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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3일 화요일

농사나 축내는 그깟 놈 뭐 하러 구조하냐고요? 생명에 겨우 그깟 놈이 어디있나요!

칠흑같이 어두운 밤, 저 멀리 갈대숲에 무언가의 기척이 느껴진다. 괜스레 오싹한 느낌이 들었지만 누구일까 궁금한 마음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날카롭고 긴 송곳니가 눈에 들어온다. 역시 녀석은 무시무시한 존재일까? 그런데 그 순간! 녀석이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는 게 아닌가. 두려웠던 마음도 잠시, 마주한 녀석의 눈망울은 참으로 맑고, 선함 그 자체였다.
이처럼 주로 밤에 활동하며, 긴 송곳니를 지니고 있는 동물을 밤에 갑작스럽게 마주한다면 제 아무리 사람이라도 깜짝 놀랄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보다 몇 배는 더 화들짝 놀라 줄행랑을 칠 것이 분명할 만큼 겁이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게 녀석이다.
 
녀석의 이름은 고라니이다.

바로 이 녀석이 '고라니' 이다.
(출처 : 이준석)


고라니는 한반도에서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포유동물 중 하나이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라니 개체군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우리나라이다. , 국내에 서식하는 사슴과 동물 중에서 개체수가 가장 많다. 게다가 높은 산에도 서식하지만 저지대를 더 선호해 습지나 농경지 주변, 평지와 산이 만나는 경계지역에 살아가는 특징 때문에 우리는 고라니를 쉽게 마주할 수 있다.
 
고라니는 사슴과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슴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만한 특징은 단연 ''일 것이다. 하지만 고라니는 뿔 대신 송곳니를 지니고 있다. 이 송곳니는 수컷의 경우 보통 4~5cm, 길게는 7cm에 이르는 길이로 자라며, 암컷은 그보다 훨씬 작은 1cm 이내의 길이로 자란다. 만약 고라니를 마주했는데, 기다란 송곳니가 입 밖으로 삐죽 나와 있다면 녀석이 수컷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단언하긴 어렵다. 대게의 암컷은 송곳니가 짧아 윗입술에 덮여 보이지 않지만, 간혹, 수컷에 견주어도 결코 짧지 않은 수준의 길이로 자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 속의 녀석은 암컷일까, 수컷일까?


고라니는 이 송곳니를 다른 수컷 고라니와 경쟁하는 무기로 사용한다. 뿔이 무겁고 강력한 무기라면, 송곳니는 가볍고 날카로운 무기인 셈이다. 송곳니를 앞으로 당겨 상대를 위협하며, 이러한 경쟁의 과정에서 송곳니가 부러지거나, 귀나 피부가 찢어지는 등의 부상을 입기도 한다. 그렇다고 고라니의 송곳니가 싸움과 경쟁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송곳니를 이용해 나무줄기 껍질을 벗겨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등 의사소통의 수단으로도 사용한다. 


때로는 매우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는 고라니의 송곳니


이런 특징 때문일까우리나라에서 고라니를 모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고라니를 알고 이해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 고라니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 역시 거의 없다.
 
실제로 고라니가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고라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위기의 정도에 따라 지정하는 적색목록(IUCN RED LIST)에 취약(VU, Vulnerable) 수준으로 등재되어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나마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포유동물인데, 세계적으로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셈이다. 현재 고라니가 살고 있는 지역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과거 전시나 사육의 목적으로 유럽으로 건너갔다가 야생화 되어 영국이나 프랑스 등지에서 살아가는 일부 개체군이 있긴 하지만, 고라니가 토착종으로 서식하는 나라는 오직 우리 한반도와 중국, 두 지역뿐이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제공하는 멸종위기 동물의 서식 분포를 담은 위성지도.
자세히 보면, 한반도와 중국에만 주황색의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IUCN) 


중국 양쯔강 남부의 일부 지역에 서식하는 고라니는 과거 남획의 결과로 개체군이 많지 않아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고, 일부에서는 복원사업까지 진행 중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실제로 전 세계에서 고라니의 서식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 한반도이다. 만약 한반도에서 고라니가 사라진다면, 고라니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멸종위기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멸종위기 수준이 높아 적색목록에 까지 등재되어 보호를 필요로 하는 고라니지만,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고라니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우리에게 고라니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이기 이전에 유해 야생동물혹은 유해조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인가에 나타나 애써 가꿔놓은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남는다. 왜 우리는 고라니가 유해 야생동물이기 이전에 우리나라의 토착종이고,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으며, 만약 우리나라에서 고라니가 사라진다면 정말 절멸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은 알 수 없었을까?

고라니는 사람에 의한 포획, 차량과의 충돌, 콘크리트 농수로 추락,
질병감염 등에 의해 개체수가 조절되고 있다. 


이에 대한 답은 아마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 일 것이다. 고라니의 처지를 돌아보기에 앞서, 고라니로 인해 피해를 겪은 사람들의 마음을 우선 헤아려야 한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 때문에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대부분 고라니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해 보도하기 시작했고, 이를 접한 사람들은 자연스레 고라니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농작물이나 축내는 성가신 녀석’, ‘너무 많아 마구 잡아내도 상관없는 녀석’, ‘어차피 잡아낼 거, 구조의 손길을 내미는 것도 사치인 녀석정도로 여겨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고라니로 인해 직접 피해를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자금과 노동력을 들여 정성껏 재배하고 키워낸 농작물이 하룻밤 사이에 망가지는 것을 보는 농민들의 마음도 야생동물의 생존권 만큼이나 중요하게 헤아려야한다. 동물의 접근을 적절히 예방하고 차단함과 동시에 서로에게 경제적, 감정적, 생명의 소모만을 불러일으키는 갈등을 줄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물들이 꺼려하는 초음파를 발생시키거나 포식자의 소리배설물을 농장 부근에 뿌려두는 방법전기 목책폭음탄 등 이미 시행되고 있는 예방의 방법도 다양하다물론 필요하다면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직접 포획하는 방법도 사용해야 하겠지만사전에 피해의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예방의 노력을 우선적으로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고라니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이 부정적이다.
정작 고라니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고라니를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주를 이룬다.
(출처 : MBC)


단순히, "고라니가 불쌍하니 죽이지 말자." 라는 감성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고라니에 대한 일방적인 편견, 부정적 시선, 왜곡된 정보가 난립하고, 이 과정에서 고라니에 대한 가학적 처치가 만연하게 이루어지거나 무분별하게 포획되는 현 상황을 돌이켜보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고라니가 많다고는 하지만 정작 얼마나 많은지, 조절해야 한다면 그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할 수 있는 연구결과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나 세계적으로 희귀한 유전자원은 개체수가 많더라도 유전자 다양성이 감소할 수 있음을 고려해 인위적인 조절에 조심해야 한다. 지금처럼 무분별한 조절과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갖는 시선의 왜곡과 편견은 위험할 수 있으니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눈에 많이 보인다고해서 괜찮을 거라는 믿음은 버려야한다과거에 우리와 부대끼며 살아왔던 동물들이 왜 지금은 볼 수 없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답을 알 수 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고라니가 처한 상황 역시 매우 심각한 위기의 연속이다. 이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축적한 고라니의 조난기록을 통해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다. 기록을 살펴보면 구조된 전체 야생동물 4,898개체 중 고라니는 1,053개체로 전체의 약 21.5%를 차지한다. 이중 조류와 양서/파충류를 제외, 포유류 1,623개체 중 1,053개체로 전체 포유류의 약 64.88%에 육박한다. 이는 우리나라에 고라니 개체군이 많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고라니가 여러 위험요소에 쉽게 노출되는 경향이 있거나, 위험압력이 높게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6년간 구조한 고라니의 조난원인을 분석해보았다.
차량과의 충돌이 과반을 넘을 정도로 높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라니를 위협하는 요인 중 가장 높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역시 차량과의 충돌이다. 전체 구조 빈도 중 과반을 차지할 정도이다. 우리나라가 국토면적과 대비해 도로의 밀도가 높기도 하고, 저지대를 선호하는 고라니의 특성상 도로와 자동차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이밖에 유해조수 구제를 위한 수렵과 합법적 범주를 벗어난 밀렵 역시 고라니 개체군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해 우리나라에서만 10~15만 개체의 고라니가 인위적인 포획에 의해 사라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밖에 번식기에 사고로 어미를 잃거나, 어미를 잃었다고 오해해 발생하는 납치의 영향으로 구조되는 새끼 고라니의 경우가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콘크리트로 건설된 농수로에 빠진 후 고립되거나 밭에 설치한 그물이나 펜스와 같은 인공구조물에 몸이 끼이는 사고 등에 노출되고 있다.

굳이 우리가 보내는 편견 그득한 시선이 아니더라도,
고라니의 삶은 치이고, 빠지고, 구르고... 고난의 연속이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 인간의 거주지 확대와 농토 확보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면서 자연 생태계가 속수무책으로 훼손되어왔다. 서식지가 줄어들고 먹을 것을 찾기 어려워진 동물들에게 농작물을 재배하는 곳은 그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자. 그들이 우리에게 피해를 주고 싶어서 혹은 그들이 행한 것이 우리에게 피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서 하는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 사람들이 산에 올라 임산물을 채취하고 도토리를 주워오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야생동물이 사람들의 거주지 부근으로 내려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 인식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다. 단지 그들은 그들의 삶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단순히 눈에 많이 보인다고해서 괜찮을 거라는 믿음은 버려야한다과거에 우리와 부대끼며 살아왔던 동물들이 왜 지금은 볼 수 없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답을 알 수 있다우리의 편견시선왜곡이 그 원인이었을 수 있다 
만약 동의한다면, 이쯤에서 다시 기억하자. 고라니는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콘크리트 농수로에 빠져 서서히 굶어가는 녀석을 보며, 농작물이나 축내는 나쁜놈을 뭐하러 구조 하냐는 말이 얼마나 가시 돋친 말인지를.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7년 2월 7일 화요일

부러지고, 치이고, 구르고, 빠지고 무거워도 너무 무거운 삶의 무게

어느 한적한 도로에 고라니가 차에 치인 채 쓰러져있다는 신고를 받았습니다. 다친 고라니가 계속 도로 위에 머물 경우, 다른 차량에 의한 추가적인 충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죠. 신고자에게 적어도 고라니를 갓길로 옮겨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녀석을 포획할 도구를 챙겨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신고자가 말한 장소에 도착했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고라니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도로 위에서 약간의 혈흔을 발견할 수 있었고, 적어도 고라니가 차에 치어 얼마 전까지 이곳에 있었을 거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사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어디에도 고라니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 아픈 몸을 이끌고서 어딘가로 이동했거나, 도착하기 전 또 다른 누군가가 고라니를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전자와 같은 이유를 고려해 주변에 고라니가 있는지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도로 양쪽에는 작은 건물들과 농토가 곳곳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의심되는 이곳저곳을 살펴보았지만 고라니를 찾을 수 없었고, 심지어 흔적조차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마지막 남은 곳은 경사가 급해 위험할 수 있어 접근을 막는 펜스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보통의 고라니라면 뛰어넘기에 그리 높은 정도는 아니었지만 차량에 치인 상태로 이 펜스를 넘어가긴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던 곳이었습니다. 

도로 옆 펜스 너머에 있는 농수로. 설마 고라니가 펜스를 뛰어넘어 저곳으로 갔을까요?


고라니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펜스를 넘어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경사를 따라 내려가니 농경지가 펼쳐져 있었고, 그 부근에는 작은 수로가 존재했습니다. 무심코 수로를 살피는데, 아니나 다를까요... 수로 바닥에 고라니의 발자국이 떡하니 찍혀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수로 바닥에 찍혀있는 고라니의 발자국


이 고라니 발자국이 정말 우리가 찾던 녀석의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녀석의 것인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만약 녀석이 맞다면 포획해 상태를 살피고, 필요하다면 구조센터로 데려가 치료를 해야 했죠. 수로 내부로 이어지는 발자국을 따라 들어가기로 합니다. 

야생동물을 구조하는 과정은 무엇보다 구조자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그만큼 중요한 것은 고라니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겠죠.


수로 내부의 구조가 어떨지는 들어가기 전엔 알 수 없습니다. 갑자기 물이 깊어질 수도 있고, 어두운 곳이니 내부의 구조물로 인한 사고 역시도 조심해야 하죠. 장화를 신고, 라이트를 들고 조심스럽게 내부로 들어갑니다.

고라니의 발자국을 따라 수로 내부로 계속해서 들어갑니다.
부디 별일이 없어야 할 텐데요. 


한참을 들어가자 인기척이 들려왔습니다. 라이트를 비춰보니 저 멀리에 고라니가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녀석을 추적한 결과, 다행히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죠. 사고를 겪고, 낯선 환경에 놓여 예민해졌을 녀석을 포획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했습니다. 많이 지쳤는지 녀석은 그다지 힘껏 저항하지 못했고, 결국 포획할 수 있었습니다. 이 어두운 곳까지 다친 몸을 이끌고 힘겹게 와야 했던 녀석이 딱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수로 내에 갇혀있던 고라니를 포획하는 현장 영상입니다.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보시죠!


아마 이러했을 겁니다. 차에 치이는 사고를 겪은 고라니는 불행 중 다행인지 충돌 자체가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심각하진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불편한 몸을 이끌고, 현장을 제대로 벗어나는 것 까지는 어려웠겠죠. 도로 옆 펜스를 넘은 후 불시착하면서 경사로를 데구르르 굴러갔을 것 입니다. 그러다가 수로에 떨어졌고, 빠져나오기 위해 헤메던 중 자신도 모르게 더 깊이 들어가 어두운 곳에 갇혀버린 것이죠.

어두운 곳에서 웅크리고 있던 고라니가 다시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녀석의 상태를 확인해보았습니다. 오른쪽 뒷다리에 골절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본 결과 다리의 골절은 차량충돌 사고를 겪은 최근이 아닌 조금 더 오래전에 생긴 상처였습니다. 살아가다가 어떠한 사고를 겪어 사실상 다리를 잃은 상황이었고, 세 다리로 살아가는 것이 녹록치 않았는지 꽤나 수척하고 마른 상태였습니다.

다리를 다친 것도 서러운데... 또 차에 치이고, 경사로를 구르고, 수로에 빠지고 얼마나 서러웠을까요? 무엇보다 이런 불편한 상황에서도 꼭 도로를 건너야만 했는지, 그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여실히 느껴져 안타까웠습니다. 

오늘의 사고 이전에 이미 오른쪽 뒷다리를 잃는 사고를 겪었던 고라니였습니다.


고라니는 조금 더 안정을 취한 후, 며칠 뒤 오래 전 부러진 다리를 제거하는 적출수술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에게 이 고라니가 세 다리로 나마 다시금 힘차게 일어나 박차고 나가는 모습을 또 다시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누구보다 오늘 하루를 고단히 보냈을 고라니에게 많은 응원을 부탁드릴게요!!

어두웠던 터널을 지나 온 고라니의 삶에도 빛이 비추길 응원해주세요!!!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7년 1월 28일 토요일

고라니가 멸종위기 야생동물 이라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 저 멀리 갈대숲에 무언가의 기척이 느껴진다. 괜스레 오싹한 느낌이 들었지만 누구일까 궁금한 마음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날카롭고 긴 송곳니가 눈에 들어온다. 역시 녀석은 무시무시한 존재일까? 그런데 그 순간! 녀석이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는 게 아닌가. 두려웠던 마음도 잠시, 마주한 녀석의 눈망울은 참으로 맑고, 선함 그 자체였다
이처럼 주로 밤에 활동하며, 긴 송곳니를 지니고 있는 동물을 밤에 갑작스럽게 마주한다면 제 아무리 사람이라도 깜짝 놀랄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보다 몇 배는 더 화들짝 놀라 줄행랑을 칠 것이 분명할 만큼 겁이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게 녀석이다.

녀석의 이름은 고라니이다.

바로 이 녀석이 '고라니' 이다.
(출처 : 이준석)


고라니는 한반도에서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포유동물 중 하나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사슴과 동물 중에는 개체수도 가장 많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슴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만한 뿔 대신 송곳니를 지니고 있다. 이런 특징 때문일까? 우리나라에서 고라니를 모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고라니를 아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 고라니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실제로 고라니가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고라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위기의 정도에 따라 지정하는 적색목록에 취약(VU, Vulnerable) 수준에 등재되어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나마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포유동물인데, 세계적으로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셈이다현재 고라니가 살고 있는 나라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과거 전시나 사육의 목적으로 유럽으로 건너갔다가 야생화 되어 영국이나 프랑스 등지에서 살아가는 일부 개체군이 있긴 하지만고라니가 토착종으로 서식하는 나라는 오직 우리 한반도와 중국두 지역뿐이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제공하는 멸종위기 동물의 서식 분포를 담은 위성지도.
자세히 보면, 한반도와 중국에만 주황색의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IUCN) 


중국 양쯔강 남부의 일부 지역에 서식하는 고라니는 개체군이 그리 많지 않아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고, 일부에서는 복원사업까지 진행 중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실제로 전 세계에서 고라니의 서식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 한반도이다. 만약 한반도에서 고라니가 사라진다면, 고라니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멸종위기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멸종위기 수준이 높아 적색목록에 까지 등재되어 보호를 필요로 하는 고라니지만,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고라니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우리에게 고라니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이기 이전에 유해 야생동물혹은 유해조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인가에 나타나 애써 가꿔놓은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남는다. 왜 우리는 고라니가 유해 야생동물이기 이전에 우리나라의 토착종이고,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으며, 만약 우리나라에서 고라니가 사라진다면 정말 절멸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은 알 수 없었을까?

고라니는 사람에 의한 포획, 차량과의 충돌, 콘크리트 농수로 추락,
질병감염 등에 의해 개체수가 조절되고 있다. 


이에 대한 답은 아마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 일 것이다. 고라니의 처지를 돌아보기에 앞서, 고라니로 인해 피해를 겪은 사람들의 마음을 우선 헤아려야 한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 때문에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대부분 고라니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해 보도하기 시작했고, 이를 접한 사람들은 자연스레 고라니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농작물이나 축내는 성가신 녀석’, ‘너무 많아 마구 잡아내도 상관없는 녀석’, ‘어차피 잡아낼 거, 구조의 손길을 내미는 것도 사치인 녀석정도로 여겨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고라니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이 부정적이다.
정작 고라니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고라니를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주를 이룬다.
(출처 : MBC)

 
고라니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도 헤아려야겠지만, 고라니에 대한 일방적인 편견, 부정적 시선, 왜곡된 정보가 난립하고, 이 과정에서 고라니에 대한 가학적 처치가 만연하게 이루어지거나 무분별하게 포획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에 고라니가 많다고는 하지만 정작 얼마나 많은지, 조절해야 한다면 그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할 수 있는 연구결과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나 세계적으로 희귀한 유전자원은 개체수가 많더라도 유전자 다양성이 감소할 수 있음을 고려해 인위적인 조절에 신중해야 한다.
단순히 눈에 많이 보인다고해서 괜찮을 거라는 믿음은 버려야한다. 과거에 우리와 부대끼며 살아왔던 동물들이 왜 지금은 볼 수 없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우리의 편견, 시선, 왜곡이 그 원인이었을 수 있다

단순히 눈에 많이 보인다고해서 괜찮을 거라는 믿음은 버려야한다과거에 우리와 부대끼며 살아왔던 동물들이 왜 지금은 볼 수 없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답을 알 수 있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인간의 거주지 확대와 농토 확보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면서 자연 생태계가 속수무책으로 훼손되어왔다서식지가 줄어들고 먹을 것을 찾기 어려워진 동물들에게 농작물을 재배하는 곳은 그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자그들이 우리에게 피해를 주고 싶어서 혹은 그들이 행한 것이 우리에게 피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서 하는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사람들이 산에 올라 임산물을 채취하고 도토리를 주워오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야생동물이 사람들의 거주지 부근으로 내려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 인식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다단지 그들은 그들의 삶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만약 동의한다면, 이쯤에서 다시 기억하자고라니는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콘크리트 농수로에 빠져 서서히 굶어가는 녀석을 보며농작물이나 축내는 나쁜놈을 뭐하러 구조하냐는 말이 얼마나 가시 돋친 말인지를.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콘크리트 농수로, 삶과 죽음의 경계로 향하는 길




지구에 인류가 출현한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해왔습니다늘어난 인구에 맞춰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농경지 역시도 광범위하게 확보해야했죠이 과정에서 서식지 침범농약 사용 등의 피해가 야생동물에게 고스란히 향하고 있지만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농경지 부근에는 어김없이 농수로가 존재합니다농경지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농사를 짓는데 있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구조물이지만이것이 야생동물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죠실제로 많은 야생동물이 농수로에 빠진 뒤 빠져나오지 못하고 고립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무려 3마리의 고라니가 농수로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진 출처 : SBS 뉴스)


현재의 농수로는 대부분 콘크리트로 건설되어 있습니다대부분 평탄한 바닥에 양쪽으로 우뚝 솟은 수직의 벽이 자리하고 있는 직사각형의 형태를 지닙니다각각의 목적에 따라 높이나 넓이길이 등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성인의 키보다 높은 경우도 쉽게 볼 수 있고농경지의 규모에 따라 수십km에 이르는 길이로 건설되어 있기도 하죠.

농수로에 가장 흔히 고립된 채 발견되는 동물은 '고라니'입니다. 이러한 농수로에 고립되면 여간해선 빠져나오기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제 아무리 높은 점프를 할 수 있는 고라니에게도 2m에 달하는 높이를 뛰어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특히나 농수로는 폭이 좁아 도움닫기를 하기에도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뛰어넘어 나올 수 없다면 입구나 수문 등 외부와 이어지는 탈출구를 찾아야 하는데농수로에 대한 이해가 없는 야생동물에겐 이 역시도 쉽지 않겠지요심지어 이런 탈출구가 없는 농수로도 많고특정한 경우가 아니면 수문은 굳게 잠긴 채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말 그대로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어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하는 셈인데,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구조를 받는다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아마 서서히 생명을 잃게 될 것입니다.



농수로의 문제는 포유동물의 고립에서 그치지 않습니다양서파충류를 비롯한 동물의 이동을 막아 생태계를 단절시키는 부작용을 보이기도 하죠. 콘크리트 수로의 가파른 벽면은 다 자란 양서류에게도 넘어가기 힘든 장애물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수로 내의 고여 있는 물에 산란한 개구리의 알이나 올챙이는 정상적인 서식지와 다르게 비가 오면 무척이나 쉽게 쓸려 내려가는 문제도 있습니다.

양서, 파충류에게도 콘크리트 농수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덫과 같다.
(사진 출처 : 네이버카페 '한국의 양서파충류' 솔이아빠님 게시글)


농수로에 고립된 고라니를 구조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스스로 나갈 수 있게끔 탈출구가 있는 위치까지 몰아가던가, 그럴 수 없다면 포획해 밖으로 끄집어내는 방법입니다. 포획을 해야 하는 경우엔 녀석을 쫓아 구석으로 몰아간 뒤, 여러 명이서 그물 등을 이용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포획해야 합니다. 하지만 다리가 진흙과 물에 잠기는 상황에서, 흥분해 도망가는 고라니를 쫓아간다는 것은 체력적으로 매우 힘든 과정이지요. 게다가 자칫 놓치게 되면, 또 다시 수km를 쫓아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 때문에 부득이한 상황에서는 블로우건(마취총)을 이용해 마취를 시킨 후 포획해 구조하기도 합니다.

몰아서 나가게끔 유도해야 할까... 아니면 포획해야할까... ?
둘 다 너무 어렵고, 힘들겠지만...
  

이렇게 구조된 고라니는 추락 중 발생한 외상이나 골절 등이 있는지, 고립된 지 오래 되어서 심각한 기아, 탈수 증세를 보이지는 않는지의 건강 상태를 확인합니다. 이상이 없다면 현장에서 바로 자연으로 돌려보내 주겠지만, 만약 이상이 있다면 구조센터로 데려가 충분한 치료를 진행하게 됩니다.
 


콘크리트 농수로가 지닌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흙 농수로 역시 콘크리트로 바꿔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흙 농수로의 경우 지하로 스며드는 물의 손실량이 높고, 바닥에 자라나는 수초로 인해 유속이 느려지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죠. 하지만 이 역시 의문이 남습니다. 지하로 스며드는 물을 전부 다 손실되는 것이라고 단정 지어도 되는 것일지, 이러한 물 중 대다수의 양은 지하수로 흘러들어가 결국 다시 사용이 가능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 말이죠.
 
생태계를 살아가는 동물들의 삶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건설되는 콘크리트 농수로의 피해는 야생동물만의 것이 아닙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어린이의 경우에도 자칫 농수로에 떨어져 다치거나 고립될 가능성이 분명 존재합니다

물론 농수로를 왜 천편일률적으로 이렇게 건설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피해가 지속적으로 관찰이 되고 있다면 이제는 고민을 해봐야겠죠.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하면 줄여나갈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피해를 예방하고, 줄이기 위해선 농수로의 높이를 너무 높지 않게 하거나, 수로 곳곳에 외부로 올라갈 수 있는 완만한 경사로나 탈출구를 일정한 거리마다 의무적으로 건설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을 포함한 공존의 노력이 필요하겠죠. 물론 그 과정에서 동물의 생태적 특성이나 2차 사고의 위험성 등에 대한 고민을 필히 수반해야 합니다.

배려라는 것은 누구 하나만 잘 살게 해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우리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함, 즉 공존을 위한 시작이겠지요.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을 위한 공존의 대안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사진 출처 : SBS 뉴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3년 1월 16일 수요일

번식기... 흥분한 고라니들...

한동안은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자주 들어오는 동물을 대상으로 몇 가지 생태적 특징이나 위협요인에 대해 설명을 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번엔 고라니입니다.

고라니는 영명이 Water deer, 학명은 Hydropotes inermis라는 종입니다.
기산지가 중국이라서 Chinese water deer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개체군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가 한국입니다.

태어난지 6개월이 된 고라니 암컷입니다.

중국고라니와 한국고라니는 아종으로 구분되는데 한국고라니(Korean water deer)는 H. i. argyropus라는 녀석인데 아종의 뜻은 "은색 발을 가진'이라는 뜻이죠. 아마도 한국고라니가 중국고라니보다 다리와 발이 더 은색으로 빛나나 봅니다.

높은 산에도 살지만 주로 저지대를 선호하며 습지를 좋아해서 이름도 water deer라고 부르죠.

진화적으로는 꽤 오래전에 사슴과에서 갈라져 나온 녀석인지라 뿔이 없고 송곳니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뿔이 달린 사슴류가 최근-말이 최근이지 사실 한참 전입니다-에 진화되어 갈려져 나온 종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송곳니는 길게는 9cm까지 자라기도 하며 종종 암컷의 경우 4cm까지 자라는 개체도 있습니다만 거의 5mm 이내에서 멈춥니다.

수컷의 경우 송곳니가 매우 길게 자라나기도 합니다. 때로는 매우 무서운 무기가 되기도 하죠


전세계에는 원래 동북아시아에만 서식하던 녀석인데, 영국과 프랑스 등지로 수렵, 관상종으로 수입되었다가 탈출하여 몇몇 개체가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전 지역에 서식하며, 워낙 수영을 잘해서 웬만한 인근 도서에도 서식합니다.
보통은 12월에서 1월에 교미를 하고 6월 경에 체중 900g-1kg의 새끼를 2-4마리(6마리까지의 기록도 있습니다) 정도 낳습니다.

교통사고로 인해 구조된 고라니 암컷입니다. 복부에 고라니 태아 두마리의 골격이 선연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임신 중인 어미가 엉덩이를 차에 치이는 바람에 새끼들도 이미 폐사했습니다.


태어난 새끼는 다른 사슴류와 비슷하게 점무늬가 있고 짧은 꼬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노루에 비해 꼬리가 매우 긴 편입니다. 노루는 꼬리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저지대나 인가 주변의 덤불에서도 새끼를 낳고, 키웁니다.

그로 인해 새끼들이 여름철에 유괴되는 경우도 많고 어미가 죽거나 어미가 버린 개체들도 많아 여름철 센터를 매우 바쁘게 만드는 종이기도 하죠.

여름철이면 이렇게나 많은 수의 고라니들이 센터를 북적이게 만듭니다.

다름 사슴류와 같이 고라니의 옆면에는 흰색 반점이 있습니다.


10월이면 벌써 체중 10kg까지 성장하며 12월에는 13-15kg에 달합니다.

6월에 태어난 어린 애들이 12월이나 1월이 되면 벌써 발정을 하고, 수컷의 경우에도 임신시킬 능력이 있는 종이죠.

보고에 따르면, 여름에 태어난 새끼들이 이듬해 봄까지 살아남는 비율은 25%가 안된다고 하니 많이 태어나도 많이 죽는 아픔이 있는 동물입니다.

주된 위협요인은 로드킬이 가장 많고, 유해조수로 인해 수렵구제가 되며, 밀렵에 의해서도 많이 사라지는 동물입니다.

도로 교통사고가 고라니의 수를 통제하는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죽은 동물의 에너지가 제대로 순환되지 못한다는 개념, 이유없는 죽음이라는 점에서 로드킬은 어쩌면 인간이 야생동물에게 가하는 가장 비윤리적인 영향일지도 모릅니다.


야생에서는 어린 개체의 경우 삵이나 너구리에게 먹히고 아마도 수리부엉이도 사냥이 가능할 겁니다.

성체이 경우 담비가 공격하여 죽은 사례가 보고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유기견-수렵견이 도망나와 유기견이 된 경우 매우 무서운 천적이 될 수 있겠죠-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구조가 되는 원인은 도로교통사고이며, 저지대의 경우농수로에 빠져 구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매우 귀한 동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유해조수라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현재 중국에서는 보호동물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양쯔강 유역에 많이 서식했는데 많이 남회한 결과로 수가 매우 줄어든 상태겠지요.

일반적인 행동반경은 1km가 채 안됩니다만, 경우에 따라 20km 넘게 이동하는 개체도 추적결과 확인된 바 있습니다.

현재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는 12마리가 넘는 개체를 추적하고 있으며 그 데이터를 보존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중요한 관리지침을 만드는데 사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2년 12월 28일 금요일

고라니 12-585의 야생복귀, 그리고...

지난 11월 1일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전호리에서 구조된 개체로서 12-585번 고라니입니다.
발견당시 12.8kg의 암컷 고라니여서 12월에는 첫 발정이 올 5개월령의 어린 고라니였습니다. 저희 센터에 들어와 KBS와 공동으로 방생을 추진하였고, 충남 홍성군의 골 깊은 야산에 방생을 했습니다.

이송상자에서 고라니를 마취하고 있습니다.

KBS 환경스페셜팀에서도 구조와 방생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김감독님 고생하십니다.
발신기의 무게는 약 188g 나갑니다. 이는 체중 12kg이 넘는 고라니에게 체중대비 1.6%에 해당하는 무게이므로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무게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권장은 3-4%까지 허용합니다만, 저희는 되도록 가볍게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라니가 심하게 놀래지 않도록 흡입마취를 실시하는 장면입니다. 고라니에게 눈을 가리는 후드는 매우 중요한 보정도구입니다.

발신기 장착이 끝나고, 마취에서 깨고 있는 장면입니다. 이제 눈을 떴죠? 이 고라니에게는 CDMA GPS 발신기외에도 단기추적이 가능한 UHF 추적기도 부착하여 내보냈습니다. UHF 발신기는 실시간으로 추적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방생일 밤, 동녘 하늘에 떠오른 아름다운 달입니다.


고라니는 힘차게 뛰어 논을 거쳐 야산으로 들어갔습니다.


이후 오서산이라는 충남에서는 꽤나 높은 산의 주변까지 오르내리다가 능선을 넘어 청양군의 남측 야산에 자리를 잡았죠. 약 30여일간 방랑을 하다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어쩌면 암컷이어서 상대적으로 빨리 자리를 잡았을지도 모릅니다.

한동안 주변을 돌아다니며 지냈고, 좋은 은신처를 찾았었죠. 아직은 놀랜 기색이 있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삼가고, 주로 산림 내부와 더불 위주의 식생에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지난 12월 8일경부터 움직임이 둔해지고, 한 장소에 움직임이 고착되는 경향을 나타내더군요.

하지만 현장에 함부러 들어갈 수 없는 것은 워낙 예민한 동물이어서 가뜩이나 간신히 잡은 은신처와 세력권을 우리가 침범하여 놀래게 해서 다른 지역으로 또 다시 빠져나가게 자극을 주지 않아야 하는 부분도 있고, 그 과정이 위험에 새롭게 노출될 수도 있는 것이 있어 꺼려하죠. 또한 우리가 얻고 있는 좌표가 완벽하게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좌표값으로 간혹 나타나므로 경우에 따라 오류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전파를 받는 것인지라 오차가 나타나기도 하고, 그 오차는 약 100m 이상의 이동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고라니의 위치좌표가 고정되는 경향이 나타난 지점입니다. 한동안 잘 돌아다니던 개체가 자리를 잡은 것으로 추정했던 위치들이지요.

결과적으로 12월 27일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해발 300m 지점인지라 아직도 임도에는 잔설이 가득 깔려 있었죠.

현장에는 많은 고라니의 발자국이 이리저리 나 있었고 당일 아침에 이동한 듯한 발자국들도 발견이 되었습니다.

칡넝쿨과 관목, 덤불이 잔뜩 우거진 사면도 보였었고, 고라니가 자주 머물렀던 위치도 그러했죠.

아, 이런 환경이어서 특별하게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나 보다 생각했었답니다.

여기저기 더 조사를 진행하던 끝에 고라니가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새로운 흔적을 보았고 이를 따라가기로 결정했었죠, 그런데 계곡 개울부에 이르더니 갑자기 뒤돌아 움직이는 양상이었습니다. 넘어졌을까?


현장의 능선부와 계곡사이사이에는 수많은 고라니의 흔적이 확인되어 잠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개울부로 들어서고나서야 문제를 알 수 있었죠. 고라니의 털이 뭉텅이로 빠져 있었습니다. 고라니의 털이 빠지는 이유는 크게 보면 두가지인데, 하나는 번식철에 교미과정에서 격렬한 추격 등의 이유로 빠지기도 하며, 두번째는 사고로 동물이 죽었을 때 나타나지요.

하지만 얼어붙은 개울에 나타난 고라니의 털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죠. 해서 개울 상류를 더 쥐졌고, 더 많은 털과, 피부의 일부가 붙은 털까지 찾아 냈습니다.

앗, 사고이구나...

주변에 나 있던 발자국은 다른 개체들의 흔적이었을 가능성이 높아졌고, 발신 위치가 고정된 지역의 정밀한 수색이 필요했습니다. 죽었다면 뼈도 있어야 하지만, 발신기도 확인해야 하니깐요.



하지만 계곡부에서 나타난 고라니의 털뭉치는 우리의 희망을 무너뜨리고 있었죠. 


다시 센터로 연락하여 정확하게 위치보정된 자료 제작과 전송을 부탁하고, 실제 위치의 정밀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아지만 개울부는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고, 산에는 눈이 덮고 있어서 수색에 어려움이 있었죠. 센터에서 위치가 보정된 자료를 전송받았고, 그 지점을 위주로 계곡 사면 등을 샅샅히 수색한 끝에 벗겨진 껍질에 네 다리의 아래뼈와 발굽만이 달린 12-585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사체를 수거하여 확인을 해보니 껍질은 깨끗하게 발라져 있고, 머리는 떨어져 나갔고, 사지 말단에서 근육층 즉 고기가 부족한 부위에서 뼈를 잘라 내용물만 가져갔더군요. 발신기에는 송곳니 자국도 나타났고...



한참을 헤매고 눈밭을 뒤진 후에야 겨우 비탈면에 걸쳐져 눈에 수북히 맞고 있는 고라니를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고라니는 온전하지 못했고, 피부만 벗겨진 채로 나뭇가지에 걸쳐져 있었지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고라니의 목에는 여전히 발신기가 걸려져 있었고 피부는 깨끗히 발라져 있었습니다. 고기가 되지 못하고 부피만 크고, 껍질 벗기기 어려운 다리는 뼈를 부러뜨려 남기고 갔더군요.

2년 이내에 떨어질 것을 대비하여 목걸이에 가죽까지 덧대었지만, 고작 40일도 채 살지 못하고 밀렵을 당해버렸습니다.

회수한 발신기입니다. 목걸이 일부는 동물이 물어뜯은 흔적이 발견되었고 이빨자국도 확인되었습니다만, 상대적으로 온전한 편으로 회수되었습니다.

고라니 12-585의 60일간의 이동자료입니다. 야생으로 돌아간지 채 40일도 못되어 밀렵을 당해버린 어린 6개월령 고라니는 이렇게 지구에서 사라졌습니다.

올해 충남지역에서의 수렵은 금산군, 부여군과 예산군만 풀려있는 상태이므로, 홍성군과 청양군 사이지역에서의 동물수렵은 분명 밀렵은 셈이죠. 또 수렵을 하였다고 하여 산에서 함부러 해체작업을 할 수 없고 관공서에 신고하고 텍(tag)을 받아야 하므로 이 또한 법에 접촉되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신위치 데이터의 재확인 결과 머물던 지역 인근에서 12월 7-8일까지 지내다가 올무나 야간써치밀렵 등에 의해 부근에서 밀렵당했고, 사체는 껍질만 벗겨 현장에 유기한 사례였습니다.

12-585는 2012년 6월경에 태어나서 10월말 구조된 후 11월 1일 야생으로 돌아간 지 불과 38일만에 밀렵으로서 채 6개월도 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개체입니다.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내보는 많은 고라니들에게 능력이 허용하는 한 발신기를 부착해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80%가 넘는 동물들이 80일 이내에 도로교통사고(로드킬)로 죽거나 이처럼 밀렵당하거나,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고라니를 구조하고, 치료하는 과정은 참으로 험난한 과정을 거칩니다만, 이렇게 허무하게 가버리면, 저희는 정말 허탈해집니다.

다른, 야생으로 돌아가는 야생동물들의 운명은 또 어떨가요?

앞으로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는 여력이 되는 한 이와 같은 방생 후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동물들의 운명을 살펴볼 것입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