 적발되면서 센터로 들어온 구렁이도 있는 다사다난(?)한 달이었습니다.


2. 구조 원인


구조 원인으로는 충돌(전선, 건물, 차량)이 60%가 넘는 30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 외에 기생충(개선충) 감염, 총상, 포식자 공격에 의한 외상 등으로 구조되었습니다.



3. 구조 지역


이번 달은 저희 센터가 위치한 예산군에서 8건으로 가장 많은 구조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4. 구조 결과



1월에 구조되어 치료받은 개체 49마리 중 6마리가 자연으로 돌아갔으며, 5마리는 치료 및 재활과정 중에 있습니다. 사람에게 장기간 사육된 수달의 경우 건강상태는 양호하였으나 각인으로 방생까지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동물원으로 이첩되었습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진료수의사 이문희





2018년 3월 14일 수요일

2017년 결산 -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와 '구조'

2017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교육동물 계류장과 냉동창고가 신축되고, '함께 살아가는 야생동물' 소책자가 발간되고, 많은 자원활동가 분들과 견학, 방문객들 여러 강의 활동 등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일들과 더불어 구조센터에서는 기본적으로 조난당한 야생동물의 구조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2017년도에는 어떤 동물이 어떤 이유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오게 되었을까요?

2017년도 총 1,063마리의 야생동물이 구조되어 전년 대비 9.9%가 증가한 숫자였습니다. 야생동물들이 사고를 더 많이 당했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야생동물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시민들이 더 늘어 전에는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경우에도 저희에게 연락을 더 주신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2013년 특수하게 밀렵으로 동시 접수된 259마리의 뱀을 제외한 일반적 구조는 688마리로 
2012년부터 구조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1,063마리 중 126마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50마리는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이었으며, 분류군으로는 조류가 786마리로 73.9%, 포유류는 274마리로 25.8%, 그 외 자라 등의 파충류 3마리가 구조 되었습니다.

구조동물 분류군별 비율

가장 많은 조난 원인은 미아(어미를 잃었다고 오인한 것 포함)로 전체 28.6%를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는 전선/건물 충돌(18.4%), 차량 충돌(17.5%) 인가침입(6.9%)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놀라운 점은 1063마리 중 862마리가 사람에 의해서 사람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들로 인해 조난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862마리는 2017년도 전체의 81.1%를 차지하는 숫자로 거의 대부분이라고 바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하는지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조류는 총 77종 786개체가 구조되었으며, 주요 조난 원인으로는 미아(오인 포함) 전선/건물 충돌, 인가침입, 차량충돌로 나타났습니다. 미아는 263마리로 33.5%, 전선/건물과의 충돌은 196마리 24.9%로 두 가지 원인이 무려 58.4%를 차지합니다. 두 가지 원인에 대한 예방책만 마련하더라도 조류의 조난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이죠.

조류 구조원인별 건수

전체 조류 분류군 비율에서는 오리과가 20.1%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올빼미과(13.4%), 비둘기과(11.2%), 매과(10.4%) 등의 순이었습니다. 조류의 종별로는 흰뺨검둥오리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멧비둘기, 황조롱이, 수리부엉이 등입니다. 기타에 들어간 조류는 물까치, 새호리기, 중대백로, 직박구리, 어치, 물총새, 쇠백로, 올빼미, 큰소쩍새, 검은등뻐꾸기, 큰덤불해오라기, 황로, 매, 쇠기러기, 쏙독새, 오색딱다구리, 중백로, 청딱다구리, 칡부엉이, 큰부리까마귀, 큰오색딱다구리, 큰회색머리아비, 가마우지, 검은댕기해오라기, 귀제비, 꼬마물떼새, 꾀꼬리, 대백로, 멧도요, 물닭, 붉은머리오목눈이, 붉은배새매, 뿔논병아리, 쇠딱다구리, 알락할미새, 조롱이, 파랑새, 해오라기, 곤줄박이, 노랑턱멧새, 논병아리, 덤불해오라기, 메추라기, 멧새, 바다쇠오리, 방울새, 붉은왜가리, 삑삑도요, 상모솔새, 아비, 청둥오리, 큰기러기, 황새, 후투티, 흑꼬로도요, 흰꼬리수리, 힝둥새입니다.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그렇지만 흰뺨검둥오리는 여름 번식기에 미아로 구조되는 경우(5월~7월)가 대부분인데도 1년 구조 건수가 가장 많습니다.

조류 구조 비율
흰뺨검둥오리는 보통 하천 주변의 야산이나 초지에 알을 낳는데, 하천정비 공사 등의 이유로 번식에 적절한 장소가 사라지면서 도심지의 건물 옥상에 조성된 초지에 번식을 하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경우 옥상에서 탈출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간신히 탈출하더라도 각종 위험요소(사람, 도로, 개, 고양이, 하수구, 집수정 등)가 사방에 도사립니다. 도심지에서 이동 중 개나 고양이에게 공격을 받을 수도 있고, 도로를 건너다 로드킬을 당하거나 도로를 무사히 건너더라도 하수구나 집수정에 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러한 경우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띠어서 구조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흰뺨검둥오리의 구조가 조류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흰뺨검둥오리 월별 구조 건수                                  흰뺨검둥오리 월별 구조 비율

포유류는 13종 274개체가 구조 되었으며 우리나라의 야생동물 포유류 중 상대적으로 개체수가 많고 인가나 도로에서 쉽게 발견되는 고라니(73.7%)와 너구리(15.3%)가 구조 동물의 89%나 되었습니다.

포유류 구조 동물 비율

고라니 조난 원인은 주로 차량충돌입니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 대비 도로의 밀도가 굉장히 높고 저지대에 주로 서식하는 고라니의 특성상 도로를 만나는 빈도가 높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전체 구조원인의 60.9%를 차지합니다. 이 %는 살아서 구조센터에 구조된 고라니만 포함된 수치이기 때문에 길에서 죽어간 고라니까지 포함한다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미아(납치) 문제는 여전히 많이 발생하여 두 번째 빈도가 높은 원인으로 기록 되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농수로 고립, 포식자 공격, 그물에 얽힘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2017년도에 개에 의한 공격, 포식자 공격 사례가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전체 구조건 수에 비해 낮은 수치이지만 증가 추세로 반려견의 산책, 유기되어 야생화된 들개에 대해 우리 모두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고라니 사고 원인 비율

너구리의 주요 조난원인은 기생충 중감염입니다. 개선충이라는 기생충인데 이 개선충은 몸 전체에 털이 빠지고 피부가 갈라지며, 탈수, 극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기생충입니다. 극심한 가려움증으로 먹이활동이 제한되고 그로인해 체중감소, 탈수, 면역력 감소 등 악순환이 되어 폐사까지 이를 수 있는 무서운 기생충입니다. 한 식구가 같은 굴 생활을 하는 너구리의 특성상 한 마리만 감염되더라도 가족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높고,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는 생태도 너구리간 전염의 가능성을 높여서 너구리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보입니다.

너구리 사고 원인 비율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야생동물의 번식기인 5~7월에는 야생동물따라 구조센터도 바빠지는데요. 월별 구조 동물 비율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3개월의 구조 수가 전체 구조 수의 54.7%를 차지 할 정도로 번식기의 구조센터는 눈코뜰새 없이 바쁜 시기입니다.

   월별 구조 동물 건수                                                월별 구조 동물 비율

2016년과 2017년도 월별 구조 건수를 비교해보면 2017년도도 2016년도와 마찬가지로 번식기 구조가 집중된 형태를 보였습니다. 전체적인 추세는 비슷하지만 번식기 집중도가 2016년도에 비해 더욱 심화 되었습니다.
월별 그래프를 보면 번식기를 제외하고 철새들이 오는 시기(12월)에 구조 수가 늘었다가 철새들이 떠난 시기(3월, 10월)에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전년 대비 월별 구조 건수

그러면 가장 바쁜 번식기에 구조원인은 어떻게 될까요? 전체 구조원인에서도 보셨듯이 미아로 구조되는 개체가 가장 많은데요. 번식기 구조원인은 압도적으로 미아가 많았습니다. 50%에 육박한 46.8%입니다. 절반 이상이 번식기인 5~7월에 구조가 되고 그 절반이 미아로 구조되는 것이죠. 이 미아 중에는 정말 어미를 잃은 경우도 있지만 사람이 어미를 잃은 것으로 오인하여 구조하는 경우, 자신의 집, 회사, 창고에서 발견하여 이소까지 두지 못해 구조센터로 오는 경우,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서 떨어져 미아가 된 경우 등 많은 원인이 있는데요. 우리가 조금만 야생동물을 배려한다면 구조센터에 오지 않고 어미의 품에서 자라나 온전히 자연의 품으로 갈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짧게는 1달에서 길게는 2달만 아기새들의 울음소리를 노랫소리라 여기고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간다면 생명을 살리는 일에 모두 동참할 수 있습니다.

5~7월 구조 원인 분석, 미아가 압도적으로 많다.

지역별 구조 건수는 어떨까요? 가장 많이 구조가 된 지역은 아산시입니다. 다음으로는 천안시, 예산군, 서산시, 홍성군 순입니다. 야생동물의 구조는 사람이 발견하고 신고를 하기 때문에 인구가 많은 천안시, 아산시에서 구조가 많이 된 것으로 보이고, 인구가 더 많은 천안시보다 아산시에서 구조가 많은 이유는 아산시 내 민간단체의 적극적 협조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구조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3순위인 예산군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소재한 곳으로 구조센터의 존재가 많이 알려져서 인지 구조 수가 많았습니다.

지역별 구조 수

구조된 1,063마리의 야생동물 중 454마리(42.7%)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실제적으로 구조센터에서 치료를 할 수 없는 상태인 폐사체와 DOA(dead on arrival, 구조 혹은 이송하는 과정에서 폐사한 경우. 접수 후 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이나 24시간 이내 폐사한 경우를 포함)를 제외한 실질 방생율은 54%입니다. 구조된 야생동물의 절반정도만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야생동물을 구조, 치료하는 것보다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세부적으로 알아보면 치료 가능성이 없거나, 치료를 하더라도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해 안락사 되는 야생동물이 186, 치료 중에 죽은 야생동물이 176마리, 통계 기준일에 센터에 머물고 있는 계류, 다른 기관으로 이첩한 경우,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구조센터 내부에서 야생동물이 처한 위협들을 방문객들이게 알리는 교육동물이 24마리, DOA가 170마리, 폐사체가 53마리입니다.

작년대비 구조 결과 분석.  폐사율, 안락사 줄고 방생율은 증가하였다.
작년대비 실질 구조 결과 분석

지난 6년 구조결과를 분석해 보면 2013년도 밀렵에 의한 단체 구조인 뱀(259마리) 같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2012년부터 매년 구조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방생율도 2016년 소폭 하락한 것을 제외하면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매년 사고를 당하는 야생동물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야생동물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 신고가 늘어나 충남 지역 어딘가 홀로 죽어가는 야생동물이 줄어들고 있다고 믿고 싶네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바쁘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물러가고 완연한 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야생동물에게도 따뜻하기만한 봄날이 오길 바라봅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안병덕 재활관리사

2018년 3월 12일 월요일

여전히 존재하는 그릇된 보신문화, 언제쯤 사라질까?

가을에서 겨울로,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뱀을 구조해 달라는 신고가 들어오면 센터 직원들은 바짝 긴장합니다. 뱀을 다루는 것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적게는 수십 마리에서 많게는 수백 마리를 한꺼번에 구조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일종의 트라우마 입니다.
      
파충류의 구조를 요청하는 원인은 그리 다양하지 않습니다. 보통 인가 근처에 머물다 건물 내부나 인공구조물에 잘 못 들어와 고립된 채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경우 활동성이나 외상 여부를 파악한 후, 이상이 없다면 녀석들에게 적합한 서식 환경에 풀어주면 그만입니다. 물론 파충류도 차량충돌을 포함한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긴 하지만, 살아있는 상태여야 구조를 진행하는 센터의 특성상 신고 및 접수로 이어지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위험에 노출되는 순간 생명을 잃을 정도로 치명적인 손상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구조센터에 신고되는 뱀은 많은 수가 건물의 내부나 인공구조물에 들어와 고립된 채 발견되는 경우다.

 
어쨋든 파충류 몇 마리 정도 구조하는 일이야 가끔 있지만,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간혹 수백 마리를 구조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그럴 때면 녀석들을 살펴야 하는 직원들은 말 그대로 '멘붕'에 빠질 수밖에요.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뱀이 한꺼번에 구조되는 걸까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모든 뱀은 동면, 즉 겨울잠에 듭니다. 추운 겨울이 찾아오기 전에 부지런히 잠자리를 찾아 이동하죠. 대개 산속의 돌이나 나무의 뿌리 틈, 낙엽 더미 깊숙한 곳이 녀석들의 겨울을 책임질 보금자리 입니다. 하지만 겨울잠으로 자러 가는 길 자체가 모험입니다. 이러한 뱀의 습성을 아는 일부 사람들이 녀석들의 이동 경로를 막고, 곳곳에 덫을 놓아 포획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겨울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하는 뱀 역시 같은 위기에 처하게 되죠. 다행히도 등산객이나 밀렵감시원에게 발견되면 구조되어 센터에 들어오게 됩니다만, 불법적으로 행해지는 포획인 만큼 단속도 쉽지 않으니 이를 파악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닙니다.

겨울잠을 자는 뱀의 습성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뱀 덫. 심할 경우 이 작은 통발에 수십 마리가 비좁게 얽혀있기도 하다.

 
이처럼 많은 뱀이 덫에 갇힌 채 들어오면 직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서로 엉켜있는 뱀을 풀어내는 일입니다. 정말 수십, 수백 마리의 뱀이 덫 내부에 어지럽게 뒤엉켜 있거든요.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뱀이 머물다 보니 서로의 무게에 짓눌려 폐사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중에는 공격성이 강하거나 독을 지닌 종도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해야겠죠. 그렇다면 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뱀을 이렇게나 많이 포획하는 걸까요?

엉켜있던 뱀을 풀어내어 종 별로 분류했다. 이 중 대부분은 이미 폐사에 이르렀다.

 
문제의 답은 여전히 존재하는 그릇된 보신문화에 있습니다. 과거보다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야생동물을 먹으면 몸에 좋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가 떠돌고,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솔깃한 유혹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이 터무니없는 소문에 불과합니다. 건강 회복은 커녕, 오히려 야생동물이 지닌 기생충이나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특히나 야생동물의 포획과 거래는 불법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굉장히 비위생적인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적발되어 압수된 뱀으로 담근 술. 그릇된 보신 문화는 우리 삶에 여전이 만연하다.
( 출처 : 원주지방환경청 )

   
설령 몸에 좋다 한들, 불법을 자행하면서까지 벌어지는 일에 절대 면죄부를 줄 수 없습니다. 뱀 덫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의 뱀을 포획하는 활동은 대체로 불법이 확실하거든요. 또한 불법적인 포획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겠죠. 허가받지 않은 이가 야생동물을 포획, 유통, 거래하면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잡는 사람도, 판매하는 사람도, 구매하는 사람까지 모두 법을 어기는 것이지요.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상업적인 목적으로 야생 뱀의 부분적 포획과 인공증식을 허가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태어난 뱀은 허가인의 사유재산으로 인정되죠. 그렇다보니 불법성 여부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건강원에 머무는 뱀이 산에서 덫을 이용해 포획한 것인지, 인공증식을 통해 번식시킨 개체인지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분명히 악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건강원에서 발견되어 압수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구렁이. 현장에서 적발한 담당 공무원의 증언에 따르면 그밖에 수백여 마리의 뱀이 더 있었지만, 불법포획 여부를 증명할 수 없어 몰수하지 못했다고 한다. 남은 뱀들은 어떻게 될까?

 
문제는 또 있습니다. 대중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방송매체 역시 근거 없는 보신문화를 희화화하거나 부추기는 내용을 서슴없이 노출합니다. 은퇴한 운동선수가 현역시절 먹어보지 않은 보신음식(야생동물 포함)이 없다는 발언을 일종의 자랑, 무용담처럼 늘어놓고 이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처럼, 불법적 요소가 없는 것처럼 대중을 현혹시키는 등의 내용을 여전히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욕구가 올바르게 제어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생명의 희생이 불가피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누군가의 불법적인, 그릇된 욕구 때문에 희생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야생동물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오늘날 우리는 누군가의 불법적인, 그릇된 욕구 때문에 희생되지 않을 권리를 이야기한다. 그건 야생동물도 마찬가지 아닐까?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