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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19일 수요일

동물을 향한 악의 없는 악행




위의 새들은 건물에 충돌해 구조됐지만 하루를 채 버티지 못했다. 충돌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은 블로그에서 이미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조류의 충돌사고..)(맘 편히 자유롭게..)
올해도 마찬가지로 1월부터 현재까지 충돌사고로 구조된 조류가 가장 많다.


괭이갈매기의 충돌사고

한 달 전, 괭이갈매기 한 마리가 건물에 충돌해 구조됐다. 하지만 일반적인 건물충돌과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갈매기를 보면 약속이나 한 듯이 과자를 집은 손을 하늘로 뻗어 올린다.  예능 방송이나 드라마에서도 즐겁게, 아름답게 보여지는 장면이다. 이 괭이갈매기 또한 여느 갈매기들처럼 과자를 먹기 위해 날아왔지만 다른 갈매기들과는 다르게 건물 기둥에 충돌했다.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으나 구조된 괭이갈매기의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구조 당시의 괭이갈매기

충돌로 인해 뇌에 가해진 충격과 후유증 때문인지 큰 외상이 없음에도 기립은 물론 정상적인 자세로 앉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머리가 다리 사이에 끼어있던 괴상하고 안쓰러운 모습을 볼 때마다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수의사와 재활사의 보살핌을 받은지 보름쯤, 괭이갈매기는 정상적인 자세로 앉을 수 있었다.



현재는 불안하게나마 기립이 가능한 상태지만 여전히 먹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한 걸음도 제대로 뗄 수 없다. 이대로 아무런 운동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른다면 근골격계에 또 다른 이상이 발생할 것이라 판단돼 선택한 것이 수중재활운동.
물밖에선 기립조차 온전치 못해 언제나 부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물속에선 부력으로 인해 기립은 물론 가벼운 운동까지 가능할테니 이를 통해 근육량이 심하게 감소하는 것을 방지하고 균형감각기능의 회복 등을 기대하며 재활을 시작했다.


처음엔 얕은 물에서 안정적인 기립을 확인했고 현재는 더 넓고 깊은 물에서 가벼운 운동을 진행하는 상황이다. 여전히 예후가 좋지 못하지만 조금이라도 호전되길 바라며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출처 : EBS 하나뿐인 지구, KBS, NEWS1

동물원에선 먹이를 던져주고, 생태체험이란 이름으로 만지고 쓰다듬고, 한 눈에 반해 이색동물을 구매하고, 바닷가에선 갈매기에게 과자를 집어주는, 사람들의 동물을 향한 많은 행동들이 그들에게 고통을 주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호기심과 재미 어쩌면 교감 혹은 사랑까지 담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출처 : EBS 하나뿐인 지구, 동물자유연대

하지만 당신이 던진 먹이를 먹은 악어와 미어캣이 질병으로 쓰러지고, 아이들의 손길이 닿은 수많은 동물들이 스트레스로 죽어가고, 당신의 이색동물 한 마리는 수백 마리의 죽음 위에 있으며, 무심코 집어준 과자가 괭이갈매기를 힘겨운 병원신세로 몰아넣었다.
동물을 사랑하고 싶다면 먹이를 주고 눈을 맞추며 쓰다듬는 일방적인 사랑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 악의 없는 당신의 행동에 많은 동물들이 차갑게 스러져 갔을 것이다.
만약 반복한다면 여전히 당신의 행동엔 악의가 없는 것일까.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연구원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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