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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26일 일요일

16-907 삵의 회복기

삵을 포획했다는 다급한 구조신고가 걸려왔다.
포획이란 말을 들으니 지난 날 덫에 걸려 크게 다친 동물들이 떠올랐다. (덫과 너구리)
도착한 현장에선 포획틀 안에서 얌전히 웅크린 삵을 볼 수 있었다. 큰 외상이 보이지 않아 마음이 놓일 찰나, 피부가 찢겨 기괴하게 드러난 삵의 얼굴이 보였다. 포획틀에 갇혔을 때 흥분한 상태로 탈출을 시도하다 다친 것 같았다.

포획틀 주변에 떨어져나간 삵의 이빨이 있었다.

신고자는 집 주변의 고양이가 닭을 헤쳐 고양이를 포획해 멀리 떨어진 곳에 풀어줄 목적이었으나 삵이 들어가 큰 상처를 입으니 죄책감과 걱정에 발을 구르며 신고한 것이었다. 신고자에게 잘못을 물을 수 있을가. 고통을 주지 않으려 포획틀에 설치한 게 다행일 따름이다. (야생동물과의 공존, 그 어려운 딜레마에 대하여)
이빨이 부러지고 입술, 입천장이 찢어진 상태, 구조센터에 도착해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찢어진 부위를 봉합하는 수술

얼마 후, 큰 흉터가 남았지만 상처가 아물었고 야외 계류장에선 행동풍부화 도구를 신나게 가지고 노는 고마운 모습까지 보여줬다. 그리고 삵은 야생으로 돌아갔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연구원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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