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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1일 목요일

구조센터 야생동물의 겨우살이, 결국 더부살이!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굉장히 뚜렷한 나라입니다. 봄에는 포근하고, 여름에는 덥고, 가을에는 서늘하며, 겨울은 춥습니다. 물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계절의 경계가 모호해진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각 계절에 따라 확연히 다른 삶을 살아갈 정도로 각 계절의 특징이 뚜렷하죠. 이러한 계절의 변화는 야생동물의 삶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 여름, 가을, 겨울을 살아가는 각각의 삶의 모습이 다를 겁니다. 그렇다면,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겨울을 보내는 동물들과, 동물을 위해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은 어떨까요?

겨울이 되면 센터의 하루는 눈쓸기로 시작합니다.
즐겁게 눈을 쓸다보면 어느새 추위도 달아납니다. 아하하하...

 
우선 겨울이 오기 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를 '월동준비' 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겨우내 사용할 것들을 미리미리 준비해야하고, 동물들에게 해줘야할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겨울하면 생각나는 것은 역시 '추위'겠지요. 다친 야생동물은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야생동물보다 체온을 유지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면역기능도 떨어져 질병감염에 더 취약해질 개연성도 존재합니다. 필요하다면 동면이라도 취하겠지만, 인위적인 공간에 있는 동물에겐 동면 역시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 자칫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준비해야 합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체온을 유지하는데 더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되도록 웅크리고, 노출되는 피부의 면적을 줄이려는 등의 모습을 보이죠.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첫 번째 방법!! 바로 은신처나 바닥재를 제공하는 것 입니다. 사실 은신처나 바닥재는 겨울 뿐 아니라 사계절 내내 제공해주는 것이 당연합니다. 동물이 불필요한 자극에서 벗어나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특히 겨울에는 조금 더 따뜻할 수 있는 재질로 바꿔주거나 자주 교체를 해주는 등 더 신경을 써야하죠

겨울에 머무는 포유류들에게는 낙엽이 굉장히 많이 필요합니다. 계류공간 내에 낙엽을 깔아놓으면 바닥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기운을 줄여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연환경에서 가져온 것이기에 야생동물에게 익숙하고 안전하니까요. 그래서 겨울이 오기 전 나뭇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센터 직원들은 낙엽을 마구 긁어모아옵니다. 잘 보관해두고 겨우내 요긴하게 사용하지요. 낙엽 이외에 두꺼운 담요 등을 추위를 피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열심히 쓸어담으면, 겨우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직접적으로 열을 제공해 추위를 줄여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열등이나 온열기 등을 계류공간에 제공하는 것이죠. 어찌 보면 추위를 줄여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법이야말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은 화상을 입을 수 있기에 매우 위험하죠. 계류공간 내에 열등을 설치할 때에는 동물의 몸에 직접적으로 닿을 수 없는 위치에 놓아줘야하고, 특정한 위치에만 제공해 동물이 열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유도해야 합니다. 너무 더우면 열등이 없는 시원한 곳에 가서 체온을 내리고, 다시 추워지면 스스로 열등 근처로 다가오게끔 말이죠.
 
직접적인 열을 제공할 경우 위험성이 따르니 신중에 신중을 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열등을 제공해준다면 필히 계류공간 내의 온도와 습도를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합니다. 열등으로 인해 온도가 너무 높아지지는 않았는지, 너무 건조해지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해야하죠. 만약 너무 건조하다싶으면 물이 담긴 접시나 물에 적신 수건 등을 놓아 조절해줄 수 있습니다.
 
추위만 대비한다고 겨울을 맞이할 준비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겨울을 두렵게 만드는 것은 역시 ''입니다. 눈이 흩날리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일단 쌓이기 시작하면 이보다 무서운 것도 없습니다. 특히 야생동물은 눈이 쌓이면 먹이활동에 지장을 받아 탈진으로 이어지는 등의 큰 위협이 되기도 하니까요. 자연생태계에서 눈이 내리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은 맞지만 구조센터에게 눈은 그리 반가운 손님이 아닙니다.

눈이 제법 많이 왔습니다. 하루아침에 완전히 변한 환경에 호기심을 갖는 걸까요?


일단 눈이 쌓이기 시작하면 지속적으로 계류공간의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충남센터의 경우 일부 계류공간의 천장이 그물망으로 되어있는데, 많은 눈이 쌓이면 무거운 나머지 아래로 축 처져 버립니다. 아직까지 그런 적은 없지만, 어쩌면 천장이 무너져 내리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지요. 그럼 내부에 머물고 있던 동물이 눈에 깔리거나 그물에 엉키는 등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주기적으로 눈의 양을 확인하고, 천장에 쌓인 눈을 털어내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폭설이 내리는 날이면 늦은 밤에도 쉽사리 퇴근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캡션 추가
 

천장에 눈이 쌓이는 문제 외에도 눈 자체가 계류공간 전체를 덮어버리면 그곳에 머무는 동물들이 힘겨울 수 있습니다. 때문에 눈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하지요. 충남센터의 경우 천장 중 일부는 완전히 덮여있어 눈이나 비가와도 맞지 않고 피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공간이 없다면 몸이 젖어 체온이 떨어질 수 있으니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계류공간의 깊숙한 안쪽은 부분적으로 지붕이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눈과 비과 들이닥치지 않는, 동물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죠. 


물론 겨울이 구조센터의 동물들을 힘겹게만 만드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눈이 내리면 동물들에게도 특별하고 신선한 자극이 되니까요. 어떤 동물은 눈 위에 신나게 발자국을 남기며 뛰어 놀기도 하고, 또 어떤 동물은 눈을 먹어보거나 헤집어 놓는 등 기존과 다른 다양한 모습을 보이며 즐거워하기도 합니다. 왜 우리 사람도 그렇잖아요. 눈이 오면 괜스레 차가울 걸 알면서도 만져보고 싶고, 발자국도 남겨보고 싶고... 

교육동물 너구리에게 눈을 이용한 행동풍부화를 해주었습니다.
눈으로 만든 케이크를 선물받고 호기심에 가득찬 모습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구조센터에 머무는 동물에게 겨울은 춥고 고달플 것 입니다. 가뜩이나 상처입고 아픈데 추위가 몰아치니 말이죠. 그건 야생에 살아가는 동물들도 마찬가지일 테지요. 이 척박한 환경에 가뜩이나 살아가기 어려운데 몰아치는 추위가 그들을 더 몰아세울 겁니다. 부족해진 먹이에 위협을 무릅쓰고 민가를 어슬렁거릴지 모릅니다. 그러면서 누군가에게 쫓기고, 도망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생과 사를 넘나드는 삶일 지도요. 하지만 그들 역시 저마다의 자리에서 꿋꿋하게 이 겨울을 견뎌내고 힘차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힘겨운 겨울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봄이 올 테고, 조금만 더 지나면 무더운 여름이 찾아옵니다.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시 겨울을 기다리겠죠? 마치 우리처럼. 그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으니까. 우리의 겨우살이는 야생동물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더부살이니까.

흰꼬리수리 앞에 놓인 눈사람의 운명은...?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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