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로 없는 농수로..갇힌 채 죽은 고라니..개선은 아직 : SBS뉴스
지구에 인류가 출현한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해왔습니다. 늘어난 인구에 맞춰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농경지 역시도 광범위하게 확보해야했죠. 이 과정에서 서식지 침범, 농약 사용 등의 피해가 야생동물에게 고스란히 향하고 있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농경지 부근에는 어김없이 농수로가 존재합니다.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농사를 짓는데 있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구조물이지만, 이것이 야생동물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죠. 실제로 많은 야생동물이 농수로에 빠진 뒤 빠져나오지 못하고 고립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무려 3마리의 고라니가 농수로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진 출처 : SBS 뉴스) |
현재의 농수로는 대부분 콘크리트로 건설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평탄한 바닥에 양쪽으로 우뚝 솟은 수직의 벽이 자리하고 있는 직사각형의 형태를 지닙니다. 각각의 목적에 따라 높이나 넓이, 길이 등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성인의 키보다 높은 경우도 쉽게 볼 수 있고, 농경지의 규모에 따라 수십km에 이르는 길이로 건설되어 있기도 하죠.
농수로에 가장 흔히 고립된 채 발견되는 동물은 '고라니'입니다. 이러한 농수로에 고립되면 여간해선 빠져나오기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제 아무리 높은 점프를 할 수 있는 고라니에게도 2m에 달하는 높이를 뛰어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특히나 농수로는 폭이 좁아 도움닫기를 하기에도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뛰어넘어 나올 수 없다면 입구나 수문 등 외부와 이어지는 탈출구를 찾아야 하는데, 농수로에 대한 이해가 없는 야생동물에겐 이 역시도 쉽지 않겠지요. 심지어 이런 탈출구가 없는 농수로도 많고, 특정한 경우가 아니면 수문은 굳게 잠긴 채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 그대로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어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하는 셈인데,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구조를 받는다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아마 서서히 생명을 잃게 될 것입니다.
농수로의 문제는 포유동물의 고립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양서, 파충류를 비롯한 동물의 이동을 막아 생태계를 단절시키는 부작용을 보이기도 하죠. 콘크리트 수로의 가파른 벽면은 다 자란 양서류에게도 넘어가기 힘든 장애물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수로 내의 고여 있는 물에 산란한 개구리의 알이나 올챙이는 정상적인 서식지와 다르게 비가 오면 무척이나 쉽게 쓸려 내려가는 문제도 있습니다.
양서, 파충류에게도 콘크리트 농수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덫과 같다. (사진 출처 : 네이버카페 '한국의 양서파충류' 솔이아빠님 게시글) |
농수로에 고립된 고라니를 구조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스스로 나갈 수 있게끔 탈출구가 있는 위치까지 몰아가던가, 그럴 수 없다면 포획해 밖으로 끄집어내는 방법입니다. 포획을 해야 하는 경우엔 녀석을 쫓아 구석으로 몰아간 뒤, 여러 명이서 그물 등을 이용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포획해야 합니다. 하지만 다리가 진흙과 물에 잠기는 상황에서, 흥분해 도망가는 고라니를 쫓아간다는 것은 체력적으로 매우 힘든 과정이지요. 게다가 자칫 놓치게 되면, 또 다시 수km를 쫓아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 때문에 부득이한 상황에서는 블로우건(마취총)을 이용해 마취를 시킨 후 포획해 구조하기도 합니다.
몰아서 나가게끔 유도해야 할까... 아니면 포획해야할까... ? 둘 다 너무 어렵고, 힘들겠지만... |
이렇게 구조된 고라니는 추락 중 발생한 외상이나 골절 등이 있는지, 고립된 지 오래 되어서 심각한 기아, 탈수 증세를 보이지는 않는지의 건강 상태를 확인합니다. 이상이 없다면 현장에서 바로 자연으로 돌려보내 주겠지만, 만약 이상이 있다면 구조센터로 데려가 충분한 치료를 진행하게 됩니다.
콘크리트 농수로가 지닌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흙 농수로 역시 콘크리트로 바꿔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흙 농수로의 경우 지하로 스며드는 물의 손실량이 높고, 바닥에 자라나는 수초로 인해 유속이 느려지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죠. 하지만 이 역시 의문이 남습니다. 지하로 스며드는 물을 전부 다 손실되는 것이라고 단정 지어도 되는 것일지, 이러한 물 중 대다수의 양은 지하수로 흘러들어가 결국 다시 사용이 가능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 말이죠.
생태계를 살아가는 동물들의 삶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건설되는 콘크리트 농수로의 피해는 야생동물만의 것이 아닙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어린이의 경우에도 자칫 농수로에 떨어져 다치거나 고립될 가능성이 분명 존재합니다.
물론 농수로를 왜 천편일률적으로 이렇게 건설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피해가 지속적으로 관찰이 되고 있다면 이제는 고민을 해봐야겠죠.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하면 줄여나갈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피해를 예방하고, 줄이기 위해선 농수로의 높이를 너무 높지 않게 하거나, 수로 곳곳에 외부로 올라갈 수 있는 완만한 경사로나 탈출구를 일정한 거리마다 의무적으로 건설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을 포함한 공존의 노력이 필요하겠죠. 물론 그 과정에서 동물의 생태적 특성이나 2차 사고의 위험성 등에 대한 고민을 필히 수반해야 합니다.
배려라는 것은 누구 하나만 잘 살게 해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우리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함, 즉 공존을 위한 시작이겠지요.
물론 농수로를 왜 천편일률적으로 이렇게 건설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피해가 지속적으로 관찰이 되고 있다면 이제는 고민을 해봐야겠죠.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하면 줄여나갈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피해를 예방하고, 줄이기 위해선 농수로의 높이를 너무 높지 않게 하거나, 수로 곳곳에 외부로 올라갈 수 있는 완만한 경사로나 탈출구를 일정한 거리마다 의무적으로 건설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을 포함한 공존의 노력이 필요하겠죠. 물론 그 과정에서 동물의 생태적 특성이나 2차 사고의 위험성 등에 대한 고민을 필히 수반해야 합니다.
배려라는 것은 누구 하나만 잘 살게 해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우리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함, 즉 공존을 위한 시작이겠지요.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을 위한 공존의 대안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사진 출처 : SBS 뉴스) |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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