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검색해보세요

2015년 3월 7일 토요일

13-400 참매 '홍도' , 그가 나타나다.

2015년 2월!! 저희에게 무척이나 뜻 깊고,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과연 어떤 소식이었을까요 :D ??

지금으로부터 약 2년을 거슬러 올라간 2013년 4월, 어린 참매 한 개체가 접수되었습니다. 당시 이 참매는 굉장히 특이한 이력을 지니고 있었는데요!!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홍도' 에서 조류조사를 진행하던 국립공원 철새연구센터 직원이 기아 상태에 놓인 이 참매를 처음 발견해 구조하였고, 치료가 끝난 후에는 바로 옆에 위치한 '흑산도'에서 방생을 했었습니다. 
허나, 방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참매는 다시 발견되었고, 이번에는 안타깝게도 지난번과 같은 단순한 기아상태가 아닌 어떠한 사고를 당했음이 분명한 상황이었습니다. 때문에 다시 재구조가 되었습니다.

결국 부상의 심각성에 따라 흑산도에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까지 치료를 위해 이송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에게 개체번호 13-400 참매, '홍도' 가 오게 되었죠.

처음 충남센터에 이송되어 진료를 위해 보정되고 있는 참매 '홍도' 의 모습입니다
어렸을때의 모습인데요! 풋풋하지요? 이 글을 읽으시면서 '홍도' 가 점차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갔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신다면 아마 재미있는 요소가 될 것 같습니다.


당시의 '홍도'는 얼굴의 눈썹선이 위치하는 부분에 창상이 있었고, 꽁지깃의 마모가 꽤나 심한 수준이었습니다. 허나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죠. 방사선 사진을 촬영한 결과 단순한 어깨 탈골이 아닌 견갑골, 오훼골 골절로 인해 우측 어깨가 거의 무너져 내린 상황이었습니다. 아마도 어딘가에 강하게 부딪히는 사고를 겪었을 겁니다. 
'홍도'는 사실상 치료도 굉장히 까다로운 상황이었고, 치료가 잘 된다 하더라도 영구장애를 지니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으며, 다행히 장애가 남지 않는다 하더라도 깃털의 마모가 너무 심해 깃갈이를 하기 전까진 자연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우측 견갑, 오훼골 골절을 확인하실 수있습니다


결국 13-400 참매는 영구장애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집중치료를 받았고, 어느 정도의 치료가 끝난 후에는 재활훈련을 위해 훈련조류로 선정되어 훈련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13-400 참매는 '홍도'라는 이름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해당 참매를 '홍도'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실 구조된 야생동물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경우에 따라 다소 옳지 못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이름을 지어주고, 부른다는 것은 관리 중인 야생동물을 애완동물처럼 여기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는 해당 동물이 꼭 지녀야할 야생성을 떨어뜨리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결과를 낳게 되기도 하지요. 때문에 구조센터에서는 영구장애 판정을 받았거나, 훈련을 받는 개체가 아닌 이상 절대로 이름을 지어 부르지 않습니다.

고통스러웠을 치료의 과정을 이겨내고, 묵묵히 재활훈련의 과정을 버텨주었던 '홍도'는 처음에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보란 듯이 건강을 되찾아 갔습니다. 
약 반년이 지났을 무렵 부터는 본격적인 깃갈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원활한 깃갈이를 돕기 위해 훈련 역시도 중단되었죠. 이때부터 '홍도'는 깃갈이를 진행함과 동시에 다시 야생성을 회복하는 기간을 보냈습니다.

좌 : 재활훈련 당시의 '홍도' (샤워 후 깃 건조 중) / 우 : 깃갈이를 거의 끝낸 후 방생 직전의 '홍도'
사진이 작아 잘 구별이 어려우실 수 있으나 자세히 보신다면 우측의 깃이 훨씬 더 마모가
적고(둥글고) 깨끗하며, 부러지거나 탈락한 곳도 없음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고 별다른 차이를 못 느끼실 수도 있겠다 싶어 사진 하나를 더 준비했습니다!! 아래의 사진에는 13년 4월 접수 당시의 모습부터, 방생 후 발견되었던 모습까지 순차적으로 담겨있습니다. 마모가 심했던 깃도 모두 새로이 깃갈이를 마쳤고, 약 10개월의 시간이 흐르며 유조의 모습에서 얼추 어른스러워진 티가 나기 까지 어떻게 변해갔는지 비교해보실 수 있습니다.

13년 4월 접수 당시 '홍도'의 모습부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달라져 갔는지 비교해보실까요?


그렇게 오랜 시간을 버텨내며 건강을 되찾은 '홍도'는 10개월이 지난 후 14년 1월 15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마룡리에서 방생되었습니다. 본래 방생 시에는 구조되었던 지점의 일정한 범위 내에서 방생을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야 야생동물의 적응을 돕고 방생 성공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허나 '홍도'를 원칙에 맞게 방생하기 위해선 흑산도까지 이동을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고, 무엇보다 당시 어린 개체인 상황에 약 10개월 이라는 오랜 계류의 기간을 거쳤기에 굳이 기존 서식지에 의존하기 보다는 아닌 참매 서식장소로 적합한 곳을 선정하는 것이 더 성공적일 수 있을 거라는 판단 하에 방생을 진행했던 것 입니다.




그렇게 저희는 '홍도'의 안녕을 빌며 10개월간의 쌓아올렸던 연에 마침표를 찍는가 했습니다. 그리고 11일이 지난 14년 1월 26일, 야외에 잠시 놓아둔 먹이인 병아리를 도둑맞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 범인은 다름 아닌 참매!!! 워낙 많은 양의 병아리를 한꺼번에 들고 날아가다 보니 얼마못가 작은 언덕위에 내려앉았습니다. 황당한 마음을 가라앉힌 채 관찰한 결과 이 친구는 얼마 전 방생한 '홍도' 였습니다. 


갑자기 나타나서 계류동물들을 위한 먹이를 낚아채간 이 녀석!! '홍도' 였구나...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금속 링이 부착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링 통해 방생 후 모니터링을 하거나 차후 재포획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직 '홍도'와 저희의 연이 끝나지 않았던 걸까요?  1월 15일 방생이 된 '홍도'가 11일이 지난 후에 처음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발견 된 것입니다. 11일 동안 큰 탈 없이 살아있다는 건 생존에 필요한 먹이활동을 했다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허나  센터 주변에서 계속 모습이 보인다는 것은 아직 환경에 완벽히 적응을 못해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내지 못했거나  먹이사냥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Soft-Release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Soft-Release란 방생 후 그 지역 환경에 완전히 적응할 때까지 혹은 생존에 필요한 여러가지를 터득할 때까지 서식지 주변에 먹이를 공급해주거나 은신처를 제공해 줌으로써 점차적으로 완전한 자연의 일부로써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때까지 도와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홍도'는 계속해서 센터 주변에 나타났고, 저희가 주는 먹이를 가져갔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방생 후 처음 발견되었던 날 부터 그해 4월까지 약 3개월 동안 Soft-Release 를 진행했습니다. 처음 1개월이 지나면서 부터는 먹이를 놓아주는 빈도를 점차 줄여나갔고, 그와 동시에  '홍도'의 모습도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2월에는 문 열고 나가면 어김없이 주변 나무에 앉아 우릴 지켜보았던 녀석이 3월이 되자 무인카메라에 포착되는 모습이 아니고서는 거의 볼 수 없었으니 말이죠. 그렇게 '홍도'는 점점 저희에게서 멀어져 진정한 자연의 일부가 되어갔습니다. 4월에 접어들면서 Soft-Release도 완전히 종료하였고, 이후로 '홍도'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이젠 정말 연이 끝났구나!!! 라고 생각했었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말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홍도'를 잊고 지내던 15년 2월, 흑산도에 위치한 국립공원 철새연구센터 관계자에게 갑작스럽게 연락이 왔습니다. 흑산도에서 참매 1개체를 발견했고, 관찰결과 다리에 금속가락지를 부착하고 있었으며, 가락지에 새겨진 식별번호는 다름아닌 '홍도' 의 것이다. 라는 연락을 말이죠.
14년 4월의 방생된 '홍도'가 10개월이 지난 시점에 방생장소에서 약 235km 떨어진 흑산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서산에서 방생된 '홍도'가 흑산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직선거리로 약 235km 정도가 되는군요


철새연구센터 측에서 제공해준 사진에 담긴 당시 '홍도'는 무척이나 늠름하게 자기보다 덩치가 큰 재갈매기(추정)를 사냥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잘 지내고 있다는 모습만 보여줘도 고마울텐데, 자신의 사냥실력을 뽐내주니 고마움과 동시에 어찌나 대견하던지...!!

방생 후에도 나타나 먹이 달라고 기웃거리던 녀석이 어느새 정말 멋진 참매가 되어 나타났습니다. 비록 사진이었지만 잘 지내고 있는, 한층 멋있어진 '홍도'를 보니 그간 홍도와 함께했던 날들이 스쳐지나가며 뭉클함이 느껴졌습니다. 참매 '홍도'와 우리의 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었네요 :D

'홍도'야 우리의 연은 끝나지 않았네, 다음에 또 볼 수 있는 거지? 그때까지 잘 지내고 있으렴 :D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