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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5일 금요일

인류 보편적 가치를 깨닫게 해준 제비, 이제는 우리가 보답할 때

우리에게 무척이나 친숙한 새가 있다.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에서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넨 착한 흥부에게는 복이 가득담긴 박씨를, 욕심이 지나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놀부에게는 도깨비가 나오는 박씨를 물어다주는 '제비'가 그 주인공이다.

박씨를 물어다 교훈을 준 주인공 '제비' 이다. 


제비는 특이한 습성을 지니고 있다. 보통의 야생동물이라면 자신의 천적이나 다름없는 사람의 거주지 가까이에 살아가기를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제비는 완전히 정반대로 우리와 가까이, 그것도 놀랄 정도로 아주 가까이에서 살아간다.
이처럼 특이한 제비의 습성은 번식기에 두드러진다. 과거에 비해 제비가 많이 줄어들었다곤 하지만 전통시장이나 시골집 처마 밑의 제비둥지를 오늘날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거주지에 녀석들도 떡하니 거주지를 마련하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둥지 아래서 소란스레 떠들고 돌아다녀도 녀석들은 무던하게 새끼를 길러낸다.

제비가 사람의 거주지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유는 분명하다. 사람이라는 존재도 자신에겐 위협이 되는 천적일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이 다소 낮다고 보는 것이다. 때문에 사람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는 댓가로 보다 더 위험한 다른 천적의 접근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한 것이다. 실제로 사람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다른 야생동물이 제비를 포식하기 위해 사람의 거주지 주변에 머물기에는 그 위험부담이 몹시 클 수밖에 없다. 일종의 생존전략이다.
제비는 하늘이나 습지, 수면 위를 날아다니며 날벌레를 잡아먹는다. 사람의 거주지 주변과 농경지가 즐비한 시골에는 이러한 날벌레가 많아 먹이자원 확보의 이점도 있을 것이다.

제비는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에서.


하지만 오늘날을 살아가는 제비에게 큰 위험이 드리운 것은 분명하다. 도시화, 산업화를 거치면서 주택의 구조와 토지를 이용하는 방식의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멋들어지게 늘어진 처마를 지닌 과거의 주택은 네모반듯한 아파트와 빌딩으로 변해갔다. 또, 둥지를 짓기 위해 물어 나르던 진흙과 물 웅덩이, 습지는 어느새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였다. 이제 도심에서 제비를 만나기란, 우연을 기대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함께 살아가길 원하던 제비의 바람은 우리의 급속하고, 일방적인 변화로 빛바래가지만, 그래도 제비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길 포기하지 않았다. 여전히 시골집과 전통시장의 처마에 녀석들의 삶이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이곳의 제비 역시 그리 순탄한 삶을 살아간다 말하긴 어렵다. 거주지와 농경지 부근의 날벌레를 잡아먹는 습성에 농약에 쉽게 노출되곤 한다. 축적된 농약에 중독을 겪거나 번식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도 왕왕 관찰된다. 또, 이따금씩 함께 살아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람에 의해 번식에 실패하는 경우도 쉽게 목격된다.

둥지 안에 이물질을 넣어 번식을 방해하기도 한다.


대게 이러하다. 자신이 살아가는 거주지에 녀석들의 배설물이나 흔적이 남는 것이 불편하거나 지저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둥지를 짓는 제비를 내쫓거나 방해하기도 하고, 애써 지어놓은 둥지를 임의로 떼어내기도 한다. 제비가 둥지를 틀면 대게 4~5개의 알을 낳는다. 부화한 새끼는 약 3주 정도가 지나면 둥지를 떠나는데, 여름 내 한 둥지에서 2번의 번식을 진행하기도 한다. 만약 그렇다면, 최대 2달 정도 부근에서 제비가 머문다는 뜻이 된다.

누군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제비의 둥지를 떼어냈다.
그 안에는 다섯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제비가 머물면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둥지 아래로 떨어지면서 쌓이는 배설물을 보는 것이 불편할 수 있고, 녀석들이 물고 온 먹이의 흔적이나 빠진 깃털 등이 주변에서 관찰되는 것 역시 불편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제비의 번식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역시 안타깝지만, 그러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비의 둥지 아래 배설물 받침대를 설치한 모습
쉽고도 어려운,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아쉽다. 제비의 존재 자체가 싫고,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라면 번식을 방해하는 것 말고도 제비로 인해 내가 받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다른 방법을 충분히 고민해볼 수 있는데 말이다. 배설물이 떨어지는 것이 싫다면, 둥지 아래에 받침대를 놓아 바닥에 쌓이는 것을 막은 후 번식이 끝나면 받침대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제비가 남기는 흔적이 수백 번 진흙과 지푸라기를 물어 날라 겨우 작디작은 둥지를 만들어 새끼를 길러내는 제비의 노력보다 더 중요히 고려해야 할 사항일까?

제비는 수백 번 진흙과 지푸라기를 날라다 작디작은 둥지를 만든다.
그리고 그 안에서 소중한 생명이 탄생한다.


물론, 필자가 그동안 만난 사람들은 다수가 제비를 위하며 함께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둥지에서 새끼가 떨어지거나, 둥지 자체가 무너져 내려 위기에 처한 제비 가족을 도와달라는 연락도 수차례 받았다. 연락을 받고 현장에 나가 만난 이들은 진심으로 제비를 걱정하고,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단순히 새끼가 떨어진 것이라면, 떨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외상이나 자세이상 등이 없는지 충분히 관찰한 후 이상이 있다면 구조센터로, 이상이 없다면 다시 둥지로 넣어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대게의 제비 둥지는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위치하기에 주변에서 쉽게 구하거나 빌릴 수 있는 사다리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둥지로 복귀시킬 수 있다.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 테라스에 있던 제비의 둥지가 무너졌다.
재빨리 새끼들을 구조해 바구니에 넣어 주었다.
덕분에 새끼들은 흩어져 사라지지도, 천적에게 공격당하지도, 어미를 잃지도 않았다.
 


가끔, 둥지 자체가 우수수 무너져 내리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다치지 않았더라도, 둥지가 사라졌기 때문에 계속해서 어미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가 어려울 거라 단정 짓는 경우가 많은데, 꼭 그렇지도 않다. 우리가 둥지를 새로 달아주면 된다.

야생동물에 대해 널리 알려진 정보 중 많은 이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 새끼 동물을 사람이 만지면, 냄새가 배어 어미가 더 이상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거짓에 가깝다. 특히나 둥지에서 떨어져 사람이 다시 올려주는 것 정도의 접촉이라면 어미가 새끼를 돌보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물론, 떨어진 후 시간이 오래 흘렀다면 어미가 이미 번식을 포기했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조류는 둥지의 변화 정도로 번식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물론 위치가 심하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훼손된 둥지를 교체해주는 것 정도로 번식을 포기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마음씨 좋은 카페 사장님 덕분에 제비 가족이 다시 정상적인 삶을 이어가게 되었다.
아마도 박씨를 물어다주지 않을까? 행복이 그득 담긴 박씨 말이다.


제비가 가장 선호하는 진흙을 이용해, 마치 그들이 만든 것처럼 정교하게 둥지를 만들어줄 필요는 없다. 우리 주변에게 쉽게 구할 수 있는 바구니나, 플라스틱 용기처럼 가운데가 움푹 파여 있어 둥지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그 어떤 것이면 상관없다. 둥지가 있던 장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비슷한 위치에 준비한 용기를 붙인 후 새끼를 넣어두면 끝이다. 그 전에 빗물이 고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용기 바닥에 배수 구멍을 작게 내주는 것이 좋고, 그 위에 적당한 수준으로 수건, 낙엽, 진흙 등의 바닥재를 깔아주면 보온이나 완충, 미끄러짐 방지에 효과적이다. 너무 무거워서 다시 떨어질 위험이 있거나, 내구성이 너무 약한 용기와 너무 깊거나 재질이 지나치게 미끄러워 새끼들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는 용기는 피하는 것이 좋다. 물론 교체된 둥지에서도 어미가 계속해서 새끼를 돌보는지 확인은 필수로 해야 한다.

사람이 새끼를 만졌어도, 낯설은 둥지가 생겨났어도 어미는 새끼를 쉬이 버리지 않는다.


전래동화에서 등장한 제비는 우리에게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 중 하나를 일깨워줬다.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나와 다른 존재를 배려하며 살아가자는 교훈 말이다. 이제는 그 가치를 사소한 것이라도 나부터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면 어떨까? 그리고 그 가치를 실천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 집, 가게 처마 밑에 제비의 배설물이 쌓이는 것을 이해하고, 떨어진 새끼 제비를 둥지에 올려주고, 둥지가 떨어졌다면 바구니나 그릇을 이용해 둥지를 만들어주는 노력 역시 소중한 가치의 실천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함께 살아가자고 내민 제비의 손을 잡아줄 따뜻한 마음,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함께 살아가자고 내민 제비의 손을 잡아줄 따뜻한 마음이 늘었났으면 좋겠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6년 6월 21일 화요일

새끼 황조롱이 둥지 복귀 대작전!!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새끼 동물들의 삶은 불안정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직 나약한 그들에게 세상은 온통 처음이라는 두려움 그 자체니까요. 둥지에서 벗어나 처음 날갯짓을 하거나 하늘에 몸을 던지는 것 역시 꼭 필요하고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아직은 서투른 그들에게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지금과 같은 시기에 구조센터에는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새끼 동물들의 신고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특히 조류의 경우 둥지에서 떨어지거나 둥지를 벗어나 이제 막 세상의 품으로 향하는 '이소'의 과정에서 미숙함으로 다소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갓 이소한 황조롱이 새끼의 모습. 앉아있는 장소의 선택이나
 움직임이 꽤나 어색한 모습입니다. 이 모든 것이 '처음' 이기 때문이겠지요?


보통 누군가에게 발견되지 못한다면 서서히 도태되거나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겠지요. 이러한 과정은 사람의 어떠한 행위나 간섭에 의해 발생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 꽤나 자연스러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런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발견한 이상 그냥 모른 척 지나가자니 윤리적인 갈등에 직면하게 되죠. 그런 경우 대부분의 분들이 감사하게도 관심을 가지고 상황을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해주시고 있습니다.

오늘 신고 받은 황조롱이 역시 이와 같은 경우였습니다. 아직은 이소하기에 약간 이른 감이 있었는지 둥지에서 떨어지고 말았지요. 신고자는 주변에 머무는 여러 위험으로부터 황조롱이의 안전을 확보한 후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해왔습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약 10여m 높이의 나무 꼭대기에 까치의 둥지 내에 번식한 황조롱이 가족이 위치해있었습니다. 신고자가 발견한 황조롱이는 이 둥지에서 떨어진 것이 확실한 상황이었습니다.

오늘의 미션은 둥지에서 떨어진 황조롱이를 저~ 위에 올려주는 것!! 입니다.


둥지에서 이탈한 조류의 경우 다시 본래의 둥지로 올려주는 것이 가장 우선으로 고려되는 사항입니다. 허나 그럴 수 없는 경우도 분명 존재하겠지요. 과연 어떤 경우가 그러할까요?

첫 번째, 떨어지는 과정에서 신체 일부에 상처를 입었다던가 활동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입니다. 대게 이런 경우, 다리나 날개 등이 비대칭의 모습을 보이거나 움직임이 비정상적이며 혈흔 등이 관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둥지에서 추락하는 과정에서 다리가 부러진 황조롱이
이런 경우 비대칭의 모습을 보이거나 움직임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두 번째, 떨어질 당시 큰 문제는 없었지만 시간이 오래 경과되어 기아 탈진 등으로 쇠약해진  경우입니다. 눈을 계속해서 감거나 힘없이 서있고, 공격성/경계 반응이 약해지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이러한 경우 정도에 따라 둥지에 올려주기보다는 충분한 영양공급을 통해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것을 우선 고려해야 될지도 모릅니다.

둥지에서 떨어진 후 꽤 시간이 흘러 기아/탈진 상태에 놓인 황조롱이 입니다.
정도가 심할 경우 수액, 먹이급여 등을 통한 영양공급이 우선 이루어져야 합니다.


세 번째, 서툴기는 하지만 신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고 기력이 좋아 정상적으로 이소하는 과정이라 판단되는 경우입니다. 주변에서 어미까지 관찰된다면 더더욱 문제가 없겠지요. 이러한 경우 굳이 둥지까지 올려주지 않아도 포식자의 접근을 피할 수 있는 구조물이나 나무 위에 올려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조치가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둥지에 새끼를 올려주는 과정에서 사람이 다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하고 최대한 안전대책을 강구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합니다.

둥지에서 떨어진 오늘의 주인공 입니다. 이 친구야 조심 좀 하지...!!!


이번 개체는 딱히 문제도 없었고 다시 둥지로 올려준다면 약간 더 시간이 지난 후 정상적으로 이소의 과정을 거칠 수 있는 개체로 판단되었습니다. 때문에 다시 둥지로 올려주기로 결정되었죠. 허나 둥지의 높이가 사다리를 이용해 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나무에 돋아난 가지의 두께가 얇아 밟고 올라서기도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을 거듭하던 중 나무 옆에 위치한 건물에 올라가보기로 했습니다. 옥상을 올라가보니 둥지가 거의 5~6m 떨어진 수평한 위치에 놓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에서 올라가기 보다는 이 곳에서 도구를 이용해 둥지까지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지요.

나무 꼭대기 부근에 위치한 둥지가 보이시나요?
황조롱이는 이렇게 까치의 둥지를 이용해 번식을 하곤 합니다.


긴 막대기에 새를 담아 둥지 까지 뻗어주면 스스로 둥지로 돌아갈 것이라는 계획 하에 막대기의 길이를 늘이는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재료가 충분치 않아 애를 먹었지만 가까스로 둥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막대기가 완성되었습니다.

건물 옥상에서 뻗어 황조롱이의 둥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막대기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있을 위험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두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친 후 황조롱이 둥지 복귀 미션이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황조롱이는 무탈하게 둥지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위기에 직면했지만, 다행히 그 상황을 외면하기 보다는 자신과 다른 생명의 안전에 대해 걱정해주고 구조센터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하셨던 감사한 분들을 만났기 때문이죠!!!

하지만, 새끼 황조롱이에게 처한 삶의 위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일 것 입니다. 그래도 오늘의 위기를 계단삼아 천천히 오르고 또 오르면 언젠가 저 하늘 위에서 멋진 정지비행을 선보이는 야생의 주인공이 되어가겠지요? 그렇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언젠가 야생의 주인공이 될 녀석의 미래를 응원해주세요 :D !!!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6년 5월 10일 화요일

공존의 의미, 책임감과 생명존중 배양으로부터

야생동물구조센터의 여름은 정신이 없습니다. 이런 저런 일로 구조되는 동물들과 어미를 잃은 새끼 동물이 끊임없이 구조되기 때문인데요. 새끼동물의 경우 보통 정말로 어미를 잃었거나, 어미를 잃은 줄로 잘못 판단하고 구조하는 '납치'가 대부분입니다만, 오늘 구조된 까치는 조금 다른 경우였습니다.

새끼 까치들이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구조되었다


처음 신고전화를 받았을 당시 신고자의 목소리는 매우 격양된 상태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앞에 위치해있는 전봇대에서 까치 새끼들이 추락했으니 구조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둥지에서 새끼 새가 추락하는 것은 종종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이기에 추락의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지 않았다면 다시 둥지에 올려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을 드렸더니 그럴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들은 순간 무어라 말하기 어려운 안타까움에 사로잡혔습니다.

전봇대에 나뭇가지 등을 엮어 둥지를 만드는 까치는 안타깝지만 종종 정전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둥지의 재료가 고압전선과 접촉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인데요. 그 때문에 **전력공사에서는 까치의 둥지를 철거하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보통의 활동은 둥지를 짓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산란기 이전에 집중되지만 정전 등의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 시기에 국한하지 않고 보다 활발한 철거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까치의 둥지를 철거하는 활동을 벌이는 모습
출처 : 전민일보


신고를 받은 까치의 둥지는 이와 같은 이유로 '철거' 되었습니다. 아래에서 불쑥 솟아오른 장대가 둥지를 부수기 시작했고, 새끼들이 다 자랄 때까지 튼튼하게 보듬어줄 것만 같던 둥지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끼들이 떨어지게 된 것이었죠.

위 : 부서져버린 둥지의 모습
아래 : 떨어진 둥지의 잔해가 어지럽게 흩어져있는 모습


총 5마리가 둥지와 함께 추락했습니다. 한 마리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고, 또 다른 한 마리는 우측 다리의 뼈가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나머지 세 마리는 비교적 건강하지만 앞으로 불투명한 미래 속에 놓이게 되었죠.

떨어진 5마리의 새끼 까치. 이미 한 마리는 추락 과정에서 목숨을 잃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 누구의 탓일까요? 전봇대 위에 둥지를 튼 까치의 잘못? 아니면 새끼들이 자라고 있는 둥지를 철거한 **전력공사가 잘못한것 일까요?
아마 그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을 겁니다. 까치도, **전력공사도 마찬가지겠지요. 어쩌면 모두가 피해자일지 모릅니다.

새끼를 안전하게 기를 수 있을 거라 판단해 전봇대에 둥지를 튼 까치는 자신들의 선택이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리 만무하지요.
그렇다면 **전력공사는 어떠할까요. 그들에게도 전봇대 위의 둥지를 치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만약 이 둥지를 치우지 않아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면, 그로인해 발생하는 많은 이의 경제적, 정신적 피해는 누가 보상하며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요? 또 그들의 행동은 잠재적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우리들의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진행된 것 입니다. 분명 그들은 그들의 맡은바 역할을 했습니다.

결국 서로에게 상처와 수고로움을 남기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야 말았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경우이기에 더욱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허나 그보다 더 진한 아쉬움이 남는 다른 이유는 따로 존재했습니다.

신고자이자 당시 상황을 수습했던 목격자에 증언에 따르면 둥지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새끼 까치가 떨어지게 되었고, 사람이 오가는 인도와 자동차가 달리는 차도의 경계선에 떨어진 새끼들을 직원이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채 만채 자리를 떠나갔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 과정을 지켜보던 일반인이 새끼들을 안전한 장소로 옮기고 저희에게 신고해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죠.
철거 이후의 수습과 미안함이라는 마음의 짐을 자신들이 아닌 다른 이에게 맡기고 자리를 떠난 셈이 되어버렸습니다.



둥지를 철거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고 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할지라도 최소한 새끼들을 안전한 위치에 이동시킨다던지,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관련기관에 연락이라도 그들 스스로 해주었다면 이렇게 아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물론 이런 상황이 그들에겐 매일 마주해야하는 일상이고, 매번 구조하고 신경 쓸 수 없을 정도로 무덤덤해졌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모습은 꽤나 무책임해보였고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 역시 안타까움 그 자체였습니다.

철거된 둥지의 바로 옆 전봇대에서 하염없이 둥지와 새끼들을 바라보던 부모 까치의 모습


**전력공사에서 진행하는 조류로 인한 정전 예방 전략의 이름은 '조류공존, 철거, 구제' 입니다. 오늘 본 그들의 전략에선 철거와 구제는 볼 수 있었지만 조류공존의 마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공존의 의미는 무엇으로부터 시작될까요, 혹시 책임감과 생명존중 정신의 배양이 아닐까요? 비단 이러한 경우뿐만이 아닌, 그 어느 곳에서건 공존의 의미를 바로잡는 노력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5년 5월 10일 일요일

우리 집에 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르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집에 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르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고 누군가 물어온다면 어떠한 대답을 들려줘야 할까요?

만약 둥지가 굉장히 아슬아슬한 위치에 있어 바로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자칫 둥지 안의 새끼가 다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던가, 둥지를 당장에 치우지 않으면 생활하는데 아주 큰 불편함이 따르는 경우가 아니라면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2주, 아무리 길어도 딱 3주 만 그냥 가만히 두고 기다려주세요.

황조롱이가 아파트 베란다에 놓인 화분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집에 새가 둥지를 튼다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닙니다. 물론 제비와 같이 천적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소 덜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의 곁에 둥지를 트는 습성을 가진 종을 제외한다면 말이죠. 허나 제비가 아닌 다른 새들도 사람의 집에 둥지를 트는 경우가 종종 목격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도심 속 아파트나 높은 고층건물에도 말이죠.

사람이 있는 곳엔 자신과 새끼를 위협하는 천적의 접근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제비는
사람의 왕래가 잦은 재래시장 처마나 간판 밑에 둥지를 트는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보통 새들의 경우 각 종의 특징에 따라 둥지선택의 장소가 달라집니다. 물론 모든 새들이 둥지를 짓는 장소를 선택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새끼를 안전하게 기를 수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만약 아파트 화단이나 배란다와 같은 공간이 안전하고 적합하다고 판단된다면 둥지를 트는 것 역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입니다.

종종 도심 속 건물이나 아파트에서 새끼를 길러내는 맹금류 '황조롱이'


TV나 인터넷을 통해 종종 아파트 베란다에 둥지를 튼 새의 이야기를 접하신 적이 있을 겁니다. 보통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천연기념물 323-8호 '황조롱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도 매년 여름 아파트에 둥지를 튼 새를 구조해달라는, 조치를 취해달라는 연락을 종종 받았었는데 대부분은 마찬가지로 '황조롱이' 였습니다.

황조롱이의 경우 보통 탁 트인 평원을 마주하고 있는 암벽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길러냅니다. 만약 탁 트인 평원을 마주한 아파트가 있다면 황조롱이에게 이 아파트는 암벽과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 입니다. 때문에 꽤나 적합한 번식장소가 될 수 있는 셈 이지요.

물론 이렇게 도심 속 건물이나 아파트 베란다 등에 둥지를 트는 경우가 황조롱이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런 경우가 가장 흔히 목격되는 황조롱이는 보통 3월 말에서 4월 말 사이에 산란을 합니다. 알은 5월 중에 부화를 하게 되고 약 3주, 아무리 길어봐야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이 지나면 모두 둥지를 떠나갑니다.

베란다에 위치한 에어컨 실외기 위에 자리 잡은 황조롱이 가족.


장소와 환경 자체는 이들에게 꽤나 적합했겠습니다만, 이들은 미처 '사람' 까지 고려하지 못했었나 봅니다.

보통 새끼를 길러내는 새들을 목격하게 되면 반응이 여러 가지로 나뉩니다.
자신의 집에 새가 둥지를 튼 사실을 신기해하고 기뻐하며, 될 수 있는 한 도움을 주려고까지 노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에 무섭다, 더럽다, 시끄럽다 등의 이유로 못마땅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심지어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전화를 걸어와 자기 집 베란다에서 새가 새끼를 기르고 있는데 더럽고 시끄러우니 당장 베란다에서 끄집어내라며 난리를 쳤던 적도 있습니다.
육추 중인 새끼 새의 위치를 함부로 옮기는 것은 새끼 새들의 생존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에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길 권고했지만 집주인을 완고하게 거절을 하였고, 어쩔 수 없이 임시로 인공둥지인 Hack table을 만들어 아파트 옥상에 설치를 한 후 새끼를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길어봐야 3주면 떠날 친구들인데, 결국 베란다에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지켜보았더니 다행히도 어미가 포기하지 않고 새끼를 돌보러 나타났습니다.


또 한 번은 어느 학교에서 구조신고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교실 내부에 딱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르고 있는데 시끄럽고 더러워서 둥지를 떼어냈으니 데려가 달라는 연락이었습니다. 사실 말이 좋아 구조였지 쫓아낸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어미 딱새는 새끼를 도저히 기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영어와 수학은 중요하지만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은 경시하는 학교에서 과연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학교 교실에 둥지를 틀었다는 이유로 쫓겨난 딱새 가족.
학교에서는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쳐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비가 둥지를 많이 트는 재래시장을 둘러보면 너무나 쉽게 안타까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둥지를 떼어낸 흔적, 지어진 둥지를 사용할 수 없게끔 둥지 내부에 이물을 넣어놓은 모습 등을 말이죠.

보통 제비의 변이 바닥으로 떨어져 더렵혀진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둥지를 없애거나 둥지 내부에 이물을 넣어놓은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조금의 불쾌함과 불편을 방지하기 위해 번식 자체를 못하게 방해하는 방법까지 선택해야 했는지 속이 상합니다. 하물며 변으로 인한 오염이 문제라면 둥지 아래에 임시로 배변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배변판 하나만 달아놓아도 해결될 일인데 말이죠.

제비는 진흙과 지푸라기 등을 수백, 수천 번 물어 날라야 겨우 집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생명을 품어내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정녕 우리에겐 불편함, 번거로움, 더러움 인가요?

제비의 변이 바닥으로 떨어져 더럽혀진다는 이유로 제비의
번식을 방해하기 위해 둥지 안에 이물을 넣어 놓은 모습.
제비는 진흙과 지푸라기 등을 수백, 수천 번 물어 날라야 겨우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생명을 품어내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정녕 우리에겐 불편함, 번거로움, 더러움 인가요?


물론, 자신의 집에 새가 둥지를 튼 사실을 신기해하고 기뻐하며, 될 수 있는 한 도움을 주려고까지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선박에 둥지를 튼 제비를 위해 새끼가 다 자라 떠날 때까지의 한 달간 경제적 손실을 무릅쓰고 어업을 하지 않았던 어민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 생명존중의 귀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공사 중인 아파트 베란다에서 발견 된 수리부엉이 새끼의 모습. 
아파트 관계자들은 감사하게도 수리부엉이가 무사히 이소할 때까지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었습니다.
자신의 아파트 실외기 위에 둥지를 튼 황조롱이가 행여 뙤약볕에 더워하지는 않을까
우산으로 그늘을 만들어주고, 사냥에 실패하는 경우가 반복될 경우 먹이까지 챙겨주시는 집주인분.


자, 그렇다면 우리 집에 새가 둥지를 틀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새끼가 모두 이소할 때까지 자극을 최소화 해줌과 동시에 신경 쓰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 입니다. 딱 2~3주 정도만 불편함을 감수하고 모른 척 해주시면 된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둥지의 위치가 계속해서 자극을 줄 수밖에 없는 곳에 있다거나, 새 생명의 탄생 과정을 관찰하고자 싶으실 때가 그런 경우입니다.
그런 때에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1. 과하지 않은 하지만 주기적인 관찰이 필요
  - 새끼가 높은 곳에 위치한 둥지에서 떨어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정상적인 육추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선택한 둥지장소가 너무 비좁거나 조금은 부적합한 환경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주기적으로 관찰을 한다면 이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사고가 났더라도 빠른 대처가 가능해집니다. 허나 역시 너무 자주, 가까이서 관찰을 하게 되면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2. 아직 알을 품고 있는 상황이라면 불필요한 자극은 최소화
  - 어미가 알을 품고 있는 포란 시기에는 굉장히 예민해집니다. 사람의 과도한 자극이나 접근으로 인해 둥지와 알을 포기하고 떠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불필요한 자극을 최소화해야 하며, 일단 알에서 새끼가 부화한다면 새끼를 지켜내려는 모성애가 더 강해지기 때문에 포기할 확률이 적어지므로 꼭 관찰하고 싶다면 되도록 포란이 끝난 후 부터 진행하는 것이 옳습니다.

3. 육추 과정에 있어 과도한 관여는 금물 
  - 어떠한 분들은 우리 집 베란다에 황조롱이가 둥지를 틀었다며 기쁜 마음에 돼지고기며, 소고기며 이것저것 준비해서 제자식 돌보는 마음으로 먹이를 먹여주기도 합니다. 야생동물을 위하는 그 마음은 참으로 감사하지만 이 역시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먹이를 주는 과정에서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고 이는 후에 자연에서 살아감에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허나 불의의 사고로 어미 중 한마리가 돌아오지 않는다던가, 짓궃은 날씨가 계속되어 먹이사냥을 못하는 경우 부분적으로 먹이주기에 관여해 도움을 줄 수는 있겠습니다.
황조롱이와 같은 맹금류의 경우 영양성분과 시중에서 구하기 쉬워야 함을 고려해봤을 때 닭 날개를 으깬 후 적당한 크기로 잘라 급여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새가 둥지를 짓고 알을 낳아 부화시킨 후 새끼를 길러내기까지 약 2달 정도가 소요됩니다. 그 중 둥지를 짓고 알을 낳아 품는 한 달은 사실 불편할 것도 없습니다. 아주 조용하고 흔적도 많이 남기지 않기 때문이죠.
문제는 새끼가 부화하고 나서 입니다. 먹이를 한번이라도 더 받아먹기 위해 소리내어 울고, 성장을 위해 종일 먹이를 먹기 때문에 배변활동도 많이, 자주합니다. 때문에 새끼가 태어나 이소할 때까지 약 한 달은 꽤나 불편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허나 시끄럽고 내 집의 일부가 더러워진다 하더라도 새 생명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불편함을 감내할 용의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불편한 한 달은 야생동물에겐 평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 달입니다.

시끄럽고 내 집의 일부가 더러워진다 하더라도 새 생명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불편함을 감내할 용의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4년 8월 1일 금요일

붉은배새매 4남매를 위험에 빠뜨린 '벌목'

지난 주말 붉은배새매 새끼 4마리를 구조했습니다. 번식 후 새끼를 길러내는 시기가 다른 야생동물들에 비해 다소 늦게 시작되는 붉은배새매이다보니 새끼들은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나있는 상태였습니다.
보통 새끼 새를 구조하게 되는 원인은 이렇습니다. 부모 새가 사고를 당해 새끼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인간에 의해 발견되어 구조되는 경우가 있고, 부모 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잘못된 판단을 내려 유괴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새끼 새가 둥지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굉장히 많이 발생하게 되지요.
오늘 소개해 드리는 붉은배새매 4남매 역시 둥지에서 떨어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왜 떨어졌을까요....??

구조된 붉은배새매 4남매 중 2마리의 모습입니다. 다행히도 사람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보통 새끼 새가 둥지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겪어서 구조된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새끼 새를 다시 둥지 위로 올려다 주는 것을 고려하게 됩니다. 이때에는 고민해야 될 것들이 있습니다. 부모 새가 새끼를 포기하고 떠나지는 않았는지!! 둥지자체가 훼손되지는 않았는지, 올려줄 때 위험하지는 않은지 등의 많은 부분을 고려하야 하고 둥지가 훼손되었을 경우에는 인공둥지를 만들어서 위치시켜주기도 합니다.
붉은배새매 4남매 역시 둥지에서 떨어진 채 바닥에서 발견되었고 보통의 경우라면 다시 둥지 위를 올려주기 위해 위와같은 고민을 했을 것 입니다. 그렇지만 그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둥지에 올려 주는 것도, 둥지를 만들어 주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벌목'을 하는 과정에서 둥지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벌목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에서 붉은배새매 4남매가 구조되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벌목은 이 장소 외에도 계속해서 진행중입니다.


벌목이란 숲의 나무를 베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숲의 나무를 선택적으로 베어냄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도 있고 다른 식물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또한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벌목을 하기도 하고 혹자는 숲을 관광로나 산책길 등을 조성할 때 미적 아름다움을 위해 벌목을 하기도 합니다(필자는 벌목으로 다듬어진 숲이나 산책로를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만...). 때문에 많은 곳에서 벌목을 하고있으며 이러한 벌목으로 인해 많은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훼손되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보는이로 하여금 아름답도록 하기 위해 산책로를 만들고 벌목을 하고있는 모습입니다.
여러분이 보기엔 이 모습이 어떻게 보이시나요? 아름답나요??


붉은배새매 4남매는 이처럼 벌목의 과정에서 추락하게 되었고 삶의 보금자리를 잃었습니다.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상태였고, 어미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새끼들을 포기한 듯 말이죠. 사실 어미가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엔 둥지로 돌려보내 줄 수 없습니다. 계속해서 행해지는 벌목과정에서 같은 위험이 되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이 이 붉은배새매 새끼들은 부모와 생이별을 하고 사람의 품에서 돌봐질 수 밖에 없습니다. 

구조된 붉은배새매 새끼들은 다행히도 먹이를 잘 먹어주고 있습니다.
새끼 새에게 먹이를 주거나 다룰때는 사람에 대한 각인을 주의해야 합니다.


붉은배새매는 멸종위기야생동물 II급이자 천연기념물 323-2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는 만큼 지켜주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협하는 요인이 어디 벌목 뿐 일까요...

붉은배새매 ( 사진 : 성조, 수컷 / 두산백과 발췌 )


벌목이라는 행위 자체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자연 생태계를 고려해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새끼를 길러내는 이 시기라도 최대한 피해주려는 배려를 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저희의 욕심일까요...?

벌목 후 잘려진 나무들이 구석에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구조 된 붉은배새매 남매들은 극히 일부분 일 겁니다. 지금 이시간에도 보호받아 마땅할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서식지의 훼손과 개발로 인해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지켜주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함께하기를 바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입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2년 5월 23일 수요일

황조롱이 둥지 갈아주기

황조롱이 아산의 한 아파트 스트로폼 박스 안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스티로폼 박스가 잠재적으로 문제의 소인이 있어 이를 교체해주러 갔다가 만난 황조롱이 어미입니다. 깃갈이 계절인지라 꼬리깃이 많이 상해있군요.
이번 임무는 둥지 교체와 둥지 안에 있던 새끼 황조롱이의 무게를 계측하고, 금속링을 끼우는 작업입니다.

다음에 좋은 일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아파트의 16층에 둥지를 틀었는데 하필 스티로폼 박스입니다.

모두 5개의 알을 낳앗는데 3개만 부화했군요.

이쁜 암컷입니다. 수컷은 둥지에 잘 들어오지 않죠.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이 접근해도 떠나지 않는 어미입니다. 위협하느라 날개를 벌린 상태이죠.

둥지를 교체하고 난 후 새끼들과 함게 있는 어미입니다.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날개를 펴고 위협합니다.

깃갈이 시즌이라 꽁지깃이 많이 상해있었습니다. 그래도 새끼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열심히 날아다닙니다. 6번 날개깃까지는 교체를 완료했더군요.

신고자 분이십니다. 보통은 둥지를 떼가라고 아우성인데, 돼지고기에 닭고기까지 날이 안 좋아 사냥을 못해오면 주신답니다. 영양성분 등을 고려하여 닭날개를 으깨서 주시는 게 좋다고 말씀드렸지요. 힘이 드는지 어미도 사람이 주는 먹이를 잘 받아먹는다고 그러십니다.  

발목링을 다 달고 다시 둥지로 돌아간 황조롱이들입니다. 앞으로 20여 일 후면 둥지를 떠날텐데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