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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30일 화요일

위기의 청소동물, 이건 먹지 말았어야 했는데!

매년 겨울철이면 최상위포식자에 속하는 독수리나 흰꼬리수리와 같은 대형 맹금류가 여지없이 구조되어 들어옵니다. 녀석들은 덩치도 크고, 하늘에서 바람을 타고 유유히 비행하는 습성을 지녔기에 누군가의 눈에 띄기 쉽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하나같이 법정보호종에 속해 당장에 보호를 필요로 하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쏘아대는 총에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적 테두리를 한참이나 벗어난 야만적 행태지요.
녀석들을 위협하는 것은 밀렵만이 아닙니다. 안개가 끼거나 흐린 날에는 교각이나, 전깃줄, 풍력발전소의 날개와 같은 인공구조물에 부딪히곤 합니다. 워낙 덩치가 크다보니 즉각적인 회피 비행이 어려워 갑작스레 눈앞에 나타난 구조물을 미처 피하지 못하곤 합니다

독수리나 흰꼬리수리 같은 대형 맹금류는 종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죽은 동물의 사체도 곧 잘 찾아먹는 청소동물이기도 합니다누군가는 사체를 먹는 동물의 습성을 부정적인 모습으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편견일 뿐, 생태계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왜 우리 사람들이 먹는 고기 역시 대부분은 죽은 동물의 사체에서 비롯되는걸요. 이상할 것 하나 없죠

대표적인 청소동물 '독수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소동물이 생태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사체가 오래 방치되면 부패하기 마련입니다. 이는 질병의 확산, 해충의 집단발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지요. 그런데 독수리와 같은 청소동물이 나타나 사체를 소비한다면, 이런 문제를 예방하고, 질병의 확산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만약 이런 동물의 개체수가 급감해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든다면, 우리는 보다 많은 질병에 노출되는 삶을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겁니다
이런 청소동물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 중 하나가 '썩은 고기'를 좋아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청소동물에게 죽은 사체를 찾아 먹을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습니다. 녀석들에겐 꽤나 간절한 기회지요. 또, 얼마 전 폐사한 신선한 먹이만을 찾아 헤맬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만약 신선한 먹이만을 선호하는 성향을 지닌 청소동물이라면 다른 개체와의 경쟁에서 쉽게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조금 시간이 지나 부패가 시작되었을지라도 그 먹이를 포기할 수 없는 거죠. 그렇다보니 부패한 먹이원을 섭취해 식중독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독수리, 까치, 큰부리까마귀가 모여 고라니 사체를 섭식하는 모습 


이처럼 사체를 먹는 청소동물에게는 '먹이원이 되는 폐사체가 과연 어떤 이유로 폐사했는가'가 녀석들의 생사를 결정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사항이 됩니다. 만약 농약을 먹어 죽은 동물을 먹는다면 녀석들 역시 마찬가지로 농약중독이 발생합니다. , 누군가가 쏜 납탄에 맞고 죽은 동물을 먹는다면 납중독으로 이어집니다. 농약중독과 납중독이 가지는 여러 차이가 있긴 하지만, 소량만 섭취해도 문제가 발생하며, 쉽게 분해되지 않고 축적된다는 특징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지역에 서식하는 더 많은 동물이 같은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치명적인 공통점을 지녔습니다. 절대 경계를 늦출 수 없는 문제겠지요.

누군가 고의적으로 농약을 묻힌 볍씨를 논에 뿌려두었고, 이를 먹은 가창오리 수십 마리가 폐사했다. 이후, 이 가창오리를 먹은 십여 마리의 독수리가 농약중독으로 조난되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축산물의 야외폐기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 이러한 청소동물들이 먹이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녀석들을 보호하기 위해 민간단체와 관공서에서 부분적으로나마 먹이를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죠. 하지만 제공되는 먹이에 도축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이 포함되어져 있거나, 가축농장에서 나온 폐사체 등도 활용되고 있어 잠재적인 질병감염의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정육을 제공하기에는 가격이 비싼 문제가 존재합니다

농가에서 기르다가 폐사해 버려진 닭을 먹는 어린 흰꼬리수리


최근에는 사고로 인해 폐사한 야생동물, 특히 고라니를 먹이로 제공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폐사한 야생동물이 다른 야생동물에게 섭식되어 에너지원이 된다는 것 자체에는 의미가 있지만, 주로 제공되는 고라니의 경우 수렵의 과정에서 사용된 납탄이 몸에 박혀있을 가능성이 있고, 이를 독수리나 흰꼬리수리가 먹게 된다면 심각한 납중독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고라니 등의 야생동물을 먹이로 제공하기 이전에는 방사선 촬영을 통해 몸에 납탄이 있는지의 여부를 우선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죠

차량충돌에 의해 폐사한 고라니를 흰꼬리수리가 발라먹은 모습.
사냥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어린 대형 맹금류에게 도로 위의 사체는 위험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먹이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2차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존재한다.

차량에 충돌해 구조된 고라니의 근육 속에 납탄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고라니가 청소동물의 먹이로 제공된다면, 납중독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너무 많은 개체의 대형 맹금류를 한 장소로 모이게 만들면 예기치 못한 질병의 확산이나 오염원과의 접촉으로 대규모 피해가 야기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독수리들이 대규모로 도래하는 지역에서 여러 마리가 같은 위험에 노출되어 단체로 조난에 처하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먹이를 안줄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먹이 제공을 중단한다면, 녀석들은 심각한 굶주림에 처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아주 다양한 곳에 나눠 제공하는 것 역시 물리적인 어려움이 있겠지요. 앞으로도 이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당사자들 간의 지속적인 협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 봄이 찾아오면 이 덩치 큰 친구들은 그들의 번식지인 몽골, 러시아 등으로 북상하게 됩니다. 그때까지 아무쪼록 잘 먹고, 잘 쉬다가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꼭, 내년에 새끼를 데리고 우리나라를 찾아와 다시금 만날 수 있기를, 푸른 하늘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녀석들과 오래오래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바람을 타고 유유히 하늘로 날아오르는 독수리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7년 1월 5일 목요일

야생동물의 이름과 학명, 그 안에 비추는 녀석들의 삶

하나의 동물이라도 그들을 부르는 이름은 꽤나 다양하다. 각각의 나라에서 부르는 국명이 대표적이지만, 영어권의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영명도 있고, 또 과거에 불려왔지만 현재는 부르지 않는 고명(옛 이름)도 있다. 심지어 어떤 동물은 이런 이름이 여럿인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에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저지대의 강변이나 경작지, 산림, 초원 등 먹잇감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누룩뱀은 국내에서만 하더라도 금화사, 석화사, 밀뱀산구렁이 등 참으로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다. 이처럼 하나의 나라 안에서도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혹은 동물의 이름을 각각 달리 부르는 것은 사실 굉장히 흔한 경우이다.

금화사, 석화사, 밀뱀, 산구렁이 등 국내에서만 하더라도 참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누룩뱀. 



그런데 이처럼, 국명이든 국외명이든 여러 가지 이름이 동시에 불리면 종종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한다. 예를들어, 우리나라의 까치를 다른 나라에 가면 까치라 부를 수 없다. 아니, 부를 수야 있겠지만 외국인은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영어권의 나라라면 그나마 널리 쓰이는 영명을 통해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는 이 역시도 한계가 있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상황이다. 각 나라마나 고유의 언어와 문화가 있고, 그들의 역사에 맞게끔 이름을 부르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여기엔 불편함이 뒤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야생동물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물은 살아있기 때문에 움직일 수도 있고, 여러 나라에 널리 분포해있기도 한다. 우리에게나 국경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지, 녀석들이 그것을 이해하고 살아갈리 만무하다. 국경을 잣대로 녀석들을 구분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이 아닌 우리의 기준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까치가 다른 나라에서는 까치가 아니지만 결국, 둘은 같은 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일종의 약속이 필요했다. 어떠한 동물의 이름을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인정하여 사용하는, 바로 학명이다.

수리부엉이의 분포를 나타내는 지도이다. 이는 수리부엉이가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것도 아니고, 국경을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도 아님을 나타내고 있다물론, 거리가 멀리 떨어져있는 곳에 서식하는 개체들 사이에는 생태적, 유전적 차이(아종 등)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긴 하다.
(사진 출처 : IUCN)


학명은 기본적으로 종(Species)을 표기하는 방법으로, 라틴어를 이용해 속(Genus)명과 종(Species)명을 조합한 이명법을 따르고 있다. 이는 국제적으로 약속된 종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동물을 분류해 종의 위치를 나타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매의 학명은 Falco peregrinus , 황조롱이는 Falco tinnunculus . 이 둘은 속명인 Falco가 같은 것으로 보아, 분류학적으로 같은 속에 포함된 다른 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좌측 : 매 / 우측 : 황조롱이
Falco라는 속명을 미루어보아, 둘은 같은 속에 속하는 다른 종임을 알 수 있다.



학명이 가지는 의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학명은 처음 동물을 발견해 학계에 보고한 사람이 정하게 되는데, 속명이야 분류학적 위치에 따라 정한다 하더라도 종명은 명명자가 짓기 나름이다. 때문에 발견자의 이름이나 지역명을 라틴어화 해서 부르기도 하는데, 보통은 그 동물이 지닌 특징을 종명에 담아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흰꼬리수리의 영명은 하얀색 꼬리를 지닌 바다수리라는 뜻의 ‘White-tailed Sea Eagle’이다. 그렇다면 학명은 어떠할까? Haliaeetus albicilla. 이게 녀석이 학명이다. hali는 바다 또는 소금, aeetus는 수리라는 뜻이다. , albi는 하얗다, cilla는 꼬리를 뜻한다. 그러니까 녀석의 학명을 풀어 써보면 결국, 하얀색 꼬리를 지닌 바다수리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국명도, 영명도, 학명도 녀석의 가장 두드러지는 외형적 특징인 하얀 꼬리를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녀석의 국명, 영명, 학명은 모두 외형적 특징인 하얀 꼬리를 가르킨다.


물론, 모든 동물의 학명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학명을 알아본다면 그 동물의 분류학적 위치나 외형, 생태적 특징을 이해하는데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야생동물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제는 그들 이름의 어원이나 학명을 들여다보자. 아는 만큼 관심도 높아지고, 지켜주고자 하는 마음도 강해질지 모르니까.

, 참고로 까치의 학명은 Pica pica, 수리부엉이의 학명은 Bubo bubo 이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6년 2월 5일 금요일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 흰꼬리수리의 힘겨운 삶

2015년 1월 4일... 총성이 울려 퍼지고 한 생명이 하늘에서 힘없이 추락했습니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날개가 있는 것도 얼마든지 추락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야생동물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서 말이죠.

추락한 생명은 다름아닌 '흰꼬리수리' 였습니다. 흰꼬리수리는 국내에 도래하는 대형 수릿과 조류로, 세계에서 4번째로 크고 무거운 수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년 겨울 강 하구나, 드넓은 호수를 지니고 있는 지역에 도래하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이자 천연기념물 243-4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입니다. 일단 성장을 하게 되면 자연생태계에서 Apex predator, 즉 천적이 없는 최상위포식자가 됩니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역시 위험은 존재합니다. 바로 우리 '인간' 이지요.

당시 태어나 채 1년도 되지 않은 어린 상태였고,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도래했다가 누군가가 무책임하게 쏘아댄 총에 맞은 것이죠. 발견 당시 우측 척골 부근에 총알이 그대로 박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뼈도 부러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날개에 총알이 그대로 밝혀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골절을 확인할 수 있는 방사선 사진


그렇게 흰꼬리수리는 구조센터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예후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 누구도 흰꼬리수리가 다시 힘차게 날갯짓하는 모습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건 아마, 하늘을 날아다니던 그의 자유를 빼앗은 것이 바로 우리였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흰꼬리수리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에게 총구가 겨눠지던 혹독한 그날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씻어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으니까요.

그렇게 점차 시간이 흘렀고 많은 이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듯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점차 건강을 되찾아갔고, 부러졌던 뼈도 붙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계류장 내에서 비행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흰꼬리수리는 겨울철새 입니다. 주로 러시아 등지에서 번식을 하고 겨울에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것이죠. 그렇기에 자연으로 돌려보내 생존의 성공확률을 더 높여주기 위해선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계절인 겨울이 되어야 하는데, 구조되어 치료, 재활의 과정을 충분히 거치기에는 남은 겨울이 너무 짧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흰꼬리수리는 조금 더 확실하게 재활의 과정을 거친 후 다시 돌아오는 겨울에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만 했습니다.

치료를 받고 회복하여 계류장 내에서 재활훈련을 받고있는 흰꼬리수리


봄, 여름, 가을...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다시 겨울이 돌아왔습니다. 약 11개월 동안 이곳에 머물러야했던 흰꼬리수리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때가 된 것이죠. 모든 신체검사를 끝내고, 인식을 위한 금속가락지와 GPS 위치추적기를 부착했습니다. 추적기를 통해 특정 시간마다 흰꼬리수리가 머물고 있는 지점의 좌표가 수신되어 머물고 있는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한다면 흰꼬리수리가 머물고 있는 현장으로 직접 가서 어떻게 지내는지 모니터링 할 수 있고, 적합한 서식환경을 연구하거나, 필요하다면 다시 재구조를 할 수도 있겠지요?

10월 31일. 그렇게 흰꼬리수리는 많은 이의 기쁨과 따뜻한 마음 속에 자연으로의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습니다. 총에 맞아야했던, 약 1년 이라는 시간을 힘겨운 재활과 싸워야 했던 아픈 기억일랑 접어두고 이제는 편히 살아주었으면... 하는 기대도 저 날갯짓에 함께 날려보내주었습니다.

약 11개월의 시간 동안 학수고대했을 자연으로의 방생 순간



흰꼬리수리가 자연으로 돌아간 후 그가 머물고 있는 좌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며, 특이사항이나 위험성 등을 점검했습니다. 떠나보냈다고 저희의 책임이 끝난 것은 아니니까요. 2주일에 1번 정도는 현장으로 나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모니터링도 실시하였습니다.

GPS 추적장치를 통해 흰꼬리수리의 이동경로, 머문 환경 등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방생장소 부근에서 약 3일간 머물던 흰꼬리수리는 이후 더 북상하여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흰꼬리수리는 어류, 조류, 포유류 등 다양한 먹이를 사냥하지만, 죽어있는 먹잇감 등도 곧 잘 먹는 기회포식의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현장에 나가봤더니 비에 쫄딱 젖으면서까지 로드킬 된 고라니를 먹고 있기도 했으니까요.

방생 후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을 기록한 사진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안정화되면서 이제 조금은 마음을 놓을 찰나, 저희는 또 다시 비보를 접해야만 했습니다. 저희가 부착한 금속가락지와 GPS 위치추적기를 부착하고 있는, 그 흰꼬리수리가 구조되어 다시 저희한테 왔다는 것을요.
또 다시 누군가가 쏘아댄 총에 맞았는지, 전깃줄에 부딪혔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크게 달라질 것 없는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그를 두 번 다치게 한 것 모두 우리의 책임이라는 점이죠. 상황은 이전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상처도 더 심했고 예후도 좋지 못했습니다.

총에 맞았던 우측날개의 상완골이 부러져있는 모습 


긴박하게 수술을 진행했고, 뼈의 위치를 맞춘 후 핀을 삽입해 정복하였지만 뼛조각이 유실된 문제 등으로 그 예후를 짐작하기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최악의 경우 오른쪽 날개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 역시도 고려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날개를 절단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정상 비행이 가능하리라고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었습니다.

우측 날개 정복 수술을 받고 있는 흰꼬리수리 


결국 흰꼬리수리는 또 다시 구조센터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1년여 간을 고생하고, 참아가면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겨우 100일 정도 살았을 뿐 입니다. 태어난 지 2년도 되지 않은 이 생명이 짧은 기간 동안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이번에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 마저도 굉장히 요원하다는 것 이겠지요...
만약 다시는 하늘을 날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요? 평균 수명이 약 25년 정도인 흰꼬리수리입니다. 채 1년도 자연에서 살지 못하고, 남은 모든 기간을 자연을 그리워하며 지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지요.

야생에서의 삶도 생존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척박함 그 자체일 것 입니다. 춥고 배고프고, 쫓기고 쫓고, 경쟁하고 인내하며 살아야함은 분명하겠지요. 우리가 더 이상 방해하지 않아도 이미 벼랑 끝에 몰려있는 그들의 삶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총구를 겨누고, 덫을 놓고, 쫓아내고 있지요. 

날개가 있건 없건, 우리는 이 지구상에서 굉장히 많은 생명을 추락시킬 수 있는 무서운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이 다 추락하고 나면, 그 다음은 무엇을 추락시킬까요? 이제는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줘야하지 않을까요?


모든 생명이 다 추락하고 나면, 그 다음은 무엇을 추락시킬 건가요?
이제는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줘야하지 않을까요?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