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동물이라도 그들을 부르는 이름은 꽤나 다양하다. 각각의 나라에서 부르는 국명이 대표적이지만, 영어권의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영명도 있고, 또 과거에 불려왔지만 현재는 부르지 않는 고명(옛 이름)도 있다. 심지어 어떤 동물은 이런 이름이 여럿인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에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저지대의 강변이나 경작지, 산림, 초원 등 먹잇감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누룩뱀은 국내에서만 하더라도 금화사, 석화사, 밀뱀, 산구렁이 등 참으로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다. 이처럼 하나의 나라 안에서도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혹은 동물의 이름을 각각 달리 부르는 것은 사실 굉장히 흔한 경우이다.
금화사, 석화사, 밀뱀, 산구렁이 등 국내에서만 하더라도 참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누룩뱀. |
그런데 이처럼, 국명이든 국외명이든 여러 가지 이름이 동시에 불리면 종종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한다. 예를들어, 우리나라의 까치를 다른 나라에 가면 까치라 부를 수 없다. 아니, 부를 수야 있겠지만 외국인은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영어권의 나라라면 그나마 널리 쓰이는 영명을 통해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는 이 역시도 한계가 있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상황이다. 각 나라마나 고유의 언어와 문화가 있고, 그들의 역사에 맞게끔 이름을 부르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여기엔 불편함이 뒤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야생동물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물은 살아있기 때문에 움직일 수도 있고, 여러 나라에 널리 분포해있기도 한다. 우리에게나 ‘국경’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지, 녀석들이 그것을 이해하고 살아갈리 만무하다. 국경을 잣대로 녀석들을 구분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이 아닌 우리의 기준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까치가 다른 나라에서는 까치가 아니지만 결국, 둘은 같은 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일종의 약속이 필요했다. 어떠한 동물의 이름을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인정하여 사용하는, 바로 ‘학명’이다.
수리부엉이의 분포를 나타내는 지도이다. 이는 수리부엉이가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것도 아니고, 국경을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도 아님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거리가 멀리 떨어져있는 곳에 서식하는 개체들 사이에는 생태적, 유전적 차이(아종 등)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긴 하다.
(사진 출처 : IU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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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은 기본적으로 종(Species)을 표기하는 방법으로, 라틴어를 이용해 속(Genus)명과 종(Species)명을 조합한 이명법을 따르고 있다. 이는 국제적으로 약속된 종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동물을 분류해 종의 위치를 나타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매의 학명은 Falco peregrinus 고, 황조롱이는 Falco tinnunculus 다. 이 둘은 속명인 Falco가 같은 것으로 보아, 분류학적으로 같은 속에 포함된 다른 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좌측 : 매 / 우측 : 황조롱이 Falco라는 속명을 미루어보아, 둘은 같은 속에 속하는 다른 종임을 알 수 있다. |
학명이 가지는 의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학명은 처음 동물을 발견해 학계에 보고한 사람이 정하게 되는데, 속명이야 분류학적 위치에 따라 정한다 하더라도 종명은 명명자가 짓기 나름이다. 때문에 발견자의 이름이나 지역명을 라틴어화 해서 부르기도 하는데, 보통은 그 동물이 지닌 특징을 종명에 담아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흰꼬리수리의 영명은 ‘하얀색 꼬리를 지닌 바다수리’라는 뜻의 ‘White-tailed Sea Eagle’이다. 그렇다면 학명은 어떠할까? Haliaeetus albicilla. 이게 녀석이 학명이다. hali는 바다 또는 소금, aeetus는 수리라는 뜻이다. 또, albi는 하얗다, cilla는 꼬리를 뜻한다. 그러니까 녀석의 학명을 풀어 써보면 결국, 하얀색 꼬리를 지닌 바다수리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국명도, 영명도, 학명도 녀석의 가장 두드러지는 외형적 특징인 하얀 꼬리를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녀석의 국명, 영명, 학명은 모두 외형적 특징인 하얀 꼬리를 가르킨다. |
물론, 모든 동물의 학명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학명을 알아본다면 그 동물의 분류학적 위치나 외형, 생태적 특징을 이해하는데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야생동물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제는 그들 이름의 어원이나 학명을 들여다보자. 아는 만큼 관심도 높아지고, 지켜주고자 하는 마음도 강해질지 모르니까.
아, 참고로 까치의 학명은 Pica pica, 수리부엉이의 학명은 Bubo bubo 이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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