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어서 후기 2탄!!
활동기간 : 2015년 6월 29일 ~ 2015년 8월 21일
1. [인턴] 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 이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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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부엉이 먹이 먹이기 |
* 지원동기 및 목적
야생동물 수의사가 되고 싶어서 나만의 이상을 가지고 수의대에 입학한 후, 아직 한국에서는 야생동물의 중요성이 너무 많이 과소평가 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야생동물 수의사가 되고자 하는 나 자신부터 관심만 많았을 뿐 관련된 지식이 많이 모자람을 깨달았다. 학교에서도 야생동물의학이라는 과목을 한 학기 동안 배웠지만 졸업 후에 야생동물 수의사로 일하기에는 부족함을 느꼈다. 따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방과 후 스터디를 통해 이론적으로 많이 배웠지만 센터에서 실제로 적용을 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번 가을에 개소하는 대전야생동물구조센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장차 일하고자 하는 미래의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센터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기본적인 것은 반드시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지원하게 되었다. 현실감각이 조금 부족하고 실용적인 것에 서투른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나에겐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 같은 것이었다.
* 활동내용 및 느낀 점
8주 동안 구조센터에서 한 것들이 매우 많지만 내가 메모한 내용과 기억을 참고하여 되짚어 보았다. 세세하게 적지는 못했지만 내가 배운 중요한 내용 몇 가지와 그에 대한 간단한 설명 및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1. 진료 보조 및 실습: 동물 포획 및 보정, 신체검사, x-ray, 혈액검사, 눈 검사, 8자포대법, 약 짓기/투여, 부검, 진료 물품 정리 등
동물 포획 및 보정: 다친 동물을 진료하기 전 가장 중요한 것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동물을 안전하게 포획하고, 수의사가 다치지 않고 원활하게 진료할 수 있도록 보정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센터 재활사가 실제로 어떻게 서로에게 안전한 방법으로 포획하는지에 대해 실습으로 보여주셨다. 수건이나 담요, 가죽장갑, 포획망을 이용하여 무심하고 쉽게 포획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해보니 첫째 동물이 다칠까봐, 둘째 내가 다칠까봐 두려워하고 망설이면서 주춤거렸다. 그런데 동물들은 눈치가 빨라서 내가 두려워하는 것을 금방 알아채며, 내가 망설이는 동안 동물은 그만큼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것을 깨닫고 마음을 단호하게 먹어야 했다. 나는 주로 비맹금류와 황조롱이, 새호리기와 같은 소형 맹금류와 새끼 포유류(고라니, 너구리)까지 혼자 포획해 보았는데, 잘못 잡아서 발톱이나 부리에 긁힐 때도 있었고 케이지 밖으로 날려 보내는 위기(?)가 있었지만 다른 인턴과 근로학생의 도움으로 수습할 수 있었다.
포획한 동물은 진료가 쉽도록 적절한 자세로 보정을 한다. 이 때 동물이 움직이면 진료 도중에 동물이나 사람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진료가 필요한 부위가 어디인지 미리 파악하여 진료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게끔 하는 센스, 진료자와 보정자 간의 신뢰도 필요하다. 매우 공격적인 동물이나 나처럼 보정이 많이 서툴 때는 얕게 마취를 걸어 진정시켰다.
신체검사: 본격적인 신체검사를 하기 전에 보정하면 알 수 없는 자세나 행동상의 문제, 기립 유무, 호흡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distance examination을 실시한다. 이 검사에서는 특별한 보정이 필요하지 않고 동물의 현재 겉으로 보이는 상태 그대로를 관찰한다. 예를 들어 날개가 처진 경우 날개의 근골격계 이상이나 신경총이 손상되었음을 의심해볼 수 있고, 목이 기울어진 사경 증상이 있으면 납중독이나 충돌로 인한 head trauma를 의심할 수 있다.
본격적인 신체검사에서는 보정을 해야 하므로 보정자의 안전, 동물이 너무 과하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지, 호흡은 정상적으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체검사를 할 때는 눈으로 확인하거나 촉진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빠짐없이 검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센터에서는 깃털, 날개, 쇄골/오훼골, 다리, 척추, 흉근, 피부, 눈, 구강, 발바닥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검사를 진행하고, 특정 부위에 이상이 발견되었을 때는 그에 맞는 추가 검사를 진행한다.
안저검사와 각막검사: 수리부엉이 같은 야행성 맹금류는 안구가 크기 때문에 충격이 가해지면 눈 손상이 쉽게 일어난다. 눈 손상을 확인하기 위해서 안저검사나 각막검사를 실시하는데, 안저검사는 조류나 파충류에서 특이적인 안구 구조물인 pecten oculi를 검사하며 각막검사는 각막 손상이 의심될 때 실시한다. Pecten oculi는 맥락막에 존재하는 검은색의 빗 같은 구조로 혈관이 풍부하여 망막에 영양을 공급하고 유리체의 pH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Pecten oculi를 책에서만 봐서 실제로 검안경으로 꼭 보고 싶었는데 눈 진료 보실 때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보여주셨다. 각막검사에서는 형광물질이 발린 스틱(fluorescence strip)을 눈에 넣어 녹인 후 UV light를 쬐어 염색된 손상 부위를 확인할 수 있다.
X-ray: 신체검사 상 골절이나 체내 이물이 의심되는 경우 방사선 촬영을 한다. 센터에 들어오는 동물들은 충돌로 인한 부상이 많기 때문에 방사선 촬영은 대부분의 동물에서 실시하였다. 영상진단의학 실습수업 때 배운 것처럼 기본적으로 VD, lateral 두 방향으로 촬영하고, 체중에 따른 kVp, mAs 값을 정한 후 촬영한다. 직접 실습으로 여러 동물을 촬영해봤는데 좌우 대칭이 되도록, 내가 필요한 부분이 적절하게 위치하도록, 적당한 노출값으로, 마취가 깨기 전에 괜찮은 결과물을 내는 것이 어려웠다.
실습: 진료실에 있으면서 내가 나중에 수의사가 되었을 때 해야하는 일을 유심히 살피고 실습해 볼 기회도 가졌다. 가장 먼저 조류의 날개뼈 골절을 처치하기 위한 8자 포대법이 있다. 8자 포대법(figure-8 bandage)은 워낙 유명한 포대법이지만 실제로 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조류 폐사체로 포대법 강의를 해주셔서 직접 해볼 수 있었다. 8자 포대법을 할 때 중요한 점은 2차 부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골절된 부위에 알맞게, 너무 강하지 않은 세기로, 골절이 발생한 뼈의 위아래 관절 모두 움직이지 못하게 포대 하는 것이 중요하다. 8자 포대법이 골절 초기에 좋은 포대법이긴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하게 되면 비행에 중요한 날개막 인대가 뻣뻣해지기 때문에 최대 2-3주 정도만 실시한다. 실제로 해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제대로 포대 하지 않으면 추가 손상이 있을까봐 걱정되어 너무 세게 감다보니 조임이 너무 심했다.
혈액검사: 혈액검사는 너구리와 수리부엉이로 채혈부터 manual 검사, 생화학검사까지 실습하였다. 이론적으로 포유류와 조류는 혈액의 특성이나 여러 지표의 정상 수치, 생화학검사 측정 지표가 조금씩 다른데, 직접 실습해보게 되어 기억에 더 많이 남는다. syringe 조작도 서투른 내가 난생 처음 수리부엉이 채혈에 성공했을 때, 동물들이 나에게 내준 날개와 그 때의 고통이 헛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채혈을 할 때도 빠르고 정확하게 끝내기 위해서는 보정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느꼈다.
약 짓기와 투여: 처치 후 상태에 맞는 약을 적절한 방법으로 투여해야 한다. 센터에 들어오는 야생동물의 특성상 골절이나 열상 등이 많기 때문에 2차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항생제가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그 밖에 트라우마에 의한 뇌부종이나 쇼크, 부종에 사용하는 스테로이드제, 부종에 사용하는 이뇨제, 개선충 구제를 위한 항기생충제, 영양보충제 등이 사용된다. 수의사의 판단에 적절한 약물, 체중 당 투여량, 하루 투여 횟수, 투여 일수, 투여 경로를 정한다. 경구로 투여해야 하는 경우 먹이에 섞어 강제 급여하거나 미지근한 물에 섞어 존데로 투여했다. 존데를 사용할 때는 기도로 흘러가 오연성 폐렴(aspiration pneumonia)을 일으키지 않도록 입천장을 타고 식도 깊이 투여해야 한다. 피하주사나 근육주사로 투여할 때는 syringe를 뒤로 당겨서 음압이 걸렸는지 확인한 후 투여한다.
2. 사육 관리: 새끼 동물 관리, 먹이 준비, 강제 급여, 케이지 세팅
새끼 동물 관리: 여름철 구조센터가 쉴 틈 없이 바쁜 이유 중 하나는 밀려들어오는 새끼 야생동물 때문일 것이다. 실습 시작과 동시에 새끼 고라니 한 마리씩 맡아서 4-5시간마다 한 번씩 배변활동을 시키고 유동식을 먹이면서 겉으로 보이는 이상(설사, 식욕부진, 외상, 행동 이상 등) 유무를 체크하고 체중을 기록했다. 이렇게 꼼꼼하게 체크하면 건강 상태를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후 관리 계획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우리가 열심히 기른 고라니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하나둘 야외장으로 이사 갈 때는 시원섭섭함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소쩍새 유조를 비롯한 각종 유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소쩍새의 경우 인턴이 끝나는 8월 말까지 총 13마리가 있었는데, 이 유조들 역시 한 명이 한 마리씩 책임을 지고 하루 3번씩 잘게 썬 메추리나 병아리를 먹이고 매일 체중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체중이 점차 늘어나고 자가급여를 시작하고 우리의 손이 하나씩 덜 필요하기 시작할 때 기쁘면서도 아쉬운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새끼 조류를 관리할 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핸들링을 통한 부상을 예방하는 것이다. 실제로 매우 건강했던 소쩍새 유조 한마리가 원인 모를 이유로 대퇴골이 골절이 되어 결국 폐사한 경우가 있었다. 먹이를 먹이거나 케이지 청소를 위해 포획하는 과정에서도 적절하게 핸들링하여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는 미아로 어릴 때부터 사람이 핸들링하게 되면 쉽게 각인되거나 순치되어 야생성을 잃거나, 사람이 주는 먹이로는 균형 잡힌 먹이 활동을 할 수 없어서 몸에 이상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센터에서 사람에게 순치된 너구리 ‘짬밥이’가 있었는데 먹이를 주러 가면 마치 강아지처럼 센터 직원들을 졸졸 따라다니곤 했는데 야생성을 잃은 야생동물은 영원히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안타까움이 앞섰다. 또 한참 성장할 시기에 미아가 된 새끼 수리부엉이 케이스도 예가 될 수 있다. 사람이 데려가서 살코기만 먹이면서 기른 탓에 칼슘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뼈가 구부러져 자라는 성장 이상이 나타나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결국 안락사 시킨 케이스도 있었다. 반려동물과는 달리 건강상 문제가 없어도 여러 이유에서 야생에서 생존하기 적합하지 않으면 안락사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웠다.
케이지 세팅: 동물이 구조되어 들어오면 종에 따라 케이지 세팅을 조금씩 달리 해준다. 조류가 들어오면 앉을 횃대나 나뭇가지, 바위조각을 설치해주고, 포유류는 인조잔디, 낙엽, 모래, 부드러운 자갈 등 야생의 환경과 유사하게 설치해준다. 처음에는 세팅할 때 단순히 미끄러지지 않고 동물이 물어뜯을 수 없는 견고한 재질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조류의 경우에 많이 생기는 bumble foot(지류증)이라는 질병인데, 사육 상태에서 인공적인 바닥재를 오래 디뎠을 때 발생하는 피부질환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피부각화로 시작하지만 환경을 바꿔주지 않을 경우 증상이 악화되어 발 하나를 못 쓰게 되고 생존에 치명적이므로 관리를 잘 해주어야 한다. 관리를 위해서는 그 종에 적합한 야생과 비슷한 환경을 제공해주고, 발을 수시로 체크하고 깨끗하게 소독해주며 체중 관리를 잘 해주어야 한다.
먹이 준비: 동물이 어떤 것을 먹는지에 따라 준비하는 먹이가 다르다. 초식동물인 고라니의 경우 송아지 사료와 각종 야채를 잘게 썰어 주는데, 고라니는 입 폭이 작기 때문에 너무 넓게 썰지 않는다. 야채 말고도 칡잎이나 씀바귀 같은 쓴 풀을 좋아하기 때문에 교내 풀밭을 돌아다니면서 뜯어서 줄 때도 있었다. 잡식/육식동물인 너구리/삵의 경우 메추리와 병아리를 격주로, 뼈째 썰어서 제공한다. 조류는 맹금류, 물새, 참새류로 크게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맹금류 역시 육식동물이므로 메추리와 병아리 또는 밀웜을 제공하는데 뼈째 제공한다. 수리부엉이는 웬만한 크기의 먹이는 삼킬 수 있기 때문에 큰 사이즈로 제공할 수 있지만 소쩍새 같은 소형 맹금류는 한입 크기로 큰 뼈를 다져서 제공해야 한다. 같은 맹금류더라도 크기, 그 종의 습성, 건강 상태에 맞추어 제공해야 한다. 물고기를 먹는 물새는 미꾸라지나 해동한 빙어(?)를 제공한다. 곤충이나 씨앗 종류를 먹는 산새의 경우 볍씨와 곡물, 밀웜을 제공한다.
3. 위생 관리: 케이지 청소, 진료실/수술실 청소
청소: 미생물에 의한 동물의 술후 2차 감염, 사람의 미생물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케이지를 자주 청소해줘야 한다. 진료실과 수술실의 경우에는 아픈 동물이 진료 혹은 수술을 받는 곳이기 때문에 위생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4. 구조/방생
구조: 7월 27일 오후, 당진에서 수리부엉이 구조 접수가 되어 함께 동행 할 기회가 있었다. 사실 구조라고 하면 사고가 일어난 그 현장 주변에서 동물을 포획해서 구조하는 것을 생각했는데, 여쭤보니 실제로 그런 경우는 드물고 신고자가 인근 소방서나 야생동물구조협회 같은 기관에 연락하여 미리 구조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당 기관에서 바로 데려오는 일이 많다고 하셨다.
동물을 인수받을 때도 아무런 정보 없이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신고자 정보나 최초 발견 시 상태, 구조 시간/장소, 발견 경위, 동물의 현재 상태(외상 유무, Body Score, 기립 유무 등)를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으면 상황을 추측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정보를 얻은 후 센터로 이송할 때 상자를 사용하는데, 이 때 상자 사이즈가 너무 크면 퍼덕이다가 추가 부상을 유발할 수 있고, 너무 작으면 숨쉬기가 곤란하므로 조류의 크기에 알맞은 상자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센터에서는 동물의 크기에 따라 총 4가지 상자를 구비 해놓고 있었다.
방생: 조류를 방생하기 전에 먹이를 잘 먹고 활력이 좋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추가적으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것은 ‘비행을 잘 하는가’이다. 그래서 방생 예정에 있는 조류는 비행테스트를 반드시 거친다. 넓은 공터나 운동장에서 긴 줄에 발을 묶고 시행하는데, 이 때 날개를 펼쳤을 때 양쪽이 자연스럽게 대칭을 이루는지, 꼬리가 적절한 때에 접히고 펼쳐지는지, 비행할 때 높낮이는 적절한지, 바람을 얼마나 잘 다루는지, 개구호흡을 하는지, 발을 앞을 차면서 노력성 비행을 하는지에 대해 꼼꼼하게 평가한다. 이 단계에서 합격해야 최종적으로 방생이 가능하다.
방생을 할 때는 그 동물의 야생 습성에 맞추어 장소와 시기를 고려해야 한다. 물에 사는 흰뺨검둥오리를 산에 방생하거나, 여름철새인 솔부엉이를 한겨울에 방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 어린 새끼의 경우 야생에서의 시기와 어느 정도 맞추어 자연스럽게 주변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줘야한다.
5. 세미나 및 심포지엄
야생조류 AI 심포지엄: 7월 23-24일 충남 서천에 있는 국립생태원에서 열린 조류인플루엔자 심포지엄에 참석하였다. 각국에서 온 AI 석학들이 AI의 여러 주제로 강연을 펼쳐서 좋았지만 아직 학부생의 신분으로는 주제가 너무 구체적이고 어려워서 강연 내용보다는 심포지엄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석학들의 연구 주제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심포지엄이 끝나고 국립생태원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우리나라에 이런 국립기관들이 생기게 되어 좋지만, 설립 후 얼마나 관리/유지를 잘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철새연구센터 빙기창 박사님 초청강의: 야생 조류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으로 강의를 해주셨는데 평소에 조류에 관심이 많아서 매우 흥미롭게 배울 수 있었다. 비슷한 생김새의 조류를 구분하는 법, 철새연구센터에서 시행하는 가락지부착조사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 조류의 현장조사 방법 등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셨다. 조류 관련 도서에서 자주 접했던 저자를 실제로 만나게 되어 설렜다.
직원 세미나: 인턴과 익스턴, 근로학생을 대상으로 센터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포유류(너구리, 고라니, 삵)와 맹금류(수리부엉이, 황조롱이)의 번식 생태, 전국 센터에서 사용하는 전산시스템인 IntoWILD 프로그램 소개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다.
익스턴/인턴 세미나: 비참새목 조류의 동정 포인트에 관한 발표가 있었다. 특히 맹금류의 경우 연령이나 성별에 따른 깃 패턴의 미묘한 차이로 개체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어려웠다. 인턴 세미나는 홍콩 Kadoorie farm and botanic garden(KFBG)의 야생동물 관리 가이드라인을 충남센터와 비교하여 정리하였다.
개인 과제물: 인턴 과제물과는 별개로 센터에서 자주 사용되는 약물의 약리작용, 참고용량, 사용법, 금기사항 등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표로 만들어보았다. 정리하면서 수의약리학 시간에 배웠던 항생제를 비롯한 약물의 종류와 약리 기전에 대해 다시 한 번 복습할 수 있었다.
6. 견학: 서산버드랜드, 예산황새공원, 서천 국립생태원
* 하고싶은 말
평소에 접하기 힘든 야생동물에 대해 신기함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요즘은 그러한 특수성과 희소성 때문에 사람들 관심 끌기에 좋은 일회성의 눈요깃거리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안타깝다. 야생동물을 단순히 귀엽고 신기한 존재 혹은 보양을 위한 먹거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센터에서 야생동물 보호에 대해 대외적으로 활발하게 홍보 활동을 하고 계시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또 이렇게 실습하면서 같은 길을 바라보는 친구들을 만나서 좋았다. 학교에서는 야생동물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없어서 아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같이 여름을 보냈던 친구들이 실습이 끝나고도 여러 정보를 공유하거나 안부를 물으면서 연락하고 있어서 좋다. 같이 인턴 활동을 했던 친구의 소개로 존재만 알고 있었던 ‘야생동물소모임’에서 주관하는 강의와 탐사에도 함께 참가해보았다. 각자 나이와 사는 곳, 하는 일은 다르지만 야생동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모여서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거리낌 없이 공유하고 관심 있는 것에 대해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 나는 야생 조류에 관심이 많았는데, 꾸준히 참석한다면 내 관심분야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올 초에 4주간 익스턴십을 한 것과 비교하면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훨씬 많은 것을 배웠고, 센터에 계신 선생님들도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더 낫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신 것이 많이 느껴졌다. 내가 나중에 전국 센터 어딘가에서 일을 하게 되더라도 고여 있는 것보다 후퇴와 전진을 반복하더라도 변화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실 왜 야생동물 수의사를 하고 싶은지 뚜렷한 이유를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최선으로 말하자면, 마음속에서 밀도가 높은 아주 작은 덩어리처럼 원시적(?)인 형태로 존재하고, 거기에는 다른 종에 대한 호기심/관심, 자연에 대한 경외심, 연민, 자유로운 삶에 대한 동경 같은 요소들이 규칙 없이 섞여있다. 구체화 하려면 더 겪어보고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배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생각할 거리와 좋은 기회를 주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면서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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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쌤과 수리부엉이와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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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추적기 달리면 어떤 느낌인지 내가 한번 체험해보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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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쌤과 함께 진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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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증 받았어요ㅎㅎㅎ |
2. [인턴] 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공학과 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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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김경민입니다. 얼굴에서 광이나요. |
* 지원동기 및 목적
진로에 대해 막연한 고민만을 거듭하던 중, 우연히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지원하였습니다. 야생동물의 구조와 보호에 대해 직접적으로 배워보고 싶었고, 또 야생동물을 가까이에서 보고 다뤄보는 경험을 통해 향후 진로에 대해 심도깊은 고찰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 활동내용 및 느낀 점
지원을 하고 보니, 저를 제외한 인턴/익스턴 지원자들이 모두 수의학과 출신이고, 충남센터 이전에 다양한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약간 위축되는 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1~2주가 지난 후, 스스로 할 일을 찾을 수 있게 되었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구성원의 일원이 되어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충남센터에서의 경험 이전에는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동물 외에는 야생동물은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인턴과정을 하면서 2달 간 평소에 쉬이 접하지 못하는 동물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또 돌봐주기도 하며 신기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담담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들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과한 반응을 보이면 동물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았고, 또 미숙한 도움의 손길이 야생동물들로 하여금 죽음까지 내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센터에 오기 전, 안락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고, 직접 안락사를 지켜보며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했지만, 2달간의 인턴생활, 그리고 과제물을 수행하면서 안락사가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안락사보다 더 마음 아팠던 일은 특히 여름시즌에 자주 일어나는 이른바 ‘납치’였습니다. 어떤 상황인지도 모른 채 그저 어린동물이 주변에 있으니 구조하러 와달라는 요청, 구조센터 입장에서는 정말 난감한 일이 아닐수가 없다는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어미와 생이별을 하고 어린동물이 구조되어 올 때는 정말 마음이 울컥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처럼 마음 아팠던 경험도 많았지만, 동물을 직접 접하고 돌봐줄 수 있는 경험은 어디에서도 흔하지 않기에 정말 귀중하고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 하고싶은 말
2달 간 경험하며 느낀 것 들을 이 작은 칸 안에 적으려니 말에 두서가 없고 장황하게 느끼실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가장 크게 느꼇던 것이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정말 ‘소신껏’일하시는 선생님들을 보고, ‘아, 좋아하는 일은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라고 느끼며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2달간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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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 중입니다. 무얼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본인들은 알겠지요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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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참관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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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물 발표가 많이 떨렸답니다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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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수료증 받았답니다ㅎㅎ |
3. [인턴]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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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학생입니다. 이 분은 참 얼굴 근접사진이 많아 부담되었어요.. |
* 지원동기 및 목적
나는 야생동물 수의사가 되고 싶어서 수의학과에 진학하였다. 야생동물이 좋아서 다른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봉사와 실습을 해본 경험이 있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으며, 실습생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지원하였다. 특히 동물의 행동풍부화나 재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재활 및 행동풍부화와 더불어 야생동물의 성공적인 방생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배우고 싶었다.
* 활동내용 및 느낀 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실습생으로서 했던 일은 주로 진료보조, 동물의 보정, 먹이준비 보조, 야생동물의 강제급여 및 어린 개체에게 먹이 주기, 계류장 청소 등이 있다. 이는 센터에서 진행되는 기본적인 일과를 돕는 일이다.
이 밖에도 재활 및 행동풍부화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동물의 계류환경을 어떻게 조성하는 것이 좋은지, 방생할 장소와 시기를 어떻게 정하는지 등에 대해 수시로 듣고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주차별로 교육내용이 나뉘어져 있었다.
실습 초반엔 계류 중인 동물의 관리요령, 포획 및 보정, 먹이관리 요령을 배웠고, 구조 및 방생현장에 동행하여 구조방생 현장을 볼 기회가 있었다. 이후 구조된 동물의 신체검사, 진단, 응급처치 등을 배울 수 있었다.
그 밖에도 동물의 생태특성에 대한 세미나에 참관할 수 있었으며, 신체계측, 부검실습 등을 할 수 있었다. 8주 동안 했던 일이 너무 많아 후기에 다 옮기기가 힘들 정도이다. 8주 동안 이곳 직원분들이 진정 야생동물을 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야생동물을 한 마리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일과를 마치고 매일 실시하는 회의이다. 하루 동안 관찰한 동물의 상태를 서로 보고하며, 다음 날의 관리일지를 작성하는 작업이다. 퇴근시간이 지나서도 열띤 토론이 벌어지는 모습이 자주 보이곤 한다.
또 인상적인 것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블로그와 다음카페, SNS를 통해 외부와 소통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센터에 있다 보면 가끔 허무할 때가 있었다. 아무리 동물을 구조해서 치료하고 방생을 해도 그만큼의 동물이 다시 들어온다. 동물이 사람에 의해 다치는 요인이 줄어들면 구조되는 동물의 수도 줄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와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야생동물이 사람에 의해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림으로써 그들이 좀 더 조심할 수 있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야생동물을 보호하자는 여론을 형성하여 야생동물을 보호 할 수 있는 사회적 움직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동물을 구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에 구조 될 수 있는 잠재적인 동물까지도 보호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런 간과하기 쉬운 부분까지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이곳에서의 실습은 나에게 큰 자산이 되었다. 야생동물 수의사를 그저 하고 싶다고만 생각했던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 하고싶은 말
야생동물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면 충남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실습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일하는 동안 느끼는 것이 아주 많을 것이다. 8주 동안 배우는 지식도 많지만, 8주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고 얘기를 나누면서 생각이 바뀐 것이 많다. 이런 과정이 나를 더욱 변화시켰다. 야생동물 분야에 대해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고, 자신의 길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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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근접사진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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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채혈 실습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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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받는 너구리를 보정하고 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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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수료식입니다ㅎㅎ |
그 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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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함께한 어린 소쩍새들! 잘 있는지 관찰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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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생과 관련된 내용을 듣고 있지요. 다들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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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보정법과 투약법을 실습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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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와서 저녁늦게까지 있느라...앉으면 기절한다는 걸 우린 알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