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여름의 절정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해는 길어지고, 길어진 해 만큼이나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8월 5일(오늘)의 경우 서울 32도, 충남 33도, 대구는 36도에 이르는 말 그대로 타들어갈 듯한 날씨였습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계류 중인 야생동물에게도 이러한 무더위는 그리 반가운 존재가 아닙니다. 야생에서라면 이렇게 더운 날에는 선택적으로 활동을 할 것이며, 물을 찾아 몸을 시원히 적시거나 그늘에 머물며 휴식을 취할 테지만, 인위적인 공간에서 머물러야 하는 야생동물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적습니다.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날씨를 보이는 시기에는 계류동물이 버텨낼 수 있도록 특히 더 신경을 쓰고 도움을 줘야 합니다. 저희 센터에서는 태양을 피할 수 있는 은신처도 제공해주고, 그늘도 만들어주었으며, 적당한 크기의 풀장을 제공해 필요에 따라 목욕(수영)도 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여전히 더위 해소를 위해선 부족함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가장 무더운 한낮에는 일정 시간동안 계류장 내부에 전체적으로 물을 흩뿌려줄 수 있는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켜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 역시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켜주었다가, 시간이 지난 후 작동을 멈추어주었습니다. 그때 무심코 동물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는데 평소와 사뭇 다른 모습에 웃음이 나더군요.
오늘은 저를 웃게 했던, 물에 흠뻑 젖기 전과 젖은 후 동물들의 모습을 여러분들께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스프링클러에서 나오는 물줄기 아래에서 더위를 식히는 '참매'의 모습 |
우선 물에 젖기 전, 후의 차이가 가장 뚜렷한 독수리 '광주'와 수리부엉이 '코리' 입니다. 두 친구는 모두 교육동물로서 대중에게 야생동물을 위협하는 요인과 야생동물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알리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 영구장애동물?! 교육, 훈련동물!!! )
어떻게 변했는지 보실까요?
독수리의 Before & After 모습입니다. 독수리의 덩치와 겉모습에서 뿜어 나오는 카리스마가 실종되었네요!! |
수리부엉이의 Before & After 모습입니다. 뭔가 기가 죽은 것 같은 모습이네요. 자신감도 떨어져 보입니다. |
이렇게 본래의 모습과 꽤 많이 달라진 친구들이 있는 반면에, 거의 차이가 없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사실 계류동물 중에는 물에 젖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때문에 스프링클러를 틀어주면 물이 닿지 않는 구석진 장소에 머물며 떨어지는 물을 피하는 경우도 많지요. 그렇다고 효과가 없느냐!? 그렇진 않습니다. 직접적으로 물에 젖지 않아도 계류장 내부의 온도가 내려가기 때문에 시원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소쩍새는 한낮에는 주로 은신처에 머물고 있는 친구여서 여간해선 흠뻑 젖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날개부분만 살짝 젖었고, 말리기 위해 펼쳐놓고 있습니다. |
새호리기 역시 크게 젖지는 않은 것 같지만, 사진은 꽤나 굴욕적(?)으로 나왔네요. 몸에 뭍은 물기를 털어내기 위해 고개를 세차게 젓는 모습입니다. |
물이 꽤 많이 날리는 위치에 앉아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젖지 않은 매의 모습 |
머물고 있는 동물들은 이렇게 나마 무더운 여름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우리 내 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지요? 이들 역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니까요. 아무쪼록 무더운 여름, 이 야생동물처럼 힘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D
매년 지금과 같이 무더운 날이 계속되는 때에는 곳곳에서 물놀이로 인한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습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한 물놀이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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