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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11일 토요일

겨울 진객 큰기러기를 품어 줄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

매년 겨울이 다가오게 되면 우리나라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게 됩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큰기러기' 인데요!! 큰기러기는 몸길이 85cm 정도의 대형 기러기이며 유라시아 대륙 및 아시아 북쪽에서 번식한 후 우리나라에 10월 쯤 도래에 이듬해 3월까지 월동하는 대표적인 겨울철새 입니다. 전국 동시 센서스 결과 최근 5년간 매년 5만여 개체 이상이 관찰되고 있다고 조사되었습니다 (환경부 조사).
이렇게 꽤나 많은 개체가 꾸준히 찾아주고 있다보니 큰기러기가 어떤 위험에 처해있는지 궁금해 하시거나 알고 계시는 분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큰기러기는 야생동물 보호법에 따른 멸종위기종 II급 으로 지정되어있고 IUCN RED LIST 에 LC등급(Least Concern, 관심대상 종)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있을 정도로 꽤나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입니다.

큰기러기 : 야생동물 보호법에 따른 멸종위기종 II급, IUCN Red List LC등급 (Least Concern, 관심대상 종)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대표적인 기러기류 조류로는 쇠기러기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생김새가 비슷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큰기러기와 쇠기러기를 구분함에 있어 어려움을 느끼시곤 합니다. 큰기러기와 쇠기러기를 동정할 수 있는 팁은 그들의 크기, 부리 색, 배 깃의 검은 줄무늬 여부 등 입니다.

좌 : 큰기러기 / 우 : 쇠기러기
노란 원으로 표시 된 부리의 색, 빨간 원으로 표시 된 배 깃의 검은 줄무늬 여부를 보시면 간단하게 동정이 가능해집니다.
다만 쇠기러기 어린새의 경우 배 깃의 검은 줄무늬가 옅거나 없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주의도 필요합니다.


부리의 색은 땅에 내려앉아 활동하고 있는 기러기들을 동정할 때 활용할 수 있고, 배 깃의 검은 줄무늬는 비행하고 있는 기러기들을 올려다 보며 동정할 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을 보신다면 어떻게 동정해야 될 지 조금은 감이 오실 수 있을 겁니다.

기러기는 보통 이렇게 V형으로 대열을 이루어 비행을 하게 됩니다. 잘 관찰해주신다면 큰기러기가 몇 마리인지,
쇠기러기가 몇 마리인지도 파악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글을 열심히 읽어주셨다면요 :D !!! 


서산에 위치한 천수만에도 매년 꽤나 많은 큰기러기들이 월동하게 됩니다. 9월 말에 처음 도래하기 시작해 지금은 꽤나 많은 개체가 찾아왔습니다.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일까요?  다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천수만이 아직 큰기러기들을 품어 줄 준비를 미처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큰기러기들은 낮에 추수가 끝난 논에 내려앉아 땅에 떨어진 벼의 낱알과 초본류 등을 먹고 해가 질 때 쯤이면 강가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먹이활동을 하기 위해선 추수가 끝난 밭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추수가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작년과 비교한다면 거의 한달 가까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큰기러기들에겐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을 겁니다.

추수가 끝난 논에 수백마리의 큰기러기들이 무리를 지어 내려 앉은 후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입니다. 먹이를 먹으면서도
끊임없이 주변을 경계해야 하는 큰기러기들은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고 도우며 안전하게 먹이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렇게 많은 개체수가 함께 모여 먹이활동을 하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올해에는 아직까지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설 자리가 없는, 먹이가 턱 없이 부족한 큰기러기들은 굉장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다. 이전과 다르게 소규모로 이동 하는 게 많이 관찰되고 있고 어딘가에 내려앉아도 오랫동안 머무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사실 추수가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땅에 떨어진 벼의 낱알이 턱 없이 부족해 많은 고생을 하게 되는데 지금 상황은 오죽할까요....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아직 추수가 끝나지 않은 논 위에서 비행을 하고 있는 큰기러기들의 모습입니다.
사진으로는 판단하기 어렵겠지만 굉장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루빨리 추수가 진행되어지고 큰기러기들이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지만, 추수를 일부러 앞당기는 것 역시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큰기러기들에게 먹이를 주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줄 때에는 고려해야 할 것 들이 존재합니다. 종에 따라서 어떤 먹이를 줘야 하는지, 또 습성에 따라 어느 장소에 줘야하는지도 고민해봐야 하겠죠. 조금 더 깊이 들어간다면 사람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져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예를들어, 야생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능력을 조금씩 잃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도 하게 됩니다만 지금의 큰기러기와 같은 경우 그러한 문제는 없습니다.

큰기러기들에게 제공 될 볍씨들 입니다. 먹이를 주는 방법은 큰기러기들이 내려앉을 수 있는 곳에 볍씨를
고르게 깔아주는 것 입니다. 1차적으로 400kg 정도가 제공되었으며 약 2번 정도 더 제공될 계획입니다.
그나마 큰기러기들이 내려앉을 수 있는 논이지만 아직까지 모서리쪽에 물이 고여있습니다. 때문에 물이 없는 논
중앙부까지 볍씨를 들고 이동을 해야했고 고된 작업이었지만 버드랜드 관계자 여러분들이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D


이번 큰기러기의 경우는 사실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어쩔 수 없는 안타까운 경우입니다. 다만 이런 경우 외에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또한 이미 사라지고 있는 순간 깨닫는다면 너무 늦을 수 있습니다. 우리 곁에 있을 때 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줘야 합니다.

큰기러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겨울을 상상하자니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절대로 그런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죠??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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