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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9일 월요일

우리나라의 야생동물 '너구리'를 파헤쳐봅니다.

(이번에는 너구리에 대해서 폭넓게 알아보도록 하죠. 주된 자료는 위키피디아를 기본으로 하여 핀란드의 너구리 연구자인 Kaarina Kauhala 등이 연구한 내용을 참고하였습니다.)

일반 설명

너구리의 명칭

너구리의 학명은 Nyctereutes procyonoides입니다. 속명의 뜻은 라틴어로 Nukt- 는 밤을 뜻하고 ereutes는 방랑자를 뜻하죠. 즉 밤에 돌아다니는 방랑자인 셈입니다. 종명의 pro는 -전 혹은 '작은'을 뜻하며 cyon은 개를 뜻합니다. 현대 라틴어에서는 prokuon을 라쿤(raccoon, Procyon lotor)으로 지칭하기도 한답니다. 라쿤과 너구리는 매우 유사하게 생겼지만 실제로는 전혀 관계가 없는 동물들입니다. 결국 너구리의 학명에 뜻하는 것은 '밤에 돌아다니는 작은 개'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너구리의 모습. 다리가 무척 짧다.
북미의 라쿤 혹은 북미너구리다. 이름으로 인한 혼동은 생김새에서 기인한 바도 있다. 
꼬리에 줄무늬가 있고 콧잔등이가 검으며, 특히 발가락은 모두 다섯개다.


너구리는 1속 1종으로만 남은 매우 독특한 동물이지요. 이 속(genus)에 한 종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너구리속은  약 9백만년 전에 출현했고 당시 다른 종도 존재했지만 대부분 홍적세(Pleistocene)를 넘기지 못하고 3백 4십만년 전부터 7십 8만년 전에 멸종을 했고 지금은 너구리만 남은 것입니다.

외국 자료를 보면 사냥이나 모피교역과 도시화, 유기동물들과 질병의 문제로 그 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개체수는 줄어들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너구리의 수렵을 허용하고 있지 않는 우리나라에서의 주된 위협요인은 질병과 도로교통사고로 보입니다.


너구리의 형태

야산에서 발견된 너구리의 두개골, 개와는 다르게 두개골 중앙의 시상릉이 잘 발달해있다.


너구리의 두개골은 게잡이여우와 같은 남미산 여우류와 매우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두 종은 혈연적으로 거의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두개골은 작지만 단단하며, 약간 장방형입니다. 광대뼈인 권골궁(zygomatic arch)은 좁은 편이죠. 시상릉이라고, 두개골의 가장 위에 솟은 일종의 돌기가 매우 잘 발달해있습니다. 잡식성인 것은 반영하는 듯 송곳니와 열육치(carnassials)는 크게 발달하지 않았고, 어금니는 평편하며, 상대적으로 긴 장관이 발달해 있답니다(다른 개과동물에 비해 1.5-2배 정도 김). 몸통은 긴 편이며, 이에 비해 다리는 짧아 잘 뛰지 못합니다. 총 길이는 45-71cm 정도이며, 꼬리는 몸체의 1/3 정도도 안되게 12-18cm 정도 길며, 뒷발의 발목관절 정도까지 내려오지만 땅에 끌지는 못합니다.

귀는 짧고 털에서 살짝 돌출된 정도이지만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체중은 계절에 따라 다른데 3월에는 3kg 정도였는데 8, 9월 정도에는 수컷의 경우 6.5-7kg에 이르기도 하며 어떤 개체들은 9-10kg을 넘기도 합니다. 일본과 러시아에서 수집된 표본들의 경우 중국에서 연구된 개체들보다 더 크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물론 사육장에서 잘못 관리하면 12kg이 넘어갈 정도로 피하지방이 축적되기도 합니다.


겨울털은 조밀한 속털과 더불어 120mm에 이를 만큼 길고 거칠며 두꺼운 겉털로 이루어집니다. 겨울털은 −25°C까지 내려가는 기후를 견디는데 필요합니다. 겉털(보호털)은 갈색 혹은 회갈색의 색이 들어있고, 끝은 검은색을 띱니다. 일반적으로 꼬리의 끝은 몸통보다 짙은 검은색으로 끝납니다. 어깨부위에서 앞다리로 검은색이 흘러 내려가며 가슴과 앞다리, 뒷다리는 윤기나는 검은색 털이 나 있습니다. 주둥이에는 짧은 털이 나 있으며 눈 쪽으로 갈수록 길고 많아집니다. 눈 아랫주위와 뺨에는 검은색 털이 나 있습니다. 여름털은 더 짧고 밝아집니다. 센터에서 관찰한 결과 5월에서 6월 사이에 솜털이 빠지더군요.

너구리와 오소리의 차이

흔히 너구리와 오소리, 라쿤을 혼동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라쿤이 살지 않으니 오소리와 차이점만 간략하게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풀숲의 너구리
굴 밖으로 나오는 오소리. 굴파기 귀재다.

 
오소리는 학명이 Meles leucurus라고 하여 족제비과에 속하는 녀석입니다. 개와는 매우 다른 동물이죠. 영화에 나오는 울버린과 친척이 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족제비과 동물은 수달, 족제비, 쇠족제비, 담비와 오소리가 있습니다. 이중 오소리가 가장 너구리와 유사한 셈이죠. 
형태적으로 보자면 오소리의 발가락은 앞뒤 모두 5개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너구리는 모두 4개의 발가락을 가지고 딛죠.  
오소리의 앞발톱은 나름 길어서 굴을 파는데 혹은 먹이를 찾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하지만 너구리 발톱은 일반적인 개 정도의 수준입니다. 
오소리의 발바닥은 사람처럼 흰색에 가깝습니다만, 너구리의 발바닥은 검은색이죠. 물론 코도 오소리는 살구색에 가깝지만 너구리는 검습니다. 

너구리의 겉털의 끝은 검은색인데 비해 오소리의 겉털 끝은 흰색이니 이 점도 매우 중요합니다. 
너구리의 귀도 큰 편은 아니지만 오소리보다는 큰 편입니다. 오소리의 귀는 매우 작습니다. 

이 정도의 정보만 있어도 오소리와 너구리를 크게 혼동할 리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오소리는 주로 산간지역에 주로 서식하고 너구리는 산에서부터 저지대까지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어 사람들의 눈에 더 자주 띄는 것은 너구리겠죠. 

윗쪽이 오소리의 뒷발이며, 아랫쪽은 너구리의 뒷발이다. 
발볼의 색도 크게 차이가 나지만, 발가락의 수도 오소리는 5개, 너구리는 4개다.
꼬리 겉털의 색 차이를 볼 수 있다. 윗쪽이 너구리, 아래가 오소리다. 
너구리의 겉털은 갈색이거나 검은색이지만, 오소리의 겉털은 흰색이 많다.


너구리의 습성

번식과 발달

교미철은 지역에 따라 이른 2월부터 4월까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너구리 새끼들이 신고되는 양상을 보면 대개 4월 중순에서 5월 초순에 분만을 하는 것 같습니다. 너구리의 임신기간은 61-70일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판단해보면 2월, 3월이 주된 교미기가 아닐까 추정합니다. 너구리는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고, 가을 경에 쌍을 맺는답니다. 그럼 겨울을 같이 보내겠군요.하지만 사육 상태에 있는 수컷 너구리의 경우 4-5마리의 암컷과 관계를 유지한 것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양다리가 아닌 문어다리입니다. 짝을 차지하기 위해 수컷들 간의 경쟁이 있는데, 이때는 짧게 다툼을 하며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지는 않는답니다. 짝짓기는 밤과 새벽에 이루어지며 평균 6-9분 정도랍니다. 19금이 되어버렸군요.


암컷의 발정은 몇 시간에서 6일까지 지속되며 5번 이상의 짝짓기가 그 기간에 이루어집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때 임신이 되었더라도 20-24일 후에 다시 발정을 한답니다. 그래서 새끼들을 많이 낳는 것일까요? 60-70일에 이르는 평균 임신기간과 4-5월에 분만을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8-10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지만 경우에 따라 15-16마리까지도 보고된 바 있답니다. 어마어마하죠? 우리나라에서도 10마리 넘게 낳는 사례도 종종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개과에서는 가장 많은 분만수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초임의 경우 임신 경험이 있는 개체에 비해 새끼를 적게 납니다.
수컷들은 새끼들을 키우는데 매우 활동적인 역할을 수행하죠. 이러한 수컷의 중요한 역할이 잘 드러난 사례가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1928년 임신한 암컷 너구리만 야생에 풀었을 때 매우 제한적인 성공-실패겠죠-을 했지만, 1929년부터 1960년대까지 쌍으로 풀었을 때 매우 성공적이었고, 현재 유럽의 곳곳에 너구리들이 퍼져 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저 개인적으로는 모피생산을 위한 너구리의 유럽 도입이 어떤 좋은 결과를 낳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끼들을 돌봄에 있어 수컷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입니다.

어린 너구리가 구조되었다. 눈도 뜨지 못한 체 발견되었다.
때에 따라 10마리에 가까운 어린 개체들이 한꺼번에 발견되기도 한다.


태어날 때 새끼의 체중은 60-110g 정도로 태어나며 눈은 못 뜨고, 짧고 조밀하며 부드러운 짙은 갈색털이 나 있습니다. 9-10일 만에 눈을 뜨고 그 후 14-16일에 이가 돋기 시작합니다. 다시 10일 정도 지나면 겉털이 나기 시작하는데 엉덩이와 어깨에서 시작합니다. 약 2주 정도가 더 지나면 눈 주위를 제외하고 색이 밝은 털이 나기 시작합니다. 포유기간(젖먹이는 기간)은 45-60일 정도가 됩니다. 생후 3주부터 1개월이 지나면 잡아온 먹이를 먹기 시작합니다만 이때에도 젖을 빨기는 합니다.약 4.5개월 정도(핀란드 연구에 따르면 5-7개월 정도가 소요된답니다) 지나게 되면 완전히 성장하는 단계로 접어들며, 어미로부터 독립하는 시기는 8월 말에서 10월 초입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어린 개체들의 방랑 거리가 이때 굉장히 멀어지고 직선적으로 변해간답니다. 10월 경에는 거의 성체 크기로 자란 새끼들의 경우 짝을 찾기 시작하고 성 성숙은 8-10개월령이 되면 일어납니다. 수명의 경우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6-7년생이 야생에서 확인된 바 있으며, 사육 개체는 11년까지 생존한 바 있답니다.

동면

너구리는 개과동물들 중 동면을 하는 유일한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겨울까지 피하지방을 18-23%, 복강지방을 3-5%까지 축적합니다. 이 정도 수준까지 체지방을 축적하지 못한 경우 겨울철에는 죽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겨울 동면시기에는 체내 대사율을 25%까지 떨어뜨리기도 한다는군요. 하지만 러시아의 우수리지방과 같은 곳은 겨울폭풍이 오는 시기에만 잠깐 동면을 한다고도 합니다. 겨울철에 적설량이 15-20cm까지 쌓이면 신체활동을 줄이고, 굴에서 150-200m 정도까지만 움직인다고 하는군요. 먹이가 더 풍부해지고  암컷의 발정이 시작될 무렵인 2월부터 활동성이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웬만하면 동면하는 개체가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 위의 자료가 연구된 핀란드보다는 위도가 한참 낮아서 겨울철의 추위가 심하지도 않고, 적설량도 많지 않아 너구리의 활동을 제약할 조건이 그리 심하지 않고, 식물성 먹이가 다소 줄기는 할 터이지만, 여전히 먹이 구하기가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닐 겁니다. 그래서 한국의 너구리는 짧은 시간을 굴에서 쉬는 기간을 제외하고서는 동면을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먹이

너구리는 곤충부터, 설치류, 식충류, 양서파충류와 조류, 어류, 갑각류와 사체 등까지 먹는 잡식성이지요. 이러한 동물을 기회적 일반섭식종(opportunistic generalist)이라고 합니다. 기회가 닥치는 대로 아무 거나 잘 먹는다는 것이죠. 계절적으로 출현하는 먹이에 따라 주 먹이는 계속 바뀔 수 있답니다. 즉 환경적응력이 좋은 종인 셈이죠. 설치류들 중에서는 습지에 사는 너구리의 경우 밭쥐류(vole)가 중요 먹이종이지만 러시아의 Astrakhan 과 같은 평지에서는 저빌 등이 중요 먹이종이 된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등줄쥐가 매우 중요한 종입니다. 개구리는 너구리가 가장 잘 먹는 먹이 중 하나입니다. 러시아의 Voronezh에서는 일반적으로 먹는 양서류가 무당개구리임에 반하여 우크라이나에서는 European spadefoot toad를 주로 먹습니다.  너구리는 피부에서 독을 분비하는 두꺼비도 먹을 수가 있는데, 이는 침을 많이 분비하여 독을 희석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국립생물자원관의 이정현 박사님의 관찰에 따르면 추적 중이던 두꺼비를 너구리가 포식했는데, 몸의 상반신은 남기는 습성을 보였답니다. 즉 목에 위치한 독샘의 존재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경험이 풍부한 너구리가 아니었는가 싶다는 의견입니다. 너구리는 또한 물새류와 참새류 혹은 소형 이주조류들도 포식합니다. 너구리가 이입된 지역에서는 멧닭이나 들꿩과 같은 조류를 포식하고, 우수리지역에서는 꿩을 잡아먹은 많은 사례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물가로 나온 물고기도 먹고 고립된 웅덩이에 갇힌 물고기도 잡아먹습니다. 산란기에는 물고기를 거의 못 잡지만 봄철 해빙기에는 곧잘 물고기를 잡습니다. 남부서식지에 사는 너구리는 어린 거북류와 알도 먹습니다. 너구리가 잡아먹는 식충류에는 땃쥐류를 비롯하여 고슴도치와 두더지까지 포함됩니다. 우수리지역에서는 큰 두더지가 중요한 먹이자원이 될 만큼 중요하다네요.

먹이식물은 매우 다양한데, 구근류로부터 뿌리 줄기, 귀리, 수수, 옥수수, 견과류, 과일, 딸기, 포도, 멜론, 수박, 호박과 토마토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일본에서는 과실을 따먹기 위해 나무를 오르내리는 너구리가 관찰된 바도 있답니다.
계절적으로 식단을 바꾸기도 하는데, 늦가을과 겨울에는 거의 설치류나 사체에 의존하며 봄에는 과일과 곤충, 양서류를 많이 먹습니다. 여름에는 몇몇 설치류와 더불어 어린 조류와 과일, 곡류와 채소 등을 먹습니다.

가을철 잣이 많이 열리자 잣을 껍질째 깨서 먹은 배설물. 너구리는 은행도 먹는다.


너구리는 먹이를 먹은 후 배설할 때 공동화장실(분장)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민가 주변의 너구리 분장에 있는 똥을 살펴보면, 사람이 먹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가 포함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고춧가루랄지, 조기 머리뼈, 구운 오징어 심지어 비닐장갑 등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을에는 은행을 먹기도 하는데 은행의 과육은 먹고 은행알은 그대로 배설한 배설물 덩어리들도 발견됩니다. 거미도 무척이나 좋아해서 위 안에 거미만 가득 찬 개체도 확인된 바 있죠. 일단 먹을 수 있는 것은 먹어두는 습성이라 위 안에 동일 먹이물질이 한 가득 들어있는 경우가 많은가 봅니다.

미꾸라지를 물속에서 잡아먹고 있는 너구리입니다.


소통

다른 개체들과 함께 소통을 위해 공동화장실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공동화장실은 그 지역에 있는 다른 개체들이 함께 사용하는 명확한 장소이죠. 연구에 따르면 이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은 각 가족 구성원은 물론 외부침입자들 간의 정보를 소통하는 목적으로 이용한다고 하는군요. 이러한 과정은 주로 후각적인 감각을 통해 동일종 내부에서 각 개체를 인식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된답니다.

너구리가 일반적으로 만드는 공동화장실. 
반복적으로 배설하기 때문에 오래된 배설물까지 볼 수 있다.


여우처럼 짖지는 않습니다. 대신 끙끙대는 신음소리 같은 소리도 내지요. 다양한 소리를 내기는 하지만 매우 특징적인 소리는 없습니다. 다만 공격하거나 방어를 할 때는 매우 날카로운 "꺅-"하는 괴성을 지르기도 합니다. 으르렁대기도 하지만 심하게 소리가 크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후각/시각적 소통 외에도 다양한 자세를 통한 소통의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꼬리의 위치를 통해 우월성이나 발정의 준비 여부에 대해 나타내기도 하죠. 직접적인 접촉은 주로 부모 자식간, 부부간에서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 됩니다.



너구리의 행동권

연구에 따르면 최소볼록다각형법(Minimum Convex Polygon, 이하 MCP : 동물의 행동권 분석 방법)으로 분석을 해보니 100%로 분석할 때 평균 암컷의 경우 0.58±0.23, 수컷은 0.98±0.65㎢ 정도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95% MCP를 적용했을 경우 수컷이 평균 0.63±0.69㎢, 암컷이 0.42±0.32㎢로서 차이가 많이 줄었습니다. 또한 암수 쌍이 함께 무선 추적된 두 쌍의 행동권은 95% MCP를 적용했을 경우 암수가 0.26㎢와 0.28㎢, 0.36㎢와 0.36㎢로서 같거나 차이가 매우 적었으며, 4계절 모두 짝을 지어 함께 지냈답니다(최태영 외 2006).

행동권

보통 암수 한쌍은 같은 행동권을 나누어 쓰고, 활동할 때도 가깝게 붙어 다닌다. 행동권이 서로 겹치는 이웃 너구리들과도 독특한 행동권 방어행위는 관찰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영토권 주장이 강해 보이지는 않는다. 행동권은 다양하지만 0.028에서 2㎢(2.8-200ha) 수준이라고 한다. 일본너구리의 개체당 행동권은 111 ± 16.9 ha (95% kernel estimate) 혹은 160 ± 34.5ha (95% maximum convex polygon (MCP)) 정도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면적으로 따져 보고된 바에 따르면 일본너구리는 ha당 0.46-0.86 개체가 서식하며 유럽의 경우 ha당 0.0014에서 0.048가 서식한다고 하니 유럽 너구리의 밀도가 상당히 떨어지고 일본은 북적대며 산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는 유럽에서 너구리가 아직 충분하게 퍼지지 않은 영향이련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러한 차이는 아종간의 차이이기도 하거니와 각 서식지 환경적 차이에서 기인할 것입니다. 하여 핀란드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평균 9.5㎢를 사용하고 85%의 집중성을 가진 중심구역은 3.4㎢에 달했다고 합니다(Home range of the raccoon dog (Nyctereutes procyonoides) in southern Finland). 물론 핀란드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춥다는 점을 고려한다다고 하더라도 이는 매우 넓은 수치입니다. 독일에서 연구된 바에 따르면 가을철의 경우 ㎢e당 3.4마리가 서식한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여우에 비해선 개방된 지역을 싫어하고, 울폐된 공간을 선호한다고 하는군요. 이는 사냥의 습성과 채식전략에 있어서 외형적인 차이와 먹이선호도의 차이 등으로 인해 여우와는 서식간섭이 적은 편이라고 합니다.

일부 너구리는 이동거리가 20km를 넘어가기도 한다. 항상 멀리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20km 직경)


도입된 지역


모피 생산 증대를 위해 구소련을 통해 동유럽으로 이주된 너구리는 그 폭발적인 적응력과 식성, 번식능력과 동면능력 때문에 급격하게 퍼져나갔고, 광견병과 같은 질병의 주요 숙주로서의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며, 먹이경쟁을 통해 여우같은 토종 포유동물과의 경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 역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7/78/Raccoon_Dog_area.png






















1928-1958년 동안 모피생산과 개량을 위해 구소련의 76개 지역에 약 10,000여 마리의 N. p. ussuriensis 아종이 도입된 바 있습니다. 연해주의 일부 섬에 너구리를 이주시킨 것이 가장 처음 일인 듯 싶습니다. 1934년까지 너구리는 알타이, the northern Caucasus, 아르메니아, 키르키지아, Tatarstan, Kalinin, Penza와 Orenburg 지역 등 동부 유럽과 중앙아시아쪽으로 도입되었습니다. 이듬해 Leningradsky, Murmansk, Novosibirsk와 Bashkortostan으로도 도입이 되었지요. 하지만 Irkutsk, Novosibirsk, Trans-Baikaliya와 Altai 지역에서는 혹독한 추외와 먹잇감의 부족으로 인해 거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Caucasus의 산악지대와 중앙아시아, Moldova지역에서도 거의 생존이 어려웠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틱국가들과 동부유럽에 위치한 러시아 연방국가 특히 Kalinin, Novgorod, Pskov와 Smolensk지역에서는 성공적이었고 중앙러시아에 해당하는 Moscow, Yaroslavl, Vologda, Gorkiy, Vladimir, Ryazan Oblasts 지역과 black soil belt로 알려진 Voronezh, Tambov, 그리고 Kursk, Volga 남부지역, 북부 Caucasus, Dagestan에서도 이주사업이 무척 성공하였답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Poltava, Kherson 그리고 Lugansk지역에 가장 많은 너구리가 정착하게 되었다네요.
1948년, 35마리의 너구리가 라트비아로 도입되었고 이 개체군은 급격하게 성장하여 1960에는 공식적으로 4,210마리의 너구리가 잡히기도 했답니다.

이제 너구리는 핀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에 매우 흔한 동물이 되었고  세르비아, 프랑스, 루마니아, 이탈리아,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독일, 노르웨이, 덴마크에서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덴마크 정부는 2015년도까지 번식 개체군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답니다. 핀란드에서는 너구리가 이주한 이후 영역을 확장시키는 속도를 보았더니 연간 약 40km 정도의 속도로 넓혀 나가더랍니다. 현재 여우보다 더 높은 밀도를 나타내는 지역도 있다는군요.
핀란드에서 연구된 바에 따르면 밀도회복율도 매우 뛰어난데, 1970-71년 수렵기에 818마리가 잡혔는데 그로부터 20년 후인 1990-91년 수렵기에는 약 75,000마리가 포획되었답니다. 놀랄만한 정착인 셈이죠.


개체군의 변동

너구리 연구가 많이 진행된 곳이 핀란드와 일본입니다. 개체군의 변동이라고 하면 동물수의 변동을 일컫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동은 일반적으로 출산과 폐사, 다른 곳에서부터의 이입와 이출에 따라 결정됩니다. 출산과 이입은 먹이환경조건이 개선되면 늘어나는 것이고, 폐사와 이출은 먹이환경과 더불어 질병, 수확(수렵), 자연적 혹은 인위적 재난 (지속적인 서식지의 파괴나 도로의 건설 등)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핀란드 자료를 살펴보면 가을과실(핀란드에서는 주로 bilberry와 lingonberry)이 영향을 미친답니다. 들쥐의 수도 영향을 주는데 과실이 적게 열리는 북부권이 남부권에 비해 들쥐의 수가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들쥐보다는 열매나 과실이 너구리의 개체군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먹이자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겠군요. 특히 밤이나 도토리, 은행 등과 같이 지방이 상대적으로 많은 열매들은 너구리들이 월동하는데 중요한 먹이식물 자원일겁니다. 가을에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어린 너구리들에게 겨울은 무서운 계절임은 틀림없고 이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가을과실이 매우 중요한 개체군 조절인자가 될 것입니다.


일본너구리 아종

일본너구리 아종은 우수리 아종에 비해 더 작은 송곳니와 두개골, 체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일본너구리 아종은 너구리와는 다른 종으로 분류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염색체 수와 행동습성, 체중의 차이를 들 수가 있다네요. 유전자 연구에 따르면 일본너구리 아종은 매우 다른 고립된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염색체는 38개에 불과합니다. 이는 대륙에 위치한 또 다른 아종들과는 차이는 보이는데 대륙 아종들의 염색체 수는 54개 이며 유전적 차이는 한국과 일본 차이가 2.4%였지만, 같은 대륙에 속하는 한국-러시아 0.4%, 한국-중국 0.6%, 한국-베트남 0.6%의 수치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이 아닌 다른 지역의 너구리들과 일본너구리 아종을 비교해보아도 러시아-일본 2.4%, 중국-일본 2.5%, 베트남-일본 2.3% 수준으로 매우 다르게 나타난 셈이지요. 이러한 이유로 너구리를 별개종으로 구분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개과동물 전문가그룹에서는 2001년 9월 이 의견을 기각한 바 있습니다만 계속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쨌건 너구리는 한반도 혹은 사할린을 거쳐서 약 18,000-12,000년 전에 일본으로 유입되었고, 아시아 대륙에 비해 좀더 온난한 기후에서, 특히 겨울철 먹이확보가 용이한 측면이 있어 좀더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즉 지금도 일본너구리는 '다른 종'으로 분화(speciation)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조절인자

포식자

해외에서는 늑대가 주된 포식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너구리는 달리는 속도가 느리고, 굴을 파기는 하지만 이러한 특징들은 모두 늑대가 동시에 가지는 특징이어서 잡히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일부 다른 지역에서는 여우가 새끼 너구리를 잡아먹는다는 보고도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늑대든 여우든 모두 사라진 동물들이어서 당분간은 이런 문제가 없겠습니다. 다만 수리부엉이는 충분히 어린 너구리들을 먹이로 삼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돌아다니는 유기견 중 극도로 야생화된 야견은 너구리를 공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수렵철에는 사냥개들이 너구리를 재미삼아 죽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골에서는 풀어키우는 진도개가 수시로 너구리를 물고 오는 걸 보신 분들도 많습니다.

진도개가 잡은 너구리. 
( 출처 : 대한민국 국견협회 )


로드킬

우리나라에서의 연구자료는 부족하지만 가장 빈번하게 로드킬에 의해 희생되는 중형포유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연간 110,000-370,000마리 정도가 도로에서 죽음을 맞는다고 보고된 바 있으니 우리나라의 너구리 개체군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요인임은 분명할 듯 합니다.

도로가에서 너구리의 사체를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질병과 기생충


너구리에게 제일 중요한 질병은 아마도 개선충증, 개홍역과 광견병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선충증(Scabies, Sarcoptic mange)은 Sarcoptes scabiei)가 원인체이고 감염된 동물과 접촉할 경우 사람에게도 발병 가능합니다. 굴 생활을 하는 너구리는 식구동물들에게 전면적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고 건강한 개체라도 감염이 될 수 있습니다. 귀와 겨드랑이, 복부, 다리에서 시작되며 털이 심하게 빠지고 심한 가려움증, 표피박리, 만성피부염 등을 유발하고 체중감소도 일으키지요. 너무 피부병변이 심하므로 어떤 사람들은 너구리 에이즈라고도 부른답니다. 2차적 세균이나 진균감염을 일으키면 농포를 형성하는 등 난치성으로 전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에게도 감염되지만 생활사를 이어갈 수 없어서 증식하지 못하고 자연적으로 없어지지만 한동안 가려움으로 고생을 좀 합니다. 우리나라 너구리에서 많이 보이며 특히 겨울철에 그 발생이 두드러진 것으로 보입니다. 한 보고에 의하면 일본의 너구리 폐사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겨울은 너구리가 살아남기 가장 힘든 계절인만큼 몸의 면역능력이 떨어져 더욱 잘 발생할 개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선충에 감염이 되면 온몸의 털이 빠지고, 심각한 2차 세균감염과 저영양증, 저체온증에 빠져 폐사하게 된다. 조기에 발견한다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다.
개선충, Sarcoptic Mange, Sarcoptes scaibei 암컷 성체다


개홍역(Canine distemper)은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라면 익숙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식육류 동물에서 넓게 발생하는데, 개를 비롯하여, 너구리, 여우, 늑대, 사자, 호랑이, 하이에나와 족제비 및 수달까지도 감염되는 질병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개홍역이라는 이름은 식육류홍역(Carnivore distemper)으로 질병이름을 바꾸자는 의견까지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종합예방접종에 포함된 질병인데, 바이러스 질병이지요. 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초기 3~6일간은 체온이 올라가고 이 시기에는 눈꼽과 콧물이 많이 나오며 다소 침울해지고 식욕을 잃게 됩니다. 2차적인 세균감염에 의해 소화기계와 호흡기계에서 문제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기침과 콧물을 시작으로 기관지염이 발생하고 이것이 진행되면 폐렴이 되기도 합니다. 설사 등이 나타나기도 하죠.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문제가 완전히 진행되기 전에는 야생너구리에서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바이러스 증식이 신경계에서 나타나는 경우 발작과 침울을 동반한 근육경직이 나타나며 많은 경우 경련, 마비, 근진전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여 개홍역에 걸리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니 반드시 간이키트검사 등을 통해서 안전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광견병(Rabies)은 우리나라에서 더욱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너구리에게는 그냥 몇몇 동물이 감염되어 폐사하는 것이므로 너구리 개체군에 큰 영향을 직접적으로 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개, 기타 가축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중보건 예방 상 매우 중요한 질병이며, 이 질병의 통제를 위해서는 먹이백신(미끼백신)을 사용함과 동시에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지역의 너구리를 대량 살처분하는 경우도 해외에서는 보고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2012년과 2013년에는 경기도 시화호에서도 광견병이 발생하였고, 너구리에서 광견병이 확인된 바 있어 우리나라에서 광견병 퇴치사업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 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광견병에 걸린 너구리로 추정되는 개체의 침으로 감사한 결과 양성으로 판정되었다.

2006-2015년까지 유럽에서 너구리에 의해 발생한 광견병 사례. 광견병의 통제에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이처럼 야생동물의 도입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 밖에도 8종의 흡충류, 17종의 선충류, Echinococcus 를 포함한 7종의 조충류에 감염된다고 기록되어 있고 Chaetopsylla trichosa, C. globiceps, Paraceras melis, Ctenocephalides felis, C. canis Pulex irritans를 포함한 벼룩 종류와  Dermacentor pictus, Ixodes ricinus, I. persulcatus, I. crenulatus and Acarus siro를 포함한 진드기가 기록된 바 있답니다. 특히 유럽으로 도입된 너구리 개체군을 통해 아시아 진드기매개성뇌수막염(Asian tick-borne meningoencephalitis virus)가 퍼진 사례도 있다는군요.


사람과의 관계

너구리를 인간이 활용하고 있는 가장 잘 알려진 방식이 바로 모피일 것입니다. 동유럽에서 서유럽으로 너구리가 퍼져나가고 있는 이유도 모피생산량 증대를 위해 구소련이 동아시아 동물인 너구리를 강제로 동유럽으로 옮겨 놓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모피는 현대 사회에서 동물권과 관련된 이슈와 맞물려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모피의 질을 좋게 한다는 의도로 살아있는 너구리에게서 껍질을 벗기는 중국 농장의 동영상이 공개되어 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겨울 최고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라쿤털은 여기저기 많은 사람들의 모자가 가득 달려 있었습니다. 많은 동물보호단체에서도 라쿤털의 문제를 지적하였고, EBS 하나뿐인 지구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다룬 바 있습니다(http://home.ebs.co.kr/hana/replay/4/list?vodSort=NEW&courseId=BP0PAPF0000000022&stepId=01BP0PAPF0000000022&searchCondition=shwLectNmSrch&searchKeyword=%EC%95%8C%ED%8C%8C%EC%B9%B4&searchStartDt=&searchEndDt=&x=0&y=0). 하지만 제가 아는 바로는 라쿤털이 아닌 너구리털이 분명했습니다. 특히 길고 검은 겉털은 너구리의 특징이지요. 중국에서 매우 대량으로 사육하여 생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이 생산이지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아비규환입니다. 심지어 살아있는 상태로 피부를 벗겨내기도 합니다. 영상을 끝까지 보기 힘든 이유입니다. 
만약 영상을 보고 싶으시다면 다음의 누리집을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rPNUCbRco0

그냥 집에 걸린 외투에도 너구리는 남아있습니다.




출처자료

https://en.wikipedia.org/wiki/Raccoon_dog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2867219/Inside-Chinese-fur-farms-breed-raccoon-dogs-tiny-cages-skin-alive-make-luxury-coats-sold-West.html
http://www.humanesociety.org/news/press_releases/2008/03/raccoon_dog_fur_misrepresented_031908.html?referrer=https://en.wikipedia.org/

국립생태원 김영준

    2015년 8월 11일 화요일

    도로 위에서 구조한 흰뺨검둥오리와의 인연이 남긴 숙제

    2015523일 토요일 이른 아침, 필자는 차에 올라탔습니다. 출근을 하기 위해서였죠.
    이른 아침이지만 하늘도 파랗고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는 상쾌한 아침이었습니다.
    30분 정도 흘렀을까요? 창 밖으로 야생동물의 사체 하나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사실 필자는 도로 위에서 희생되는 야생동물의 로드킬 실태를 조사한 경험이 있어 운전 중에도 쉽게 야생동물의 사체를 찾아내곤 합니다. 이미 명을 다한 것이 확실했고, 딱히 조처를 취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무거운 마음을 안고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굉장히 긴박한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운전을 하던 당시엔 거의 스쳐 지나가다시피 했지만 알 수 있었습니다. 아직 늦지 않은, 구해내야 할 생명이 있다는 것을 말이죠. 급하게 갓길에 차를 세우고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로 확인해보니 역시나 아직 살아있는 흰뺨검둥오리 새끼였습니다. 이들을 발견하기 이전에 앞서 스쳐 지나갔던 사체는 새끼들의 어미였던 것이죠. 흰뺨검둥오리는 보통 하천 주변의 야산이나 풀밭에서 알을 낳아 품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새끼는 바로 어미를 따라 강가로 이동합니다. 이때는 아직 날지 못하기 때문에 어미의 뒤를 따라 열심히 걸어서 이동하게 되죠. 이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하천 주변의 야산이나 풀밭에서 알을 낳은 후,
    부화한 새끼를 데리고 강으로 이동해 길러래는 습성을 지닌 흰뺨검둥오리


    부화 후 어미는 새끼들과 앞으로 함께 지낼 강으로 이동하기 위해 앞장 서 걸었을 것이고, 새끼들은 어미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강으로 가기 위해선 매섭게 달려드는 자동차를 피해 이 도로를 건너야만 했겠죠.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의 중앙까지 왔는데 앞에는 높은 벽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새끼들이 이 높은 중앙분리대를 넘을 수 있을 리 만무하지요. 다시 돌아가려고 해도 빠르게 달려오는 자동차가 계속해서 이들을 몰아세우고 있었을 겁니다.

    도로 중앙분리대 부근에서 위태로이 발견된 새끼 흰뺨검둥오리 9남매 


    어미는 얼마든지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을 겁니다. 새끼들을 포기했다면 말이죠.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지켜내기 위해 자리를 뜨지 못하며 함께 도로 위에 머물렀고, 그 과정에서 안타깝게 차량에 치어 생을 달리했을 겁니다.
    그렇게 남겨진 새끼들은 도로 가운데 위치한 중앙분리대를 벽 삼아 스쳐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거센 바람과 굉음을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혹여 사람이 갑작스럽게 다가가면 새끼들이 놀라 뿔뿔이 흩어질까 걱정되어 몸을 낮추어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가까이서 마주한 새끼들은 서로가 서로의 몸에 기댄 채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을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정말 작고, 아직은 나약한 생명이지만 집어 삼킬 듯이 달려오는 자동차를 마주하고도 살기 위해 버텨주고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결국 9마리의 작은 생명을 모두,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어미는 지켜주지 못했지만, 그 어미가 목숨을 고스란히 내 놓고서라도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새끼들은 살려낼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구조 후에도 이들은 계속해서 서로의 품에 파고들어 떨어지지 않으려 했습니다.
     
     
    이렇게 구조된 새끼들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올해의 첫 흰뺨검둥오리 새끼 구조가 되었습니다. 구조가 되어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태어나자마자 직면해야 했던 크나큰 두려움과 어미를 잃어버린 슬픔을 이겨내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들의 이러한 처지를 잘 알기에 구조센터 직원들 모두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고, 이를 아는지 흰뺨검둥오리 새끼들 역시 꿋꿋하게 잘 버텨내고 무럭무럭 자라주었습니다.

    한시라도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흰뺨검둥오리 9남매 
     

    구조된 지 약 2개월이 조금 지난 8월 초부터는 계속해서 날갯짓을 하고, 다소 높은 위치에서 뛰어내리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가에 서식하는 특성에 걸맞게 수영도 곧 잘했고, 잠수실력도 뽐냈습니다. 처음 30g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작은 생명이 어느덧 1kg이 넘어 그들의 어미를 쏙 빼 닮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들은 어느덧 멋진 흰뺨검둥오리가 되어갔습니다.
     
    제법 많이 성장한 새끼 흰뺨검둥오리의 모습


    810일 월요일.
    흰뺨검둥오리 남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흰뺨검둥오리들의 아침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털 고르기로 분주했습니다. 그들을 하나하나 포획하면서 눈을 맞추고 부디 잘 살아달라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흰뺨검둥오리의 방생 예정 장소는 충남에 소재한 어느 저수지입니다. 군데군데 자라나있는 수초와 연꽃그곳에는 이미 원앙, 쇠물닭, 해오라기, 백로 등 다양한 물새들이 살아가고 있었고, 이는 다양한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만큼, 흰뺨검둥오리에게도 적당한 서식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도로 위를 지나지 않을 수 있었다면, 어미와 함께 더 일찍 이런 멋진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텐데하는 생각이 들면서 흰뺨검둥오리를 구조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드디어 고대하던 자연과의 만남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상자의 문이 하나씩 열리고, 안에 있던 흰뺨검둥오리들이 조심스럽게 상자 밖으로 첫 발을 내딛기 시작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떼는 것도 어찌나 조심스러운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채로 구조되어 그 동안 사방이 철망과 벽으로 둘러싸인 계류장에 머물고 있었으니 넓디넓은 야생이 낯설기도 하겠지요. 이런 모습을 보여 자신의 어미를 빼앗아가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두려움을 안겨주었던 이 세상이 혹여 무서운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했지만, 그런 걱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강인하고 멋진 야생동물이었습니다.
     
    이송 상자에서 나와 드디어 자연으로 첫 발을 내딛게 된 흰뺨검둥오리 


    자연으로 돌아간 흰뺨검둥오리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자연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넓은 저수지에 힘차게 몸을 맡기고 수영을 즐기는 친구, 꽥꽥 소리를 지리며 물장구를 치는 친구, 그 동안 느낄 수 없었던 바람을 느끼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친구그들의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노라니 잘 살아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다가, 이제 정말 마지막 인사를 하고 뒤돌아 가려는데 한 친구가 저희의 머리 위로, 그것도 아주 가까이 다가와 지나갔습니다. 아마도 구해줘서, 그 동안 돌봐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아니면 잘 살아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인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 우리도 고맙다. 다치지 말고 부디 잘 살아라
     
    머리 위로 지나가는 흰뺨검둥오리, "그래, 우리도 고맙다. 부디 잘 살아라." 


    흰뺨검둥오리와 저희의 인연은 3개월에 걸쳐서 그 첫 번째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허나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무척이나 빈번하지만 너무나 위험한 사고, 사람과 야생동물 그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로드킬이들의 위태로움과 고통을 흰뺨검둥오리를 통해서 보았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로드킬의 위험에 처해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지켜주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 흰뺨검둥오리들이 어미가 되었을 때, 그들의 새끼를 데리고 안전하게,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줘야 하니까요.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5년 4월 27일 월요일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교육동물 – ② 너구리 ‘클라라&데이비드’ 下

    서산 버드랜드 내에 위치한 야생동물치료센터에는 여러 교육동물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사고로 인해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되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대중에 대한 교육, 즉 야생동물 보호의 중요성과 야생동물을 위협하는 요인을 알리고 동물의 전반적인 특징 등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감에 있어 더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버드랜드 내에서 운영이 되고 있어 그 이름과 취지에 걸맞게 교육동물의 대부분은 조류입니다. 허나 유일한 포유류로써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바로 너구리 '클라라&데이비드' 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데이비드'를 소개시켜 드릴까 합니다.

    너구리 '데이비드' 는 왜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요...?


    데이비드를 소개시켜드리기 전에!! 야생 너구리를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너구리는 우리나라 전역의 높지 않은 산림이나 평야(초지, 논밭), 하천 근처에 주로 서식하며 민가나 도심지 주변에도 살고 있습니다. 허나 아무리 개체수가 많고 다양한 곳에 살고 있는 너구리라 할지라도 야생동물의 흔적을 이용해 그들의 뒤를 쫓을 수 있을 정도로 숙련된 전문조사원이 아닌 이상 야생 너구리를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야생 너구리를 만나고 싶으신가요? 가능합니다. 지금 당장에라도 자동차에 올라타 시내를 벗어난 외곽 지역의 도로 위로 나가보세요. 장담 컨데 너구리를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아, 이 말씀을 안 드렸네요. 그게 설령 '주검' 이라도 괜찮으시다면 말이죠.

    야생너구리를 만나고 싶으신가요? 지금 당장 운전대를 잡고 도로 위로 나가시면 됩니다.
    그게 설령 '주검'이라도 괜찮다면 말이죠.


    데이비드는 2013년 7월의 마지막 날, 저희에게 오게 되었습니다. 우연찮게도 클라라와 같은 해, 같은 달에 구조가 되었네요. 예상하셨겠지만 데이비드 차량에 충돌하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구조 당시 양측 대퇴골에 골절이 확인되었고, 머리에는 출혈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좌측 안구에도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었죠. 이 역시도 차량에 충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임이 분명했습니다.

    접수 당시 촬영한 방사선 사진, 양측 대퇴골에 골절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차량과의 충돌에서 받은 충격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좌측 안구의 모습 


    그래도 데이비드는 나은 편입니다. 목숨은 지켜냈으니까요.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는 모든 분들이 아시다시피 굉장히 위험합니다. 충돌한 동물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정말 소수의 동물만이 목숨을 부지합니다.

    그런데 그 소수의 동물들이 목숨을 부지했다는 것이 꼭 희망적인 상황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소수의 동물들 중에서도 아예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평생 불편한 신체를 지니게 되는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데이비드처럼 말이죠.
    데이비드는 결국 영구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도저히 이 불편한 신체를 지니고서는 자연에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목숨은 지켜냈지만 그에게 있어 어쩌면 목숨보다 소중한 자연에서의 삶은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너구리는 국내 서식 포유류 중 행동반경이 작은 편에 속합니다. 때문에 다른 포유류에 비해 그 행동반경에 도로가 포함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긴 합니다만, 그것만으로 위안을 삼기엔 우리나라의 도로 사정이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10만km가 넘은 우리나라의 도로는 모든 야생동물의 삶에 포함되어있습니다. 너구리 역시 마찬가지이죠. 도로를 피해 살래야 살 수가 없는 것 입니다.

    첫 구조 당시 데이비드의 모습입니다. 충돌과정에서 받은 크나큰 
    충격으로 인해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는 아주 위급한 상태였습니다.


    2015년 4월 25일을 기준으로 하여,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개소 이후 총 3,407건의 구조접수가 있었습니다. 그 중 차량과의 충돌이 677건, 전체 구조의 약 20%를 차지합니다. 데이비드의 안타까운 사연은 677건의 사고 중 단 한건의 사고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677건의 사고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발생하는 로드킬 사고의 지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선 달려오는 차량을 피하지 못한 동물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대비 도로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로 손꼽을 정도로 많은 도로가 건설되어있으며 전국의 도로는 이미 10만km를 훌쩍 넘었습니다. 도로는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우리 삶에 많은 편이를 제공하지만 반대로 야생동물에겐 서식지 단절,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 등을 일으켜 그들의 삶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대로 도로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고, 차선 확장공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도로를 통해 닿지 못할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포화상태인데도 말이죠. 사실 국내에는 이미 버려지다시피 한 도로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생겨나는 도로들이 지금도 궁지에 몰려있는 야생동물을 더욱 벼랑 끝으로 몰아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행동반경이 작다고 알려진 너구리조차 도로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결국 너구리 데이비드는 끝내 자연으로 돌아가진 못했지만, 클라라와 함께 교육동물로 활약하며 많은 대중에게 현 시대를 살아가는 야생동물의 삶과 길죽음(로드킬) 그리고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다른 야생동물들이 자기와 같은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은 정말로 불가능한 이야기일까요? - 로드킬)


    처음 우리에게 왔던 데이비드는 사람을 굉장히 무서워했습니다. 뭐, 정상적인 야생동물이라면 사람을 무서워하는 게 당연하긴 합니다만, 데이비드는 끔찍한 고통의 시간을 겪어서인지 더더욱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습니다. 허나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마음의 문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예전보다 경계를 덜하기도 하고, 종종 스스로 다가와 냄새를 맡거나 옆에 있어도 무심하게 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데이비드는 야생성이 남아있고, 사람을 그다지 따르지 않기에 클라라처럼 놀아주거나 산책을 시켜줄 수 없습니다. 때문에 무료함을 달래주기위해 되도록 자주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새로운 자극을 주곤 합니다. 

    물을 무서워하는 클라라와 달리 물에 들어가 있는 것을 즐기는 데이비드.
    사실 너구리는 물을 좋아하는 동물이랍니다 :D


    보통 동물이 어떤 사고를 겪거나 자연사하게 되면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거나 땅에 거름이 되어 집니다. 비록 생을 다했지만, 에너지가 되어 다시 자연의 일부로 되돌아가게 되는 것이죠. 허나 로드킬은 그러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도로 위에서 계속해서 지나가는 자동차 바퀴에 짓이겨지고 흩어지면서 먼지가 되거나, 물에 씻겨 하수구로 흘러들어 갑니다. 


    죽은 동물의 에너지가 제대로 순환되지 못한다는 점, 사람과 동물이 서로에게 피해를 입히게 된다는 점, 살기 위해 도로를 건너야만 했던 동물들이 영문도 모른 채 당하는 이유 없는 죽음이라는 점에서 로드킬은 어쩌면 인간이 야생동물에게 가하는 가장 비윤리적인 영향일지도 모릅니다.


    '클라라와 데이비드' 이 친구들이 왜 이곳에 머물고 있는지 오랫동안 기억해주세요.
    여러분이 그래주신다면 클라라와 데이비드는 비록 자연을 잃었다한들

    야생에 있는 다른 친구들을 위한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4년 12월 21일 일요일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은 정말로 불가능한 이야기 일까요? - 로드킬 下

    필자는 로드킬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직접 도로 위로 올라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수많은 야생동물의 소리 없는 비명을 듣게 되었습니다.

    로드킬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설정한 조사 지역은 96번 국도 중 충청남도 홍성군 갈산면에서 서부면 궁리를 걸쳐 서산시 부석면까지 연결되는 도로의 일부 구간인 '천수만로' 였습니다. 천수만로 바로 옆에는 매년 수많은 철새들이 머무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인 천수만과 드넓은 농경지, 호수, 하천, 바다, 갯벌, 산 등이 존재하며 각각의 환경에 적응하고 서식하는 수많은 야생동물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로드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한 그 어떠한 장치나 노력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조사 대상인 천수만로의 위성지도 입니다. 대규모 간척에 의해 생성된 농경지와
    다양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 수많은 야생동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곳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다름아닌 '천수만로' 입니다


    조사는 2014년 7월~11월까지 5개월 동안 진행되었으며, 조사방법은 16km의 도로를 왕복하며 로드킬 개체 발견 시 날짜, 종명, 발생위치, 주변 환경, 도로 상황, 날씨 등을 기록하고 사진촬영을 실시 했으며, 발생위치는 GPS 수집 어플리캐이션을 이용해 수집한 후 Google 지도에 기록했습니다.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갓길도 없는 도로에 비상등을 켜고 내려
    좌표와 정보를 수집하고 사진을 찍습니다.
    옆을 스쳐지나가는 자동차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저를 집어삼킬 듯 무섭게 달려옵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사람인 저도 이렇게 무서운데 동물들은 어땠을까요...
    괴상한 빛을 내뿜고, 무섭게 소리지르는 그 자동차가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그리고 숨이 멈추는 순간까지  이 도로와, 사람을 얼마나 원망 했을까요...


    이제 조사 결과를 말씀드릴 차례겠죠... 5개월 동안 86차례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총 171건의 로드킬 발생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성급한 결론이긴 하지만 하루에 2마리의 야생동물이 이 도로 위에서 목숨을 잃고 있는 셈입니다.
    겨우 16km의 도로에서 하루 평균 2마리의 야생동물이 로드킬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다는 겁니다.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인지 이제 좀 와 닿으실까요? 아직 와 닿지 않으신다면 한 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각각의 도로마다 환경이 다르고, 교통량이 다르고, 여러 가지 조건이 다를 테니 적절하지 않지만, 정말 단순하게 생각하여 우리나라의 10만km 도로에 이 결과를 대입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하루에 12,500마리의 동물이 도로 위에서 차에 치이고 아무런 의미가 없는 죽음을 맞이한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그 죽음의 결과는 실로 비참한 먼지가 되어 바람에 날리웁니다.

    조사기간 동안 발견한 동물들의 처참한 모습입니다. 
    사진은 조사 동안 발견한 동물의 반도 되지 않습니다.
    171마리 동물들 하나하나의 모습과 표정을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동물들의 소리없는 비명을 들어주시고,
    이들이 겪었을 끔찍한 고통에 대해 함께 가슴아파 해주시길 바라고 싶습니다


    아래에는 본문에서 처음 보았던 천수만로의 위성사진에 로드킬에 의해 희생된 동물들을 발견한 지점의 GPS를 한데 모아 입력한 결과가 있습니다. 좌표들의 값을 입력해 한 장에 담아봤더니 점이 아니라 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은 제가 조사한 도로 구간을 뚜렷이 나타내는 하나의 길이 되어있었습니다. 조사를 시작하기 이전엔, 그래도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구간이 있을 테고, 그 부분만이라도 로드킬을 줄일 수 있는 어떠한 조치를 취한다면 조금이라도 로드킬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게 사실입니다. 허나 어느 곳 하나 안전한 장소는 없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도로 전체가 동물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죠.

    로드킬 발생 지점의 좌표들을 입력한 후 종합했더니 점들이 모여 선을 이루었습니다.  선은 제가 조사한 천수만로 전체를 덮고있었습니다. 도로 전체가 동물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죠


    171건의 로드킬 발생 흔적 중에는 당연히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동물도 포함되있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 324-2호, 멸종위기야생동물 Ⅱ급의 수리부엉이
    천연기념물 제 324-3호의 솔부엉이
    멸종위기야생동물 Ⅱ급의 삵
    생명에 경중을 메길 순 없지만, 지금 당장 보호받아야 할 정도로 위험에 처해있는 동물들 역시 로드킬의 위험에서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생명에 경중을 메길 순 없지만, 지금 당장 보호받아야 할 정도로
    위험에 처해있는 동물들 역시 로드킬의 위험에서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천수만로는 서산 버드랜드, 홍성 조류탐사과학관 등 자연과 생명을 체험할 수 있는 여러 곳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자연과 생명을 만나러 가는 이 길 위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자연과 생명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자연과 생명을 배우고 체험했던, 하려 했던 많은 이들이 동물을 지켜주기 위한 그 어떠한 것도 없는 이 도로를 지나면서 무엇을 느끼게 될까요? 그들이 이 도로를 지나 만난 자연이 진정 현실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천수만의 여러 교육기관에서는 천수만에 도래하는 많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이 동물들이 정작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위험에 처해있는지는 이야기해주지 않습니다.
    저는 많은 분들이 이러한 현실에도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여주셨으면 합니다.

    매년 겨울이 되었을때 서산 천수만에 흑두루미가, 황새가 도래한다는 것도 중요합니다.
    허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동물들이 겪고있는 지금 이 순간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주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야 할 미래입니다


    앞서 로드킬이 얼마나 야생동물을 위협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렇다면 이젠, 로드킬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합니다. 알아야 지켜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기존에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생태육교나 생태통로가 있습니다!! 운전을 많이 하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생태육교나 생태통로를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생태육교와 생태통로가 정말로 로드킬을 줄일 수 있는 정답이 될까요?
    (380억 들여 만든 ‘위험통로’ 고라니는 겁이 납니다) 해당 링크로 이동하시면 아실 수 있듯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설치되어있는 생태통로나 생태육교는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이는 해당 서식지에 살아가는 동물들의 생태에 초점을 맞추지 못했거나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등의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생태통로의 잘된 사례, 잘못된 사례
    (출처 : 국립공원관리공단·환경부)


    또 어떤 게 있을까요? 생태통로와 역시 마찬가지로 운전을 하다 보면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야생동물 출몰지역 표지판도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내비게이션에서 알려주는 "야생동물 출몰 지역입니다. 주의하세요." 라고 알려주는 것도 표지판과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는 운전자에게 야생동물 로드킬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해달라는 안내를 내리는 역할을 합니다.


    허나 앞서 얘기한 방안들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우리들의 마음가짐 입니다. 도로 위에서 의미 없는 죽음을 당하고 있는 야생동물들을 지켜주고자 하는 마음가짐 말이죠. 그리고 그 마음가짐을 운전습관에 고스란히 담아낸다면 그 무엇보다 뛰어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로드킬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도로의 건설이지만, 가장 위협적인 원인은 다름 아닌 '과속' 입니다. 야생동물은 자신이 서식하는 지역 인근의 도로에서 자동차들이 어느 정도 속도로 달리는지 알고 있습니다. 즉 해당 도로의 '제한속도'를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도로를 건널 때는 나름대로의 판단을 내리고 건너게 되는데,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은 채 과속을 해서 오는 자동차가 있다면 당연히 사고를 당할 위험이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시야확보가 어려운 밤이나, 야생동물이 나올 법한 지방의 도로를 다닐 때에는 표지판이 없더라도 항상 로드킬을 의식하고 조금 더 속도를 줄여 운전을 해주셔야 합니다.

    "설마 내가 로드킬을 하겠어...?"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로드킬은 나에겐 일어나지 않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일까요? 조사 전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해주신 100분 중 38분이 로드킬의 가해자가 되었거나, 로드킬이 발생하는 순간을 목격하였거나, 로드킬로 인해 발생되는 크고, 작은 2차 사고를 목격했다고 응답했습니다. 100명의 운전자 중 38%에 해당하는 인원이 직, 간접적으로 로드킬을 경험했습니다. 정말 나에겐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일까요?
    여러분께서 로드킬에 의해 희생되는 수많은 동물들을 진심으로 걱정해주시고 이들을 지켜주고 싶으시다면 꼭!! 운전하실 때 제한속도를 지켜주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여유 있게 더 낮은 속도로 운전해주세요. 속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제동거리도 짧아지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야생동물이 나타났을 때 치지 않고 멈출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정말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제한속도 정도는 지키는 여유를 가져주세요.
    당신의 마음가짐과 운전습관이 의미없는 죽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조사기간 동안 필자는 도로 위에서 울려 퍼지는 동물들의 소리 없는 비명을 듣고 수없이 많은 야생동물의 사체를 봤지만, 도로 위에서 사체를 발견한다는 건 여전히 익숙해지지를 않습니다. 어떤 동물의 사체인지 확인하기 위해 동물의 사체를 들추다가 혹은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사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사체와 눈이 마주칠 때가 있습니다. 미처 감지 못한 그 눈으로 무언가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언제까지 도로 위에서 희생되어진 동물들의 눈빛을, 그들의 이야기를 무시해도 되는 걸까요...

    부디 이 동물의 소리없는 외침을, 눈빛을 잊지 말아주세요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