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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7일 금요일

당신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야생동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면?

당신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야생동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남의 얘기 같으신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버려진 쓰레기로 인해 고통받거나 죽어가는 동물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보지 못 할 뿐입니다. 오늘 구조한 너구리가 그러했습니다.

최초로 발견하신 분의 다급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곳 주변의 풀숲에서 조용히 몸을 숨기고 있는 너구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다름아닌 '플라스틱통' 을 머리에 뒤짚어 쓴채 말이죠...

버려진 플라스틱통 입구에 머리가 끼어 빠져나오지 못한 채 발견되었던 너구리의 모습


너구리를 신속히 구조하여 머리에 끼인 통을 제거해주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통으로 인해서 목 주변에 너무 많은 상처가 생기지 않았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말이죠...

너구리의 머리에 끼인 통을 제거해주고 있습니다. 부디 상처가 심하지 않기를....


다행히 플라스틱 통을 안전하게 제거를 할 수 있었습니다. 통에 머리가 끼인 후 빼내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했을 것이고 이로인해 귀와 목 부근의 피부에 상처가 발생했지만, 이만하면 천만 다행이다 라고 생각 될 수준이었습니다.


너구리의 초점 흐린 눈동자가 말해줍니다. 얼마나 두려웠을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를요...


보통의 야생동물들은 이렇게 어떠한 사고를 겪거나 다치게 되면 어딘가로 몸을 숨기는 경향이 강합니다. 자신이 허약해진 것을 다른 천적에게 노출시키지 않기 위함이죠. 생존을 위한 본능에 기인한 것 입니다. 그렇기에 이 너구리가 누군가에게 발견되고 이렇게 구조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적적인 일 입니다. 그리고 만약 발견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볼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인채,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굶주림에 고통스러워하며 실로 비참한 죽음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을 것 입니다.

누군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통에 의해서 말이죠.

'무심코' 라는 말... 참 가볍게 느껴지지만, 이보다 무거울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통에 너구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넘나들었습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4년 11월 6일 목요일

당신의 취미생활, 우리의 취미생활 그리고 고통받는 야생동물 ③ - 낚시

당신의 취미생활, 우리의 취미생활 그리고 고통받는 야생동물 ③ - 낚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취미생활'
여러분도 취미생활을 즐기고 계신가요?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회, 다양한 구성원에 걸맞게 수많은 취미생활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취미생활은 개개인에게 신체적 발달이나, 정서적 안정을 주기도 하고, 어떠한 단체에는 단결력을 심어주거나 감정의 교류를 나눌 수 있게 도와주는 매개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마땅한 취미생활을 찾지 못한 사람들을 가엽게 여기기도 할 정도로 취미생활은 우리 사회에서, 개개인의 삶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긍정적인 줄 만 알았던, 무심코 했던 나의 취미생활이 야생동물들에게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오늘날의 취미생활이 야생동물에게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관해 이야기를 해 드리고자 준비했습니다.


(  # 본 글은 책임을 다하지 않으며 취미를 즐기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자 작성된 글입니다. 이러한 취미를 가진 모든사람이 이와 같은 내용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


당신의 취미생활, 우리의 취미생활 그리고 고통받는 야생동물 세 번째 주제는 '낚시' 입니다. 예전에는 낚시를 생존의, 생계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해왔습니다만 오늘날에는 그보다 취미생활로 더 사랑받고 있습니다.
고되고 바쁜 일상에 지친 많은 이들이 낚싯대를 강물에 드리우고 지친 심신을 달랩니다. 물고기가 잡히더라도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방생을 하고 돌아오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고기가 아니라 시간과 여유를 낚는 셈 인 거죠.
그런데 시간을 낚는 줄 알았던 나의 취미생활이 애석하게도 야생동물의 목숨까지도 낚아채고 있습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는 영구적인 장애를 입은 여러 야생동물이 머물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현재 왼쪽 날개가 없는 중대백로와 왼쪽 다리를 잃은 흰뺨검둥오리가 있습니다. 이 친구들의 공통점은 누군가가 했던 '낚시' 때문에 다시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영구적인 장애를 입었다는 것입니다.
이 친구들의 날개와 다리를 빼앗아갔던 건 다름 아닌 낚싯줄 이었습니다. 날카로운 낚싯줄이 날개와 다리에 감기게 되었고 풀어내지 못한 채 결국 잃게 되었던 것이죠.

위 : 왼쪽 날개가 없는 중대백로 // 아래 : 왼쪽 다리가 없는 흰뺨검둥오리

낚싯줄이 다리에 감겨버린 괭이갈매기의 모습입니다. 낚싯줄이 신체 일부에 감기게 되면 풀어낼 수 없습니다.
그렇게 점점 더 깊게 파고 들어오는 낚싯줄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처나 장애를 입히게 됩니다


낚시를 하다 보면 수초나 바닥의 돌에 낚싯바늘이나 낚싯줄이 쉽게 걸리게 됩니다. 걸린 낚싯줄을 빼낼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끊어지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이렇게 끊어져 버린 낚싯줄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죠. 강가나 해안가에 버려지는 쓰레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너무나 위험한 쓰레기로 말이죠...낚싯줄은 굉장히 날카롭기 때문에 야생동물의 신체 일부가 낚싯줄에 엉키게 되면 야생동물은 여간해선 풀어낼 수 없습니다. 오히려 풀어내려 할수록 점점 조여와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낚싯줄이 부리 주변에 감긴 큰회색머리아비가 고통스럽다는 듯 절규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아래의 사진을 보시면 아실 수 있듯 낚싯줄뿐만 아니라 낚싯바늘 역시도 야생동물에게 치명적인 위협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거나 바늘을 끊고 달아난 물고기를 먹는 먹이활동을 하다가 낚싯바늘을 함께 먹게 됩니다. 이렇게 체내로 들어온 낚싯바늘은 동물의 목이나 내부장기에 박히게 됩니다. 낚싯바늘이 목이나 내부 장기에 걸려있다고 생각해봅시다...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낚싯바늘을 먹거나 낚싯바늘이 신체에 박힌채 구조되어진 동물들의 방사선 사진


낚싯줄이나 낚싯바늘이 주로 물가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동물들에게 특히 위험한 건 사실이지만 비단 물가에 서식하는 동물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낚싯줄을 던지는 과정에서 주변의 전깃줄이나 나뭇가지 등에 낚싯줄이 걸린 채 끊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끊어진 후 남겨진 낚싯줄은 물가에 서식하는 조류 외에 다른 야생동물들에게도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는 낚싯줄이 온몸에 감긴 수리부엉이와 낚싯바늘이 날개에 박힌 소쩍새의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낚싯줄을 던지는 과정에서 주변의 전깃줄이나 나뭇가지 등에 걸리게 됩니다. 이렇게 어떠한 구조물에
걸려있는 낚싯줄은 물가에 서식하는 조류 외의 다른 야생동물들에게도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좌 : 온몸에 낚싯줄이 감긴 수리부엉이 // 우 : 날개에 낚싯바늘이 걸린 소쩍새
낚싯줄이나 낚싯바늘이 주로 물가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조류들에게 특히 위험한 건
 사실이지만 비단 물가에 서식하는 새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낚싯줄, 낚싯바늘....그 다음으로는 낚시에 사용되는 '납추'입니다. 낚시에는 흔히 봉돌(sinker)이라고 하는 납으로 만들어진 추를 사용합니다. 낚시를 하는 중에 낚싯줄이 끊기면서 봉돌도 함께 강가나 바다에 떨어지게 되는데, 이렇게 버려진 수많은 납 봉돌들은 썩지 않고 자연에 남게 됩니다. 바다나 강에 사는 새들은 먹이활동을 하면서 자연에 남아있는 납 봉돌을 함께 먹게 되고, 그 납은 새의 위(ventriculus)에서 분해, 흡수되어 납중독을 일으킵니다. 이렇게 납중독에 걸린 새들은 심한 빈혈과 운동마비, 신경이상을 보이면서 결국 죽게 되는 것이죠.

먹이활동 중 납추를 먹어 '납중독'에 의해 폐사한 큰고니와 그 사체를 부검한 모습입니다.
납에 중독된 동물들의 담낭은 흔히 매우 확장되고, 담즙이 가득 차 있기도 합니다.
역류된 담즙에 의해 근위 내에 저류된 먹이물질이 온통 녹색으로 변하기도 하죠. 


납추가 이처럼 생태계를 위협하는 물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중요히 여겨 지난 2013년 9월 10일부로 ‘낚시 관리 및 육성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납추는 제작, 수입, 판매, 사용이 전면 금지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아직 납추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많아 여전히 납중독 이라는 사고에 있어 자유롭지 못한 실정입니다. 위에서도 한번 언급했듯 낚싯줄이나 바늘 등이 끊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끊어진다고 해서 회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낚시가 야생동물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거나 정당화를 시킬 순 없습니다. 낚시를 취미생활로 즐기는 사람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낚시가 자주 이루어지는 장소의 반경 10m 거리에서 발견된 쓰레기들의 모습입니다.
분명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중 일부가 행하는 잘못이라고 믿고 있습니다만, 좁은 범위 내에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는 건 낚시를 즐기는 모두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 한 것 같습니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다녀간 곳에는 어김없이 각종 쓰레기들이 남겨집니다. 낚시의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발생한 낚싯줄이나 낚싯바늘 외에도 비닐봉투, 유리병, 캔, PET병, 스티로폼, 담배꽁초, 음식물쓰레기 등 정말 가지각색의 다양한 쓰레기들이 남겨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남겨진 모든 쓰레기들은 야생동물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합니다.

강가나 해안가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먹은 야생동물들은 고통스럽게 죽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진출처 - Google 이미지 : 쓰레기를 먹고 폐사한 알바트로스의 사체)


낚시를 한다는 것은 분명히 야생동물의 삶을 위협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낚시를 하는 모든 사람들을 비난할 순 없습니다. 자신의 책임을 다하며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당신이 무심코 드리워놓았던 낚싯줄이 야생동물의 목을 조일 수 있다는 걸, 나의 취미가 야생동물을 이토록 위협할 수 있다는 걸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책임을 다 해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취미생활이 생명의 불씨를 꺼뜨린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입니다.

당신의 취미생활이 생명의 불씨를 꺼뜨린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입니다. 부디 책임을 다해주세요
(사진 출처 - 한겨레 물바람숲, Google 이미지)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4년 4월 29일 화요일

너구리를 위험에 빠뜨리는 요인들!

 너구리(Raccoon dog, Nyctereutes procyonoides)는 식육목 개과에 속하는 종으로 우리나라 전역의 깊지 않은 산림이나 관목림, 하천과 같은 곳에 분포하며 주로 다른 동물(오소리 같은)이 만들어 놓은 굴을 이용하거나 바위틈 사이에 살지만 스스로 굴을 파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민가나 도심지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주로 야행성 동물이지만 낮에도 종종 활동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하죠.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고 가을에 짝을 맺습니다. 교미 시기는 1~3월이며 임신 기간은 59~64일 정도로 알려져 있고 보통 5월 전후로 4~8마리(평균 6~7마리)의 새끼들을 출산합니다. 너구리는 개과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동면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개체, 영양 상태, 지역 등에 따라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 날씨가 그리 춥지 않고 한겨울에도 너구리 구조가 흔치 않은 것으로 봐서 잠깐 굴에서 쉬는 기간을 제외하고는 동면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로 좋아하는 먹이는 개구리로 알려져 있지만 설치류, 파충류, 어류, 조류, 곤충, 연체동물, 다양한 과일 등 거의 가리는 것이 없는 잡식성이자 대식가로도 유명하죠.
 
너구리가 가축에게 광견병을 전파시키는 주요 매개체로 알려지면서 미국, 핀란드, 일본 등에서는 여우, 늑대와 더불어 너구리에 대한 생태 연구와 조사를 통해 광견병 관리계획을 세우고 있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너구리에 대한 생태 조사나 광견병 미끼 백신의 효능과 같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 그럼 이러한 너구리들이 어떤 원인으로 구조가 되는지, 그리고 치료와 재활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접수된 너구리들을 대상으로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그림은 2011년 1월~2013년 12월까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접수된 너구리의 원인을 분석한 그래프입니다. 3년간 총 219마리의 너구리가 접수되었는데 그 중 30%가 넘는 68마리가 개선충에 감염된 상태였습니다. 개선충에 감염된 너구리는 전신 탈모와 피부의 과도 각피화, 결합 조직의 증식이 생기면서 피부는 대단히 비후되어 마치 소보로 빵과 같은 형태를 보입니다. 치료를 받지 못하면 세균의 2차 감염과 쇠약, 악액질로 이어져 결국 죽게 되죠. 이러한 모습 때문에 어떤 신고자는 개선충에 감염된 너구리인 줄 모르고 새로운 종(new species)의 야생동물을 발견했다고 하시는 분도 간혹 계십니다.

개선충에 감염된 너구리 모습

ICU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는 너구리들.
모두 개선충에 감염된 상태다....


 
개선충 감염에 뒤를 이어 미아와 차량과의 충돌로 인한 구조가 각각 40마리, 39마리로 전체 접수된 너구리의 약 36%(각 18%) 정도를 차지합니다.
 
해마다 5월이면 전국의 야생동물구조센터에는 너구리 새끼들이 입원실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부모 너구리가 개선충에 걸려서 함께 있는 새끼들에게까지 전파되어 구조되는 경우, 맨홀이나 배수로에 빠진 채 발견되는 경우, 과수원이나 하우스 주변에서 혹은 등산 중에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 등 새끼들이 구조되는 사연은 정말 다양하죠. 이 중에 가장 센터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부분은 일반인이 너구리 새끼들을 발견한 경우 안타까운 마음에 건강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구조가 아닌 ‘납치 또는 유괴’를 하게 된다는데 있습니다. 새끼 너구리들이 들어오면 스스로 먹이를 먹을 수 있을 때까지 인공포유를 하며 강아지 새끼를 보살피는 것처럼 관리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람에게 익숙해지게 되면 후에 다시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 해결책으로, 대리모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암컷 너구리와 함께 사육하여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갖게 해줄 수는 있죠.
 
인공 포유중인 새끼 너구리

납치(?)로 인해 구조된 한배의 새끼 너구리들
 

야생동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로드킬(road kills)입니다. 차가 다니고 도로가 존재하는 한 야생동물의 로드킬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며 너구리 역시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나마 환경부나 지자체에서 단절된 야생동식물의 생태적 흐름을 지속시키고자 생태 통로 조성과 같은 다양한 보호 계획들을 수립하고 추진하고 있지만 야생동물 보호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입니다.
 
차에 치어 도로 위에서 숨을 거둔 너구리

 
앞다리가 골절되어 수술은 받은 너구리


창애, 올무와 같은 밀렵꾼들이 설치해 놓은 덫에 걸려서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기도 하지만 일반인들이 먼저 발견하여 다행히 구조가 되기도 합니다. 올무에 걸린 상태에서 빨리 발견되어 구조된다면 예후가 좋은 편이지만, 오랫동안 올무에 걸린 채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칠수록 그 올가미는 더 깊이 조여들어 살을 파고 들어가 심각한 상태로 이어지게 되죠. 창애라는 덫에 다리가 걸리게 되면 뼈와 근육, 신경, 혈관 등이 모두 손상되어 절단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개홍역(CDV, canine distemper virus)도 구조되는 너구리들 중 매년 평균 5마리 정도에서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너구리 구조 시에는 CDV간이 키트 검사를 통해 감염여부를 확인해서 다른 동물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개홍역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된 너구리

덫(창애)에 걸려서 다행이 구조되었으나 다친 다리를 절단해야만 하는 상황

 
외국의 경우 사냥이나 늑대, 여우와 같은 너구리의 천적 등으로 인해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너구리의 수렵이 허가되어 있지 않고 천적이 될 만한 중대형 포유류도 거의 없어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너구리의 주된 위협요인은 질병과 교통사고로 볼 수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너구리의 뛰어난 적응력과 번식능력 그리고 전국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접수되는 구조 건수로 추정해 볼 때 전국적으로 안정적인 밀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 누가 현재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는 야생동물이 과거에 멸종위기에 처해질 줄 알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