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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16일 금요일

괭이갈매기와 낚시바늘

낚시바늘은 특히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조류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입니다. 낚시꾼들은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물건이긴 합니다만, 그 소모된 물품은 회수되지 못하고 자연계를 떠돌며 수많은 생명을 위협합니다.

우리에게 발견되는 개체들은 대체 전체에서 몇 퍼센트나 될까요? 아마도 다수는 그냥 야생에서 소리소문없이 굶주려 죽어갈 것입니다.

이번에는 충남 서산 삼길포에서 구조된 어린 괭이갈매기가 낚시바늘에 걸렸습니다. 한동안 먹이활동이 불가능하여 거의 기아상태에서 구조가 되었죠.

괭이갈매기의 영명은 Black-tailed sea gull, 학명은 Larus crassirostris입니다. 이 학명에서 종명 crassirostris은 다음의 단어로 구분됩니다. crassus는 무겁거나 크다는 뜻이며, rostris는 부리가 있는 이라는 형용사죠. 즉 두툼한 부리를 가진 갈매기라는 뜻입니다.

이곳은 지난번 포스트에서도 알려드린 바와 같이 괭이갈매기 성조가 낚시바늘에 걸려, 위 절개술까지 실시한 끝에 간신히 야생으로 다시 돌려보낸 개체가 구조된 장소입니다.

http://cnwarc.blogspot.kr/2012/05/blog-post_11.html



이번에 발견된 어린 괭이갈매기의 부리 옆에는 쌍바늘 채비였던 것을 알 수 있게 플라스틱 부품이 걸려 있었죠. 물론 바늘은 안으로 들어간 상태였죠.

식도에 걸린 바늘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온 몸의 근육은 완전히 말라붙었습니다.

낚시바늘이 기도 바로 윗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위치는 수술하기 그나마 편안한 곳이죠. 머리에 쓴 것은 후드라고 하여 새들을 보정할 때 사용하는 것입니다. 소화기관 안에 음식물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방사선 촬영결과 몸 안쪽으로 들어가기 바로 직전의 부위에 낚시바늘이 걸려 있엇습니다. 체중은 발견당시 290 그램으로 상당한 기아상태에 빠진 개체였죠. 더군다나 성장을 해야 하는 어린 새인지라 먹이활동 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너무 컷습니다. 또 발가락에는 이미 물갈퀴와 발가락 1개의 혈행장애로 인한 괴사가 진행되고 있었서 어디쯤에서 멈출지 예견하기 어려운 상태였었죠.

응급수술 전에 수액을 통해 몸의 회복을 기대했지만, 그렇다고 수술을 마냥 늦출 수는 없어 응급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아주 어린 괭이갈매기입니다. 입 밖에는 쌍바늘 채비가 걸려있고 바늘 하나는 식도에 걸려 있습니다.

짧은 호흡마취와 수술을 기대하고 접근한 것인지라, 수술을 상당히 빨리 진행되었고



식도를 절개하자 예상 위치에서 낚시바늘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낚시바늘에는 미늘이 있어서 그대로 당기게 되면 근육이나 연부조직이 찢어질 수 있어서 되도록 바늘 끝으로 빠져나오게끔 유도해야 합니다.

수술창을 봉합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상처를 빠르게 봉합해서 마취 시간은 그리 길게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제거해 낸 낚시바늘. 어느 정도의 크기인가요?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고 있는 괭이갈매기. 대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태어난지 이제 2개월 남짓 된 녀석인데...

성공적으로 낚시바늘과 낚시줄은 제거되었습니다만 체력이 너무 떨어져 있는 관계로 이틀 후 치료실 안에서 폐사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낚시바늘에 걸려 구조된 소쩍새. 아마 민물낚시를 하다가 나뭇가지에 낚시바늘이 걸리자 이를 끊어버렸을터인데, 이곳을 지나던 소쩍새가 걸린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적 멀종위기종 저어새의 목에 걸린 낚시바늘입니다. 낚시바늘의 문제는 비단 삼켜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걸려 있어도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낚시바늘이 날개와 식도에 동시에 걸려버린 괭이갈매기입니다.

주낙을 통째로 삼킨 왜가리 유조입니다. 바늘 하나는 아예 바로 심장의 머리부위에 위치하고 있군요.


낚시를 하라 혹은 하지 마라 말하기는 어려운 문제이지만, 납추에 의한 납중독 문제, 낚시줄에 의해 다리와 부리가 감겨 죽는 새들, 또 이렇게 낚시바늘에 의해 죽는 새들과 거북이, 자라 등을 생각해본다면 분명 낚시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도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책임을 내세우기 전 한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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