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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6일 목요일

당신의 취미생활, 우리의 취미생활 그리고 고통받는 야생동물 ③ - 낚시

당신의 취미생활, 우리의 취미생활 그리고 고통받는 야생동물 ③ - 낚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취미생활'
여러분도 취미생활을 즐기고 계신가요?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회, 다양한 구성원에 걸맞게 수많은 취미생활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취미생활은 개개인에게 신체적 발달이나, 정서적 안정을 주기도 하고, 어떠한 단체에는 단결력을 심어주거나 감정의 교류를 나눌 수 있게 도와주는 매개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마땅한 취미생활을 찾지 못한 사람들을 가엽게 여기기도 할 정도로 취미생활은 우리 사회에서, 개개인의 삶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긍정적인 줄 만 알았던, 무심코 했던 나의 취미생활이 야생동물들에게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오늘날의 취미생활이 야생동물에게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관해 이야기를 해 드리고자 준비했습니다.


(  # 본 글은 책임을 다하지 않으며 취미를 즐기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자 작성된 글입니다. 이러한 취미를 가진 모든사람이 이와 같은 내용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


당신의 취미생활, 우리의 취미생활 그리고 고통받는 야생동물 세 번째 주제는 '낚시' 입니다. 예전에는 낚시를 생존의, 생계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해왔습니다만 오늘날에는 그보다 취미생활로 더 사랑받고 있습니다.
고되고 바쁜 일상에 지친 많은 이들이 낚싯대를 강물에 드리우고 지친 심신을 달랩니다. 물고기가 잡히더라도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방생을 하고 돌아오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고기가 아니라 시간과 여유를 낚는 셈 인 거죠.
그런데 시간을 낚는 줄 알았던 나의 취미생활이 애석하게도 야생동물의 목숨까지도 낚아채고 있습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는 영구적인 장애를 입은 여러 야생동물이 머물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현재 왼쪽 날개가 없는 중대백로와 왼쪽 다리를 잃은 흰뺨검둥오리가 있습니다. 이 친구들의 공통점은 누군가가 했던 '낚시' 때문에 다시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영구적인 장애를 입었다는 것입니다.
이 친구들의 날개와 다리를 빼앗아갔던 건 다름 아닌 낚싯줄 이었습니다. 날카로운 낚싯줄이 날개와 다리에 감기게 되었고 풀어내지 못한 채 결국 잃게 되었던 것이죠.

위 : 왼쪽 날개가 없는 중대백로 // 아래 : 왼쪽 다리가 없는 흰뺨검둥오리

낚싯줄이 다리에 감겨버린 괭이갈매기의 모습입니다. 낚싯줄이 신체 일부에 감기게 되면 풀어낼 수 없습니다.
그렇게 점점 더 깊게 파고 들어오는 낚싯줄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처나 장애를 입히게 됩니다


낚시를 하다 보면 수초나 바닥의 돌에 낚싯바늘이나 낚싯줄이 쉽게 걸리게 됩니다. 걸린 낚싯줄을 빼낼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끊어지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이렇게 끊어져 버린 낚싯줄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죠. 강가나 해안가에 버려지는 쓰레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너무나 위험한 쓰레기로 말이죠...낚싯줄은 굉장히 날카롭기 때문에 야생동물의 신체 일부가 낚싯줄에 엉키게 되면 야생동물은 여간해선 풀어낼 수 없습니다. 오히려 풀어내려 할수록 점점 조여와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낚싯줄이 부리 주변에 감긴 큰회색머리아비가 고통스럽다는 듯 절규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아래의 사진을 보시면 아실 수 있듯 낚싯줄뿐만 아니라 낚싯바늘 역시도 야생동물에게 치명적인 위협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거나 바늘을 끊고 달아난 물고기를 먹는 먹이활동을 하다가 낚싯바늘을 함께 먹게 됩니다. 이렇게 체내로 들어온 낚싯바늘은 동물의 목이나 내부장기에 박히게 됩니다. 낚싯바늘이 목이나 내부 장기에 걸려있다고 생각해봅시다...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낚싯바늘을 먹거나 낚싯바늘이 신체에 박힌채 구조되어진 동물들의 방사선 사진


낚싯줄이나 낚싯바늘이 주로 물가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동물들에게 특히 위험한 건 사실이지만 비단 물가에 서식하는 동물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낚싯줄을 던지는 과정에서 주변의 전깃줄이나 나뭇가지 등에 낚싯줄이 걸린 채 끊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끊어진 후 남겨진 낚싯줄은 물가에 서식하는 조류 외에 다른 야생동물들에게도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는 낚싯줄이 온몸에 감긴 수리부엉이와 낚싯바늘이 날개에 박힌 소쩍새의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낚싯줄을 던지는 과정에서 주변의 전깃줄이나 나뭇가지 등에 걸리게 됩니다. 이렇게 어떠한 구조물에
걸려있는 낚싯줄은 물가에 서식하는 조류 외의 다른 야생동물들에게도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좌 : 온몸에 낚싯줄이 감긴 수리부엉이 // 우 : 날개에 낚싯바늘이 걸린 소쩍새
낚싯줄이나 낚싯바늘이 주로 물가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조류들에게 특히 위험한 건
 사실이지만 비단 물가에 서식하는 새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낚싯줄, 낚싯바늘....그 다음으로는 낚시에 사용되는 '납추'입니다. 낚시에는 흔히 봉돌(sinker)이라고 하는 납으로 만들어진 추를 사용합니다. 낚시를 하는 중에 낚싯줄이 끊기면서 봉돌도 함께 강가나 바다에 떨어지게 되는데, 이렇게 버려진 수많은 납 봉돌들은 썩지 않고 자연에 남게 됩니다. 바다나 강에 사는 새들은 먹이활동을 하면서 자연에 남아있는 납 봉돌을 함께 먹게 되고, 그 납은 새의 위(ventriculus)에서 분해, 흡수되어 납중독을 일으킵니다. 이렇게 납중독에 걸린 새들은 심한 빈혈과 운동마비, 신경이상을 보이면서 결국 죽게 되는 것이죠.

먹이활동 중 납추를 먹어 '납중독'에 의해 폐사한 큰고니와 그 사체를 부검한 모습입니다.
납에 중독된 동물들의 담낭은 흔히 매우 확장되고, 담즙이 가득 차 있기도 합니다.
역류된 담즙에 의해 근위 내에 저류된 먹이물질이 온통 녹색으로 변하기도 하죠. 


납추가 이처럼 생태계를 위협하는 물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중요히 여겨 지난 2013년 9월 10일부로 ‘낚시 관리 및 육성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납추는 제작, 수입, 판매, 사용이 전면 금지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아직 납추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많아 여전히 납중독 이라는 사고에 있어 자유롭지 못한 실정입니다. 위에서도 한번 언급했듯 낚싯줄이나 바늘 등이 끊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끊어진다고 해서 회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낚시가 야생동물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거나 정당화를 시킬 순 없습니다. 낚시를 취미생활로 즐기는 사람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낚시가 자주 이루어지는 장소의 반경 10m 거리에서 발견된 쓰레기들의 모습입니다.
분명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중 일부가 행하는 잘못이라고 믿고 있습니다만, 좁은 범위 내에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는 건 낚시를 즐기는 모두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 한 것 같습니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다녀간 곳에는 어김없이 각종 쓰레기들이 남겨집니다. 낚시의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발생한 낚싯줄이나 낚싯바늘 외에도 비닐봉투, 유리병, 캔, PET병, 스티로폼, 담배꽁초, 음식물쓰레기 등 정말 가지각색의 다양한 쓰레기들이 남겨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남겨진 모든 쓰레기들은 야생동물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합니다.

강가나 해안가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먹은 야생동물들은 고통스럽게 죽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진출처 - Google 이미지 : 쓰레기를 먹고 폐사한 알바트로스의 사체)


낚시를 한다는 것은 분명히 야생동물의 삶을 위협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낚시를 하는 모든 사람들을 비난할 순 없습니다. 자신의 책임을 다하며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당신이 무심코 드리워놓았던 낚싯줄이 야생동물의 목을 조일 수 있다는 걸, 나의 취미가 야생동물을 이토록 위협할 수 있다는 걸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책임을 다 해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취미생활이 생명의 불씨를 꺼뜨린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입니다.

당신의 취미생활이 생명의 불씨를 꺼뜨린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입니다. 부디 책임을 다해주세요
(사진 출처 - 한겨레 물바람숲, Google 이미지)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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