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있으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로 새끼동물 구조를 요청하는 연락이 많아 질 것 입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수리부엉이를 시작으로 삵, 너구리, 고라니, 황조롱이 등 다양하고 수많은 새끼동물이 구조센터를 가득 채우게 될 겁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러했으니까요.
일반적으로 야생동물에게 있어 최적의 번식기는 먹이 자원이 풍부한 봄부터 초여름이라 할 수 있지만,
수리부엉이는 그보다 이른 1~3월 사이에 산란을 하고 2~4월 초순 사이에 부화하여 새끼가 태어납니다.
때문에 매년 구조센터에 가장 먼저 구조되는 새끼동물은 항상 이 친구의 몫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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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동물의 구조원인은 꽤나 단순합니다. 기타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겪는 여러 가지 원인에 비하면 말이죠. 대부분 어미를 잃은 채 덩그러니 있는 것이 걱정되어 데려왔다는 것 입니다. 이러한 케이스에 해당하는 개체들을 저희는 '미아' 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새끼동물이 정말 어미를 잃고 미아가 된 걸까요?
새끼동물 구조요청이 들어왔을 때 저희는 가장 먼저 새끼동물이 어떤 상태인지, 주변에 어미가 보이는지, 새끼 새일 경우 둥지가 있는지 등의 여부를 발견자에게 묻습니다. 하지만 저희와 닿기 전 이미 관할 시청이나 동물병원 등으로 직접 인계하시거나 발견 당시의 상황을 확실히 살펴주시지 않고 직접 구조하셔서 당시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구조가 아닌 '납치 (Kid napping)'가 진행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죠.
내가 구조한게 아니라, 납치를 했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
물론 '납치'라는 단어가 무척이나 자극적인 단어 선택 일 수 있고 대부분의 새끼동물 구조가 납치의 경우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이러한 부적절한 구조로 인해 새끼동물을 애타게 찾아 헤맬 부모동물을 떠올린다면 그리 과한 표현은 아닐 거라 생각됩니다.
야생동물을 구조했을 때 이것이 납치와 같은 결과를 낳게 되는 경우는 분명합니다. 순간의 섣부른 판단에 의해 구조하지 말아야 할 동물을 구조하게 되는 것 이지요. 만약 새끼동물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상태가 나쁘지 않고, 주변에 어미로 보이는 동물이 머물고 있거나 근처에 둥지와 같은 은신처가 있었더라면 구조해야 할 상황이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새끼동물을 구조한다는 것은 어미동물의 입장에서는 자식을 납치당하는 것과 같은 경우이겠지요.
좋은 마음에 행했던 구조가 자칫 새끼동물을 납치한 결과는 낳는다니 참 아이러니 합니다. 물론, 모든 새끼동물의 구조가 납치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미를 잃는 경우도 생기고, 새끼가 위험에 빠지거나 도태되는 과정에서 우연치 않게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구조하여 성심성의껏 돌봐야 합니다.
때문에 내가 발견한 새끼동물이 구조를 필요로 하는 상황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우선 당장에 새끼동물을 위협하는 요인이나 없거나 주변 환경이 위험한 곳이 아니라면(개나 고양이 등 포식자 혹은 불필요한 사람의 접근, 새끼동물 발견 장소가 도로 근처라 언제든지 새끼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 등) 최대한 멀리서 새끼동물을 꽤 오랜 시간 관찰해주셔야 합니다. 그러면서 어미가 돌아오는지를 판단 하셔야겠죠. 위의 상황을 모두 만족하고 어미까지 있다면 이 새끼동물은 절대 구조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대로 두시고 기쁜 마음으로 떠나시면 되는 거죠. 반면에 위에 해당사항 중 한 가지라도 부적절하다면 구조를 고민해 봄이 옳습니다. 이때는 저희와 같은 관련 기관에 빠른 연락을 주셔서 도움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어미동물은 먹이를 구하러 종종 새끼동물을 두고 자리를 비웁니다. 사람은 이러한 경우에 어미가 없다 판단하고 새끼를 구조합니다. 다시 돌아온 어미동물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
상황에 따라선 직접적인 구조보다는 적절한 조치만을 취해주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직 이소시기에 이르지 못한 새끼새가 둥지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겪었다면, 새끼동물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다시 둥지 위로 올려주는 것 입니다. 가능하다면 본래의 둥지에 올려줘야겠지만 둥지가 너무 높은 위치에 있거나 올려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아쉬운 대로 대체둥지 등을 만들어 주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대체둥지를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구니나 박스 등에 나뭇잎, 솔잎 등을 넣어서 적당한 높이에 달아주기만 해도 그 역할을 어느 정도는 기대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둥지에 다시 올려주기 전 상태를 잘 살피고 필요하다면 간단한 처치 등을 해줘야 합니다. 떨어지는 충격에 의해 다치거나 했을 수 있으니까요.
쥐 뼈가 목에 걸려 구조된 새끼 황조롱이 입니다. 뼈를 제거해준 후 본래 둥지로 다시 돌려보내 어미의 보살핌을 받도록 해주었습니다. 그게 최선이니까요 |
자, 납치의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도 잘 살폈고, 간단한 처치만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살펴봤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도 분명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꼭 구조를 해야만 합니다. 구조가 끝났다고 그렇다고 모든 고민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 역시도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고려해야 할 점도 많죠.
과거에 있었던 새끼수달 구조 건에 대한 사례가 이해를 돕는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많은 분들이 아시듯 수달은 물과 아주 친숙한 동물입니다. 다만 이 물이 수달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아시는 분은 얼마나 되실까요?
새끼수달 한마리가 물에 흠뻑 젖은 채 저체온증을 앓다가 폐사했던 경우가 있습니다. 새끼수달은 성체와 달리 방수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그러한 사실을 몰랐던 구조자는 수달이 좋아할 것이란 생각에 큰 물통에 물을 받아 수달을 보호하고 있는 곳에 넣어주셨고 그 물통이 쏟아지면서 물에 젖게 된 수달은 저체온증에 빠져 결국 폐사하였습니다. 전문지식이 없는 상태에서의 야생동물구조는 위의 사례처럼 자칫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새끼수달에게 물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입니다.
이러한 위험이 새끼수달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새끼동물의 종에 따라, 어린 정도와 상태에 따라 조치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꼭 받으셔야 합니다.
방수능력이 없어 물에 흠뻑 젖은 새끼 수달, 보호하셨던 분의 배려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결국 한 마리의 새끼 수달이 명을 달리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
뿐만 아니라 구조 새끼동물을 돌보는 동한 선뜻 먹이를 주고 애완동물처럼 품에 안은 채 지극 정성으로 보호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이는 새끼동물에게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로 인해 새끼동물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거나 각인이 되어 버리면 훗날 이 동물이 야생으로 돌아가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새끼동물을 구조하여 돌볼 때에는 최대한 사람의 접촉을 줄이고, 사람에 의한 긍정적인 자극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흔히 말하는 정을 나누지 말아야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구조된 붉은배새매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고 있습니다. 먹이를 먹이는 등 새끼와 접촉 시 그 시간을 최소화하고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의식이 생기지 않게끔 주의해야 합니다 |
이처럼 까다로운 새끼동물의 구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제 감이 오시나요? 글로만 보니 어렵기만 하고 잘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동물을 발견한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 쉽게 아실 수 있겠죠 :D ?
물론, 새끼동물은 생존율이 낮습니다. 어미보다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도 떨어지고 천적도 많으며 자연의 섭리에 따라 도태되어지고 하지요. 그런 친구들이 저희에게 와 다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은 그 어느것보다 의미있습니다. 이렇게 부득이한 사고로 인해 구조되어 보호받아야 할 동물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구조가 진행되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구조였는지 납치였는지, 구조를 해야 한다면 적절히 했는지, 적당한 처치와 옳바른 보호를 했는지 그 누구도 쉽게 판단할 수 없겠지만 야생동물을 지켜주고자 좋은 마음에 행동한 일이 이처럼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걸 꼭 기억해 주셔야 합니다.
저 맑은 눈동자에 비치는 철조망이 보이시나요? 어쩌면... 이 친구가 있을 곳은 이곳이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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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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