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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9일 수요일

죽은 야생동물들이 전하는 마지막 이야기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와 치료센터는 대중에 대한 교육에 항상 갈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야생동물이 처한 위험과 현실,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있어 '교육' 의 역할이 중요하다는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러가지 방법들을 통해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소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교육의 중요성 : 대중과 야생동물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저희가 책임집니다!!! )

야생동물 관련 행사나 세미나 등에 참가하거나 강의를 지원하기도 하고 지금 보시는 것 처럼 블로그나 페이스북, 인터넷 신문사(데일리벳, 한겨례 환경생태 전문웹진-물바람숲) 등에 글과 기사를 작성해 많은 분들과 야생동물에 대한 소통을 이어나가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또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교육을 해드리기도 합니다.

이처럼 중요한 '교육' 에 있어 다양한 방법을 가능케 해주는 것은 다름아닌 '야생동물' 이라는 존재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어떠한 사고를 당해 치료가 불가능한 영구장애를 입게 되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들 중 일부는 이곳에 남아 교육동물로써 활약하기도 합니다. ( 교육동물의 역할 : 영구장애동물?! 교육, 훈련동물!!! )
그리고 이러한 동물들은 이야기를 이끌어나감에 있어 더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주고 있습니다.

교육동물로 활약해주고 있는 수리부엉이 '코리' 의 모습입니다
재활사는 '코리' 가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대신 전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살아있는 야생동물을 직접 보면서 얻을 수 있는 교육적 효과는 상상 이상일 겁니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야생동물만 교육적인 목적으로 함께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니다' 입니다. 살아있는 동물 외에도 안타깝게 목숨을 달리한 야생동물들 역시 교육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고 있을까요??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박제' 가 되어 태시 태어나는 것 입니다. 이러한 박제는 살아있는 야생동물을  아주 가까이에서, 생생히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때문에 동물의 신체적 구조나 특징 등에 대해서 교육할 때 활용 될 수 있습니다.

박제 중에는 '골격박제' 도 존재합니다. 골격박제는 살아있는 동물에서는 볼 수 없는 그들 내부의 뼈를 박제로 만드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이러한 골격박제를 통해 많은 분들이 다소 어렵게 느끼실 수 있는 뼈의 구조나 해부학적 특징에 대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잘 제작되어진 골격박제는 수술과정에서 참고되어지기도 합니다!! 조류의 골격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박제는 교육적 효과 외에도 전시적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교육적 효과가 우선시 되는 게 바람직 하겠죠?

말똥가리가 먹잇감을 사냥해 발에 움켜진 후 뺏기지 않기 위해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을 본 떠 만들어진 모습

독수리의 두개골 사진 입니다. 골격 박제는 이처럼 특정 부위만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박제 외에도 사체의 '깃털' 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깃털은 새에게 있어 생명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만큼이나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 깃털은 조류에 대한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깃털은 사체에서 수집하거나 깃갈이를 진행하고 있는 조류들을 통해 얻을 수 있으며, 이렇게 얻어진 깃털들을 통해서도 여러가지 교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여러 종 들의 깃털을 수집해 교구로 제작한 모습입니다. 모두 같은 부위의
같은 깃털을 사용했더라면 교육적으로 더 효과가 있었을거라는 아쉬움이 듭니다


교육적 효과는 아니지만 사체의 깃털을 이용해 살아있는 조류에게 새 생명을 주기도 합니다. 어떠한 사고에 의해 깃에 많은 손상이 가해진 동물들은 장기계류를 해야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러한 경우에 사체의 온전한 깃털을 떼어내어 '깃 이식' 을 진행해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식 된 깃을 지닌 동물들은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깃 이식을 위해 사체에서 떼어난 황조롱이 꽁지 깃털의 모습입니다.
사람으로 따지자면 사후 장기기증 정도의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겠네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죽은 야생동물의 사체를 이용해 '부검' 이나 '자료수집' 을 하기도 합니다. 부검은 보통 동물 관련 전공자나 이 분야의 진로를 희망하는 분들에게 적합한 교육의 방식입니다. 부검을 함으로써 동물의 신체적 구조와 특징을 알 수 있고, 그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이야기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연령, 성별 등을 확인한 후 신체계측을 통해 종에 대한 신체적 특징의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습니다.

사체를 이용해 신체 계측을 진행하는 모습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구조되는 야생동물들 모두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동물들보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동물들이 더 많습니다.

그렇지만 목숨을 잃은 동물들 중 일부는 이렇게 교육적 효과를 얻기 위해 다시 태어납니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 합니다. 그들이 보내왔던 힘든 나날들을 기억해달라고, 지금 이 시간을 견뎌내고 있을 다른 동물들을 지켜달라고 말이죠. 

살아있는 동물도, 이미 운명을 달리한 동물도 이야기 합니다.
지켜주세요. 지켜주세요. 지켜주세요 라고 말이죠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4년 10월 23일 목요일

당신의 취미생활, 우리의 취미생활 그리고 고통받는 야생동물 ② - 등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취미생활'
여러분도 취미생활을 즐기고 계신가요?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회, 다양한 구성원에 걸맞게 수많은 취미생활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취미생활은 개개인에게 신체적 발달이나, 정서적 안정을 주기도 하고, 어떠한 단체에는 단결력을 심어주거나 감정의 교류를 나눌 수 있게 도와주는 매개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마땅한 취미생활을 찾지 못한 사람들을 가엽게 여기기도 할 정도로 취미생활은 우리 사회에서, 개개인의 삶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긍정적인 줄 만 알았던, 무심코 했던 나의 취미생활이 야생동물들에게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오늘날의 취미생활이 야생동물에게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관해 이야기를 해 드리고자 준비했습니다.


(  # 본 글은 책임을 다하지 않으며 취미를 즐기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자 작성된 글입니다. 이러한 취미를 가진 모든사람이 이와 같은 내용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


당신의 취미생활, 우리의 취미생활 그리고 고통 받는 야생동물 두 번째 주제는 '등산' 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산에 오르는 취미를 즐기고 있습니다. 산에 오른다는 것에 많은 장점이 존재하기 때문일 텐데요. 혹자는 웅장한 대자연을 느끼기 위해 산을 오른다고 하고, 오를 때마다 새로운 아름다움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심신의 안정을 위해, 즉 건강을 유지하고 싶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산을 찾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오를 때마다, 계절에 따라 다양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산'
이러한 산이 가진 매력은 많은 사람들이 '등산' 이라는 취미를 갖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장점을 지닌 등산이라는 취미가 야생동물을 고통받게 하고 있다면, 믿어지시나요?
산은 수많은 생명과 야생동물을 고스란히 품어주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들의 터전이고 안식처인 셈이죠. 그런데 그곳에 사람들이 나타나게 되면 크고, 작은 문제가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게 될까요...?

등산을 하던 등산객들은 종종 지정된 등산로가 아닌 다른 길을 이용하게 됩니다. 지정된 등산로가 아닌 다른 길을 이용하게 되면 야생동물들의 서식 범위 내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므로 야생동물과 맞닥뜨리게 되거나 직접적인 접촉이 발생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야생동물들에게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주게 될 뿐 아니라, 야생동물에게 공격을 당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산에서 멧돼지나 반달곰 등의 위험할 수 있는 야생동물을 만나게 되는 대부분은 지정된 등산로가 아닌 다른 길을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서식지 내로 위험한 존재인 인간이 들어왔기 때문에 경계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번식기에는 새끼를 지키기 위해 예민해지기 때문에 더욱 위험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정된 등산로가 아닌 다른 길에서 '스틱'을 사용하게 되면 식물의 줄기나 뿌리 등에 상처를 입히게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등산객이 다녀간 후 남겨지는 흔적입니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되었고 이러한 문제들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분명히 산에는 다녀간 사람들에 의해 많은 흔적이 남겨지고 있습니다.
등산객들이 다녀간 후에는 많은 식물들이 쓰러져 있거나, 흙이 파여 있거나, 쓰레기들이 남겨져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야생동물 뿐만 아니라 자연 생태계 전체에 좋지 않은 악영향을 끼칠 게 분명합니다.
혹시 일반쓰레기 외에도 과일껍질이나 음식물쓰레기 역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등산을 할 때 수분과 당을 보충하기 위해 과일을 즐겨 먹는 분들이 많은 데 비해, 과일껍질이 산에 버려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알고 있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버려진 과일껍질과 음식물쓰레기는 야생동물의 불임을 야기하는 등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원인이 되고, 산을 오염시키는 쓰레기가 되고 있습니다.

무심코 버렸던 과일껍질 역시도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원인이 되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 산들강의 새이야기 다음 블로그)


산에 오르는 등산객 중 일부는 도토리나 기타 여러 가지 야생동물에게 필요한 먹이를 채취해옵니다. 이 때문에 먹이가 부족해진 야생동물들은 굶주림에 고통받거나 먹이를 찾아 이동해야 하고 이동을 하기 위해 산에서 내려온 야생동물들은 주변 도로에서 차에 치이는 '로드킬'의 희생양이 되고 있습니다.

산에서 채취해오는 야생동물들의 먹이는 우리에겐 '별미' 정도로 인식되지만
야생동물들에겐 생명과 직결될 정도로 중요한 '주식' 이라는 걸 기억해주세요


등산객에 의한 산불의 위험 역시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분들이 이제는 없기를 바라지만 아직까지도 등산 중에 담배를 피우거나, 취사를 하는 행동 역시도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야생동물 뿐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체의 삶과 역사를 송두리째 빼앗아 갈 수 있는 치명적 결과를 낳게 될 수 있습니다.

산불은 등산객이 저지를 수 있는 많은 잘못 중 가장 위험한 부분입니다. 야생동물 뿐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체의 삶과 역사를 송두리째 빼앗아 갈 수 있는 치명적 결과를 낳게 될 수 있습니다
(출처 : www.baekdudaegan.or.kr)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등산'이라는 취미가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으면서 산에 너무 많은 등산객이 몰리고 있고, 이 때문에 산과, 산속의 생명체들이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자연은 스스로를 정화하는 능력을 분명히 지니고 있습니다만, 그 능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너무 많은 등산객이 산을 찾게 되면 산은 점차 훼손되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너무 많은 등산객이 입산하게 되면 산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금기사항에 대한 통제나 관리가 제대로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없습니다.

휴일을 맞아 설악산을 찾은 등산객 인파 입니다. 이렇게 많은 등산객의 방문은 산을 병들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출처 : 녹색연합)


늘어나는 등산객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이에 발맞춰 더 많은 등산로가 필요되어지거나 케이블카, 대피소 같은 편의시설, 안전시설 등도 요구되기 마련입니다. 적절한 수준의 등산로나 편의시설, 안전시설 외의 불필요한 시설물들은 산과 자연을 훼손시키게 됩니다. 산이 훼손되어지고 병들면 산이 품고 있는 수많은 생명과 야생동물들 역시 병들게 됨은 당연한 사실입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과 같이 등산객 인원에 제한을 두는 방법을 시행하면 어느 정도 나아질 수 있겠지만 현재로써는 마땅한 조치가 취해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필자는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산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산에 오르지 않는 사람이다."
이쯤 되면 이 말을 어느 정도 아니, 꽤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야생동물을 지켜주고 싶다면 야생동물의 어미와 같은 산을 지켜줘야할 것 입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4년 10월 17일 금요일

당신의 취미생활, 우리의 취미생활 그리고 고통받는 야생동물 ① - 사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취미생활'
여러분도 취미생활을 즐기고 계신가요?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회, 다양한 구성원에 걸맞게 수많은 취미생활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취미생활은 개개인에게 신체적 발달이나, 정서적 안정을 주기도 하고, 어떠한 단체에는 단결력을 심어주거나 감정의 교류를 나눌 수 있게 도와주는 매개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마땅한 취미생활을 찾지 못한 사람들을 가엽게 여기기도 할 정도로 취미생활은 우리 사회에서, 개개인의 삶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긍정적인 줄 만 알았던, 무심코 했던 나의 취미생활이 야생동물들에게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오늘날의 취미생활이 야생동물에게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관해 이야기를 해드리고자 준비했습니다.

당신의 취미생활, 우리의 취미생활 그리고 고통받는 야생동물 첫 번째 주제는 '사진' 입니다.
취미생활로 고통받는 야생동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있어 '사진'을 첫 번째 주제로 삼은 이유는 필자가 즐기고 있는 취미생활이기에 가장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예전부터 사진 찍는 걸 좋아했고, 야생동물을 좋아하다 보니 너무나 자연스럽게 저의 사진기는 야생동물을 향하게 되었습니다.

쇠백로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길러내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보시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위 사진은 쇠백로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길러내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보시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만약 별다른 생각을 하시지 않았다면 다시 스크롤을 올리고 사진을 봐주세요. 그리고 느끼도록 노력해주세요. 이 사진에 담겨있는 쇠백로의 고통을요.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위의 쇠백로 사진은 필자가 취미생활을 하며 찍은 사진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필자가 찍어왔던 모든 사진 중에서 가장 '부끄러운' 사진이기도 합니다. 사진 속 어미 쇠백로의 눈을 자세히 바라보신 분들은 느끼셨을 겁니다. 얼마나 두려운 눈빛을 하고 있는지를요.
이 당시의 저와 쇠백로 둥지 사이의 거리는 불과 20m 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이 20m 사이에는 서로를 은신시켜 줄 수 있는 어떠한 장애물도 없었고 위장막도 없었습니다. 아주 짧은 거리에 자신이 무서워하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머물고 있었지만, 둥지를 틀어 새끼를 기르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두려움에 가득 사로잡힌 상황에서라도 도망가지 못한 채 새끼를 지켜야만 했습니다.
이때 이 쇠백로 가족이 저로 인해 얼마나 큰 두려움을 느꼈을지 짐작이 가시나요?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진은 저에게 있어 가장 부끄러운 사진인 것 입니다.

디지털카메라의 급속한 대중화가 이루어지면서 누구나 손쉽게 사진을 찍고,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오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호에 맞게 다양한 것들을 자신의 파인더를 통해 바라보게 되었고 이 중에는 분명히 '야생동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야생동물의 사진을 찍는다는 건 분명히 꽤 중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긍정적인 작용을 하기도 합니다. 사진을 찍음으로써 야생동물의 특성과 서식환경 등의 정보를 저장하고 알 수 있는 '기록' 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없는 야생동물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대중에게 야생동물을 알리고 관심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용은 야생동물 보호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는데에도 큰 역할이 될 수 있습니다.

다리에 플래그를 차고 있는 넓적부리도요(Spoon-billed Sandpiper/멸종위기 1급, RED LIST-CR)의 모습을 담은 사진입니다.
사진은 이처럼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기록'의 역할을 하고 쉽게 접할 수 없는 야생동물과 대중을 이어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사진'이 품고 있는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 외에 부정적인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이로인해 많은 야생동물이 고통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제가 쇠백로 가족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것 처럼 말이죠. 

과거에 발생했던 여러 가지 문제들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볼까 합니다.

포란 중인 뿔논병아리를 찍기 위해 모여든 자칭 '야생동물 사진가' 들의 모습입니다.
저는 이 모습을 보면 소름이 끼칩니다. 저들의 '광기'에, 그리고 제가 저질렀던 '잘못'이 떠올라서 말이죠.
(사진 출처 - SBS 뉴스)


위의 사진은 포란 중인 뿔논병아리를 찍기 위해 모여든 사진가들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알을 품고 있는 야생조류들은 종종 둥지를 잠깐씩 비우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게 계속해서 둥지 내에 머물게 됩니다. 새끼를 부화시키기 위해서 오랜 시간 동안 머물며 천적으로부터 지켜내야 하고 체온을 나눠줘야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이 시기는 수많은 자칭 '야생동물 사진가' 들에게 기회의 시기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주변을 에워싸고 모여들어도 어미 새는 둥지 내의 알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온전히 내걸고라도 태어날 새 생명들을 지키고자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러한 어미 새의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것도 느껴지지 않는지 자신의 사진 외에 그 어떤 것도 고려치 않습니다. 그리고 남들보다 더 나은 사진을 찍고자 하는 욕심에 새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를 서슴지 않습니다. 결국, 이 뿔논병아리의 알은 끝끝내 부화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미처 피어나지 못한 생명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붉은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을 보시면 부러진 나뭇가지의 절단면이 부자연스러운 걸 알 수 있습니다.
자연적으로 나뭇가지가 부러진 것이 아닙니다. 사진을 찍을 때 방해된다고 나뭇가지를 절단한 겁니다.
(사진 출처 - 중앙일보 뉴스)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새들은 둥지를 지을 때 장소 선택을 굉장히 신중하게 하게 됩니다. 천적으로부터 최대한 둥지를 은폐시켜야 번식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저들 나름대로의 철저한 계산과 고민 끝에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곳에 둥지를 틀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많은 종들의 둥지는 나뭇잎이나 나뭇가지 등으로 둘러싸여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위 사진은 꾀꼬리와 둥지 사진입니다. 얼핏 보면 어미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먹여주는 모정 가득한 아름다운 사진이라고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굉장히 끔찍한 사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붉은색으로 표시된 원을 보면 부러진 나뭇가지의 절단면이 굉장히 부자연스럽고 날카롭게 잘려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연적으로 부러진 나뭇가지가 저런 모습을 띨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저 사진은 꾀꼬리와 둥지를 선명하게 찍기 위해 방해된다고 여겨지는 나뭇가지를 인위적으로 톱 등을 이용해 잘라낸 것이 분명합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이 사진을 담고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갔겠지만, 남겨진 꾀꼬리는 새끼를 길러내고 이소시키기 전까지 둥지가 주변에 훤히 노출된 채 지내게 될 것 입니다. 이렇게 노출된 둥지는 천적에게 쉽게 발견될 수밖에 없고, 이는 번식 성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나무에 둥지를 짓는 새들 외에 다른 장소에 알을 낳는 새들도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인해 고통받는 건 마찬가지 입니다. 검은머리갈매기, 흰목물떼새, 쇠제비갈매기 등은 모래나 자갈밭에 알을 낳습니다. 이들이 이러한 장소에 알을 낳는 이유는 알이 모래나 자갈밭의 색과 비슷한 일종의 보호색을 띠기 때문에 천적에게 노출되는 걸 최소화 하는 생존본능에 기인한 행동 입니다.  그런데 이 새들의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 중 일부는 이들에게 이런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새를 찾기 위해 이 새들의 번식지 근처를 돌아다니게 되고 이 과정에서 알을 밟아 깨뜨리거나 새끼를 밟아 죽이기도 하고, 둥지를 훼손하는 등의 잘못을 저지르게 됩니다. 눈에 불을 켜고 알을 찾아도 잘 보이지 않는데 이러한 새들의 습성을 모르는 비전문가가 이곳을 돌아다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신도 모르게 알이나 새끼를 밟아 죽이게 될 수 있습니다.

쇠제비갈매기의 알과 그들이 선택한 번식 환경의 모습입니다. 새들의 이러한 특성을 잘 모르는
비전문가들은 자신의 사진을 찍고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알이나 새끼를 밟아 죽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진 출처 - 한겨레 물바람숲)


사진을 찍는 이들로 인해 고통받는 건 비단 번식기 때의 동물들만 겪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검은머리물떼새의 군무를 촬영하기 위해 새들에게 자극을 줘 도망가게끔 다가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멀리 흐릿하게 검은머리물떼새들이 놀라 서둘러 도망가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위 사진은 검은머리물떼새 라는 새의 군무를 촬영하기 위해 일부러 가깝게 다가가 도망가게끔 자극을 준 후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수 많은 새들이 단체로 비행을 선보이는 모습은 굉장히 멋있습니다. 사진 찍는 걸 즐겨하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그 웅장한 모습을 본다면 자연스레 사진을 찍어 남기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그런데 위 사진 속의 두 사람은 잘못된 선택을 했습니다. 저 두 사람이 일부러 새들을 날리는 자극을 주지 않았어도 검은머리물떼새들은 바닷물의 만조/간조에 따라 스스로 이동을 하게 됩니다. 먹이활동을 위해서, 휴식을 위해서 자신들에게 알맞은 장소로 이동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죠.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굳이 새들을 쫓아내는 자극을 주지 않았더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굳이 새들을 놀라게 하면서, 새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면서까지 자신의 사진을 위해 욕심을 부렸습니다.  게다가 새들은 비행을 할 때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이런 식의 자극을 받은 새들은 도망을 가야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에너지를 소모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새들의 삶을 굉장히 피곤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새들의 겉모습에서 나오는 아름다움 외에 새들이 지닌 삶과 습성 자체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런 잘못을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이 외에도 역동적인 사진을 찍기 위해 새들에게 돌을 던지거나 소리를 질러 쫓기도 하고, 극적인 사진을 찍기 위해 새끼 새를 둥지 내에서 마음대로 꺼내거나 적절치 못한 장소로 둥지를 옮기는 등의 몰상식한 행동을 일삼는 비인간적인 사람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로 연결하시면 관련 기사를 접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야생동물을 사진에 담는 모든 사람이 이러한 잘못을 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이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야생동물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고 있고, 최대한 그들의 삶을 지켜주는 선에서 자신의 취미생활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그러나 일부 이기적인 사람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받고 있고, 더 많은 야생동물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이런 분들이 계실까 모르겠습니다.
"나는 야생동물과 자연을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지만, 사진도 찍고 싶습니다. 그런데 야생동물을 위하면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올바른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가 그랬었으니까요. 그래서 야생동물의 사진을 찍을 때 지켜줘야 할 몇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움직일 때는 최대한 조용히, 천천히 이동한다.
  - 야생동물들은 사람을 자신을 헤칠 수 있는 천적이라는 무서운 존재로 인식합니다. 때문에 사람의 움직임은 동물들을 놀라게 하거나 두렵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되도록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조용히, 천천히 움직이면 야생동물들이 놀라는 걸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습니다.

2. 야생동물과의 '임계거리' 를 지켜준다.
 - 임계거리라는 건 쉽게 말해 사람이 야생동물 자신의 근처 어느 정도 거리까지 다가오는 걸 허락하는 거리를 이야기 합니다. 예를 들어 백로 한 마리를 발견했고 백로에게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했는데 백로와 사람과의 거리가 약 50m 정도로 좁혀졌더니 날아서 도망갔다면 이 백로의 임계거리는 50m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는 개체마다, 종마다,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정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동물들의 미세한 움직임으로도 파악이 가능해집니다. 이 임계거리를 지켜준다면 동물들에게 주는 스트레스를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3. 둥지는 절대!!! 손대지 않는다.
  - 둥지는 새 생명이 태어나는 곳 입니다. 둥지 근처에서 내가 했던 그 어떠한 행동 하나가 피어나는 생명을 꺾어 버리게 될 수 있습니다. 특히나 둥지나 새끼에게 손을 대는 건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 중 하나 입니다.

4. 둥지 주변의 환경을 임의대로 변화시키지 않는다.
  - 본문에서 다뤘듯 둥지는 천적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각 종에게 가장 적절한 위치에 지어지게 되는데 둥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둥지 근처의 나무나 풀을 꺾으면 둥지가 밖으로 노출되어 천적에게 발견될 위험이 높아집니다.

5. 둥지의 위치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는다.
  - 야생동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발견한 둥지의 위치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둥지를 찾게 될 수 있고 이는 둥지가 더 많은 위험에 처해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둥지의 위치를 공유하지 않는 것은 자신만 그 사진을 찍고자 하는 욕심이 아닙니다. 동물을 지켜주고자 하는 최소한의 배려입니다.

6. 자연환경과 비슷한 색의 옷을 입거나 위장막을 사용한다.
야생동물 사진을 찍을 때에는 자연환경에 녹아들 수 있도록 위장막이나 위장 텐트 등을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7. 되도록 적은 수의 인원으로 다닌다.
  - 야생동물 사진을 찍기 위해 너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다니면 눈에 띄기 쉬워져 새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고 경계심을 극대화 시키게 될 수 있습니다.

8. 돌을 던지는 등의 직접적인 자극을 주지 않는다.
  - 역동적인 모습을 찍겠다고 돌을 던지는 등의 행위를 하는 건 꼭 돌을 직접적으로 맞는 게 아니더라도, 스트레스를 주거나 불필요한 비행을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9.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나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삼간다.
  -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동물들을 위험에 빠뜨리지만, 사진을 찍고 떠난 후에 버려진 쓰레기로 인해 고통받는 또 다른 야생동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10. 자신이 촬영하고자 하는 야생동물 종의 습성이나 특징에 대해 공부를 한다.
  - 야생동물 사진을 찍는 취미생활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자신이 촬영하고자 하는 야생동물의 습성과 특징을 알고 있으면 그러한 특징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점이 있고 동물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거나 고통받게 하는 경우도 분명히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아는 만큼 지켜줄 수 있는 것 이니까요. 즉 야생동물의 겉모습이 아닌 그들의 삶 자체를 사랑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귀찮다면 당신은 야생동물 사진을 찍을 자격이 없는 사람일지 모릅니다.

그들과 나 사이의 적절한 거리를 지켜주었을 때, 그들의 겉모습이 아닌 삶 자체를 들여 봐 줄 때,
동물들은 더욱 자세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더욱 다양한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 줄 것입니다.


취미생활은 분명히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취미생활이 다른 생명을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 만은 분명합니다.
취미생활에 있어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는 만큼의 책임감 역시도 수반되어야 합니다.

다시 한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의 사진보다 생명이 우선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사진보다 자연 그대로의 생명이 더 아름답습니다.
사진 자체에 욕심을 부리는 건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일 수 있습니다.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4년 10월 11일 토요일

겨울 진객 큰기러기를 품어 줄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

매년 겨울이 다가오게 되면 우리나라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게 됩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큰기러기' 인데요!! 큰기러기는 몸길이 85cm 정도의 대형 기러기이며 유라시아 대륙 및 아시아 북쪽에서 번식한 후 우리나라에 10월 쯤 도래에 이듬해 3월까지 월동하는 대표적인 겨울철새 입니다. 전국 동시 센서스 결과 최근 5년간 매년 5만여 개체 이상이 관찰되고 있다고 조사되었습니다 (환경부 조사).
이렇게 꽤나 많은 개체가 꾸준히 찾아주고 있다보니 큰기러기가 어떤 위험에 처해있는지 궁금해 하시거나 알고 계시는 분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큰기러기는 야생동물 보호법에 따른 멸종위기종 II급 으로 지정되어있고 IUCN RED LIST 에 LC등급(Least Concern, 관심대상 종)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있을 정도로 꽤나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입니다.

큰기러기 : 야생동물 보호법에 따른 멸종위기종 II급, IUCN Red List LC등급 (Least Concern, 관심대상 종)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대표적인 기러기류 조류로는 쇠기러기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생김새가 비슷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큰기러기와 쇠기러기를 구분함에 있어 어려움을 느끼시곤 합니다. 큰기러기와 쇠기러기를 동정할 수 있는 팁은 그들의 크기, 부리 색, 배 깃의 검은 줄무늬 여부 등 입니다.

좌 : 큰기러기 / 우 : 쇠기러기
노란 원으로 표시 된 부리의 색, 빨간 원으로 표시 된 배 깃의 검은 줄무늬 여부를 보시면 간단하게 동정이 가능해집니다.
다만 쇠기러기 어린새의 경우 배 깃의 검은 줄무늬가 옅거나 없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주의도 필요합니다.


부리의 색은 땅에 내려앉아 활동하고 있는 기러기들을 동정할 때 활용할 수 있고, 배 깃의 검은 줄무늬는 비행하고 있는 기러기들을 올려다 보며 동정할 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을 보신다면 어떻게 동정해야 될 지 조금은 감이 오실 수 있을 겁니다.

기러기는 보통 이렇게 V형으로 대열을 이루어 비행을 하게 됩니다. 잘 관찰해주신다면 큰기러기가 몇 마리인지,
쇠기러기가 몇 마리인지도 파악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글을 열심히 읽어주셨다면요 :D !!! 


서산에 위치한 천수만에도 매년 꽤나 많은 큰기러기들이 월동하게 됩니다. 9월 말에 처음 도래하기 시작해 지금은 꽤나 많은 개체가 찾아왔습니다.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일까요?  다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천수만이 아직 큰기러기들을 품어 줄 준비를 미처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큰기러기들은 낮에 추수가 끝난 논에 내려앉아 땅에 떨어진 벼의 낱알과 초본류 등을 먹고 해가 질 때 쯤이면 강가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먹이활동을 하기 위해선 추수가 끝난 밭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추수가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작년과 비교한다면 거의 한달 가까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큰기러기들에겐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을 겁니다.

추수가 끝난 논에 수백마리의 큰기러기들이 무리를 지어 내려 앉은 후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입니다. 먹이를 먹으면서도
끊임없이 주변을 경계해야 하는 큰기러기들은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고 도우며 안전하게 먹이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렇게 많은 개체수가 함께 모여 먹이활동을 하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올해에는 아직까지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설 자리가 없는, 먹이가 턱 없이 부족한 큰기러기들은 굉장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다. 이전과 다르게 소규모로 이동 하는 게 많이 관찰되고 있고 어딘가에 내려앉아도 오랫동안 머무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사실 추수가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땅에 떨어진 벼의 낱알이 턱 없이 부족해 많은 고생을 하게 되는데 지금 상황은 오죽할까요....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아직 추수가 끝나지 않은 논 위에서 비행을 하고 있는 큰기러기들의 모습입니다.
사진으로는 판단하기 어렵겠지만 굉장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루빨리 추수가 진행되어지고 큰기러기들이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지만, 추수를 일부러 앞당기는 것 역시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큰기러기들에게 먹이를 주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줄 때에는 고려해야 할 것 들이 존재합니다. 종에 따라서 어떤 먹이를 줘야 하는지, 또 습성에 따라 어느 장소에 줘야하는지도 고민해봐야 하겠죠. 조금 더 깊이 들어간다면 사람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져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예를들어, 야생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능력을 조금씩 잃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도 하게 됩니다만 지금의 큰기러기와 같은 경우 그러한 문제는 없습니다.

큰기러기들에게 제공 될 볍씨들 입니다. 먹이를 주는 방법은 큰기러기들이 내려앉을 수 있는 곳에 볍씨를
고르게 깔아주는 것 입니다. 1차적으로 400kg 정도가 제공되었으며 약 2번 정도 더 제공될 계획입니다.
그나마 큰기러기들이 내려앉을 수 있는 논이지만 아직까지 모서리쪽에 물이 고여있습니다. 때문에 물이 없는 논
중앙부까지 볍씨를 들고 이동을 해야했고 고된 작업이었지만 버드랜드 관계자 여러분들이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D


이번 큰기러기의 경우는 사실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어쩔 수 없는 안타까운 경우입니다. 다만 이런 경우 외에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또한 이미 사라지고 있는 순간 깨닫는다면 너무 늦을 수 있습니다. 우리 곁에 있을 때 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줘야 합니다.

큰기러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겨울을 상상하자니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절대로 그런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죠??



작성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김봉균


2014년 10월 6일 월요일

2014년 9월 야생동물 구조(치료) 결과 분석

1. 종별 개체수 분석(2014년 9월)




9월에는 총 44마리 야생동물들이 구조 되었습니다.
파충류가 2종 2개체, 포유류 3종 5개체, 조류 21종 37개체 접수가 되었습니다.
조류가 8월 접수중 84%를 차지해 가장 많이 접수 되었습니다.


2. 구조 원인 분석(2014년 9월)



9월에 구조된 동물의 사고원인들은 다양했지만 특히 전선이나 건물과의 충돌(조류)이 가장많았습니다.


3. 구조 지역 현황(2014년 9월)



위 사진에서 보이는 보라색 풍선은 포유류, 노란색 풍선은 조류, 녹색은 파충류의 구조 위치를 의미합니다.




이번 달에는 타지역에서 발견되서 충남야생동물센터에 접수된 동물이 2개체 있었습니다.
9월달에는 아산시(15%)에서 가장 많은 동물이 접수 되었습니다.



4. 구조 결과(2014년 9월)



 9월 한달간 구조된 야생동물 44개체 중에서 2개체(4%)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고,
 23%에 해당하는 10마리가 현재 치료 및 재활 중에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실질적인 치료를 할수없는 개체들이 많은 9월 이었습니다.