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검색해보세요

2015년 3월 23일 월요일

봄날, 누룩뱀의 햇볕 바라기


따스한 봄 햇살이 좋아서 어디론가 나가 놀고만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묵혀두었던 가벼운 옷을 꺼내 입고 꽃놀이 갈 생각에 마음이 들뜬 분들도 많으실텐데요.
충남야생동물센터에는 그 누구보다도 더 봄을 기다렸을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바로 15-016 누룩뱀입니다.
근 두 달간 잠들었던 이 친구에게 이번 봄이 얼마나 간절했을지 상상해봅니다. 

 15-016 누룩뱀


15-016 누룩뱀은 지난 1월 13일 예산의 한 식당 안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보통 뱀을 본 사람들이 그렇듯 소스라치게 놀랐고, 신고를 받은 예산 119구조대가 포획해 충남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이송했습니다. 다행히 별다른 건강상의 이상은 없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뱀이 동면에 들었을 시기라 그대로 방생을 해야 할지, 센터에서 깨어 있는 상태로 관리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건강상 문제는 없었습니다.
왼편에 119구조대가 이 친구를 잡아두었던 빨간 양파망이 보입니다.


그래서 강제동면을 시도했습니다. 스티로폼 상자에 작은 숨구멍을 여럿 뚫고 잘게 찢은 신문지를 충분히 깐 후 누룩뱀을 넣은 후 잘 봉했습니다. 그리고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혹시라도 뱀이 잠에서 깰까 봐 중간에 열어볼 수가 없었지요. 먹이도 주지 않고 청소도 해줄 필요가 없었지만, 누룩뱀의 안부는 언제나 센터 식구들의 관심사였습니다. 혹 삐쩍 말라 비틀어진 채로 세상에 나오는 것은 아닐지...  

기대와 우려 속에 누룩뱀이 강제동면에 들어갔습니다.
냉장고 불빛이 왠지 스산해 보이는군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날, 3월 20일.

갑자기 더워진 날씨 가운데 상자를 열었습니다. “워~!” 상자를 열어보던 김문정 재활사가 탄성을 터뜨립니다. 어느새 깨어난 누룩뱀이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방사선 사진을 찍어보고 무게를 측정해 봤지만, 역시 별다른 이상은 없었습니다. 즉시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기로 했지요.

근 두달만에 세상으로 나온 누룩뱀의 햇볕 바라기

누룩뱀은 풀어준 지 얼마 되지 않아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한 떨기나무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가만히 봄 햇볕을 쬡니다. 이 친구의 삶에 다시는 냉장고 더부살이가 없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해마다 봄 햇살을 즐기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연구원 정병길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