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당시 12.8kg의 암컷 고라니여서 12월에는 첫 발정이 올 5개월령의 어린 고라니였습니다. 저희 센터에 들어와 KBS와 공동으로 방생을 추진하였고, 충남 홍성군의 골 깊은 야산에 방생을 했습니다.
이송상자에서 고라니를 마취하고 있습니다. |
KBS 환경스페셜팀에서도 구조와 방생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김감독님 고생하십니다. |
발신기의 무게는 약 188g 나갑니다. 이는 체중 12kg이 넘는 고라니에게 체중대비 1.6%에 해당하는 무게이므로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무게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권장은 3-4%까지 허용합니다만, 저희는 되도록 가볍게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고라니가 심하게 놀래지 않도록 흡입마취를 실시하는 장면입니다. 고라니에게 눈을 가리는 후드는 매우 중요한 보정도구입니다. |
발신기 장착이 끝나고, 마취에서 깨고 있는 장면입니다. 이제 눈을 떴죠? 이 고라니에게는 CDMA GPS 발신기외에도 단기추적이 가능한 UHF 추적기도 부착하여 내보냈습니다. UHF 발신기는 실시간으로 추적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
방생일 밤, 동녘 하늘에 떠오른 아름다운 달입니다. |
고라니는 힘차게 뛰어 논을 거쳐 야산으로 들어갔습니다.
이후 오서산이라는 충남에서는 꽤나 높은 산의 주변까지 오르내리다가 능선을 넘어 청양군의 남측 야산에 자리를 잡았죠. 약 30여일간 방랑을 하다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어쩌면 암컷이어서 상대적으로 빨리 자리를 잡았을지도 모릅니다.
한동안 주변을 돌아다니며 지냈고, 좋은 은신처를 찾았었죠. 아직은 놀랜 기색이 있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삼가고, 주로 산림 내부와 더불 위주의 식생에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지난 12월 8일경부터 움직임이 둔해지고, 한 장소에 움직임이 고착되는 경향을 나타내더군요.
하지만 현장에 함부러 들어갈 수 없는 것은 워낙 예민한 동물이어서 가뜩이나 간신히 잡은 은신처와 세력권을 우리가 침범하여 놀래게 해서 다른 지역으로 또 다시 빠져나가게 자극을 주지 않아야 하는 부분도 있고, 그 과정이 위험에 새롭게 노출될 수도 있는 것이 있어 꺼려하죠. 또한 우리가 얻고 있는 좌표가 완벽하게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좌표값으로 간혹 나타나므로 경우에 따라 오류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전파를 받는 것인지라 오차가 나타나기도 하고, 그 오차는 약 100m 이상의 이동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고라니의 위치좌표가 고정되는 경향이 나타난 지점입니다. 한동안 잘 돌아다니던 개체가 자리를 잡은 것으로 추정했던 위치들이지요. |
결과적으로 12월 27일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해발 300m 지점인지라 아직도 임도에는 잔설이 가득 깔려 있었죠.
현장에는 많은 고라니의 발자국이 이리저리 나 있었고 당일 아침에 이동한 듯한 발자국들도 발견이 되었습니다.
칡넝쿨과 관목, 덤불이 잔뜩 우거진 사면도 보였었고, 고라니가 자주 머물렀던 위치도 그러했죠.
아, 이런 환경이어서 특별하게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나 보다 생각했었답니다.
여기저기 더 조사를 진행하던 끝에 고라니가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새로운 흔적을 보았고 이를 따라가기로 결정했었죠, 그런데 계곡 개울부에 이르더니 갑자기 뒤돌아 움직이는 양상이었습니다. 넘어졌을까?
현장의 능선부와 계곡사이사이에는 수많은 고라니의 흔적이 확인되어 잠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개울부로 들어서고나서야 문제를 알 수 있었죠. 고라니의 털이 뭉텅이로 빠져 있었습니다. 고라니의 털이 빠지는 이유는 크게 보면 두가지인데, 하나는 번식철에 교미과정에서 격렬한 추격 등의 이유로 빠지기도 하며, 두번째는 사고로 동물이 죽었을 때 나타나지요.
하지만 얼어붙은 개울에 나타난 고라니의 털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죠. 해서 개울 상류를 더 쥐졌고, 더 많은 털과, 피부의 일부가 붙은 털까지 찾아 냈습니다.
앗, 사고이구나...
주변에 나 있던 발자국은 다른 개체들의 흔적이었을 가능성이 높아졌고, 발신 위치가 고정된 지역의 정밀한 수색이 필요했습니다. 죽었다면 뼈도 있어야 하지만, 발신기도 확인해야 하니깐요.
하지만 계곡부에서 나타난 고라니의 털뭉치는 우리의 희망을 무너뜨리고 있었죠. |
다시 센터로 연락하여 정확하게 위치보정된 자료 제작과 전송을 부탁하고, 실제 위치의 정밀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아지만 개울부는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고, 산에는 눈이 덮고 있어서 수색에 어려움이 있었죠. 센터에서 위치가 보정된 자료를 전송받았고, 그 지점을 위주로 계곡 사면 등을 샅샅히 수색한 끝에 벗겨진 껍질에 네 다리의 아래뼈와 발굽만이 달린 12-585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사체를 수거하여 확인을 해보니 껍질은 깨끗하게 발라져 있고, 머리는 떨어져 나갔고, 사지 말단에서 근육층 즉 고기가 부족한 부위에서 뼈를 잘라 내용물만 가져갔더군요. 발신기에는 송곳니 자국도 나타났고...
한참을 헤매고 눈밭을 뒤진 후에야 겨우 비탈면에 걸쳐져 눈에 수북히 맞고 있는 고라니를 찾아냈습니다. |
하지만 고라니는 온전하지 못했고, 피부만 벗겨진 채로 나뭇가지에 걸쳐져 있었지요. |
불행인지, 다행인지 고라니의 목에는 여전히 발신기가 걸려져 있었고 피부는 깨끗히 발라져 있었습니다. 고기가 되지 못하고 부피만 크고, 껍질 벗기기 어려운 다리는 뼈를 부러뜨려 남기고 갔더군요. |
2년 이내에 떨어질 것을 대비하여 목걸이에 가죽까지 덧대었지만, 고작 40일도 채 살지 못하고 밀렵을 당해버렸습니다. |
회수한 발신기입니다. 목걸이 일부는 동물이 물어뜯은 흔적이 발견되었고 이빨자국도 확인되었습니다만, 상대적으로 온전한 편으로 회수되었습니다. |
고라니 12-585의 60일간의 이동자료입니다. 야생으로 돌아간지 채 40일도 못되어 밀렵을 당해버린 어린 6개월령 고라니는 이렇게 지구에서 사라졌습니다. |
올해 충남지역에서의 수렵은 금산군, 부여군과 예산군만 풀려있는 상태이므로, 홍성군과 청양군 사이지역에서의 동물수렵은 분명 밀렵은 셈이죠. 또 수렵을 하였다고 하여 산에서 함부러 해체작업을 할 수 없고 관공서에 신고하고 텍(tag)을 받아야 하므로 이 또한 법에 접촉되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신위치 데이터의 재확인 결과 머물던 지역 인근에서 12월 7-8일까지 지내다가 올무나 야간써치밀렵 등에 의해 부근에서 밀렵당했고, 사체는 껍질만 벗겨 현장에 유기한 사례였습니다.
12-585는 2012년 6월경에 태어나서 10월말 구조된 후 11월 1일 야생으로 돌아간 지 불과 38일만에 밀렵으로서 채 6개월도 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개체입니다.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내보는 많은 고라니들에게 능력이 허용하는 한 발신기를 부착해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80%가 넘는 동물들이 80일 이내에 도로교통사고(로드킬)로 죽거나 이처럼 밀렵당하거나,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고라니를 구조하고, 치료하는 과정은 참으로 험난한 과정을 거칩니다만, 이렇게 허무하게 가버리면, 저희는 정말 허탈해집니다.
다른, 야생으로 돌아가는 야생동물들의 운명은 또 어떨가요?
앞으로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는 여력이 되는 한 이와 같은 방생 후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동물들의 운명을 살펴볼 것입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