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검색해보세요

2012년 7월 6일 금요일

어린 동물들이 크고 있습니다. 무얼 생각해봐야 할까요?

벌써 여름의 한 중간으로 들어왔지요. 모든 야생동물구조센터나 치료센터들이 그렇듯, 저희 센터도 참으로 바쁜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매달 100여 마리가 넘는 동물이 신고되고 센터를 찾아오고 있는데, 인력과 시간, 공간은 제한되어 있어 북적거리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달 까지는 이 추세가 계속 갈 것 같습니다.

그동안 알려드렸던 꿩이나 삵, 너구리 외에도 새끼 고라니만 25마리가 넘고, 흰뺨검둥오리 새끼들, 황조롱이들, 까치, 어치, 청호반새, 참새, 방울새 등등...


엊그제 부화한 것 같은, 훌쩍 커버린 꺼병이들입니다. 지금은 2-3미터를 수직으로 날아오릅니다. 방생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한달 정도만 더 데리고 있는게 안전할 것 같습니다.


잠시도 곁을 주지 않습니다.

고라니 농장입니다. 이런 무더기가 3 묶음(?) 있습니다. 물론 몇몇은 도태하기도 하지만 몇몇은 다시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올해는 고라니 잔치입니다. 직원들이 매일 12시 넘어까지 젖 먹이느라 수고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 녀석들이 커 나가면서 점점 넓은 공간과 다양한 먹이들을 요구한다는 것이지요. 야생에서 자란다면야 넘쳐나는 먹이들을 선택하여 먹겠지만 우리가 구할 수 잇는 것이라고는 고작 채소수준이 전부입니다. 물론 산에서 들에서 칡이며 다른 풀들을 베어다가 주기는 합니다만, 그들이 원하는 다양한 영양분들을 섭취할 수 있는 먹이를 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요.


어린 황조롱이가 양 다리의 대퇴골과 종아리 뼈가 각각 부러져버렸습니다. 수술을 하고 나서도 아직은 발가락을 잘 못 펴고 있지요... 그나마 일어서지도 못했었는데 횃대에도 앉아 있습니다.


큰소쩍새 어린 새입니다. 온 몸에 솜털이 가득 하지요. 발견자분 마당에 떨어져 2-3일 정도 어미가 찾아오더니 포기하더랍니다. 구조된 후 방사선 사진을 찍는 과정에 숨어서 우릴 보고 있군요. 


사실 우리가 공들여 키운 녀석들이라고 하더라도, 야생에서 어미가 키우던 녀석들이 구조되어 들어온 것을 비교해본다면, 정말, 건강성이나 크기에서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사람 손에 키워진 동물이 오죽 하겠습니까?

간혹 한 두마리씩 새끼 야생동물들을 키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좋은 일 하시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본인도 만족하기에 하시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야생동물의 정신적 건강성이라는 부분도 존재한다는 것이죠.

야생동물의 모습이지만 야성을 잃은 개체의 경우 오히려 일반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사람에 의해 발생한 모습을 또 다른 사람이 오인하는 것이죠. 마치 쇠사슬을 목에 묶어 키우는 호랑이처럼 말이죠.


단순히 박스 하나 넣어주었을 뿐인데 이를 즐거운 놀이터로 생각합니다.


나아가 사람에 의해 키워진 동물은 비록 초식동물이라고 하더라도, 성장한 후에는 사람에게 공격성을 심하게 가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고라니 수컷의 경우에는 송곳니가 길게 나와 있는데 큰 녀석은 거의 10cm에 가깝기도 합니다. 이 송곳니는 사실 먹이를 먹는 행위에 큰 도움이 되는 건 아닙니다. 꽃사슴이 번식을 위해 수컷들끼리 투쟁하는 것처럼 고라니도 어러한 송곳니를 자기 방어에 사용합니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사람이 직접적으로 야생동물을 단독으로 키우는 것은 삼가야할 것입니다. 잘못된 지식을 바탕으로 동물을 데리고 있으면 결국 동물에게나 사람에게나 비극적인 결과가 초래되기도 합니다.


올해는 그나마 흰뺨검둥오리 새끼들의 구조신고가 적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일반적인 오리류는 흰뺨검둥오리와 일부 청둥오리, 그리고 원앙이 있습니다.


동종을 같이 키울 수 없는 경우에는 이종이라 하더라도 같이 데리고 있는 것도 동물들의 정신건강에 큰 도움을 받게 됩니다. 너구리와 삵은 야생에서 먹이경쟁은 할 지언정 서로 싸우지 않고 피하기 때문에 같이 데리고 있다 하여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똑같이 구조되었다 하더라도 어떤 녀석은 사람에 대한 경계가 유독 심합니다. 어떤 분들은 섭섭하지 않냐라고 하시지만, 저희는 되려 고맙습니다. 가까워진 동물을 더 많이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 곁을 주지 않는 또 다른 녀석, 너구리입니다. 태어날서 얼마 동안은 검은색이지만, 자라면서 차차 너구리 어미의 털로 갈아입습니다. 도망가는데 귀신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요.


되도록 전문가들에 의해 동물들을 집단으로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각인이나 사람을 심하게 따르게 된다 하더라도, 이중 각인이나 집단 행동울 배우게 되어 향후 문제의 소인을 없애거나 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집단으로 사육하는 경우 개개 동물에게 신경을 좀 더 못쓰는 문제도 존재하겠지만, 집단사육에서는 보다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사육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장점도 존재합니다.

또한 사람과의 접촉 기회를 줄여야 합니다.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동물입니다. 반려동물이 아니라는 이야기이죠. 우리가 그동안 돌려보낸 야생동물의 일부에 추적장치를 달아서 살펴보니 돌아간 고라니의 60% 이상은 100일 이내에 차에 치어 죽었습니다. 물론 거의 대부분은 야생성으로 가득 찬 준성체, 혹은 성체동물이었죠. 인간에게 가까워진 동물은 인간 거주지 주변에 머무를 수 밖에 없고, 인간 주변의 도로망이나 개들에게 물려 희생될 가능성만 더 높아집니다. 나아가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다른 동물에 비해 적기 때문에 다른 과정을 거쳐 희생될 수도 있겠죠.

진드기에 심하게 감염된 새끼 고라니입니다.

온 몸이 진드기로 덮일 정도로 심하게 감염되어 있었죠. 이러한 진드기는 다숙주를 가질 수 있으므로 사람의 피를 빨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진드기의 침에 포홤되어 있던 병원균이 체내로 침입이 가능한 셈이죠.

만약 브루셀라 등에 감염된 개체라면 사람에게도 감염되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센터에서도 야생동물을 다룰 때 이러한 외부기생충에 의한 감염을 막고자 노력하고 있죠. 참고로 이러한 진드기는 사람을 물어도 느낌이 없어 피를 빨고 커진 후에 발견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야생동물을 돌본다는 좋은 취지가 간혹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명확히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