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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7일 금요일

멸종이라는 벼랑 끝, 그 위태로운 이야기

전 세계적으로 아주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이 있다. 얼마나 심각한 수준이냐면, 전 세계에 겨우 수백 마리가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그 새가, 우리나라에도 모습을 나타낸다. ‘넓적부리도요라는 새가 그 주인공이다영명은 Spoon-billed Sandpiper, 학명은 Calidris pygmaea속명의 Calidris는 갈색의 얼룩이 있는 물새라는 뜻이고종명의 pygmaea는 작다는 뜻이다. 작은 얼룩물새라는 의미일까실제로 넓적부리도요는 작고 앙증맞은 외모에 넓적한 숟가락 모양의 부리를 지니고 있다.

넓적부리도요의 생김새
(사진 출처 김봉균)


형태
아마 가장 큰 특징은 숟가락처럼 생긴 부리일 것이다. 러시아 북동부에서 번식하며, 동남아에서 겨울을 난다. 우리나라는 이동과정 중 거치는 중간기착지다. 다 큰 새는 14~15정도이며, 번식철에는 머리와 목은 적갈색, 가슴에는 짙은 적갈색의 세로반점이 있다. 배는 흰색, 다리는 검은 색이다. 비번식깃은 붉은색 깃이 거의 빠지고 회갈색으로 변한다. 날개는 9.8~10, 부리는 19~24, 부리 끝 넓이는 10~12, 부척은 19~22, 꽁지깃은 37~38정도다.

넓적부리도요의 크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사진
(사진 출처 김봉균)


조류는 계절에 따라 깃갈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흔히 아는 원앙 수컷도 비번식기에는 암컷과 비슷한 색과 모양을 가진다. 이렇듯 생태적, 계절적 변이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할 수 있는 일반인들에게 종을 동정하는 것은 좀 더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넓적부리도요의 번식기와 비번식기 차이 비교
(사진 출처 : 좌 - 김봉균 / 우 - Martin J McGill)


분포와 서식지
러시아 캄챠카반도와 추코츠크반도의 연안에서 번식한다. 5월 말에서 6월 초에 러시아에 도달한 후 민물호수 인근의 풀밭에서 6-7월에 번식한다. 19-23일 후 부화하며, 태어난 후 바로 스스로 먹이를 먹는다. 새끼들은 주로 아비새가 돌보고, 어미새는 거의 부화 직후 바로 남쪽으로 떠난다. 20일간 지난 후 어린 새들은 아비새로부터 독립한다. 북한, 한국, 일본과 중국의 태평양 연안을 따라 남으로 약 8,000를 이동하며, 인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와 버마, 태국,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 반도와 같은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에서 월동한다.

넓적부리도요의 세계적 분포와 이동
(사진출처 : http://www.wildlifeextra.com)


먹이활동
머리를 숙이고 앞으로 걸어가며 넓적한 부리를 좌우로 움직여 갯벌에 서식하는 수서곤충을 찾아 먹는다. 도요물떼새는 부리의 형태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 장소에서 먹이를 먹는데 넓적부리도요는 길지 않은 부리로 인해 아주 얕은 물가나 물이 빠진 갯벌에서 주로 먹이활동을 한다.

넓적한 부리를 이용해 독특한 방법으로 먹이를 찾는 넓적부리도요
(사진 출처 김봉균)
 

현 상황
전 세계에 천여 마리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생존에 가장 큰 위협은 번식지의 서식지 소실과 더불어 이동경로 및 월동지의 갯벌 매립과 관련된다. 가장 중요한 이동경로 서식지인 한국의 새만금지역은 이미 물막이 공사가 끝나 치명적인 위협요인이 되었다. 장기 원격추적기술로 확인한 연구 결과 중국, 한국, 북한의 주요 서식지 중 이미 65%가 간척으로 사라졌다. 2010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전통 조류사냥꾼에 의한 집중적인 사냥이 감소의 일차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도 있다.

새만금 물막이 공사의 최종 완료를 알리는 모습. 이러한 간척사업으로 
넓적부리도요와 갯벌, 습지를 이용하는 동물의 서식지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사진 출처 : 한국농어촌공사)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는 이전에는 위기단계로 평가하였으나 너무 빠르게 개체군이 몰락하고 있어, 2008년부터는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 - 야생에서 절멸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음)단계로 재조정하였다. 2009-2010년 센서스에서는 120~200 번식쌍(전체 약 500~800개체)만이 남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2002년도 센서스와 비교할 때 88%의 감소를 의미하며 매년 26%의 감소가 발생할 정도로 치명적인 상황이다. 만경강 및 동진강 하구의 새만금 간척사업은 중간경유지를 없앤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으며, 버마에서의 사냥도 매우 심각한 위협요인이다. 월동지에서는 밀렵에 의해 어린 개체들이 죽고 있다. 매년 태어난 새끼들 중 오직 0.6마리만 살아남는 상황이다. 그 결과 남아있는 번식가능 개체군 역시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번식은 점차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대로 방치될 경우 5~15년 이내에 멸종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넓적부리도요의 다리에 유색플래그와 가락지가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넓적부리도요의 생활사, 이동경로 등을 파악해 보호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사진 출처 김봉균)


인공증식 노력
201111월 영국 슬림브리지 인근의 야생조류와 습지 신탁(Wildfowl and Wetlands Trust, WWT)에서는 13마리의 넓적부리도요를 대상으로 한 번식프로그램(Head-Starting)이 시작되었다. 이는 201111월 러시아 북동부의 추콧카 툰드라 지역에서 수집된 알로서 모스크바동물원에서 부화 후 60일까지 보육한 후 영국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야생에서 알을 채집할 경우 어미들은 보통 이차 산란을 실시하므로 매우 효과적인 보전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동시에 러시아 추콧카에서도 인공부화 및 육추 후 방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 육추된 후 방생한 암컷이 2014년 러시아 번식지에서 산란을 위해 도래한 것이 최초로 확인된 바 있다.

넓적부리도요의 멸종을 막기 위한 번식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사진 출처 : Wildfowl and Wetlands Trust, WWT)


우리나라에서는 충남의 작은 섬에서 그나마 몇 마리가 관찰되고 있다. 새만금 지역과 같은 갯벌지역은 남반구에서 북극 번식지까지 왕복 15,000~20,000를 오가는 도요물떼새들에게 가장 중요한 중간기착지였다. 이동성 조류의 보전을 위해서는 책임을 가져야 하는 국가들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중간 기착지는 고속도로 상의 주유소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주유소가 없다면 결국 도착하지 못하고 고속도로 상에서 차는 멈출 것이다

정말 아쉬운 것은 따로 있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그런 동물이 매년 우리나라에도 머문다는 사실 역시 까맣게 모른다는 점이다
야생생물의 보전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위함이 아니다. 생물과 공존을 해야 하는 후세대를 위한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인 것이다. 도도새가 그러했고, 나그네비둘기가 없어졌던 것처럼 이 작은 새를 또다시 없애서는 안 된다.

멸종이라는 벼랑 끝에 서있는 넓적부리도요
(사진 출처 김봉균)




참고자료
http://www.saving-spoon-billed-sandpiper.com/
https://en.wikipedia.org/wiki/Spoon-billed_sandpiper
http://www.eaaflyway.net/decreasing-waterbi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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