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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8일 목요일

야생조류 잡는 버려진 그물, 이대로 괜찮을까...?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길을 방해하는 것은 무수히 많다. 갑자기 눈앞을 가로막는 회색빛 건물과 유리창이 즐비하고, 눈부신 빛과 굉음을 내뿜으며 내달리는 자동차와 도로 역시 곳곳을 누비고 있다. 녀석들은 가던 길을 갔을 뿐인데 무언가에 의해 이동에 방해를 받고, 심할 경우 목숨을 잃는 큰 사고를 겪기도 한다. 녀석들을 가로막는 위험은 그 어느 곳에도 존재한다. 하물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밭그물'도 그렇다.

과수원을 둘러싸고 있는 밭그물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보니, 저 멀리 밭그물에 무언가 얽힌 채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천연기념물 제323-4호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에 지정된 법정보호종 맹금류 '새매'였다. 녀석은 거꾸로 매달린 채 입을 벌리고 거칠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법정보호종 새매가 밭그물에 몸이 얽힌 채 고통스럽게 몸부림치고 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몸부림칠 수 없도록 포획한 후 자세히 살펴보았다. 얇고 날카로운 줄이 발과 날개, 몸통에까지 어지럽게 감겨있었다. 녀석이 스스로 줄을 풀어내고 탈출하기란 절대로 불가능했다. 누군가에게 발견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서서히 목숨을 잃어갔을 녀석이지만, 녀석을 쉬이 지나치지 않은 신고자의 노력으로 다행히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

밭그물에 걸린 새매를 구조하는 모습



녀석을 구조한 후 주변을 살펴보았다. 밭그물은 약 100m가 조금 넘을만한 길이로 과수원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짧은 거리의 그물에서 법정보호종 맹금류 3구, 까치/물까치를 비롯한 참새목 조류 6구, 그렇게 총 9구의 사체가 어지럽게 널려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작 100m의 밭그물을 딱 한 번 관찰했을 뿐인데, 살아있는 새매까지 총 10마리의 새가 걸려 있는걸로 보아 잠재적으로 얼마나 많은 동물이 이와 같은 피해를 겪을지 예상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실제로 해당그물은 너무 얇아 시안성이 좋지 않았다. 사람에게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물며 그물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새들에겐 몸이 엉키고 나서야 장애물이 있었다고 인식할 정도가 아닐까.

또 다른 새매는 이미 명을 달리한 상황이었다.


그물에 걸린 채 죽은 새들의 모습은 처참하기를 넘어서 섬뜩했다. 이미 명을 다한 새들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을 넘어서 사체를 먹기 위해 접근할지 모를 또 다른 야생동물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실제로 그랬을 수 있다. 과수를 먹기 위해 접근한 참색목 조류가 먼저 그물에 걸려 피해를 입고, 이후 이 새들을 먹이원으로 생각한 상위 포식자가 접근했다가 미처 그물을 파악하지 못하고 엉켜버렸을 수 있다는 합리적 추측도 가능하다.
또한, 사체가 소비되지 않은 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할지 모를 질병의 전파까지도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지럽게 널려있는 사체는 자칫, 또 다른 2차 사고를 야기할지 모른다.


밭그물은 기본적으로 야생동물의 접근을 막아 농작물, 과수피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명목으로 설치한다. 하지만 해당 과수원에 설치된 밭그물은 사실상 그 명목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오랜 시간 방치된 듯 한 모습으로 그물 곳곳이 찢어지거나 말려 올라가 침입 방지의 역할이 사실상 불가해보였다. 오히려 폐그물처럼 너저분하게 널려있어 불특정 다수의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끼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과수피해를 우려하는 농가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법정보호종의 야생동물을 포함한 불특정 다수의 생물이 무차별적 피해를 겪고 있다면, 또 관리/감독의 소홀이나 더 이상 과수원을 운영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설치 목적과 역할이 유명무실하다면, 이 밭그물은 제거함이 마땅하다. 

밭그물의 하단부가 거의 다 말려 올라가 사실 상 효용성이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농작물 피해를 우려해 설치한 시설물에 대해 철거나 보수, 교체를 지도/감독할 권한이 없다는 게 몇몇 관련부서의 입장이다. 사실상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폐그물이지만, 그마저도 철거를 권고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물의 사용 및 선택에 부분적 제한을 마련하거나, 지자체에서 주기적으로 점검 혹은 신고에 따라 적어도 폐밭그물의 철거나 수거를 진행할 수 있다면, 농민들에게 관련 내용을 주기적으로 교육해 권고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텐데 아쉬움이 든다.
현재로서는 농민들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물의 두께를 굵은 것으로 사용해 시안성을 높여 야생동물이 쉽게 그물의 존재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거나 부드러운 재질을 이용해 신체가 걸리더라도 조금은 더 쉽게 빠져나가고, 신체에 손상이 덜 가해지도록 배려하는 것. 그리고 밭그물의 필요가 없어지면 깨끗하게 철거해 불필요한 희생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 말이다. 

밭그물의 설치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야생동물로 인해 직접 피해를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우리는 충분히 헤아려야 한다. 자금과 노동력을 들여 정성껏 재배하고 키워낸 농작물이 하룻밤 사이에 망가지는 것을 보는 농민들의 마음도 야생동물의 이동권, 생존권 만큼이나 중요하게 헤아려야한다. 밭그물을 설치한 농민을 탓하기 보다는 동물의 접근을 보다 적절히 예방하고 차단함과 동시에 서로에게 경제적, 감정적, 생명의 소모를 불러일으키는 갈등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밭그물의 설치가 야생동물의 접근을 막기 위함이지, 자신의 농작물과 과수에 피해를 끼치는 야생동물을 죽여 없애고 분풀이를 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피해를 겪는 농민도 같은 마음이 아닐까?

구조한 새매의 몸 구석구석에서 그물을 어렵게 풀어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결을 위한 노력을 피해 당사자들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농작물의 생산자와 야생동물의 갈등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농작물을 소비하는 우리와도 결코 뗄 수 없는 문제다. 피해를 겪는 농장에 대한 예방책 지원, 피해 정도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이에 걸맞는 투명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먹을 농작물의 가격이 다소 상승할 수밖에 없다면, 이를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해심을 우리는 갖춰야 한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인간의 거주지 확대와 농토 확보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면서 자연 생태계가 속수무책으로 훼손되어왔다서식지가 줄어들고 먹을 것을 찾기 어려워진 동물들에게 농작물을 재배하는 곳은 그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자그들이 우리에게 피해를 주고 싶어서 혹은 그들이 행한 것이 우리에게 피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서 하는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사람들이 산에 올라 임산물을 채취하고 도토리를 주워오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야생동물이 사람들의 거주지 부근으로 내려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 인식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다.
단지 그들은 그들의 삶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삶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해주길...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7년 10월 3일 화요일

농사나 축내는 그깟 놈 뭐 하러 구조하냐고요? 생명에 겨우 그깟 놈이 어디있나요!

칠흑같이 어두운 밤, 저 멀리 갈대숲에 무언가의 기척이 느껴진다. 괜스레 오싹한 느낌이 들었지만 누구일까 궁금한 마음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날카롭고 긴 송곳니가 눈에 들어온다. 역시 녀석은 무시무시한 존재일까? 그런데 그 순간! 녀석이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는 게 아닌가. 두려웠던 마음도 잠시, 마주한 녀석의 눈망울은 참으로 맑고, 선함 그 자체였다.
이처럼 주로 밤에 활동하며, 긴 송곳니를 지니고 있는 동물을 밤에 갑작스럽게 마주한다면 제 아무리 사람이라도 깜짝 놀랄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보다 몇 배는 더 화들짝 놀라 줄행랑을 칠 것이 분명할 만큼 겁이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게 녀석이다.
 
녀석의 이름은 고라니이다.

바로 이 녀석이 '고라니' 이다.
(출처 : 이준석)


고라니는 한반도에서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포유동물 중 하나이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라니 개체군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우리나라이다. , 국내에 서식하는 사슴과 동물 중에서 개체수가 가장 많다. 게다가 높은 산에도 서식하지만 저지대를 더 선호해 습지나 농경지 주변, 평지와 산이 만나는 경계지역에 살아가는 특징 때문에 우리는 고라니를 쉽게 마주할 수 있다.
 
고라니는 사슴과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슴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만한 특징은 단연 ''일 것이다. 하지만 고라니는 뿔 대신 송곳니를 지니고 있다. 이 송곳니는 수컷의 경우 보통 4~5cm, 길게는 7cm에 이르는 길이로 자라며, 암컷은 그보다 훨씬 작은 1cm 이내의 길이로 자란다. 만약 고라니를 마주했는데, 기다란 송곳니가 입 밖으로 삐죽 나와 있다면 녀석이 수컷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단언하긴 어렵다. 대게의 암컷은 송곳니가 짧아 윗입술에 덮여 보이지 않지만, 간혹, 수컷에 견주어도 결코 짧지 않은 수준의 길이로 자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 속의 녀석은 암컷일까, 수컷일까?


고라니는 이 송곳니를 다른 수컷 고라니와 경쟁하는 무기로 사용한다. 뿔이 무겁고 강력한 무기라면, 송곳니는 가볍고 날카로운 무기인 셈이다. 송곳니를 앞으로 당겨 상대를 위협하며, 이러한 경쟁의 과정에서 송곳니가 부러지거나, 귀나 피부가 찢어지는 등의 부상을 입기도 한다. 그렇다고 고라니의 송곳니가 싸움과 경쟁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송곳니를 이용해 나무줄기 껍질을 벗겨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등 의사소통의 수단으로도 사용한다. 


때로는 매우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는 고라니의 송곳니


이런 특징 때문일까우리나라에서 고라니를 모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고라니를 알고 이해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 고라니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 역시 거의 없다.
 
실제로 고라니가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고라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위기의 정도에 따라 지정하는 적색목록(IUCN RED LIST)에 취약(VU, Vulnerable) 수준으로 등재되어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나마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포유동물인데, 세계적으로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셈이다. 현재 고라니가 살고 있는 지역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과거 전시나 사육의 목적으로 유럽으로 건너갔다가 야생화 되어 영국이나 프랑스 등지에서 살아가는 일부 개체군이 있긴 하지만, 고라니가 토착종으로 서식하는 나라는 오직 우리 한반도와 중국, 두 지역뿐이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제공하는 멸종위기 동물의 서식 분포를 담은 위성지도.
자세히 보면, 한반도와 중국에만 주황색의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IUCN) 


중국 양쯔강 남부의 일부 지역에 서식하는 고라니는 과거 남획의 결과로 개체군이 많지 않아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고, 일부에서는 복원사업까지 진행 중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실제로 전 세계에서 고라니의 서식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 한반도이다. 만약 한반도에서 고라니가 사라진다면, 고라니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멸종위기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멸종위기 수준이 높아 적색목록에 까지 등재되어 보호를 필요로 하는 고라니지만,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고라니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우리에게 고라니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이기 이전에 유해 야생동물혹은 유해조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인가에 나타나 애써 가꿔놓은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남는다. 왜 우리는 고라니가 유해 야생동물이기 이전에 우리나라의 토착종이고,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으며, 만약 우리나라에서 고라니가 사라진다면 정말 절멸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은 알 수 없었을까?

고라니는 사람에 의한 포획, 차량과의 충돌, 콘크리트 농수로 추락,
질병감염 등에 의해 개체수가 조절되고 있다. 


이에 대한 답은 아마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 일 것이다. 고라니의 처지를 돌아보기에 앞서, 고라니로 인해 피해를 겪은 사람들의 마음을 우선 헤아려야 한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 때문에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대부분 고라니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해 보도하기 시작했고, 이를 접한 사람들은 자연스레 고라니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농작물이나 축내는 성가신 녀석’, ‘너무 많아 마구 잡아내도 상관없는 녀석’, ‘어차피 잡아낼 거, 구조의 손길을 내미는 것도 사치인 녀석정도로 여겨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고라니로 인해 직접 피해를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자금과 노동력을 들여 정성껏 재배하고 키워낸 농작물이 하룻밤 사이에 망가지는 것을 보는 농민들의 마음도 야생동물의 생존권 만큼이나 중요하게 헤아려야한다. 동물의 접근을 적절히 예방하고 차단함과 동시에 서로에게 경제적, 감정적, 생명의 소모만을 불러일으키는 갈등을 줄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물들이 꺼려하는 초음파를 발생시키거나 포식자의 소리배설물을 농장 부근에 뿌려두는 방법전기 목책폭음탄 등 이미 시행되고 있는 예방의 방법도 다양하다물론 필요하다면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직접 포획하는 방법도 사용해야 하겠지만사전에 피해의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예방의 노력을 우선적으로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고라니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이 부정적이다.
정작 고라니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고라니를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주를 이룬다.
(출처 : MBC)


단순히, "고라니가 불쌍하니 죽이지 말자." 라는 감성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고라니에 대한 일방적인 편견, 부정적 시선, 왜곡된 정보가 난립하고, 이 과정에서 고라니에 대한 가학적 처치가 만연하게 이루어지거나 무분별하게 포획되는 현 상황을 돌이켜보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고라니가 많다고는 하지만 정작 얼마나 많은지, 조절해야 한다면 그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할 수 있는 연구결과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나 세계적으로 희귀한 유전자원은 개체수가 많더라도 유전자 다양성이 감소할 수 있음을 고려해 인위적인 조절에 조심해야 한다. 지금처럼 무분별한 조절과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갖는 시선의 왜곡과 편견은 위험할 수 있으니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눈에 많이 보인다고해서 괜찮을 거라는 믿음은 버려야한다과거에 우리와 부대끼며 살아왔던 동물들이 왜 지금은 볼 수 없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답을 알 수 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고라니가 처한 상황 역시 매우 심각한 위기의 연속이다. 이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축적한 고라니의 조난기록을 통해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다. 기록을 살펴보면 구조된 전체 야생동물 4,898개체 중 고라니는 1,053개체로 전체의 약 21.5%를 차지한다. 이중 조류와 양서/파충류를 제외, 포유류 1,623개체 중 1,053개체로 전체 포유류의 약 64.88%에 육박한다. 이는 우리나라에 고라니 개체군이 많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고라니가 여러 위험요소에 쉽게 노출되는 경향이 있거나, 위험압력이 높게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6년간 구조한 고라니의 조난원인을 분석해보았다.
차량과의 충돌이 과반을 넘을 정도로 높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라니를 위협하는 요인 중 가장 높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역시 차량과의 충돌이다. 전체 구조 빈도 중 과반을 차지할 정도이다. 우리나라가 국토면적과 대비해 도로의 밀도가 높기도 하고, 저지대를 선호하는 고라니의 특성상 도로와 자동차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이밖에 유해조수 구제를 위한 수렵과 합법적 범주를 벗어난 밀렵 역시 고라니 개체군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해 우리나라에서만 10~15만 개체의 고라니가 인위적인 포획에 의해 사라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밖에 번식기에 사고로 어미를 잃거나, 어미를 잃었다고 오해해 발생하는 납치의 영향으로 구조되는 새끼 고라니의 경우가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콘크리트로 건설된 농수로에 빠진 후 고립되거나 밭에 설치한 그물이나 펜스와 같은 인공구조물에 몸이 끼이는 사고 등에 노출되고 있다.

굳이 우리가 보내는 편견 그득한 시선이 아니더라도,
고라니의 삶은 치이고, 빠지고, 구르고... 고난의 연속이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 인간의 거주지 확대와 농토 확보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면서 자연 생태계가 속수무책으로 훼손되어왔다. 서식지가 줄어들고 먹을 것을 찾기 어려워진 동물들에게 농작물을 재배하는 곳은 그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자. 그들이 우리에게 피해를 주고 싶어서 혹은 그들이 행한 것이 우리에게 피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서 하는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 사람들이 산에 올라 임산물을 채취하고 도토리를 주워오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야생동물이 사람들의 거주지 부근으로 내려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 인식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다. 단지 그들은 그들의 삶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단순히 눈에 많이 보인다고해서 괜찮을 거라는 믿음은 버려야한다과거에 우리와 부대끼며 살아왔던 동물들이 왜 지금은 볼 수 없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답을 알 수 있다우리의 편견시선왜곡이 그 원인이었을 수 있다 
만약 동의한다면, 이쯤에서 다시 기억하자. 고라니는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콘크리트 농수로에 빠져 서서히 굶어가는 녀석을 보며, 농작물이나 축내는 나쁜놈을 뭐하러 구조 하냐는 말이 얼마나 가시 돋친 말인지를.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7년 1월 28일 토요일

고라니가 멸종위기 야생동물 이라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 저 멀리 갈대숲에 무언가의 기척이 느껴진다. 괜스레 오싹한 느낌이 들었지만 누구일까 궁금한 마음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날카롭고 긴 송곳니가 눈에 들어온다. 역시 녀석은 무시무시한 존재일까? 그런데 그 순간! 녀석이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는 게 아닌가. 두려웠던 마음도 잠시, 마주한 녀석의 눈망울은 참으로 맑고, 선함 그 자체였다
이처럼 주로 밤에 활동하며, 긴 송곳니를 지니고 있는 동물을 밤에 갑작스럽게 마주한다면 제 아무리 사람이라도 깜짝 놀랄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보다 몇 배는 더 화들짝 놀라 줄행랑을 칠 것이 분명할 만큼 겁이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게 녀석이다.

녀석의 이름은 고라니이다.

바로 이 녀석이 '고라니' 이다.
(출처 : 이준석)


고라니는 한반도에서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포유동물 중 하나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사슴과 동물 중에는 개체수도 가장 많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슴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만한 뿔 대신 송곳니를 지니고 있다. 이런 특징 때문일까? 우리나라에서 고라니를 모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고라니를 아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 고라니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실제로 고라니가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고라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위기의 정도에 따라 지정하는 적색목록에 취약(VU, Vulnerable) 수준에 등재되어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나마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포유동물인데, 세계적으로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셈이다현재 고라니가 살고 있는 나라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과거 전시나 사육의 목적으로 유럽으로 건너갔다가 야생화 되어 영국이나 프랑스 등지에서 살아가는 일부 개체군이 있긴 하지만고라니가 토착종으로 서식하는 나라는 오직 우리 한반도와 중국두 지역뿐이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제공하는 멸종위기 동물의 서식 분포를 담은 위성지도.
자세히 보면, 한반도와 중국에만 주황색의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IUCN) 


중국 양쯔강 남부의 일부 지역에 서식하는 고라니는 개체군이 그리 많지 않아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고, 일부에서는 복원사업까지 진행 중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실제로 전 세계에서 고라니의 서식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 한반도이다. 만약 한반도에서 고라니가 사라진다면, 고라니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멸종위기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멸종위기 수준이 높아 적색목록에 까지 등재되어 보호를 필요로 하는 고라니지만,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고라니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우리에게 고라니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이기 이전에 유해 야생동물혹은 유해조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인가에 나타나 애써 가꿔놓은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남는다. 왜 우리는 고라니가 유해 야생동물이기 이전에 우리나라의 토착종이고,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으며, 만약 우리나라에서 고라니가 사라진다면 정말 절멸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은 알 수 없었을까?

고라니는 사람에 의한 포획, 차량과의 충돌, 콘크리트 농수로 추락,
질병감염 등에 의해 개체수가 조절되고 있다. 


이에 대한 답은 아마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 일 것이다. 고라니의 처지를 돌아보기에 앞서, 고라니로 인해 피해를 겪은 사람들의 마음을 우선 헤아려야 한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 때문에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대부분 고라니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해 보도하기 시작했고, 이를 접한 사람들은 자연스레 고라니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농작물이나 축내는 성가신 녀석’, ‘너무 많아 마구 잡아내도 상관없는 녀석’, ‘어차피 잡아낼 거, 구조의 손길을 내미는 것도 사치인 녀석정도로 여겨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고라니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이 부정적이다.
정작 고라니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고라니를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주를 이룬다.
(출처 : MBC)

 
고라니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도 헤아려야겠지만, 고라니에 대한 일방적인 편견, 부정적 시선, 왜곡된 정보가 난립하고, 이 과정에서 고라니에 대한 가학적 처치가 만연하게 이루어지거나 무분별하게 포획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에 고라니가 많다고는 하지만 정작 얼마나 많은지, 조절해야 한다면 그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할 수 있는 연구결과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나 세계적으로 희귀한 유전자원은 개체수가 많더라도 유전자 다양성이 감소할 수 있음을 고려해 인위적인 조절에 신중해야 한다.
단순히 눈에 많이 보인다고해서 괜찮을 거라는 믿음은 버려야한다. 과거에 우리와 부대끼며 살아왔던 동물들이 왜 지금은 볼 수 없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우리의 편견, 시선, 왜곡이 그 원인이었을 수 있다

단순히 눈에 많이 보인다고해서 괜찮을 거라는 믿음은 버려야한다과거에 우리와 부대끼며 살아왔던 동물들이 왜 지금은 볼 수 없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답을 알 수 있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인간의 거주지 확대와 농토 확보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면서 자연 생태계가 속수무책으로 훼손되어왔다서식지가 줄어들고 먹을 것을 찾기 어려워진 동물들에게 농작물을 재배하는 곳은 그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자그들이 우리에게 피해를 주고 싶어서 혹은 그들이 행한 것이 우리에게 피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서 하는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사람들이 산에 올라 임산물을 채취하고 도토리를 주워오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야생동물이 사람들의 거주지 부근으로 내려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 인식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다단지 그들은 그들의 삶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만약 동의한다면, 이쯤에서 다시 기억하자고라니는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콘크리트 농수로에 빠져 서서히 굶어가는 녀석을 보며농작물이나 축내는 나쁜놈을 뭐하러 구조하냐는 말이 얼마나 가시 돋친 말인지를.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