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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콘크리트 농수로, 삶과 죽음의 경계로 향하는 길




지구에 인류가 출현한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해왔습니다늘어난 인구에 맞춰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농경지 역시도 광범위하게 확보해야했죠이 과정에서 서식지 침범농약 사용 등의 피해가 야생동물에게 고스란히 향하고 있지만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농경지 부근에는 어김없이 농수로가 존재합니다농경지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농사를 짓는데 있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구조물이지만이것이 야생동물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죠실제로 많은 야생동물이 농수로에 빠진 뒤 빠져나오지 못하고 고립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무려 3마리의 고라니가 농수로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진 출처 : SBS 뉴스)


현재의 농수로는 대부분 콘크리트로 건설되어 있습니다대부분 평탄한 바닥에 양쪽으로 우뚝 솟은 수직의 벽이 자리하고 있는 직사각형의 형태를 지닙니다각각의 목적에 따라 높이나 넓이길이 등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성인의 키보다 높은 경우도 쉽게 볼 수 있고농경지의 규모에 따라 수십km에 이르는 길이로 건설되어 있기도 하죠.

농수로에 가장 흔히 고립된 채 발견되는 동물은 '고라니'입니다. 이러한 농수로에 고립되면 여간해선 빠져나오기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제 아무리 높은 점프를 할 수 있는 고라니에게도 2m에 달하는 높이를 뛰어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특히나 농수로는 폭이 좁아 도움닫기를 하기에도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뛰어넘어 나올 수 없다면 입구나 수문 등 외부와 이어지는 탈출구를 찾아야 하는데농수로에 대한 이해가 없는 야생동물에겐 이 역시도 쉽지 않겠지요심지어 이런 탈출구가 없는 농수로도 많고특정한 경우가 아니면 수문은 굳게 잠긴 채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말 그대로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어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하는 셈인데,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구조를 받는다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아마 서서히 생명을 잃게 될 것입니다.



농수로의 문제는 포유동물의 고립에서 그치지 않습니다양서파충류를 비롯한 동물의 이동을 막아 생태계를 단절시키는 부작용을 보이기도 하죠. 콘크리트 수로의 가파른 벽면은 다 자란 양서류에게도 넘어가기 힘든 장애물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수로 내의 고여 있는 물에 산란한 개구리의 알이나 올챙이는 정상적인 서식지와 다르게 비가 오면 무척이나 쉽게 쓸려 내려가는 문제도 있습니다.

양서, 파충류에게도 콘크리트 농수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덫과 같다.
(사진 출처 : 네이버카페 '한국의 양서파충류' 솔이아빠님 게시글)


농수로에 고립된 고라니를 구조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스스로 나갈 수 있게끔 탈출구가 있는 위치까지 몰아가던가, 그럴 수 없다면 포획해 밖으로 끄집어내는 방법입니다. 포획을 해야 하는 경우엔 녀석을 쫓아 구석으로 몰아간 뒤, 여러 명이서 그물 등을 이용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포획해야 합니다. 하지만 다리가 진흙과 물에 잠기는 상황에서, 흥분해 도망가는 고라니를 쫓아간다는 것은 체력적으로 매우 힘든 과정이지요. 게다가 자칫 놓치게 되면, 또 다시 수km를 쫓아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 때문에 부득이한 상황에서는 블로우건(마취총)을 이용해 마취를 시킨 후 포획해 구조하기도 합니다.

몰아서 나가게끔 유도해야 할까... 아니면 포획해야할까... ?
둘 다 너무 어렵고, 힘들겠지만...
  

이렇게 구조된 고라니는 추락 중 발생한 외상이나 골절 등이 있는지, 고립된 지 오래 되어서 심각한 기아, 탈수 증세를 보이지는 않는지의 건강 상태를 확인합니다. 이상이 없다면 현장에서 바로 자연으로 돌려보내 주겠지만, 만약 이상이 있다면 구조센터로 데려가 충분한 치료를 진행하게 됩니다.
 


콘크리트 농수로가 지닌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흙 농수로 역시 콘크리트로 바꿔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흙 농수로의 경우 지하로 스며드는 물의 손실량이 높고, 바닥에 자라나는 수초로 인해 유속이 느려지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죠. 하지만 이 역시 의문이 남습니다. 지하로 스며드는 물을 전부 다 손실되는 것이라고 단정 지어도 되는 것일지, 이러한 물 중 대다수의 양은 지하수로 흘러들어가 결국 다시 사용이 가능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 말이죠.
 
생태계를 살아가는 동물들의 삶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건설되는 콘크리트 농수로의 피해는 야생동물만의 것이 아닙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어린이의 경우에도 자칫 농수로에 떨어져 다치거나 고립될 가능성이 분명 존재합니다

물론 농수로를 왜 천편일률적으로 이렇게 건설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피해가 지속적으로 관찰이 되고 있다면 이제는 고민을 해봐야겠죠.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하면 줄여나갈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피해를 예방하고, 줄이기 위해선 농수로의 높이를 너무 높지 않게 하거나, 수로 곳곳에 외부로 올라갈 수 있는 완만한 경사로나 탈출구를 일정한 거리마다 의무적으로 건설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을 포함한 공존의 노력이 필요하겠죠. 물론 그 과정에서 동물의 생태적 특성이나 2차 사고의 위험성 등에 대한 고민을 필히 수반해야 합니다.

배려라는 것은 누구 하나만 잘 살게 해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우리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함, 즉 공존을 위한 시작이겠지요.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을 위한 공존의 대안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사진 출처 : SBS 뉴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4년 11월 12일 수요일

유해조수는 구조 하지 않는다??

동물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특히 저희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보시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그런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물관련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여쭤보면 TV동물농장이라고 대답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을 것입니다.
소재가 떨어진 것인지 요즘들어 부쩍 야생동물관련 방송이 늘어가나고 있습니다.
2014년 11월 9일(일)에 "빠져나올 수 없는 수로 안의 고라니 형제, 구출 작전!"이라는 제목으로 농수로에 빠진 고라니형제에 대한 이야기가 전국에 방송됐습니다.

우리나라의 농수로들은 빠지게 되면 사람도 쉽게 빠져 나올 수 없을 정도의 높이가 대부분인데요. 이 곳에 야생동물이 빠진다면 누군가에게 구조 되지 않는 한 탈출은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희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2011년도부터 현재까지 구조된 고라니
총 641마리 중 
차량충돌 334마리 전체의 52.1%
미아(납치) 148마리 전체의 23.1%
농수로 추락 49마리 7.6%
기타원인(총상, 덫, 올가미, 인가침입, 펜스에 얽힘 등) 110마리 17.2%로
농수로에 빠지는 고라니의 수가 적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2011년~현재 고라니 구조원인 분석

방송 중에는 동물농장 PD로 보이는 사람이 농수로에 빠진 고라니 구조 신고를 하는데, 각 단체에서 "고라니는 유해조수로 죽인다." "유해 야생동물이어서 구조를 안 한다." "유해 야생동물 같은 경우는 구조를 해도 안락사를 시킨다."라는 황당무계한 대답이 방송됐습니다.

(사진 출처: YouTube)

우선 유해조수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유해조수라 함은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명이나 가축,가금, 항공기, 건조물, 농업,임업,수산업 등에 피해를 주는 조수로서 환경부 장관이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지정, 고시하는 새나 짐승을 말합니다.

흔히 많은 분들이 고라니, 멧돼지, 까치, 청솔모 등을 유해조수라 알고 계신데, 유해조수는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무조건 잡아 죽일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허가 받지 않은 야생동물을 포획, 수입, 반입한 경우는 불법으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야생생물법)에 의거 하여 처벌 됩니다.

그렇다면 유해조수 구제라는 말은 어떻게 나왔을까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유해조수는 환경부 장관이 도지사와 같은 행정기관 장과 협의하여 고시하는데 수렵을 하기 위해서는 수렵 면허를 받아야 하고, 수렵조수의 종류, 포획의수량, 포획가능 구역, 포획기간, 엽구포획방법제한된 내에서만 수렵이 가능하며 포획한 조수의 종류, 수량 등을 신고하여야 합니다.

이렇게 제한된 곳에서만 행하여 지는 것이 유해조수 구제인데 어떻게 저런 무책임한 말을 할 수 있고, 그 말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방송에 내보낼 수 있을까요? 방송을 보는 일반인들은 "유해조수는 구조하지 않는구나 구조해도 안락사 시키는 구나"라고 생각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을까요? 
공중파 방송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한낱 한 회분 방송 분량이 아닌 야생동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정착을 위해 신중하게 방송을 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고라니는 유해조수지만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니며 고라니뿐만 아니라 모든 유해조수, 야생동물은 구조를 해야하고 치료 받아 다시 자연으로 돌아 가야 합니다.


유조로 구조 되어 무사히 방생된 12-152 까치(까깍이)

저희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생명 하나 하나 차별하지 않고, 구조, 치료 할 것이며 구조, 치료하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고 야생동물 보호에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TV방송보다 영향력은 없지만 작은 돌맹이 하나가 호수를 물들이듯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께서도 같이 작은 돌맹이가 되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