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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1일 수요일

멸종위기종 복원보다 환경 보호가 먼저!

작년 3월, 국내 한 동물원에서 삵 5마리를 시화호 습지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들 삵 5마리는 모두 동물원에서 태어나 자란 녀석들이었고 위치추적기를 부착해서 야생에서의 적응 과정을 추적한다고 했었죠.

 서울대공원 사육장에서 시화호라는 자연에 품에 안긴지 약 두 달 뒤, 5마리 중 두 마리가 폐사된 채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부검 결과 한 마리는 원인불명으로, 다른 한 마리는 굶어 죽은 것이라 하더군요. 다시 한 달 뒤 한 언론을 통해 그 동안 1마리가 더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되었고 남은 2마리 중 암컷 1마리는 습지공원 안에, 수컷 1마리는 습지공원에서 8km 떨어진 저수지 인근에 정착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방생 후 한 달 간격으로 죽은 3마리의 삵을 뒤로하고, 살아남은 2마리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작년 서울대공원에서 방생한 삵 5마리 중 살아남은 2마리 삵의 위치.
(자료 화면: 연합뉴스)

부착한 추적기는 4~6개월 정도만 위치 정보를 알려주고 수명을 다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이후 이 녀석들의 생존 여부는 현장에서 육안으로 확인해야만 그 결과를 알 수 있겠죠. 하지만 아직 살아남은 2마리 삵에 대해 언론을 통해 생존 여부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해마다 4월이 되면 구조센터에 미아나 납치로 새끼 삵이 들어오진 않을까 걱정이 들어 문득 살아남은 이 두마리의 삵의 안부가 더욱 궁금해지네요.


삵은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고 있는 식육목 고양이과의 야생동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고, CITES 부속서 Ⅰ(인도, 방글라데시, 태국에 서식하는 삵)과 Ⅱ(그밖에 나라에 서식하는 삵)로 등재되어 있는 보호 종이이기도 하죠. 현재까지 12개의 아종이 알려져 있으며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삵에 대한 수렵과 거래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일본의 쓰시마 섬 등 일부 지역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비교적 안정적인 개체군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 서식하는 삵을 대상으로 서식 밀도나 개체군 변화를 체계적으로 조사한 자료는 없습니다. 야생동물 로드킬 실태를 목적으로 지리산 주변 도로를 중심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년 6개월간 로드킬(roadkill) 된 삵 사체는 100마리가 넘는다고 합니다.

저 역시 운전 중에 도로변에 죽어있는 삵을 몇 차례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출근길 아침 발견한 로드킬된 삵.
새벽에 도로를 건너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접수되는 포유류 중 세번째 높은 빈도로 구조되는 종은 삵입니다. 물론 세번째로 높은 빈도라고 하지만 그 마리수는 일년에 10마리 내외정도입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기록을 보면, 약 4년 동안 충남지역에서 29마리가 접수되었는데 그 중 45% 정도를 차지하는 13마리가 차량 충돌 사고였고 그 중 단 1마리만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2마리는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 나머지 10마리는 이미 죽은 채로 발견된 경우였죠.

차량 충돌로 인해 흉추가 골절된 삵.
척추 신경 손상으로 인한 마비로 양 뒷다리를 전혀 쓰지 못했다.


구조되거나 사고로 확인된 삵을 대상으로 한 결과지만, 적어도 도로와 자동차가 삵의 생존에 있어서 가장 큰 위협요인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비단 삵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모든 야생동물에게 있어 주요 위협 요인은 차량과의 충돌이죠.

자연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멸종위기종을 복원하고 보전하기 위한 노력이 국가적으로, 그리고 민간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와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멀리서 찾아볼 필요없이 제가 근무하고 있는 야생동물구조센터 역시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죠.

야생동물구조센터는 일차적으로 자연에서 사고를 당한 야생동물이 발견됐을 경우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죽을 가능성이 높은 동물을 치료하여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동물원이나 국립공원관리공단 같은 곳에서는 야생동물을 사육하며 인공적으로 그 수를 늘린 뒤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멸종위기종 복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구요.
그러나 제아무리 개체 하나하나를 치료하고 그 수를 늘려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한들 그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면 '밑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르지 않을까요?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한 경기장 건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추진, 제2서해안 고속도로 건설 사업 등 갈수록 야생동물이 살아갈 수 있는 서식지는 단절되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또 다시 이렇게 사라진 야생동물을 복원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겠죠. 저도 사람이기에 사람을 위한 일이나 사업에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다른 생명들에 대한 배려는 꼭 필요하지 않을까요?

한쪽에서는 사라져가는 동물을 복원하고 있으나 다른 한쪽에서는 정작 그렇게 복원된 동물들이 살아가야 할 곳을 없애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입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선임 수의사 김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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