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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27일 월요일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교육동물 – ② 너구리 ‘클라라&데이비드’ 下

서산 버드랜드 내에 위치한 야생동물치료센터에는 여러 교육동물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사고로 인해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되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대중에 대한 교육, 즉 야생동물 보호의 중요성과 야생동물을 위협하는 요인을 알리고 동물의 전반적인 특징 등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감에 있어 더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버드랜드 내에서 운영이 되고 있어 그 이름과 취지에 걸맞게 교육동물의 대부분은 조류입니다. 허나 유일한 포유류로써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바로 너구리 '클라라&데이비드' 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데이비드'를 소개시켜 드릴까 합니다.

너구리 '데이비드' 는 왜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요...?


데이비드를 소개시켜드리기 전에!! 야생 너구리를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너구리는 우리나라 전역의 높지 않은 산림이나 평야(초지, 논밭), 하천 근처에 주로 서식하며 민가나 도심지 주변에도 살고 있습니다. 허나 아무리 개체수가 많고 다양한 곳에 살고 있는 너구리라 할지라도 야생동물의 흔적을 이용해 그들의 뒤를 쫓을 수 있을 정도로 숙련된 전문조사원이 아닌 이상 야생 너구리를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야생 너구리를 만나고 싶으신가요? 가능합니다. 지금 당장에라도 자동차에 올라타 시내를 벗어난 외곽 지역의 도로 위로 나가보세요. 장담 컨데 너구리를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아, 이 말씀을 안 드렸네요. 그게 설령 '주검' 이라도 괜찮으시다면 말이죠.

야생너구리를 만나고 싶으신가요? 지금 당장 운전대를 잡고 도로 위로 나가시면 됩니다.
그게 설령 '주검'이라도 괜찮다면 말이죠.


데이비드는 2013년 7월의 마지막 날, 저희에게 오게 되었습니다. 우연찮게도 클라라와 같은 해, 같은 달에 구조가 되었네요. 예상하셨겠지만 데이비드 차량에 충돌하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구조 당시 양측 대퇴골에 골절이 확인되었고, 머리에는 출혈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좌측 안구에도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었죠. 이 역시도 차량에 충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임이 분명했습니다.

접수 당시 촬영한 방사선 사진, 양측 대퇴골에 골절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차량과의 충돌에서 받은 충격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좌측 안구의 모습 


그래도 데이비드는 나은 편입니다. 목숨은 지켜냈으니까요.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는 모든 분들이 아시다시피 굉장히 위험합니다. 충돌한 동물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정말 소수의 동물만이 목숨을 부지합니다.

그런데 그 소수의 동물들이 목숨을 부지했다는 것이 꼭 희망적인 상황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소수의 동물들 중에서도 아예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평생 불편한 신체를 지니게 되는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데이비드처럼 말이죠.
데이비드는 결국 영구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도저히 이 불편한 신체를 지니고서는 자연에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목숨은 지켜냈지만 그에게 있어 어쩌면 목숨보다 소중한 자연에서의 삶은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너구리는 국내 서식 포유류 중 행동반경이 작은 편에 속합니다. 때문에 다른 포유류에 비해 그 행동반경에 도로가 포함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긴 합니다만, 그것만으로 위안을 삼기엔 우리나라의 도로 사정이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10만km가 넘은 우리나라의 도로는 모든 야생동물의 삶에 포함되어있습니다. 너구리 역시 마찬가지이죠. 도로를 피해 살래야 살 수가 없는 것 입니다.

첫 구조 당시 데이비드의 모습입니다. 충돌과정에서 받은 크나큰 
충격으로 인해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는 아주 위급한 상태였습니다.


2015년 4월 25일을 기준으로 하여,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개소 이후 총 3,407건의 구조접수가 있었습니다. 그 중 차량과의 충돌이 677건, 전체 구조의 약 20%를 차지합니다. 데이비드의 안타까운 사연은 677건의 사고 중 단 한건의 사고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677건의 사고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발생하는 로드킬 사고의 지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선 달려오는 차량을 피하지 못한 동물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대비 도로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로 손꼽을 정도로 많은 도로가 건설되어있으며 전국의 도로는 이미 10만km를 훌쩍 넘었습니다. 도로는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우리 삶에 많은 편이를 제공하지만 반대로 야생동물에겐 서식지 단절,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 등을 일으켜 그들의 삶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대로 도로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고, 차선 확장공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도로를 통해 닿지 못할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포화상태인데도 말이죠. 사실 국내에는 이미 버려지다시피 한 도로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생겨나는 도로들이 지금도 궁지에 몰려있는 야생동물을 더욱 벼랑 끝으로 몰아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행동반경이 작다고 알려진 너구리조차 도로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결국 너구리 데이비드는 끝내 자연으로 돌아가진 못했지만, 클라라와 함께 교육동물로 활약하며 많은 대중에게 현 시대를 살아가는 야생동물의 삶과 길죽음(로드킬) 그리고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다른 야생동물들이 자기와 같은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은 정말로 불가능한 이야기일까요? - 로드킬)


처음 우리에게 왔던 데이비드는 사람을 굉장히 무서워했습니다. 뭐, 정상적인 야생동물이라면 사람을 무서워하는 게 당연하긴 합니다만, 데이비드는 끔찍한 고통의 시간을 겪어서인지 더더욱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습니다. 허나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마음의 문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예전보다 경계를 덜하기도 하고, 종종 스스로 다가와 냄새를 맡거나 옆에 있어도 무심하게 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데이비드는 야생성이 남아있고, 사람을 그다지 따르지 않기에 클라라처럼 놀아주거나 산책을 시켜줄 수 없습니다. 때문에 무료함을 달래주기위해 되도록 자주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새로운 자극을 주곤 합니다. 

물을 무서워하는 클라라와 달리 물에 들어가 있는 것을 즐기는 데이비드.
사실 너구리는 물을 좋아하는 동물이랍니다 :D


보통 동물이 어떤 사고를 겪거나 자연사하게 되면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거나 땅에 거름이 되어 집니다. 비록 생을 다했지만, 에너지가 되어 다시 자연의 일부로 되돌아가게 되는 것이죠. 허나 로드킬은 그러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도로 위에서 계속해서 지나가는 자동차 바퀴에 짓이겨지고 흩어지면서 먼지가 되거나, 물에 씻겨 하수구로 흘러들어 갑니다. 


죽은 동물의 에너지가 제대로 순환되지 못한다는 점, 사람과 동물이 서로에게 피해를 입히게 된다는 점, 살기 위해 도로를 건너야만 했던 동물들이 영문도 모른 채 당하는 이유 없는 죽음이라는 점에서 로드킬은 어쩌면 인간이 야생동물에게 가하는 가장 비윤리적인 영향일지도 모릅니다.


'클라라와 데이비드' 이 친구들이 왜 이곳에 머물고 있는지 오랫동안 기억해주세요.
여러분이 그래주신다면 클라라와 데이비드는 비록 자연을 잃었다한들

야생에 있는 다른 친구들을 위한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댓글 1개:

  1. 정말 좋은일 하십니다 댓글을 잘 남기는 편은 아니지만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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