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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1일 금요일

붉은배새매 4남매를 위험에 빠뜨린 '벌목'

지난 주말 붉은배새매 새끼 4마리를 구조했습니다. 번식 후 새끼를 길러내는 시기가 다른 야생동물들에 비해 다소 늦게 시작되는 붉은배새매이다보니 새끼들은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나있는 상태였습니다.
보통 새끼 새를 구조하게 되는 원인은 이렇습니다. 부모 새가 사고를 당해 새끼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인간에 의해 발견되어 구조되는 경우가 있고, 부모 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잘못된 판단을 내려 유괴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새끼 새가 둥지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굉장히 많이 발생하게 되지요.
오늘 소개해 드리는 붉은배새매 4남매 역시 둥지에서 떨어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왜 떨어졌을까요....??

구조된 붉은배새매 4남매 중 2마리의 모습입니다. 다행히도 사람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보통 새끼 새가 둥지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겪어서 구조된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새끼 새를 다시 둥지 위로 올려다 주는 것을 고려하게 됩니다. 이때에는 고민해야 될 것들이 있습니다. 부모 새가 새끼를 포기하고 떠나지는 않았는지!! 둥지자체가 훼손되지는 않았는지, 올려줄 때 위험하지는 않은지 등의 많은 부분을 고려하야 하고 둥지가 훼손되었을 경우에는 인공둥지를 만들어서 위치시켜주기도 합니다.
붉은배새매 4남매 역시 둥지에서 떨어진 채 바닥에서 발견되었고 보통의 경우라면 다시 둥지 위를 올려주기 위해 위와같은 고민을 했을 것 입니다. 그렇지만 그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둥지에 올려 주는 것도, 둥지를 만들어 주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벌목'을 하는 과정에서 둥지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벌목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에서 붉은배새매 4남매가 구조되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벌목은 이 장소 외에도 계속해서 진행중입니다.


벌목이란 숲의 나무를 베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숲의 나무를 선택적으로 베어냄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도 있고 다른 식물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또한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벌목을 하기도 하고 혹자는 숲을 관광로나 산책길 등을 조성할 때 미적 아름다움을 위해 벌목을 하기도 합니다(필자는 벌목으로 다듬어진 숲이나 산책로를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만...). 때문에 많은 곳에서 벌목을 하고있으며 이러한 벌목으로 인해 많은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훼손되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보는이로 하여금 아름답도록 하기 위해 산책로를 만들고 벌목을 하고있는 모습입니다.
여러분이 보기엔 이 모습이 어떻게 보이시나요? 아름답나요??


붉은배새매 4남매는 이처럼 벌목의 과정에서 추락하게 되었고 삶의 보금자리를 잃었습니다.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상태였고, 어미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새끼들을 포기한 듯 말이죠. 사실 어미가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엔 둥지로 돌려보내 줄 수 없습니다. 계속해서 행해지는 벌목과정에서 같은 위험이 되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이 이 붉은배새매 새끼들은 부모와 생이별을 하고 사람의 품에서 돌봐질 수 밖에 없습니다. 

구조된 붉은배새매 새끼들은 다행히도 먹이를 잘 먹어주고 있습니다.
새끼 새에게 먹이를 주거나 다룰때는 사람에 대한 각인을 주의해야 합니다.


붉은배새매는 멸종위기야생동물 II급이자 천연기념물 323-2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는 만큼 지켜주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협하는 요인이 어디 벌목 뿐 일까요...

붉은배새매 ( 사진 : 성조, 수컷 / 두산백과 발췌 )


벌목이라는 행위 자체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자연 생태계를 고려해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새끼를 길러내는 이 시기라도 최대한 피해주려는 배려를 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저희의 욕심일까요...?

벌목 후 잘려진 나무들이 구석에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구조 된 붉은배새매 남매들은 극히 일부분 일 겁니다. 지금 이시간에도 보호받아 마땅할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서식지의 훼손과 개발로 인해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지켜주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함께하기를 바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입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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