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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24일 수요일

2016년 하반기 실습생 활동 후기 ⑤ - 김명수



실습지원동기 및 목적
인간, 동물 그리고 자연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동물은 동물답게 인간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수의학이 인간을 위해 동물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는 하지만 이를 통해 동물에게 역시 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의사가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리고 막상 수의사가 되려고 보니 수의사도 여러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중에서도 야생동물수의사가 가장 적절한 분야라고 판단이 되었습니다.
저의 꿈과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발판이 될 야생동물수의사가 꼭 되고 말리라는 결심은 확고하지만 이를 위해서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는 잘 모르고 있다는 것에 고민이 있었습니다. 막연한 미래를 좀 더 뚜렷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제가 앞으로 일하고 싶은 곳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 확실히 알아야한다는 판단이 들었고, 실제로 실습의 중요성에 대한 조언도 들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직접 경험하고 배우고 공부하며 앞으로 내가 무엇을 준비해야할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에 대해서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실습지원방법 및 기간
실습을 하기위해서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에 모집공고가 올라올때를 기다려 지원기간에 맞춰 지원신청서를 제출해야한다.
2016년 하반기 실습은 627일부터 87일까지 6주간 이루어졌다.
 
 
실습내용
실습초반에는 진료, 구조, 관리 파트로 나뉘어 선생님들께 어떤일을 하는지에 대해 배웠다. 또한 매주 세미나를 통해 각 분야별로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배울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야생동물이 야생동물구조센터로 구조되어서 방생되기까지의 과정을 순서대로 적어보았다.
 
-구조-
구조센터의 구조는 많은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다친 곳은 없는지, 어린동물인지,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는지 등 최대한 자세하게 동물이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질문한다. 특히나 여름철에는 어린동물들이 미아로 오해받아 구조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아무리 정성을 드려도 어미만큼 어린동물들을 잘 키워낼 수가 없다. 따라서 어린동물들인 경우엔 주변에 어미는 없는지, 혼자 떨어져있는 것이 며칠이나 지났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질문이 더 필요하다. 무작정구조보다는 어미와 함께 있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린동물들을 위해 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고라니 새끼들의 젖먹이 시간입니다. 박스 하나하나에 전부
고라니가 있습니다. 새끼동물을 미아로 오인해 구조해서는 안되겠죠!!


답변을 토대로 동물을 어떻게 구조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다. 미미한 부상을 가진 동물은 그 자리에서 방생할 수도 있고, 둥지에서 떨어진 새가 부상이 없다면 다시 올려주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다. 구조센터까지 오는 경우는 심각한 부상등으로 인해 현 상태에서는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다고 판단되는경우다.
구조된 동물중에서 가장 놀라웠을 때는 비둘기가 구조되었을 때였다. 비둘기가 여러 종류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지만, 센터에서 구조된 비둘기를 보고나서야 비둘기도 야생동물이었구나 하는 사실을 깨닳게 되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비둘기 역시 야생동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우면서도 놀라웠다. 야생동물은 우리주변에 가까이 있었는데 깊은 산속에서만 살고 있을거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동정-
구조된 동물은 야생에서 살아나갈 수 있다고 판단될 때가지 구조센터에서 지내게 된다. 동물이 구조된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동물에 대한 정확한 동정이다. 정확히 동정해야 이 동물을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이며 어떤 재활훈련을 거치고 어느 장소에서 어느 시기에 방생해야할지도 결정될 수 있다. 동물의 치료 역시 어떤 동물이냐에 따라 다르게 결정된다. 실습하기 이전에도 구조센터에서 많이 구조되는 동물이 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새가 있다는 사실은 실습기간동안 처음 알게 되었다. 내가 정말 아는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가장 강하게 하게 된 부분이기도 했다.

구조된 동물이 어떤 종인지 유심히 살피고 있는 모습일까요?

 
-초기진료/치료-
동정을 마친 동물들은 진료에 들어간다. 호흡은 정상적으로 하는지, 통증에 대한 반응은 있는지, 정상적인 자세를 취하는지 꼼꼼히 관찰한 후 그에 맞는 치료를 한다. 중요한 검사는 혈액검사와 방사선촬영이었다. 구조의 원인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차량이나 건물에 의한 충돌사고였다. 그만큼 골격을 검사하는 방사선촬영은 거의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배운부분이 아니라 보고도 전혀 알지 못했다. 영상이나 외과를 배운후에 실습을 왔으면 더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혈액검사나 방사선촬영은 당장의 치료를 위해서 뿐만아니라 훗날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야생동물의 경우엔 종도 굉장히 다양하면서 정상에 대한 정확한 수치가 없기 때문에 검사후에도 정상인지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 따라서 지속적인 데이터 축적을 통해 정상범위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새의 경우엔 이러한 정보부족으로 인한 진료의 어려움을 돕는 “BODY SCORE"라는 개념이있었다. 이는 킬본 주변 흉근의 발달정도로 기아여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1단계부터 5단계까지로 판단 할 수 있는데 1단계로 갈수록 기아상태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었다. 별다른 외상이 없더라도 바디스코어가 낮다면 수액을 주사하는 등의 처치를 해주어야했다. 센터에 구조되었던 한 수리부엉이는 아직 바디스코어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았던 나도 깜짝놀랄 만큼 수치가 매우 낮았었다. 하지만 겉으로만 봐서는 깃털에 가려이러한 상태를 알지못하고 건강해보인다는 생각을 했었다. 바디스코어를 몰랐다면 어쩔뻔했을까 성급히 생각했다는 사실에 뜨끔하면서도 아직 배우는 입장이라는 현실에 안도했다. 더 많이 살릴 수 있도록 더 많이 배우고 익혀야겠다고 다시 한번 결심하게되었다.

황조롱이의 눈 주변에 묻은 이물을 세척하고 있습니다.
 

-관리/재활-
치료를 마친 동물들은 건강상태, 습성에 따라 알맞은 계류장이 주어진다. 단순하게 몸을 회복하고 먹이를 주는데에만 신경쓰는게 아니라, 야생으로 돌아갈 준비도 함께한다. 특히 어린동물인 경우엔 성체에 비해 더 정성을 쏟는만큼 각인 될 위험도 높다. 각인된 동물은 야생으로 돌아가기가 힘들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동종의 동물은 함께 있게한다거나, 다른 종이라도 서로에게 해가되지 않는다면 합사하여 야생에서의 생활이 좀 더 익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각인으로 인해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너구리 짬밥이는 구조된 새끼 너구리이 대리모로써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훗날 어린 너구리들이 성장하여 야생에서 살아가야할 때 필요한 습성들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적절할 환경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실습동안 완공된 일명 물새장은 오리나 원앙과 같은 물새들을 위한 물을 제공해줄 수 있는 역할을 충실히 해줄 수 있다. 기존의 어린이용 풀장에서만 한정적으로 풀 수 있었던 욕구를 이젠 더 넓고 다양한 깊이의 물에서 더 잘 풀 수있게 되었다. 완공 후 옮길 당시에는 무서워하던 오리들이 물새장에 풀어놓자 환경변화에 어리둥절하면서도 이내 좋아하며 수영하는 모습을 보니 괜시리 내 마음도 뿌듯해졌다.
또한 원형인 물새장은 비행실력이 훌륭한 황조롱이들에게도 좋은 환경을 제공해준다. 네모난 계류장에는 연속적인 비행에 한계가 있지만 원형인 계류장에서는 가능했다. 처음들어갈 때 보다 점점 더 오래 날 수 있게 되는 황조롱이들을 보면서 적절한 환경의 중요성을 새삼 깨닳게 되었다.

소형 참새목 조류에게 적합한 계류공간을 만들어주고자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동물들을 돌봄에 있어서 가장 주된일은 어린동물들의 먹이를 주는 것이었다. 아직 둥지에서 벗어나지 못해 어린새들은 배부르다며 먹이를 외면한지 10분도 채 되지못해서 다시 배고프다고 짹짹하며 울었다. 조금먹는만큼 빨리 소화시키는 어린 새들을 보면서 어미새들의 고충에 조금이나마 공감하면서도 이렇게 키운 아이를 잃어버려서 얼마나 속상할지 아니면 어미새도 무슨일을 당한건지에 대한 걱정이 함께 들었었다.
어린 고라니들의 밥을 챙겨주는 것도 센터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어미를 잃고 구조된 고라니들은 하루에 세 번 우유를 주었다. 그리고 매번 체중체크를 하면서 잘 성장하고 있는 지에 대한 여부를 판단하였다. 사람을 극도로 싫어하는 고라니의 밥을 먹이는 것은 고라니에게도 사람에게도 매우 힘든 일이었다. 시원하게 먹어주며 쑥쑥 성장해나가는 고라니들은 정말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정도로 고라니들의 밥을 먹이는 것은 정말 어려운일이었다. 그래도 실습후반쯤에는 우유는 최선을 다해 거절하면서 제공된 풀은 열심히 뜯어먹는 고라니들을 보면서 지금있는 아이들이 아프지말고 쑥쑥자라 야생으로 잘 돌아갔으면 하고 바란다.
 
-방생-
모든 준비를 마친 동물들은 야생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를 위한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신체적으로 완전히 건강해야할 뿐만아니라 스스로 먹이활동이 가능한지 포식자나 인간에대한 경계는 있는지 모든 부분에서 살펴보아야한다. 또한 동물들이 야생에서 필요한 습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 예로 너구리들을 방생하기 전에 너구리들에게 필수적인 땅을 파는 습성을 갖추고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먹이를 땅에 묻었다. 시간이 지난 후 CCTV를 통해 먹이를 잘 찾아서 먹는지를 확인한 후에야 방생을 하였다.
동물의 독립시기도 방생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센터내에는 많은 수리부엉이 유조들이 방생을 기다리며 계류중이다. 야생에서 어미로부터 독립하는 시월이후에 방생하는 것이 이전에 방생하는 것보다 생존확률이 높았다는 것을 토대로 시월이후에 방생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새에있어서 중요한 것중 하나는 나는데 중요한 깃의 상태이다. 실습동안 가장 먼저 방생되었던 수리부엉이는 몸에 상처들이 있었지만 야생에서도 흔히 얻을 수 있을 만큼 미미한 상처였고, 그보다 계류장내에서 깃손상의 우려가 있었다. 맹금류인 수리부엉이는 깃갈이를 매우 천천히 하기 때문에 손상이 일어나면 더 오랜시간 계류할 수 밖에 없어지고 이는 훗날 야생에서 적응하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방생을 결정했다.
방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이 야생에서 잘 살아 갈 수 있느냐에 대한 여부다.
 
-추적기/가락지부착-
방생전에는 추적기나 가락지를 부착하도록 하는데, 이를 통해 방생한 동물들의 야생에서의 적응도를 파악 할 수 있고, 이동경로나 생활사 역시 파악가능하게 된다. 축적된 자료는 각 종에 대해 파악하는데 중요한 정보가 되며, 훗날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동물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근거자료도 될 수 있다.
예로 10월이후에 방생하게 될 수리부엉이 유조들도 이러한 관찰을 통해 유조들이 10월이후에 독립한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독립시기에 맞춰 방생한 결과 생존률이 더 높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이를 통해 구조된 수리부엉이들이 야생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가락지 부착에 관한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네요! 
 

느낀점
실습을 하기 전에는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야생동물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나만의 착각이었다. 나는 정말 아는 것이없었다. 그나마 안다고 했던 사실들도 수의대에 오기 이전에 알아보며 알게된 보편적인 사실들 뿐이었고, 우리나라에 얼마나 다양한 새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몰랐다.
또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끼니도 제때 챙기지 못하면서 일하시는 수의사분이나 재활사 분들을 보며 나는 훗날 저런 열정을 가지고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을까 야생동물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얘기해도 될까싶을 정도로 부끄러워졌다.

예산황새공원에도 다녀왔어요!!


수의학적인 지식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단순히 동물을 치료할 뿐만아니라 야생동물이 살아갈 수 있는 자연환경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했고, 동물이 가지는 습성 생활방식 역시 야생동물을 치료하고 야생에서 무리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데 필수적으로 알아야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속으로 좌절했던 나에게 조급해하지말라던 위로와 실습내내 어리벙벙하던 나를 친절히 알려주셨던 선생님과 근로학생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는 만큼 지킬 수 있는 것이라던 말을 잊지않고 무지한 지금의 나를 극복하고 더 많이 지킬 수 있도록 더 많이 알아야겠다는 결심을 다시한번하게되었다.

구조센터에서의 경험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 후기로는 실습을 통해 배우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다 담을 수 없다. 야생동물과 관련된 일을 하고싶은 사람이라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실습과정을 경험해보라고 꼭 추천해주고싶다. 실습 전 충분한 체력을 키워놓고 가라는 충고아닌 충고와 함께...

'아는 만큼 지킬 수 있는 것' 오래 기억해주세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D !!!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하반기 실습생 김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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