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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2일 월요일

'삵'의 야생동물구조센터 생활기

   오랜 예전 우리나라에 서식했던 범(호랑이, 표범 등)이 자취를 감춘 후, 오늘날 우리나라에 마지막으로 생존하고 있다고 알려진 고양이과 야생동물이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삵’ 이지요.
   삵은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고 있는 식육목 고양이과 야생동물입니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에 속해있고, CITES 부속서에도 포함되어있는 국제적 보호종이기도 합니다. 물론 서식하는 지역에 따라 어느 정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는 매년 많은 야생동물이 구조됩니다. 2015년 12월 31일까지 구조된 야생동물은 총 163종 4,151개체로 조류 132종 2,266개체(54.6%), 포유류 21종 1,379개체(33.2%), 파충류 10종 506개체(12.2%)입니다.

   그 중 포유류는 고라니 883개체(64%), 너구리 380개체(27.6%), 삵 41개체(3%), 족제비 17개체(1.2%), 수달 13개체(0.9%), 그 외 동물들 45개체(3.3%)입니다.



  2015년까지 구조된 삵은 총 41마리로 2011년 4개체, 2012년 11개체, 2013년 9개체, 2014년 7개체, 2015년 10개체가 구조 되었습니다. 구조 원인으로는 차량충돌이 17개체(41.5%), 미아 16개체(39%), 덫 4개체(9.8%), 총상 1개체(2.4%)로 차량충돌과 미아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2015년도에는 6마리의 어린 삵이 구조 되었습니다. 5마리는 서산시에서, 1마리는 예산군에서 구조가 되었는데요. 서산시에서 구조된 삵은 5월 중에 다가오는 여름을 대비하여 논을 정비하러온 농부께서 건초 더미에서 눈도 뜨지 못한 상태의 삵을 발견하여 저희 센터에 신고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예산군에서 구조된 1마리 삵은 7월 중 어미를 따라 이동하던 중에 농수로에 빠져 나오지 못하고 탈진한 상태로 구조가 되었습니다. 여름 번식철이면 어린 동물이 덩그러니 있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여 발견자분들께서 미아로 신고해주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어린 동물이 혼자 있다고 해서 전부 어미를 잃은 것은 아닙니다. 어미들이 잠시 먹이를 구하러 갔거나, 사람을 피해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지요. 이러한 동물을 미아로 오인하여 구조하게 되면 자칫 구조가 아닌 납치를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아를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자세한 것은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cnwarc.blogspot.kr/2015/03/blog-post_22.html)


눈도 뜨지 못한 2마리 동배 삵
사람의 손을 어미로 생각하는지 빨고 있다.

  어린 동물들이 구조되면 동물의 상태, 성장단계에 따라 관리 과정이 달라지는데요. 5월 6일 구조된 2마리는 눈도 뜨지 못한 어린 개체로 인큐베이터에서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면서 관리하기로 하였습니다.

어미를 찾는 헤매고 있습니다.
우유를 먹고 잠든 모습

   어린 동물들이 구조되면 동물의 상태, 성장단계에 따라 관리 과정이 달라지는데요. 5월 6일 구조된 2마리는 눈도 뜨지 못한 어린 개체였기에 인큐베이터에서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면서 관리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두 시간 간격으로 분유를 급여하였고, 급여 시에는 배변 유도를 하여 대·소변을 처리한 후 체중을 측정합니다. 체중을 측정하여 우유를 얼마나 먹었는지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체중이 늘어가는 정도를 확인하여 우유 급여량을 조절합니다. 어린동물은 각 개체마다 일일사육기록표를 작성하여 체중 증감, 배변 유무 등 동물의 상태를 자세히 기록합니다.

배변 유도하는 모습
젖병을 이용하여 우유를 급여
젖병을 이용하여 우유를 급여 

    삵은 200g 정도가 되면 스스로 배변을 하는데, 그 전까지는 배변 유도 자극에 의해 항문 주위에 상처가 나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합니다. 배변 유도 자극에 의해 항문 주위에 상처가 생길 수도 있지만 서로 항문을 핥으며 상처가 생길수도 있어 개체별 세심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혹여 개체별 관리를 하게 되면 외로움을 해소하고 사회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형 등을 넣어주기도 합니다.


항문 주위 상처로 개별 관리 중인 삵

   250~300g 정도가 되면 눈을 뜨기 시작하는데 같은 어미에게서 태어난 개체들 중 한 마리가 먼저 눈을 뜨고 다른 한 마리는 눈을 뜨지 못했다면 눈을 조심스럽게 세척을 해주면서 눈을 뜨게끔 유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눈을 뜬 삵

이유식 먹는 삵

   450g 정도에는 분유와 이유식을 섞어서 스스로 먹이를 먹도록 유도하는데요. 이유식은 시중에 있는 어린 고양이용 캔이나 회복식(A/D, 리커버리) 등에 고양이 분유를 섞는데 처음에는 분유 비율을 높게 하고 점점 이유식 비율을 높게 하면서 추후에는 주 먹이인 육류를 섞어 줍니다.

이유식 먹는 삵

장난치며 놀고 있는 삵. 배가 빵빵하네요


   눈도 뜨고 장난도 치면서 활동성이 좋아지면 인큐베이터를 떠나 이동 포유류장으로 이동합니다. 인큐베이터에만 있는 삵은 햇빛을 보지 못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특히 비타민D의 결핍으로 뼈에 칼슘이 부족해 구루병과 같은 골격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낮에는 야외에서 활동하고 밤에는 실내에서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이동이 용이한 계류장을 이용합니다. 너무 무더운 날에는 야외 햇빛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면 위험 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부분 그늘이나 은신처를 제공하여 선택적으로 햇빛과 그늘을 오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합니다. 물과 같이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역할을 해주는 것을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이동포유류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동포유류장으로 옮긴 삵들은 낮에는 햇빛이 있는 곳에서 더 넓은 공간을 뛰어다니고, 장애물도 오르내리면서 근육량도 키우며 더 건강한 삵으로 자라게 됩니다. 이유식은 하루에 2~3회를 급여하고 물은 항상 놓아 둡니다. 이유식에 완전히 적응하면 고기만 급여합니다.

서로 장난을 치며 노는 삵

서로 장난을 치며 노는 삵

먹이를 먹으며 조는 삵

먹이를 다먹고 몸단장하는 삵

고기만도 잘 먹는 삵


   이동 포유류장 안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고기를 스스로 잘 먹을 정도로 성장하게 되면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야외 포유류장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야외 포유류장으로 이동 후 적응이 되면 운동장과 연결된 문을 조금 열어두어 실내와 실외를 선택적으로 오갈 수 있도록 해줍니다. 

야외 포유류장으로 이동한 삵


야외 포유류장으로 이동 후 아직 어리 둥절한가 봅니다.

야외 포유류장 CCTV 영상


운동장에 나가 있는 삵
야생성을 찾아가는 듯 보입니다.


   야외 활동에 삵들이 적응하면 장애물, 은신처 등을 추가해 행동풍부화와 사냥 훈련, 숨는 훈련 등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여 자연 적응력을 높입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사용한 훈련 도구로 인해 다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안전성이 확보된 상황에서만 훈련을 실시하여야 합니다.


행동풍부화의 일환으로 은신처를 제공했습니다.

자연적 재료를 이용한 훈련 환경 조성


먹이를 높이 메달아 점프력을 높이는 훈련을 실시합니다.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제공하여 사냥 훈련을 합니다.


먹이를 넝쿨에 메달아 제공하여 야간 사냥 훈련을 합니다.




   기나긴 훈련을 거쳐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판단되면 자연으로의 복귀를 진행합니다. 이때에는 고려 사항이 굉장히 많은데요.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야생성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정신적 건강성이라고도 하지요. 풀어서 말하면 "자연으로 돌아가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신체적 건강성입니다. 신체적 건강성은 야생의 개체를 표준으로 삼는데 야생의 개체를 잡아 보지 않는 한 알 수 없기 때문에 로드킬이나 그 시기에 구조된 동물들을 대상으로 하여 체중 등을 비교해 봅니다.
 
   정신적, 신체적 건강성에 문제가 없으면 방생을 하게 됩니다. 방생 장소는 최대한 구조 장소와 흡사한 환경에 사람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곳을 찾아 방생을 해줍니다.
 
   어린 시절부터 구조센터에 들어와 자라면서 야생에서 어미에게 배우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나름의 훈련을 받은 삵들은 자연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러길 바라며 저희는 지금도 동물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인고 끝에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안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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