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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2일 금요일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인턴쉽 보고서-3(정지훈-제천간디학교)

이 글은 2013년 3월부터 6월 초까지 인턴 과정의 일환으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지내며 많은 도움을 주었던 제천간디학교 정지훈 학생이 작성한 '인턴쉽보고서'를 재편집한 내용임을 밝힙니다.



2. 센터 이외 다른 곳을 경험해보다.
 
- 울산, 부산, 순천센터 -

처음으로 내가 영준쌤을 따라서 출장을 갔었다. Intowild 프로그램을 남부지방 쪽 센터들에게 소개와 더불어 독수리들의 납중독 체크와 샘플 채취를 위해 울산, 부산, 순천센터를 방문하였다. 처음간 곳은 울산야생동물센터였다. 그곳에 첫 느낌이 굉장히 깔끔하지만 바쁨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들 의욕과 열정은 넘쳐났지만 그 에너지를 발산할 환경과 시스템이 주어지지 않아서 굉장히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울산광역시만을 중심으로 하다보니 규모도 작았고 동물들의 개채수도 적어서 직원분들과 많은 얘기는 나눴지만 센터에서 보고 배울 점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았다. 이곳에서는 수술한 독수리를 진료보고 죽어가는 고라니를 안락사하여 부검을 하였다. 

독수리 진료 모습

울산 야생동물구조센터 사무실


부산야생동물치료센터는 국내 센터에서 제일 규모가 컸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와 붙어있어서 환경도 좋고 규모도 굉장히 크고 지원도 잘 받는다. 때문에 센터의 시설은 단연최고였고 교육목적으로도 센터가 굉장히 잘 꾸며져 있었다. 센터라기보다는 낙동강 공원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환경이 좋고 깔끔했다. 하지만 잘 차려진 밥상에 비해 센터가 바쁘게 돌아가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환경은 좋았지만 그 환경이 너무 아깝게 남아도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울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동물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직원들의 열정이 많이 아쉬웠다. 

독수리 피 검사
부산 야생동물구조센터 입구



순천(전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내가 충남센터를 알아보기 전에 제일 먼저 전화를 드렸던 곳이다. 그렇기에 더욱 기대가 컸었다. 전남 전체를 보는 센터치고는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전남에는 충남에 없는 새가 꽤 있어서 새로운 느낌이었지만 역시 충남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모습을 보다가 이곳들을 보니 적응이 되지 않았고 옳다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전남 야생동물구조센터
전남 센터 입구

다양한 타 센터 사람들을 만나면서 듣고 배운것들은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야생동물센터에 대한 나의 환상이 조금은 바뀐 느낌이었다. 당연히 충남처럼 다 바쁘고 정신없을 줄 알았는데 너무나 느슨하고 여유로워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만약 내가 전남센터를 갔으면 내 인턴이 어떻게 바뀌었을지도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었다. 하지만 센터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야생동물에 대한 열정은 넘치지만 그 환경을 만들지 못하고 의견이 계속 엇갈리기에 이처럼 운영이 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누군가 이끌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도 같다.



-one health-

서울대학교에서 열리는 One health 포럼에 다녀왔다.
인간과 동물 환경은 하나! 라는 주제로 이번에는 질병과 신종 질병에 관련해서 강연을 열었다. 나는 영준쌤이 가실 때 쫓아가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처음 강연은 캐나다에 IAN 임상병리학 교수님이 영어로....하셔서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고 2번째로는 우리나라 광견병과 그에 따른 예방책과 너구리 광견병 관리체계에 대하여 강연을 열었다. 이 날 나에게는 너무 어렵고 전문적인 주제들과 토론 내용이어서 내가 이 곳에서 얻거나 배운 것은 없었다. 특히 영어로 강연을 열었던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한데 그걸 알아듣지 못해서 별다른 소득 없이 센터로 돌아와야만 했었다. 그치만 국제적으로 이런 자리를 주기적으로 열고 서로 소통하고 고민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던 나는 우리나라도 어느 정도 야생동물에 관해 자리를 잡아간다는 것을 세삼 느꼈다.

포럼 현장
포럼 참석자들 모습



-한국 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

철원센터의 정식 명칭은 한국 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이다. 쌤을 따라서 철원센터에 자원봉사를 하러 갔었다. 예전부터 얘기도 제일 많이 들었고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곳이어서 엄청기대를 하고 갔다. 처음 도착해 센터를 본 인상은 굉장히 좋았다. 그 곳은 사무국장님과 아내분 2분이서 일하고 계셨는데 굉장히 깔끔하고 정돈이 잘 되어있었다. 나는 가서 횟대를로 교체하고 독수리 우리에 깃을 제거하였다. 그때가 마침 철원 서포터즈라는 철원을 지원해주시는 분들이 오셔서 처음 뵙는 분들과 얘기를 나누고 내가 몰랐던 부분들을 여쭤보면서 워낙 전문가들이시다 보니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 그 분들을 보면서 동물을 좋아한다고해서 단지 수의사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고 언제나 내가 선택할 것은 정말 많다는 것을 알았다.

철원 천연기념물(동물) 치료소에서 봉사자들과 함께


- 어린이 날 행사-

5월 5일 센터 근처 공설 운동장에서 어린이 날 행사가 열린다고 하였다. 그래서 5월 4일부터 센터를 홍보할 것들과 간단히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만들었다. 주로 센터에 있는 야생동물들이 들어갈 수 있는 놀이들을 준비하였고 주로 동물 가면 만들기와 색칠 공부 홍보물 등을 나누어드렸다.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하여 며칠 전부터 준비를 해 일이 끝나면 밤에 틈틈이 만들었고 결과는 굉장히 만족하였다. 사람들도 많이 관심을 가졌을뿐더러 훈련개체 새 2마리를 데리고 나가서 사람들이 더욱 우리 부스에 집중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준비해간 프로그램과 종이가 모두 동 날 때까지 진행이 되었다. 이 날은 예산고등학교에서 자원 봉사자분들도 오셔서 같이 도와서 행사를 진행하였고 충분히 우리 센터를 홍보하는 것과 더불어 사람들에게 야생동물에 대한 인지도와 기본적인 상식들도 많이 알린 것 같고 좋은 시간이었다.


어린이날 프로그램 운영
어린이날 행사(예산군)



3. 그곳에서 나의 생활과 사람들
 
나는 숙식을 다른 곳에서 하지 않고 센터 내 사무실에 있는 당직실에서 먹고 살았다. 
나는 김희종 선생님과 같이 당직실에서 같이 지냈으며 가끔 영준쌤도 와서 주무셨다. 밥은 주로 직원분들과 다 같이 먹었고 아침밥은 보통 피곤해서 먹지 않았고 점심은 처음 2주는 내 돈으로 직접 먹었지만 그 뒤로는 내가 너무 잘 먹는다고 센터에서 지원해주셨다. 저녁은 일이 워낙에 늦게 끝나고 밥시간을 제 시간에 맞출 수가 없어서 직원분들과 같이 먹었는데 간혹 저녁 밥값을 내주시기도 했다. 그리고 쌤들이 다 일찍 들어가실 때는 혼자서 고독하게 밥을 해먹었다. 

나는 출퇴근이 아니라 센터 안에 살다보니까 밤늦게도 다른 일들에 참여할 수 있었고 새끼들이 들어올 때는 내가 새벽에 일어나 밥을 주었다. 근무는 보통 5일을 했으며 간혹 집에 가야될 때는 금요일에 일찍 가기도 하고 반대로 집에 가고 싶지 않을 때는 주말에도 근무를 하였다. 

금요일 오전에는 야생동물학 수업을 들었고 그 이외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나의 무빙에 좋았던 점이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사건 사고가 계속하여 벌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기때문에 훨씬 피곤하지만 피곤함이 일 없는 무료함보다는 훨씬 나에게 좋았다.

기본적인 하루 일과는 아침 9시에 출근해 훈련개체들을 밖으로 빼 햇빛에 노출 시키고 전날 준 먹이그릇을 전부 빼면서 동물들에게 어떤 이상은 없는지 체크를 한다. 그리고 청소와 밖에 일을 하면서 하다보면 쌤들이 부르시거나 진료를 도와달라고 하신다. 그럼 그때부터는 한 가지 일에 매이지 않고 사방에 일을 다 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고 다시 밥을 내보내고 보통 진료를 다 보고 훈련개체들 먹이를 주면 하루 일과가 끝난다. 새끼 동물들이 있을 때는 일이 끝나도 밥을 먹여야하기 때문에 기다려야 하지만 보통은 이렇게 하루 일과가 끝나고 간혹 구조가 5시 넘어서 들어올 경우에는 구조를 해오기도 한다. 매주 수요일에는 전체 동물들의 무게를 재고 대신 금식을 한다. 먹이 준비를 위해 야채를 다지거나 물고기를 분류하고 주변에 풀을 베어내어 신선한 풀을 지급했고 병아리 같은 경우에는 다 떨어질 경우에는 폐기처리되는 1일령 병아리 10,000마리를 구입해 안락사 후 냉동시켜 그때그때 먹이로 공급을 한다.
 
이게 내가 센터에서 했던 기본적인 일들이었고 전반적으로 청소와 허드렛일을 주로 하였지만 처음에는 시키는 일 위주로 하였고 2달째가 되면서는 스스로 내가 일을 찾고 내가 의견을 내거나 제시하기도 하였다. 문제점들이 보이면 여쭤보고 먼저 치우고 고치려 노력하고 특히 청소와 위생, 청결 문제에 대해서 많이 일을 한 것 같았다. 원래 그러한 성격도 있기는 했지만 쌤들이 인력도 부족하고 바쁘시다보니까 청소 등을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내가 그 지점에 대해서는 정말 열심히 한 것 같다. 교육 홍보 쪽으로도 많이 도와드렸고 위에서 말했듯이 자원 봉사자들 같은 경우에는 쌤들이 바쁘시기에 내가 일들을 시키고 많이 가르쳐준 것 같다. 그리고 손님이 오시거나 견학을 오면 옆에서 사진을 찍고 일을 도와드리면서 보조를 많이 한 것 같다.

수술 같은 일들은 내가 직접하지는 못하고 사진을 찍거나 옆에서 간단히 도와드렸고 가끔 새의 심박수를 재기도 하였다. 내가 꿈이 수의사이다보니 수술이 잡혀있으면 최대한 일들을 빨리 끝내고 수술을 보려고 많이 노력했고 실제로 피도 뽑아보고 옆에 붙어있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Ⅲ. 모든 것을 끝마치고..
 

처음 그 곳을 가기 전에 나는 무척이나 떨렸다. 여태껏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러 가는 나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내가 처음한 일들은 청소 등 잡다한 일들이었다. 살아있는 동물들을 다루는 일이다보니 바로 내가 새들과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지루하고 내가 할 일이 없어서 많이 실망하기도 했었지만 시간이 지나서 내가 발전하고 일이나 센터에 대한 지식 등 많은 면이 느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뿌듯하고 그럴수록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다.

나의 무빙에 좋았던 점이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사건 사고가 계속하여 벌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훨씬 피곤하지만 피곤함이 일 없는 무료함보다는 훨씬 나에게 좋았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출장은 나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가서 배우는 것도 좋았지만 내가 궁금해하고 관심있는 분야에 새로운 전문가들을 만나 같이 얘기를 나누고 아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는 것은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이고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업을 들으면서 형들과 같이 새벽 3~4시까지 같이 공부하고 시험을 보기도 하고 일이 끝나면 밤마다 책을 읽거나 센터에 있는 새들에 관해서 공부를 하거나.... 이러한 점들이 배움의 즐거움과 지식에 습득을 통해 내가 그 지식을 이용하고 내 자신이 발전하고 변화하는 모습이 인턴쉽하는 동안 또렷하게 보였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내가 인턴을 하면서 우리학교의 철학, 대안적인 삶 등 이러한 부분에 관해서는 별로 생각을 해보지 못했고 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런 것을 느낄 환경이나 시간이 없었고 센터에서 하는 일은 대안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 당연히 해야 될 문제인데 아직 제대로 못해주고 있는 것들이다.

나는 집에서 개들을 키우면서 유기견 보호소를 보고 매일 봉사다니면서 세상에는 개가 전부이고 유기견들만이 불쌍하다 느끼면서 18년이라는 짧은 세월을 그렇게 고정되고 제한된 시선 속에서 생각하고 바라보기만 하였다. 그래서 나에게 이 인턴은 새로운 계기와 함께 다시끔 나를 되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나아가 내 꿈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수의사가 되어 당연히 동물병원이나 뜻이 있다면 동물 보호소 같은 곳에서 일하겠지만 이 곳을 통해 내가 동물을 좋아함으로 인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고 수의사라고하여 가축이나 소동물이 아닌 그 외에 이렇게 넓고 아름다운 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아직도 고민하고 있고 내가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에 있으면서 나에게 와 닿고 이렇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6년 동안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내가 졸업하고 나서 무엇을 할 것인가?의 대해서 나는 정말 많이 생각하는 편이다.

이 곳 인턴은 나에게 해답이 되어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을 바르게 고쳐주었다. 일단 해보아야한다는 것을...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영어를 공부해야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읽고 싶은 자료와 책들이 넘쳐났지만 수의학 관련된 책은 90%이상은 전부 영어로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느낀 것은 내가 원하고 이루고 싶은 꿈을 이번 인턴을 통해 한번 더 다지고 생각했지만 내가 내 꿈을 위해 노력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단지 조금 행동과 내 주변에 환경으로 과시만 했을 뿐, 결코 나를 가꾸고 더욱 노력할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고 그런 모습들이 인턴쉽에서 보고 배우면서 많이 느껴졌었다. 앞으로 내가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남에게 보이려는 나의 모습이 아니라 내가 필요하고 내가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 갈 것이다.

올빼미 비행 훈련(테스트) 후 기념 촬영.
사진 맨 오른쪽 올빼미를 들고 있는 사람이 나, 가운데 박용현 재활관리사님




3개월간 센터의 많은 도움을 주었던 정지훈 학생에게 감사드립니다.
-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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