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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26일 일요일

16-907 삵의 회복기

삵을 포획했다는 다급한 구조신고가 걸려왔다.
포획이란 말을 들으니 지난 날 덫에 걸려 크게 다친 동물들이 떠올랐다. (덫과 너구리)
도착한 현장에선 포획틀 안에서 얌전히 웅크린 삵을 볼 수 있었다. 큰 외상이 보이지 않아 마음이 놓일 찰나, 피부가 찢겨 기괴하게 드러난 삵의 얼굴이 보였다. 포획틀에 갇혔을 때 흥분한 상태로 탈출을 시도하다 다친 것 같았다.

포획틀 주변에 떨어져나간 삵의 이빨이 있었다.

신고자는 집 주변의 고양이가 닭을 헤쳐 고양이를 포획해 멀리 떨어진 곳에 풀어줄 목적이었으나 삵이 들어가 큰 상처를 입으니 죄책감과 걱정에 발을 구르며 신고한 것이었다. 신고자에게 잘못을 물을 수 있을가. 고통을 주지 않으려 포획틀에 설치한 게 다행일 따름이다. (야생동물과의 공존, 그 어려운 딜레마에 대하여)
이빨이 부러지고 입술, 입천장이 찢어진 상태, 구조센터에 도착해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찢어진 부위를 봉합하는 수술

얼마 후, 큰 흉터가 남았지만 상처가 아물었고 야외 계류장에선 행동풍부화 도구를 신나게 가지고 노는 고마운 모습까지 보여줬다. 그리고 삵은 야생으로 돌아갔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연구원 이준석

2017년 2월 14일 화요일

2016년 결산 - 충남야생동물 구조센터와 '자원활동'

2016년 결산 - 교육, 홍보부문에 이은 '자원활동' 부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야생동물의 보전을 위해 조난당한 야생동물의 구조 및 치료, 재활을 비롯한 연구, 교육,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제한된 시간, 환경, 인력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자원활동가와 함께 어려움을 나누고, 공감을 실천 할 수 있는 자원활동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계류환경 내에 필요한 물품도 제작하고, 환경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자원활동가는 이 밖에도 다양한 부분에서 도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자원활동은 단순히 활동가의 노동력과 시간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기 위함이 절대 아닙니다. 함께 교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실무에 대한 경험을 나눔과 동시에, 야생동물들의 현황, 위협요, 예방을 위한 노력 뿐만 아니라 자원활동이 야생동물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에 대한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가치를 일깨워 주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자원활동에 앞서, 구조센터의 역할과
야생동물 위협요인, 안전수칙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74명의 자원활동가가 총 2,770시간 동안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와 함께 해주었습니다. 이들은 청소와 같은 기본적인 업무는 기본이고, 시설물의 유지/보수, 계류 공간의 환경 변화, 교육 프로그램 구성 등 구조센터의 전반적인 업무를 고루 도와주었습니다.



특히, 영구장애를 지녀 장기적으로 계류하는 동물들을 대상으로 무료함을 줄이고, 다양한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행동/환경풍부화를 자원활동가가 자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 동물복지의 증진뿐 아니라, 자원활동가 역시 동물복지를 이해하고, 동물사랑정신을 함양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자원활동가가 주체가 되어 동물 행동/환경풍부화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동물복지에 대한 폭넓은 고민을 할 수 있습니다.


2015년에 이어, 2016년 역시 연말을 맞아 '제 2회 자원활동가의 날'을 개최하였습니다. 한 해 동안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자원활동가로써 최선을 다한 활동가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그동안의 활동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자원활동가 여러분과 함께 국립생태원에 방문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많은 분들이 아낌없는 도움과 관심을 쏟아주셨기에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습니다. 꼭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가 아니더라도, 이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야생동물을 보호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을 주실 수 있고, 또 지금도 여러분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야생동물들이 많이 있다는 걸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연 3회에 걸쳐, 신청을 받아 선발된 인원에 한해 자원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다음 카페인 (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자원활동가모임 )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6년 결산 - 충남야생동물 구조센터와 '홍보'

2016년 결산 - 교육부문에 이은 '홍보' 부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말하지 못하는 야생동물을 대신해,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야생동물은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아 보호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비해 쉽게 잊혀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인데요. 매일매일 그들의 옆에서 살아가고 있는 저희가 꾸준히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면, 여러분도 야생동물을 잊지 않고 보호의 중요성을 상기시킬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순간순간 일어나는 야생동물의 사고, 치료, 재활, 방생 등 여러 생생한 이야기들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Blog, Youtube, Facebook을 통하여 대중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6년에는 홈페이지를 개설해 운영을 시작하였으며, 각종 공지사항으로 시작해 정보를 전달하고, 교육 및 견학을 신청할 수 있는 교육/홍보의 장으로 활용 중에 있습니다. 

2016년 새롭게 운영을 시작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홈페이지 입니다.
http://cnwarc.wixsite.com/main

2016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블로그에는 총 37가지의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기존에 시행하던 홍보방법과 더불어,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도록 다가가고 있습니다. 야생동물의 사례를 통한 조난 원인과 그 심각성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시안성을 극대화하고, 공유가 무척이나 간편한 방법인 '카드뉴스' 제작을 비롯해, 야생동물의 생태적 특징과 정보, 현 실태를 간단하면서 재미있게 알아볼 수 있는 '인포그래픽' 제작 등이 그 예입니다. 

야생동물의 사례를 통해 조난 원인과 심각성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시안성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공유가 쉽고 편한 방법인 카드뉴스

야생동물의 생태적 특징과 정보, 현 실태를 간단하면서 재미있게 알리는 인포그래픽


또한, 홍보의 일환으로 방송 촬영 협조뉴스 정보 제공 등의 언론 홍보를 통해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16년도에도 SBS, KBS뉴스 등 총 10회에 걸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TV 방송 매체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었으며, 그 외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세계일보, 데일리벳 등 인터넷 뉴스나 온라인 매체, 잡지 등에도 다양한 기사와 자료를 제공하여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활동과 이곳에 머무는 야생동물의 이야기를 전달하였습니다.

TV, 신문, 온라인 매체 등을 통한 홍보 역시 진행 중에 있습니다.

방송 매체에 소개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역할과 야생동물의 이야기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대중과의 소통의 중요성을 매순간 절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과 기회가 제한적이라 항상 갈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저희에게 부족한 면이 많기 때문이겠죠.  
2017년에는 '야생동물의 조난 원인을 알리고, 구조방법을 알리는 소책자'와 그동안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를 다녀간 많은 동물들의 사례를 담은 자연과학도서의 출판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보다 많은 분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앞으로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더 많은 기회를 통해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  한 분이라도 더 저희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길 바라면서 달리고, 또 달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홍보활동에 응원과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6년 결산 - 충남야생동물 구조센터와 '교육'

야생동물의 구조와 치료는 인도적, 윤리적 업무의 영역입니다. 따라서 야생동물을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다친 야생동물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도와주고자 돌보아 주거나 도움을 요청하게 되지요. 이에 야생동물구조센터는 다친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해 회복이 되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하지만 센터의 역할이 단지 치료와 재활에만 한정되게 된다면, 야생동물이 처한 오늘날의 현실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많은 야생동물들이 서식지 파괴와 환경오염, 로드킬, 밀렵, 충돌 등 사람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력으로 조난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공감하지만 정작 무엇이 야생동물을 위협하고,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를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교육 및 홍보 분야에 중요성을 두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대중에게 야생동물이 처한 현실을 알리고, 이를 통해 야생동물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자연환경과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다양한 교육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2016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는 어떤 교육활동을 진행하였을까요?


● 교육 횟수, 인원수, 교육시간 (2013~2016)

전년도에 비해 횟수와 인원수 모두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교육 시간 역시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대상 별 교육지원 (2013~2016)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지원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분석한 결과, 2016년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실시한 교육 횟수는 총 39회이며, 교육 인원은 총 754명 이었습니다. 전년도에 비해 인원이 크게 증가하였으며, 장기 실습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총 교육 시간은 역시 약 1.2배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야생동물 치료/재활 분야의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과 예비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실습 프로그램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이 중 해외 관련기관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에 대한 실습지원도 진행하였습니다. 
또, 2016년에는 야생동물 보호 의식 고취를 위한 교육의 차원으로 외부 기관이나 단체에 대한 출장 강의 지원을 확대하였으며, 학교기관, 사설교육기관, 비영리단체, 환경단체, 동물보호단체 등이 주요 강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해외 관계기간 직원의 실습을 지원하였습니다. 


2016년 천연기념물(야생동물) 구조, 치료 및 관리 교육을 통해
야생동물 관련 전문가 교육과 교류의 장을 활성화 하였습니다.


관련 직업군에 관심 있는 일반인과 학생을 대상으로 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해
실무경험, 가치관 형성 등의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학교 및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야생동물
보호 의식 고취를 위한 강의 및 활동을 지원하였습니다. 


환경, 동물보호, 비영리 단체를 대상으로 야생동물
보호 의식 고취를 위한 강의 및 활동을 지원하였습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대중과의 소통, 교육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의 이곳을 오가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고, 깊이 공감해주고 계십니다. 그 덕분에 야생동물을 위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나날이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한 분이라도 더 저희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길 바라면서 달리고, 또 달려가야겠죠.

앞으로도 계속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교육활동에 응원과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들의 이야기에 계속해서 귀 기울여 주실꺼죠 :D ?!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7년 2월 7일 화요일

부러지고, 치이고, 구르고, 빠지고 무거워도 너무 무거운 삶의 무게

어느 한적한 도로에 고라니가 차에 치인 채 쓰러져있다는 신고를 받았습니다. 다친 고라니가 계속 도로 위에 머물 경우, 다른 차량에 의한 추가적인 충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죠. 신고자에게 적어도 고라니를 갓길로 옮겨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녀석을 포획할 도구를 챙겨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신고자가 말한 장소에 도착했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고라니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도로 위에서 약간의 혈흔을 발견할 수 있었고, 적어도 고라니가 차에 치어 얼마 전까지 이곳에 있었을 거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사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어디에도 고라니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 아픈 몸을 이끌고서 어딘가로 이동했거나, 도착하기 전 또 다른 누군가가 고라니를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전자와 같은 이유를 고려해 주변에 고라니가 있는지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도로 양쪽에는 작은 건물들과 농토가 곳곳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의심되는 이곳저곳을 살펴보았지만 고라니를 찾을 수 없었고, 심지어 흔적조차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마지막 남은 곳은 경사가 급해 위험할 수 있어 접근을 막는 펜스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보통의 고라니라면 뛰어넘기에 그리 높은 정도는 아니었지만 차량에 치인 상태로 이 펜스를 넘어가긴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던 곳이었습니다. 

도로 옆 펜스 너머에 있는 농수로. 설마 고라니가 펜스를 뛰어넘어 저곳으로 갔을까요?


고라니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펜스를 넘어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경사를 따라 내려가니 농경지가 펼쳐져 있었고, 그 부근에는 작은 수로가 존재했습니다. 무심코 수로를 살피는데, 아니나 다를까요... 수로 바닥에 고라니의 발자국이 떡하니 찍혀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수로 바닥에 찍혀있는 고라니의 발자국


이 고라니 발자국이 정말 우리가 찾던 녀석의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녀석의 것인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만약 녀석이 맞다면 포획해 상태를 살피고, 필요하다면 구조센터로 데려가 치료를 해야 했죠. 수로 내부로 이어지는 발자국을 따라 들어가기로 합니다. 

야생동물을 구조하는 과정은 무엇보다 구조자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그만큼 중요한 것은 고라니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겠죠.


수로 내부의 구조가 어떨지는 들어가기 전엔 알 수 없습니다. 갑자기 물이 깊어질 수도 있고, 어두운 곳이니 내부의 구조물로 인한 사고 역시도 조심해야 하죠. 장화를 신고, 라이트를 들고 조심스럽게 내부로 들어갑니다.

고라니의 발자국을 따라 수로 내부로 계속해서 들어갑니다.
부디 별일이 없어야 할 텐데요. 


한참을 들어가자 인기척이 들려왔습니다. 라이트를 비춰보니 저 멀리에 고라니가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녀석을 추적한 결과, 다행히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죠. 사고를 겪고, 낯선 환경에 놓여 예민해졌을 녀석을 포획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했습니다. 많이 지쳤는지 녀석은 그다지 힘껏 저항하지 못했고, 결국 포획할 수 있었습니다. 이 어두운 곳까지 다친 몸을 이끌고 힘겹게 와야 했던 녀석이 딱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수로 내에 갇혀있던 고라니를 포획하는 현장 영상입니다.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보시죠!


아마 이러했을 겁니다. 차에 치이는 사고를 겪은 고라니는 불행 중 다행인지 충돌 자체가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심각하진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불편한 몸을 이끌고, 현장을 제대로 벗어나는 것 까지는 어려웠겠죠. 도로 옆 펜스를 넘은 후 불시착하면서 경사로를 데구르르 굴러갔을 것 입니다. 그러다가 수로에 떨어졌고, 빠져나오기 위해 헤메던 중 자신도 모르게 더 깊이 들어가 어두운 곳에 갇혀버린 것이죠.

어두운 곳에서 웅크리고 있던 고라니가 다시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녀석의 상태를 확인해보았습니다. 오른쪽 뒷다리에 골절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본 결과 다리의 골절은 차량충돌 사고를 겪은 최근이 아닌 조금 더 오래전에 생긴 상처였습니다. 살아가다가 어떠한 사고를 겪어 사실상 다리를 잃은 상황이었고, 세 다리로 살아가는 것이 녹록치 않았는지 꽤나 수척하고 마른 상태였습니다.

다리를 다친 것도 서러운데... 또 차에 치이고, 경사로를 구르고, 수로에 빠지고 얼마나 서러웠을까요? 무엇보다 이런 불편한 상황에서도 꼭 도로를 건너야만 했는지, 그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여실히 느껴져 안타까웠습니다. 

오늘의 사고 이전에 이미 오른쪽 뒷다리를 잃는 사고를 겪었던 고라니였습니다.


고라니는 조금 더 안정을 취한 후, 며칠 뒤 오래 전 부러진 다리를 제거하는 적출수술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에게 이 고라니가 세 다리로 나마 다시금 힘차게 일어나 박차고 나가는 모습을 또 다시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누구보다 오늘 하루를 고단히 보냈을 고라니에게 많은 응원을 부탁드릴게요!!

어두웠던 터널을 지나 온 고라니의 삶에도 빛이 비추길 응원해주세요!!!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7년 2월 6일 월요일

충돌사고 되새 회복기

예산군 어느 편의점 앞에서 작은 새 한 마리가 피를 흘리고 있다는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사고를 당한 작은 새는 되새라는 참새목의 겨울철새였는데요. 월동을 위해 머물던 이곳에서 사고를 당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래 동영상은 되새 관련 유튜브 영상이 있어서 넣어봤습니다.

































여느 편의점이 그렇듯 통유리로 만들어진 건물이었고그 유리에는 맞은편의 나무가 그대로 비춰보였습니다아마 그곳에 앉으려고 다가왔다가 그만 충돌한 사고로 보였습니다조류가 건물과 충돌하는 사고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구조되는 동물들이 겪는 원인 중 3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빈도를 보입니다날아다니는 새에게 충돌은 엄청난 위협일 수밖에 없습니다조류의 충돌사고와 관련한 블로그 글이 있어서 링크 걸어드립니다. (조류의 충돌사고 어찌 막을까요?)(맘 편히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마취 중인 되새


구조한 되새의 정밀 검사를 실시하였습니다. 검사 결과, 우측 완전골에 개방골절이 발생했고, 흘러내린 피가 깃털을 오염 시킨 생태였습니다. 생리식염수와 거즈를 이용해 출혈 부위를 소독해 추가적인 감염을 방지하였습니다.

구조 당시 X-ray 사진


지혈을 한 후에 부러진 부분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을 하여 좁은 장에 계류하였고, 주기적으로 소독을 하였습니다. 치료 1주일 후에 골절 부위에서 새살이 차오르는 것이 관찰 되었고, 3주 후에 골절이 어느 정도 회복되어 고정은 하지 않고 좁은 장에 계류하였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 골절 부위는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비행 능력을 확인하고, 야외 적응을 시키기 위해 야외계류장으로 이동 시켜서 지켜보기로 하였습니다. 계류장에 생겨난 구멍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이동을 시켜서, 되새가 머물던 상태로 구석에서 이를 보수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적응을 한 되새가 배가 고팠는지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이네요! 자연으로 돌아가서도 잘 먹고 살 것 같아 기분 좋게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계류장 내 쓰레기로 보이는 것은 보수 중에 나온 케이블 타이들로, 보수 후 모두 제거 하였습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안병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