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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3일 수요일

로드킬, 이어지는 2차 사고

며칠전,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도로 위에서 수십마리의 까마귀(큰부리까마귀?) 무리가 위험 천만하게 도로에 내려 앉았다가 차가 지나가면 다시 가로수나 전선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본적이 있습니다.

스쳐지나가며 보니, 도로위에 고라니 사체가 있더군요....이 사체를 먹기 위해 까마귀들은 차가 달리는 도로 위를 반복적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었습니다...
차에 치어 죽은 고라니도 안타깝지만, 저러다 자칫 빠르게 달리는 차에 까마귀들이 치이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런 우려스러운 사고가 결국 어제 있었습니다...그것도 독수리!

소방서 구조대원이 차에 치인 독수리를 구조하는 모습

어제 조류보호협회 아산지회 김상섭 지회장님에게 전화 한통이 왔습니다. 천안에서 독수리 3마리를 구조해서 오신다는 연락이었으며, 3마리를 동시에 구조해서 오신다는 말씀에 순간 '중독인가?'라고 생각했는데, 도로위 고라니 사체를 먹던 독수리 3마리가 차에 치어 구조되었다고 하더군요....

센터에 도착해서 안병덕 재활사가 인계받은 차에 치인 독수리

차에 치여 구조된 나머지 독수리 2마리


3마리 모두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콧구멍과 입안에 출혈이 보였고, 날개나 다리의 골절과 피부가 심하게 찢어져 있는 등 활력이 매우 떨어져 있었습니다.


한마리는 오른쪽 부위를 차에 치였나 봅니다. 오른쪽 날개와 어깨부위를 이루는 골격이 모두 부러져 있었고, 특히 오른쪽 날개는 사고로 인해 신경도 손상되어 회복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오른쪽 날개의 요골과 척골이 심하게 부러져 있는 상태

부러진 날개부위의 응급처치 후 모습.
위 사진상의 부러진 날개뿐만아니라 오른쪽 오훼골, 쇄골이라는 뼈도 골절된 상태.
오른쪽 날개의 통증 반응이 없어서(신경 손상) 치료가 불가능하다..... 


나머지 2마리 중 1마리는 다리와 날개의 피부가 광범위하게 찢어져 있고, 오른쪽 하퇴골의 골절도 확인되었죠. 주변의 오염된 깃털을 뽑고 봉합하는데만 한시간 이상이 걸렸습니다.
부러진 다리는 다행히 뼈가 피부 밖으로 나온 상태가 아니어서 안정을 취한 뒤 재평가를 하여 수술 여부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오른쪽 다리의 광범위한 피부 열상

감염 및 추가 손상 예방을 위한 응급 봉합 실시

우측 날개의 피부 열상

추가 손상과 감염 예방을 위한 응급 봉합


마지막 1마리는 그나마 제일 경미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다른 외상은 없었고, 방사선 사진을 찍어보니 왼쪽 오훼골의 골절이 확인되어 다른 내상만 없다면 포대 처치만으로 회복이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좌측 오훼골이 골절된 독수리. 붉은색 원안에 노란선으로 표시한 부분이 골절된 위치다.

골절된 오훼골의 안정을 위해 왼쪽 날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포대를 해두었다.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몽골에서 독수리들이 우리나라를 찾아옵니다. 대부분 어린 녀석들이죠.....모두 건강하게 겨울을 보내고 다시 돌아가기를 바라지만, 매년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독수리에 대한 정보는 2년전 김영준 선임수의사님이 올린 글을 참고하세요. 하늘의 제왕... 독수리?(클릭)


독수리들의 먹이가 부족한 현실에서 고라니 사체는 이들에게 중요한 먹이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도로위에서 이 덩치큰 녀석들이 빠르게 달려오는 차를 까마귀들처럼 재빨리 피해 날아가기는 어렵습니다...

차를 타고 가다가 고라니 사체가 도로위에 놓여있다면, 잠깐 차를 세울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 고라니 사체를 도로 밖으로 빼놓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또 다른 동물이 희생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며,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선임수의사 김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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