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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5일 목요일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겨울나기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굉장히 뚜렷한 나라입니다. 봄에는 포근하고, 여름에는 덥고, 가을에는 서늘하며, 겨울은 춥습니다. 물론 지구온난화의 영향 등으로 계절의 경계가 모호해진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각 계절에 따라 다른 삶을 살아갈 정도로 각 계절의 특징이 뚜렷하죠. 아마 야생동물도 마찬가지로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다를 겁니다. 그렇다면,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겨울을 보내는 동물들과, 동물을 위해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은 어떨까요?

우선 겨울이 오기 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를 '월동준비' 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겨우내 사용할 것들을 미리미리 준비해야하고, 동물들에게 해줘야할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겨울하면 생각나는 것은 역시 '추위' 와 '눈' 이겠지요. 구조센터에서도 가장 신경 쓰는 것이 바로 추위와 눈입니다. 다친 야생동물의 경우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야생동물보다 추위를 버티는 능력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 자칫 치명적인 결과가 생길수도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준비해야 합니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외부로 노출되는 부분을 깃털 속에 꽁꽁 묻어둔 채 잠을 청하는 황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첫 번째 방법!! 바로 은신처나 바닥재를 제공하는 것 입니다. 사실 은신처나 바닥재는 겨울 뿐 아니라 사계절 내내 제공해주는 것 입니다. 그러나 특히 겨울에는 조금 더 따뜻할 수 있는 재질로 바꿔주거나 자주 교체를 해주는 등 더 신경을 써야하죠.

겨울에 머무는 포유류들에게는 낙엽이 굉장히 많이 필요합니다. 계류장 내에 낙엽을 깔아놓으면 바닥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기운을 줄여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연환경에서 가져온 것이기에 야생동물에게 익숙하고 안전하니까요. 그래서 겨울이 오기 전 나뭇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센터 직원들은 낙엽을 마구 긁어모아옵니다. 잘 보관해두고 겨우내 요긴하게 사용하지요. 낙엽 이외에 두꺼운 담요 등을  추위를 피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겨우내 포유류 계류장의 바닥재로 사용할 낙엽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정도면 충~분히 겨울을 잘 보낼 수 있겠지요?


또 직접적으로 열을 제공해 추위를 줄여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열등이나 온열기 등을 계류장에 제공하는 것이죠. 어찌 보면 추위를 줄여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법이야말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열'은 화상을 입을 수 있기에 매우 위험하죠. 계류장 내에 열등을 설치할 때에는 동물의 몸에 직접적으로 닿을 수 없는 위치에 놓아줘야하고 특정한 위치에만 제공해 동물이 열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유도해야 합니다. 너무 더우면 열등이 없는 시원한 곳에 가서 체온을 내리고, 다시 추워지면 스스로 열등 근처로 다가오게끔 말이죠.

추위에 약한 벌매가 열등 아래에 머물면서 체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열등을 제공해준다면 필히 계류장 내의 온도와 습도를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합니다. 열등으로 인해 온도가 너무 높아지지는 않았는지, 너무 건조해지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해야하죠. 만약 너무 건조하다싶으면 물이 담긴 접시나 물에 적신 수건 등을 계류장 내에 놓아 조절해줄 수 있습니다.

온/습도계를 통해 주기적으로 온도와 습도를 관리해야 합니다.


추위와 함께 겨울을 무섭게 만드는 것은 역시 '눈' 입니다. 눈이 흩날리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일단 쌓이기 시작하면 이보다 무서운 것도 없습니다. 특히 야생동물에게는 눈이 큰 위협이 되기도 하니까요.  자연생태계에서 눈이 내리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은 맞지만 구조센터에게 눈은 그리 반가운 손님이 아닙니다.


일단 눈이 쌓이기 시작하면 지속적으로 계류장의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충남센터의 경우 계류장 천장이 그물망으로 되어있는데, 눈이 쌓이면 너무 무거운 나머지 그물이 아래로 축 처저버립니다. 심하면 천장이 무너져 내리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지요. 그럼 계류장에 머물고 있던 동물이 눈에 깔리거나 그물에 엉키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주기적으로 눈의 양을 확인하고 천장에 쌓인 눈을 털어내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폭설이 내리는 날이면 늦은 밤에도 쉽사리 퇴근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소복히 내려앉은 눈이 지붕위에 쌓이고 쌓여 그 무게감을 뽐내고 있습니다.
저 눈을 열심히 치워야 합니다. 열심히...


천장에 눈이 쌓이는 문제 외에도 눈 자체가 계류장 전체를 덮어버리면 그곳에 머무는 동물들이 힘겨울 수 있습니다. 때문에 눈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하지요. 충남센터의 경우 계류장 천장 중 일부는 완전히 덮여있어 눈이나 비가와도 맞지 않고 피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공간이 없다면 몸이 젖어 체온이 떨어질 수 있으니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계류장의 일부분에는 눈이 들이치지 않는 곳이 있어야 합니다.
동물이 눈을 피할 수 있는 은신처도 필요하고요.


물론 겨울이 구조센터의 동물들을 힘겹게만 만드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눈이 내리면 동물들에게도 특별하고 신선한 자극이 되니까요. 어떤 동물은 눈 위에 신나게 발자국을 남기며 뛰어 놀기도하고, 또 어떤 동물은 눈을 먹어보거나 헤집어 놓은 등 기존과 다른 다양한 모습을 보이며 즐거워하기도 합니다. 왜 우리 사람도 그렇잖아요. 눈이 오면 괜시레 차가울걸 알면서도 만져보고 싶고, 발자국도 남겨보고 싶고...

너구리가 눈 속에 코를 파묻은 채 냄새를 맡았더니 코 주위에 눈이 묻었네요. 
야행성인 삵은 보통 낮에는 은신처에 몸을 숨기고, 밤이 되면 나와 활동합니다.
하지만 눈이 오니 낮에도 나와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눈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구조센터에 머무는 동물에게 겨울은 춥고 고달플 것 입니다. 가뜩이나 상처입고 아픈데 추위가 몰아치니 말이죠. 그건 야생에 살아가는 동물들도 마찬가지일 테지요. 이 척박한 환경에 가뜩이나 살아가기 어려운데 몰아치는 추위가 그들을 몰아세울 테니까요. 하지만 그들 역시 꿋꿋하게 이 겨울을 견뎌내고 힘차게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봄이 올 테고, 조금 더 지나면 무더운 여름이오겠죠. 그러면 언제그랬냐는듯 또 다시 겨울을 기다리겠죠? 마치 우리 처럼요.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역시... 눈은 적당히 오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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