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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3일 일요일

야생동물과의 공존, 그 어려운 딜레마에 대하여

삵이 덫에 걸렸다. 그것도 ‘창애’라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덫에 말이다.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에 해당해 보호받아야 하는 삵이 왜 이런 덫에 걸리게 되었을까?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고양잇과 야생동물 '삵'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사람이 덫이나 총을 이용해 야생동물을 포획하는 경우는 대게 이러하다. 동물의 털이나 가죽을 얻기 위해, 근거 없는 보신문화로 야생동물을 섭취하기 위해, 연구/전시/사육의 목적이 있을 경우, 사냥을 취미로 삼고 즐거움을 얻기 위해, 동물을 혐오하기 때문에가 그 이유일 수 있겠다. 그리고 하나 더, 동물이 사람에게 경제적으로 피해를 끼치거나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삵이 덫에 걸린 곳은 어느 양계 농가였다. 요 며칠 녀석이 양계장에 침입해 닭을 물어갔다. 물어간 한, 두 마리 닭이 피해의 전부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일반적으로 양계농가는 닭을 좁은 공간에서 집단으로 밀집사육 한다. 삵이나 수리부엉이 같은 포식자가 닭을 노리고 양계장에 들어오면 놀란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폐사하거나 포식자를 피해 무리지어 다니다가 넘어져 밟히거나 서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폐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경우가 발생하면 닭을 사육하는 농장 주인에게는 꽤나 큰 경제적 피해를 끼칠 수도 있는 것이다.

침입자로 인해 폐사한 양계장의 닭

크고, 작은 피해가 반복되자 농장 주인은 침입하는 녀석을 잡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덫을 구매해 양계장에 드나드는 길목에 설치해두었고, 삵은 이 덫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걸리게 된 것이다. 자신과 닭에게 피해를 주는 삵을 잡는데 성공했다는 성취감을 느끼기도 전에 막상 덫에 걸려 몸부림치는 녀석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구조센터에 구조를 요청하게 되었다.
현장에서 만난 삵의 몰골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덫에 걸린 뒷다리는 잘려나가기 직전이었고 상처부위엔 파리가 들끓으며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다. 덫에 걸린 뒤 풀어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다치게 되었는지 오른쪽 눈이 심하게 부어있기도 했다. 덫을 제거하고 녀석을 구조하기 위해 다가갔지만 녀석은 무척이나 예민해진 상태였다. 사람에 의해 덫에 걸렸으니 사람이 그리도 두려운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상황이었다.

덫에 걸린 삵의 모습. 다리가 거의 절단되기 직전임을 확인할 수 있다.





녀석을 포획하는 모습을 내내 지켜보던 정작 덫을 설치했던 양계장 주인분의 표정에는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가득했다. 마치 자신이 덫을 설치한 걸 후회라도 하는 듯 말이다. 그럴 수밖에,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고통 받는 생명체를 지켜보는 것이 어찌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양계장 주인의 선택을 쉽사리 비난하는 건 문제가 있다. 우리는 양계장 주인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어야한다. 애지중지 기른 닭들이 예기치 못하게 죽어나갈 때의 심정이 오죽 화나고 안타까웠을까? 특히나 그에겐 생계를 유지하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과 방법이 잘못되었다.

검사와 치료를 위해 마취 중인 삵의 모습

 
서로를 가해질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없었을까?
 
포식자가 양계장에 침입하는 것이 확인된 시점에서 가장 우선 시 해야 하는 것은 침입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양계장을 보수하거나 외벽을 설치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점이다. 침입하는 동물을 포획해 처리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시간이 지나 또 다른 동물이 양계장에 나타나리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 아니겠는가. 나아가 만약 포획을 시도한다면, 덫의 선택에 조금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했다. 창애는 동물이 덫의 일부분을 밟으면 잠금장치가 풀리면서 날카로운 이빨을 지닌 부분이 콱! 하고 맞물려 동물의 신체를 물게 되는 구조를 지녔다. 이 덫에 동물이 걸리게 되면 피부와 근육의 손상, 골절은 기본이고 심할 경우 신경이 손상되거나 절단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결국 다리는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덫의 종류는 다양하다. 창애나 올무처럼 신체 일부에 심각한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덫이 있는 반면, 포획 틀과 같이 조금은 더 안전하게 잡을 수 있는 덫도 있다. 만약 이러한 덫을 사용했으면 어땠을까? 안전하게 포획해서 양계장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고 삵에게 살기 적합한 환경을 찾아 풀어주어 서로가 받는 피해를 해소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일반적으로 '덫'하면 가장 먼저 떠오는 것이 바로 이 '창애'일 것이다

결국 삵은 다리를 절단해야했다. 덫이 너무 깊게 파고들어 이미 회복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구조센터에 머물면서 야생에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오랫동안 평가받아야 했다. 그렇게 약 3개월이 흘러 삵은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비록 다리를 잃었지만, 녀석이 쌓던 삶의 역사는 계속해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물론, 양계장에서 굉장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말이다.

동물이 사용할 수 없는 신체를 지니고 있는 것은 큰 위험부담이 될 수 있다.
추가적인 감염의 위험과 장애를 극복하는 보정기구 등의 사용이 제한적이기 때문 


야생동물이 왜 사람에게 접근하는 것일까?
 
사실 이런 경우가 양계장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유해 야생동물로 알려진 고라니나 멧돼지, 까치와 같은 동물들이 밭에 내려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고라니나 멧돼지의 경우 이동을 하는 도중에 저도 모르게 도심이나 민가에 진입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후에 갑작스럽게 맞닥뜨리는 수많은 사람과 무섭게 내달리는 자동차, 소음, 불빛에 의해 놀라 극도의 흥분상태가 된다. 흥분하니 난폭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고, 덩달아 사람들도 놀라거나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난폭함은 사실 그들에겐 살고 싶다는 표현이자 절박한 저항의 수단이다.
그 때문일까? 이런 유해 야생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피해만 끼치고, 난폭하기 까지 한 동물이라고. 때문에 무분별하게 잡아 없애고, 어떠한 가학적 처치를 가해도 상관없는 존재쯤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로 그렇게 해도 아무렴 상관없는 그런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밀렵으로 올무에 걸려있는 멧돼지를 구조하기 위해 마취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출처 : 김영준)


그렇다고 직접 피해를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자금과 노동력을 들여 정성껏 재배하고 키워낸 농작물이 하룻밤 사이에 망가지는 것을 보는 농민들의 마음도 야생동물의 생존권 만큼이나 중요하게 헤아려야한다. 동물의 접근을 적절히 예방하고 차단함과 동시에 서로에게 경제적, 감정적, 생명의 소모만을 불러일으키는 갈등을 줄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물들이 꺼려하는 초음파를 발생시키거나 포식자의 소리, 배설물을 농장 부근에 뿌려두는 방법, 전기 목책, 폭음탄 등 이미 시행되고 있는 예방의 방법도 다양하다. 물론 필요하다면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직접 포획하는 방법도 사용해야 하겠지만, 사전에 피해의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예방의 노력을 우선적으로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정성껏 기른 농작물이 야생동물에 의해 망가지는 것을 보는 농민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결을 위한 노력을 피해 당사자들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농작물의 생산자와 야생동물의 갈등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농작물을 소비하는 우리와도 뗄 수 없는 문제이다. 피해를 겪는 농장에 대한 예방책 지원, 피해 정도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이에 걸맞은 투명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먹을 농작물의 가격이 다소 상승할 수밖에 없다면, 이를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해심도 갖춰야한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 인간의 거주지 확대와 농토 확보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면서 자연 생태계가 속수무책으로 훼손되어왔다. 서식지가 줄어들고 먹을 것을 찾기 어려워진 동물들에게 양계장이나 농작물을 재배하는 곳은 그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자. 그들이 우리에게 피해를 주고 싶어서 혹은 그들이 행한 것이 우리에게 피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서 하는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 사람들이 산에 올라 임산물을 채취하고 도토리를 주워오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야생동물이 사람들의 거주지 부근으로 내려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 인식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다.
단지 그들은 그들의 삶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삶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해주길 바란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 본문에서 다룬  삵의 이야기는 2012년에 발생한 사례입니다.

2016년 2월 22일 월요일

'삵'의 야생동물구조센터 생활기

   오랜 예전 우리나라에 서식했던 범(호랑이, 표범 등)이 자취를 감춘 후, 오늘날 우리나라에 마지막으로 생존하고 있다고 알려진 고양이과 야생동물이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삵’ 이지요.
   삵은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고 있는 식육목 고양이과 야생동물입니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에 속해있고, CITES 부속서에도 포함되어있는 국제적 보호종이기도 합니다. 물론 서식하는 지역에 따라 어느 정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는 매년 많은 야생동물이 구조됩니다. 2015년 12월 31일까지 구조된 야생동물은 총 163종 4,151개체로 조류 132종 2,266개체(54.6%), 포유류 21종 1,379개체(33.2%), 파충류 10종 506개체(12.2%)입니다.

   그 중 포유류는 고라니 883개체(64%), 너구리 380개체(27.6%), 삵 41개체(3%), 족제비 17개체(1.2%), 수달 13개체(0.9%), 그 외 동물들 45개체(3.3%)입니다.



  2015년까지 구조된 삵은 총 41마리로 2011년 4개체, 2012년 11개체, 2013년 9개체, 2014년 7개체, 2015년 10개체가 구조 되었습니다. 구조 원인으로는 차량충돌이 17개체(41.5%), 미아 16개체(39%), 덫 4개체(9.8%), 총상 1개체(2.4%)로 차량충돌과 미아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2015년도에는 6마리의 어린 삵이 구조 되었습니다. 5마리는 서산시에서, 1마리는 예산군에서 구조가 되었는데요. 서산시에서 구조된 삵은 5월 중에 다가오는 여름을 대비하여 논을 정비하러온 농부께서 건초 더미에서 눈도 뜨지 못한 상태의 삵을 발견하여 저희 센터에 신고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예산군에서 구조된 1마리 삵은 7월 중 어미를 따라 이동하던 중에 농수로에 빠져 나오지 못하고 탈진한 상태로 구조가 되었습니다. 여름 번식철이면 어린 동물이 덩그러니 있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여 발견자분들께서 미아로 신고해주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어린 동물이 혼자 있다고 해서 전부 어미를 잃은 것은 아닙니다. 어미들이 잠시 먹이를 구하러 갔거나, 사람을 피해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지요. 이러한 동물을 미아로 오인하여 구조하게 되면 자칫 구조가 아닌 납치를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아를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자세한 것은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cnwarc.blogspot.kr/2015/03/blog-post_22.html)


눈도 뜨지 못한 2마리 동배 삵
사람의 손을 어미로 생각하는지 빨고 있다.

  어린 동물들이 구조되면 동물의 상태, 성장단계에 따라 관리 과정이 달라지는데요. 5월 6일 구조된 2마리는 눈도 뜨지 못한 어린 개체로 인큐베이터에서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면서 관리하기로 하였습니다.

어미를 찾는 헤매고 있습니다.
우유를 먹고 잠든 모습

   어린 동물들이 구조되면 동물의 상태, 성장단계에 따라 관리 과정이 달라지는데요. 5월 6일 구조된 2마리는 눈도 뜨지 못한 어린 개체였기에 인큐베이터에서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면서 관리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두 시간 간격으로 분유를 급여하였고, 급여 시에는 배변 유도를 하여 대·소변을 처리한 후 체중을 측정합니다. 체중을 측정하여 우유를 얼마나 먹었는지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체중이 늘어가는 정도를 확인하여 우유 급여량을 조절합니다. 어린동물은 각 개체마다 일일사육기록표를 작성하여 체중 증감, 배변 유무 등 동물의 상태를 자세히 기록합니다.

배변 유도하는 모습
젖병을 이용하여 우유를 급여
젖병을 이용하여 우유를 급여 

    삵은 200g 정도가 되면 스스로 배변을 하는데, 그 전까지는 배변 유도 자극에 의해 항문 주위에 상처가 나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합니다. 배변 유도 자극에 의해 항문 주위에 상처가 생길 수도 있지만 서로 항문을 핥으며 상처가 생길수도 있어 개체별 세심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혹여 개체별 관리를 하게 되면 외로움을 해소하고 사회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형 등을 넣어주기도 합니다.


항문 주위 상처로 개별 관리 중인 삵

   250~300g 정도가 되면 눈을 뜨기 시작하는데 같은 어미에게서 태어난 개체들 중 한 마리가 먼저 눈을 뜨고 다른 한 마리는 눈을 뜨지 못했다면 눈을 조심스럽게 세척을 해주면서 눈을 뜨게끔 유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눈을 뜬 삵

이유식 먹는 삵

   450g 정도에는 분유와 이유식을 섞어서 스스로 먹이를 먹도록 유도하는데요. 이유식은 시중에 있는 어린 고양이용 캔이나 회복식(A/D, 리커버리) 등에 고양이 분유를 섞는데 처음에는 분유 비율을 높게 하고 점점 이유식 비율을 높게 하면서 추후에는 주 먹이인 육류를 섞어 줍니다.

이유식 먹는 삵

장난치며 놀고 있는 삵. 배가 빵빵하네요


   눈도 뜨고 장난도 치면서 활동성이 좋아지면 인큐베이터를 떠나 이동 포유류장으로 이동합니다. 인큐베이터에만 있는 삵은 햇빛을 보지 못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특히 비타민D의 결핍으로 뼈에 칼슘이 부족해 구루병과 같은 골격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낮에는 야외에서 활동하고 밤에는 실내에서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이동이 용이한 계류장을 이용합니다. 너무 무더운 날에는 야외 햇빛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면 위험 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부분 그늘이나 은신처를 제공하여 선택적으로 햇빛과 그늘을 오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합니다. 물과 같이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역할을 해주는 것을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이동포유류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동포유류장으로 옮긴 삵들은 낮에는 햇빛이 있는 곳에서 더 넓은 공간을 뛰어다니고, 장애물도 오르내리면서 근육량도 키우며 더 건강한 삵으로 자라게 됩니다. 이유식은 하루에 2~3회를 급여하고 물은 항상 놓아 둡니다. 이유식에 완전히 적응하면 고기만 급여합니다.

서로 장난을 치며 노는 삵

서로 장난을 치며 노는 삵

먹이를 먹으며 조는 삵

먹이를 다먹고 몸단장하는 삵

고기만도 잘 먹는 삵


   이동 포유류장 안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고기를 스스로 잘 먹을 정도로 성장하게 되면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야외 포유류장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야외 포유류장으로 이동 후 적응이 되면 운동장과 연결된 문을 조금 열어두어 실내와 실외를 선택적으로 오갈 수 있도록 해줍니다. 

야외 포유류장으로 이동한 삵


야외 포유류장으로 이동 후 아직 어리 둥절한가 봅니다.

야외 포유류장 CCTV 영상


운동장에 나가 있는 삵
야생성을 찾아가는 듯 보입니다.


   야외 활동에 삵들이 적응하면 장애물, 은신처 등을 추가해 행동풍부화와 사냥 훈련, 숨는 훈련 등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여 자연 적응력을 높입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사용한 훈련 도구로 인해 다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안전성이 확보된 상황에서만 훈련을 실시하여야 합니다.


행동풍부화의 일환으로 은신처를 제공했습니다.

자연적 재료를 이용한 훈련 환경 조성


먹이를 높이 메달아 점프력을 높이는 훈련을 실시합니다.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제공하여 사냥 훈련을 합니다.


먹이를 넝쿨에 메달아 제공하여 야간 사냥 훈련을 합니다.




   기나긴 훈련을 거쳐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판단되면 자연으로의 복귀를 진행합니다. 이때에는 고려 사항이 굉장히 많은데요.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야생성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정신적 건강성이라고도 하지요. 풀어서 말하면 "자연으로 돌아가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신체적 건강성입니다. 신체적 건강성은 야생의 개체를 표준으로 삼는데 야생의 개체를 잡아 보지 않는 한 알 수 없기 때문에 로드킬이나 그 시기에 구조된 동물들을 대상으로 하여 체중 등을 비교해 봅니다.
 
   정신적, 신체적 건강성에 문제가 없으면 방생을 하게 됩니다. 방생 장소는 최대한 구조 장소와 흡사한 환경에 사람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곳을 찾아 방생을 해줍니다.
 
   어린 시절부터 구조센터에 들어와 자라면서 야생에서 어미에게 배우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나름의 훈련을 받은 삵들은 자연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러길 바라며 저희는 지금도 동물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인고 끝에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안병덕




2015년 7월 9일 목요일

2015 어린 야생동물 구조 현황(포유류편)


올해도 어김없이 어린 야생동물들이 구조되고 있습니다.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 예상했고 마음의 준비 뿐만아니라 어린 동물들을 위한 물품과 먹이 등도 미리 대비를 해놨었죠.
그러나 입원장과 실내외 계류장, 그것도 모자라 다양한 임시 이동장들을 만들어서 활용을 하고 있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구조되어 들어오는 새끼 동물들로 센터는 현재 포화상태입니다.

7월 8일 기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돌보고 있는 동물은 총 165마리입니다.
이중 공주대 센터에는 19종 122마리, 서산 버드랜드 센터에는 13종 43마리가 치료와 재활, 사육을 위해 머물고 있죠.
이들 중 약 60% 이상이 올해 태어난 어린 동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는 현재 센터에 계류중인 어린 포유동물만 추려서 간략히 사진과 함께 소식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2015년 5월 30일 구조된 새끼 너구리(암컷).
초기 체중은 260g이었다.

초기 검사에서 발견된 구더기들.
엉덩이, 등쪽에 파리알과 항문 및 그 주변에 구더기들이 확인되어 제거하였다.

약 열흘 뒤인 6월 9일의 모습.
약 한달뒤인 6월 25일 검진 시 치아 상태.
제법 송곳니도 나고, 육식 먹이도 스스로 먹으며 잘 소화함.
야외계류장에서 지내는 모습.
지난 6월 30일 체중 측정시 약 1300g 정도였으니 한달만에 5배 정도 체중이 증가했네요!!
현재는 충남센터에서 대리모로 지내는 너구리(짬밥이)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짬밥이에 대한 설명은 너구리 새끼들의 시즌과 입양을 참고하세요~!









지난 6월 28일 개선충에 감염되어 구조된 새끼 너구리.
동배 새끼들도 감염이 되었을텐데, 이 녀석만 발견되어 구조되었다.
ICU에서 수액 공급과 보온 등의 관리를 받고 있는 모습.
10일 뒤 각질화된 피부가 탈락되어 정상 피부로 회복하고 있는 상태.
손상된 피부와 함께 털도 빠져있지만 한 달정도 후면 뽀송뽀송 해질것으로 예상된다!





이동식 포유류장에서 관리 중인 새끼 고라니들

이동식 포유류장에서 관리 중인 새끼 고라니들

방 형태의 실내 계류장에서 관리 중인 새끼 고라니들

실내 계류장과 야외 계류장(운동장)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운동과 휴식, 먹이를 먹는 고라니들 영상입니다.
이 중 유독 한마리가 사람을 따르네요......








지난 7월 2일 예초기에 왼쪽 귀가 잘려나가고 목이 크게 베여 구조된 새끼 고라니.

머리 자세가 비정상적으로 틀어진 상태.
예초기에 왼쪽 귀와 머리를 심하게 다쳐 평형감각의 문제가 나타났다. 

일주일 정도 지난 현재도 걸음과 머리의 자세가 정상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조금씩 호전되고 있으며 먹이 반응도 좋은 편이다.







지난 6월 19일 하수구에 빠져 갇힌채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구조된 새끼 수달.

인공 포유중인 모습

분유를 먹은 새끼 수달의 똥

포유류 이동장에서 일광욕 중인 새끼 수달


지금은 실내 입원방에서 관리하고 있는 새끼 수달의 모습입니다.





2015년 4월 1일 수요일

멸종위기종 복원보다 환경 보호가 먼저!

작년 3월, 국내 한 동물원에서 삵 5마리를 시화호 습지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들 삵 5마리는 모두 동물원에서 태어나 자란 녀석들이었고 위치추적기를 부착해서 야생에서의 적응 과정을 추적한다고 했었죠.

 서울대공원 사육장에서 시화호라는 자연에 품에 안긴지 약 두 달 뒤, 5마리 중 두 마리가 폐사된 채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부검 결과 한 마리는 원인불명으로, 다른 한 마리는 굶어 죽은 것이라 하더군요. 다시 한 달 뒤 한 언론을 통해 그 동안 1마리가 더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되었고 남은 2마리 중 암컷 1마리는 습지공원 안에, 수컷 1마리는 습지공원에서 8km 떨어진 저수지 인근에 정착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방생 후 한 달 간격으로 죽은 3마리의 삵을 뒤로하고, 살아남은 2마리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작년 서울대공원에서 방생한 삵 5마리 중 살아남은 2마리 삵의 위치.
(자료 화면: 연합뉴스)

부착한 추적기는 4~6개월 정도만 위치 정보를 알려주고 수명을 다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이후 이 녀석들의 생존 여부는 현장에서 육안으로 확인해야만 그 결과를 알 수 있겠죠. 하지만 아직 살아남은 2마리 삵에 대해 언론을 통해 생존 여부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해마다 4월이 되면 구조센터에 미아나 납치로 새끼 삵이 들어오진 않을까 걱정이 들어 문득 살아남은 이 두마리의 삵의 안부가 더욱 궁금해지네요.


삵은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고 있는 식육목 고양이과의 야생동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고, CITES 부속서 Ⅰ(인도, 방글라데시, 태국에 서식하는 삵)과 Ⅱ(그밖에 나라에 서식하는 삵)로 등재되어 있는 보호 종이이기도 하죠. 현재까지 12개의 아종이 알려져 있으며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삵에 대한 수렵과 거래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일본의 쓰시마 섬 등 일부 지역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비교적 안정적인 개체군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 서식하는 삵을 대상으로 서식 밀도나 개체군 변화를 체계적으로 조사한 자료는 없습니다. 야생동물 로드킬 실태를 목적으로 지리산 주변 도로를 중심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년 6개월간 로드킬(roadkill) 된 삵 사체는 100마리가 넘는다고 합니다.

저 역시 운전 중에 도로변에 죽어있는 삵을 몇 차례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출근길 아침 발견한 로드킬된 삵.
새벽에 도로를 건너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접수되는 포유류 중 세번째 높은 빈도로 구조되는 종은 삵입니다. 물론 세번째로 높은 빈도라고 하지만 그 마리수는 일년에 10마리 내외정도입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기록을 보면, 약 4년 동안 충남지역에서 29마리가 접수되었는데 그 중 45% 정도를 차지하는 13마리가 차량 충돌 사고였고 그 중 단 1마리만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2마리는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 나머지 10마리는 이미 죽은 채로 발견된 경우였죠.

차량 충돌로 인해 흉추가 골절된 삵.
척추 신경 손상으로 인한 마비로 양 뒷다리를 전혀 쓰지 못했다.


구조되거나 사고로 확인된 삵을 대상으로 한 결과지만, 적어도 도로와 자동차가 삵의 생존에 있어서 가장 큰 위협요인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비단 삵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모든 야생동물에게 있어 주요 위협 요인은 차량과의 충돌이죠.

자연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멸종위기종을 복원하고 보전하기 위한 노력이 국가적으로, 그리고 민간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와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멀리서 찾아볼 필요없이 제가 근무하고 있는 야생동물구조센터 역시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죠.

야생동물구조센터는 일차적으로 자연에서 사고를 당한 야생동물이 발견됐을 경우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죽을 가능성이 높은 동물을 치료하여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동물원이나 국립공원관리공단 같은 곳에서는 야생동물을 사육하며 인공적으로 그 수를 늘린 뒤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멸종위기종 복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구요.
그러나 제아무리 개체 하나하나를 치료하고 그 수를 늘려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한들 그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면 '밑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르지 않을까요?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한 경기장 건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추진, 제2서해안 고속도로 건설 사업 등 갈수록 야생동물이 살아갈 수 있는 서식지는 단절되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또 다시 이렇게 사라진 야생동물을 복원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겠죠. 저도 사람이기에 사람을 위한 일이나 사업에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다른 생명들에 대한 배려는 꼭 필요하지 않을까요?

한쪽에서는 사라져가는 동물을 복원하고 있으나 다른 한쪽에서는 정작 그렇게 복원된 동물들이 살아가야 할 곳을 없애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입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선임 수의사 김희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