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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9일 월요일

깊은 잠에서 깨어난 박쥐

오늘의 주인공은 비행이 가능하도록 진화한 매력적인 포유류 박쥐다.

얼마 전 박쥐 두 마리가 충남 야생동물 구조센터로 구조됐다. 다행히 두 마리 모두 별 외상없이 건물 내부에서 발견됐는데 문제는 겨울잠을 자고 있어야 할 녀석들이 깨어나 기력이 쇠약해진 상태로 구조된 것이다.  이 녀석들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매장의 간판 아래서 발견된 안주애기박쥐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우선 박쥐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면 박쥐는 비행이 가능하도록 진화한 포유류로 야간에 시각과 초음파를 이용해 사냥을 한다. 앞발가락 사이에 발달한 비막 덕에 비행이 가능하다. 앞발의 생김새는 다른 포유류와 많이 다르지만 골격의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박쥐는 잠자리에 따라 동굴성, 산림성, 가옥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현재 알려진 바로는 23종이 한국에 서식하고 있고 대부분 동굴성 박쥐라고 한다. 박쥐 얘기가 나오면 내심 기대하는 것이 흡혈박쥐인데 아쉽게도 혹은 다행히도 한국엔 서식하지 않는다.

센터에 구조된 두 종은 안주애기박쥐와 집박쥐다.
(학명에 대한 언급이 있으므로 http://cnwarc.blogspot.kr/2017/01/blog-post.html 이 글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안주애기박쥐


안주애기박쥐는 한국에 서식하는 박쥐 중 큰 편에 속하며 영명으로 Frosted Bat이라고도 불리는데 등의 털색이 서리가 내려앉은 듯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학명은 Vespertiliio sinensis, 속명인 Vespertilio의 어원을 살펴보자면 라틴어로 vesper는 저녁을 의미하고 여기에서 파생된 Vespertilio는 박쥐를 뜻한다. 안주애기박쥐는 주로 나무 구멍 등을 잠자리로 이용하는 산림성 박쥐다.

집박쥐


집박쥐는 안주애기박쥐와 반대로 가장 작은 박쥐 중 하나로 학명은 Pipistrellus abramus, 속명인 Pipistrellus는 이탈리아어 pipistrello에서 유래된 것인데 안주애기박쥐의 속명과 마찬가지로 박쥐를 뜻한다. 집박쥐는 하룻밤에 약 3,000마리 이상의 곤충을 잡아먹는 이로운 동물로 주로 건물의 옥상이나 첨탑, 처마 등을 잠자리로 이용하는 가옥성 박쥐다.

대부분의 박쥐는 곤충을 사냥하는데 날이 추워지면서 점점 사냥이 힘들어진다. 그래서 박쥐는 무사히 겨울을 나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겨울잠을 선택했다. 겨울잠에 들기 전 체중의 20~30%를 지방에 저장하고 겨울잠에 들어가면 심박수, 호흡수 등을 최대한 낮추는데 평상시 심박수가 600bpm(Beats Per Minute, 분당 심박수)이고 비행시 1,300bpm인 것을 10bpm까지 낮춘다. 이런 능력 덕분에 산소와 에너지의 소비량을 줄일 수 있고 지방에 저장한 에너지에 의존하며 봄까지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어떠한 원인에 의해 겨울잠에서 깨어나게 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겨울을 버티기 위해 조금씩 소모해야할 에너지를 예상치 못한 방해로 깨어남과 동시에 계획보다 훨씬 더 소모하게 된다. 다시 동면에 들기 위해 먹이를 섭취해 에너지를 모아야 하는데 한 겨울 추위에 먹이를 쉽사리 구할 수가 없다. 그래서 점차 기력이 쇠약해지는데 구조된 두 녀석들은 그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렇게 구조한 박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활동기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주며 먹이를 충분히 먹이는 것이 중요하다.



박쥐가 겨울잠에 들기 위한 충분한 에너지를 비축했다면, 건강이나 비행의 상태를 확인 후 야외 기온이 섭씨 3~4도 이상이 되는 날 방생하게 된다.

안주애기박쥐의 비행 테스트


집박쥐의 비행 테스트


방생을 할 땐, 항상 선택에 대한 결과와 다양한 변수에 대해 수없이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린다. 방생 후엔 우리의 선택이 옳은 선택이었길 바랄 뿐이다.

집박쥐 방생


야생에서 많은 종들이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듯이 박쥐 또한 개체수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 개발로 인한 서식지의 감소가 주된 원인인데 생존전략이라곤 안전한 은신처를 찾는 것뿐인 박쥐에겐 서식지 파괴가 유난히 치명적이다.
동굴성 박쥐의 서식지인 동굴엔 사람의 편의를 위한 밝은 조명과 사다리 등의 안전장치가 들어섰다. 우리는 겨울잠을 방해받는 것은 박쥐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고 있다. 동굴에서 큰 소리를 내거나 플래시 등을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가옥성 박쥐의 서식지인 천장, 처마 등은 아파트, 빌라가 들어서며 사라져가고 고목의 구멍, 우거진 산림에서 서식하는 산림성 박쥐의 서식지는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박쥐는 서양의 영향과 그들의 생태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져서 그런지 다른 동물에 비해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이 매력적인 동물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과 행동이 너무 늦지 않길 바란다.

비교적 보호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붉은박쥐, 작년 여름 구조, 방생한 개체이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연구원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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