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검색해보세요

2014년 12월 8일 월요일

당신께 묻습니다. 당신은 정말로 동물을 좋아하시나요?

당신께 묻습니다. 당신은 정말로 동물을 좋아하시나요?
선뜻, 네!! 당연하죠!! 라고 대답하신 분이 많으실 거라 생각됩니다. 오늘 이 글을 읽으신 후 다시 한 번 제 질문에 대한 고민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우리의 삶에서 동물은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비중에 있어 사육 규모나 동물의 개체 수, 동물에 대한 인간의 의존도 등의 종합적인 평가를 내렸을 때 애완동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느끼는 애완동물의 가치와 의미는 여타 다른 동물들과 비교했을 때 그 비중에 있어 쉽게 경중을 따질 수 없음이 분명합니다. 이처럼 애완동물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삶에 녹아들어 그들 삶의 일부가 되고, 가치 있는 존재로서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애완동물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삶에 녹아들어가 그들 삶의
일부가 되고, 서로를 위하는 가치있는 존재로써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 fun.marinov.net)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에 걸맞게,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심은 다양한 곳으로 뻗어 갔습니다. 동물권의 보호를 외치는 사람들, 동물 자체의 생태적 매력에 빠져 그들을 지켜보고 연구하는 사람들, 그리고 동물을 자신의 품으로 들여와 안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바로 이 부분에 있습니다.
동물을 자신의 품으로 들여와 안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애완동물 시장이 활성화 되었고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이 보편화 되었습니다. 너도나도 애완동물을 기르게 되면서 긍정적인 작용도 존재하지만, 부정적인 작용 역시 발생하고 있습니다. 거리로 내몰리는 유기동물들, 폭력이나 학대를 받는 동물들이 그러한 부정적인 면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자꾸 애완동물을 말하는지 궁금하시진 않으신가요?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야생동물의 고통은 '희귀 애완동물, 이색 애완동물' 이라는 이름 아래 발생되는 문제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현대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들에 걸맞게 애완동물에서도 '다양성'이 중시되고 있습니다. 개와 고양이 정도에서 만족할 수 없는 사람들은 조금 더 이색적인, 남들이 기르지 않는 동물들로 눈길을 돌리게 되었고 그 눈길은 자연스럽게 '야생동물' 을 향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가축화되지 않은 국내의 야생동물 뿐 아니라 국내에서 서식하지 않는 해외의 야생동물들까지 말이죠.
 

사진에는 물까치 유조를 분양받아 기르던 어느 일반인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물까치 뒤편에는 작은 유리상자에
머물고 있는 여러 파충류의 모습도 보입니다. 이색 야생동물 애호가(수집가)의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물까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지금까지도 잘...살아가고 있을까요? 그 답은 나중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 지구와 사람과 동물)


희귀 애완동물을 기름으로써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기도 하고, 남들에게 과시할 수 있어 희귀 동물을 선호한다고 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이색, 희귀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일반인들의 소유욕과 호기심에 사로잡혀 인간의 사회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KBS의 모 방송프로그램에서 방영된 내용입니다. 동물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왕성한 한 소년은 계속해서
색다른 동물들을 자신의 품으로 데려오지만, 그 호기심이 다 하고 난 후의 동물들은 단순히 작은 상자와
케이지 안에서 하루를 한 달을 내내 보내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습니다. 동물들이 무슨 죄가 있을까요....?
(사진출처 : KBS)
 

일반인 대부분은 야생동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고 종에 대한 이해도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더군다나 각각의 동물들에게 필요한 환경을 갖춰준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 동물의 생리, 생태에 대한 공부를 전혀 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사육은 절대로 오래갈 수 없습니다. 잘못된 방식의 사육은 면역력을 떨어뜨려 크고 작은 질병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질병을 앓게 된 야생동물은 또다시 애물단지 취급을 받습니다. 아직까지 야생동물을 치료할 수 있는 동물병원이 많지 않고 치료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치료비로 인해 치료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동물들은 방치되어 서서히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거나 버려집니다.

슬로로리스는 CITES 1급 보호종(연구목적 외 거래금지)이며, 서식지 파괴와 밀렵으로
그 수가 급감하고 있어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세계적 멸종위기종 입니다.
(사진출처 : SBS)


SBS TV동물농장에 소개되었던 에피소드 중 '시골 마을에 나타난 슬로로리스' 는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고통받는 희귀 애완동물의 고통을 잘 나타내주는 사례입니다. 

슬로로리스는 CITES 1급 보호종(연구목적 외 거래금지)이며, 서식지 파괴와 밀렵으로 그 수가 급감하고 있어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세계적 멸종위기종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여운 외모를 지녔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구매해 기르고 있고, 기르길 희망하고 있는 대표적인 야생동물 중 하나입니다. 

이 슬로로리스가 인적 드문 외딴 시골 마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오른쪽 눈에 녹내장이 진행되어 고통을 겪고 있는 채로 말이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슬로로리스는 '유기' 되었습니다. 누군가 키우다가 녹내장이 발생되면서 더 이상 키우는 게 부담돼서였는지, 상품가치가 떨어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엔 버려졌습니다. 

이 슬로로리스가 이렇게 큰 고통을 받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단순히 '유기'했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인간의 '소유욕, 호기심, 이기심' 때문입니다. 유기하기 이전에 슬로로리스를 품에 넣고 싶다는 이기적인 마음이 불러온 결과입니다. 

외래 야생동물이 우리나라에 와서 유기가 됐을 때에는 굉장히 비참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사실, 그 비참한 죽음은 유기하기 이전에 이미 결정되어 있었을지 모릅니다. 누군가의 품에 안겨있을 때 부터 말이죠.
(사진출처 : SBS)


일반인이 희귀 애완동물이라는 이름 아래 야생동물을 기를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도 역시 고민해봐야 합니다.
'이 동물은 어떻게 인간사회로 들어와서 내 품에 안기게 되었나?' 입니다.
야생동물입니다. 이 동물을 당신에게 안기게 하기 위해선 당연히 야생에서 잡아야 합니다. 물론 몇몇의 종은 번식을 시켜 유통되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야생에서 잡아야 합니다. 또 다 자란 야생동물을 길들이는 것은 꽤나 어렵기 때문에 애완동물로 유통되는 야생동물은 새끼동물인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야생동물 무리를 급습해 어미동물은 사살하고 새끼동물만 생포합니다. 그리고 이 새끼동물이 전세계로, 야생동물을 품고자 하는 사람들의 가정으로 보내지는 것 입니다. 

밀렵이 이루어졌다면 이젠 밀수가 이루어질 차례입니다. 희귀 애완동물로 사랑받는 야생동물의 경우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 대부분입니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개체 수가 급감한 종들은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등의 여러 협약, 제도에 의해 보호받게 됩니다. 이런 협약에 의거하여 법적으로 거래가 불가능하지만 법을 어기면서까지 야생동물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밀수된 동물들은 당연히 검역의 과정도 거치지 않습니다. 검역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바다를 건너온, 하늘을 날아온 야생동물들은 '고위험 동물' 로 간주됩니다. 이 야생동물들이 어떠한 질병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위험성 모르는 일반인들은 계속해서 위험한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에 처한 많은 희귀 야생동물들이 국내로 밀수되고 있습니다.  밀수된 동물을 구매한다는 것은
단순히 인도적인 차원의 문제를 떠나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것 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범법자가 되는 것 입니다.
(사진출처 : 뉴스와이)


이쯤 되면 위에서 언급되었던, 일반인이 기르던 물까치의 상황이 궁금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리를 자주 지른다는 이유로, 아무 곳에서 배변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채 2개월을 보호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다시 분양되었다고 합니다. 저 물까치는 평생, 저런 삶을 살아가게 될지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이 세상을 떠나고 없을지 모릅니다.

야생동물은 분명히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보호의 노력을, 사랑을 쏟아줘야 하는 존재가 맞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사랑의 방식은 아닙니다. 총, 칼보다 더 무서운 게 사랑입니다.
야생동물은 있는 그대로의 존재가 아닌, 소유하고자 하는 잘못된 사랑의 방식은 야생동물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기도 합니다.
내가 희귀 애완동물을, 야생동물을 기르길 희망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말 동물을 좋아하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그 동물을 품에 안고있는 내 모습을 보고싶은 건가요?


당신이 동물을 정말 좋아하고 아끼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한 번쯤 다시 고민해봐야 합니다. 내 손에 쥔 목줄에 묶여있을 때 행복할까요? 내 방구석 철장 안에 있을 때 행복할까요? 아니면 자연의 품에서 살아갈 때 행복할까요??

'나는 정말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 라는 아집으로 꽁꽁 싸매인 자기합리화가 스스로 옳은지 그른지 한 번쯤은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인터넷이라는 무서운 매체를 통해 수없이 팔려 다니며 고통받고 있는 많은 동물들이 정말 행복할까요??


야생동물의 곁에서 살아가고 있는 필자는 정말이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무리 추위에 떨고 배고픔에 허덕여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과 천적의 공격을 피해 숨어지내야 하는 처지에 있더라도 야생동물이라면 야생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야생동물이 자연 그대로에서 살아가며 자신들의 올바른 역사를 쌓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당신이 동물을 정말 좋아하고 아끼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쯤 다시 고민해봐야 합니다.
내 손에 쥔 목줄에 묶여있을때 행복할까요? 내 방 구석 철장 안에 있을때 행복할까요?
아니면 자연의 품에서 살아갈 때 행복할까요??
(사진출처 : 한겨례 신문)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댓글 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