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구조센터로 들어오는 동물들의 구조 원인은 무척이나 다양합니다.
로드킬, 충돌, 중독, 밀렵, 미아, 납치, 감염, 등 수많은 요인들이 야생동물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많은 분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구조 원인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어느 수리부엉이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새 생명이 피어나는 시기에 어린 수리부엉이 한 개체가 어미를 잃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다른 새끼 동물과 다를 바 없는 '미아'라는 원인입니다. 미아가 되어 구조되는 새끼 동물들은 신체적 문제까지는 지니고 있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허나 이 수리부엉이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평상시 한쪽 날개를 늘어뜨리고 있었고, 왼쪽 눈의 동공이 풀려있었으며 약간씩 고개가 흔들거리는(신경손상 의심) 상태였습니다. 구조 당시 몸에는 상처가 존재했습니다. 날카로운 무언가에 의해 깊게 파여 있는 상처... 과연 무엇이 수리부엉이에게 상처를 입혔을까요?
(수리부엉이 '코리' 입니다.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찾으셨나요?)
혹시 눈치 채신 분이 있으실까요? 수리부엉이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것은 다름 아닌 '개' 였습니다. 그것도 사람이 기르는 '반려견'이 말이죠. 사고 당시의 수리부엉이는 아직 비행을 할 수 없는 새끼였고, 개의 갑작스러운 접근을 피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치료가 끝난 후에도 손상된 신경의 문제와 심각한 시력저하로 인해 비행을 온전히 할 수 없는 장애를 지니게 되었고,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미아가 되어 떠돌다가 개에게 물리는 사고를 당했는지, 개에게 물린 후 도태되었는지의 전후 사정은 알 수 없습니다. 허나 확실한 건 개의 본능과 호기심이 한 생명의 평생을 바꿔놓았다는 점입니다.
(박새를 잡은 고양이, 고양이에게 죽임을 당한 박새...
필자가 느끼기엔 둘 다 안타깝고 불쌍합니다...)
(이미지 출처 : Google 이미지)
야생에서 살아가는 개나 길고양이들에 의해서 공격당했다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른 생명체를 먹고 살아가기 위해, 즉 생존을 위해 행하여진 지극히 당연한 상황이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사람의 품에서 길러지는 반려견, 반려묘에 의해서도 많은 야생동물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당한다는데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과연 개와, 고양이의 잘못일까요?
개나 고양이가 다른 생명체를 보고 호기심이나 사냥 본능을 갖는다는 건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본능과 호기심을 제어시켜주지 않는 '사람' 에 있습니다.
상황1) 반려견을 산책을 시키던 사람이 인적 드문 넓은 초지를 발견했습니다. 넓은 초지에서 자신의 변려견이 마음껏 뛰어 놀기를 바라며 목줄을 풀어줍니다. 그런데 갑자기 당신의 반려견이 어디론가 맹렬히 돌진합니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순진하고 착한 줄만 알았던 당신의 반려견 입에는 새 한마리가 물려있습니다.
상황2) 당신이 기르는 반려묘는 집안, 마당, 주변 골목까지 돌아다니며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당신의 고양이는 밖을 쏘다니다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평소와 다르게 작은 새 한 마리를 물고 왔습니다.
상황 1+2)이를 목격한 당신들은 자신의 무신경함 덕분에 또 다른 생명이 생을 마감했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애꿎은 반려동물을 혼내거나 그 모습을 사진 찍어 SNS에 올리고 많은 사람들과 그 상황을 기념하며 즐거워합니다.
위의 상황1, 상황2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기르는 개가 사냥에 성공했다며 신기해하거나, 고양이가 새를 물어와 자신에게 선물해 줬다며 기뻐했습니다. 자신의 무관심과 부주의로 인해 생명을 잃은 야생동물은 안중에도 없는 걸까요?
(야생 오리를 공격하려고 다가가고 있는 반려묘의 모습입니다.)
(이미지 출처 : Google 이미지)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이것 역시 어쩔 수 없는 본능이고, 먹이사슬이나 약육강식의 법칙에 해당하니 괜찮은 것 아니냐 라고요. 이 이야기가 반려동물에게도 해당되는 걸까요? 먹이사슬과 약육강식은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라고 해서 무조건 성립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생태계 내에서 서로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서로가 서로의 개체군을 조절하는데 영향을 주고 오랜 기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생태계에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동물들의 사이에서 적용되는 개념입니다. 가정집에서 사료를 먹다가 밖에 나와 간혹 다른 동물을 공격하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 아닌, 생태계교란에 해당하는 경우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반려동물을 평생 아껴주고 보호해준다면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의 반려동물을 보호해주는 것 외에도 당신의 반려동물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다수에 대한 배려와 그에 따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이웃주민에게도, 산책길에 만나는 다른 반려동물에게도, 야생동물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 입니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다닐 때 목줄을 해야 된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내가 기르는 반려동물이 다른 사람을 물거나 공격하게 되면 절대 안 된다는 것 역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이 아닌 야생동물을 공격하는 것도 안 된다는 건 모르실까요?
(산책하던 개에게 공격당한 야생동물의 모습입니다.
무심코 풀어주었던 목줄이 이런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Wild Bird Fund, Inc.)
당신의 개, 고양이는 어떠한가요...? 먹지도 않을 야생동물을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공격하거나 괴롭히지는 않나요? 아니, 당신은 어떠한가요?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시지는 않았나요? 그 동안 그러셨다면 이제는 다시 생각해주세요.
지금 잘못하고 있는 건 당신의 반려동물이 아닌 당신이라는 것을.
(당신의 소중한 반려동물의 삶만큼 야생동물들의 삶도 소중합니다.)
(이미지 출처 : Google 이미지)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