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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1일 화요일

도로 위에서 구조한 흰뺨검둥오리와의 인연이 남긴 숙제

2015년 5월 23일 토요일 이른 아침, 필자는 차에 올라탔습니다. 출근을 하기 위해서였죠.
이른 아침이지만 하늘도 파랗고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는 상쾌한 아침이었습니다.
약 30분 정도 흘렀을까요? 창 밖으로 야생동물의 사체 하나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사실 필자는 도로 위에서 희생되는 야생동물의 로드킬 실태를 조사한 경험이 있어 운전 중에도 쉽게 야생동물의 사체를 찾아내곤 합니다. 이미 명을 다한 것이 확실했고, 딱히 조처를 취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무거운 마음을 안고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굉장히 긴박한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운전을 하던 당시엔 거의 스쳐 지나가다시피 했지만 알 수 있었습니다. 아직 늦지 않은, 구해내야 할 생명이 있다는 것을 말이죠. 급하게 갓길에 차를 세우고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로 확인해보니 역시나 아직 살아있는 흰뺨검둥오리 새끼였습니다. 이들을 발견하기 이전에 앞서 스쳐 지나갔던 사체는 새끼들의 어미였던 것이죠. 흰뺨검둥오리는 보통 하천 주변의 야산이나 풀밭에서 알을 낳아 품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새끼는 바로 어미를 따라 강가로 이동합니다. 이때는 아직 날지 못하기 때문에 어미의 뒤를 따라 열심히 걸어서 이동하게 되죠. 이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하천 주변의 야산이나 풀밭에서 알을 낳은 후,
부화한 새끼를 데리고 강으로 이동해 길러래는 습성을 지닌 흰뺨검둥오리


부화 후 어미는 새끼들과 앞으로 함께 지낼 강으로 이동하기 위해 앞장 서 걸었을 것이고, 새끼들은 어미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강으로 가기 위해선 매섭게 달려드는 자동차를 피해 이 도로를 건너야만 했겠죠.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의 중앙까지 왔는데 앞에는 높은 벽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새끼들이 이 높은 중앙분리대를 넘을 수 있을 리 만무하지요. 다시 돌아가려고 해도 빠르게 달려오는 자동차가 계속해서 이들을 몰아세우고 있었을 겁니다.

도로 중앙분리대 부근에서 위태로이 발견된 새끼 흰뺨검둥오리 9남매 


어미는 얼마든지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을 겁니다. 새끼들을 포기했다면 말이죠.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지켜내기 위해 자리를 뜨지 못하며 함께 도로 위에 머물렀고, 그 과정에서 안타깝게 차량에 치어 생을 달리했을 겁니다.
그렇게 남겨진 새끼들은 도로 가운데 위치한 중앙분리대를 벽 삼아 스쳐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거센 바람과 굉음을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혹여 사람이 갑작스럽게 다가가면 새끼들이 놀라 뿔뿔이 흩어질까 걱정되어 몸을 낮추어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가까이서 마주한 새끼들은 서로가 서로의 몸에 기댄 채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을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정말 작고, 아직은 나약한 생명이지만 집어 삼킬 듯이 달려오는 자동차를 마주하고도 살기 위해 버텨주고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결국 9마리의 작은 생명을 모두,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어미는 지켜주지 못했지만, 그 어미가 목숨을 고스란히 내 놓고서라도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새끼들은 살려낼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구조 후에도 이들은 계속해서 서로의 품에 파고들어 떨어지지 않으려 했습니다.
 
 
이렇게 구조된 새끼들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올해의 첫 흰뺨검둥오리 새끼 구조가 되었습니다. 구조가 되어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태어나자마자 직면해야 했던 크나큰 두려움과 어미를 잃어버린 슬픔을 이겨내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들의 이러한 처지를 잘 알기에 구조센터 직원들 모두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고, 이를 아는지 흰뺨검둥오리 새끼들 역시 꿋꿋하게 잘 버텨내고 무럭무럭 자라주었습니다.

한시라도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흰뺨검둥오리 9남매 
 

구조된 지 약 2개월이 조금 지난 8월 초부터는 계속해서 날갯짓을 하고, 다소 높은 위치에서 뛰어내리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가에 서식하는 특성에 걸맞게 수영도 곧 잘했고, 잠수실력도 뽐냈습니다. 처음 30g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작은 생명이 어느덧 1kg이 넘어 그들의 어미를 쏙 빼 닮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들은 어느덧 멋진 흰뺨검둥오리가 되어갔습니다.
 
제법 많이 성장한 새끼 흰뺨검둥오리의 모습


8월 10일 월요일.
흰뺨검둥오리 남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흰뺨검둥오리들의 아침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털 고르기로 분주했습니다. 그들을 하나하나 포획하면서 눈을 맞추고 부디 잘 살아달라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흰뺨검둥오리의 방생 예정 장소는 충남에 소재한 어느 저수지입니다. 군데군데 자라나있는 수초와 연꽃… 그곳에는 이미 원앙, 쇠물닭, 해오라기, 백로 등 다양한 물새들이 살아가고 있었고, 이는 다양한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만큼, 흰뺨검둥오리에게도 적당한 서식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도로 위를 지나지 않을 수 있었다면, 어미와 함께 더 일찍 이런 멋진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흰뺨검둥오리를 구조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드디어 고대하던 자연과의 만남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상자의 문이 하나씩 열리고, 안에 있던 흰뺨검둥오리들이 조심스럽게 상자 밖으로 첫 발을 내딛기 시작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떼는 것도 어찌나 조심스러운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채로 구조되어 그 동안 사방이 철망과 벽으로 둘러싸인 계류장에 머물고 있었으니 넓디넓은 야생이 낯설기도 하겠지요. 이런 모습을 보여 자신의 어미를 빼앗아가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두려움을 안겨주었던 이 세상이 혹여 무서운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했지만, 그런 걱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강인하고 멋진 ‘야생동물’ 이었습니다.
 
이송 상자에서 나와 드디어 자연으로 첫 발을 내딛게 된 흰뺨검둥오리 


자연으로 돌아간 흰뺨검둥오리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자연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넓은 저수지에 힘차게 몸을 맡기고 수영을 즐기는 친구, 꽥꽥 소리를 지리며 물장구를 치는 친구, 그 동안 느낄 수 없었던 바람을 느끼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친구… 그들의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노라니 잘 살아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다가, 이제 정말 마지막 인사를 하고 뒤돌아 가려는데 한 친구가 저희의 머리 위로, 그것도 아주 가까이 다가와 지나갔습니다. 아마도 구해줘서, 그 동안 돌봐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아니면 잘 살아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인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 우리도 고맙다. 다치지 말고 부디 잘 살아라”
 
머리 위로 지나가는 흰뺨검둥오리, "그래, 우리도 고맙다. 부디 잘 살아라." 


흰뺨검둥오리와 저희의 인연은 3개월에 걸쳐서 그 첫 번째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허나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무척이나 빈번하지만 너무나 위험한 사고, 사람과 야생동물 그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로드킬… 이들의 위태로움과 고통을 흰뺨검둥오리를 통해서 보았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로드킬의 위험에 처해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지켜주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 흰뺨검둥오리들이 어미가 되었을 때, 그들의 새끼를 데리고 안전하게,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줘야 하니까요.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5년 4월 27일 월요일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교육동물 – ② 너구리 ‘클라라&데이비드’ 下

서산 버드랜드 내에 위치한 야생동물치료센터에는 여러 교육동물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사고로 인해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되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대중에 대한 교육, 즉 야생동물 보호의 중요성과 야생동물을 위협하는 요인을 알리고 동물의 전반적인 특징 등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감에 있어 더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버드랜드 내에서 운영이 되고 있어 그 이름과 취지에 걸맞게 교육동물의 대부분은 조류입니다. 허나 유일한 포유류로써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바로 너구리 '클라라&데이비드' 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데이비드'를 소개시켜 드릴까 합니다.

너구리 '데이비드' 는 왜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요...?


데이비드를 소개시켜드리기 전에!! 야생 너구리를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너구리는 우리나라 전역의 높지 않은 산림이나 평야(초지, 논밭), 하천 근처에 주로 서식하며 민가나 도심지 주변에도 살고 있습니다. 허나 아무리 개체수가 많고 다양한 곳에 살고 있는 너구리라 할지라도 야생동물의 흔적을 이용해 그들의 뒤를 쫓을 수 있을 정도로 숙련된 전문조사원이 아닌 이상 야생 너구리를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야생 너구리를 만나고 싶으신가요? 가능합니다. 지금 당장에라도 자동차에 올라타 시내를 벗어난 외곽 지역의 도로 위로 나가보세요. 장담 컨데 너구리를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아, 이 말씀을 안 드렸네요. 그게 설령 '주검' 이라도 괜찮으시다면 말이죠.

야생너구리를 만나고 싶으신가요? 지금 당장 운전대를 잡고 도로 위로 나가시면 됩니다.
그게 설령 '주검'이라도 괜찮다면 말이죠.


데이비드는 2013년 7월의 마지막 날, 저희에게 오게 되었습니다. 우연찮게도 클라라와 같은 해, 같은 달에 구조가 되었네요. 예상하셨겠지만 데이비드 차량에 충돌하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구조 당시 양측 대퇴골에 골절이 확인되었고, 머리에는 출혈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좌측 안구에도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었죠. 이 역시도 차량에 충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임이 분명했습니다.

접수 당시 촬영한 방사선 사진, 양측 대퇴골에 골절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차량과의 충돌에서 받은 충격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좌측 안구의 모습 


그래도 데이비드는 나은 편입니다. 목숨은 지켜냈으니까요.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는 모든 분들이 아시다시피 굉장히 위험합니다. 충돌한 동물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정말 소수의 동물만이 목숨을 부지합니다.

그런데 그 소수의 동물들이 목숨을 부지했다는 것이 꼭 희망적인 상황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소수의 동물들 중에서도 아예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평생 불편한 신체를 지니게 되는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데이비드처럼 말이죠.
데이비드는 결국 영구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도저히 이 불편한 신체를 지니고서는 자연에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목숨은 지켜냈지만 그에게 있어 어쩌면 목숨보다 소중한 자연에서의 삶은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너구리는 국내 서식 포유류 중 행동반경이 작은 편에 속합니다. 때문에 다른 포유류에 비해 그 행동반경에 도로가 포함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긴 합니다만, 그것만으로 위안을 삼기엔 우리나라의 도로 사정이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10만km가 넘은 우리나라의 도로는 모든 야생동물의 삶에 포함되어있습니다. 너구리 역시 마찬가지이죠. 도로를 피해 살래야 살 수가 없는 것 입니다.

첫 구조 당시 데이비드의 모습입니다. 충돌과정에서 받은 크나큰 
충격으로 인해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는 아주 위급한 상태였습니다.


2015년 4월 25일을 기준으로 하여,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개소 이후 총 3,407건의 구조접수가 있었습니다. 그 중 차량과의 충돌이 677건, 전체 구조의 약 20%를 차지합니다. 데이비드의 안타까운 사연은 677건의 사고 중 단 한건의 사고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677건의 사고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발생하는 로드킬 사고의 지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선 달려오는 차량을 피하지 못한 동물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대비 도로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로 손꼽을 정도로 많은 도로가 건설되어있으며 전국의 도로는 이미 10만km를 훌쩍 넘었습니다. 도로는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우리 삶에 많은 편이를 제공하지만 반대로 야생동물에겐 서식지 단절,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 등을 일으켜 그들의 삶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대로 도로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고, 차선 확장공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도로를 통해 닿지 못할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포화상태인데도 말이죠. 사실 국내에는 이미 버려지다시피 한 도로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생겨나는 도로들이 지금도 궁지에 몰려있는 야생동물을 더욱 벼랑 끝으로 몰아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행동반경이 작다고 알려진 너구리조차 도로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결국 너구리 데이비드는 끝내 자연으로 돌아가진 못했지만, 클라라와 함께 교육동물로 활약하며 많은 대중에게 현 시대를 살아가는 야생동물의 삶과 길죽음(로드킬) 그리고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다른 야생동물들이 자기와 같은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은 정말로 불가능한 이야기일까요? - 로드킬)


처음 우리에게 왔던 데이비드는 사람을 굉장히 무서워했습니다. 뭐, 정상적인 야생동물이라면 사람을 무서워하는 게 당연하긴 합니다만, 데이비드는 끔찍한 고통의 시간을 겪어서인지 더더욱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습니다. 허나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마음의 문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예전보다 경계를 덜하기도 하고, 종종 스스로 다가와 냄새를 맡거나 옆에 있어도 무심하게 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데이비드는 야생성이 남아있고, 사람을 그다지 따르지 않기에 클라라처럼 놀아주거나 산책을 시켜줄 수 없습니다. 때문에 무료함을 달래주기위해 되도록 자주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새로운 자극을 주곤 합니다. 

물을 무서워하는 클라라와 달리 물에 들어가 있는 것을 즐기는 데이비드.
사실 너구리는 물을 좋아하는 동물이랍니다 :D


보통 동물이 어떤 사고를 겪거나 자연사하게 되면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거나 땅에 거름이 되어 집니다. 비록 생을 다했지만, 에너지가 되어 다시 자연의 일부로 되돌아가게 되는 것이죠. 허나 로드킬은 그러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도로 위에서 계속해서 지나가는 자동차 바퀴에 짓이겨지고 흩어지면서 먼지가 되거나, 물에 씻겨 하수구로 흘러들어 갑니다. 


죽은 동물의 에너지가 제대로 순환되지 못한다는 점, 사람과 동물이 서로에게 피해를 입히게 된다는 점, 살기 위해 도로를 건너야만 했던 동물들이 영문도 모른 채 당하는 이유 없는 죽음이라는 점에서 로드킬은 어쩌면 인간이 야생동물에게 가하는 가장 비윤리적인 영향일지도 모릅니다.


'클라라와 데이비드' 이 친구들이 왜 이곳에 머물고 있는지 오랫동안 기억해주세요.
여러분이 그래주신다면 클라라와 데이비드는 비록 자연을 잃었다한들

야생에 있는 다른 친구들을 위한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4년 12월 21일 일요일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은 정말로 불가능한 이야기 일까요? - 로드킬 下

필자는 로드킬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직접 도로 위로 올라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수많은 야생동물의 소리 없는 비명을 듣게 되었습니다.

로드킬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설정한 조사 지역은 96번 국도 중 충청남도 홍성군 갈산면에서 서부면 궁리를 걸쳐 서산시 부석면까지 연결되는 도로의 일부 구간인 '천수만로' 였습니다. 천수만로 바로 옆에는 매년 수많은 철새들이 머무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인 천수만과 드넓은 농경지, 호수, 하천, 바다, 갯벌, 산 등이 존재하며 각각의 환경에 적응하고 서식하는 수많은 야생동물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로드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한 그 어떠한 장치나 노력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조사 대상인 천수만로의 위성지도 입니다. 대규모 간척에 의해 생성된 농경지와
다양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 수많은 야생동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곳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다름아닌 '천수만로' 입니다


조사는 2014년 7월~11월까지 5개월 동안 진행되었으며, 조사방법은 16km의 도로를 왕복하며 로드킬 개체 발견 시 날짜, 종명, 발생위치, 주변 환경, 도로 상황, 날씨 등을 기록하고 사진촬영을 실시 했으며, 발생위치는 GPS 수집 어플리캐이션을 이용해 수집한 후 Google 지도에 기록했습니다.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갓길도 없는 도로에 비상등을 켜고 내려
좌표와 정보를 수집하고 사진을 찍습니다.
옆을 스쳐지나가는 자동차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저를 집어삼킬 듯 무섭게 달려옵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사람인 저도 이렇게 무서운데 동물들은 어땠을까요...
괴상한 빛을 내뿜고, 무섭게 소리지르는 그 자동차가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그리고 숨이 멈추는 순간까지  이 도로와, 사람을 얼마나 원망 했을까요...


이제 조사 결과를 말씀드릴 차례겠죠... 5개월 동안 86차례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총 171건의 로드킬 발생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성급한 결론이긴 하지만 하루에 2마리의 야생동물이 이 도로 위에서 목숨을 잃고 있는 셈입니다.
겨우 16km의 도로에서 하루 평균 2마리의 야생동물이 로드킬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다는 겁니다.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인지 이제 좀 와 닿으실까요? 아직 와 닿지 않으신다면 한 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각각의 도로마다 환경이 다르고, 교통량이 다르고, 여러 가지 조건이 다를 테니 적절하지 않지만, 정말 단순하게 생각하여 우리나라의 10만km 도로에 이 결과를 대입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하루에 12,500마리의 동물이 도로 위에서 차에 치이고 아무런 의미가 없는 죽음을 맞이한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그 죽음의 결과는 실로 비참한 먼지가 되어 바람에 날리웁니다.

조사기간 동안 발견한 동물들의 처참한 모습입니다. 
사진은 조사 동안 발견한 동물의 반도 되지 않습니다.
171마리 동물들 하나하나의 모습과 표정을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동물들의 소리없는 비명을 들어주시고,
이들이 겪었을 끔찍한 고통에 대해 함께 가슴아파 해주시길 바라고 싶습니다


아래에는 본문에서 처음 보았던 천수만로의 위성사진에 로드킬에 의해 희생된 동물들을 발견한 지점의 GPS를 한데 모아 입력한 결과가 있습니다. 좌표들의 값을 입력해 한 장에 담아봤더니 점이 아니라 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은 제가 조사한 도로 구간을 뚜렷이 나타내는 하나의 길이 되어있었습니다. 조사를 시작하기 이전엔, 그래도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구간이 있을 테고, 그 부분만이라도 로드킬을 줄일 수 있는 어떠한 조치를 취한다면 조금이라도 로드킬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게 사실입니다. 허나 어느 곳 하나 안전한 장소는 없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도로 전체가 동물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죠.

로드킬 발생 지점의 좌표들을 입력한 후 종합했더니 점들이 모여 선을 이루었습니다.  선은 제가 조사한 천수만로 전체를 덮고있었습니다. 도로 전체가 동물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죠


171건의 로드킬 발생 흔적 중에는 당연히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동물도 포함되있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 324-2호, 멸종위기야생동물 Ⅱ급의 수리부엉이
천연기념물 제 324-3호의 솔부엉이
멸종위기야생동물 Ⅱ급의 삵
생명에 경중을 메길 순 없지만, 지금 당장 보호받아야 할 정도로 위험에 처해있는 동물들 역시 로드킬의 위험에서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생명에 경중을 메길 순 없지만, 지금 당장 보호받아야 할 정도로
위험에 처해있는 동물들 역시 로드킬의 위험에서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천수만로는 서산 버드랜드, 홍성 조류탐사과학관 등 자연과 생명을 체험할 수 있는 여러 곳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자연과 생명을 만나러 가는 이 길 위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자연과 생명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자연과 생명을 배우고 체험했던, 하려 했던 많은 이들이 동물을 지켜주기 위한 그 어떠한 것도 없는 이 도로를 지나면서 무엇을 느끼게 될까요? 그들이 이 도로를 지나 만난 자연이 진정 현실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천수만의 여러 교육기관에서는 천수만에 도래하는 많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이 동물들이 정작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위험에 처해있는지는 이야기해주지 않습니다.
저는 많은 분들이 이러한 현실에도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여주셨으면 합니다.

매년 겨울이 되었을때 서산 천수만에 흑두루미가, 황새가 도래한다는 것도 중요합니다.
허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동물들이 겪고있는 지금 이 순간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주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야 할 미래입니다


앞서 로드킬이 얼마나 야생동물을 위협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렇다면 이젠, 로드킬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합니다. 알아야 지켜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기존에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생태육교나 생태통로가 있습니다!! 운전을 많이 하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생태육교나 생태통로를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생태육교와 생태통로가 정말로 로드킬을 줄일 수 있는 정답이 될까요?
(380억 들여 만든 ‘위험통로’ 고라니는 겁이 납니다) 해당 링크로 이동하시면 아실 수 있듯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설치되어있는 생태통로나 생태육교는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이는 해당 서식지에 살아가는 동물들의 생태에 초점을 맞추지 못했거나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등의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생태통로의 잘된 사례, 잘못된 사례
(출처 : 국립공원관리공단·환경부)


또 어떤 게 있을까요? 생태통로와 역시 마찬가지로 운전을 하다 보면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야생동물 출몰지역 표지판도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내비게이션에서 알려주는 "야생동물 출몰 지역입니다. 주의하세요." 라고 알려주는 것도 표지판과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는 운전자에게 야생동물 로드킬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해달라는 안내를 내리는 역할을 합니다.


허나 앞서 얘기한 방안들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우리들의 마음가짐 입니다. 도로 위에서 의미 없는 죽음을 당하고 있는 야생동물들을 지켜주고자 하는 마음가짐 말이죠. 그리고 그 마음가짐을 운전습관에 고스란히 담아낸다면 그 무엇보다 뛰어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로드킬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도로의 건설이지만, 가장 위협적인 원인은 다름 아닌 '과속' 입니다. 야생동물은 자신이 서식하는 지역 인근의 도로에서 자동차들이 어느 정도 속도로 달리는지 알고 있습니다. 즉 해당 도로의 '제한속도'를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도로를 건널 때는 나름대로의 판단을 내리고 건너게 되는데,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은 채 과속을 해서 오는 자동차가 있다면 당연히 사고를 당할 위험이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시야확보가 어려운 밤이나, 야생동물이 나올 법한 지방의 도로를 다닐 때에는 표지판이 없더라도 항상 로드킬을 의식하고 조금 더 속도를 줄여 운전을 해주셔야 합니다.

"설마 내가 로드킬을 하겠어...?"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로드킬은 나에겐 일어나지 않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일까요? 조사 전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해주신 100분 중 38분이 로드킬의 가해자가 되었거나, 로드킬이 발생하는 순간을 목격하였거나, 로드킬로 인해 발생되는 크고, 작은 2차 사고를 목격했다고 응답했습니다. 100명의 운전자 중 38%에 해당하는 인원이 직, 간접적으로 로드킬을 경험했습니다. 정말 나에겐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일까요?
여러분께서 로드킬에 의해 희생되는 수많은 동물들을 진심으로 걱정해주시고 이들을 지켜주고 싶으시다면 꼭!! 운전하실 때 제한속도를 지켜주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여유 있게 더 낮은 속도로 운전해주세요. 속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제동거리도 짧아지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야생동물이 나타났을 때 치지 않고 멈출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정말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제한속도 정도는 지키는 여유를 가져주세요.
당신의 마음가짐과 운전습관이 의미없는 죽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조사기간 동안 필자는 도로 위에서 울려 퍼지는 동물들의 소리 없는 비명을 듣고 수없이 많은 야생동물의 사체를 봤지만, 도로 위에서 사체를 발견한다는 건 여전히 익숙해지지를 않습니다. 어떤 동물의 사체인지 확인하기 위해 동물의 사체를 들추다가 혹은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사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사체와 눈이 마주칠 때가 있습니다. 미처 감지 못한 그 눈으로 무언가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언제까지 도로 위에서 희생되어진 동물들의 눈빛을, 그들의 이야기를 무시해도 되는 걸까요...

부디 이 동물의 소리없는 외침을, 눈빛을 잊지 말아주세요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은 정말로 불가능한 이야기 일까요? - 로드킬 上

지금 이 순간에도 분명히 어느 도로에서는 불빛을 내뿜고, 괴성을 지르는 자동차를 피하지 못해 목숨을 잃는 동물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분명히...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대비 도로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로 손꼽을 정도로 많은 도로가 건설되어있으며 전국의 도로는 이미 10만km를 훌쩍 넘었습니다. 도로는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우리 삶에 많은 편이를 제공하지만 반대로 야생동물에겐 서식지 단절,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 등을 일으켜 그들의 삶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로드킬 당한 고라니 암컷. 그 옆에는 아직 뱃속에서 보호받아야 할 생명도 함께 있었습니다
새 생명은 피어보지도 못하고, 어미는 새끼를 끝내 지켜주지 못하고 함께 생을 마감했습니다


전국의 많은 도로에서 수많은 야생동물이 로드킬에 의해 희생되고 있으며, 그 수는 감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 도로가 생긴 이래 최초로 실시 되었던 로드킬 조사(생태학자 최태영과 연구원 최천권, 최동기 실시)는 지리산을 둘러싼 88고속도로와 섬진강변 도로, 19번 국도 4차선 구간을 조사했습니다. 30개월 동안 120km의 도로를 왕복하며 발견한 로드킬은 무려 5,769건이었습니다. 이 조사를 토대로 전국 도로에서 발생하는 로드킬을 추정해본다면 아주 적게 잡아도 한 해 100만 마리 이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실제로 구조센터에 구조되는 동물의 가장 많은 이유는 다름 아닌 차량과의 충돌입니다. 보통 차량에 치이면 그 자리에서 즉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소수의 동물들은 목숨이 붙어있는 채 구조됩니다. 그렇지만 그 소수의 동물들 중 대부분은 치료가 불가능해 안락사 되어지거나 치료가 가능하더라도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치명적인 영구장애를 입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로드킬의 피해는 동물만이 겪지는 않습니다. 사람 역시도 로드킬에 의한 직, 간접적인 영향으로 큰 사고를 겪게 될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대로 도로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미 10만km가 넘어섰고, 도로를 통해 닿지 못할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포화상태인데도 말이죠. 사실 국내에는 이미 버려지다시피 한 도로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겨나는 도로들은 지금도 궁지에 몰려있는 야생동물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몰아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세종신도시 신설 도로에서 로드킬에 의해 폐사한 체 발견한 천연기념물 제330호,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IUCN 적색목록 NT-준위협 에 속하는 수달. 도로 바로 옆에는 수달 등의 야생동물의 서식지로 적합한 환경이 펼쳐져 있어 로드킬이 많이 발생할 게 분명했으나 로드킬을 줄이기 위한 그 어떠한 장치나 대책도 마련되어있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세종시는 서식지 보호와 로드킬을 줄이기 위한 조사와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조사와 조치는 도로가 생겨나기 이전에 진행했어야 했습니다.

계속해서 생겨나는 도로는 지금도 궁지에 몰려있는 야생동물들을 더욱 벼랑끝으로 몰아내고 있습니다


필자 역시 어릴 적 목격했던 로드킬 사고에 아직까지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습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던 도중 로드킬에 의해 몰살된 새끼 오리들의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새끼를 잃은 어미가 어찌할 바 모르는 표정으로 갓길에 머물고 있던 모습이 지금까지도 너무나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성인이 되었고 운전대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운전을 하면 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동물들의 사체를 너무나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죠... 너구리, 고라니 등을 보고 싶다면 도로에 가시면 됩니다. 도로에서는 무척이나 쉽게 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들은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겠지만요.

고라니를 보고 싶으시다구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도로 위에서 라면요...
다만 온전한 그들의 모습은 보실 수 없습니다. 자동차 바퀴에 짓이겨진 모습일 테니까요


운전을 하다가 동물을 치게 되는 사람들 역시 피해자입니다. 그 어느 누가 동물을 치고 싶어서 칠까요... 그들이 동물을 침으로써 받게 되는 경제적, 정신적 피해 역시도 상당합니다. 로드킬은 동물, 사람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그렇기에 로드킬을 겪은 운전자를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동물과 사람 모두 피해자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는 가던 길을 갔을 뿐이고... 동물이 갑자기 도로 위로 뛰어들어와서 미처 피할 수 없었다. 내 잘못이 아니라 동물의 잘못이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운전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동물 역시 절대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동물이 왜 도로 위로 올라와야 하는지, 왜 도로를 건너야 하는지 고민해보신 적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만약 그런 고민을 해보셨다면 절대로 로드킬에 희생되는 동물들을 탓할 수 없을 것입니다.

로드킬은 동물과 운전자 모두에게 크나큰 피해를 안깁니다.
가해자도 피해자, 피해자도 피해자 입니다.


자, 이 이제 제가 드리는 질문에 모두 함께 고민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야생동물들이 처절하게 죽어 나가는 도로... 이 도로가 생겨나기 이전에, 이곳은 어떤 곳이었을까요...?
여러분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이 도로는 이전에 야생동물들이 살아가던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그곳에 도로가 생겨났습니다. 도로가 생겨나면서 동물들의 살아가던 환경에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도로로 인해 기존의 서식지가 파편화되기도 하고, 심하게 훼손되었으며 환경오염도 가속화 되었습니다. 서식지가 파편화되면서 기존의 서식지에서 더 이상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지거나 살아갈 수 없다고 판단한 동물들은 다른 서식지를 찾아 이동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필히 죽음이 도사리는 도로를 건너야만 합니다. 그리고 동물들에겐 각각의 생태적 삶에 맞는 행동반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도로 상황이라면 그 행동반경에는 분명히 도로가 포함됩니다. 도로를 건널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사실 동물들은 도로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수많은 친구들이 도로 위에서 먼지처럼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자신도 도로 위에선 언제든지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살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도로를 건넙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목숨을 온전히 내 걸고서라고 살고자 하는 마음에 도로를 건너는 선택을 어렵게 내리게 되는데 사람들은 동물을 욕합니다. 그리고 동물을 치고 자신의 차가 찌그러진 걸 보며 재수가 없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로드킬은 분명히 땅에서 서식하는 포유류나 양서류, 파충류에게 더 많은 피해를 안기는 건 사실입니다. 허나 로드킬 단순히 포유류나 양서파충류 에게만 해당되는 사고는 아닙니다. 조류 역시도 로드킬에 의해 굉장히 많은 사고를 겪고 있습니다. 낮게 비행하는 새들이 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거나,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에 생기는 기류에 휩쓸려 부딪히기도 합니다.

로드킬에 폐사한 어린 꿩의 모습입니다.
로드킬은 조류에게도 마찬가지로 큰 위험이 되는 요인입니다


로드킬의 더 큰 문제는 여기 있습니다. 한번 그 자리에 로드킬이 발생하면 계속해서 2차, 3차 로드킬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체를 먹기 위해 도로 위에 머무는 동물들 역시 로드킬의 위험에서 안전할 순 없습니다. 연쇄적으로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로드킬이 로드킬을 부르는 셈이죠...
또한, 2차 사고는 동물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위험합니다. 사체를 밟고 자동차가 미끄러지거나 사체를 갑작스럽게 발견하고 피하려다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로드킬 된 너구리의 사체를 먹기 위해 도로 위에 내려와 앉아 있는 까치의 모습
이 까치 역시도 로드킬에 희생될 수 있습니다. 로드킬이 로드킬을 부르는 셈이죠


로드킬이 지니는 안타까움은 또 있습니다. 보통 동물이 어떤 사고를 겪거나 자연사하게 되면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거나 땅에 거름이 되어 집니다. 비록 생을 다했지만, 에너지가 되어 다시 자연의 일부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허나 로드킬은 그러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도로 위에서 계속해서 지나가는 자동차 바퀴에 짓이겨지고 흩어지면서 먼지가 되거나, 물에 씻겨 하수구로 흘러들어 갑니다.
죽은 동물의 에너지가 제대로 순환되지 못한다는 점, 사람과 동물이 서로에게 피해를 입히게 된다는 점, 살기 위해 도로를 건너야만 했던 동물들이 영문도 모른 채 당하는 이유 없는 죽음이라는 점에서 로드킬은 어쩌면 인간이 야생동물에게 가하는 가장 비윤리적인 영향일지도 모릅니다.

너구리가 쌓아올리던 삶의 마지막 페이지는 이렇게 자신의 혈흔으로 써내려갔습니다.
그것도 로드킬이라는, 가장 이유없는 죽음, 비윤리적인 원인으로 인해서 말이죠...


로드킬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필자는 7월부터 11월까지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로드킬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그 실태 조사와, 로드킬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은 정말로 불가능한 이야기일까요? - 로드킬 下' 에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나 심각한 로드킬... 과연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할 수 있을까요?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2년 10월 10일 수요일

2012년 9월 구조(치료) 결과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2012년 1~9월(10월 8일까지 접수된 건수 포함)까지 구조된 야생동물에 대한 결과는 아래 표와 같습니다.
실질방생율(폐사체와 DOA-dead on arrival를 제외한 구조동물의 방생율)은 약 45%이며,
다행스러운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월별 구조 건수가 7월부터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2012년 1~10월 8일까지 구조된 야생동물에 대한 결과표.



지난 9월 한달간 구조된 야생동물의 세부 정보는 다음 표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2012년 9월 야생동물 구조(치료) 결과표.



9월에 구조된 동물들의 주요 구조원인은 '차량과의 충돌' 이었습니다.
도로에 달리는 차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야생동물의 로드킬은 항상 주요 구조 원인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다음의 사진은 '로드킬'을 당한 삵과 고라니의 현장모습입니다.




9월에는 국내에서 매우 보기 드문 철새인 먹황새(유조)가 구조되었습니다.



9월 24일 전남 신안군 가거도에서 쇠약한 상태로 발견 및 구조되어 우리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로 이송하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신체검사, 혈액 검사, 방사선 검사 등을 통해 질병감염이나 골절과 같은 문제가 없는 단순 기아 및 탈진 상태로 확진을 받았습니다.
어린 개체, 이동시기 스트레스 및 먹이 섭취 불량과 같은 요인들로 인해 구조가 된 것으로 추정되구요.
수액을 통해 영양분과 수분을 공급하면서 왕성하진 못하나 어느정도 먹이반응을 나타내며 스스로 먹는 모습을 보인 후 현재는 정상 정상 체중을 거의 회복한 상태입니다.

입원 이틀째 먹황새.
왕성하진 않으나 물고기를 스스로 먹는 모습이 확인됨.

입원 일주일째.
기력이 회복되어 야외계류장에서 풀장안의 미꾸라지를 잡아먹고, 일광욕도 하고 있는 모습.



이 먹황새 유조의 구조 및 초기 치료 과정을 영상을 한번 보시기 바라며, 추후에 더 자세한 치료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2012년 6월 8일 금요일

너구리 11-681 : 80일간의 여행

너구리 11-681은 작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때 예산군에서 구조된 개체입니다. 당시 2.54kg으로 매우 야윈 상태에서 발견되었었죠. 개홍역에나 걸렸을까 노심초사 했지만 다행히 건강 상의 특별한 문제는 없었습니다.

겨울철인지라 가뜩이나 체중이 떨어지는 개체를 내보낼 수 없어 봄이나 되면 내보내자며 겨울 내내 센터에서 데리고 있었지요. 물론 하루가 다르게 건강은 회복하였지만 봄이 멀긴 멀었습니다.

긴긴 겨울이 지나가고 새 순이 살짝 올라오던 지난 3월 7일 야생으로 내보내기로 하였습니다. 다만 우리도 못미더운 감이 있어 GPS 추적 장치를 부착하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발견 장소에 다시 돌아가야 하지만 도로에 가까운 면이 있어 더 교통량이 적인 곳을 골라 방생하였습니다.

밤에 방생을 하니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가는 681번 입니다.

저기 멀리 보이시나요? 아직 논은 겨울입니다.

충남 예산군 신양면 연리에 방생하였죠.

이 화면은 센터의 모든 데이터를 기록 보존하는 Record keeping program입니다. 발전하여서 이제는 GPS 파일을 올려서 살펴볼 수 있게 되었죠. 우리가 풀어준 곳에서 한동안 방황을 하더니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풀어준 곳으로 올라 왔다가 다시 내려가더니 고속도로 휴게소의 남측사면숲에 자리를 잡습니다.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북편과 남편을 오가는 모습이 매우 안타까웠지요. 워낙 도로교통사고가 다발하는 고속도로이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수시로 고속도록의 북편과 남편에서 좌표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다만 고속도로의 동남쪽은 교량구간이 있었고 복서편은 지하 암거통로가 있어 그리로 이동한 듯 싶었습니다. 

그러던 5월 20일 갑자기 새벽 4시 좌표와 8시 좌표가 무려 10km의 간격을 두고 나타난 것입니다. 바로 4시 좌표가 하필 도로상에서 나타난 것이죠.

그후 며칠간 동일 장소에서 좌표가 계속하여 뜨는 것이 확인되었고, 불행한 결과를 예상했습니다. 이동한 장소로 판단된 지역을 찾아갔더니 그곳은 과수원에 둘러싸인 농가였지요. 

농가 주변에서 3일간 좌표가 나타난 것으로 미루어 어찌되었건 동물이 이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일이 정리된 후, 밤에 해당 농가를 방문하여 사정에 대해 설명하고 주변을 수색했지만 확인할 수는 없었지요. 다만 농가에 집을 짓고 있는데 아무래도 현장 작업자분들께 의문이 들어 다음날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현장을 방문하여 인수 받은 추적장치입니다.
상황을 점검해보니 새벽 12시에서 4시 사이에 도로를 횡단하던 너구리가 차에 치어 죽었고, 7시 경 이 부분을 지나던 아저씨들이 이를 발견하고 주워서 작업 장소까지 가지고 와서 추적 장치만 떼어낸 상황이었죠.

너구리 11-681이 남긴 유일한 유품입니다.
너구리 11-681는 2011년 5월 중순경 충남 예산군 삽교면 인근에서 출생하여 어미에게서 독립 후 2011년 12월 25일 용동리에서 매우 체중이 줄어든 상태로 발견이 되었지요. 2012년 3월 7일 다시 야생으로 돌아갔다가 약 70여 일 후 차에 치어 죽은 상태로 지구의 역사에서 사라지게 되는 스토리를 안고 있습니다.

비단 너구리 11-681만 그럴까요?

지난 3일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구조된 6마리의 고라니들 중 새끼 한마리를 제외한 5마리 모두가 교통사고로 인해 척추와 다리가 부러져 안락사되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동물들이 차가운 길바닥에서 그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도로를 열심히 이용하는 우리들도 난감합니다.

그 총체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그것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2012년 1월 11일 수요일

고라니가 천안에서 구조되었습니다.

천안시 동남구에서 구조된 고라니입니다. 밤 11시가 가까워져 동남구청을 방문하여 인수한 고라니 7개월령 개체입니다. 스타렉스에 실려있던 고라니를 인수하기 위해 만져보던 중 심하게 야위었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질병일까?

센터로 돌아와 진단을 실시하던 중 알아낸 사실은 양쪽 다리가 부러지고 체중은 7.8kg에 달하던 암컷 개체였죠.

작년 6월에 태어난 어린 고라니들은 일반적으로 현재 14-17kg에 달하는 것을 참고해본다면 거의 체중이 50% 감소한 것을 알 수 있죠. 즉 사람으로 따지면 60kg 성인이 30kg의 기아상태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다리가 양쪽 다 부러져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아마 눈을 핧으며 서서히 야위어 갔을 것입니다.

결국 센터에서 눈을 감았지만, 도로가 널린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아마도 지금도 어디쯤에선가 신음하고 죽어가는 동물들이 숨쉬고 있겠죠.

오늘도 또 한마리의 고라니가 구조되었고, 마찬가지의 이유로 숨을 거두어야 했습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피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다리가 모두 부러져버린 고라니입니다.

방사선에서 골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