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검색해보세요

2015년 3월 12일 목요일

맘 편히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저희 센터 소식을 보신 분이라면 아마 충돌로 야생동물들이 구조되는 이야기를 많이 접하셨을 겁니다. 실제 작년 한해만 해도 여러 구조원인 중 미아를 제외하고는 충돌원인(전선/건물과의 충돌 23.08% +차량과의 충돌 18.49% = 41.57%)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선 및 건물과의 충돌은 대부분이 조류에게 발생하고 차량과의 충돌은 조류, 포유류 모두 포함해서 발생합니다.
 



날아다니는 새들이 왜 부딪히는 걸까요?


진짜 숲일까요?
출처 : wordsandphotographs.com

건물 유리에 비친 구름 모습입니다.
출처 : mn.audubon.org

 바로 유리창에 반사된 모습이 새들에게 착각을 일으켜서입니다.
 사람은 건물 밖의 풍경을 볼 수 있도록 투명하고 실내를 외부환경과 단절시켜 안락함을 제공해주는 유리창의 기능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들은 이 자연스럽지 못한 인공구조물을 이해하긴 어렵기 때문에 유리창이 비춰진 하늘과 숲이 진짜 인줄 알고 부딪히는 것이죠.
무척이나 강하게 충돌 한 듯합니다.
출처 : www.flap.org
 이외에도 도로에 차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면 돌풍이 발생하여 주변에 있던 새가 빨려 들어가면서 충돌이 발생하기도 하고 시야확보가 잘 되지 않는 흐린 날씨이거나 안개가 낀다면 전선을 보지 못한 새들이 부딪히거나 엉켜버리기도 합니다. 심지어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풍력발전기는 때론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충돌은 어떤 특정 종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닌 불특정다수의 새들에게 일어납니다. 그나마 덩치가 큰 동물이면 사람에게 발견되어 구조할 수 있지만 작은 동물이면 발견하기 쉽지 않아 안타깝게도 구조의 손길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다행히 구조할 수 있었던 한 친구를 소개할까 합니다.

충돌로 인해 날개가 다친 말똥가리


 작년 말 충남 계룡시의 어느 도로 변에서 날지 못하고 퍼덕이는 말똥가리 한 마리를 지나가던 행인이 발견하고 구조신고를 해주셨습니다. 센터로 온 말똥가리는 곧 진료를 보았고 진단 결과 왼쪽 날개 완전골의 오래된 개방 골절에 몸이 매우 마른 상태였습니다. 다친 날개 부위로 강한 충격을 받아 골절이 발생하여 날 수 없게 되면서 먹이활동을 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되었지요. 발견된 장소의 환경 요소를 보아 차량이나 주변 인공물과 충돌하여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접수 당시 말똥가리 모습
새는 깃으로 몸이 덮혀 있기 때문에 깃만 봐서는 새가 마른지는알 수 없습니다.
직접 근육상태를 육안확인 또는 촉진하고 체중을 확인해야 합니다. 
왼쪽 날개의 다친 모습
피가 흥건합니다.

 골절은 폐쇄 또는 개방, 단순 또는 복합 골절과 같은 골절유형, 골절이 발생한 부위, 경과된 시간 등에 따라 예후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골절이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고 그 부위가 단순히 금이 가고 개방이 되지 않았다면 회복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예후를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똥가리는 모든 것이 반대인 상황이었습니다. 특히나 골절부위가 완전골 이었는데 이 뼈는 새가 비행할 때 가장 많은 힘을 받는 곳 중에 하나로 근육보다는 인대와 골격으로 이뤄져있고 다른 부위에 비해 혈관발달이 잘 되지 않은 곳입니다. 다시 말해 이 부위가 다치게 된다면 부종과 함께 혈행 장애에 따른 괴사가 잘 일어나 회복이 쉽지 않은 곳입니다.

말똥가리 방사선 사진
 좌측 완전골 골절이 보입니다. 

 예후가 매우 좋지 않았지만...이대로 포기하기에는 너무 가여운 친구였습니다! 이 친구는 먼 시베리아 동부, 몽골, 아무르, 만주 등지에서 지내다가 추운 겨울을 좀 더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우리나라에 왔을 겁니다. 나이가 좀 있는 것으로 봐서는(말똥가리의 홍채는 어릴 때는 밝은 갈색이다가 나이가 들수록 진한 암갈색으로 변합니다) 치열한 자연 속에서 생존을 위한 그리고 말똥가리다운 삶의 기술을 터득하며 살아왔을 거구요. 그러던 중 변을 당한 겁니다.
 
자! 그럼 치료를 시작해볼까요!!

말똥가리 회복기 


2014년 12년 09일~2014년 12월14일
▪ 최대한 안정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ICU 안에서 회복기간을 갖습니다. 골절이 발생하면 최대한 움직이지 않도록 하여 잘 붙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와이어로 골절부를 고정하고 날개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포대를 감지요. 그리고 ICU는 일어설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랍니다. 갑갑하겠지만 회복하려면 참아야합니다. 또한 그 동안 먹이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먹이 급여가 중요합니다. 스스로 먹지 않는군요..직접 먹여야겠습니다.
 
2014년 12월 15일
▪ ICU에서 실내장으로 이동하기
 활력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굳이 ICU에 있을 필요가 없으니 실내장으로 옮깁니다. 여전히 먹지 않는 군요.
 
2014년 12월 22일
▪ 골절부 상태 확인!
 아직 골절부가 미약하게 움직입니다.
 
2014년 12월 26일
▪ 포대법 변경
 조류에게 특별히 하는 포대법이 있습니다. 8자포대라고 하는 건대요. 이게 짧은 기간 사용할 때는 유용하지만 오랫동안 포대를 한다면 매우 위험한 포대법입니다. 새의 날개 구조 중 날개막인대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 포대를 걸치기 때문에 장기 포대 시 이 날개막의 탄력을 잃어 굳어 버리게 되고 결국 날개를 제대로 못 펼쳐지게 만들어 날지 못하게 만들어버리죠. 그러면 안 되니깐 골절부 부분적으로만 포대 해주었습니다.
 
8자 포대
출처 : www.justanswer.com
2015년 1월 2일
▪ 골절부 상태 확인
 완전유합은 안되었군요.
 아직도 스스로 먹이를 먹지 않습니다. 고집이 아주 똥고집입니다. 계속 직접 먹이를 먹여줍니다.
 
2015년 1월 19일~2015년 1월 27일
▪ 물리치료 합시다!
 골절부위에 가골로 덮여지고 있는 상태로 확인되었습니다. 그 동안 뼈가 잘 붙어야 하기 때문에 강하게 운동을 제한했었는데요. 가골이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운동을 하지 않게 되면 근육이 위축되고 관절부의 운동이 제한되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좀 더 확실히 뼈는 붙이기 위해 제한된 공간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 땐 수동적 물리치료가 필요할 때입니다. 이때 한 방법은 Active assisted range-of-motion(AAROM)을 했는데요. 이 방법은 새의 다리를 잡고 부드럽게 올렸다가 내리면서 새가 날개를 펼쳐 움직일 수 있도록 합니다. 이는 근육강화, 연부조직의 신축성, 관절의 가동범위 및 혈액순환을 촉진시킵니다. 이를 매일 하루 2번씩 해주었지요. 
 끝까지 먹이는 먹지 않습니다. 하하하하 계속 직접 먹여줍니다.
 
2015년 1월 28일
▪ 야외장으로 가자!
 드디어 야외적응 단계로 갑니다. 이때부터는 자유로이 비행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에 두어 운동에 더욱더 박차를 가합니다. 야외장으로 간 말똥가리는! 아직은 비행이 서툽니다. 바닥을 달려가네요. 하지만 높이 있는 횃대에 올라가는 모습이 확인 되었으니 좀 더 지켜보기로 합니다. 먹이는 스스로 먹었을까요? 하하하하 계속 직접 먹여주었습니다.
 
2015년 2월 10일
▪ 비행테스트
 그 동안 야외장에서 어느 정도 비행하는 모습이 확인 되었습니다. 좀 더 정확한 판단을 위해 야외 운동장으로 나가 비행테스트를 해보았지요. 간만에 밖에 나오니 얼떨떨한가봅니다ㅎ '이봐..좀 날아봅시다ㅋㅋㅋ' 
 약간 기울어서 날기는 하지만 돌풍에 대응하거나 바람을 타는 모습이 확인 되었습니다. 


 
2015년 2월 12일~2015년 3월 4일
▪ Aviary training
 완전한 대칭 비행은 아니지만 말똥가리에게는 아주 정교한 비행 기술을 요하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무리 없을 거라 판단됩니다. 심지어 야생에서 다른 동물이 사냥한 먹이는 낚아채는 약은(ㅋ) 영리한 동물이니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할 거라 봅니다. 대신 말똥가리에겐 다시 먼 여행을 앞 둔 시기이기 때문에 지구력을 키울 필요성은 있을 것 같습니다. 계류장에서 매일 왕복운동을 하지요. 아...넓은 계류장이 없어 많이 아쉽습니다...
다시 돌아갈 그 날을 위해!!


 
2015년 2월 14일
▪ 먹이를 먹다!!ㅠㅠ
 그간 먹이 종류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봅니다. 마우스는 먹는 군요ㅠㅠ 가기 전까지 마음 껏 먹으라고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마우스 수량이 부족하여 많이는 못 줄 것 같습니다ㅠㅠ 말똥가리들은 초봄이 되면 다시 윗쪽 지역으로(시베리아, 아무르 등) 이동합니다. 그 곳이 번식지역이기도하고 한국에서 여름은 이 동물이 지내기에는 너무 덥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 맞추어 방생을 해야하는 시점이라 체중을 올리고 운동도 해야 하니.... 다시 직접 먹이를 먹여줍니다.....



2015년 3월 5일
▪ 드디어 방생!!!
 힘차게 날아 올라가 인근 나무 위에 앉아 주변을 둘러봅니다. 




3개월을 함께하며 정도 들고 걱정도 되고 했지만 저렇게 시원스레 날아가 주니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무사히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ㅎ
 바이바이~


한 동물을 치료하기 위해선 이렇듯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친 야생동물들이 모두 치료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예초에 예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충돌 예방 방법은 아래 글(클릭클릭~)을 참고해 주세요^ㅂ^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문정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